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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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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3, 2013 17:03에 작성됨.

P는 리카와 같이 자신의 고향 시골에 내려와 있었다. 이곳은 인적도 드물고 사람도 적어 지금의 리카가 쉬기에는 좋은 곳이었다. 물 맑은 강가도 가까워 물놀이하기도 좋았고, 수박도 있어 시원하게 여름나기가 좋았다.

“P! 여기 물고기들이 있어!"
“그거 잡을 수 있음 잡아도 돼. 여긴 물도 좋아서 잡아서 바로 회쳐먹어도 좋거든.”
“응! 잡아다 줄테니 기다려! 이 리카에게 걸리면 이 정도 물고기 정도는!”

리카는 강가에서 붉은 비키니수영복 위에 흰 티를 입은 모습으로 강가에서 헤엄을 치다가 P의 말을 듣고 물고기들을 잡기 위해 물을 노려보았다. 
그 모습을 보다가 P는 히비키를 생각했다.

“히비키였으면 리카랑 잘 어울려 줬을 것 같은데. 물고기 정도는 맨손으로 쉽게 잡겠지?”

강에 사는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는 건 자신은 물론 마을 사람들도 무리였다. 그런 물고기를 잡기 위해 천천히 걷다가 이내 물속으로 넘어지는 리카를 보며 P는 소리내어 크게 웃고 말았다.

“으윽, 잡을 뻔 했는데!”
“하하, 무리야 리카. 히비키라면 모를…….”

거기까지 말하고서 P는 급하게 말을 멈췄다. 리카에게 765아이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금지였기 때문이다. 지금의 리카는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져 있었고, P와 인연이 깊은 여자들인 765아이돌을 견제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그녀들이 자신의 연인인 P를 뺏어갈까 걱정을 하기 때문이다.
 리카는 히비키의 이름이 나오자 웃던 얼굴이 거짓말인 것처럼 금세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며 몸을 작게 떨었다. P가 급히 리카에게 다가가 그 떨려는 몸을 꼬옥 안아주었다. 

“……그 여자가 보고 싶어? 나로는 부족해?”

리카가 걱정스런 목소리로 묻자 P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나에게는 리카면 돼.”
“정말?”
“정말이야.”

리카는 안심했다는 듯 P를 꼬옥 끌어안았다. 한참을 안아주고서 리카가 손을 풀어주자 그제야 P도 리카를 떼어낼 수 있었다. 리카는 울려던 얼굴이 거짓말인 것처럼 밝게 웃고 P를 끌고 좀 더 물이 깊은 곳으로 향했다. 

“수영할 수 있어?”
“리카보다 잘할 자신은 있어.”
“후후, 대단한 자신감인데? 그럼 날 잡아봐!”

리카는 웃으며 깊은 곳으로 향하자 P의 손을 놓고 헤엄을 치기 시작했고, 그 뒤를 따라 P도 헤엄쳐 갔다. 강이라고 해봤자 그 폭은 그리 넓지 않고 깊은 곳도 사실 그렇게 많지 않았다. 금방 낮은 곳으로 닿아버렸고, 거기에 닿자 P는 뒤에서부터 리카를 껴안듯이 잡아버렸다. 그러자 리카는 발버둥치면서 웃으며 소리를 질렀다.

“꺄악, 치한이야!”
“흐흐, 그렇게 소리 쳐봤자 와줄 사람따윈 없다고. 자 얌전히 있어!”
“우와, 정말 치한 같아. 유경험자?”
“분위기 맞춰준 건데 그리 말하며 상처라고.”

주위에는 사람이 지나다니는 것이 드물어 이런 식으로 마음편하게 장난 칠 수 있었다. 이런 점도 리카에게는 다행이었다. 아이돌을 그만둔 리카는 아이돌인 자신을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고 껄끄러워했다. 그뿐 아니라 아이돌이 나오는 방송채널을 보는 것도 싫어했다. 혹 자신에 대해 뉴스가 나오면 그조차 싫어한다.
지금의 리카에게 이런 시골이 최고일지도 모른다.
생각 같아서는 리카의 고향시골에 가고 싶었지만, 불행히도 리카에게는 고향시골이 없었다. 그렇기는커녕 부모도 없는 고아였다. 그래서 P는 자신의 고향시골로 데리고 온 것이다. 
여기에 오고 나서 리카는 많이 밝아지면서 약간이지만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P의 눈치만 보며 집안에서만 지냈던 것에 비해 지금은 자신이 먼저 밖에 나가기를 청하고, 주위 눈치를 보지 않는 덕분에 더욱 밝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나무 그늘에 누워 리카에게 팔베개를 해주어 기분좋게 같이 누웠다. 

