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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 midnight

댓글: 3 / 조회: 2777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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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6, 2012 13:21에 작성됨.

"……풀리질 않네요."
 " 역시, 악력만으론 어떻게 안되네요."
 "우으……오빠, 피요찡 정말 미안햇!"
 "정말, 아미도 참. 그러니까 내가 아까부터 그만두자고 했는데."
 "뭐엇—! 마미야 말로 제일 먼저 하자고 했으면서!"
 "아미, 마미! 너희 둘 다 잘못했으니까, 얼른 두 사람한테 사과해!"
 "으우……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아……."

 어느 일요일 저녁, 765 프로덕션은 평소와는 달리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로 시끄러울 정도로 떠들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오늘 있었던 사장님 주최의 할로윈 데이 자축 이벤트 때문이다. 일요일 오후의 스케쥴이 없다는 것을 사장님이 알아차리자 마자 '그럼, 할로윈 데이고도 하니 파티라도 열까?' 란 말로 시작된 할로윈 데이 자축 이벤트는 가장 대회와 함께 이런 저런 음식들을 먹으며 즐겁게 지나갔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그 다음에 있었다.

 "죄송해요. 제가 넘어지지만 않았어도……."
 "괜찮아 괜찮아. 하루카 탓이 아니니까 그렇게 풀 죽지 않아도 괜찮아."
 "그래! 넘어지고 싶어서 넘어진 것도 아니니까."
 "저어……마미 씨, 이거 대우가 완전 다른뎁쇼."
 "눈물이 나네요 아미 씨……이게 바로 차별인건가요?"
 "아미, 마미! 너희는 잘못 한 거 맞잖아! 수갑으로 코토리 씨랑 프로듀서를 묶어둔게 누군데 그래!"
 "으악—! 죄, 죄송합니다 릿쨩님!"
 "이하동문입니다욧!"

 할로윈 파티의 가장 대회가 시작되기 조금 전, 어떤 가장을 할지 정하지 못하고 있었던 오토나시 씨와 나는 아미와 마미의 권유에 여경과 범인, 이라는 포지션으로—내가 왜 범인이야? 란 말에, 아미와 마미는 오빠는 연쇄 도둑마니까! 라며 알 수 없는 말을 했다—가장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대회가 끝나갈 무렵, 아미는 '경찰과 범인이라면 수갑이 필요하지.' 라며 나와 오토나시 씨의 팔에 수갑을 채워 버렸다. 가장 대회가 끝나고 풀어 줄게! 라며 열쇠를 들고 도망가던 아미,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연히 넘어지고 있었던 하루카와 부딪혀 버렸고, 열쇠는 우연히 열려 있던 창문 밖으로 나가버렸다는게 바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다.

 "음……. 혹시, 사무소에 펜치 같은거 없을까요?"
 "우왓, 펜치는 안 돼 오빠! 그거, 아빠 친구인 경찰 아저씨한테 받아온거란 말야……."
 "게다가 경찰 아저씨거면 펜치를 써도 안 잘릴걸 오빠? 열쇠도 아까 던져버린 그게 아니면 안 열릴테고."
 "……역시 열쇠를 찾는 수 밖에 없는건가."

 방금전에 아미와 마미가 말한 대로, 아무래도 이 수갑은 경찰들이 실제로 쓰는 물건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왠만한 우회법을 써봐도 열리지 않을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열쇠를 찾으러 가기엔 너무 시간이 늦었다. 밤에 길거리 어딘가에 떨어진 열쇠를 찾는건, 그야말로 사막에서 바늘찾기인건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럼, 이 수갑을 준 경찰관이 있는 경찰서에 가 보는건 어때요?"
 "으엑—, 하루룽, 그럼 우리 둘 다 혼나 버린다구!"
 "아빠, 엄청 무섭다구~."
 "혼나는게 무서웠으면 장난을 치지 말았어야지! 안 그럼 프로듀서랑 코토리 씨는 집에 가지도 못한다고."
 "그, 그치만 릿쨩……."
 "그 경찰 아저씨, 여기서 차로 네 시간은 걸리는 경찰서에서 일할걸?"
 "……거기까지 가기엔 시간이……."

