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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천 엔 포장마차 입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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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03, 2013 04:36에 작성됨.



내 나이 서른.

마냥 혈기넘치는 젊음이 끓는것도 아니고 살만큼 살아 세상사에 덤덤해진 늙다리도 아닌 어중간한 나이다.

그래서인지 요즘들어선 무언가에 크게 의욕있게 덤비고 하는 일은 없다고 봐도 좋아졌다.

좀 더 어릴때에는 이것저것 많이 덤비고 또 겪어봤는데 말이지.

막연히 꿈이 라는게 없이 그냥 그때마다 하고 싶은게 생기면 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아 모조리 할 수 있는건 전부 해보았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사람도 많이 사귀긴 했지만 지금에 오면 딱히 깊은 인연이라고 부를만한 사람을 몇몇을 제외하곤 아직 연락이 닿는사람은 많지 않다.

섭섭할것도 없다. 굳이 계속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더라면 내가 먼저 소통했으면 됬을테니. 이대로 그냥 얼굴을 알고 있는 사이정도로 멀어진다한들 딱히 문제될건 없다.

다만 아직까지도 가끔 만나며 인사하는 사이같은 경우에는 저쪽에서 먼저 날 찾으니까. 나도 굳이 오는 사람을 마다할 이유야 없기에 여전히 반갑게 맞아주는 편이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 늘어지게 하품을 한다.

생각외로 나도 능력이 제법 되는 모양이라 나로선 다분히 즐기기 위한 일들의 연속이었음에도 그럭저럭 모아놓은 돈이 아직 남아있다.

어느정도 니트생활도 즐겼고, 이제 이짓도 슬슬 질리던참이다.

뭐라도 다시 일을 시작할까…? 라면서도 손은 다시 리모콘을 잡아 채널을 돌리는데 문득 내 눈길을 사로잡는 영상이 TV화면에 떠올랐다.

식상하다면 식상한 맛집 프로그램이다.

이번 대상은 포장마차인지 약간 허름한 포장마차 안에서 연예인들이 하하호호 떠들며 음식을 먹고 있다.

그러고보니 요리라.

예전에 잠깐 요리에도 손을 댔던적이 있었다.

뭐더라? 무슨 지방 대회에 나가서 입상하고나선 관뒀는데 어찌됬든 중요한건 난 요리도 어느정도 할 줄 안다는 것이다.

가만히 통장 잔고를 계산해본다.

자세한건 더 알아봐야 하겠지만 포장마차정도는 충분히 세우고 한두달 운영할만큼의 자금은 있다.

다시 의욕이 돌기 시작한다.

저거나 해볼까?

라고 히죽 웃으며 오늘 저녁은 어묵으로 하자고 중얼거렸다.





내 장점중 하나를 꼽아보자면 행동력이라 할 수 있다.

뭔가 하고 싶다고 정한것이 있으면 지체할것 없이 바로 실행한다.

그럴 수 있었기에 아직 젊은(서른도 젊다면 젊다.)나이에 수많은 도전과제를 달성 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만 그거야 어쨌던 얼마전 계획한 포장마차 또한 순식간에 절차를 밟고 시작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메뉴는 뭘로하지."

문은 열었지만 오늘 개점한데다 아직 이른시간이니 자연히 손님없는 텅빈 포장마차 안에서 턱을 쓰다듬는다.

딱히 메뉴를 생각하지도 않고 무작정 가게문을 열어버렸다.

물론 포장마차이니 주 메뉴는 간단한 부식거리를 비롯한 안주, 그리고 주류이지만 단순히 그런것들만 만들어 팔기엔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다.

실제로 메뉴판도 아직 안만들어놨고 당연히 가격표도 없다.

뭐 상관없나. 지금부터 만들면 되지.

그렇게 낙관하며 '일단은 어묵이다 어묵'이라며 국물을 우린다.





어느덧 시간은 저녁이 되었다.

정확히 따지면 7시 하고도 분침이 절반이 돈 시간.

아직까지 손님은 한명도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딱히 초조하다거나 하진 않으니 느긋하게 의자에 앉아 쉬다 공복을 느낀다.

생각해보니 나도 식사가 아직이구나.

우선 뭐라도 먹어야겠다 싶어 포장마차 밖의 포차로 향한다.

외형적으로도 내부적으로도 상당히 좋은 녀석이다.

냉장고도 달려있고 안에 쉴만한 장소도 있고.

솔직히 말하자면 포차가 아니라 캠핑카다.

예전에 구한녀석인데 아직까지도 내 자가용으로 쓰다 이번에 활용하게 됬지.

엄청 비싼물건이라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크게 돈에 구애받는 성격이 아니라 별 감흥은 없다.

한번 슥 훑어보곤 냉장고로 가 재료를 꺼내온다.

손님들에게 팔 물건을 먹는건 조금 그러니까 따로 만들어 먹기로 할까.

