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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천 엔 포장마차 입니다. -7-

댓글: 14 / 조회: 2398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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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05, 2013 23:27에 작성됨.








TV를 보다 간만에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연예계 전반의 소식을 전달해주는 쇼 프로그램이었는데 이번 취재대상은 다름아닌 시죠우 씨와 가나하 씨, 미키.

전에 한번 가게에 왔었던 아이돌 유닛인 프로젝트 페어리의 세 명이 지금 절찬리 흥행하고 있다는 것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뭐 그렇다고해도 아직 신규 아이돌들이니까 전체적으로 봤을땐 그리 대단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 기세가 사뭇 남다르다.

이젠 케이블을 넘어서 가끔 공중파에도 얼굴을 비추는것 같고, 잘됬네 정말.

그 아이들이 가게에 남기고간 사인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주문이 들어와 다시 요리에 집중한다.

오늘은 카레. 메인이 카레가루 라는거고 카레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메뉴다.

가장 보편적인 카레 라이스 부터 카레 우동, 카레 돈가스, 카레 만두, 화이트 카레 등등.

아마 개점한 이후 가장 많은 요리 가짓수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카레가 응용폭이 넓은 요리라는 뜻도 되겠지. 쉽기도 하고.

이번에 주문받은 카레 라이스를 접시에 담아 내고 다시 한산해진 탓에 스마트 기기로 눈을 돌린다.

요리에 맛이있으니 단골들도 많고 입소문도 퍼져 사람들은 많이 오지만 전에도 말했듯 애초에 포장마차 자체가 크지 않은탓에 한번 왕창 주문을 받아 처리한다고 해도 그 양이 많지 않다.

따라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면 당연히 할 일이 없어지기 마련이지.

그래도 꾸준히 장사가 잘 되는 덕분에 돈 걱정은 없이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고 왕창 돈이 벌린다는 뜻은 또 아니고 그냥저냥 손해는 안난다는 수준?

천 엔에 무한정으로 먹을 수 있다지만 사람의 먹는양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또 천 엔이라는 가격도 일반적인 식사값에 비하면 좀 비싼 편이니까.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날 벌어 다음날 팔 재료를 사고 조금 돈이 남아 나머지를 유지비에 쓴다고 하면 맞겠지.

어쨌든 적자는 아닌 흑자다. 티끌만큼이긴 해도.

돈 벌려고 시작한건 아니었으니까 굳이 몸을 더 힘들게 하면서 까지 벌이를 늘릴생각은 없고 현상유지지 결국은.

그러던 사이 이제 손님들도 나가고 들어오고를 반복해 자리도 몇번 회전이 됬다.

슬슬 저녁도 마무리 될 시간이라 생각하며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손님에게 인사하는데 그 손님이 호들갑스럽게 놀라는것에 의아해한다.

"우왓! 리, 리츠코?!"

"엑? 절 아시나요?"

"알고 말고요! 팬이었는걸요!"

뭔가 이해할 수 없는 대화가 시끌시끌 입구에서 왔다갔다 하다 수첩에 뭔가를 적어받은 손님이 상당히 만족스런 얼굴로 다시 나가는것으로 겨우 진정된다.

그제야 지친듯한, 하지만 어쩐지 기뻐하는것 같은 얼굴의 여성이 안으로 들어온다.

익숙한 얼굴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지.

"또 오셨네요."

"네, 안녕하세요 점주님."

아니나 다를까 들어온 사람은 아키즈키 씨 였다.

방금 소란을 보면 알 수 밖에 없잖아.

그런데 가게에 찾아온건 혼자가 아닌건지 그 뒤를 따라 몇 명의 사람들이 더 들어온다.

순서대로 상당히 성숙한 이미지의 여성, 그리고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한 소녀, 새침한 표정이 매력적인 갈색 머리의 소녀.

그 범상치 않은 비쥬얼에 혹시나 싶어 물어본다.

"뒤에 세 분은 소속사의 아이돌들 인가보네요?"

"어떻게 아셨어요?"

"그야 모두 외모가 뛰어나니까요."

솔직하게 말해보자 과연 여성에게 외모를 좋게 평가하는건 플러스 요소인지 전부 기쁜 눈치다.

딱히 뭔가 의도가 있던건 아니고 객관적으로 굉장한걸 저 외모들은.