 그렇게 중얼거린 리츠코는, 시계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지금 시간은 저녁 8시. 경찰서에 다녀온다면 왕복 8시간이니, 사무실에 도착하면 새벽 4시가 된다. 나와 오토나시 씨는 손이 묶여있으니 운전을 못 하기에 리츠코가 대신 운전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가 되긴 하지만, 새벽 4시에 도착하면 프로덕션 내 사무원과 프로듀서가 모두 뻗어버릴게 안 봐도 뻔하다. 그럼, 이제 어떡하면 좋지…….

 "그럼, 차라리 이러는건 어때요?"

 그렇게 말한 것은 줄곧 내 곁에서 수갑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오토나시 씨였다.

 "오늘은 저희들이 사무실에서 자는걸로 하면 되지 않나요? 어차피 일도 좀 있고 하니, 적당히 일하다가 자면 되고요. 아미랑 마미는 이걸 주신 분께 전화로 여분의 열쇠가 있는지 물어보고. 어때요, 괜찮겠죠 프로듀서 씨?"
 "아, 네! 오토나시 씨만 괜찮으시다면야……."

 오토나시 씨의 제안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리츠코 또한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다른 방법이 없다는 듯이 오토나시 씨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미와 마미의 반발이 동시에 날아들었다.

 "뭐엇! 오빠랑 피요찡 같이 자는거야?"
 "치사해 치사햇! 아미도 여기서 자고 싶어!"
 "너희들 때문에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난거잖아! 둘 다 반성 좀 해!"
 "우으……릿쨩, 평소의 세 배는 무서워……."
 "아, 설마 릿쨩도 오빠랑 같이 자고 싶다던가……음후후."
 "너희들!!"

 얼굴까지 붉히며 화를 내는 리츠코,

 "자자 리츠코도 진정 해. 내일도 류구 코마치 스케쥴 있잖아? 벌써 시간도 이렇게 되었으니, 얼른 귀가하는게 낫지 않을까."
 "후우……알겠어요. 그럼 아미, 마미. 너희들도 가자."
 "우으……네에—."
 "오빠, 피요찡 바이바이."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아미와 마미, 그리고 그 둘을 마치 짐을 끌듯이 데려가는 리츠코.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던 하루카 또한 우리를 향해 가볍게 목례하고는 살짝 문을 닫았다. 그 일렬의 인사에 나 또한 하루카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까지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럼, 일하러 갈까요, 프로듀서 씨?"
 "아, 네. 그러죠—아."

 오토나시 씨의 말에 나는 내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고,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팔목에 전해지는 느낌에 무심코 입 밖으로 짧은 소리를 내어 버렸다. 아차……그러고 보니, 팔이 묶인 상태였지.

 "하하하, 이대로라면 자리로 가는 것도 힘들겠네요."
 "그럼 일단, 동시에 돌아서……이렇게, 네."

 내 가벼운 말에 묶인 손 반대편을 들어 보이며 천천히 움직임을 지시하는 오토나시 씨. 그 말에 따라 움직이며, 나는 천천히 한 바퀴를 돌았고 그제서야 겨우 사무책상 쪽을 향할 수 있었다. 오늘 밤 괜찮으려나……겨우 이 동작 하나만으로 이렇게까지 시간이 필요할 정돈데 내일 아침까진 계속 이렇게 있어야 한다니니, 손이 묶인지는 얼마 지나지도 않았건만 이렇게 불편하니……. 오토나시 씨에게도 괜시리 미안해 질 정도이다.

 "……아."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오토나시 씨가 낸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딘가 곤란해 보이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오토나시 씨, 갑자기 뭐지? 하고 생각해 고개를 살짝 기울이자 오토나시 씨는 말 없이 묶이지 않은 손으로 사무책상을 가르키며 말을 이어갔다.

 "제 책상이랑 프로듀서 씨의 책상, 완전히 반대편이었던걸 잊고 있었네요."
 "아, 그러고 보니 그랬었죠. ……어쩐다."

 오토나시 씨의 말에, 나는 그제서야 문제점을 알아채고는 함께 곤란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오토나시 씨와 나의 책상은 나란히 연결되어 있는 형태가 아닌 마주보는 편, 그것도 대각선 자리에 위치해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럼, 제가 리츠코 자리에 앉아서 할게요. 어차피 노트북만 쓰면 되니까—"
 "그런데, 이렇게 묶여 있으니……."