“이대로 이곳에서 직장을 구할까?”

부모님 집이 있는 곳은 무리지만 이곳에서 좀만 밖으로 나가면 작은 도시가 있다. 그곳이라면 직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집과 직장을 구한 다음에 리카와 결혼을 하는 것도 좋을지도 모른다.

“리카, 이곳에서 사는 거 어때?”

고개를 돌려보자 리카는 대답대신 편안한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느사이엔가 잠들어 있던 것이다. 그런 리카의 얼굴을 보고 P는 웃다가 리카의 젖은 머리를 넘겨주었다. 리카는 그 손길에 ‘우응’거리며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그 얼굴을 보자니 장난기 발동한 P는 리카의 작은 코에 입술을 가져가 그 끝에 살짝 입맞춤을 하였다. 그러자 ‘아우-’라는 의성어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코 끝을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보았다. ‘으뮤-’라는 이상한 의성어를 내었다. 

“하하, 무슨 인형 같네. 누를 때마다 소리가 바뀌다니.”

혀로 핥으면 어떨까? 문득 P는 이런 생각을 하고 말았다. 물에 들어갔다 나온 바람에 물기가 가득한 저 코를 혀로 핥으면 무슨 소리를 낼까? 무언가 변태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호기심을 참지 못한 P는 이내 혀를 살짝 내밀어 그대로 리카의 코를 핥으려 했다.
그 때 리카의 눈이 뜨였다.
잠이 가득한 눈으로 멍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리카를 보며 P는 혀를 내민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리카는 혀를 내밀고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 P를 멍하니 보다가 무언가 알았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웃었다.
P가 그 미소의 의미를 파악하기도 전에 리카가 손을 뻗어 그대로 P의 얼굴을 당기고 그대로 내밀어진 혀를 집어 삼키듯 자신의 입 속으로 강력하게 빨아들이고 격렬한 키스를 하였다. P는 팔을 버둥거리며 오해라 하고 싶었지만 입이 리카의 입에 막혀 말도 못하고 그대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이내 포기하고 그대로 리카의 키스를 받아들였다.
잠시 후 만족한 표정의 리카는 자리에서 일어나 붉은 얼굴을 감싸며 부끄러워했다.

“P도 참~ 아무리 하고 싶어도 그렇지, 자고 있는 여자를 덮치면 안 된다고?”
“오해라고…….”

하지만 그 오해를 풀 수 없어 P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강가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둘은 P의 부모님 집으로 갔다. 현재 P의 부모님은 리카와 같이 왔을 때 부터 친척 집에 가서 집에 없었다. 그래서 리카는 여태 P의 부모님을 뵈지 못했다.
여기 오고 나서 전화를 드리기는 했지만 언제 올지는 몰랐다. 

[저기, 며느리 감을 데려왔습니다만…….]
[당장 가마!]

그 짧은 대화를 회상하며 P는 고개를 저었다. 친척집은 여기서 상당히 멀다. 그 통화 후 3일이 지났지만, 원래 부모님의 예전이라면 이틀은 더 있어야 돌아올 것이다. 그동안은 리카하고 단 둘이 이 집에 있어야 했다.
처음에 연인의 부모님을 만나 뵐지도 모른단 사실에 리카는 긴장하기도 했지만, 아직 오기에는 멀었단 사실을 알고서는 저렇게 편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랬는데…….

“얘가 네 아내니?”
“오, 미인이구나! 그보다 어딘가 친숙한 것이 인연이란 느낌이구나!”

부모의 귀환은 갑작스러웠다. 갑자기 저녁에 쳐들어온 것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냐는 질문에 비행기와 급행열차를 이용했다고 한다. 

“네 아내 이름이 뭐니?”
“이름은 리카에요. 참고로 연인이지 아직 아내는 아니에요.”
“아, 아직……”

아직이란 말에 리카는 부끄러워하면서도 기뻐하다가 이내 P의 부모님이 다가오자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 리카라 합니다. 처, 처음 뵙겠습니다. 아, 아버님, 어머님.”

리카는 말을 더듬으면서도 예의 있게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아버님……?”
“어머나, 어머님이라고?”

리카의 호칭에 두 사람은 화색을 표하더니, 어머니는 아예 리카의 양손을 잡았다.