최근들어 아이돌을 희망하는 아이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눈이 높아질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보다 식사하러 오신거죠? 오늘은 카레인데요."

"괜찮네요. 카레 좋아하고."

"어머나~ 냄새가 정말 좋아요."

"응훗훗~ 분명 리츠코가 마음껏 먹어도 좋다고 했겠다!"

"그래도 마음놓고 먹었다간 살찔거야."

"겍, 너무해 이오링."

첫인상과 다르지 않은 성격들인것 같다.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푸른빛을 띠는 검은 긴 머리의 여성은 그 말투에서 온후함이 느껴지고 머리카락을 왼쪽으로 묶은 소녀는 그 천진난만함

이 여기까지 전해진다. 그리고 토끼인형을 들고있는 저 소녀는…….

"어쩐지 미나세 할아버지를 닮은것 같은데."

"음? 저에게 할 말이라도?"

"아닙니다."

기분탓이겠지.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주문을 받는다.

한명씩 듣고 순서대로 요리를 시작하며 아카즈키 씨에게 말을 건다.

"그런데 아까 나가던 손님이 보고 팬이라고 하던데, 그거 무슨 소리에요?"

분명 그런 말을 했었다.

또한 내 추측이 맞다면 나가면서 수첩에 받은것은 아마도 사인. 설마하니 연락처를 따냈다기엔 아무래도 아카즈키 씨가 그리 가벼운 인상은 아니다.

그렇다는건 아카즈키 씨도 사무원 뿐만 아니라 아이돌의 일 그 자체에도 연관이 있다는건데.

정답인지 아카즈키 씨가 질렸다는 얼굴로 긍정한다.

"조만간 탐정사무소로 직종을 옮기실 예정이신가요."

"그렇게 대단한것도 아닌데요. 그정도 들었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겁니다."

그보다 아카츠키 씨도 아이돌 출신이었구나.

본인의 입으로 말하길 전직 아이돌이었다가 이제는 은퇴하고 프로듀스 일에 전념하는 중이란다.

조금 지난 날의 이야기 인 것 같은데 내가 니트생활을 하기 전엔 그다지 TV에 관심이 없었다는걸 감안해도 그리 유명세를 떨치진 못한 모양이다.

"사실이 그래요. 변명처럼 들릴지는 몰라도 단순히 개인이 뛰어나기만 해선 아이돌은 성공하기 힘드니까요. 그땐 지금보다 훨씬 더 환경이 열악했었고."

"그건 아쉽네요. 여건만 됬다면 아키즈키 씨도 아마 대단한 아이돌이 될 수 있었을텐데."

"괜찮아요. 지금의 전 제 자신의 성공보다 이 아이들이 훌륭한 아이돌이 되는게 더 큰 기쁨이니까요."

흔들림 없는 어조로 말하는 아키즈키 씨를 보며 난 무심코 중얼거린다.

"아키즈키 씨도 빛나고 있네요. 지금."

"옛?"

"아뇨, 그냥 혼잣말입니다."

괜히 머쓱해져 다시 요리에 집중하는 척을 하는데 옆에 앉아 잠자코 듣고있던 사이드 테일 머리의 소녀가 고개를 앞으로 쑥 내민다.

"있지 점주 오빠, 미키미키랑 같은 말을 하네?"

"미키미키?"

"응. 미키미키도 항상 그러거든. 반짝반짝~ 이라던가 말이야.

점주오빠는 그렇다 쳐도 미키미키 라니 대체…….

그 이상야릇한 호칭에 당황하면서도 내가 알고 있는 호시이 미키를 말한다는걸 알아챈다.

확인차 물어보자 갑자기 그 소녀의 눈빛이 번뜩 빛난다.

"아하앙~? 정말로 오빠는 미키는 이름으로 부르는구나."

"본인이 그러라고 했으니까."

그러자 소녀는 씨익 웃더니 앞으로 뺐던 고개를 다시 제자리로 돌린다.

"그럼 나도 아미로 좋아. 앞으로 아미~ 라고 불러줘."

"상당히 생기발랄하네요."

나쁘게 말하면 정신없다는걸 돌려말하며 하하 하고 웃자 아키즈키 씨가 콩 하고 소녀의 머리를 쥐어박는다.

"정말이지 조금 자중하라고."

"아뇨, 나쁜건 아니에요. 밝은건 좋은거고."