 오토나시 씨의 말에 나는 다시 한번 윽, 하는 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수갑으로 묶인건 나의 오른손과 오토나시 씨의 왼손. 그렇기에 내가 리츠코의 자리에 앉으면 오토나시 씨가 자신의 자리에 앉지 못하고, 반대로 오토나시 씨가 자리에 앉으면 나 또한 아무데도 앉을 수 없다. 곤란하네……그럼 역시, 내 자리가 있는 반대편 책상에—.

 "아, 프로듀서 씨. 컴퓨터 써야 하는거죠?"
 "네? 아, 네에. 그렇습니다만."
 "그럼 제 노트북을 쓰세요. 어차피 제가 해야 하는건 인쇄물 검토니까, 프로듀서 씨가 제 자리에 앉으셔도……아, 혹시 프로듀서 씨 노트북에 자료가 저장되어 있나요?"
 "아뇨, USB안에 자료는 넣어 두니까 괜찮긴 한데……정말 제가 오토나시 씨의 노트북을 써도 될까요?"
 "어차피 일하는건데, 상관 없어요."

 그렇게 답하며 생긋 웃어보이는 오토나시 씨. 나는 그 호의에 마음 속으로도, 그리고 말로도 감사를 하며 오토나시 씨와 함께 천천히 타이밍을 맞추어 자리에 앉았다. 후우, 이제야 한 숨 돌리겠네……. 라 생각한 나는 왼손으로 노트북을 펼쳐 전원버튼을 눌렀고, 그 옆에서 오토나시 씨는 내가 앉은 자신의 자리에 쌓인 종이더미를 오른손으로 가져갔다. 한 손 밖에 쓸수 없으니, 역시 불편하네…….

 "괜찮으세요, 프로듀서씨?"
 "네? 뭐가……."
 "손 말이예요, 오른손으로 마우스 잡아야 하지 않나요?"
 "……아."

 오토나시 씨의 말에 나는 또다시 멍한 소리를 내뱉어 버렸다. 확실히, 컴퓨터를 사용하는 작업을 할 땐 양손이 전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안되니까……. 어쩔 수 없나.

 "괜찮아요, 마우스를 왼쪽으로 옮기면—."
 "그러지 말고 이렇게 하면, 어때요?"
 "으, 그야 훨씬 나아지긴……했지만요."

 오토나시 씨의 그 행동에 나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수갑으로 묶인 왼손을 내 오른손 위에 살짝 올린 오토나시 씨. 물론 손이야 아미나 마미라던가, 야요이, 그리고 손을 잡았다고 하기엔 뭣하지만 유키호까지, 어쨌든 그런 아이돌과는 잡아 본 적이 있긴 하지만 오토나시 씨와는……난생 처음이었지 분명. 나, 이렇게나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로 여자한테 약했던건가?

 "그, 이렇게 하면 오토나시 씨가 힘드실텐데……."
 "후후, 전 괜찮아요. 어차피 검토엔 한 손이랑 눈만 있으면 충분하니까요."

 웃음소리를 흘리며 내 쪽을 바라보는 오토나시 씨, 겨우 내 부끄러움 때문에 호의를 거절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나는 최대한 시선을 피하며, 오토나시 씨에게 고맙다는 의미를 담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오토나시 씨도 일을 하고 있겠지. 슬쩍 옆을 쳐다보니 역시나 검토 작업을 시작셨다. 좋아, 이제 신경쓰이는 건 없으니 나도 열심히 작업을 해 볼까.

 "……."

 천천히 움직이는 나의 오른손, 그와 동시에 오토나시 씨의 왼손이 내 손 위에서 천천히 움직인다. 그리고 그를 따라서 병아리 바탕화면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마우스 커서. 딸깍, 하고 한 번 마우스 버튼을 누르면, 오토나시 씨의 손도 함께 움직인다. 아니, 애초에 움직이지 않아도 전해져 오는 온기에,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지경이다. ……일할수가 없잖아.

