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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프로듀서 그만둘겁니다.」 치히로 「네?!」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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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1, 2015 00:45에 작성됨.

P 「…………」

치히로 「…………」


치히로 「이렇게 침묵하시지 마시구 이유를 말씀하셔야죠!」

P 「아… 뭐랄까……. 이제 지쳤달까요.」

치히로 「그런거라면 칫히 특제 스테드리를 10개 100코인으로 드릴테니!!」

P 「정신적으로 지쳤어요. 제가 아이돌들을 제대로 지탱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치히로 「…………」

 

아이돌들은 모두 집에 돌아가고 나와 센카와 씨만 잔업을 하고 있는 늦은 시각.

사무실을 천천히 뒤엎는, 나를 향한 당혹스러운 공기가 너무나 차가운 칼날처럼 느껴져 마음의 한 구석이 저려왔다.

하지만 당당히 이야기해야 한다. 나의 마음을 똑바로 이야기해야 한다.

 

치히로 「몇 명의 아이돌을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거에요? 현 상태 유지로도 이미 평범의 레벨을 아득히 넘어섰다구요. 그런 생각은…….」

P 「아뇨. 제 생각은 달라요. 더욱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는 아이들이 저라는 짐 때문에 올라가지 못한다고 느끼니까요.」

치히로 「사장님께는 아직 말씀 안 드리셨죠?」

P 「한 달 전에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오늘이 마지막 근무인 날이에요.」

치히로 「농담……인거죠…? 그런거죠? 갑자기…그런 얘기를 하시면…저 진짜로 우…울거 같다구요…….」그렁그렁

 


결심은 정확히 한 달 전에 섰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아니 거창하게 사건이라고 표현할 것까지도 없는 사소한 일로 인해.

 

- 한 달 전 -

P 「아 덥다… 3월 말인데도 이렇게 덥다니…….」

 

잡지사 관계자들과의 협의를 위해 외근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

2주 전만해도 겨울의 끝자락이라는 것을 강하게 부인하듯이 불던 차가운 바람은

 

P 「벌써 미지근하다 못해 뜨뜻한 바람으로 바뀌었지요, 네에네에.」

 

정장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아낸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소위 뚱뚱한 돼지체격이라 더욱 더 더위를 타는지도 모른다.

 

P 「하지만 딱히 운동을 해서 뺄 생각도 없고……. 나는 글러먹은 어른인가.」

 

아이돌과 함께 일을 하러가면 나는 으레 아이돌을 밀착해서 따라다니는 오타쿠 취급을 받기 일쑤다.

한 눈에봐도 뱃살이 나온 모습에 안경까지. 이젠 익숙해서 그러려니 하지만…….

건강을 위해서 빼야겠다고 생각을 해봐도 나에게 기대고 있는 아이돌들을 위해 열심히 잔업이나 영업을 뛰고 나면 자정이 넘는게 일상이라 집에가면 피곤해서 뻗어자기 급급하다.

 

P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더 힘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물 한잔을 마시기위해 프로덕션 내의 휴게실 문고리에 손을 대려는 찰나.

 

??? 「프로듀서, 조금 그렇지 않아?」

 

휴게실 안에서 들린 목소리.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에 무심코 문고리를 잡으려던 손을 멈춘다.

몰래 엿듣는 건 취미가 아니긴 하지만, 본인이 없는 자리에서 나오는 본인 이야기는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 없을거다.

 

린 「프로듀서, 조금 그렇지 않아?」

카렌 「뭐가 말이야?」

린 「그… 왜. 살찐거 말야.」

우즈키 「포동포동해서 귀여우신걸요~!」배시시

카렌 「우즈키……. 뭐, 난 린의 의견에 동감.」

미카 「맞아맞아. 같이 일을 하러갈 때는 오타쿠랑 가는거 같아서 꺼려지는걸~★」

린 「땀을 많이 흘려서 냄새도 나고.」

카렌 「아아. 그렇다고 대놓고 얘기할 수도 없으니. 게다가 가져오는 일도 영 시원찮은 느낌이 들지 않아?」

미나미 「확실히……. 무슨 일을 해도 우등생처럼 보이시진 않고. 능력이 없으니까 그런거겠죠?」

미카 「우리를 프로듀스 하기 전에는 여자친구는 커녕 여자랑 대화도 못 나눠 봤을걸?」

린 「그렇네. 일도 못하고, 외모도 안되고. 우리가 그 사람의 인생을 프로듀스하고 있는걸지도.」

카렌 「으엑. 그거 최악. 생각해보니 끔찍해.」

린 「하지만 최근에 카렌은 프로듀서에게 '괜찮아, 당신이 키운 아이돌이야'라는 멘트도 했었잖아.」

카렌 「아, 보고 있었어? 으으. 하지만 그렇게 얘기라도 해야 그 녀석 비위를 맞춰줄 수 있잖아. 그러는 린이야말로 생일선물로 받은 귀걸이를 지금도 끼고 있잖아?」

