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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X 아이돌 마스터] 화이트 아이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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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2, 2013 03:33에 작성됨.

 달과 지구 사이의 전쟁이 끝난 지 1년이 지났다. 서로에 관한 무지와 오해로 인해 일어났던 이 전쟁은 문 레이스의 무력 그 자체인 김 깅가남과 사실상 지구의 모든 전력이었던 화이트 돌의 공멸로 끝을 맺었다. 그 이후, 지구인 키엘 하임이 문 레이스의 지도자 디아나 소렐의 자리를 대체하면서 지구와 문 레이스 간의 평화가 시작되었다. 화이트 돌과 턴 엑스를 품은 월광접의 고치는 인간들에게 아픈 과거를 상기시키는 상징이 되어 그 곳에 놓여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전쟁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아메리카 대륙 깊은 곳에 한 호수가 있다. 과거 잉그렛사라고 불렸던 이 지방은 젊은 영주 구엔 서드 라인포드 지도 아래서 산업화의 길을 걸었었다. 하지만 구엔은 문 레이스와의 전쟁 말기 김 깅가남과 손을 잡았고, 그 결과 그는 전쟁이 끝난 후 다른 대륙으로 도피하게 되었다. 그 결과 한 때 번영했던 이 땅은 근방의 루자냐 지방에 편입되었고, 과거의 영광을 잃은 채 변두리로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그 호수 근처에 작은 오두막이 있다.
 “디아나님, 저녁시간이에요.”
 로랑 셰아크가 조심스럽게 소반을 나르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디아나님이라고 불린 여성은 창가에 놓인 침대 위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반응이 없자, 로랑은 다시 한 번 그녀를 불렀다.
 “디아나님?”
 그제서야 그녀는 로랑을 돌아보았다. 달의 여왕이었던 그녀는 지금 지구의 작은 땅 위에서 얼마나 될지 모르는 삶을 지내고 있었다. 디아나는 전쟁 이후 계속 자신을 돌보아주고 있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어제 밥을 남기셨더라고요. 식사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돼요, 디아나님.”
 로랑은 분주하게 디아나의 옆에 상을 차렸다. 풍성하지는 못하지만 소박한 재료로 정성껏 만든, 요리사의 정성이 느껴지는 밥상이었다. 디아나는 지난 1년간을 자신의 삶을 생각하였다. 그리고 로랑을 생각하였다. 자신이 있는 모든 곳에 로랑 역시 있었다. 
 “로랑,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 네.” 로랑은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허리를 폈다.
 “로랑은 혹시, 어딘가 가고 싶은 곳이 있나요?” 
 디아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걷으며 말을 이었다.
 “글쎄요. 디아나님, 어디 외출하시고 싶으신가요?” 
 디아나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바닥의 나뭇결의 차가운 기운이 그녀의 발끝을 통해 느껴졌다. 
 “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로랑 셰아크, 당신의 이야기이지요.”
 “네?”
 디아나는 일어서서 로랑의 눈을 마주보았다. 그의 하늘색 눈이 가볍게 흔들렸다. 하지만 금세 그는 별 일 아니라는 듯 다시 허리를 숙이고 그녀의 옷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글쎄요, 디아나님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겠네요.”
 로랑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디아나는 대답하지 않고 계속해서 로랑을 쳐다보았다. 그 대답에 만족하지 않은 듯 했다. 로랑은 잠시 고민하더니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굳이 고르라면, 즐거운 장소가 좋겠네요.”
 “즐거운 장소요?”
 “네. 사람들이 춤추고, 노래하고, 기뻐하고, 웃는 그런 곳 말이에요. 전쟁 같은 건 없이.”
 로랑은 고개를 돌려 디아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듯 창문을 열고 기지개를 폈다. 아직 다 오지 못한 봄을 대신해 늦겨울의 싸늘한 바람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폐 속에 가득 퍼지는 찬 공기에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끼며 로랑은 밖을 바라보았다. 지구의 자연은 달의 자연과 다르다. 물론 달에도 자신이 지금 보는 것과 비슷한 풍경은 있었지만, 그 것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일종의 정원일 뿐이었고, 하층민 출신인 그는 그런 것을 볼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지구의 자연은 달랐다. 인간이 만든 정원이 아닌, 인간을 만들어 내었고 그 인간을 품을 수 있는 곳이 지구였다. 디아나 역시 로랑의 시선을 따라 밖을 바라보았다. 
 “아, 디아나님. 다음 주에 루자냐에서 축제가 있다고 하는데, 같이 가시지 않을래요?”