 그와는 반대로 슬쩍 바라본 오토나시 씨는 내 손은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듯, 착실하게 자료들을 검토하며 능숙하게 오른손으로 종이를 넘기고 있었다. 으으……저런 모습을 보고있자니 내 자신이 더욱더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이 상태로는 역시, 아무것도 못 하겠다. 어쩐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인터넷 PV 반응을 확인 못 하고 있었지. 이런저런 일들로 바빠서 그쪽은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다. 좋아, 정 일을 해야 한다면 차라리 손을 적게 쓰는 그 일을 해 볼까. 그렇게 마음먹은 나는 즉시 인터넷으로 들어가 즐겨찾기를 눌러, 제일 아래쪽 폴더의 두번째 페이지를 누르—

 아차, 그러고 보니 이거 오토나시 씨 노트북이었지.

 이제야 그걸 깨달았다니, 나는 정말 바보인가……하는 생각과 함께, 한숨을 쉬며 한 영상이 로딩중인 화면을 바라봤다. 얼른 평소에 들어가던 그 사이트에 들어가야지, 하고 생각한 순간—로딩을 끝낸 영상의 제목이 내 시선에 들어왔고, 나는 무심코 그 영상을 클릭해 버리고 말았다.

 영상에 비치는건 어느 무대, 그리고 거기에 서 있는 사람은—

"꺄앗—!?"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손이 어디론가 끌려간다 했더니, 어느새 오토나시 씨가 의자에서 굴러떨어져 바닥에서 한 손으로 엉덩이쪽을 만지고 있었다.

 "아, 오토나시 씨? 괜찮으세요?"
 "저는 괜찮은데……저기, 그 영상—."
 "이거 말씀이신가요? 잘못하고 오토나시 씨의 즐겨찾기를 눌러 버렸는데……저기, 이 영상에 나오는 사람 말인데요."

 내 말에 움찔, 하며 몸을 쭈뼛거리며 세우는 오토나시 씨. 곤란하다는 듯 내 쪽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는 오토나시 씨였지만, 이미 내 입에선 그 다음 말이 나온 뒤였다.

 "—오토나시 씨 아닌가요?"
 "우윽."

 나의 말에 묘한 소리를 내뱉는 오토나시 씨. 여러가지 하고싶은 말은 많은 듯 했지만 일단은 계속 바닥에 앉아있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나는 수갑으로 묶인 손으로 함께 묶여있는 그 손을 잡고는 오토나시 씨를 끌어당겼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묘한 미소를 짓는 오토나시 씨,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으으, 어떻게 아신거예요."
 "그야 기억하죠, 겨우 13년 전 일이니. 뭐, 이 동영상 제목에도 적혀져 있긴 하지만요. 그치만……정말로 오토나시 씨였을 줄이야."

 사실은 거짓말이지만 말야. 13년 전이면 나는 겨우 초등학교에 다닐 때이다. 그땐 '그야 기억하죠.'라는 말 같은걸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억력이 좋았던 때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오토나시 씨는 그런 점 같은건 그다지 신경쓰지 않은 듯 진심으로 곤란하다는 말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후우……그런가요. 정말, 멋대로 보기나 하시고."

 입을 삐쭉 내밀며 투덜거리는 오토나시 씨. 그리고는 가만히 영상을 바라보며 어딘지 모르게 씁쓸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다. 함께 영상만을 바라본 지 얼마나 지났을까, 이젠 노래의 절정에 다다른 그 영상을 바라보며, 나는 그 익숙한 멜로디에 젖어선 나도 모르게 한 마디 말을 내뱉고 있었다.

 "[하늘]인가요……."
 "네, 마지막 라이브에서 불렀었을 때의 영상이예요."

 나의 나직한 음성에 친절히 답해주는 오토나시 씨, 그리고 그 옆의 노트북 모니터 화면에 비치는 아이돌 '오토나시 코토리'의 마지막 라이브. 그것은 내 기억속에도 확실히 남아있다. 당시 C랭크 아이돌이었던 오토나시 씨의 마지막 라이브를 기억하고, 그녀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이유. 그것은 바로 내가 그녀의 팬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절대적 인기를 자랑했던 히다카 마이, 나 또한 다른 사람들 처럼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거기서 오토나시 씨의 팬이 된 건 히다카 마이의 차례 다음에 썰물처럼 빠져나가던 마이의 팬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그리고 행복하게 노래하던 오토나시 씨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달 뒤, 그녀는 돌연 은퇴를 선언하였다. 대부분은 그 당시의 최고의 아이돌인 히다카 마이의 여파로 도저히 그 벽을 뚫지 못한다고 판단해 스러져 간 여러 아이돌들중 하나라고 추측하였지만 얼마 없는 그녀의 팬들은 지금 우리가 보고있는 이 영상을 근거로 그 주장에 반박했었다.