메뉴는 간단한 미소라멘이다.

뭔가 육수를 우릴만한 시간을 들이기엔 아까워 그냥 버섯과 고기몇점 얹는게 끝.

그래도 먹을만 하구만.

스스로 만든 결과물에 만족하며 후룩후룩 면을 빨아들이는데 바깥에서 웅성임이 들려온다.

"귀하, 이 자리에 이러한 가게가 있었사옵니까?"

"응? 나도 처음보는데."

"상당히 좋은 냄새가 나고 있습니다."

"마침 시간도 적당하고 들어가서 뭔가 먹을까?"

오, 손님인가.

개시 첫 손님에 조금 긴장하며 문을 들여다 본다.

그 자리에 두명의 여성이 들어온다.

"어서오세요."

"음, 괜찮은 느낌이네."

"귀하, 속히……."

"알았어."

들어와 안을 살펴보듯 고개를 돌리는 검은 머리의 정장을 입은 여성을 신기하게도 은빛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트린 여성이 재촉하며 자리에 앉는다.

호오. 외모 레벨 무지하게 높은걸.

굳이 비교하자면 은빛머리 쪽이 좀 더 뛰어난 비주얼이긴 하지만 딱히 검은머리쪽도 나쁜건 아니다.

어찌보면 은빛머리쪽은 상당히 공을 들인 모습이지만 검은머리쪽은 단정하게 사무적으로 차려입었으니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고.

자, 손님의 외모 감상하는건 여기서 그만두고 이제 주문을 받도록 하자.

"손님, 주문은 뭘로 하시겠습니까?"

"어, 저기…."

친절하게 물어보았지만 어쩐지 난감한 기색을 띈다.

뭔가 잘못되었나? 하고 고개를 갸웃하는데 검은머리의 여성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한다.

"여기 메뉴표는 없는건가요?"

"……아차."

맞다, 메뉴표. 아까 만들지 않은채로 여태 그대로 였구나.

너무 느긋하게 생각했던건가, 만든다는것을 그만 완전히 까먹고 말았다.

니트생활의 영향이구만 이라며 한탄하며 머리를 긁적이는데 이번엔 은발머리쪽이 입을 열었다.

"지금 나는 이 향기로운 냄새. 이것은 라멘이 아니온지요."

하며 코로 킁킁 냄새를 맡는다.

방금 이 사람들이 들어오기 전에 라멘을 먹고 있었으니까 냄새가 나는 거일려나.

"네, 맞습니다만."

"그렇다면 그것으로 하지요."

"어라. 그건 좀 곤란합니다 손님."

"음?"

의문을 띄는 은발머리에게 이유를 설명한다.

"사실 메뉴가 아니라 제 저녁이었거든요."

메뉴로 준비한건 튀김과 어묵, 우동 정도였으니까. 라멘은 팔기위해 준비한것이 없다.

"그럴수가……."

그런데 이유를 들은 은발머리가 상당한 얼굴로 좌절한다.

라멘을 먹지 못하는게 그렇게 충격인건가.

세상이 무너진듯한 저 표정을 보고있자니 가게 주인의 입장을 떠나서 한사람의 사람으로 그냥 넘어가기가 뭣해진다.

"정 그러시다면 그다지 맛은 보장할 수 없지만 같은걸 만들어 드려도 될까요."

"엣, 괜찮겠사옵니까?"

"제쪽에서 오히려 괜찮을지 물어보고 싶네요. 다시 말하지만 준비된 메뉴가 아니라 그렇게 자신은 없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냄새를 내는 라멘에 실망할 일따윈 없사옵니다."

"그럼 그쪽 손님은?"

이라며 여태 잠자코 있던 검은머리에게 물어본다.

"저도 같은걸로 주시겠어요. 그리고 저쪽의 튀김기를 보니까 튀김도 있는것 같은데……."

"아, 튀김은 메뉴로 있습니다. 추천하는건 단호박과 오징어입니다."

"그럼 그걸로 주세요."

주문을 받고 후다닥 요리를 시작한다.

다시 라멘 재료를 조달하기 위해 차로 뛰어갔다 와선 오징어와 단호박을 튀기며 라멘을 만든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튀김과 라멘 둘다 최선을 다해 만들긴 했지만 아무래도 라멘쪽은 역시 자신이 없다.

육수를 우린것도 아니고 재료가 풍성한것도 아니고 그저 단순하기 그지없는 미소라멘인데 그리 대단한 맛이 날리가──


"훌륭합니다!!"

"어라, 정말 맛있는걸."


──있네?

만든 당사자가 어안이 벙벙해 멍한 눈으로 보고있던 말던 두 사람은 연신 젓가락을 놀리는데 정신이 없다.

"비록 깊은 맛은 없지만 결코 가볍지않은 깔끔함과 담백함이 있사옵니다."

"타카네처럼 솜씨좋게 칭찬할줄은 모르지만 그래도 맛있는건 사실이네."