“그래, 어서 오거라 우리 며느리!”
“참말로 참한 아가씨를 데려왔구만. 어떻게 만난 사이냐?”

벌써부터 며느리로 굳어진 호칭에 리카는 곤란해 하면서도 기뻐 보이는 모습이었다. 아버지의 질문에 P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제가 얼마 전까지 담당하던 아이돌이에요. 뭐, 지금은 거의 그만둔 상태지만요.”
“소개시켜주려고 데려온 겨?”
“그냥 쉬려고 온 거에요. 그러니 너무 그렇게 리카에게 부담주지 마세요.”

호들갑스럽게 리카를 반가워하는 부모를 보면서 P는 묘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그렇게까지 자신의 연애가 걱정스러웠던 걸까? 확실히 대학 때 한 번을 빼면 여자친구를 사귄적도 없고, 부모에게 소개시켜드린 건 이번이 처음이긴 했다.
한차례 호들갑을 떠는 부모를 진정시키고 어딘가 기뻐보여 정신을 못 차리는 리카와 같이 식탁에 앉았다. 식사는 미리 리카와 같이 만들어 두어 바로 먹으면 되었다.

“이게 며느리가 만든 거라 말이지?”
“참말로 아가 솜씨가 좋다니깐요.”

두 사람은 P가 만든 음식 보다는 리카가 만든 반찬 쪽에 집중하며 칭찬하기에 바빴다. 그러더니 두 사람은 마주편에 앉아 있는 둘을 보며 눈을 빛냈다.

“그래, 결혼은 언제 할꺼냐?”
“결, 결혼……!?”

그 질문에 리카는 얼굴이 확 붉어지면서 밥에 젓가락을 꽂은 상태로 굳어버렸다.

“뭐, 아직 계획은 없어요. 일단 이쪽으로 직장을 잡으면 그 때 할 생각중이지만……. 리카랑 먼저 상의해봐야죠.”
“그래? 근데 네가 이렇게 며느리감을 데려왔다는 건……. 솔직히 말해주겠니?”

장난기 가득한 어머니의 눈동자에 식은땀이 나려는 것을 느끼며 P는 침을 삼켰다.

“무엇을 말이죠?”
“아들이니, 딸이니?”
“사고쳐서 데려온 거 아니에요!”

그 질문에 P는 소리치고 말았고, 리카는 고개를 푹 숙이며 긴 머리카락으로 귀까지 빨개진 얼굴을 가려버렸다.

“어, 아니야? 네가 왠일로 우리에게 소개까지 시켜주길래 그런 줄 알았지.”
“거기다 프로듀서 일도 관두고 말이지.”
“그냥 조용한 곳에서 쉬고 싶어진 것뿐이라고요. 거기다 리카도 아이돌을 은퇴해서 더 이상 프로듀서 일을 계속 하고 싶지도 않고요. 그렇지 리카?”
“결혼……아이……결혼……아들……결혼……딸……헤헤.”

빨개진 얼굴로 행복한 상상을 하며 혼자 웃고 있는 리카의 모습에 P는 자신의 연인에게 도움을 구하다가 이내 포기했다.
그런 둘의 모습을 보다가 아버지 쪽에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늙은 사람들이 분위기도 모르고 너무 빨리 왔구만.”
“그러게요. 좀 더 늦게 왔으면 확실히 손주 소식을 들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정말, 그만 좀 하세요. 리카가 밥을 못 먹잖아요.”

부모의 이야기에 정신을 못 차리고 점점 행복한 상상 속에 빠져가는 리카의 몸을 흔들며 P는 타박을 했다. 

“아들이면 유스케가 좋고, 딸이면 히나가 좋으려나?”
“그거 너무 낡지 않았어요? 손주 이름은 욕심 내지 말자구요.”
“그러는게 좋겠지? 넌 자식 이름을 뭘로 생각 중이냐?”
“전 일단 성별부터……. 아, 그 이야기 좀 그만하라고요! 리카 너도 그만 정신 좀 차려!”
“딸이면 히, 히카리로…….”

결국 저녁시간은 평소보다 두 배는 더욱 늦게 끝나고 말았다. 
저녁 식사 후 거실에서 다 같이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다. 연인의 부모 앞이란 생각에 리카는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아까의 분위기 탓인지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근데 진짜 어떻게 된 일이냐? 도시에서 잘 성공하고 있던 녀석이.”