 이 영상에 나온 '그야말로 즐거움밖에 없는거 같은' 모습처럼, 오토나시 코토리라는 아이돌은 S랭크로 향하는 길이 아닌 노래를 부르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추구했으니까—란 이유에서였다.

 주변의 소문이 어찌되었든 오토나시 씨는 그 뒤로 더 이상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나 또한 끊어져 버린 그녀의 소식에 점점 기억속에서 잊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와서 라곤 생각하지만……은퇴 이유, 궁금한건 당연한 거겠지.

"저어, 오토나시 씨. 저 오토나시 씨의 은퇴에 관해 묻고 싶은 게 한 가지—."
 "은퇴한 이유……말인가요?"

 내가 할 말을 가로채며 나를 바라보는 오토나시 씨. 그에 내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자 오토나시 씨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두 사람의 손이 묶여있는 수갑을 곁눈질로 바라보더니 내 눈동자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정말 말해야 하나요.'라는 의미일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있었던 나, 하지만 오토나시 씨는 대답을 바라지 않았다는 듯 천천히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13년 전에, 저를 프로듀싱 해 주신 프로듀서는 두 명이었어요."

 아련한 눈으로 아직도 재생되는 그 영상을 바라보며, 오토나시 씨는 그렇게 말을 시작하였다.

 "노래부르는게 즐거웠었을 뿐인 저는 그 두 사람의 지도로 한 걸음 한 걸음 아이돌 랭크를 높여가고 있었어요. 물론, 랭크가 높아질 때 마다 이런저런 추억도 생겨났었고요. 그렇게 즐겁기만 하던 어느날, 그 두 프로듀서의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했어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전 어떻게든 그 두 사람을 다시 전처럼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하지만, 그 둘은 결국 의견의 차이라는 이유로 길을 달리해버렸어요. 그리고 당연한 거지만 저는 두 사람 중 한명을 선택해야 했어요."
 "……."

 어디선가 들어 본 이야기, 누군가가 해 줬었던 이야기. 하지만 오토나시 씨는 그런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듯 숨을 한껏 들이마쉬고는 다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한 명의 프로듀서를 정해버렸고, 저는 슬퍼하면서도 비극은 거기까지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가 모르는 사이에 그 두 사람은 내기를 하고 있었어요. ……IU에서 자신이 프로듀싱한 아이돌로 대결해서, 지는 쪽이 프로듀서를 그만두기로요.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지만, 참패였어요. 제 담당 프로듀서는 저와 다른 프로듀서가 보는 앞에서 패배를 선언했고, 그걸로 끝나면 됐어요. 그런데, 아직 어렸던 저는 책임감……같은걸 느꼈었나봐요. 그래서 제가 대신 아이돌을 그만두는 걸로, 다시는 아이돌이 되지 않겠다고 스스로 그렇게 말했어요. 그래서, 은퇴를 하게 된 거예요."
 "……그렇군요."
 "그리고."
 "……?"

 끝난줄로만 알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던 나는 오토나시 씨의 한마디에 잠시 숙이고 있었던 고개를 들었다. 마치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는 그렇게, 스스로를 옭아매 버렸어요. 그 프로듀서와 저는 서로 죄책감을 느끼며 도망치듯 서로를 위해 뭔가 해나갔고, 결국은 이렇게 765 프로덕션이 세워졌죠. 하지만……아직도 저는, 저와 사장님은 서로를 묶고 있어요. 마치 지금 저와 프로듀서 씨를 묶고 있는, 풀 수 없는 수갑처럼요."
 "묶고……있다구요?"

 사장님과 오토나시 씨, 그리고 쿠로이 사장의 이야기. 그 모든 것을 들은 나는 마지막으로 한 오토나시 씨의 그 말에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의 손에 채워져 있는 수갑을 바라보면서 다시 이어지는 오토나시 씨의 말.

