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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카] 아저씨를 확인하는 방법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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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7, 2012 14:33에 작성됨.

   765 프로덕션은 연예계에서 승승장구하는 프로덕션 중 하나다. 소속된 아이돌은 12명(쌍둥이인 아미, 마미를 한 명으로 치면)뿐이지만 모두 연예계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인기를 쌓아가고 있다. 노래, 춤, 외모, 연령 등 전부 다른 매력을 지닌 12명의 아이돌이 한 프로덕션에 있다는 사실은 이른바 ‘종합선물세트’라 불리며, 765 프로덕션 자체의 팬도 증가 중이다.
   그러나 이렇게 잘나가는 프로덕션이 위치한 건물은 초라했다. 다 낡은 벽에, 좁은 계단. 심지어 프로덕션 전용 건물도 아니다. 근사한 빌딩을 새로 지어 이사하려 했으나, 765 프로덕션 사장인 타카기 사장이 사기당해 무산되어버린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어찌되었든 765 프로덕션의 아이돌들은 이 낡은 사무소를 좋아했다. 사무소의 모습이 어찌되었든 이곳은 그들의 시작이자, 고향이다. 예전엔 일이 없어 벽 한쪽에 텅 빈 모습으로 붙어있던 아이돌 스케줄표도 이제는 빽빽해졌지만 그럼에도 사무소 자체의 느긋한 분위기는 변하지 않는다. 아이돌들이 언제나 찾아와도 편히 쉴 수 있도록.
   현재, 765 프로덕션 소속 아이돌들의 고향인 사무소엔 그 느긋한 분위기가 흘러넘쳤다.
   “지루해, 지루해, 지루해―”
   “해루지, 해루지, 해루지―”
   의미모를 말을 이어가며 후타미 아미, 마미 쌍둥이는 사무소 가운데의 소파에서 드러누워 뒹굴 거렸다. 소파 옆에 놓인 TV에서 주부 대상의 예능 프로그램이 흘러나왔다.
   ““재미없어!””
   쌍둥이는 예능 프로그램을 가차 없이 비난하곤 몸을 움직여 소파 뒤의 책상에 앉아있는 프로듀서를 바라봤다.
   “오빠, 놀아줘! 놀아줘!”
   어미 새에게 먹이를 요구하는 새끼 새처럼 둘은 두 손을 프로듀서를 향해 흔들었다.
   자료를 펜으로 밑줄까지 쳐가며 정리하던 프로듀서는 쌍둥이를 바라보지도 않았다.
   “지금 바쁘다니까, 그보다 한 시간 뒤 있을 무대 준비는 했어?”
   “아―”
   “음―”
   “아, 음이 아니잖아. 신곡 홍보 기간이니까 열심히 해야지.”
   “예이, 예이. 오빠는 정말 재미없다니까.”
   쌍둥이는 입술을 삐죽이며 손을 파닥인다.
   “피요쨩은? 재밌는 거 없어?”
   프로듀서는 포기했는지 이번엔 프로듀서의 옆 책상에 앉아 자신의 일을 하던 765 프로덕션의 유일한 정식 사무원, 오토나시 코토리에게 말을 걸었다.
   “안타깝지만 없답니다.”
   코토리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곤 다시 일에 몰두했다.
   “피요쨩이 마지막 보루였는데!”
   “릿쨩은 바쁘다고 일 나갔고, 다른 애들도 각자 스케줄 중이구, 심심해!”
   “미키가 있잖아.”
   프로듀서는 턱짓으로 쌍둥이의 맞은 편 소파를 가리켰다.
   “그치만 미키는 오자마자 계―속 이 상태야.”
   “아후……하더만 바로 쓰러졌어!”
   쌍둥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지만 정작 본인인 호시이 미키는 아무 반응이 없다.
   “음냐, 우물, 우물…허니이…….”
   소파에 누워 이불까지 덮은 미키는 잠꼬대만 할 뿐,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가끔 더 편한 자세를 위해 몸을 움직이는 게 다다.
   스테이지 위에서라면 누구보다도 반짝이는 금발의 머리카락도 잠들어 부스스했다. 그럼에도 윤기만큼은 잃지 않는다. 음식을 먹는 꿈을 꾸는 지 미키는 입을 우물우물 거린다.
