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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천 엔 포장마차 입니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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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05, 2013 01:41에 작성됨.










아직 이른 새벽.

시끄러운 알람이 내 귓가를 때린다.

한번 앓는 소리를 내다 팔을 허우적거려 겨우겨우 시계를 찾아 끄고.

"……다른건 다 좋지만 일찍일어나는건 역시 힘들어."

투정을 부려본다.

잠깐 얼굴을 베개에 문대다 온몸을 쭉 펴 기지개를 켜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오늘도 장사를 하려면 새벽시장에 가서 재료를 사야한다.

굳이 새벽에 가지 않아도 시장이 문을 닫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날 가장 좋은 재료는 이제 막 물건이 들어온 새벽에 있기마련.

서둘러 가지 않으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수많은 요식업 종사자들이 좋은 재료를 전부 사가버린다.

어기적 어기적 세면대로 움직여 간단한 세면을 하고 밖으로 나선다.

오늘의 메뉴는 뭘로 하는게 좋을까?

어제 채소가게 아저씨 말로는 오늘 좋은 숙주나물이 잔뜩 들어온다고 했었는데, 그렇다면 오코노미야키로 해볼까.

정말 좋은 숙주나물이 많다면 오코노미야키로 하자고 정하며 한산한 도로를 가로지른다.

곧이어 도착한 시장.

"얼레. 오늘따라 사람이 많은걸."

분명 시간은 평소와 똑같은데 이상하게 사람이 많다.

보통은 이 시간엔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어쩐지 가정집의 주부로 보이는 아주머니들이 많이 보인다.

우선 차를 주차장에 대고 서둘러 채소가게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저씨~."

"오, 왔냐."

아니나 다를까 평소와 다르게 바쁜 채소가게 아저씨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 무슨 날이에요? 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

"못들었냐? 오늘 새벽 시장 특별 세일이다."

"엑? 금시초문인데요."

"하긴 그럴법도 하구만. 어제 저녁에 갑자기 정해져서 그때부터 홍보했었으니까."

그렇다면 나로선 처음듣는 이야기 일 수 밖에.

새벽에 오는걸 제외하면 가게로부터 거리도 멀다보니 여기서 무슨일이 나던 어지간해선 듣기 힘들다.

"그래도 아주머니들 대단하네요. 이 이른시간부터."

"어머니는 위대하다잖냐. 그나저나 너도 사가야지? 빨리 안사면 다팔린다."

"그렇지 참! 오늘 숙주나물 괜찮은거 들어온다면서요."

"그래 들어왔다. 그거로 주랴?"

고개를 끄덕이고 숙주나물을 비롯해 기타 야채들을 한아름 산다.

사는 양은 같아도 세일이다보니 돈은 훨씬 적게 들었다.

기분 좋아져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가게를 나서려는데 저 멀리서 허겁지겁 뛰어오는 한 인형이 보인다.

어째 성인이라고 보기엔 상당히 작다 싶더니 가까워지자 그 앳된 얼굴이 보인다.

주황빛 머리를 양 쪽으로 묶은 귀여운 인상의 여자아이.

많이 봐줘도 이제 중학생? 그 이상으론 보기 힘든 외형이다.

그런데 이시간에 여긴 무슨일이지. 분명 오늘은 휴일이니까 학교는 가지 않겠지만.

내가 생각하는사이 가게에 도착한 그 소녀는 숨도 고르지 않은 채 채소가게 아저씨에게 말을 건다.

"저기 아저씨, 혹시 숙주나물 다 팔렸나요?"

"응? 아아. 방금 저녀석한테 판게 마지막이다만."

그리고 아저씨가 날 가리키자 그 손가락을 따라 눈을 움직인 소녀와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소녀는 다시 눈을 내려 내 손에 들린 숙주나물이 담긴 봉투를 보고.

"우우우…."

좌절한다.

……뭐냐 이 죄악감.

