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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의 거짓말-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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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7, 2015 04:39에 작성됨.

 

"모르는… 천장이다…."

 


 아미는 몸을 뒤척이다 눈을 떴다. 침대에 편히 몸을 맡기고 있었다. 당황하는 하루카를 놀리다 잠시 앉아있는다는 것이 그대로 잠들어버렸나 보다. 이불이 어깨까지 덮여, 포근한 분위기가 풍긴다. 아미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렸다. 머리맡에 있던 베개도 품으로 가져와 꼭 안았다. 조금 더 안에 있고 싶었다. 그동안 자지 못했던 잠을 모두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만…."

 


 다시 눈이 감기려는 찰나, 지금 누워 있는 곳이 어딘지 깨달았다. 잠이 확 날아갔다. 그렇게나 가까이 있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사람의 공간. 그것도 오랫동안 머무는 곳에서 자고 있었다.

 

 아미는 급히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이불을 박찼다. 그러나 넓게 펼쳐져 있는 이불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버린 무척이나 곤란한 상황. 이젠 어쩔 수 없었는지 입에서 손을 떼고 이불과 베개를 옆으로 치웠다. 처음부터 숨을 참았으면 될 일이었을 터인데, 아미는 그러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었던 속마음이 더 빠져나왔던 것이다.

 

 아미는 창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들이마셨다. 이제야 가라앉은 기분. 하늘을 보니 이미 해가 중천이다. 도대체 얼마나 자고 있었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전원을 눌러보았다. 12시가 다 돼가는 시각. 집에서 자고 온 만큼 잔 것이다.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한 아미는 재빨리 방을 나섰다. 곧바로 하루카에게로 향했다.

 

 

 

--------------------

 

 

 

 복도는 맛있는 냄새가 퍼져 있었다. 어젯밤 저녁도 거르고, 오늘도 급히 나오느라 아침을 먹지 못해 배에선 자꾸만 소리가 났다. 아미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뭘 준비하고 있을지 괜한 기대를 품었다. 거실의 문을 돌리려는 순간, 휴대전화의 진동이 한 번 울렸다.

 


[치사해]

 

 마미에게서온, 조금 찔리는 제목을 한 한 통의 문자. 바로 확인해 보았다.

 

[아미 혼자 하루룽을 독차지하려고 하다니 치사해! 그래도 하루룽한테 좋은 사진을 얻었으니 이 마미님께선 봐주도록 하지!]

 

 이 문자는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사진이길래 마미가 장난치는 걸지 궁금했다. 문자의 진의를 확인하기 위해 거실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하루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식탁에 그릇을 놓고 있었다.

 


"어, 일어났어?"

 


 손에는 두툼한 주방 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두른 하루카의 모습. 방송국에서 볼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단둘이 있는 공간에선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 색다름은 하루카의 얼굴을 보자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뭐, 뭐야 그 머리?!"
"어때? 아미처럼 해봤는데 어울려? 난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본인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하루카는 조금 식혀진 초코머핀을 마이크처럼 들이밀었다. 하루카의 머리띠를 자세히 보니 자신이 하고 온, 하루카가 생일선물로 준 빨간 색 머리띠였다. 아미는 머핀을 받아들곤 머리를 더듬었다. 머리가 묶이지 않았다.

 


"아, 안 어울려."
"그런가?"

 


 하루카는 머리 끝자락을 만지작거리다 머리띠를 풀었다. 묶였던 탓에 살짝 뜬 머리를 손질한 후에 아미를 보곤 미소를 지었다. 아미는 하루카가 무슨 말을 할지 전혀 예상이 가지 않았다.

 


"다시 아미랑 똑같아졌네-."

 


 머리띠를 묶지 않은 아미와 리본을 매지 않은 하루카의 헤어스타일은 거의 같았다. 아미의 오른쪽 머리카락이 살짝 빈 것 빼곤.