   아무리 봐도 같이 놀아줄 모습이 아니다. 쌍둥이는 팔 다리를 바둥이며 심심함을 몸소 실천했다. 일에 지장이 올 정도로 신경이 쓰여 프로듀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소파 앞의 탁자에 과자와 주먹밥, 음료수가 놓여졌다.
   “스케줄 갔다 와서 미키도 피곤할 테니까 이해해줘야지. 자, 간식이에요, 간식.”
   “와아! 과자다!”
   쌍둥이는 언제 지루했냐는 듯 과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먹을거리로 순식간에 쌍둥이를 잠재운 장본인, 아마미 하루카는 프로듀서를 보며 눈웃음을 보냈다.
   프로듀서도 안도의 웃음을 지으며 화답했다.
   “미키도 일어나서 이것 좀 먹어.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잖아?”
   하루카는 누운 미키의 몸을 일으키곤 주먹밥을 코 밑에 가져댔다. 그 즉시 미키의 코가 움찔한다.
   “주먹밥……주먹밥?”
   바로 눈을 뜨는 미키. 번쩍 뜬 눈엔 방금까지 자던 기색은 없었다.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눈을 번뜩이며 미키는 주먹밥을 덥석 잡았다.
   “잘 먹겠습니다!”
   냠냠 하며 미키는 주먹밥을 먹어치운다. 하루카도 미키의 옆자리에 앉아 가져온 음료를 마신다. 사무소 안엔 쌍둥이의 과자 먹는 소리, 미키의 주먹밥 먹는 소리, 하루카가 조신하게 음료를 마시는 소리 그리고 TV의 예능 프로그램 소리만 들렸다.
   간식 덕분인지 TV 프로그램이 재미없다며 투덜거리던 후타미 쌍둥이도 과자를 먹으면서 보고 있다. 미키, 하루카도 마찬가지여서 네 명은 별 생각 없이 프로그램을 보았다.
   프로그램은 주부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을 중년 남자 배우의 일상을 취재하는 내용이다. 중후한 중년의 멋을 풍기는 배우여서 사무소 내의 높은 연령대 여성(그래봤자 20대지만) 사이에서도 좋은 평판을 받았다는 걸 하루카는 기억해냈다.
   「바쁜 스케줄을 마치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시는 데, 많이 피곤하시죠?」
   「예, 하지만 매일 하는 일이니 괜찮습니다.」
   「그럼 집에선 어떤 모습을 하고 계신가요?」
   「그거야 뭐 적당히 편한 모습이죠.」
   적당히 대답하는 배우 때문인지 프로그램의 분위기가 처진다. 이런 게 컨셉일지도 모르지만, 리포터는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러고 보니 혼자 사시는 데, 혹시 집에서 ‘아저씨’ 분위기가 풀풀 흐르는 건 아닌가요? ‘아저씨’ 냄새라도 난다든지!」
   「하하, 저도 ‘아저씨’긴 ‘아저씨’니까요. 그래도 나름 잘 꾸미고 삽니다.」
   또 다시 적당히 맞장구치는 배우. 그 모습을 보던 아미가 갑자기 프로듀서를 보더니 말을 꺼냈다.
   “오빠는 ‘아저씨’야?”
   그 한마디에,
   “쿨럭!”
   프로듀서는 마미의 기습에 갑자기 기침했다. 후룩 음료를 마시던 하루카도 풉 하고 사레가 들려 입 안의 음료를 뿜을 뻔했다.
   “아, 아저씨라니…….”
   “그치만 오빠도 이십대 중반이잖아? 우리들이랑 무려 열 살 넘게 차이난다고. 그 정도면 아저씨지. 그치, 마미?”
   “맞아맞아. 열 손가락으로도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차이나는 걸.”
   마미는 열 손가락을 쫙 핀 모습을 굳이 프로듀서에게 보여줬다. 히죽 웃는 소악마의 모습에 프로듀서는 더욱 당황했다.
   “아니, 그래도 이 나이에 벌써 아저씨는 아니잖아.”
   “열 살, 맞다. 열다섯 살 이상 차이 아냐? 아미?”
   “에, 그렇게 많이 차이나? 갑자기 세대 차이가 확― 느껴지는데. 이제 더 이상 오빠라고 못 부르겠다. ‘아저씨’라고 불러야겠어.”
   세대 차이란 말에 프로듀서 말고도 왠지 코토리마저 움찔했다.
   “맞아맞아, ‘아저씨’!”
