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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프로듀서 그만둘겁니다.」 치히로 「네?!」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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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3, 2015 00:04에 작성됨.

[째깍째깍]

 

시계의 초침소리에 잠이 깼다.

침대 위에서 고개만 돌려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니 시각은 아침 6시 반.

분명 자명종은 꺼놨을테지만. 사람의 리듬이라는건 무섭나보다.

 

P 「에고고, 머리야......」

 

침대 밑에는 비어있는 맥주캔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드디어 일에서 해방됐다는 것에 대한 자축의 의미로서 마신 맥주.

그래, 자축.

그랬을 터인데.

 

P 「시원한 물이나 마시자.」

 

원래라면 후다닥 씻고 출근을 준비해야할 시각.

막상 느긋해지니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정수기에서 시원한 물을 한컵 받고 벌컥벌컥 마셨다.

그래도 머리가 아픈건 쉽게 가시지 않았다.

 

P 「조금만 더... 자자.」

 

그래, 그러면 나아질거야.

이 기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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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346 프로덕션]

사장 「그런고로 P군은 오늘부로 프로듀서를 그만두게 되었다네.」

 

웅성웅성거리며 저마다 이야기를 하는 아이돌들.

물론 나, 시부야 린도 그 아이돌들 중에 한 명이다.

 

린 「어제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있었잖아?」

 

나는 손을 들며 조용하지만 확실한 의문을 던지며 질문했다.

그래. 어제까지만해도 내 컨디션이 어떻냐고 물어봐주며 내일도 힘내자고 했는걸.

믿을 수 없어.

 

사장 「그건... 자네들의 일에 지장을 주지않기위해 그가 나름대로 신경써준거라고 생각되네만.」

치히로 「자자, 그런고로 오늘의 아침공지는 이걸로 끝! 새로운 프로듀서 분이 3일 뒤에 오실테니까, 그때까지 자기가 맡은 일에 충실......」

 

센카와 씨는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생글생글하게 웃으며 간단하게 이 이야기를 끝맺음 하려고 했다.

이게 그렇게 간단하게 끝날 일이었나? 프로듀서는 이 프로덕션에 있어서 중요한 사람 아니었어?

그 사람은 그저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는 수많은 톱니바퀴 중에 하나였냐고!

 

[쾅!!]

 

나는 있는 힘껏 책상을 내리쳤다.

프로듀서가 일하고 있었던, 어제까지만해도 그의 상냥한 온기를 나누어 가지고 있었던 그 책상을.

 

린 「충실? 이런 상황에서 그런게 가능 할리가 없잖아!!」

 

흠칫하는 센카와 씨.

사장님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카렌 「마... 맞아요! 항상 신뢰를 강조하던 P씨였는걸!!」울먹울먹

우즈키 「이렇게 갑자기 이별이라니......」뚝뚝

미나미 「두... 두분 다 진정하세요......」

 

왜? 도대체 왜??

이유가 뭐야?

나 열심히 했는데?

 

아이돌과 프로듀서 사이엔 신뢰가 있어야한다고.

그렇게 말했던건 당신이었잖아?

그래서 당신이 가져온 방송국, 잡지사 등등의 여러가지 영업들도 열심히 해냈어.

 

왜? 도대체 왜??

이유가 뭐야?

나 열심히 했잖아?

 

매일매일.

당신의 미소를 보기위해서.

1년 동안 그렇게나 노력해왔는걸.

 

그래.

노력해왔는걸.

그러니까 그를 잡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사장 「예상은 했지만 이정도 일 줄이야.」

 

[저벅저벅]

 

치히로 「시부야 양, 어디가요?!」

린 「프로듀서 집에.」

 

살짝 나온 눈물을 훔쳐 닦고 문을 향해 걸어가려고 하니

센카와 씨가 문 앞을 가로막고 내 눈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절대로 길을 비켜주지 않겠다고 하는 강한 의지를 가진 눈이 아니었다.

그저 비에 젖어 추위에 떨고 있는 강아지마냥 불안에 떠는 눈.

 

린 「비켜줘.」

치히로 「안돼요.」

린 「비켜줘.」

치히로 「못해요.」

린 「비켜달라구!!!」

 

나는 그런 센카와 씨를 강제로 밀쳐낸 뒤 문 밖을 나섰다.

 

치히로 「시, 시부야 양!」

 

바닥에 쓰러져버린 센카와 씨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과 동시에 몇몇 아이들이 나를 따라나섰다.

 

치히로 「저...저도... 프로....프로듀서 씨... 보내고 싶지 않았다구요......」글썽글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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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다시 떠보니 오전 9시 30분.

계속 이대로 있기도 그렇고, 할 일도 있었기에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잘 때 땀을 많이 흘려서 샤워를 한 뒤, 옷을 입는다.

 

P 「정장... 이제 입을 필요 없지.」

 

스스로도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기왕 입기도 했고, 중요한 사람을 만나러 가기로 했으니.

나쁘지 않겠지.

 

문득 책상 위의 휴대폰에 눈길이 갔다.

아이돌들과의 연락을 위해 따로 마련했었던 휴대폰.

어제 퇴근 후부터 전화기는 꺼두었다. 물론 전원을 다시 켤 용기도 없었다.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집 문을 나선다.

복도형 연립주택이라 곧바로 바깥의 상쾌한 공기가 나를 맞아준다.

그리고 희망찬 내일을 위해 활기찬 오늘을 보내는 사람들도 내 시야에 들어온다.