 


"모, 몰라. 리본이랑은 안 같으니까. 그리고 키도 내가 더 크다 뭐."
"에-, 리본은 내가 아니라구!"
"그보다 마미한테 무슨 사진 보냈어? 잘때 뭐한 거야? 이상한 짓이라도 한 건 아니지?"

 


 아미는 따지듯 하루카에게 물었다. 하루카는 헤실 거리며 앞치마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몇 번 화면을 누르더니 아미에게 사진함의 마지막 장을 보여주었다.

 

 자고 있는 아미의 얼굴 옆에 하루카가 붙어, 그대로 사진을 찍어두었다. 마치 놀이공원의 즉석 사진 처럼. 게다가 서로의 액세서리를 바꿔 끼고 있는 모습이었다. 3년 전 생생함까 선데이에서 했던 그 모습을. 이것도 그땐 아무렇지 않았는데, 지금은 불가능한 것들만 투성이 이다.

 


"있지, 아미가 잠꼬대하는 거 무지 귀여웠어! 꿈을 꾸고 있는지 내 이름을 부르던걸?"
"에? 엣?"
"그렇고 보니 아미가 날 '하루카'라고 말한 건 처음 들어봤네~. 맨날 '하루룽'이라고 불러줬으니까."
"세, 세수 좀 하고 올게!"

 


 아미는 도망치듯 거실을 벗어났다. 이번엔 도저히 둘러댈 수 없었다. 지금까지는 계속 통제하는 상황이었다면, 방금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생각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오질 않아……."

 


 세면대 거울 앞에서 고개를 들다 말다 반복했다. 물을 얼굴에 적셔도 금방 말랐다. 다만 이상하게도 아미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꿈속의 나는 하루룽한테 어디까지 말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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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키와 문자를 하면서 조금씩 가라앉은 감정으로, 아미는 다시 마주하는 공간으로 돌아왔다.

 

 식탁 위엔 갓 구워진 갖가지 맛의 쿠키들이 식혀지고 있었다. 대충 보아도 초콜릿, 아몬드, 블루베리 등으로 장식된 동글동글한 간식들. 그 옆에도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된 쿠키들의 산이 있었다. 한사람 분의 양이 들어갈 만한 비닐과 여러 색의 포장끈도 비치돼 있었다. 보통 이렇게 만드는 것인지 감탄이 나왔다. 멍하니 서서 쿠키의 수를 하나, 둘 세고 있던 도중 부엌커튼이 걷혔다.

 


"하루룽. 도대체 얼마나 구운 거야?"
"사무소 인원이 다 먹을 만큼? 달달한 건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니까."
"그래도 이건 너무 많지 않나…."
"타카네 씨가 워낙 좋아하셔서 평소보다 더 만들게 돼버렸네. 아, 아즈사 씨 건 빼고. 요즘 다이어트 하신다고 들었거든."

 


 하루카는 "이게 마지막."하고 오븐을 열어 또 쿠키를 내왔다. 아미는 쿠키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번 거는 각각 특징을 가진 쿠키였다. 사무소 인원의 특징 말이다. 식탁 구석에 쟁반을 내려놓곤 뭐가 급한지 하루카는 다시 부엌으로 들어갔다.

 


"이 리본이 두 개 달린 건 하루룽인가? 네모 납작한 건… 설마 치하야 언니? 뭐 치하야 언니라면 모를 수도 있지만. 유키뿅은… 삽이야? 역시 미키미키는 주먹밥 모양이구나. 근데 릿쨩은 새우튀김이 아니네? 아, 하긴 하루룽이 그런 배짱은 없지…. 내거는… 내건… 옆에다가…."

 


 아미는 자기 것 같은 쿠키를 집어보고, 다시 놓았다. 잠시 후 하루카가 나오자 아무것도 안 한척 또 쿠키의 수를 세고 있었다. 하루카는 아미에게 하늘색 접시 하나를 건넸다. 토끼모양으로 예쁘게 썰린 사과조각들이 담겨있다. 막 자른 게 아닌지 산화가 조금 진행돼 있었다.