정신없다고 했지만 결코 나쁜의미는 아니다. 저 나이때의 여자아이가 발랄하다는건 귀엽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니까.

나도 너무 조용한 아이보단 저렇게 시끌시끌한 성격이 더 마음에 들고.

그 나이때엔 그 나이에 맞는 분위기가 필요한 법이다.

그런의미에서 저기 저 여성분은 좀 어떨까 싶다.

아미라 자신을 호칭한 소녀와 아키즈키 씨가 떠들어도 옆에서 후후 웃으며 지켜만 보는 청흑발의 여성.

그렇게 나이가 많은 외모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더없이 성숙하다고 느껴진다.

"어머~ 칭찬감사해요."

"그다지 칭찬은 아닙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 여성은 이해하지 못한듯 의아해한다.

"너무 어른스럽게 보일필요 없지않습니까? 아직 젊은데."

어차피 나중엔 바라던 바라지않던 나이는 먹기 마련이다.

성숙이라던가 하는 분위기는 그때가 되어 만들어가도 늦지 않다.

굳이 어린 나이때부터 억지로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갈 필요는 없잖아?

아이돌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면 그냥 주제넘은 참견에 불과하겠지만.

"아뇨, 고마워요 점주님. 저 그런 소릴 들은건 처음이에요. 그렇지만 괜찮아요. 저도 이 편이 좋아서 그러는 거니까요."

라며 빙긋 웃는 여성분.

천성이라는 건가. 그야말로 쓸데없이 넓었던 오지랖이였나보다.

"그렇지만 놀랐네요. 설마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잘 헤아리는 분이셨을줄은."

"에? 에에? 무슨이야기야? 응? 나도 좀 알려줘!"

대화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아미(그러고보면 성은 뭐지 이 아이)가 자신도 알려달라며 방방 뜨지만 그 여성과 난 그저 웃어보이는걸로 넘어간다.

"우우우~! 어쩐지 아즈사가 두 명이 된것같은 기분이야."

"그러고보니 아직 이름을 듣지 못했네요."

"어머, 저도 정신이. 미우라 아즈사라고 합니다."

"우우! 자꾸 아미를 무시하지 말라궁!"

아미가 자기는 뒤켠에 두고 미우라 씨와 서로 이야기 하는 나를 보곤 심통을 부린다.

"자, 화는 그만 푸시고 주문하신 카레요리 일체 나왔습니다."

이야기하면서도 손은 멈추지 않았으니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은 요리가 완성되었다.

한 명씩 주문에 맞는 요리를 앞에 내놓다가 문득 마지막 요리를 낼 때 그 요리의 주인을 보곤 잠깐 멈칫한다.

그러자 그 소녀는 살짝 눈을 찌푸리며 말한다.

"아까부터 저한테 용무가 있는것 같은데요."

"아니, 그냥 아는 사람과 좀 닮으신것 같아서요."

"오옷! 점주오빠 벌써 이오링한테 작업을 거는거야?!"

말도 안되는 소리.

작업을 건다는것도 어느정도 상대가 되는 사람한테 하는거지 눈앞의 이 소녀와 난 못해도 나이차가 가뿐히 열 살은 넘을거다.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용납되지 않는다구.

그나저나 이름은 이오링, 인가.

설마하니 그렇게 상큼한 이름이 본명일리가 없으니까 예명이던가 아니면 아까의 미키미키처럼 아미가 멋대로 이름을 바꿔 부르는거던가.

이런곳에 와서까지 예명을 부를것 같진 않고 아무래도 후자 같은데. 그렇다면 원래 이름은 이오? 이건 좀 아닌것 같고, 이오리?

"오오오! 점주 오빠 대단해! 정말 탐정같아!"

"글쎄 별거 아니라니까요."

"에에~ 왜 자꾸 존댓말을 하는거야. 편하게 부르라궁 편하게~"

그야 나이야 어쨌건 손님과 점주의 입장이니까.

그래도 미키처럼 본인이 허락한다면 나도 빡빡하게 굴 이유는 없다.

"그전에 식사부터 해. 모처럼 맛있게 만들었는데 다 식어버린다."

"아앗! 그렇지, 그럼 이 후타미 아미(성은 후타미였구나)가 점주 오빠의 요리솜씨를 평가해 주겠다궁!"