   소악마들의 장난 레이더의 타깃이 된 프로듀서는 반항 한번 하지도 못하고 침몰했다. 작게 열다섯 살 만큼 차이나는 건 아냐, 라고 중얼거렸지만 소악마들은 무시했다.
   프로듀서가 오빠에서 아저씨로 격하되는 현장을 하루카는 즐겁게 참관하고 있었다. 특히 허둥지둥거리다 기운을 잃어가는 프로듀서의 모습을.
   그러다가 하루카는 코토리가 살짝 어두워진 걸 발견하곤, 입을 열었다.
   “아미, 마미. 프로듀서 씨는 아저씨가 아냐. 프로듀서 씨가 아저씨면 그보다 나이 ‘많은’ 코토리 씨는 ‘아줌마’게?”
   코토리는 하루카의 말 중 ‘많은’과 ‘아줌마’란 부분이 유독 크게 들려왔다. 살짝 꺾여있던 코토리의 고개가 더욱 크게 꺾였다.
   “음, 그런가? 확실히 피요쨩은 ‘아줌마’가 아니니까.”
   “그래그래, 피요쨩은 귀여운 걸!”
   다시 아줌마란 단어에 반응하며, 코토리는 좌절했다. 아미, 마미의 다른 말은 이미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렇게 한 명이 침몰했다.
   “미키미키는 어떻게 생각해?”
   “응? 뭐가?”
   아미의 질문에 미키는 먹던 주먹밥을 꿀꺽 삼켰다.
   “프로듀서. 미키에게 프로듀서는 오빠야, 아저씨야?”
   “프로듀서? 허니는 허니야. 오빠든, 아저씨든 미키에게 허니는 허니야.”
   당연하다는 듯 미키는 즉답했다. 그 대답에 움츠려 있던 프로듀서가 감격한 얼굴을 하며 조금이나마 몸을 폈다. 프로듀싱하는 아이돌에게 ‘허니’라고 불리는 프로듀서라는 것 자체가 다른 쪽으로 문제지만, 좌절했던 프로듀서에겐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이야, 역시 미키미키는 일편단심이구나.”
   “이건 놀릴 재미가 없군요. 마미 씨.”
   아미, 마미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니라는 마음 하나 담은 천연에겐 어떤 장난조차 통하지 않는다. 정작 본인인 미키는 다음 주먹밥에 먹으려 손을 뻗을 뿐이다.
   “그럼 오빠의 ‘아저씨’ 냄새는? 미키미키는 그런 것도 참을 수 있어?”
   “아저씨 냄새?”
   우물우물하며 미키는 고개를 갸웃 움직인다. 아미, 마미의 대화에 어느새 자신이 아저씨란 게 당연한 사실로 취급받는다는 사실에 프로듀서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거 없는 걸. 허니한테는 미키의 냄새뿐이야.”
   미키는 자리에서 일어나 프로듀서 쪽으로 사뿐사뿐 걸어 나갔다.
   “잠깐, 미키의 냄새라니? 그거 묘하게 위험한 발언이야!”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하루카가 빨개진 얼굴로 벌떡 일어났다. 미키는 어느새 프로듀서 뒤에 있었다.
   “에, 그치만 사실인 걸? 자, 봐봐.”
   미키는 프로듀서의 목덜미에 코를 가져가 킁킁 냄새를 맡았다. 금색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프로듀서의 어깨를 덮는다. 프로듀서의 얼굴이 붉어진다.
   “엑, 미키!”
   “킁킁―달콤한 냄새―”
   당황한 프로듀서가 미키로부터 떨어지려 했지만 미키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냄새를 맡았다. 하루카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미키, 프로듀서 씨가 곤란해 하시잖아! 그보다 미키의 냄새는 뭐야? 프로듀서 씨, 언제부터 미키랑 냄새를 공유하는 사이가 되신 거예요?”
   깊은 배신감과 묘한 뉘앙스가 담긴 하루카의 말에 프로듀서는 기겁하며 손을 저었다.
   “그냥 향수야, 향수! 미키가 선물한 향수를 뿌리고 있을 뿐이라고!”
   “향수?”
   “응, 미키가 선물한 향수. 허니는 원래 향수 같은 거 뿌리지 않지만, 그래도 밖을 돌아다니는 직업이잖아? 그래서 선물했어. 물론 미키랑 같은 걸로.”
   밖에서 일하는 남편을 신경 쓰는 아내처럼, 미키는 기쁘게 웃음 짓는다. 그 모습에 하루카는 진 듯한 기분이 들어 재빨리 반격할 거리를 찾았다.