생각해보면 내가 딱히 뭔가 잘못한건 아닌데 저 세상이 무너진듯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내가 못할짓을 한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모처럼 숙주나물을 싸게 많이 살 수 있는 기회였는데 늦잠을 자버리다니……."

"저기."

"……? 네?"

이젠 울어버리기라도 할듯 눈가가 촉촉해지는 소녀가 안쓰러워 말을 걸자 고개를 들어 다시 나와 눈을 마주한다.

"아직 어린것 같은데 이시간에 그렇게 필사적으로 사러 올만큼 필요했던거야?"

저 소녀가 뛰어오는걸 누가 보더라도 필사적이란 말이 나올만큼 간절해 보였다.

혹시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나 싶어 물어보자 소녀는 밝게 웃으며 대답해준다.

"숙주나물을 잔뜩 사면 오늘은 동생들이랑 함께 나물 축제를 열어 실컷 먹을 수 있으니까요!"

"나물 축제?"

"네! 저희 집 돈이 많지 않아 좋은건 많이 먹지 못하니까 숙주나물을 잔뜩 사서 축제를 여는거에요."

"숙주 나물로만?"

"네. 물론 조리는 하지만요. 어라? 왜 갑자기 고개를 돌리시는거에요?"

"아니, 괜찮아."

계속 그 천진한 얼굴을 보고있으면 눈물을 흘릴것만 같아 고개를 돌려 시선을 회피하고 콧등을 손으로 누른다.

듣자하니 사정이 어려운 집의 아이인 모양이다.

기특하게도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이 이른시간에 나와 숙주나물을 사려했다는것에 크게 감동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마냥 이걸 주는것보단 더 좋은 방법이 있을것 같은데.

"그렇지, 혹시 잠깐 날 도와줄 생각있니?"

"네? 도와요?"

"그래. 이 아저씨는 포장마차를 하나 하고 있거든. 이건 오늘 장사에 쓸 재료라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어."

"웃우- 주지 않아요 괜찮아요. 늦게 나온 제가 잘못한걸요. 어? 왜 또 고개를?"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줄래."

이 아이 천사다.

다시 고개를 돌려 눈물을 참고 대화를 이어간다.

"그러니까 도와달라고 한거야. 어차피 동생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으면 되는거지?"

"그건 그래요."

"그럼 됬네. 이것 말고도 다른 재료도 사야하니까 같이 다니면서 도와주면 동생들과 함께 내 가게에서 공짜로 먹을 수 있게 해줄게. 정확히는 도와준 대가로 말이지."

"정말요?"

소녀가 더없이 환하게 웃자 마치 주위가 밝아지는 착각마저 들 정도다.

아아~ 이렇게 순진무구하고 착한 아이가 있을줄이야. 오늘은 미나세 할아버지가 왔을 때 처럼 기합이 팍 들어가버린다.

그렇다면 오코노미야키 이외에도 메뉴를 하나 추가해야겠군.

마침 숙주나물도 많겠다 볶음우동으로 해볼까.

소녀에게 의견을 물어보자 더없이 좋다는듯 환호한다.

"그럼 우선 이건 차에 가져다두고 같이 시장을 돌아다녀보자구."

"웃우~!"

모처럼 새벽부터 활기가 가득도는 날의 시작이었다.





어느새 아직 어스름하던 새벽이 개고 하늘이 밝아졌다.

"어디보자 살건 다 산것같은데."

"에헤헤. 즐겁게 쇼핑했습니다."

"쇼핑이라기엔 좀 뭣하지만 재밌었다면 잘됬네."

짐을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녔으니 피곤할만도 한데 여전히 그 활기찬 기운을 잃지않은 소녀의 모습에 미소를 짓는다.

"그럼 언제 동생들과 오는건 언제로 할꺼아? 점심이라면 미리 준비를 해야할것 같은데."

"원래 저녁에 축제를 하기로 했었어요."

"그럼 저녁에 오는걸로. 내 포장마자 위치는 우선 같이 가서 보는걸로 어때?"

