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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18.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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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3, 2013 17:11에 작성됨.

*이 소설의 리카는 신데마스의 리카가 아닌 개인창작 캐릭입니다. 
*캐릭터의 이미지가 많이 망가집니다. 내성 없는 분들은 보지 마세요.
*얀데레를 보지 못하는 분들은 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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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라기 치하야-

  “저보고 하루카 대신 방송에 나가 달라고요?”
  “그게, 요즘 하루카 상태가 좋지 않아서 말이야. 좀 쉬게 해주고 싶은데 그 시간에 스케줄이 가능한 애가 너 밖에 없어서 말이야. 안될까……?”

아이카씨는 미안한 표정으로 불펜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부탁해왔다. 확실히 최근 하루카는 기운이 없어보였다. 그런 하루카를 위한 거라면 나로서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알았어요. 하루카를 위해서니 제가 하죠.”
  “정말? 정말 고마워 치하야. 네가 가수에 전업한다는 건 알고 있는데, 이런 부탁해서 미안해.”
  “아니에요. 이래 뵈도 저도 아이돌이고, 하루카를 도울 수 있다면 얼마든지 돕고 싶어요.”

살짝 웃으며 답하자 아이카씨의 표정은 굉장히 밝아졌다. 어딘가 마음이 놓였다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하루카가 참가하기로 한 방송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시골마을을 아이돌이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간단한 미션을 하면서 그 마을을 소개한다는 것 같았다. 설명을 듣다보니 옛날에 시골에서 다 같이 공연을 했을 때가 생각났다. 그 때는 유키호의 남자공포증과 개공포증에 프로듀서도 많이 고생 했었는데…….
생각을 하다 보니 우울해졌다. 그 때의 프로듀서는 지금 내 곁에 없었다. 최근에 프로듀서는 전혀 연락이 안 된다. 전화도 안 되고 메일도 답장이 없으시다.
아마 리카씨 때문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여자를 생각한 순간 나도 모르게 기분이 가라앉아 버렸다.
리카. 국내 최고의 톱 아이돌이자 미국에서 최초로 성공을 하고 온 아이돌. 키도 크고, 몸매도 좋고 거기다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빛나는 아이돌이었다. 춤도 노래도, 예능도 연기도 하다못해 재능까지 뛰어났다. 그러면서 노력하기를 멈추지 않는, 어쩌면 존경했을지도 모를 사람.
하지만 그녀는 우리에게서 프로듀서를 뺏어갔다. 그것까지는 용서할 수 있었다. 그의 연인이 된 것도 용서하려 했다. 나에게서 모든 걸 뺏어가도, 용서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프로듀서를 배신했다.
프로듀서란 멋진 연인이 있는데도 다른 남자와 몸을 섞으며 그를 배신했다. 그런 더러운 일을 피하게 하기위해 노력한 프로듀서의 고생을 배신해 버렸다.
용서할 수 없다. 모든 걸 뺏어간걸로 모잘라,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한 그녀를.

  “저, 치하야? 괜찮니?”

내 표정이 드러난 건지 아이카씨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날 불렀다. 이러면 안 된지. 요즘 사무실 분위기가 안 좋은데 나까지 이래서는 안된다.
프로듀서와의 연락두절은 다른 아이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 같았다. 그중에서 가장 침울해 보이는 건 유키호였다. 겉으로는 그와의 연인이니 자신에게까지 연락이 없다는 것에 크게 낙심한 듯 하자. 평소라면 옆에서 마코토가 위로를 해주겠지만, 최근 마코토와 유키호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서로 사이가 나빠지고 있었다.
그리고 하루카도 겉으로는 밝은 척 하고 있지만 기운이 없었다. 그것은 사무소의 모두가 드러내지는 않지만 느끼고 있어 이렇게 하루카를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러지 않으면 현재 상태에서 하루카는 무리할 지도 모른다.