"감사합니…다."

납득하기 힘든 호평에 감사하면서도 여전히 이상함을 감추지 못하는데 탁, 하고 젓가락을 내려놓는 소리가 울린다.

"잘 먹었사옵니다."

"벌써?!"

아니, 무슨 식사속도가 저렇게 빠른거야?

아무리 면이라지만 그것도 여성이 물마시듯 라면을 먹어치워 버렸다.

"점주님. 한 그릇 더 부탁드립니다."

"네, 넷? 한 그릇 더?"

"이처럼 훌륭한 라멘을 고작 한그릇에 만족할 수야 없는노릇이지요. 오늘은 마음껏 먹도록 하겠습니다."

"저기 타카네, 돈은 어쩌고."

"돈을 아까워할때가 아니옵니다."

단호하게 말하는 은발머리에게 검은머리는 쓰게 웃으며 튀김을 입에 넣는다.

그리고 작게 놀란다.

"우와. 튀김도 굉장한데. 나로선 라멘보단 이쪽이 더 좋은것 같아."

하고 몇번 젓가락이 왔다갔다하더니 빈접시가 드러난다.

"……튀김도 한접시 더."

"아아! 귀하! 어찌 저에겐 한조각도 남기지 아니하고 혼자…!"

"그래서 하나 더 주문하잖아?"

"으음! 이번엔 튀김 또한 방치할 수 없겠군요. 귀하가 그정도의 반응을 보일정도라면 튀김의 맛 또한 기대할만할것 같습니다."

그렇게 개시 첫 손님이자 오늘의 마지막 손님인 그녀들은 압도적인 식욕으로 튀김의 재고와 라멘재료를 모조리 해치우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윽. 숨쉬기 힘들어."

"흠. 아직 멀었군요 귀하. 겨우 그정도로 괴로워 하다니요."

"타카네가 비정상적인거야. 세상에 그만한 양을 먹어놓고도 여유로운건 너무하잖아."

확실히 검은머리쪽도 많이먹긴했지만 그래도 그건 상식적인선에서 많이 먹은거고 저 은발머리는 비상식적으로 어마어마한 양을 먹었다.

실상 재고를 비운건 그녀 혼자만의 힘이라고 해도 좋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태연자약한 태도는 공포심마저 들게한다.

"참. 계산을 해야지요."

"그러고보니 먹는데 정신이 팔려서 몰랐는데 엄청나왔을것 같은데."

검은머리가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싫은 표정을 짓는것과 더불어 나 또한 고민에 빠진다.

생각해보면 메뉴표가 없다는건 가격도 정해지지 않았다는건데 돈을 어떻게 받아야 하지.

잠깐 생각하다 손바닥을 탁, 친다.

좋은생각이 났다.

"2천 엔 입니다."

"후우~ 역시 많이나왔……엑? 겨우?"

"그게 저희 가게 가격표이니까요."

"가격표요?"

하며 고개를 돌려보지만 당연히 없으니까 찾을리가 없다.

그러니 설명해준다.

"저희 가게는 한번 먹는데 한사람당 무조건 천 엔입니다. 두명이니까 2천 엔."

손가락 두개를 펴 보여주며 말하자 검은머리는 요상한 표정을 짓더니 살았다는 얼굴로 다시 바꾼다.

"그것참 다행이네요. 그런데 저희야 좋지만 점주님은 괜찮으시겠어요? 엄청 많이 먹었는데."

"상관없어요. 게다가 첫 손님이었으니까요."

이정도야 서비스 차원에서 얼마든지. 이걸 계기로 자주 찾아와 단골이 되어주면 나로서도 좋은 일이고.

그러자 호의로 받아들이기로 했는지 검은머리 여성이 환히 웃으며 인사한다.

같이 인사하는 은발머리가 덧붙혔다.

"참으로 좋았습니다. 다음에 다시 찾아뵙도록 하지요."

"……."

생각해보니까 단골도 단골 나름인데.

문득 그녀의 압도적인 식사를 떠올리며 질색해버렸다.





일일 정산.

손님 2명 - 검은 머리와 은발 머리의 여성 2명. 둘다 상당한 외모였다. 그리고 즉흥적으로 만든 가격에 나름 좋은 인상을 준것 같다. 다만 은발 머리의 그 식사만큼은 다시 보기 무서울지도…….

매상 2천 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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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에 처음 아이마스 팬픽을 쓰게 됬습니다.

개인적으로 일상물이 좋아 그쪽으로 나가게 됬네요. 다른 분들처럼 무언가 짜릿한 갈등이 있다거나 몸이 녹아내릴 당도가 있진 않겠지만 잔잔한 내용으로 쭉 이어갈 생각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ps. 이곳의 765프로덕션의 프로듀서는 2명입니다. 한명은 리츠코, 한명은 P이긴 한데 여성입니다. 그리고 아직 아이돌들은 거의 유명해지지 않고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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