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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사 「쿠로이 사장님, 드디어 제 운명의 사람을 찾았어요」 쿠로이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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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6, 2015 00:58에 작성됨.

* 아즈사씨가 961 프로 소속(이지만 곧 나갈 예정)이라는 설정입니다

 

오늘은 기쁜 날입니다. 지금까지 계속 찾아다니던 제 '운명의 사람' 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약간은 슬프고 아쉽습니다. 그 동안 해왔던 아이돌 활동을 그만두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데뷔할 때부터 사무소 쪽에서 쭉 밀어왔던 컨셉이 화끈하고 남자를 휘어잡고 기가 쎈, 그러니까 일명 '육식계 여자' 라고 하지만 일단 아이돌은 연애 금지라는 게 이 업계의 암묵적인 룰. 그리고 처음 아이돌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부터 운명의 사람을 찾으면 아이돌을 그만두겠다고 다짐하기까지 했으니까, 어쩔 수 없네요. 후훗, 분명 처음에는 수단이라 생각했었던 건데, 지금 그만 두려니 미련이 조금 남는 군요. 그렇지만 분명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러니 이제는 이 결정을 사장님께 말씀드리러 가야겠죠. 엘레베이터를 타고, 복도를 지나 사장실로 향합니다. 향합니다. 향합.....어머?

 

제가 알기로는 여기에 사장실이 있던 걸로 아는데요. 그러나 눈 앞에는 고급 목재로 만든 화려한 장식의 문 두 짝 대신 흰색의 깔끔한 벽이 보일 뿐입니다. 분명 전에도 봤던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걸까요? 으음, 이대로 있기는 그러니까 어디라도 걸어가봅시다.

 

저벅 저벅

 

그 동안 지나가면서 봐왔던 하얀 색의 복도와, 사무소의 직원들이 보이는 군요. 가벼운 목례, 혹은 눈 인사를 하면서, 그리고 사장실이 어디 있는 지 물어보면서 이동합니다. 설마 건물 안에서도 헤멜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는지, 다들 곤란한 웃음을 짓네요. 그렇지만 이건 뭐라고 해야하나, 제 천성 같은 거라서 어떻게 고칠 수도 없는 것이고.....하여튼 그렇게 물어 물어 겨우 도착한 원래의 목적지. 저와 사장님 사이를 가로 막는 문.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만큼 조심스럽게 노크를 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아이돌이니까요.

 

961 프로덕션 소속의 육식계 아이돌 '아즈상' 에게 있어서 똑똑 하면서 노크하는 건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언제나처럼 호쾌하게 문을 활짝 열어줍시다.

 

벌컥-!

 

"쥬시 포리 예~ 아즈상입니다★"

 

"미우라 아즈사인가. 적어도 이 곳에서만큼은 소란을 피우지 말아줬으면 한다만."

 

보라색 고급 정장을 차려입은 엄숙한 인상의 중년 남성, 쿠로이 사장님이 딱 봐도 값이 나갈 것 같은 검은 가죽 의자에 앉아 저를 나무랐습니다. 후훗, 저는 그런다고 해서 화내거나 사과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마치 못 들었다는 듯이 딴청을 피우며 성큼성큼 사장님 앞으로 걸어가서, 반질거리는 사무용 책상에 탁, 손바닥을 얹고 가늘게 눈을 뜨며 도발적인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문이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닫히는 군요.

 

후후훗, 여기에는 사장님과 저 단 둘밖에 없는 셈이군요. 마치 성인 소설이나 영화처럼 위험한 향기가 살짝 풍기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장님은 그저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볼 뿐. 뭐, 이건 어디까지나 (살짝 위험한) 장난이자 '연기'니까요. 이래뵈도 몸매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건만, 이 사람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 것같아서 좀 아쉽긴 합니다만, 이걸로 그만두어야겠습니다. 살짝 뒤로 물러나 가볍게 목례를 하며, 다시 사장님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무슨 일로 왔는가?"