  “그럼 이 방송은 제가 하는 걸로 알고 있으면 되죠?”
  “응. 부탁할게. 이동은 그쪽 스텝들과 같이 하면 돼. 그럼 부탁할게, 우리 사무소 최고의 가희.”
  “정말 그 호칭은 너무 과찬이니 그만둬 주세요.”

내가 부끄러워하자 아이카씨는 고양이 눈으로 웃기만 하셨다.
아이카씨와의 상담 후 한숨을 쉬며 사무소의 연습실에 와 있었다. 노래를 부르러 홀로 자주 오는 곳이었다.
P와의 연락두절은 치하야에게도 굉장히 거슬리는 일이었다. 십중팔구 그 여자가 P랑 같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다 어느 날 둘이 결혼한다는 청첩장이라도 날아오는 것이 아닐까?

  “그건 절대 용서 못해. P씨를 배신한 주제에. 그런 일이 만에 하나 있다면 그 사람에게 모두 알려줄 거야.”

그 사람을 배신한 주제에 모든 걸 숨기고 뻔뻔하게 그와 결혼을 한다?
절대 용서할 수 없다. 그리 한다면 같이 파멸 한다 해도 끝까지 방해를 할 것이다. 그의 연인이라는 사실자체만으로 용서가 안 되는데, 결혼까지라니. 상상만으로 구역질이 나오고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분노를 조절할 수 없었다.
뻔뻔한 여자.
난 틀림없이 기회를 줬었다. 알아서 그 사람에게 떨어지라고. 지켜보고 있을 테니 그와 헤어지라고. 하지만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아이돌 일을 그만두고 그와 단둘이 잠적을 해버렸다. 프로듀서로서 성공을 하던 그의 앞길까지 막으면서.
그렇다 프로듀서는 그 여자로 인해 지금은 아무런 일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잘나가고 있었는데, 나의 프로듀서가 되어 약속을 지켜주어야 했는데!

  “……용서못해.”

까득
이를 갈며 그녀에 대한 증오를 겨우 억제했다. 당장 눈앞에 없는 대상에게 증오를 보여봤자 내 속만 나쁘다.
다시 노래를 부른다. 현재 노래만이 내 유일한 구원이었다. 또 다른 구원은 현재 그녀가 뺏어갔다.
곧 되찾을 것이다. 그녀에게서 나의 유일한 사랑이자 가족이 될 행복을.



그로부터 시간이 지나 하루카의 일을 대신하러 스텝들과 같이 지방으로 향했다. 나의 출연은 의외였는지, 미리 광고를 할 때부터 인터넷에서는 꽤나 큰 흥미를 모으고 있다는 것 같았다.

  “놀랐어요. 예능에는 잘 나오지 않는 키사라기씨가 우리 방송에 출연해주실 줄이야! 아마미씨가 못 오신건 아쉽지만, 키사라기씨라면 아마미씨가 아니라고 충분합니다!”

나 그렇게도 아이돌일을 하지 않았던 걸까? 확실히 노래 위주로 출연하기는 했는데…….
생각해보니 노래 관련이 아니면 다른 프로에는 전혀 출연하지 않았었다. 모두 다 출연하던 ‘생방임까?’ 프로도 아이돌들이 바빠지면서 동시 출연이 힘들어 절로 폐지되었었다. 덕분에 예능이나 토크프로는 전혀 출연할 기회가 없었다.
노래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내 소망을 프로덕션에서 들어준 덕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들의 호의는 정말 고마운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P씨도 내가 노래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했었는데…….”

인가가 많아지면 P씨가 도와주기로 했었다. 하지만 그랬던 걸 그 여자가 뺏어갔다.
그 여자는 나에게서 모든 걸 뺏어갔다.
그가 나를 위해 투자했던 노력과 시간. 그리고 사랑. 그리고 그가 직접 나를 위해 작곡하던 노래까지.
절.대.로 용.서.할.수.없.다.
창문을 보고 점점 도시와 멀어지면서 높은 고층들이 드물어지는 마을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곧 시골임을 알려주듯 넓게 퍼진 밭들과 과수원, 그리고 한가해지는 2차선 도로에 닿았다.
답답한 도시와 달리 마음이 편해지듯 한적한 시골의 모습은 최근에 지쳤던 나의 마음을 어느 정도 풀어주었다.