 


"아까 받은 거?"
"응. 요즘 사과철이라 그런지 맛있어. 나중에 사과파이도 만들어보려고."

 


 사과를 자세히 보니 두 개의 포크 중 하나만 꽂혀있다. 아미는 접시를 양손으로 든 채로 포크를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어떤 게 이미 사용한 걸까. 그래도 물어보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턱에 주먹을 괴고 고민에 빠졌다. 하루카는 그런 아미를 힐끗 쳐다보고 거실에서 나갔다.

 

 보통이라면 꽂혀 있는 것이 사용하지 않은 것일 텐데, 꽂혀있지 않은 포크도 깨끗했다. 아미는 그릇을 식탁에 내려놓았다. 오늘의 하루카는 어떤 생각을 하는 건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아, 일반적인 길은 좋지 못하다. 그렇지만 평범하디 평범한 하루카가 다르게 생각했을 리도 없다. 그냥 손으로 집어 먹으면 해결되는 일임을 알고 있었지만, 왠지 하나를 고르고 싶었다.

 

 어느 순간, 아미는 자신의 직감을 믿고, 하나를 선택했다. 그것은 이미 꽂힌 포크. 반대로의, 또 반대로 생각해서 결국 원래대로 돌아와 버린 것이다.

 


"마치 슈…슈……슈크링거의 고양이 같아."
"슈뢰딩거 아냐? 그 맛있어 보이는 이름의 법칙은 뭐야."
"아, 그렇구나…. 으엣?"

 


 어느새 다가온 하루카가 아미의 뒤에서 조용히 쳐다보고 있었다.

 


"응? 사과 싫어했어? 하나도 안 건드렸네."
"아…어, 응. 집이랑 학교에서도 너무 많이 먹어서 조금 질렸다고 해야 하나..."
"그래? 그럼 내가 다 먹어야지."

 


 그렇게 고민했지만 하루카의 말대로 하나도 먹지 못했다. 뭐가 될지 모르지만 눈 딱 감고 해볼걸, 하고 후회했다.

 

 하루카는 부엌의 커튼을 옆으로 걷어 끈으로 묶어 고정해뒀다. 다음 식탁에 있는 접시를 한 손으로 잡아 가져왔다. 아미의 생각대로 하루카는 꽂혀있지 않은 포크를 집었다.

 

 간접이라도 역시 무리였다고, 다행이라고 아미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 포크는 그대로 싱크대로 향해, 간단히 물에 씻겨져 수저통에 넣어졌다. 다만, 아미는 쿠키를 몰래 집어 먹고 있어, 이 광경을 보지 못했다.

 

 

"있잖아, 아미."

 

 

 하루카는 부엌에 서서 끓는 냄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손엔 사과가 꽂힌 포크가 들려 있었다.

 


"왜?"
"많아 보이면 포장하는 거 아미가 도와줄래? 오랜만에 만들었더니 반죽 양 조절이 안 돼서…. 내가 보기에도 많긴 해…. 아, 놀러 왔는데 일하면 이상하구나…. 나도 참, 이런 거 부탁하면 안 되지."

 


 하루카는 사과를 조금씩 갉아 먹었다.

 


"아냐아냐, 어짜피 할 거 없는걸? 글고 하루룽이랑 같이 있으면 별 상관없어."
"정말? 고마워-! 사실 혼자 했으면 이대로 포장하는 기계가 돼버리진 않을까 싶었거든."
"뭐야 그게…. 하루룽, 근데 말이야…."
"응?"
"뭐 좀 먹고 하면 안 될까나? 배가 등에 붙을 지경인데…."

 


 아미는 지쳐 의자에 기댄 상태로 축 처졌다. 하루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앗, 조, 조금만 더 기다려줘! 거의 다 완성됐어~!"
"으아악! 어서, 어서 나에게 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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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거지거리가 쌓였다. 너무 많이 먹은 아미에게 하루카는 "소화약이야."하고 매실차를 건넸다. 아미는 홀짝홀짝 차를 마셨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속이 편해졌다.