 

"그거야 사장님 얼굴이 보고 싶어서라는 걸로 정해져 있는 거겠죠?"

 

그 전부터 이미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말을 꺼내기가 좀 어렵네요. 그래서 그런지 적당히 아무런 말이나 나와버렸습니다. 이런 제 마음을 꿰뚫어보기라도 한 듯, 사장님은 귀찮은 듯 고개를 팩 돌리며 말씀을 꺼냅니다.

 

"흥, 쓸데없는 말 말고 빨리 본론을 말해."

 

귀찮아 귀찮아하시면서도 이렇게까지 자리를 깔아주시는데, 말을 안 할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좀 떨리는 마음에, 작게 심호흡을 한 번. 잘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열어서 마음 속에 품어왔던 말을 내뱉습니다. 연기는 그만두고, 제 진심을 담아서.

 

"저, 아이돌 그만두도록 하겠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후련함과 아쉬움, 성취감과 허탈함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왔습니다. 쿠로이 사장님은 순간 눈을 크게 떴지만, 곧 언제나의 딱딱한 표정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운명의 사람을 찾기라도 한건가."

 

"네."

 

저와 사장님 사이의 약속, 그것은 제가 운명의 사람을 찾으면 무조건 아이돌을 그만두어도 좋다는 것. 그리고 아이돌을 그만두기 전까지는 961 사무소의 아이돌로서 전심전력 활동해야한다는 것.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 흘러 드디어 이루어지게 되었군요. 사장님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씀했습니다.

 

"훗, 그런가. 그런 것치고는 그리 밝은 얼굴은 아닌 것 같다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금까지 아이돌이었으니까요. 갑자기 그만두기에는 살짝 아쉬움이 남는 달까요. 그래도 어쩔 수 없지만."

 

저도 씁쓸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제 대답을 들은 사장님은 말 없이 저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골똘이 생각하다가,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약속은 약속이니 말리지 않겠다만, 그 운명의 사람이 과연 누구인지는 궁금해졌군. 괜찮다면 대답해주지 않겠나."

 

"만약 쿠로이 사장님이라고 말씀드린다면 어떻게 하실래요?"

 

어머, 순간 장난기가 돌아서 짖궂은 대답을 하고 말았네요. 그렇다해도 사장님은 당황하지 않고 불쾌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릴 뿐입니다. 한 번쯤은 크게 놀란 사장님의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마지막까지 이러시니 안되겠네요. 놀리는 건 포기하고 빨리 진짜를 대답해드려야겠습니다.

 

"후훗, 농담이에요 농담. 제 운명의 사람은 바로....."

 

나름 중대 발표니까, 일부러 뜸을 들여가며 말을 잠깐 끊은 뒤 다시 말했습니다.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씨입니다."

 

"......뭐, 뭣이....."

 

그 말을 들은 사장님은 의문을 표하는 말을 더듬거리며 남긴 체,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살짝 벌린 상태로 딱 굳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아까부터 계속 보고자 했던, 방금 전까지는 본 적 없는 모습. 어머나, 그게 그렇게나 놀랄 일이라는 것일까요. 그 쪽 프로듀서씨, 담당 아이돌에게 잘해주고 언제나 열심히 일하시는데다가 성격도 착하고, 또 그렇다고 마냥 착하기만 하지 않고 따질 것은 따지는 의외의 면도 있으신 것 같은데다, 좀 속물적인 생각같지만 그 외모도, 나름 훈훈하게 생기셨는데 말이죠. 잘은 모르겠지만 수입도 약소 사무소치고는 고정적인 것 같고. 뭐어, 제가 벌어둔 돈도 있으니 혼수나 집 장만, 그리고 한동안 생활하는 것은 수월하겠지요.

 

"미우라여, 진심인가?"

 

아까의 충격에서 회복한 사장님이 재차 질문을 던졌습니다. 흐응, 딱히 문제되는 부분은 없다고 보는.....아 맞다. 일단은 적, 이었죠 참.

 

"네, 그렇답니다."