 "네. ……저는 지금 서로를 묶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별 거 아닌 책임감으로, 양쪽 다 피해를 입고 있는거라고 생각 해요. 만약 그런게 없었더라면……분명 저는 지금 765 프로덕션에서 쫓겨나서 여기에 없었겠죠."
 "아뇨, 그럴 리가—!"
 "프로듀서 씨는 모르잖아요! ……아무런 힘도 없었던, 이제 막 생겨난 765 프로덕션에서 어리기만 했을 뿐 아무것도 못 했던 제가 그 때 처음으로 했던 일이 뭔지. 제가 했던 게 뭔줄 아세요? 바로 아무도 오지 않는 홈페이지에 덧글을 달아주는 일을 했다구요!"

 화로 인해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한 오토나시 씨의 그 커다란 목소리에 눌려, 나는 그만 말을 멈춰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계속해서 말을 쏟아내는 오토나시 씨. 어느새 그 눈에는 눈물이 살짝 맺혀 있을 정도였다. 잠시 씩씩거리며 숨을 고르던 오토나시 씨는 조금 전보다는 진정한건지 천천히, 또박또박, 그리고 애써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분명, 사장님은 저를 내쫓아 버리고 싶었겠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돌을 하던 아이가 뭘 할수 있었겠어요? 하지만, 사장님은 지금까지 저를 계속 이 765 프로덕션에 있게 해 주었어요. ……그 건에 대해선 정말 감사하고, 말로 표현 못 할 정도로 또 감사하고 있어요. 그렇긴 하지만 저는……겨우 그런 죄책감 하나로 여기에 지금 있는거예요. 저는 그런 저 자신을 용서하고 싶진 않아요."

 그렇게 말하며, 오토나시 씨는 고개를 숙이곤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끝난 영상, 나는 여전히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몰라 가만히 그 자리에서 오토나시 씨만을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정적만이 가득 찬 사무소, 나는 여전히 뒤죽박죽이 된 머릿속을 정리하지도 못한 채, 몸을 움찔거리는 오토나시 씨를 내려다보았다. ……왜, 지금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걸까,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하는 걸까. 그런 생각들이 머릿 속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토나시 씨의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내려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나는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내 본능이 시키는 대로 움직여, 여전히 수갑으로 묶여져 있는 오토나시 씨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오토나시 씨."

 여전히 어떤 말을 해야할 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행동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 앞의 우는 사람을 그냥 둘 순 없었다. 그저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주는 어설픈 위로, 마음을 울리는 따쓰한 말은 할 수 없었지만 울음을 그치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오토나시 씨를 품 속에 안았다.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친절하고, 마음씨 착한 오토나시 씨는 그런 것에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건 역시 제 생각일 뿐일지도 모르겠죠. 그러니까, 차라리 지금이라도 마음껏 울어주세요. 바보같을진 모르지만 제가……제가 다 받아드릴테니까요."

 마음가는 대로 한 어설픈 나의 위로, 그걸로도 충분한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괜찮겠지, 하고 멋대로 결론내 버렸다. 괜찮겠지, 지금 오토나시 씨는 정말 마음껏 울고 있으니까.


 얼마나 지났을까, 여전히 눈은 새빨갛지만 눈물은 더이상 보이지 않은 채로 오토나시 씨는 내 품에서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안으시다니, 다른 사람이었다면 분명 경찰에라도 신고했을거예요."
 "으윽. 그, 뭐랄까, 그 땐 머리가 새하얘져서 그냥 안아버렸다고 할까……."

 또 다시 머리가 새하얘지는 느낌을 받았다. 횡설수설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아 봤지만 아무래도 오토나시 씨가 보기엔 재미있을 뿐이었던걸까, 쿡쿡거리며 입을 막고는 웃기 시작한다. ……다행이다, 웃어주셔서.

 "고마워요. 프로듀서 씨. 바보같이 혼자 열을 내던 제 짜증을 받아주셔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버렸네요."
 "아뇨,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그, 갑자기 안은 점도 그렇고……."

 슬쩍 오토나시 씨의 시선을 피하며 나는 어설프게 웃어보였다. 지금 생각 해 보니 갑자기 같은 회사의 여직원을 안은건 거의 성희롱에 필적하는거니……오토나시 씨가 나중에라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기를 바랄 수 밖에 없겠다. 한 번 헛기침을 하고 오토나시 씨를 바라보자, 붉은 눈가로 내게 한 번 웃어보인다. 이제 머릿속도 대충 정리되었고, 조금 늦었지만 이 말만이라도 전하고 싶은데……괜찮겠지?