잘라놓은 수박을 먹으며 아버지가 묻자 P는 같이 수박을 먹으며 대답했다.

“아까 말한 대로 프로듀서일을 그만두려고요. 리카나 저나 연예계일에 많이 지쳐서 말이죠. 그냥 평범하게 직장을 구해 리카랑 결혼을 해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그러면서 살그머니 옆에 얌전히 앉아있던 리카의 손을 잡아주었다. 이내 리카도 그 손을 잡아주었고, 서로 맞잡은 손에는 은색 커플링이 빛나고 있었다.

“뭐, 본인들 뜻이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다만. 우리야 며느리까지 일찍 보고 좋지. 근데 그래도 좋은 거냐?”

어머니의 말에 P는 후련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음은 정했어요.”
“하지만 이번 아이돌의 일이 끝나면 765였나? 그쪽 아이돌들을 다시 맡고 싶다고 하지 않았었냐?”

765란 단어가 나오자 리카의 손이 떨리는 것이 맞잡은 손에서 느껴졌다. P는 안심하란 의미로 리카에게 웃어주며 수박을 내려놓고 그 손으로 잡은 리카의 손을 감싸주었다.

“네. 프로듀서 일은 이제 완전히 그만 둘 거예요. 아니, 프로듀서일 만이 아닌 연예계 일에는 이제 다시는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저하고는 맞지 않은 일이었어요.”      

확고한 표정으로 아들이 말하자 부모는 그 이상 묻지 않았다. 

“표정을 보아하니 확실히 정한 듯 하구나. 그럼 빨리 직장부터 구하도록 해야겠구나.”
“아버지 말대로다. 아내 될 사람까지 있다면 빨리 직장을 구해 결혼하도록 노력해야지. 여자를 너무 기다리게 하면 안 된단다.”
“네. 그건 확실히 알고 있어요.”

진정된 리카는 P의 말에 살며시 미소 지었고, P도 같이 웃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던 부모는 텔레비젼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니면 이대로 이 집에 살면서 농사를 배워도 좋고 말이다.”
“당신도 참, 젊은 애들이 그러고 싶겠소? 나중에 나이 먹으면 알아서들 하겠죠 뭐.”
“아니, 농사도 괜찮다고? 굶을 걱정도 없고.”
“요즘이 뭐 옛날 같은 줄 아쇼? 자식들 교육도 걱정해야하고, 돈도 걱정해야하고. 요즘 애들이 걱정해야할게 얼매나 많은데요.”
“그런 가……. 뭐, 내 아들이면 알아서 잘하겠지.”

텔레비젼에서는 채널이 바뀌면서 시골을 찾는 아이돌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아이돌의 모습이 나오자 P는 곧장 리카를 데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의 리카는 아이돌을 보는 것도 거부하고 있어서 자리를 피하려는 것이다.

“그럼 저희는 방으로 가볼게요. 리카가 요즘 몸이 안 좋아서 쉬어야하거든요.”
“저런, 그래서 여기에 데려온 거구나. 그래, 어여 쉬어.”
“남편이면 아내 몸도 잘 챙겨야지.”
“아직 남편은 아니라니깐요. 그럼 저흰 올라가 보겠습니다.”
“죄송해요. 아버님, 어머님. 제가 몸이 안 좋아서…….”
“하하, 미안해 할 것 없이 폭 쉬도록 해라. 건강한게 최고요.”
“이 사람 말이 맞아. 나중에 아이만 건강하게 잘 낳으면 되지 뭐.”
“어, 엄마!”

P 어머니의 말에 리카는 다시 얼굴이 붉어지며 자신도 모르게 상상이 되어 웃고 말았고, 다시 상상 속으로 빠져드는 리카를 끌고 P는 2층의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텔레비젼에서는 다음 시골을 찾아갈 아이돌로 예능프로에 잘 나오지 않는 ‘키사라기 치하야’란 이름이 자막으로 나오고 있었다.
방으로 올라와 자신이 옛날에 사용하던 낡은 침대에 리카를 눕혔다. 

“아직 그렇게 졸리지 않는데…….”

리카가 아쉬워하며 그리 말하자 P는 상냥한 표정으로 리카의 머리를 만져주었다.

“그래도 자두는 게 좋아. 많이 피곤해 보이니깐.”
“P가 그리 말한다면…….”

리카는 얌전히 P가 말한 대로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바로 잠은 들지 않아 옆에 이불을 깔고 눕고 있는 P에게 말을 걸었다.