 

뭐어, 확실히 사장님에게 있어서는 충격받을 일이겠지요. 자기 사무소 소속 아이돌이 그토록 적대하는 사무소의 프로듀서와 결혼하겠다고 아이돌을 그만두는 것이니까요. 저는 뭐 사장님이 싫다는 건 아니었지만 그 쪽 프로듀서씨가 제 '운명의 사람' 인 이상,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네요. 그리고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설마 쿠로이 사장님이나 되시는 분께서 그 때의 약속을 저버리시겠다는 건.....아니겠죠?"

 

혹시하는 마음에 사장님께 슬쩍 이런 멘트를 던져봤습니다. 실제로 의심하는 것까지는 아니고, 반 장난이지만요. 그러자 사장님은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하시면서도, 어떻게든 대답을 하셨습니다.

 

"큭.....이 쿠로이 타카오가 그런 인간일리가 없다는 걸,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네에 그렇죠, 쿠로이 사장님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비겁한 수도 쓸 수 있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약속이나 계약에 대해서는 확실한 신뢰를 주시는 분이기도 하니까요. 

 

"자네의 뜻대로, 운명의 사람을 찾은 이상 아이돌을 그만두어도 좋네. 은퇴식도 성대하게 열어주도록 하지."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제가 원하는 말을 해주는 사장님이지만, 그 뒤로는 '그러나' 라는 말을 덧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당장 은퇴는 곤란하네.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하긴 그렇네요. 아직 방송 계약은 끝나지 않았고, 예약되어있는 음반 녹음도 있지요. 그러고보니 음악 방송의 스페셜 게스트로 나오기로도 했었죠. 흐음, 이럴 때는 언제나 그랬듯이 차분하게 일을 처리해야겠네요. '급할 수록 돌아가라' 라는 말이 있듯이요.

 

"네. 그렇지만 지금 맡은 일들이 모두 끝나면......"

 

"그 정도는 말 안해도 안다네. 은퇴식에는 돔이라도 빌려보도록 하지."

 

어머 어머 제가 그렇게까지 인기가 있었다는 걸까요? 아니면 사장님의 이상한 호의? 둘 중 어느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주신다니 즐겁게 받아들이도록 할까요.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제 은퇴식이자 '운명의 사람' 발표회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서, 저는 슬슬 문 쪽으로 뒷걸음질했습니다.

 

"잠깐,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네."

 

그러나 저를 제지하는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습니다. 왜 그러시는 걸까요? 이야기는 다 끝난 걸로 아는데.

 

"미우라여, 은퇴하고나서는 어떻게 할텐가?"

 

"네? 그걸 굳이 사장님께 말씀드릴 의무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지 않네. 자네는 은퇴식 전까지는 아직 961의 아이돌인 셈이니까, 이 몸의 지시를 따라야겠지."

 

어머, 그렇게 되는 건가요. 그렇게까지 숨길 생각은 없으니까 그냥 이야기해도 괜찮겠지요.

 

"운명의 사람과 결혼식을 올릴 예정입니다. 청첩장도 곧 보낼테니까 기대하고 계시는 게 좋겠네요."

 

"호오.....언제부터 그 쪽의 애송이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는지 모르겠군. 이거 하마터면 대형 스캔들로 번질 뻔하지 않았는가."

 

사장님이 입가를 비틀며 저를 비꼬았습니다. 적어도 '이것' 만큼은 양보하고 싶은 마음이나 져도 괜찮다는 마음은 없으니까, 저도 살짝 날을 세워봅니다.

 

"설마요, 진작에 그런 사이였으면 벌써 사장님께서 알고계셨을 거에요~"

 

"다른 사무소의, 그것도 이 쪽과 적대하는 곳의 인간을 그저 운명의 상대라는 믿음 하나로 공략해나가겠다는 건가?"

 

네, 그럴 거랍니다. 프로듀서씨는 운명의 상대이니까,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최선을 다해서 관계를 쌓고, 연인이 되고, 결혼에 골인해 백년해로할 생각입니다. 물론 프로듀서씨의 의사를 존중하고, 범죄 같은 건 저지르면 안되겠지만요. 으음, 일단 자신은 있긴 하지만 혹시라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상처를 입더라도 그건 제 몫이지, 사장님의 몫은 아니지요.