라고 아미가 말하는것에 맞춰 다같이 각자의 식기를 든다.

후후 불어 우동면을 입 안으로 넣는 아미를 시작으로 모두가 각자의 요리를 한 입씩 먹는다.

그리고 아미의 눈이 번쩍 뜨인다.

"맛!"

"어머? 있?"

"……."

"에에이! 이오링! 거기서 맥을 끊으면 어떡하냐궁!"

"내가 왜 그런 시덥잖은 짓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거야?! ……뭐, 맛있긴 하네요."

평범하게 반응할 수는 없었던건가.

아미의 다이나믹한 리액션에 어찌어찌 미우라 씨는 맞춰주었지만 맨 끝의 이오리라는 이름의 소녀는 한번 튕겼다가 끝에 나직하게 요리의 감상을 말한다.

아키즈키 씨도 만족스런 얼굴이다.

"역시 점주님의 요리는 최고네요. 사무소의 두 사람이 하루가 멀다하고 오고싶어 하는 마음이 이해 못할것도 아니에요."

"두 사람이라는건 아카바네 씨와 오토나시 씨를 말하는거죠? 아닌게 아니라 저번에 한번 더 왔었었죠. 그 때 아키즈키 씨는 일이 바쁘다고 했었나 그렇게 들었던것 같은데요."

"네. 저번에 한번 권유받았지만 잔업이 있어서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프로듀싱하는 아이들과 찾은거에요."

"아아, 이 세 분 말이군요."

한번 더 찬찬히 얼굴을 살펴보지만 역시나 셋 모두 대단한 비쥬얼들이다.

그런데 세명?

"혹시 이 세 분도 그 프로젝트 페어리처럼 유닛인건가요?"

"이젠 조금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점주 오빠."

"그 반응은 맞다는 뜻이로군."

셋이라는 숫자에 페어리의 그 세명이 떠올라 한번 짚어봤는데 정답이군. 아닌게 아니라 오늘 나 감이 제법 좋은걸.

그래도 자세한건 모르니까 아키즈키 씨에게 설명을 부탁한다.

"아직 데뷔는 하지 않았지만 유닛의 이름은 정해놓았어요. '류구코마치'. 저기 있는 이오리를 리더로 이제 곧 데뷔할 아이들의 유닛명이에요."

류구코마치竜宮小町, 인가.

그나저나 리더가 저 소녀라고 했겠다.

오늘 처음만났지만 어느정도 이야기를 튼 아미와 미우라 씨와는 달리 아직까지도 별다른 대화가 없었던 이오리라는 이름의 소녀.

금방 사람과 친해지는 아미와 달리 조숙하고 얌전한 성격인 것 같은데 리더로서 괜찮을까.

보다 나이가 많은 미우라 씨도 있고, 저 정신없는 아미도 있고 말이지.

따지고보면 내가 신경쓸 일은 아니지. 무슨일이 있을것 같다면 프로듀서인 아카즈키 씨가 알아서 할테고.

지금은 내가 해야할 일인 요리에 집중하자.

"한그릇 더! 빨리빨리 점주 오빠!"

"그럴것 같아서 미리 만들었다."

"오오옷! 센스 좋잖아!"

그러다 다시한번 아키즈키 씨에게 조용히 하라며 쥐어박힌 아미는 한손으로 머리를 문지르며 다시 식사에 집중한다.

그 뒤로 몇번 더 리필을 한 네 명은 끝내 더이상 들어갈 배가 없는지 식기를 내려놓았다.

"후아~ 배터지겠어~"

"어머어머… 오늘은 무리했는지도."

"흥, 다들 너무 절제력이 없잖아."

"그렇게 말하는 이오링이야 말로 물 한잔 마실 틈도 없이 꽉꽉 채워넣었으면서."

"윽! 아, 아니야! 어디까지나 난 충분히 생각하고 이정도는 먹어도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먹었다고!

"응훗훗! 그렇게 괴로운 숨을 쉬면서 말해도 설득력 없다궁~?"

아미가 짖궂게 말하자 고개를 픽 돌리는 소녀.

그런데 마침 그 시선이 향하는 곳에 메뉴판이 있었다.

정확히는 메뉴판의 구석에 적혀있는 문장들.

"어라? 이건……."

"아아~ 그것 말입니까. 전에 페어리의 분들이 왔었을 때 제가 부탁해서 받아놓은 사인이에요."