   “맞다, 프로듀서 씨. 제가 드린 지갑은 잘 쓰고 계신가요?”
   “으응, 덕분에 잘 쓰고 있어.”
   하루카가 선택한 것은 그녀가 사무소 벚꽃놀이 때 선물한 지갑이다. 지갑은 계속 들고 다녀야하는 물건이니, 생각보다 점수가 높다. 하루카는 자신 있는 눈빛으로 미키를 바라봤다.
   “허니, 향수 냄새 좋지? 앞으로도 계속 써야해?”
   하지만 미키 역시 프로듀서에게 더욱 딱 달라붙으며 지지 않았다. 두 소녀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친다.
   “오오, 이건 수라장인가요? 아미 씨.”
   “멋진 수라장이네요! 마미 씨는 누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느새 아미, 마미는 이 상황을 중계하고 있었다. 마치 마이크를 손에 든 듯한 포즈까지 취하면서.
   “아무튼, 모두 슬슬 나갈 준비해야지. 다음 스케줄 시간 얼마 안 남았어!”
   불편한 분위기를 억지로 깨듯 프로듀서가 외쳤다. 미키와 하루카는 알겠다며 수긍하곤 대립을 멈추고 각자 앉아있던 소파로 돌아갔다. 미키는 다시 주먹밥을 먹으며 원 상태로 돌아왔지만, 하루카는 살짝 분하다는 눈으로 미키를 곁눈질했다.
   ‘향수라니……. 방심했어.’
   냄새를 공유한다는 건 보다 깊은 관계를 의미한다, 고 하루카는 생각했다. 아무리 지갑을 선물했다고 해도 지갑은 지갑이다. 누군가가 쉽게 알아차려 줄 물건이 아니다. 그리고 커플 지갑도 아니고.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승자가 된 미키는 다시 주먹밥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그럼 오빠의 방엔 아저씨 냄새가 날까? 어떻게 생각해, 미키미키?”
   아미는 다시 아저씨 냄새란 화제를 꺼냈다. 프로듀서는 또 그 이야기냐며 한숨을 내쉬었지만 쌍둥이는 이를 완전히 무시했다.
   “허니의 방? 글쎄, 가보지 않았으니까 잘 모르겠는 걸. 그래도 어떤 냄새가 나든 상관없어. 허니니까.”
   “에, 그래도 아저씨 냄새라고? 남은 음식도 제대로 치우지 않아 발효되고, 바닥엔 과자 봉지와 캔이 굴러다니고, 냉장고 안에선 버섯이 자란다구!”
   “그야말로 쓰레기장!”
   장장 하며 쌍둥이는 신나게 장난의 리듬을 탔다. 둘에겐 이미 프로듀서의 방에서 아저씨 냄새가 난다는 건 기정사실이 되어있었다.
   “에이, 저래 뵈도 허니는 꽤 깔끔한 성격이야. 어라, 깔끔한 성격이었나?”
   “미키미키, 슬쩍 꽤 심한 말을 하네.”
   “그런가? 그래도 허니의 방엔 한번 가보고 싶은 걸.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오빠의 방? 분명 아저씨 냄새가 풀풀 나는 방일 거야! 딱 봐도 아저씨란 느낌으로!”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거기다 안 보이는 곳에 야한 잡지가 살짝 놓여 있고!”
   “취향도 독특하지 않을까?”
   쌍둥이는 킥킥 웃어댔다.
   “자자, 이제 출발해야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화제가 화제인지라 살짝 상기된 얼굴로 프로듀서는 손뼉을 치며 아이돌들의 이야기를 끊었다. 그것으로 프로듀서의 방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났다.
   아미, 마미는 알았다며 자리를 툭툭 털며 일어났고, 미키도 마지막 주먹밥을 입에 털어 넣으며 일어났다. 다만 하루카는 뭔가 골똘히 생각에 빠진 듯 진지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프로듀서……방…….”
   작게 중얼거리는 하루카의 말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하루카?”
   “에, 예? 아, 지금 가요!”
   프로듀서가 이름을 부르고서야 하루카는 퍼뜩 정신을 차리곤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프로듀서, 아이돌들과 함께 사무소 밖으로 나갔다.

   코토리 혼자 남은 사무소에선, 누군가의 흐느끼는 목소리가 흘렀다.