린 「그 그건,이걸 끼는 대신에 너처럼 방긋방긋 영업용 미소를 짓지 않는거라고. 등가교환 몰라?」

미나미 「생일선물이라. 그 분은 사적으로 엮여오시는건가요?」

미카 「그 사람, 진지하게 직장 옮기는거 고민해봐야하는거 아니야?」

린 「그거 무리. 다른 데에 받아줄 곳이 있기나 하겠어?」


꺄하하하하

 

P 「…………」

 

듣지 말아야할 걸 들은 것 같다.

판도라의 상자처럼.

 

지난 1년간 나름대로 신뢰를 쌓아왔다고 생각했다.

웃으며 나를 반겨주며 얘기를 해주던 그 모든 것이.

연기였다라.

 

P 「우웁」

 

바쁘다고 오늘 대충 점심으로 때운 햄버거가 올라올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카렌을 위해서 하나 더 사다놨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니 더욱 위장이 뒤틀려갔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내가 하는 프로듀서라는 일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져갔다.

사장님에게 얘기했다.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겠다고.

흔쾌히 수락해주셨고, 후임이 구해지는 약 1달여간을 사장님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평소처럼 일했다.

 

그동안 일처리는 능숙하게 해내었다.

휴게실에서 나의 뒷담화를 하던 아이들도 내 앞에서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하하호호거리며 내게 미소를 보여주었다.

물론 나도 평소처럼 미소로 답해주었다. 마음 속은 매우 심란한채.

 

역겨웠다.

너무나도.

기존에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던 그녀들의 미소가.

 

그것도 이제 오늘로 끝이다.

차라리 내 앞에서 그런 욕을 했더라면. 그랬더라면 이렇게 내가 회의감이 들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쓸데없는 상상도 해본다.

 

그 아이들이 날 역겨워 한다면.

그 아이들이 날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차라리 유능한 사람이 내 자리를 채우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치히로 「정말로 가시는건가요…….」훌쩍훌쩍

 

순간 센카와 씨의 그런 반응도 연기가 아닐까 생각해버렸다.

그 정도로 난 그 아이들의 대화에 충격을 받은게 아닐까.

 

P 「아이돌들에겐 내일 사장님이 말씀해주실 겁니다. 다만, 센카와 씨에게는 항상 신세만 졌으니까요. 먼저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치히로 「아, 앞으로는 스테드리를 팔지 않을게요! 무료로 다 드릴게요!! 그러니까!!!」뚝뚝

치히로 「간다고…… 하지… 말아…줘요…….」주륵주륵

P 「3일 후부터 저보다 잘 생기고 능력있으신 남성 프로듀서 분이 오실거에요. 센카와 씨에게 아주 어울리는 사람……」

 

[짜-악]

 

왼쪽 뺨이 얼얼하다.

순간적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멍하니 센카와 씨를 바라본다.

 

치히로 「저는!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뚝뚝

 

그제서야 나의 왼쪽 뺨을 센카와 씨가 때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치히로 「돈만 밝히는 수전노라고 불리고, 귀신악마 치히로라고 불려도!!」주륵주륵

 

항상 장난기가 넘치면서 자애로운 얼굴을 하고 있던 그 센카와 치히로가.

스테드리와 에네드리를 팔기위해 그렇게나 내게 압박을 가해오던 그 센카와 치히로가.

정말로 화가 난 듯한. 기존의 압박은 그저 애들 장난수준이라는 듯이 화를 냈다.

 

치히로 「사람을 외모와 능력만으로 판단하는 그런 여자는 아니라구요!!!」주륵주륵

 

탓탓탓

철컥, 쾅!!

 

센카와 씨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얼마 후, 그대로 퇴근하니 찾지말라고 센카와 씨에게 메일이 왔다.

 

P 「하아」

 

사무실 창 밖으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상쾌한 봄비.

하지만 내 눈에는 누군가의 마음처럼 추적추적하게 하늘에서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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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항상 컨텐츠를 소비만 하다가 이렇게 팬픽을 써봅니다.

사실 오늘 몸이 좋지 않아 병가를 내고 쉬던 중, 머릿 속에 '팅'하고 망상이 전개되어 글로 옮겨적게 되었습니다만.

엄청나게 글쓰기 실력이 좋지 않습니다. 전개도 급작스럽구요. 그래도 재밌게 읽으셨다면 그저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단편으로 끝낼 수 있을줄 알았더니 정작 써보니 길어지는게 유머군요 ㅠㅅㅠ

 

PS. 우즈키엘과 칫히는 정의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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