 

"후훗, 사장님께서 걱정하실 건 아니라고 봐요."

 

"크흐흐.....크하하핫! 자네도 참 대책없군!"

 

제 대답을 듣고나서는 너털 웃음을 터트리는 쿠로이 사장님. 한동안 큭큭거리던 사장님은 아직 웃음기가 가시지않은 얼굴로 저를 바라보고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정말이지 그 때와 변함이 없구만. 처음 아이돌이 되겠다시고 빌어먹을 765 사무소를 찾아 헤메던 그 때와 말이지."

 

사장님은 그러고는 살짝 고개를 돌려 눈을 가늘게 뜨며 창가를 바라보았습니다. 지난 과거를 천천히 되새겨보고 계신 것이겠죠. 그 때 사무소를 찾지 못하고 계속 그 근처를 돌고 있던 저를 이 곳으로 스카우트 한 분이 우연히 그 곳을 지나가고 있던 쿠로이 사장님이었죠. 으흠, 만약 제가 스카우트 제의를 받지 않았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잠깐 쓸데없는 생각을 해버렸네요. 접어둡시다.

 

"뭐, 자네는 그만큼 추진력이 있다는 점이 대단하다만."

 

다시 저를 바라보며, 칭찬을 해주시네요. 보답인사를 해주지 않으면.

 

"후훗, 칭찬 감사드린답니다."

 

"이 몸이 자네를 스카웃한 것은 외모나 그 안에 잠재되어있는 끼 탓도 있었지만, 그 추진력을 높이 삼았기 때문이었다네."

 

"그러니 그 때처럼 다시 제안을 해볼까하는데, 어떤가?"

 

어머어머, 제안이라고요? 과연 어떤 것일지 궁금해지는군요. 저는 아무 말 없이 사장님이 계속 말씀하시기를 기다렸습니다.

 

"어차피 그 쪽의 프로듀서를 공략하는 것이라면, 굳이 아이돌을 은퇴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어디까지나 표면 상으로는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관계로 지낼 수도 있고 말이지. 거기다 자네는 처음 아이돌로 데뷔할 때부터 운명의 사람 찾기를 공표했으니, 솔직히 굳이 연애 금지라는 룰을 들먹일 필요는 없지. 또 운명의 사람을 찾으면 은퇴한다고 말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흐으음.....과연, 아이돌인 상태에서 프로듀서를 공략하라는 것인가요. 그렇게 된다면 쿠로이 사장님으로서는 765 사무소의 인력을 빼앗아 오는 것이 되니까, 이득이 되겠지요. 그 쪽 사무소는 프로듀스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프로듀서씨밖에 없는 모양이니까, 빠지게 된다면 765 사무소 붕괴는 그저 시간 문제. 그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큰 타격이겠네요.

 

"자네에게도 아직 아이돌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는 것 같으니, 더 좋은 게 아니겠는가? 물론 지원도 확실하게 해주지. 필요하다면 방해 공작도 가능하다네."

 

"후후후, 사장님께도 이득이 되고, 저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건가요."

 

"그런 셈일세. 뭐, 이건 어디까지나 제안이니까 승낙하던지 거절하던지 자네 마음에 달린 걸세."

 

사장님도 참, 꽤 재미있는 걸 생각해주시네요. 뒤로 물러났던 발을 다시 한 걸음, 두 걸음 앞으로 옮기면서, 저는 가늘게 눈웃음을 쳤습니다. 그리고는.....

 

"아쉽게 되었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사.장.님♥"

 

"그런가."

 

대답을 들은 사장님은 씁쓸한,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만족스러운 듯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잘 되었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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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사씨가 961 프로에 소속되어 있다면 이런 느낌일거라 생각해봤습니다. 묘하게 쿠로이 사장이 대인배로 써진 것 같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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