"그러고보니 포장마차라고 하셨죠. 저녁에는 장사하는것 아닌가요?"

"그건 상관없어."

"그래도 폐가 될 것 같아서…."

"그때 오면 너희도 손님이야.  아까도 말했지만 넌 날 도와준 대가로 초대받은거지 마냥 얻어먹으러 오는게 아니라구?"

오히려 내가 걱정하는건 포장마차의 분위기가 아직 어린아이들에게 좋지않은 영향을 줄 것 같다는거지.

"그럼 우선 차에 타. 아, 혹시 못미더우면 그냥 약도로 그려줄까?"

아직 어린 소녀가 오늘 처음만난 아저씨를 따라 차에 타는건 위험할 것 같아 배려해보지만 소녀는 개의치 않는다.

"분명 모르는 사람은 함부러 따라가지 말라고 했지만 오빠는 나쁜 사람이 아닌것 같으니까 괜찮아요."

"그렇다면야."

직접 아저씨라고 자신을 호칭했는데도 오빠로 불러주다니 감개무량하다.

소녀를 보조석에 태우고 안전벨트를 메는걸 확인한 후 출발한다.

"헤에, 너도 아이돌을 목표로 하고 있구나."

"네! 아직은 연습생이지만요."

가는 도중 이야기를 나누며 알아낸건 이 소녀도 아이돌 지망생이라는 것.

요 근래 만났던 아이돌 사무소의 사람들이 떠올라 우연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점을 소녀가 짚어온다.

"그런데 너도 라는건 다른 아이돌 연습생을 만났던 적이 있는건가요?"

"응. 아직 유명하진 않지만 데뷔는 했다고 했었지. 유닛이고 이름은 프로젝트 페어리라고 했었어."

"엣?!"

"어라? 알고 있는거야?"

"안다기보단 저희 사무소 동료들인걸요."

이건 정말 우연이군.

설마하니 아무런 의도없이 만난 소녀가 마침 아이돌 지망생이고 그 소녀가 또 전에 만났던 아이돌 유닛의 동료라니.

"그렇군요. 오빠가 사무소에서 요즘 잔뜩 이야기하고 있던 포장마차의 점주님이셨군요."

"내 이야기가 잔뜩이야?"

"네! 프로듀서 라던가, 코토리 씨 라던가 언제 또 갈 시간이 될까~ 라며 이야기 하다가 리츠코 씨한테 딴짓하지 말라고 혼나는걸요. 정작 리츠코 씨도 프로듀서가 '리츠코도 가고싶잖아!'라고 말하면 아무말도 못하지만요."

"헤에."

생각보다 좋은 인상을 남긴것 같네. 다음번에 오면 서비스를 좀 더해주도록 할까.

"페어리의 여러분들도 꼭 한번 더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도 언제 한번 가고 싶다고 하고 있어요."

그러고보니 그 사무소 열 두명이나 아이돌들이 있다고 했던가.

그땐 막연히 많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이 아이도 그 중 하나였군.

아마 이 아이도 충분히 멋진 아이돌이 될 수 있을거다.

겨우 요만큼 보고 알 수 있냐고 말하면 할 말없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주위에 밝음을 뿌리는 아이가 아이돌로써 성공하지 못하면 이 나라 연예계의 정당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겠지.

"그러니까 힘내. 절대로 그 웃음 잃지말고."

"웃우- 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 포장마차가 있는 자리에 도착했다.

"내 가게는 여기인데 혹시 집이 어디야? 멀다면 오기 힘들지도 모르겠는데."

"여기서 그렇게 멀진 않아요. 충분히 찾아 올 수 있을것 같아요."

"다행이네."

어차피 딱히 일손이 필요했던것도 아니고 식사 대신이라곤 하지만 이 시간까지 붙들고 있었던걸 더 길게 끌면 미안해지니까 그만 돌려보내기로 한다.

"그럼 저녁에 다시 보자구. 어 그러니까…."

"야요이에요! 타카츠키 야요이."