  “그럼 치하야씨가 할 일은…….”

이름 모를 시골에 도착하자 PD는 나에게 어떻게 진행하면 되는지 알려주었다. 다른 아이돌이었다면 활기차게 진행할 프로지만, 내 이미지와 성격이 있어 그건 바라지 않는다는 듯 하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소문을 듣고, 특산물을 찾아낸다.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미션.
그리고 누군가와 인터뷰를 하고, 누군가의 집에서 자는 것에 허락을 맡는다. 이것이 두 번째 미션.
전혀 모르는 사람의 집에서 자야한다니. 그것은 나로서는 좀 꺼려지는 일이었다. 하지만 방송프로그램의 일부니 해야만 했다.
촬영준비를 맞춘 후 최대한 웃으며, 그러나 남이 보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마을을 돌아다녔다.
시골마을이지만 당연히 상가가모인 곳이 있다. 지금 있는 마을이 그런 곳이었다.
특산물은 버섯과 쌀이라고 한다. 덕분에 몇몇 가게에서 쌀밥과 버섯요리들을 먹으면서 그 요리들을 홍보할 수 있었다. 확실히 맛있는 요리였다.
송이처럼 비싼 버섯은 아니었지만 그 향이 좋았다. 거기다 사람들과 인심과 그 훈훈한 미소들이 나에게도 전염 되는 것 같았다. 방송은 길어졌지만 기분 좋게 소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다른 사람들과 인터뷰도 꺼리김 없이 할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기분 좋게 1박2일의 방송을 끝까지 마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어느 분을 만나기 전까지는.

  “제 이름이요? 전 ‘아카바네 유리코’라해요. 이 마을 토박이죠.”

아카바네……?

  “‘아카바네라’고요?”
  “네. 시집오면서 남편의 성을 따른 거죠. 호호, 지금은 며느리랑 쇼핑을 왔어요.”

아카바네라면 틀림없이 P씨의 성이었다. 설마 그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설마 어머니라던가…….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이분은 지금 며느리랑 쇼핑을 왔다고 한다. 그에게 결혼할 여자 따위는 없었다.
……설마…….
아, 나도 모르게 생각에 잠겼었다. 상념에서 벗어나 다시 인터뷰를 하였다.

  “그럼 유리코씨는 평소 이곳에서 무엇을 하시죠?”

사람 좋아 보이는 유리코씨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뭐, 농사일을 하거나 남편 따라 여행을 가기도 하죠. 미안하네요, 특별한게 없어 인터뷰에 도움이 안 되서.”
  “그렇지 않아요. 근데 아카바네라면 혹시…….”

난 인터뷰가 끝나가려 하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려고 했다.

  “저기 며느리가 나왔네요. 미안해요, 어제 제 아들이 며느리를 갑자기 데리온 바람에 둘이 친해지고 싶어서 쇼핑을 나왔거든요. 그럼 이만 가볼게요.”
  “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갑자기 데려왔다고? 설마 아니겠지.
그래, 아닐 거야.
그 여자가 그렇게까지 멍청하고 뻔뻔하게 P씨의 가족들에게까지 얼굴을 보였을 리가 없어.
그런데 이 불안감은 뭐지?

  “아카바네라고? 설마 아니겠지. P씨랑은 우연히 이름이 같은 걸…….”

난 억지로 그렇게 납득하려 했다. 하지만 나의 시선은 방금까지 인터뷰를 했던 유리코씨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보았다. 그녀가 누구랑 이야기를 하는지.

  “리카씨……?”