“근데 P."
“응?”

이불을 코까지 가려 눈만 드러내며 리카는 부끄러워 하며 물었다.

“나랑 정말 결혼할거야?”
“그건 예전부터 말했잖아? 세삼스럽게…….”
“하지만 부모님 앞에서 말한 건 처음이라…….”

그 말에 이불을 깐 바닥에 누우려던 P는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긁적이다가 리카가 누워있던 침대 한켠에 앉고서 리카의 손을 잡아두었다.

“그러고보니 갑작스러웠겠구나. 미안해.”
“아니야, 기뻤으니깐. 하지만 부모님 앞에서 그 이야기는 처음 들어서 그, 부끄러웠어.”

 한 손으로 이불을 끌어올려 부끄러운 표정을 숨기는 리카의 모습에 P는 사랑스럽다는 듯 잡고 있는 리카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움찔 떠는 리카의 모습이 보였다.

“아까 낮에 물어보려 한 건데, 리카 이곳에서 사는 건 어때?”
“여기면……. P의 고향?”
“응.”

눈만 빼꼼 내밀고 묻자 P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카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 하더니 이불을 내리고 밝은 웃음 보여주었다.

“좋아. 부모님도 친절하시고. 거기다.”

P가 잡지 않은 손을 뻗어 P의 얼굴을 만졌다.

“P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아.”
“그래?”

P는 안심했다는 미소를 짓고서 리카의 손을 꼬옥 잡았다.

“그럼 리카가 괜찮다면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도시에 직장을 구할 생각이야. 직장이 잘 구해지면 집도 구할 생각이고.”
“그렇구나. 힘내 P.”

리카의 응원에도 P는 어딘가 굳은 표정이 되더니 이내 리카의 손을 잡아당겨 상반신만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어딘가 긴장에 딱딱해진 표정으로 리카를 보았다. 그 진지한 표정에 덩달아 리카도 긴장해 표정을 굳히고 말았다.

“P?”
“리카.”
“응, 응.”
“저기, 꼭 나중에 제대로 프로포즈 할테니깐, 실망하지 말아줘.”
“응?”

리카가 이해를 못해 머리 위로 물음표를 잔뜩 띄우고 있을 때 리카의 손을 두 손으로 꼬옥 잡고 용기를 내 말했다.

“직장을 구하고, 집까지 구해 생활이 안정되면 말이야.”
“으, 응.”

리카는 긴장하며 P의 입을 주시하고 있었다. P는 한 번 더 심호흡을 하고서 입을 열었다.

“나와 결혼해……주겠어?”

해줘라고 말하려다가 소리가 작아지면서 자신 없게 묻고 말았다. 스스로 한심하단 생각이 들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리카는 그 말에 몸이 굳더니 이내 그 눈에 눈물이 고이고 말았다. 그 눈물에 P가 당황하고 말았다.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안절부절하며 말했다.

“저, 저기 미안해. 역시 이러는 건 너무했지? 저기 잊어줘! 꼭 멋지게 다시 프로포즈 할테니깐!”

그 말에 리카는 고개를 저으며 자유로워진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흑, 싫어. 잊지 않을 거야.”
“리카?”
“그 말 계속 기억할거야. 정말 확실히 나랑 결혼할거지?”

리카는 달빛에 환하게 웃으며 P에게 말했다. 그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고였지만 달빛에 반사되어 리카의 미소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물론이야 리카. 꼭 행복하게 해줄게.”

P는 리카를 꼬옥 안으며 말했다. 이전부터 자신과 결혼할거란 말은 몇 번 했지만, 이런 식으로 정식으로 이야기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특히나 관계에 불안함을 느끼던 리카로서는 지금의 P의 말은 커다란 구원이었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아. 멋지지 않아도 좋고, 비싸지도, 반지가 없어도 좋아.”

P에게 안겨 리카가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며 P는 리카를 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결혼하자는 당신의 말이 나에게는 그 어떤 선물과 이벤트보다도 좋은, 최고의 선물이야. 고마워 P. 지금 정말 행복해.” 
“……앞으로 더욱 행복하게 해줄게.”
“응.”

두 사람은 서로를 껴안으며 그렇게 행복에 잠겨갔다.
방 밖에서는 P의 부모가 문가에 귀를 붙여 그 소리를 엿들으며 웃고 있었다.

