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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의 거짓말-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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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7, 2015 01:07에 작성됨.

[이전의 글 '지는 내기'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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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띵동]

"언제 오는 거야…, 하루룽은…."


아미는 몸을 숙여 문의 틈 사이로 찡그린 눈을 갖다 대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아무런 소리도,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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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아암"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나기도 전에 일어난 아미는 다시 쓰러져가는 몸을 억지로 깨웠다. 눈을 비비다가 온몸에 생기가 돌도록 기지개를 쭉 켰다. 조용히 침대에서 나와 이불을 가지런히 정리한 뒤 방구석에 있던 사람만 한 쿠션을 가져와 안에 집어넣었다. 오늘은 많이 피곤해서 방에서 나가지 않는다고 미리 말을 해뒀다. 마미도 아직 다 낫지 않았다. 들키더라도 오랫동안 같이 있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어젯밤, 문을 조금 열어둔 것도 그 중 하나.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방을 안전하게 나설 수 있었다.

 어두컴컴한 복도를 걸어가다, 바닥 장판의 삐걱거리는 소리에 놀라 급히 숨을 참고 벽에 바짝 붙었다. 누군지는 구별이 불가능했지만 어디론가 들어간 듯하다. 아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불을 켜지 않고, 살금살금 욕실 안으로 들어가서 이번엔 확실히 문을 닫았다. 몇 분 후 화장실에서 물이 내려가자 그제야 불을 켰다. 바닥이 차가워 종종걸음으로 샤워기를 잡았다. 이번엔 치이익, 하고 물이 나오는 소리에 갑자기 불안감이 생겨나 평소보다 간단하게 샤워를 끝마쳤다.

 부슬거리는 수건을 머리에 얹고 조심스레 방으로 들어오다 미처 바닥을 확인하지 못해 새끼발가락을 침대 다리에 찧어버렸다. 아미는 비명이 나오는 입을 간신히 틀어막았다. 하지만 움직임은 통제불가. 결국 수산스러운 인기척에 마미를 깨워버리고 말았다. 재빨리 씻은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머리에 얹힌 수건을 바닥에 던져두고 문 앞에 서 있었다. 상체만 세우고 주변을 둘러보던 마미는 아미를 발견하고 어디 가냐고 물었다. 아미는 잠시 화장실 갔다 온다며 둘러댔고, 다시 잠든 것을 확인한 후에야 겨우 계획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미는 생각보다 늦었다고 느껴서는 미리 챙겨둔 옷을 대충 걸치고, 머리를 다 말리지 않은 채 성급하게 단정을 마무리. 그 후 휴대전화의 전원을 눌러보았다. 확인한 것은 미키에게서 온 문자 한 통과 현재시간. 아미는 식은땀을 흘렸다. 약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젠 들켜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지, 미리 챙겨둔 파자마와 게임기 등이 들어있는 가방을 들고 방을 빠르게 나섰다. 문 앞까지 도달했을 무렵, 문득 깜빡한 것이 생각나 다시 들어가서 가지고 나왔다.


"기다리면 어쩌지…."


 이제야 동이 트기 시작하는 시간. 매서운 바람이 아미에게 몰아쳤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쓸 겨를이 없었기 때문에 아미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첫차가 들어오기 전에 간신히 역에 도착. 그러나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손질하는데 신경이 쓰인 나머지 열차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다음 열차를 타고 난 후에도 깜빡 졸아 갈아타야 할 역을 지나가기도 했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던 실수들이 연속해서 이어졌다. 어찌어찌 하루카가 사는 마을에 도착한 아미는 또다시 가야 할 길의 반대편으로 가 한 바퀴 돌아가는 일을 겪고서야 겨우겨우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날 하루카가 문자로 보내준 주소를 여러 번 대조해보며 재확인을 하고 난 후에야 벨을 한 번 눌렀다. 이어서 두, 세 번 더 눌러보았다. 여전히 수화기에선 아무도 응답해오지 않았다. 아직 8시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들 잠을 자고 있을 거야" 아미는 생각했다. 종종 하루카에게 전화를 걸어봤는데,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메시지가 반복해서 들려올 뿐이었다. 그렇게 벨을 열 번쯤 눌렀을 즈음엔 문 앞에 주저앉아 그저 게임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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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밤, 아미는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그동안 기대하고 고대해온 날이 바로 내일. 지난 반 년간 하루카와 제대로 된 데이트, 아니 약속을 잡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떨렸다. 이불을 목 아래까지 내려도 얼굴은 여전히 뜨거웠다. 조금 전까지 하루카와 아무렇지 않게 문자를 하던 사람은 어디 가고, 이젠 부끄러움투성이인 쌍둥이 동생이 있다. 머릿속을 가득 메운 그녀를 괴롭히는 쓸데없는 잡념들. 아미는 내일을 위해 억지로라도 자자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불을 내팽개쳤다.