확실히 그녀였다. 그녀가 아카바네 유키로란 사람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 여자가 며느리? 그럼 아들은 설마 P씨?
빠득.
이를 갈았다. 저 여자가 결국 뻔뻔하게 모든 걸 속이면서 그의 아내가 되려 하고 있던 것이다.
뺏길 수 없다. 그럴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잠시 쉴게요.”

주위 스텝들에게 그리 말하고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
스텝들은 굉장히 당황한 듯 하지만 이미 긴 시간을 촬영했기 때문에 허락해주었다.
조심스럽게 따라가 둘이 대화를 들어보았다.

  “이거, P가 좋아할까요?”
  “물론이지. 원래 그 애가 잘 먹는 음식이지만, 사랑하는 미래의 아내가 만들어주는 음식이면 뭐든 맛있게 먹을 걸?”
  “……네.”

행복해 보이는 리카씨의 얼굴. 즐거워 보이는 어머니의 얼굴.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미래의 아내란 단어.

  “큿!”

저 여자가!
이 뻔뻔한 여자가!
이 더러운 여자가!
P씨를 배신한 주제에!
그의 앞길을 막은 주제에!
나의 모든 걸 뺏어간 주제에!
자격이 없는 주제에 결국 그의 아내가 되려해?
가만히 두지 않겠어. 용서하지 않겠어!
난 이를 빠득빠득 갈면서 그녀들의 뒤를 따라갔다.
휴식 시간은 1시간 정도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난 둘을 따라가면서 핸드폰으로 하루카에게 연락을 했다.

  [치하야? 무슨 일이야?]

하루카의 억지로 밝게 만든 목소리. 하지만 확실히 그 안에는 피로감이 섞여있었다.
난 그런 하루카에게 짧게 말했다.

  “P씨를 찾았어.”
  […….]

내 갑작스런 말에 하루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난 이야기를 덧붙였다.

  “리카씨랑 있었어. 리카씨를 부모님께 소개시킨 것 같아. 결혼허락은 끝난 듯 해.”
  [……거기가 어디야?]

공허한 그 목소리에 난 차가운 목소리로 지금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하루카가 P씨를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니깐. 차라리 그녀가 P씨를 뺏어갔다면 축복해줄 수 있었다. 저런 더러운 여자가 아니라.
리카씨와 P씨의 어머니는 버스 정류장 앞에서 잠시 쉬었다. 그러다가 공중화장실에 어머님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난 리카씨에게 가까이 갔다.
리카씨는 행복한 얼굴로 어머님과 같이 산 재료들을 보고 있었다. 이가 더욱 갈렸다.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라니.
아무것도 모르는 P씨를 속이고, 우리를 힘들게 하면서 혼자만 행복해지다니!
용서할 수 없었다.
그 얼굴을 뭉개버릴 것이다.

  “리카씨.”

갑자기 이름이 불리자 리카씨는 놀란 얼굴로 나를 보았다. 그리고 이내 그 얼굴에는 공포가 어리기 시작했다. 물건을 잡고 있던 손이 떨리며 어깨를 움츠리며 눈가가 떨렸다.
나를 본 것만으로 저리 떨다니. 역시 지은 죄가 걸리는 걸까?

  “저랑 이야기 좀 하시죠.”

리카씨는 대답대신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난 핸드폰을 들어보였다.

  “아니면 P씨에게 메일을 보낼 겁니다.”

그 말에 리카씨는 더욱 고개를 젓고서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어.”
  “그럼 따라오세요.”

난 그리 말하고서 사람이 드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리카씨는 덜덜 떨면서 짐을 내려놓고 내 뒤를 따라왔다.
우리는 강가로 왔다. 하류 쪽으로 내려오니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노을이 지면서 강은 아름답게 빛났다.
난 걷던 발걸음을 멈추고 훽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어깨를 움츠리고 두 손으로 자신의 몸을 안으며 따라오던 리카씨는 움찔 떨며 한 발자국 물러났다.
그런 리카씨에게 가까이 다가간 나는 그대로 손을 들어올린 후, 그대로 리카씨의 뺨을 때렸다.
시원한 소리가 강가에 올려퍼졌다. 하지만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리카씨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지며 맞은 뺨을 감싸고 나를 올려다보지 못하고 바닥만 보고 있었다.
두려움에 감싸인 모습이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며느리? 미래의 아내? 어떻게 된 거죠?”
  “우…….”