세명이 각자 한번씩 사인하고 마지막엔 가나하 씨가 다같이 가지고 있는 같은 마음을 적어놓은 글.

그걸 본 아미의 눈이 마치 먹이를 발견한 야수처럼 번뜩인다.

"그렇다면 이 아미도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저기 점주 오빠, 펜 없어? 펜?"

"어머어머, 그럼 저도."

오히려 이쪽에서 부탁할 일을 알아서 나서준다. 점점 커나가고 있는 페어리처럼 이 류구코마치도 분명 좋은 아이돌 유닛이 될테니까. 사인받아두면 좋겠지.

펜을 건네주자 아미가 먼저 사인을 시작한다.


『이곳은 이 몸의 영역! 점령 완료! - 후타미 아미』

『정말 맛있었어요. 다음에 꼭 다시 찾아올게요. - 미우라 아즈사』


"점령이 뭐냐 점령이."

내가 어이없어하던말던 아미는 그저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그리곤 아직 자리에 앉아있던 이오리라는 소녀를 부른다.

"이오링! 어서 와서 사인하라궁!"

"하아, 어째서 내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순순히 일어나 펜을 받아든다.

……어차피 할꺼면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될 것같은데.

뭐 나름의 매력포인트라는걸까? 라고 생각하는 사이 사인이 끝났다.


『요리 맛있었어요. - 미나세 이오리』



어디보자 별다를것 없는 평범한 문구네……응?

그러다 그 이름에서 눈이 멈춘다.

이오리라는 이름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성이 뭐? 미나세?

단순히 같은 성일지도 모르지만 아까 내가 생각했었던 미나세 할아버지와 닮았다는 생각과 겹쳐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만든다.

"저기 미나세라면 혹시……."

"아마 생각하고 있는게 맞을거에요. 그 미나세 산업의 미나세가 맞으니까요."

역시나!

"진짜 미나세 할아버지의 혈육이었던거야?!"

"에? 미나세 할아버지?"

내가 놀라서 소리치자 미나세도 덩달아 놀라 내가 한말을 반복한다.

"미나세 할아버지라니, 설마 할아버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엇, 그 말은 설마하니 손녀라는 뜻인가?"

"전 분명 할아버님의 친 손녀가 맞아요. 그보다 미나세 할아버지라는건 어떻게 된건지 설명해주실까요."

어째서인지 적대감이 어린 그 도전적인 눈빛에 난 어깨를 으쓱한다.

"나야 미나세 할아버지가 그렇게 부르라고 했으니까 그렇게 부를 뿐인데."

"설마! 당신이 할아버님이 말씀하셨던 그 사람?"

"뭐야, 그 할아버지 나에 대해 무슨 말을 한거야?"

"키이잇! 멋대로 할아버님을 그렇게 격식없이 부르지 마세욧!"

"글쎄 직접 그렇게 부르라고 했다니까."

"그러니까 그게 싫다는거에요! 게다가 어느샌가 멋대로 말을 놓은건가요!"

"그치만 미나세 할아버지의 손녀라며. 손님을 떠나서 그 할아버지의 손녀라면 딱히 경어를 할 필요는 없지."

"그러니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이 바보!"

"우왓, 반말을 하는건 상관없지만 욕하는건 너무하잖아."

"너무하긴 뭐가 너무해! 이 바보! 멍청이! 변태!"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그렇게 매도 받아야 하는거냐."

아아~ 지금의 말다툼으로 확실히 이해했다.

이 아이는 분명 그 할아버지의 손녀인것을.

그 솔직하지 못한 성격의 할아버지와 판박이인 소녀를 보고있자니 절로 웃음이 나와 미소를 짓자 그게 또 성질을 건들였는지 미나세는 바락바락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하나 이해한다.

아까 리더로 괜찮을까 어쩌구 한 말은 취소.

이 아이라면 충분히 가능할테지.

눈 앞의 미나세는 얌전이랑은 거리가 멀다는걸 깨달았다.

사람보는 눈은 나도 쓸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내가 이제야 알아차릴정도로 아까의 그 얌전한 이미지는 내숭이었다는거잖아?

리더의 자질은 충분해보인다. 드세다 못해 무서울정도의 성격이고.