"맞다! 뭐 입고 가지?!"


 생각해두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생각해 둘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근데 이번은 달랐다. 왠지 모를 감정이 이 소녀를 감싸고 있었기에,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옆에선 독감이 거의 다 나은 마미가 잠을 자고 있어, 흥분한 마음을 간신히 진정시킨 뒤 살포시 옷장 문을 열었다. 약간 찡그린 눈으로 위아래를 훑어보았지만, 마음에 확 하고 들어오는 게 없었다. 언제나 입던 옷들, 많이 보여준 옷들, 그리고 여전히 예전의 마음을 가진 옷들이 가득했다. 집에 오기 전에 입을 옷을 사둘걸, 이라고 중얼거리면서 문을 닫다 문뜩 보이는 구석의 쇼핑백. 처음 보는 듯, 아미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꺼내보았다.

 안에 들어있는 건 마치 유키호가 입으면 잘 어울릴듯한 하늘하늘한 흰 원피스. 그제야 떠올랐다. 지난달 사무소로 걸어오다 눈길을 사로잡아 그대로 사버리곤, 도통 입을 용기가 나지 않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겨뒀던 것이었다.

 벽에 걸린 전신거울에 자신을 바탕삼아 옷을 걸쳤다. 예전보다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 흥이 오른 아미는 금세 갈아입었다.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져 누군가 보고 있지는 않은 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문은 여전히 닫혀 있고, 마미도 여전히 자고 있다. 아미는 편안하게 거울 앞에 다시 섰다. 평소에도, 방송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 즉흥적으로 화보를 찍는 것처럼 자세를 취해보기도 하고, 서랍에서 머리띠를 여러 개 꺼내 바꿔 달아보기도 했다. 그러다 떠오른

[나란히 걸으면 어떨까?]
[이걸 입고 가면 무슨 말을 해줄까?]

등등 들뜨게 해주는 상상들. 하지만 머릿속에서 울리는 그녀의 대답에 갑자기 우울해져 한숨을 쉬었다.


"역시…. 안 되겠지?"


 아미는 원피스를 벗고는 원래 있던 구석탱이에 쇼핑백을 던져두었다. 그 후 옷장이 텅텅 비어버릴 정도로 고민했지만, 머리띠 하나를 제외하곤 평소의 옷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을 입고가기로 결정했다.

 기운이 빠진 아미는 이불 속으로 몸을 눕혔다. 아직도 긴장감에 잠은 쉽사리 오지 않았다. 몸을 뒤척이다 손에 걸린 휴대전화의 전원을 꾹 눌러보았다. 읽지 않은 문자 2통이 있다는 알람 창이 떴다. 하나는 하루카에게서, 또 하나는 미키에게서. 하루카의 문자엔 '그럼 내일 봐'라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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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온다고 했는데…. 너무 잠꾸러기야…. 아흐흠."


 아미는 끊기지 않는 하품과 함께 하루카가 오면 장난을 마구 쳐주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러다가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지난달처럼 쓰러진 것은 아닐까, 전전긍긍하며 걱정하기 시작. 그렇지만 어제 특별한 이상은 발견하지 못했기에, "불길한 걱정은 하지 말자." 라며 마음을 안심시켰다. 조금 뒤 몸이 조금 으슬으슬했는지 햇빛이 비추는 자리로 옮겨 앉았다. 그리고 지친 듯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꾸벅꾸벅 졸다가 어디선가 나는 소리에 깜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발견한 것은 발에 챈 게임기. 힘없이 주워 가방에 넣어두고 오늘로 수번째인 한숨을 푹 쉬었다. 아미는 문에 기대 구름이 지나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미워. 미워…."
"아미~!"


 잠을 확 깨우는 반가운 목소리에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급히 돌렸다. 멀리 보이는 것은 땀이 송골송골 맺힌 하루카의 얼굴. 그리고 조금 까진 무릎.


"하루룽!"


 하루카가 점차 다가올수록 아미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분명 오기 전엔 화를 낼 거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러나 바로 속마음을 숨겨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상처가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기에 더더욱.


"미…, 후아."
"천천히, 천천히 말해도 괜찮아."


 숨이 차 제대로 말을 못하는 하루카는 무릎에 손을 얹고 숨을 빠르게 내쉬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달려왔는지, 가을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카의 몸은 여름을 맞이한 듯 열기가 느껴졌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편해진 얼굴로 아미를 맞이했다.


"미, 미안! 얼마나…, 기다렸어?"
"얼마 안됐어. 5분 정도?"
"다, 다행이다아-. 일찍 온다길래 늦어버린 줄 알았어."
"그보다 왜 집에 아무도 없어? 어디 갔다 온 거야? 하루룽네 마마랑 파파도 없구."