리카씨는 대답대신 울음소리를 살짝 냈다. 더욱 짜증이 났다. 왜 울려하지? 죄를 지은 건 자기면서.

  “P씨와 헤어지라 하지 않았나요?”
  “……죄송해요.”

흐느끼면서 그녀는 나에게 사과를 했다. 그 모습이 더욱 열 받았다. 난 사과를 받자는 것이 아니다.

  “언제 헤어지실 거죠?”
  “제, 제발 용서해줘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 테니…….”

순간 이성이 끊겼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그녀의 뺨을 몇 대 때리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고 얼굴을 들어 올린 후였다.
그녀는 흐느끼면서 두 손을 마구 비비며 나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 예쁜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하지만 제발 그 사람에게만은……. 저에게는 그 사람뿐이에요.”
  “웃기지마! 그 사람을 배신한 건 당신이야! 그러면서 이제 와서 뭐?”

내가 소리를 지르자 그녀는 움찔 떨면서 더욱 눈물을 흘리며 두손을 빠르게 비볐다.

  “제발, 제발 용서해줘요. 죄송해요. 모두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니 제발. 원하는 건 뭐든 드릴게요. 돈이든 뭐든. 그러니 제발 그 사람만은…….”
  “내가 원하는 건 P씨야! 당장 헤어줘!”
  “그, 그럴 수…….”

잡고 있던 머리채를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녀의 얼굴을 바닥에 파묻혔다. 다행히 강가의 땅이라 그런지 부드러운 듯 했지만 얼굴은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진흙과 눈물로 더러워진 얼굴로 그녀는 연신 사과만 했다.

  “제발, 그 사람은 저의 소중한 사람이에요. 저에게 용기를 준 첫 팬이고, 저의 모든 처음을 차지한 사람이에요. 제발…….”

그 말을 듣는 순간 P씨의 집에서 훔친 CD가 생각났다. 난 메고 있던 가방에서 그 CD를 꺼냈다.
리카씨는 바닥에 얼굴을 내리고 있어 그것을 보지 못했다.

  “리카씨.”

난 살짝 누그러진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그러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날 보았다. 그리고 이내 놀란 얼굴이 되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CD케이스에 적힌 싸인이 보였다.

  -P씨에게 리카가.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리카씨와 P씨의 만남이 된 첫 싸인 CD. 그리고 그 무엇보다 소중한 그녀의 추억이자 시작점.
난 차가운 얼굴로 그 CD를 살짝 놓았다. CD는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내 앞에 떨어진 CD를 보며 살짝 발을 들었다.

  “아, 안돼!”

리카씨의 절규와 함께 내 구둣발은 그대로 CD를 밟았다. 콰직하는 소리와 함께 CD케이스는 반으로 쪼개졌다. 그 싸인과 함께.

  “안돼!!!!!!!!!”

리카씨는 절규하며 그대로 나에게 달려들었지만 개의치 않고 다시 CD를 발로 마구 밟았다.
콰직, 칵, 콰직.

  “안 돼, 안 돼, 안 돼. 제발, 제발!”

리카씨의 두 손이 CD를 감싸려고 내 발밑으로 들어왔지만 신경쓰지 않고 마구 밝았다. 부서지는 CD와 함께 그 조각들이 내 발에 깔려 리카씨의 두 손을 찢어버리거나 그 손에 박혔다.
리카씨는 두 손이 피투성이가 되어도 어떻게든 CD를 지키려 했다.

  “으, 우으윽.”