 “축제라 함은?” 디아나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성인식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번에는 키엘 아가씨하고 소시에 아가씨도 놀러 오신대요. 어떤가요?”
 “춤추고, 노래하고, 기뻐하는 건가요, 후훗.” 디아나는 작게 웃었다.
 “그럼 가시는 걸로 알겠어요. 아, 잠시 손님이 온 것 같은데요?” 
 급한 마차소리가 들렸다. 로랑은 손을 씻고 밖으로 나갔고, 디아나는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다가오는 마차를 바라보았다. 
 “어라, 저 말은….”
 마차가 가까워지자, 그녀는 그 말들을 알아 볼 수 있었다. 그녀가 과거 키엘 하임으로 살 때 하임 가에서 키우던 말들이었다. 슬슬 먼지구름 속의 말발굽을 육안으로 알아볼 수 있을 무렵, 그녀는 마차 안에서 누군가가 고함을 지르고 있다는 것 역시 들을 수 있었다.
 “로랑! 로랑!”
 “소시에 아가씨!”
 마차에 타고 있는 사람은 소시에 하임이었다. 1년 전보다 머리를 길렀지만, 아직 소녀티는 벗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마차 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 마구 손을 흔들며 로랑을 불러 제꼈다.
 “로랑!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네, 네? 무슨 일이신가요, 소시에 아가씨?!”
 로랑은 차마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한 채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를 보자 소시에 역시 아직 완전히 멈추지 못한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로랑은 당황하여 달려들었지만, 소시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가볍게 착지하고서는 로랑의 목을 붙들어 맸다.
 “화이트 돌이 움직여!”
 “네?”
 “화이트 돌이 다시 움직인다고, 아무튼!”
 소시에는 로랑이 차마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그를 마차에 반쯤 집어 던졌다. 그리고 그 반동으로 자신도 마차에 다시 뛰어들었다. 
 “로랑 잠시만 빌릴게, 알았지?”
 “저, 저기 디아나님, 잠시 다녀오겠스으아악!”
 이 한마디를 남기고, 소시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로랑을 데리고 가버렸다. 아주 잠깐의 격렬한 폭풍이 지나간 이후, 디아나는 로랑이 차려주었던 식사를 바라보았다. 로랑이 돌아온다고 했으면, 그는 금방 돌아 올 것이다. 디아나는 가볍게 눈을 감고 기도했다.
 “잘 먹겠습니다.”

 “저기, 소시에 아가씨? 조금 더 설명해 주시겠어요?”
 마차 안에서 옷깃을 다듬으면서 로랑이 말했다.
 “화이트 돌이 다시 움직이다니요?”
 “말 그대로야. 화이트 돌하고 그 문 레이스의 모빌슈츠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어.”
 “턴 에이와 턴 엑스가….”
 로랑의 기억 속에서 깅가남과의 마지막 싸움이 떠올랐다. 문 레이스와 지구와의 전쟁 마지막, 구엔 서드 라인포드와 손잡은 김 깅가남은 흑역사의 기술을 들고 지구를 다시 한 번 파괴하려 했다. 그 방법이 바로 턴 엑스와 턴 에이에 내장된 월광접 시스템이었다. 로랑 역시 그 시스템에 관하여 자세히 아는 것은 없었지만 단 하나, 다시는 그 것을 작동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최후에 턴 엑스와 턴 에이는 공명하여 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뒤엎는 월광접을 발하였다. 그리고 턴 엑스의 매니퓰레이터와 턴 에이의 빔 사벨이 서로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였고, 결국 두 기체는 월광접이 만들어낸 고치 안에 싸여 침묵하였다. 그리고 그 때 김 깅가남 역시 그 고치에 휘말려 버렸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그 것들이 다시 움직인 것이었다. 그가 회상에 잠겨 있는 동안, 마차는 과거 턴 에이와 턴 엑스가 마지막으로 싸웠던 장소에 도착했다.
 “일단 자세한 상황은 직접 보지요. 소시에 아가씨는 잠시 여기 계세요.”
 “응, 알았어. 조심해야해?” 