   “아줌마라니……내가 아줌마라니…….”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처량함. 그렇게 시간이라는 높디높은 벽에 코토리는 계속 좌절해있었다.

   * * * * * * * * *

   그리고 시간이 지나.

   오늘의 날씨는 무척 안 좋았다. 사무소 창밖에는 새까만 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채 비를 쏟아냈다. 바람도 간간히 부는 지 그때마다 창문이 흔들렸다. TV에선 폭우라며 연신 떠들어 댔다.
   자리에 앉아 스케줄을 정리하면서 사무소 안을 조심스레 살폈다.
   옆 자리의 코토리 씨는 예산을 체크하는 지 숫자 가득한 문서를 보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그리고 주로 아이돌이 이용하는 소파엔 아이돌 하루카와 치하야가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런 그녀들의 이야기에 무심코 귀를 쫑긋 치켜세웠다. 이 자리에선 하루카가 정면으로 보여서도 그러지만, 일을 하는 틈틈이 하루카의 얼굴에 시선을 둔다.
   하루카는 웃고 있다. 말하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보는 사람도 절로 기분 좋게 만들 상쾌한 웃음, 이었다면 마음이 편했겠지만.
   하루카의 웃음은 어딘가 억지웃음처럼 보였다.
   “앗, 벌써 이런 시간이네.”
   즐겁게 말하다가 시계를 본 하루카가 깜짝 놀란다.
   “다음 스케줄 갈 시간이야?”
   “응! 치하야, 먼저 스케줄 가볼게!”
   “힘내. 하루카.”
   하루카는 맡겨만 주라며 파이팅 포즈를 취한다. 그러곤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프로듀서 씨는 나중에 오시는 거죠?”
   “응, 정리할 게 아직 남아서. 그래도 금방 하고 쫓아갈게. 비 많이 오니까 우산 꼭 챙기고.”
   “넵! 그럼 이따 현장에서 봐요!”
   높은 분위기 그대로 하루카는 사무소 안의 모두에게 손을 힘차게 흔들며 밖으로 떠났다.
   하루카가 문을 닫고 나간 순간, 사무소의 분위기가 바뀐다.
   코토리 씨는 하루카를 어색하게 배웅하던 손을 내리곤 제일 먼저 화제를 던졌다.
   “프로듀서 씨, 최근 하루카 이상하지 않나요?”
   “예, 확실히 이상하네요. 일부러 딴 걸 감추려고 들뜬 분위기를 연기한다고 해야 하나, 요즘 계속 저런 상태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하루카는 계속 높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게 좋은 일 때문이라면 괜찮지만 문제는 그럴 일이 전혀 없었다. 상을 탄 것도 아니고, 신곡 준비 때문에 방송에도 고정 출연하는 것을 빼곤 잘 출연하지 않는 시기다.
   “다른 아이돌들도 다 그렇게 말해요. 하루카가 평소와 다르다고요.”
   코토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하루카를 제외한 765 프로덕션 모두가 생각하는 문제였다. 하루카의 갑작스런 분위기의 변화. 그런데 이유를 모른다는 문제.
   “그러고 보면 연습 때도 전보다 실수가 많아졌어요.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이유를 모르는 답답함에 말꼬리가 흐려진다.
   그냥 높은 분위기이면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겠지만, 하루카와 일을 함께 하다가 몇몇 발견한 하루카의 우울한 표정이 문제였다. 정말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듯 하루카는 어두운 표정을 짓자마자 바로 숨겨버렸다.
   그걸 보았기에 마음을 쉽게 놓을 수가 없었다. 단순한 일이라고 취급할 수가 없다.
“치하야는 하루카한테 뭐 들은 거 없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치하야에게 물어봤다. 치하야는 하루카에게 있어 둘도 없는 친구다. 물론 하루카는 다른 아이돌 모두와 다 친하지만, 그중에서도 치하야는 특별했다.
   그런 치하야라면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글쎄요. 최근 같이 어울린 적도 없었고, 바쁘다보니까 대화도 그렇게 하지 못했고.”
   치하야는 골똘히 생각하는지 말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 하루카가 핸드폰을 보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는 걸 몇 번 봤어요.”
   “심각한 표정?”
   “예. 진지하게 고민하는 표정이었어요. 그래서 혹시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봤었는데, 그때마다 그냥 웃으면서 괜찮다고만 해서……. 결국 더 물어볼 수 없었어요.”