 


"그럼, 이제 하루룽을 본격적으로 도와줄 시간이 왔군요~!"

 


 그 말을 하자마자 하루카는 옆에 잠깐 치워 둔 쿠키가 가득 쌓인 쟁반을 식탁 위에 놓았다. 언제봐도 저 산은 참 무지막지했다.

 

 하루카는 아미에게 시범을 보였다. 비닐에 숨을 넣어 안에 공간을 만든 다음, 쿠키를 몇 개씩 집어 안에 넣었다. 다 넣었는가 싶더니. 마지막에 만든 쿠키를 맨 위에 넣고, 노란색 포장끈으로 입구를 막았다. 옆에 있던 것도 똑같이 포장했다. 사실 식사를 하기 전에, 아미가 종류별로 모아놓은 쿠키를 실수로 섞어놓았기 때문에 아미의 생각보다 더 오래 걸렸다.

 


"자, 여기, 아미 꺼 먼저 줄게."

 


 먼저 포장한 것은 아미의 쿠키였나 보다.

 


"땡큐, 하루룽."

 


 아미는 두 손으로 받았다.

 


"이거처럼 종류별로 두 개씩 넣어서, 한 사람에 비닐 두 개씩 쓰면 끝이야."
"근데 쿠키가 다섯 개나 있잖아…."
"벼, 별로 안 크니까 쉽게 할 수 있을 거야…. 아마도?"

 


 하루카는 어색하게 웃으며 아미에게 비닐을 건넸다. 아미도 하루카처럼 안을 불었다. 생각외로 잘 되진 않았다. 그래도 몇 번 하고 나니 숙련도가 붙어, 하루카에게 해달라고 하는 일이 더는 없었다.

 


"근데 역시 하루룽이YA. 까다로운 아미님의 입맛도 사로잡는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네!"
"아하하, 그렇게 칭찬해도 아무것도 안 나온다구? 그리고 요즘은 분하게도 치하야쨩이 나보다 잘해."
"엑? 그 칼질도 못 하던 치하야 언니가? 에이~, 말도 안 돼."
"정말인걸? 이 하루카씨가 인정하는 실력자야."

 


 여전히 아미는 못 믿겠다는 눈치였다. 나중에 그녀에게 졸라서 얻어먹어 보겠다고 다짐했다.

 


"나중에 하루룽의 남편 될 사람은 부럽네~. 매번 발렌타인 같은 날마다 이런 거 해줄 테고. 아니지, 음식은 날마다 구나."

 


 아미가 던진 평소와 같은 농담. 그러나 하루카의 반응은 좀 달랐다. 조용히 쿠키를 넣고 있었지만, 얼굴은 조금 붉어졌다. 하루카는 프로듀서에게 비슷한 말을 들었던 걸까. 그런 표정은 얼마간 계속 유지됐다.

 


"흐음, 포장끈 좀 더 가지고 올게. 살짝 부족하네."

 


 하루카는 의자에서 일어나, 성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미는 그저 계속 쿠키를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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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룽~! 언-제-와~."

 


 거의 10분 가까이 지났지만 하루카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미는 얌전하게 앉아 쿠키를 포장하면서 하루카를 불렀다. "설마… 하기 싫어서 나한테 도와달라고…"란 말을 중얼거리다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해 그만뒀다.

 

 몇 개 더 하다가, 혼자 하기에는 지루해, 하루카를 찾기 위해 아미도 거실에서 나왔다. 맨 먼저 보이는 화장실의 문을 두드려 보았다. 아무런 응답도 오지 않아, 문고리를 돌려 확인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욕실에도, TV가 있는 안방에도 역시나 없었다. 신발장의 신발은 들어올 때 그대로. 그렇다면 나가지는 않았다.

 

 아미는 계단을 빠르게 올라갔다. 그러자 보이는 조금 문이 열린 하루카의 방. 이상했다. 이렇게나 시끄럽게 올라왔는데, 안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다.