그 모습을 보다가 잠시 밟던 것을 멈췄다. 이미 CD는 산산조각이 되었다. 리카씨는 울면서 그 CD의 파편들을 피묻은 손으로 어떻게든 모와 원래 현상으로 만들었다.

  “흐윽, 으으윽,”

리카씨는 울면서 정신없이 파편들을 모왔다. 난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겨우 CD가 원래의 현상을 찾아갔다. 조각들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 사인은 보였다.

  -P씨에게 리카가.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리카씨는 겨우 복원 된 모습에도 울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난 몸을 숙여 그녀의 상처난 한 손을 잡았다.

  “불쌍하게도. 정말 아프겠네요.”

그녀는 내 행동에 불안해 하면서 CD들을 지키려했다. 난 부드럽게 상처난 리카씨의 손가락을 매만지다가 그녀의 한 손가락을 잡았다. 거기에는 그녀의 커플링이 끼어졌다. 
내가 무엇을 할 건지 알아챈 듯 그녀는 급히 내 팔을 잡았다. 그 바람에 그녀의 손가락에서 커플링을 뺄수 없었다.

  “놓으세요.”

차갑게 말했지만 그녀는 울면서 고개를 젓고만 있었다. 난 이내 한숨을 쉬고 그녀의 손가락을 꺽었다.
우득

  "아아악!"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잡던 손을 놓고 자신의 손을 잡았다. 그 사이에 난 그녀의 손에서 은색의 커플링을 뺐다.
그녀는 고통에 꺾인 손가락을 보여잡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그 시선은 뒤를 이를 내 행동을 보고있었다. 난 반지를 챙기면서 무심하게도 그녀가 파편을 모와 열심히 복원한 CD를 향해 발을 들어올렸다.

  “안 돼!”

리카씨는 파편을 모와 복원한 피 묻은 CD위를 몸으로 감싸 막으려했다.
퍼억하는 소리와 함께 리카씨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피와 진흙투성이가 된 리카씨는 바들바들 떨면서도 고통을 참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시선은 파편을 모은 CD에 향해있었다.
난 그 CD의 파편들을 보다가 리카씨를 보고 싱긋 웃었다. 리카씨는 날 보고 다시 두손을 모와 빌었다.

  “제발 용서해주세요. 제발…….”

난 짧게 답했다.

  “웃기지마.”

그리고 리카씨가 고통을 참으며 모은 CD들을 그대로 강가에 차버렸다.

  “아, 안돼!”

파편들은 노을빛에 빛나며 그대로 강물속으로 빠졌다.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리카씨는 정신나간 사람처럼 그 말을 반복하며 울며 강물 속으로 들어갔다. 어림짐작으로 강물은 결국 얕지 않았다. 아주 깊은 건 아니지만 사람 하나는 충분히 잠길만했다.
그것을 모르는 듯 리카씨는 강물에 흘러가는 파편들을 따라 점점 깊이 들어갔다. 강에 핏물을 흘리면서 말이다. 저 상처난 손으로는 헤엄도 칠 수 없다.
그럼에도 난 리카씨를 챙기지 않고 뒤돌아 떠났다. 떠나면서 한 마디 했다.

  “그럼 다시 만나요, 리카씨.”

방송 미션 중에는 인터뷰한 사람들 중 한 사람에게 양해를 구해 그 집에서 신세를 질 수 있었다. 누구의 집에서 신세를 질 것인지는 이미 정했다.
그 자리를 꺼나 나무 뒤에 숨어 지켜보니 곧 놀란 얼굴로 급히 나타난 P씨의 어머니가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에 따라 마을 사람들이 나타나 강에 빠져 허우적 거리던 리카씨를 끌어냈다. 리카씨는 구출되면서도 다시 강을 향해 손을 휘저으며 어떻게든 CD를 찾으려 하고 있었다.
그런 리카씨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CD는 아직 두개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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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나서 할 말을 잊은 건 난생 처음이다............
미안 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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