그러다 척! 하고 미나세가 나에게 손가락을 뻗는것에 생각을 멈춘다.

"당신! 똑똑히 기억하겠어! 감히 이 미나세 이오리에게 그런 태도라니. 배짱 좋잖아?"

"미나세 할아버지에게 했던 말 그대로 다시 말해주자면 솔직하고 순수하며 신념이 굳은 청년이지. 난."

"말도 안되는 소리!"

"맞아, 미나세 할아버지도 너처럼 말도 안된다고 했었어."

판박이네 이 아이.

이젠 더할나위 없이 얼굴이 붉어진 미나세는 씩씩 거친 숨을 뿜는다.

"헤엥~ 점주 오빠, 대단한걸. 이오링을 이렇게 까지 가지고 놀다니."

"가지고 논다니 그런 엄한말 하지마라. 난 어디까지나 솔직한 사실만을 말할 뿐이야."

"그래서 본심은?"

"모처럼 재밌는 아이를 찾아 기쁩니다."

"키이잇!!"

미나세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이 폭소한다.

나도 따라서 웃고 있자 결국 혼자 화내고 있긴 뭣한지 제풀에 지친 미나세가 한숨을 쉰다.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사람과 만나고 말았어."

"난 기쁜데."

"그러니까 그런 말도안되는 이유로 기뻐하지 말라고!"

"아니 그건 별개로 모처럼 이렇게 귀여운 아이랑 친해질 수 있었으니까."

"……흥."

과연 칭찬에는 별 수 없는지 미나세가 조금 풀어진듯 하다.

"치사해~! 이오링만 그런말 해주고! 아미는? 아미는 어떄? 응?"

"너도 귀여워. 미우라 씨도 아름다우시고요. 아카즈키 씨도 지금 당장이라도 아이돌에 복귀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예쁘고."

"응훗훗! 솜씨 좋은걸 점주 오빠. 설마하니 모두를 노리는 멘트라니!"

"글쎄 난 솔직한 사실만을 말한다니까."

그러자 미나세가 갑자기 다시 딴지를 걸어온다.

"잠깐. 어째서 나와 아미는 귀여운건데 아즈사랑 리츠코만 아름답고 예쁜거야?"

그 말에 무슨소린가 싶어 잠깐 인상을 쓰다, 아! 하고 박수를 친다.

"너도 예뻐."

"……그 묘하게 이해했다는 반응이 더 열받아. 됬어 이제. 그만 갈꺼야."

자기도 귀엽다는 말보단 예쁘거나 아름다는 말을 듣고싶어하는 눈치라 그렇게 말해줬지만 기분이 별로인지 다시 토라진다.

그런데 발걸음이 입구 쪽이 아닌 메뉴판으로 다시 향한다.

언제 들었는지 그 손에는 펜이 들려있고 거침없이 메뉴판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열받게 한 복수로 장난치는건가 싶어 펜을 내리자마자 내용을 확인해본다.


『톱의 자리에 올라서는건 우리가 먼저야. - 류구코마치』


"오호옷! 과연 이오링!"

"어머어머."

"조금 일찍 출발했다고 우쭐해하지 말란말이야. 금방 따라 잡을테니까."

하고 기세좋게 말하는 이오리.

핫! 역시 저녀석은 리더가 되고도 남을 아이다.

다시 한자리에 모여 화이팅을 외치는 세명을 보며 느낀다.

저 아이들이 있는 아이돌 사무소가 머지않아 연예계를 휩쓸거라는 예감을.





그냥 일기.

류구코마치와 만났다. 그나저나 미나세 할아버지의 손녀라니, 정말 의외야. 성격이 그렇게 까지 판박이 일줄은 몰랐다. 듣자하니 집안의 도움은 전혀 없이 혼자만의 힘으로 성공하기 위해 아이돌을 목표로 했다는데 부잣집 아가씨 답지않은 당참이 보인다. ……그건 그거고 놀려먹기 참 좋은 녀석이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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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이오리의 생일이기에 되도록이면 이오리 위주로 쓰고 싶었습니다만 아직 소설 전개상 이오리 단독으로 쓰기엔 무리가 있어 그냥 류구코마치의 멤버 전부를 등장시켰습니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아이돌은 하루카, 치하야, 마미, 마코토, 유키호 이군요. 다음엔 누구로 할까나…?



ps. 이오리 귀여워요 이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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