   안타깝다는 듯 치하야는 말을 마쳤다. 하루카가 고민하는 것이라는 정보에 더욱 걱정이 커졌다.
   “하루카는 고민이 있으면 자기 스스로 속으로 앓는 타입이니까. 그래서 더 걱정이네.”
   “네……. 전에도 그러다가 문제가 생긴 적도 있었으니까요. 프로듀서는 아시는 거 없나요?”
   “내 앞에선 항상 밝은 표정 이어서, 나도 딱히 물어볼 수가 없었어. 들은 것도 없었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나와 치하야의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찾아왔다. 전에다 생긴 문제. 이게 하루카를 더 걱정하는 이유 중 하나다. 전에도 문제가 생겼을 때 하루카는 혼자 끙끙 앓다가 문제를 키운 적이 있었기에.
   하나하나 걱정의 톱니바퀴가 맞춰갈수록 불안함이 커진다. 정말로 하루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라면.
   그대로 안 좋은 생각을 멈췄다. 여기서는 더 힘을 내야지, 걱정만 해서는 안 된다.
   “일단은 내가 잘 붙어 다니면서 하루카를 지켜볼게. 내가 너무 앞서 나가는 걸지도 모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치하야.”
   지닌 불안을 떨쳐내기 위해 더욱 목소리에 힘을 준다. 치하야도 같은 마음인지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예, 프로듀서가 옆에 있으면 하루카도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치하야의 신뢰에 작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치하야 덕분인지 기운이 다시 살아나 하던 일을 생각보다 빨리 끝냈다. 그 즉시 가방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제 슬슬 하루카 쫓아가볼게. 이럴 때일수록 더욱 정신 차려서 프로듀싱 해야지. 치하야도 파이팅이야.”
   사무소를 나가기 전, 오른 주먹을 치하야에게 내밀었다. 나름 듬직하게 쥔 주먹에 치하야는 피식 웃으면서 자신의 주먹을 약하게 부딪쳐온다.
   “잘 부탁드려요, 프로듀서.”
   “걱정 마!”
   더 큰 목소리로 대답하며, 나는 씩씩한 발걸음으로 사무소를 나섰다.

   * * * * * * * * *

   시간이 흘러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하루 종일 내리는 비 때문에 시계를 확인하지 않으면 몇 시인지 파악하기 힘든 날씨였다. 눈이 침침해지고 어깨가 무거운 걸 보면 꽤 시간이 지났다.
   음악 방송 일을 끝내고, 하루카와 함께 돌아가기 위해 차로 향한다. 아직 비가 많이 내리기에 미리 차 옆으로 달려가 하루카가 탈 자리의 문을 열었다.
   하루카가 재빨리 차에 타자, 문을 닫아주곤 반대편 자리로 뛰었다. 질퍽질퍽한 물 웅덩이를 피하기 위해 꽤나 고생해야했다.
   겨우 운전석에 앉자 어느새 벨트까지 멘 하루카가 꾸벅 인사했다.
   “수고하셨습니다! 프로듀서 씨!”
   “하루카도 고생했어. 오늘 무대도 힘 넘치고 꽤 좋았어. 보는 내가 다 즐거워지더라니까.”
   “후후, 오늘은 평판이 후하시네요.”
   쿡쿡 웃는 하루카의 모습에 가슴 한 편이 뜨끔했다. 그래도 어색한 모습을 보여줄 순 없었기에 차를 출발시키면서도 칭찬을 계속했다.
   “아냐,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칭찬뿐이던 걸. 특히 팬의 반응도 좋았잖아.”
   눈만 감아도 하루카의 방금 전 무대가 떠오른다. 무대 뒤에서 하루카가 혹시 무대에서 실수하지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했지만, 하루카는 그런 걱정을 비웃듯이 평소 그 이상의 무대를 보여줬다.
   프로듀서로서 프로듀싱하는 아이돌의 멋진 모습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다.
   “어쨌든 좋았다니 기분 좋네요. 으으, 이제 오늘 스케줄은 끝이죠?”
   하루카는 긴장했던 몸을 풀려는 듯 기지개했다.
   “응. 이제 집에 가서 쉬면 돼.”
   “프로듀서 씨도 이제 쉬는 거예요?”
   말이 끝나자마자 하루카가 질문해온다.
   “나도 오늘 할 일은 끝이니까 이제 집에 들어가야지.”
   오늘은 오랜만에 야근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야, 라고 중얼거림을 말에 덧붙였다.