 "저기, 오토나시 씨."
 "네, 말씀하세요."
 "……저도, 언제나 오토나시 씨에게 죄책감을 갖고 있었어요."
 "네?"

 나의 뜬금없는 말에 고개를 기울이는 오토나시 씨. 나는 그런 것은 신경쓰지 않고 계속해서 말해나갔다.

 "전에 대신 자료를 모아주신 일이나 다쳤을 때 대신 일해주시던 때 모두, 저는 오토나시 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잔뜩 있어요."
 "아, 아뇨!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닌데……."
 "그럴지도 모르지만, 저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도 다 똑같지 않을까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오토나시 씨를 바라보며, 나는 가볍게 미소를 지어주고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서로에게 이런 수갑을 채우고 있는거죠. 누군가는 기억할지도, 또 다른 누군가는 잊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찌되었든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이런 서로서로를 향한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가지고 있겠죠. 그러니까……분명 저처럼 오토나시 씨를 향해 미안해 하는 사람도 많을 거예요. 서로서로 수갑을 채워버린 것 처럼, 오토나시 씨가 모르는 곳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미안해 하고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 그렇게 혼자서만 미안하다고 느끼고, 자신에게 화내진 말아주세요. 지금 저희 둘에게 채워진 수갑처럼 그것을 혼자 풀어내 버리지 못하는건 분명 다른 사람들도 다 똑같을테니까요."

 내 말에 오토나시 씨는 천천히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고마워요, 프로듀서 씨."
 "아뇨, 전 아무것도 한 일이……."
 "아, 그리고 한 가지. 조금 전에 이 수갑처럼 풀어내 버릴수 없다고 그러셨죠?"
 "아, 네에. 그렇습니다만……."

 뜬금없는 오토나시 씨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오토나시 씨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바삐 놀렸다. 그리고는—

철컥.

 "풀어버렸는데, 어떡하죠?"
 "……네, 네에!?"

 오토나시 씨의 그 장난스러운 말투와 순식간에 풀려버린 그 수갑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버려선 내 머리는 조금전 처럼 새하얘져버렸다. 영문을 모르는 채로 오토나시 씨를 바라보자, 그녀는 쿡쿡거리며 장난스런 미소를 흘렸다

 "저, 저기 오토나시 씨? 이 수갑, 열쇠를 대체 언제……."
 "후후후, 프로듀서 씨 잘 생각 해 보세요. 아미나 마미같은 어린아이에게 실제 물건을 주겠어요? 이건 아마 정교하게 만들어진 장난감일걸요?"
 "그, 그치만 아까전까진 못 푸셨—"
 "아, 그건 이유가 세 가지 있어요."

 여전히 쿡쿡거리며 나를 바라보는 오토나시 씨. 한 손에 든 수갑을 빙글빙글 돌리며 오토나시 씨는 천천히 설명해나가기 시작했다.

 "프로듀서 씨의 말을 듣고 깨달았어요. 저는 765 프로덕션에서 충분히 나갈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수갑도 풀리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고 아까 막 자리에 앉았을 때 마미에게로부터 푸는 방법이 메일로 왔기도 하고요."
 "으으으……그럼 대체 왜 미리 안푸셨던거죠?"

 여태껏 속아 왔었다니……하는 허탈감도 있긴 했지만 마지막으로 한 그 말이 신경쓰였기에, 나는 다시 한 번 질문했다. 잠시동안 눈을 데구르르 굴리던 오토나시 씨는 이내 뭔가 떠올랐다는 듯 내게로 가까히 다가와 볼을 붉히며 이렇게 말하였다.

 "사실은, 제겐 또 다른 수갑이 채워져 있다는 걸 깨달아서요. 765 프로덕션을 나가지 못하는 이유들 중 가장 큰 하나요."
 "……채워져 있다니, 대체 누구한테요?"
 "그건 바로……."

 오토나시 씨는 살짝 웃고는 내게 손짓을 한다. 조용히 말해준다는건가……. 나는 고개를 살짝 숙이는 성의를 보였고, 오토나시 씨는 그 성의를 받아—

—나의 입에, 자신의 입을 포개었다.

 "당신이라는 정말로 멋진 사람에게. 라고 하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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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사이트에서 열었던 아이마스 단편제에 제출했던 글입니다.
제시어는 '수갑'……이었지만 코토리 씨가 귀여워서 극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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