"그럼 타카츠키. 배가 터지도록 먹여줄테니까 각오하고 오라구."

타카츠키와 마지막까지 밝게 인사하며 헤어지고 난 슬슬 개점 준비를 시작한다.

타카츠키에게서 받은 기운이 나한테도 넘치는 기분이다.

오늘도 힘차게, 시작해볼까!










저녁 무렵.

포장마차 안은 한산하지도 바쁘지도 않은 분위기다.

쭉 이런상태니까 온다면 지금 오는편이 나을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아까 만난 타카츠키를 떠올린다.

너무 늦으면 배고프지 않을까 싶어 언제오나 가끔씩 입구를 돌아보는데 드디어 기다리던 그 주황색 머리가 빼꼼 안을 살피듯 들어왔다.

"저기…점주님?"

"어서와. 왜 그러고 있어 안으로 들어와."

망설이던 차에 내가 손짓하자 그제야 웃으며 안으로 들어온다.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네 명의 아이들.

저 아이들이 야요이의 동생들 인건가?

생각보다 많다. 설마하니 다섯남매나 될 줄이야.

"역시 폐가 되는걸까요…."

"아니아니아니, 내가 걱정하는건 그게 아니야. 그러니까 안심하라구."

다시 기분이 다운되는 타카츠키의 모습에 황급히 부정한다.

어디까지나 사람이 많다고 느낀건 내쪽이 아니라 타카츠키가 힘들것 같아 그렇게 말한거니까. 오해하지말라고.

설명하자 타카츠키는 이해했다는듯 끄덕인다.

"괜찮아요. 동생들 전부 착하고 가사는 이제 익숙하니까요."

"가사가 익숙하다니, 설마 네가 전부 동생들을 보살피는거야?"

"네! 부모님은 일 때문에 바쁘시니까요. 평소에는 제가 돌보고 있어요, 아이 참? 왜 자꾸 이야기 하는중에 고개를 돌리시는거에요?

"미안, 이번엔 참을 수 없을것 같아."

고개를 돌리는것으로 참지 못하고 잠깐 앉아 훌쩍인다.

정말 너무 기특하잖아 타카츠키.

어린나이에 저렇게 고생하다니 이거 그냥 듣고 넘어갈 수는 없다.

"좋아. 오늘 처음오는 너희들에게 이 포장마차의 룰을 설명해주지. 내 가게에선 한사람당 천 엔만 낸다면 뭘 어떻게 얼마나 먹던 상관없다!"

"처, 천 엔인가요."

액수를 듣고 잠깐 질색하는 타카츠키에게 안심하라는듯 웃어보인다.

"물론 너희는 공짜다. 아까 약속한대로 타카츠키는 날 도와줬으니까 오늘 하루만큼은 배가 터질때까지 먹어도 좋아."

"누, 누나 정말이야 저 이야기?"

내 말을 듣고 불신하는 남자아이가 타카츠키에게 물어보는걸 내가 대답해준다.

"당연히 정말이고말고. 대신 오늘 메뉴는 오코노미야키랑 볶음우동밖에 없는데 그건 괜찮겠지?"

"괜찮고말구요. 히히."

그리고 다들 환하게 웃는다.

그 웃음을 마주하며 나도 같이 미소짓는다.

"그럼 조금만 기다려."

서둘러 요리를 시작한다.

반죽을 철판에 붓고 그 위에 가츠오부시, 양배추, 숙주나물, 돼지고기를 비롯한 각종 재료를 올려 소스와 함께 익힌 오코노미야키.

우동면을 고기랑 야채와 함께 간장 등으로 양념해 볶은 볶음 우동.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는 흔하디 흔한 음식이지만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는 요리인것은 마찬가지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나간다.

요리가 완성되어 갈수록 진해지는 향기와 소리에 아이들이 침을 꼴깍 넘기는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조금만 더 기다리라구, 그 기다림이 간절해질수록 먹을때의 즐거움이 커지는 법이니까.

그러면서도 더욱 손은 바쁘게 움직인다.