로랑은 마차에서 내렸다. 그는 잠시 엎드린 다음 포복 자세로 턴 엑스와 턴 에이의 싸움이 땅에 만들어낸 크레이터의 벽면을 기어올랐다. 가장자리 끝에 오른 로랑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반쯤 벗겨진 월광접의 고치였다. 단단히 석화되어 있어야 할 그 고치는 실의 형태로 풀어져 바람에 조금씩 흩날렸다. 크레이터의 안쪽은 그 월광접의 실로 가득 차 마치 안개가 낀 듯이 뿌옜다. 그 안개 속에서 햇빛은 난반사되었고, 그렇게 왜곡되고 굴절된 빛으로 인해 로랑은 마치 자신이 살아있는 생물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로랑은 자리에서 일어나 턴 에이가 있던 곳으로 달렸다. 크레이터 밖에서 소시에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월광접의 안개 때문에 소리가 흩어져 무슨 뜻인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화이트 돌?”
 턴 에이는 가만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월광접의 고치는 거진 벗겨 져 있었고, 턴 엑스의 매니퓰레이터에 당한 상처도 이제는 거의 회복되어 있었다. 안개가 만들어낸 기이할 정도의 고요함 속에서 로랑은 턴 에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옆에 있어야 할 것은….
 “턴 엑스가 없어?”
 로랑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월광접의 안개를 그 비명마저도 무참히 잡아먹고 소화시켜 끔찍한 정적으로 내뱉었다. 분명 턴 에이와 껴안고 침묵했을 터인 턴 엑스가 보이지 않았다. 로랑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턴 엑스의 마지막 순간 탈출했던 두부인 턴 엑스 탑 역시 보이지 않았다. 단지 흩날리는 고치의 안개들만이 그 것들이 이곳에 있었음을 말해주었다. 로랑은 소리쳤다.
 “깅가남!”
 하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이 낸 목소리마저도. 숨 막히는 침묵은 로랑의 뇌리에 불안한 감각을 불어넣었다.
 만약 김 깅가남이 살아있다면? 그리고 그가 턴 엑스에 다시 타게 된다면? 
 로랑은 턴 에이의 콕핏으로 달려 들어갔다. 만약 깅가남이 살아서 턴 엑스를 타고 있다면, 다시 막을 수 잇는 것은 턴 에이 뿐이다. 깊게 생각할 틈은 없었다. 로랑은 본능적으로 턴 에이의 콕핏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익숙한 패널들이 그를 반겼고, 로랑은 반사적으로 위에 위치한 바이저를 내려 썼다. 
 “턴 엑스는, 턴 엑스는 어디지?”
 로랑이 자리에 앉자 턴 에이 역시 몸에 붙어 굳어가던 고치를 흩어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턴 에이에게서 뜯겨나간 고치들은 가닥가닥 실로 풀려 나가며 안개 속으로 흩어졌고, 기계적으로 떨며 몸을 일으켜 세우던 턴 에이가 허리를 펴고 일어났다. 그 순간 완벽한 정적만을 품고 있던 안개 안에서 이상한 잡음이 들려왔다. 
 “무슨 소리지?” 
 하지만 콕핏 내의 모니터에는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았다. 로랑은 불안함을 느끼며 조종간을 붙잡았다. 1년간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온기가 느껴졌다. 로랑은 한 번 숨을 내쉬고 턴 에이의 다리를 뻗었다. 하지만 턴 에이는 반응하지 않았다.
 “말을 듣지 않아?” 로랑은 당황하여 이것저것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어떤 것도 턴 에이의 움직임을 조종하지는 못했다. 턴 에이는 로랑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두 손을 위로 치켜들었다. 
 턴 에이의 등에서 월광접이 터져 나오듯 발동되었다.
 세상이 뒤엎어졌다. 턴 에이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안개 역시 월광접과 공명하여 온갖 소음과 빛을 내며 폭주했다. 조금씩 들려오던 잡음은 괴성이 되어 울렸다. 로랑이 앉아있던 콕핏에서는 턴 에이와 턴 엑스의 마크가 붉은 빛으로 점멸하며 월광접의 발동을 알렸다. 로랑은 미친 듯이 조종간을 조작했지만, 이미 안개와 공명한 월광접은 그의 전신을 감쌌다. 잔인한 이온의 향기가 퍼졌고, 로랑은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화이트돌과 자신의 몸이 양자로 분해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변이 사라지고, 땅이 없어지고 팔과 다리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결국 이 세상에서 로랑 셰아크라는 존재의 마지막 증거가 사라졌고, 한 마디 목소리만이 남았다.
 “디아나님….”


 “모두 미키의 라이브 솔로 콘서트에 와 줘서 정말 고마운 거 있지. 즐길 준비는 됐지?”