   “그럼 둘 다 오늘 일은 이걸로 끝이네요.”
   “응, 끝이지.”
   하루카의 말에 수긍하며 집에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남은 일은 아이돌들의 신곡 연습 영상 모니터. 그거야 영상을 보면서 부족한 점을 체크하는 것뿐이기에 즐겁게 노는 기분으로 할 수 있다.
   오랜만에 푹 쉴 수 있을 것 같다. 얼굴 근육이 한결 느슨해진다. 하루카에게도 큰 이상은 없어보이고.
   다만 비는 전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차창을 쉼 없이 두드려댔다.
   “하루카, 오늘은 비도 많이 오니까 집까지 바래다줄까?”
   남는 시간도 많이 생겼고, 하루카도 편하게 돌아가서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말을 꺼냈다.
   하지만 하루카에게서 답이 없었다.
   하루카 쪽을 바라보니 하루카는 핸드폰의 액정에 눈길을 고정해있었다. 하루카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진지한 표정이다. 쉽게 말을 걸기 힘든 분위기가 하루카를 감싼다. 거기다 어둠 속에서 액정의 약한 빛이 하루카의 얼굴을 비춰 그 분위기를 더했다.
   “하루카?”
   “예?”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하루카는 깜짝 놀라 핸드폰을 덮곤 나를 바라봤다.
   자신을 왜 불렀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하루카의 당황한 눈빛에 오히려 이쪽이 당황스러워진다. 당황한 기색을 겨우 억누르고 말을 이었다.
   “그, 오늘 비도 많이 오고 시간 남으니까 집까지 바래다줄게.”
   “아뇨, 괜찮아요! 프로듀서 씨에게 폐고, 전 여기까지면 돼요.”
   하루카는 고개와 손을 크게 저으며 제안을 거부했다. 강력한 거부에도 하루카의 방금 전 모습이 계속 눈에 밟혔다.
   “그래도 바래다줄게. 오늘 고생 많이 했잖아.”
   “아니에요. 벌써 역까지 다 왔는걸요. 전 괜찮으니까 프로듀서 씨는 걱정 말고 내려주세요. 프로듀서 씨에겐 오랜만의 휴식이잖아요!”
   마침 우리가 탄 자동차는 항상 하루카가 전철을 타고 집에 가던 역 앞에 도착해있었다. 일단 하루카의 말대로 자동차를 역 앞에 멈추었다.
   그러자 하루카는 재빨리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려버렸다. 어버버 하는 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붙잡을 겨를도 없었다.
   급히 차 창문을 내려서 보니 어느새 하루카는 우산을 펴고 서있었다. 얼굴을 가리기 위한 큰 모자와 안경까지 쓴 채.
   “하루카!”
   “이대로 전철타면 돼요. 자, 프로듀서 씨도 어서 들어가세요. 프로듀서 씨가 가셔야 저도 전철타고 갈 거예요.”
   “비오는 날에 전철 타는 건 고생이잖아. 시간도 늦은데다 집까지 가는 시간도 꽤 걸리고.”
   “괜찮다니까요. 프로듀서 씨, 출발이에요, 출발.”
   하루카는 손을 흔들며 날 배웅한다. 기분 좋게 지은 미소에선 불안 따윈 보이지 않는다. 하루카의 밝은 모습에 어떻게 할지 주저했다.
   하루카의 웃음이 진짜인지, 억지인지 판단할 수 없다. 문제를 들키고 싶지 않아서 혼자 돌아가겠다는 걸까, 아니면 날 배려해서 혼자 돌아가겠다는 걸까.
   운전대를 쥔 손을 잡았다 놨다 했지만, 차가 출발하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겠다는 하루카의 기세에 결국 운전대를 돌려 차를 움직였다.
   “집에 가서 푹 쉬고, 내일 보자.”
   “넵, 조심히 돌아가세요.”
   마지막 안부의 말을 남기며 점점 하루카의 모습이 멀어진다. 차를 운전하면서도 백미러 속에서 그 모습을 계속 바라봤다. 어느 정도 멀어지자 하루카가 몸을 돌려 역 쪽으로 걸어간다. 하루카의 뒷모습을 보고서야 백미러로부터 시선을 뗐다.
   ‘괜찮겠지. 무슨 일 있으면 하루카도 분명 연락해올 거야.’