 

 살짝 방을 들여다보았다. 하루카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아미는 예전의 안 좋은 기억이 되살아났다. 미리 살피지 못해 발생한 일. 모든 걸 짊어지려고 했던 일이 떠올라 겁이 났다.

 

 하루카를 몇 번이나 불러도 대답이 없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손에는 휴대전화를 쥐고 성급히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아미의 불길한 생각과는 달리 하루카는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손에는 포장끈을 몇 개 쥐고 있었다. 아미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정말…. 하루룽도 참, 사람 걱정하게나 하고…… 근데 바닥에서 자면 감기 걸릴 텐데."

 


 아미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키는 더 크지만, 거의 비슷한 체격이라 안아 올리는 것은 불가능. 그 전에 지금의 감정으로는 안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책이 떠오르지 않아, 아미는 그냥 침대의 이불을 끌어당겨 하루카에게 덮어주었다. 손에 쥐고 있던 끈은 조심스레 빼내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다만, 베개는 어찌할 수 없어, 그저 머리맡에 두었다.

 

 하루카는 곤히 자고 있다. 아미는 그런 하루카를 의자에 앉아 뒤에서 쳐다보았다. 지금이라면 분명 할 수 있으리라. 침을 꿀꺽 삼켰다. 줄곧 하고 싶었던 그 일. 아미는 마음을 다잡았다.

 


"하나, 둘, 셋…. 응?"

 


 방에 들어오면서 눈에 띄었던 액자를 뒤집었다. 놀이공원의 배경. 하루카, 프로듀서, 그 둘뿐인 사진. 둘은 어색하게 서서 손을 브이자로 하고 있다. 아미에게 바로 보인 것은 하루카의 오른손. 하루카는 수줍게 프로듀서의 팔을 잡고 있었다. 저런 사진이라면 자신도 부끄러워서 제대로 세우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부러웠다. 두 사람 모두가.

 


[미키미키, 하루룽이 자고 있는데 무슨 장난을 치면 좋을까?]

 

 아미는 하루카를 계속 지켜보는 것이 지루한지, 미키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동음이 울렸다.

 

[미키적으론 쪽 해버리는 게 좋다고 봐!]
[쪽? 그게 뭐야?]
[몰래 하루카의 입술에 츄- 해버리라구! 아직 아미는 애네~.]

 


"뭐?!… 아, 아차."

 


 오늘로 벌써 세 번이나 함구하는 아미. 입에서 손을 떼자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다. 미키의 문자 때문에 자꾸 시선이 하루카에게로 향했다. 아미는 책장 위의 인형을 끌어안아 관심을 끊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까 같은 느낌은 전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신경이 쓰였다. 아미는 인형을 원래 자리에 놔뒀다. 다시 하루카를 힐끔 쳐다보곤 의자에서 일어났다.

 

 아미는 열린 창문을 바라보았다. 찬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덕분에 조금은 진정된 감정. 아미는 창문을 닫고 켜튼을 쳤다. 누군가 볼 사람은 없겠지만, 혹시, 혹시라는 생각으로.

 


"모르니까, 모를 테니까……."

 


 커튼을 쳐두어 어스름한 방의 기운. 가쁜 숨소리와 평온한 숨소리, 그리고 째깍째깍 알람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교차했다.

 

 상기된 볼에 손을 대자 뜨거움을 느껴졌다. 아미는 허리를 숙여 하루카를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지금만큼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마치 예전의 사이로 돌아간 기분. 예전의 장난을 치는 느낌.

 

 눈을 감고 심호흡 한 번. 그 후 담담하게 얼굴을 마주했다. 짧은 순간의 접촉. 그것으로 아미는 만족했다.

 


"하루룽은 잠꾸러기야."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잊지 않을 단맛을 남기고 아미는 원래의 장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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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쓰는 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글! 글이 안 써져!
그래도 다음편은 미리 써둬서 빠르게 나올겁니다. 아마...?

 

하여튼 하루아미는 진리이자 사랑입니다.
하루아미 써주세요! 하루아미 그려주세요! 하루카만이라도 제발 그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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