 그렇지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감정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입을 쭉 내밀고 투덜거리는 아미를 하루카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달랬다.


"그게-, 어젯밤에 너무 늦어서 프로듀서 씨 집에서 묵었거든. 두 분은 일이 많아서 새벽에 일찍 출근하신다고 하셨어."
"오호라~? 성인남녀 단.둘.이서 무슨 일이 있었으려나~."


 수상한 하루카의 말을 놓칠 아미가 아니었다. 상대를 당황하게 하는 특유의 음흉한 목소리로 슬금슬금 다가갔다. 이에 하루카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무, 무, 무슨 말을 하는 거람. 아하하."


 하루카도 특유의 모른 척하는 표정으로 시선을 회피했다.


"응흣후-, 이 아미 앞에서 그런 수작은 소용없당께."
"저, 정말로 별일 없었어! 그냥 저녁 차려드린 게 다라니깐-! 방도 달랐고…. 하, 하여튼 아무 일도 없었어!"


 볼이 조금 붉어진 하루카는 팔과 고개를 저으며 맹렬히 부정했다. 그러한 사실에 아미의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난 안도감. 조금은 떨리던 감정도 진정됐다.


"어머, 이제야 왔구나. 좀 전부터 어떤 아이가 하루카쨩을 기다리더라."


 급작스러운 옆집 아주머니의 등장. 방금 했던 거짓말이 금세 들켜버려 아미는 몸을 움츠렸다. 마음은 다시 원래대로. 내색하지 않으려 한 것도 조금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근데 좀 전이요?"
"한 30분 전에 나갔다가 봤었어. 뒤에 있는 아이는… 저 얘가 맞네!"
"30분…."


 아주머니는 들고 있던 쇼핑백에서 사과 하나를 꺼내 하루카에게 건네며 물었다.


"하루카쨩은 오늘도 쉬는 거니?"
"네. 다음 주 월요일까진 휴가라서요."
"좋겠네-. 그럼 푹 쉬렴~."
"들어가세요~."


 하루카는 이웃집 아주머니께 공손히 인사를 했다. 그리곤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그 정적은 아미를 온갖 생각에 빠지게 했다. 잠시 후 하루카가 돌아보면서 부르자, 아미의 꼼지락거리던 손은 얼어붙었다.


"……응?"
"왜 거짓말했어?"


 말을 돌리려는 생각도 하고, 여러 가지 좋은 변명도 떠올렸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하루카의 진지한 표정을 보니 그런 마음은 쏙 들어가버렸다.


"그야, 하루룽한테 괜한 신경 쓰게 할까 봐. 미안."
"왜 사과를 하는 거야. 잘못한 건 나인데…. 늦게 와서 정말 미안해 아미."
"괜찮아~. 게임기도 가져와서 안 심심했는걸?"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게임기의 화면을 보여주었다. 오기 전에 그동안 플레이 못 한 게임을 해봐서 기분이 좋다고도 했다.


"정말?"
"응. 정말."


 하루카는 못 미덥다는 눈치로 아미를 바라보았다.


"아미는 조금 더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해졌으면 좋겠어."
"솔직?"
"너무 남한테 맞춰주려고 하는 것 같아서…."


 아미는 손에 힘을 줬다. 뭤 때문에 이렇게 혼란스러워 하는지 전혀 모르는 하루카의 말에 아주 조금 원망스러운 감정을 품었다가도, 그 화살을 반대로 돌렸다. 잘못된 것은 본인이라며.


"아앗? 내가 한 말은 정말 쓸데없고 주제 높은 참견이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마? TV에서 보니까 나 같은 사람은 최악의 직장상사라던데, 아이돌이라 천만다행이랄까."


 하루카는 어색하게 웃으며 어깨에 매고 있던 가방을 뒤척였다. 달려서 마구 흔들린 탓인지 찾기 힘든 듯, 어깨에서 내려 양손으로 찾아본 후에야 겨우 집 열쇠를 꺼내 들었다.


"그러면…, 하루룽 말대로 오늘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래. 근데 그 전에 문 좀 빨리 열어줘-! 화장실이…."


 일그러진 얼굴을 한 아미는 문 손잡이를 급하게 잡아당겼다.


"엣? 잠깐만, 잠깐만…. 됐다! 쭉 들어가서 오른쪽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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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내 방이야."
"하루룽 다운 방이네."


 아미는 이전번에 '아이돌의 방은?'이란 방송 코너에서 살짝 보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특별하게 바뀐 것은 없었다. 문을 들어서면 왼쪽에 침대, 가운데엔 작은 책장, 오른쪽엔 책상, 바닥엔 분홍색 카페트가 깔린 자그마한 방. 다만 팬들에게서 받은 몇 가지의 인형과 책상에 올려진 아레나 라이브 때의 단체 사진이 끼워진 액자와 뒤를 보고 있는 액자 하나가 새롭게 자리 잡고 있었다.