 북적이는 도시의 대로 한 가운데 거대한 무대가 세워져 있다. 천 여 명의 사람들이 길을 가득 메우고 있고, 근처 빌딩의 사람들 역시 잠시 모두들 일을 멈추고 고개를 내밀고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그 큰 무대의 한 가운데, 한 명의 소녀가 손을 흔들며 서 있다. 대담한 의상으로 자신의 몸을 자랑하고, 금색으로 염색한 긴 머리를 휘날리며 아이돌 호시이 미키는 팬들에게 인사했다. 
 “일단 첫 번째 곡부터! 먼저 부를 노래는….”
 하지만 그녀가 차마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갑자기 관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관중석의 한 가운데서 무슨 사고가 일어난 듯 했다.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들었고, 앞에 앉은 사람들은 뒤돌아 까치발을 서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려 했다. 미키 역시 예상하지 못한 사고에 당황해 어쩔 줄을 몰랐다.
 “저기, 무슨 일이야?”
 무대 뒤에서 한 남자가 급하게 다가와 미키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미키 역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을 뿐이었다. 근처에서 대기 중이던 교통 요원들이 인파를 헤치고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확인하러 갔다. 얼마 후, 그들은 어느 외국인 소년을 들쳐 메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사람들이 불안해 할 무렵, 방송이 울렸다.
 “잠시 진행에 차질이 생겨서 죄송합니다. 본 콘서트를 관람하던 한 관객분이 기절하여 쓰러진 것을 확인되었습니다. 그 분은 현재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생명에 지장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곧 콘서트를 다시 시작하겠으니, 관객 분들은 당황하지 마시고 자리에서 잠시 기다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겠습니다. 잠시 진행에….”
 방송이 울리는 동안, 미키는 무대 뒤에서 숨을 골랐다. 그녀의 옆에서 아까 그녀에게 말을 걸었던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괜찮니, 미키?”
 “무슨 일이었던 거야, 허니?”
 프로듀서라 불린 그 남자는 고개를 살짝 기웃거리며 대답했다.
 “그게, 관객 중 한 분이 도중에 쓰러졌다나봐. 일단 이쪽 분들이 병원으로 데려갔다고 하셨으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고. 미키야 말로 괜찮아?”
 “미키는 물론 괜찮지. 아마 그 팬 분도 미키가 너무 반짝거려서 황홀해서 쓰러지셨던 거일거야. 그래도, 미키 때문인 거잖아, 그럼. 미키가 찾아가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럼, 공연이 끝나고 잠시 가보자. 일단 지금은 공연에 집중, 알았지?”
 “알았어, 허니!”
 미키는 자신 있게 일어나서 프로듀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뒤돌아 다시 무대 위로 뛰쳐나갔다. 프로듀서는 한숨을 가볍게 내쉬고 수첩을 펼쳤다.
 “모두들 기다렸지? 아마 그 분도 미키가 너무 멋져서 그랬던 걸 거야. 그럼 이번에는 미키가 다들 기절할 정도로 귀여운 곡 불러줄 테니까, 기대해?”
 환호성이 들려왔다. 음악이 시작되었고, 곧 무대의 뒤에도 열기와 환호성이 전해질 정도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이번 콘서트 대 성공인거 같아! 이게 다 프로듀서 덕분이야.”
 미키는 힘 빠진 목소리로 힘찬 말을 했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능력인건가. 프로듀서는 한 번 실없이 웃은 다음 엑셀을 밟았다.
 “너무 피곤하지 않니? 병문안은 내일 가고, 오늘은 쉬지 않을래?”
 “아니, 그 팬 분도 미키 때문에 쓰러져서 공연도 못 봤는데, 미키가 만나 줘야 하지 않겠어?”
 “그래, 그럼 약간 걸릴 테니까 잠깐이라도 눈 붙이고 있어, 알았지?” 
 프로듀서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운전을 계속했다. 미키 역시 제대로 대답하지도 못하고 금세 잠에 곯아떨어져 버렸다. 프로듀서는 차를 몰며 곰곰이 생각했다. 일단 공식적으로는 지나치게 흥분한 한 외국인 관람객이 쇼크로 기절한 것으로 되었지만, 그 근처에 있던 사람들 중에서는 ‘그 외국인이 갑자기 나타났다.’ 라고 증언하는 사람도 있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그가 튀어나왔다는 것이었다. 프로듀서는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을 느끼고 한숨을 쉬었다. 
 차가 병원에 도착할 무렵에도 그의 머릿속은 정리되지 못했다. 그는 이미 완전히 잠든 미키에게 말을 걸었다.
 “미키, 도착했단다. 일어나.”
 “흠냐….”