 

P 「자, 그럼 그녀를 만나러 가볼까나!」

 

그녀에게 꽃을 선물하기 위해 꽃집을 들리려다가 문득 발길을 돌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린네 꽃집.

앞으로 완전히 관계를 끊기위해선 이런 일로 린네 꽃집을 방문하는 것도 그만두어야지.

 

P 「하하, 여러가지로 귀찮네.」

 

30분 정도쯤 지났을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P 「보자보자, 어디더라......」

 

주위를 둘러보다가 그녀가 있는 곳을 발견하여 조금 빠른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P 「하하, 꽃은 못 사왔어.」

 

 

 

묘비를 어루만지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10여년 전에 세상을 떠난 내 첫사랑.

 

P 「갑자기 찾아와서 놀랐지?」

 

.

.

.

 

어렸을 적, 옆집에 살던 여자 소꿉친구.

누가보더라도 정말 예쁘고, 몸매도 좋았다.

그럼에도 뚱뚱하고 못 생긴 내게 전혀 개의치 않고 활기차게 웃으며 이야기를 해주는 그녀가 너무 좋았다.

그런 그녀가 소꿉친구라는 것은 여러가지로 내게 있어서 행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느날, 그녀는 갑자기 내게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었다.

 

'아이돌이 되고 싶어. 사람들에게 내일을 살 수 있는 희망이 되는 그런 아이돌.'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아마 그 당시에는 공부나 열심히하라고 핀잔을 주고 끝냈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 말을 하고 얼마 뒤.

거짓말 같이 그녀는 병상에 누워버렸다.

 

그리고 병상에 누워있는 그녀는 병문안을 온 내게 난처하다는 듯이 웃으며 얘기했었다.

태어날 때부터 시한부 인생이었다고.

어쩔수 없는 거라고.

 

그리고 또 다시 얼마 뒤, 꺼져가는 촛불처럼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태로운 그녀는 내게 부탁을 했다.

 

'P군, 부탁이 있어. 네가 이 세상에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그런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는데, 안될까?'

 

그게 프로듀서였다.

아이돌을 키워내는 프로듀서.

 

멋대로 내 미래의 직업을 정하지 말라고 이마를 검지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겼다.

하지만 그녀는 장난이 아니었던듯, 정말로 진지하게 부탁을 해왔다.

아이돌이 되지 않을거라면 프로듀서를 해달라고.

 

자기의 못 다한 꿈을 다른 아이를 통해 이루어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부탁해왔다.

 

.

.

.

 

 

P 「거기는 어때? 아직도 지낼만 해?」

 

머리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한점 없는 맑은 하늘.

그 어떤 고민거리도 없을 것 같은 그런 하늘.

나와는 반대인 하늘.

 

P 「정말 미안해. 난... 프로듀서를 할 사람이 아닌가봐.」

 

드디어 네가 원하던 프로듀서가 되었다고 상기된 얼굴로 여기에 찾아와서는.

유명한 아이돌을 키워낸 뒤에 다시 오겠다고 다짐했던게 1년 전인데.

그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10여년 전의 약속을.

아니, 지금까지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던 마음 속의 심장을 찢으려 한다.

 

정말...... 나란 인간은 어른이 되서도 구제불능이구나.

어쩌면 그래서 아이돌들이 날 싫어했을지도 모르겠어.

응, 그렇네.

난, 안될 사람 맞네.

 

P 「나... 이제 프로듀서 안 하려구.」

 

[휘이이이잉~]

 

순간적으로 세찬 바람이 불었다.

그 탓일까.

묘지 뒷쪽에 있던 나무의 가지에 간신히 매달려있던 꽃이 마치 꺾인것 마냥 떨어지는 것은.

 

[지이잉]

 

묘한 타이밍에 휴대폰의 진동소리가 울렸다.

메일이 한통 와있었다.

보낸 이는 센카와 씨.

아이돌들과는 달리 사무일 등으로 여러가지 도움을 받다보니 개인 휴대폰에도 연락처가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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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센카와 치히로


프로듀서 씨.

어제 뺨을 때린건 죄송했어요.


그래서 아이돌들을 데리고 새로 시작해보려고 했지만.

저와 사장님만으로는 역부족이에요.


역시 다시 돌아와주실 순 없는건가요?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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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읽은 뒤,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아이돌을 관리하는 인력 1명이 빠지니 업무에 지장이 온 모양이다.

하지만 어차피 3일 뒤에 유능한 프로듀서가 올 테니,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지.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이젠 전화가 온 모양이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면서 어떻게하면 센카와 씨에게 부드럽게 거절의 말을 꺼낼 수 있을지 곰곰히 생각하던 찰나.

 

착신번호가 센카와 씨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P 「아,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여 선배 [여어, P군. 직장 나왔다면서?]

 

대학교 때, 친했었던 여 선배에게서 온 전화였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중요한건

 

P 「제가 직장을 그만둔건 어떻게 아신겁니까?」

전화 [됐어, 됐어. 그런거 중요한거 아니잖아? 것보다 오늘 동창회인데. 오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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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외로 엄청난 덧글을 달아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냥 병가 내고 쉬다가 '팅'하고 온, 식상하다 못해 지루한 팬픽인데.

많은 관심에 감사드릴따름입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우리 아이돌들은 모두 천사인걸!!

 

(누구나 예상가능한) 사건의 전말과 엇갈리게 된 아이돌들과 프로듀서의 운명은?

 

PS. 우즈키엘과 칫히는 정의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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