마침내 두 요리가 다 완성 되었다.

"자! 오늘의 자신작, 오코노미야키와 볶음우동이다."

아이들이 저마다 탄성을 자아낸다.

"엄청 맛있어 보여!"

"응~ 향기로운 냄새."

"저기 누나, 먹어도 돼?"

당장이라도 먹고 싶어 안달이 났으면서도 타카츠키의 말을 기다린다.

착한 아이라고 듣긴 했지만 입에 침이 가득 고였으면서도 누나인 타카츠키에게 허락을 구하는걸 보면 어쩐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저 나이때의 아이들은 먹고싶은건 잔뜩 먹어야 성장할 수 있는데.

그러다 타카츠키가 날 바라보고있는걸 느낀다.

저쪽도 먹어도 되냐고 묻는듯한 눈빛이다.

"먹으라고 만들어준거야. 오히려 먹지않으면 실례라구."

"그럼 잘먹겠습니다!"

다섯 명의 아이들이 합창하듯 말하고 허겁지겁 식사를 시작한다.

저렇게 급하게 먹으면 뜨거울텐데.

아니나다를까 약속이라도 한듯 동시에 입을 벌리고 숨을 들이내쉬는 아이들에게 서둘러 물을 따라준다.

"천천히 먹어도 돼. 더 먹고싶으면 또 만들어 줄테니까."

"웃우-! 엄청 맛있어요 점장님!"

"그거 다행이네."

"응! 여태 먹었던 음식중에서 제일 맛있는거 같아!"

"그래그래."

이어서 감격한듯 말하는 남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우와 볶음우동도 엄청 맛있어!"

"정말!"

"아아~ 그쪽의 고기 내가 먹으려고 했는데!"

"너희들 너무 버릇없게 굴지마!"

"괜찮아 타카츠키. 역시 부족할 것 같은데 똑같이 하나씩 더 만들어 주면 되지?"

대답도 듣지 않고 다시 요리를 시작한다.

이제는 저쪽에 앉은 아저씨들도 아이들을 흐뭇한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이해하지 저 마음. 직접 요리를 만들어주는 난 더하다구.

술을 먹은것도 아닌데 한껏 달아오른 기분으로 그 기분만큼이나 뜨거운 철판에 다시한번 반죽을 올린다.

"오늘은 실컷 먹어라! 내가 쏜다!"

"와아아~!!"

타카츠키가 원래 계획이 오늘 저녁에 축제를 열 것이라고 했던가. 

이건 그야말로 축제인걸.

그동안 겪었던 어느 축제보다도 즐거운 축제는 이제 시작이었다.





"우우~ 배불러요."

"더이상은 못먹겠어 누나."

이제 아이들도 만족한듯 저마다 배를 쓰다듬으며 기분좋은 만복감을 표현하고 있다.

"자, 후식으로 매실차다. 소화에 도움이 된다니까 마셔둬."

내 가게에서 유난히 절제하지 못하고 잔뜩 먹었다가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길래 매실차를 후식으로 주곤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매실차를 또 너무 마셔서 소화불량을 가중시키는 사람들이 있어 곤란해하고 있긴 하지만.

내가 준 매실차를 받아든 아이들이 홀짝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타카츠키가 말을 걸어온다.

"역시 너무 많이 먹은것 같은데요……."

"글쎄 그건 그만 걱정해도 된데도. 그리고 너희같이 작은아이들이 먹어봐야 얼마나 먹었다고."

더욱이 난 이미 그 시죠우 씨의 식사를 두번이나 경험한 전력이 있다.

고작 이정도론 놀라지도 않아.

그건 타카츠키도 공감하는지 나와 함께 웃는다.

그리고 그 타카츠키의 미소와 여전히 행복에 젖어있는 아이들을 보고 마침내 결심한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네."

"네? 문제요?"

내가 갑자기 그런말을 하자 타카츠키가 불안함을 띈다.

"그래. 이거 참 곤란한걸."