“사내놈이 배짱이 없기는. 거기다 프로포즈를 저렇게 하나?”
“뭐, 두 사람이 행복했음 그걸로 된 거 아니요? 거기다 당신의 프로포즈는 어땠는데요?”
“그런 옛날 일따위는 잊었어.”
“호호. 그래도 두사람이 행복해 보여 다행이에요.”
“그렇지. 두 사람이 행복하면 그게 최고야.”
“아, 나 내일 며느리랑 여자끼리 쇼핑할 생각이니 당신은 아들하고 보내세요.”
“에, 나도 시아버지로서 며느리와 시간 좀 보내고 싶은데…….”
“먼저 아들부터 챙기세요.”
“에이…….”



같이 마을에 쇼핑을 가자는 P의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제의하자 리카는 처음에 놀라다가 이내 웃으며 받아들였다. 어젯밤의 일 때문인지 리카는 더욱 상태가 좋았다. P의 곁에서 많이 떨어지지 못하던 리카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럼 P, 난 어머님이랑 쇼핑갔다 올게.”
“호호, 기대되는 구나. 딸이 없어서 늘 이런 걸 동경했거든. 며느리와의 쇼핑이지만, 오늘만은 내 딸이 되어주렴.”
“네, 어머님.”

리카가 붙임성 좋게 웃으며 P의 어머니에게 답하고 같이 붙어 밖으로 나갔다. 사이 좋은 둘의 모습에 P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갑작스럽게 연인을 데려오는 것이라 부모가 잘 반겨줄지 걱정했지만, 괜한 기우였다. 

“에이. 이래서 여자란…….”

아내가 미래의 며느리를 독점하자 불만이라는 듯 아버지는 연신 투덜거리고 있었지만, 그 또한 그만큼 리카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증거이기에 P는 그 모습에 기뻐 아버지에게 장기판을 들고갔다.

“저랑 오랜만에 장기나 두실래요?”
“하아, 그래, 오랜 만에 아들이랑 장기나 둬야겠구나. 며느리는 아내에게 빼앗겼으니…….”


 

“제 이름이요? 전 ‘아카바네 유리코’라해요. 이 마을 토박이죠.”
“‘아카바네'라고요?”
“네. 시집오면서 남편의 성을 따른 거죠. 호호, 지금은 며느리랑 쇼핑을 왔어요.”

P의 어머니, 타치바나 유리코는 즐거운 미소로 이런 시골에 취재를 나온 아이돌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이돌은 자신의 성을 듣자 왠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이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원래 표정이 딱딱한 사람 같았지만 나름 노력하는 듯 했다.

“그럼 유리코씨는 평소 이곳에서 무엇을 하시죠?”
“뭐, 농사일을 하거나 남편 따라 여행을 가기도 하죠. 미안하네요, 특별한게 없어 인터뷰에 도움이 안 되서.”
“그렇지 않아요. 근데 아카바네라면 혹시…….”
“저기 며느리가 나왔네요. 미안해요, 어제 제 아들이 며느리를 갑자기 데리온 바람에 둘이 친해지고 싶어서 쇼핑을 나왔거든요. 그럼 이만 가볼게요.”
“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급히 걸어가는 부인의 모습에 푸른머리의 예쁜 소녀, 치하야는 당황하다가 이내 인사를 하며 상대를 보냈다.
상대는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가게로 향했다.

“아카바네라고? 설마 아니겠지. P씨랑은 우연히 이름이 같은 걸…….”

거기까지 중얼거리던 치하야의 눈에는 그 부인이 젊은 여성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 방금 말했던 며느리인 듯 했다. 호기심에 그 쪽을 본 치하야의 눈은 이내 커지면서 마이크를 쥔 손에 힘이들어가 버렸다.

“리카씨……?”

치하야는 시선이 맞지 않는 눈으로 그쪽으로 가까이 갔다. 주위 스텝이 갑작스런 그 행동에 당황해했지만, 잠시 쉬겠다는 말을 하며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

“이거, P가 좋아할까요?”
“물론이지. 원래 그 애가 잘 먹는 음식이지만, 사랑하는 미래의 아내가 만들어주는 음식이면 뭐든 맛있게 먹을 걸?”
“……네.”

유리코의 말에 리카는 행복하게 웃으며 어머니에게 조언을 구해 산 반찬들을 보았다.
그 모습을 뒤에서 탁해지는 눈동자로 치하야는 바라보고 있었다.

“……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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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의 고향에서 리카가 행복해지는 이야기. 저도 리카를 충분히 행복하게 해준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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