 아미는 쭉 걸어가 책장 위에 올려진 토끼 인형을 집어 품으로 끌어안았다. 익숙한 향기가 나자 급히 원래 자리로 돌려놓았다. 가슴이 조금 놀랐다. 숨을 한 번 내쉬곤 돌아서서 하루카에게 쇼핑백 하나를 내밀었다.


"자, 이거. 집들이 선물이야!"
"집들이는 이사 왔을 때 하는 거 아닌가?"
"그럼 그냥 선물!"
"고, 고마워."


 하루카가 쇼핑백 밑부분에 손을 대자, 아미는 손을 놓았다. 가치를 발하는 사람에게로 가, 짐을 하나 덜어버린 기분. 다음부터는 한 번 더 고민하고 사자고 마음먹었다.


"일단 옷 좀 갈아입을게. 땀을 조금 흘렸더니 찜찜해서."


 하루카가 걸치고 있던 가디건을 의자에 걸쳐두자, 침대에 앉으려던 아미는 고개를 숙이고 성급히 문을 나섰다.


"응? 무슨 일 있어?"
"게, 게임기를 화장실에 두고 왔나 봐. 잠깐 갔다 올게!"


 아예 문을 바라본 채 대답하곤 성급히 나왔다. 갑자기 부끄러웠다. 당사자는 하루카인데도, 왜인지 모를 부끄러움이 차올라 그곳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예전이었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텐데, 분명.


"평소하고 다를 거 없는데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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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에서 게임기를 들고나온 아미.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지만, 아직도 방엔 들어가지 못하고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언제 들어가면 될지 전혀 감을 못 잡았다. 잘못 들어갔다가, 원치 않는 상황이 발생해버리면 어떤 대책이 좋을지 중얼거리면서.


"으윽, 몰라! 확 들어가버릴 거야!"


 문고리를 돌린 채 그대로 붙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고 빠른 속도로 문을 밀었다. 무언가 크게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문 반대편에서 들려온 것은 오늘로 두 번째인 하루카의 비명. 덕분에 당황한 아미는 문을 다시 닫아버렸다.


"아으으읏, 아파라앗…."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앓는 소리에 아미는 급하게 문을 열려다 순간 멈칫. 조심스레 손잡이를 돌려 천천히 문을 열었다. 머리를 조금 집어넣어 안을 둘러보니, 절을 하듯 이마를 감싸 쥐고 웅크리고 있는 하루카가 눈에 띄었다.


"괘, 괜찮아 하루룽?!"
"이, 이 정도쯤이야… 문제없어! 매일 넘어지는 걸로 단련돼 있으니까-."


 이상하게 이해가 되는 말. 문을 더 열어 방으로 들어온 아미는 제일 먼저 하루카의 이마를 확인해 보았다.


"엄청나게 빨개…."
"읏, 조금은 조심해줘? 깜짝 놀랐어."
"그럼 다음부턴 '똑똑' 하고 두드린 다음 '파삿!' 하고 열게!"
"…그게 그거 아니야?"
"무려 피할 시간을 주는 방법이라구!"


 아미에겐 이마의 상태에 집중하느라 신경을 못 썼던 하루카의 옷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전 선물했던, 새벽에 입었던 원피스이다.


"어라, 벌써 입었네?"
"응. 어때?"


 말을 마친 하루카는 제자리에서 원피스의 끝 부분을 잡고 한 바퀴 돌았다. 아미는 눈을 떼지 못했다. 멍하게 바라보던 통에 하루카가 몇 번 불러 정신을 차리게 할 정도로.


"앗, 역시 하루룽이라서 잘 어울려!"


 아미는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하루카의 모습을 보니 역시 어울리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근데 이거, 원래 아미 옷이야?


 하루카는 창문의 커튼을 걷으면서 말했다.


"그, 아, 아냐."
"옷에서 아미랑 같은 냄새가 나는데? 사이즈도 아미랑 똑같고~"
"으흥…."
"응?"
"하루룽은 평소에도 그렇게 냄새를 맡고 다닌 거야? 이거이거 변태네 변태야-"


 거센 불에 달궈진 철판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아미는 가까스레 부끄러움을 숨겼다. 오히려 이런 농담에 반응하는 이를 몰아세우는 것으로 감정의 진행방향을 바꿨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이렇게 멀쩡히 서 있을 수 없었다. 하루카가 생각보다 더 당황하자 아미는 "혹시…."라는 생각을 잠깐 하다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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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미의 풋풋한 감정을 정말 좋아합니다.
하루아미 써주세요! 안 써준다고? 그럼 직접 써보자!(...)

그보다 후속의 기간이 3달이라니 너무 느려...
이 다음도 한 1주는 걸릴겁니다(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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