"여, 역시 너무 많이…."

"그래 너무 많아."

"아아…그럼 돈을 내야하나요."

"응? 무슨소리야. 너무 돈을 많이 내서 문제라는건데."

내가 의아해하자 이해하지 못한건지 타카츠키가 고개를 갸웃한다.

"돈을 너무 많이 냈다고요?"

"그래. 원래 오늘 하루만 대접하려고 했는데 이건 하루정도로 안될거같아. 그러니까."

손가락으로 아이들을 하나하나 짚어간다.

"우선 차례차례 이름을 들어볼까, 다같은 타카츠키니까 부르기 그렇잖아."

그러자 한명씩 소개를 시작한다.

장남 쵸스케, 차녀 카스미, 차남 코타로, 삼남 코지 인가.

"좋아 쵸스케, 카스미, 코타로, 코지. 너희들은 앞으로 언제든지 내 가게에 와서 먹고싶은걸 먹어도 좋아. 물론 타카츠키도 마찬가지로."

"엣?"

그러자 놀란듯 당황하는 아이들.

가장 먼저 반응한건 타카츠키였다.

"그건 아무리 그래도 괜찮을까요."

"물론. 너희들은 앞으로의 요리 값을 충분히 치뤘어."

"그렇지만……."

"단, 앞으로 너희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신 내 가게에서 먹지 못할지도 몰라."

내가 덧붙히자 타카츠키가 굳는다.

정말 반응 하나하나가 충실한 아이구나. 

그 귀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곤 다시 말을 잇는다.

"절대로 웃음을 잃지 말 것. 너희들이 보여준 그 웃음이 나에게 지불한 음식값이야. 그러니까 그 웃음을 잃지 않는다면 그 언제라도 내 가게에 와서 먹어도 좋아."

내 삶의 목표는 언제나 같다.

그 방식은 다르더라고 결국엔 하고싶은일을 하며 즐거움을 추구하는것.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최고의 즐거움은 저 아이들처럼 내 요리로 행복해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천금과 비교하더라도 부럽지 않은 최고의 음식값이다.

타카츠키는 내 말을 다 듣고 나더니 살짝 눈을 키웠다 다시 감는다.

그 눈가가 부르르 떨리길래 설마 우는건가 싶어 안절부절 못하는데 다시 눈을 뜬 타카츠키의 얼굴에는 내가 보았던 그녀의 얼굴중에 최고로 멋진 웃음이 걸려있었다.

"네! 저 절대로 이 웃음 잃지않고 앞으로 노력할게요! 아이돌일도 잔뜩 힘내서 꼭 톱 아이돌이 되어 돈을 많이많이 벌어 가족들도 편하게 살게하고 점주님한테도 멋진 선물 사드릴게요!"

"하핫, 좋은데. 그럼 기대해도 괜찮겠지?

"웃우-! 물론이죠!"

"너희들도 누나처럼 활기차게 약속해줬으면 하는데."

"나, 나도 항상 웃으며 살거야."

"언제나 언니가 힘내왔는걸. 이제 나도 같이 힘내고 싶어."

"나도나도!"

저마다 아이들이 손을 들며 왁왁 떠든다.

문득 미나세 할아버지와 했던 이야기가 다시 떠오른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엔 행복이 있다.

그리고 지금의 난, 행복하다.




그냥 일기

타카츠키와 그 동생들을 만났다. 말로만 끝날게 아니라 정말 자주 와줬으면 한다. 나도 그편이 즐겁고 말이지. 타카츠키와는 언제 한번 새벽시장에 같이 가기로 약속했는데 요리솜씨가 제법이라는것 같다. 다음에 먹어봤으면 좋겠는걸, 타카츠키의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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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요이와 그 동생들의 이야기 입니다. 식사뿐이긴해도 야요이의 후원자가 되었네요. 쓰면서 조금 오글오글하다고 느꼈습니다만……글쎄요. 보기엔 어떠실지.


ps. 야요이 진짜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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