   집으로 향하는 몸이 무거웠다. 하루카에게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닐까하는 마음과 그냥 과한 착각이라는 마음이 쉴 새 없이 떠올라 다툰다.
   핸드폰을 보며 짓는 표정 등 언뜻언뜻 보이는 모습엔 분명 무슨 일이 있어 보이지만, 무대에서는 평소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고 항상 밝게 웃고 있는 하루카.
   ‘이제 어느 정도 하루카에 대해서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아직은 무리려나.’
   여자의 마음, 그것도 쉽게 왔다 갔다 하는 소녀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냐며 애써 자신을 타일렀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엔 씁쓸한 감정이 남아버렸다.
   ‘모르겠다. 일단 집에 돌아가서 하루카에게 집에 잘 들어갔냐고 연락이나 해보자.’
   그렇게 다짐하며 더욱 속력을 냈다.

   * * * * * * * * *

   집으로 들어오자, 확실히 폭우는 폭우인지라 우산을 썼어도 바지의 밑단이 흠뻑 젖어있었다. 최대한 물이 바닥에 안 떨어지게 조심하며 벽의 전등 스위치를 눌렀다.
   불 켜진 집은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그대로 모습이다. 집에 들어올 때마다 청소하기에 바닥에 쓰레기가 널브러져있지는 않지만 책상 위는 여전히 자료나 서류들로 복잡하다.
   그래도 성인 남자가 혼자 사는 집치고는 깨끗이 쓴다고 자부한다. 다만 가구가 침대, 수납장, 책상, TV 등 필요한 것들만 있고 장식은 전혀 없다는 점이 썰렁하긴 했다.
   싸늘한 한기가 감도는 집에 가볍게 한숨을 쉬곤 바로 몸을 씻으러 화장실로 향했다. 짐 정리보단 피로한 몸을 뜨뜻한 물에 담구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몸을 씻은 뒤엔 집에서 입는 편한 츄리닝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곤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 집에서 일 처리를 하는 책상 앞에 앉는다.
   책상 위의 물건을 대강 한 편으로 정리한 뒤 가져온 짐을 올려놓았다. 그리곤 TV를 켰다.
   물론 보는 것은 TV 방송이 아니다. 비디오 설정으로 맞춰진 TV는 아무 영상도 뜨지 않는 하얀 화면만 보여줬다. 가방에서 비디오테이프를 꺼내 TV에 넣자 그제야 제대로 된 화면이 나왔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프로듀싱하는 아이돌의 모습이 TV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 모습을 보며 맥주 캔을 땄다.
   이걸로 다시 일 시작이다.
   “음, 아직 저 부분의 턴이 약한가. 음정도 불안정하고.”
   이것저것 체크하면서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얼핏 보면 팬이 즐기기 위해 영상을 감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겐 더없이 진지한 일이다.
   이것도 프로듀서의 일 중 하나다. 특히 하루카를 비롯해 신곡을 준비하는 아이돌의 체크가 현재 가장 신경 쓰는 일이다. 마침 다음 차례가 하루카의 신곡이었기에 하루카에게 생각이 닿았다.
   ‘하루카에게 문자나 보내볼까.’
   잘 들어갔냐며 안부 문자 정도면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핸드폰 액정에 뜬 시간이 11시인 걸 보곤 손을 멈췄다.
   ‘벌써 이런 시간이라면 하루카가 자고 있을라나. 오늘도 꽤 피곤했을 테고. 그래도 잘 돌아갔나 걱정되는데…….’
   문자 하나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주저하는 내 모습이 한심했지만, 하루카의 일이기에 어쩔 수가 없다.
   한번 멈춘 손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문자를 보낼까 말까 주저하고 있을 때.
   띵동.
   초인종이 갑자기 울렸다.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현관 쪽을 바라봤다.
   ‘이 시간에 누구지?’
   11시면 택배도 오지 않을 시간이다. 거기다 오늘은 비까지 쏟아지는 날씨다. 누가 왔을까 긴장하며 현관으로 발을 움직였다.
   “누구세요?”
   대답은 없다. 별 수 없이 누가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관문의 렌즈에 눈을 가져다댔다.
   렌즈 너머에는 축 쳐진 빨간 리본이 보였다.
   “하루카?”
   깜짝 놀라 황급히 잠긴 문을 열었다.
   “프로듀서 씨…….”
   문이 열리자마자 하루카가 쓰러지듯이 몸을 기대왔다.


   제일 처음 쓴 하루카 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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