 미키는 반쯤 일어나긴 했지만 아직 잠에 취한 채 비틀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그는 일단 미키의 한 쪽 손을 잡고 응급실로 향했다. 프로듀서는 그 스태프 측에서 쥐어준 사진을 바라보았다. 검게 탄 피부에 백발을 지닌, 한 눈에 봐도 독특한 외국인이었다. 하지만 얼굴은 앳되었는데, 피부색에도 불구하고 인상은 흑인이라기보다는 아시아 계열에 더욱 가까웠다. 그가 그 사진을 쳐다보는 동안, 병원의 복도를 지나가던 누군가와 어깨가 부딪쳤다. 프로듀서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잠시 정신이 팔려서 그만….”
 “흥, 눈을 어디 달고 다니는 건지. 나 원 참.”
 “어?”
 프로듀서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가 고개를 들자 그 남자 역시 프로듀서를 알아보고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너, 765의 프로듀서로군. 여긴 무슨 일이냐. 댁 사장이 뒈지기라도 했나?” 961 프로덕션의 사장, 쿠로이였다. 그는 얼굴에 경멸을 가득 담은 채 이죽거렸다.
 “아니 그게….”
 하지만 프로듀서가 차마 말을 잇기도 전에, 쿠로이 사장의 등 뒤에서 다른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흥, 그런 별것 아닌 것한테 시간을 뺏기지 말자고. 우리끼리 할 말이 많지 않은가?”
 “그렇군. 잘 있으라고, 765.”
 그 말과 함께 두 남자는 병원 밖으로 나가버렸다. 프로듀서가 당황해 있을 무렵, 겨우 잠에서 깬 미키가 눈을 비비면서 하품을 했다. 
 “에, 프로듀서, 여기 어디야?”
 하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외국인 소년이 누워있는 침대가 그의 눈에 비쳤다. 프로듀서는 미키의 아직도 상황파악이 되지 않아 마구 두리번거리는 미키의 손을 이끌고 그 침대로 다가갔다.
 “헤에, 이 아이야?”
 미키가 프로듀서의 손에 들려있던 사진을 보고 웅얼거렸다. 그의 외모는 실물로 보자 더욱 특이했다. 중성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피부는 약간 거칠었다. 미키는 그가 신기하다는 듯이 뒷짐을 지고 고개를 배꼼 내밀고 그를 바라보았다. 신기함과 궁금증이 뒤섞인 미묘한 눈빛이었다. 프로듀서는 자신의 뒤에 숨어있는 미키를 향해 살짝 속삭였다.
 “미키, 일단 여기는 병원이니까, 소란 일어나기 전에 빨리 가자. 알겠지?”
 “알았어, 프로듀서.”
 미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검지 손가락을 세워 그 소년의 볼을 쿡쿡 찔렀다.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프로듀서에게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보호자신가요?”
 “네?”
 놀란 프로듀서의 뒤엔 간호사가 있었다. 그녀는 귀찮다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이 분이 여권이나 신분증은 아무것도 가지고 계시지 않더라고요. 지갑도 없고. 그래서 저희 병원에서는 더 이상 맡아드릴 수가 없네요.”
 그녀는 사무적인 태도로 계속해서 의료보험의 중요성과 병원의 이익 구조에 대한 장대한 연설을 이어갔다. 미키는 얼굴을 숙인 채 프로듀서의 팔에 안겼다. 
 “그래서, 어쩌시겠어요?”
 이 말을 끝으로 간호사는 고개를 치켜들었다. 더 이상 자신이 할 말은 없다는 것이다.
 “그럼 일단 대사관 쪽에 연락을….” 프로듀서가 고민 끝에 말을 꺼냈다. 하지만 그가 힘겹게 정한 이 대답은 갑자기 그의 옆에서 튀어나온 미키에 의해 잔인하게 끊겨버렸다.
 “우리가 데려갈게요. 이 아이.”
 “저, 저기, 미키야?” 프로듀서는 식겁하여 미키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하지만 미키 역시 단호한 눈으로 말했다.
 “이분이 이렇게 된 것도 미키 때문이니까, 미키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프로듀서, 이번만 허락해줘. 응?”
 “그래도, 아직 이 사람 신원 파악도 안 되었고,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몇 번에 걸친 프로듀서의 설득에도 미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한 번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이런 미키는 그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번호를 눌렀다.
 “네, 코토리씨? 지금 사무실에 누구누구 있나요?”
 “아 네, 네. 별건 아니고요. 아, 마코토가 있나요? 그럼 알겠습니다. 아니 네, 별거 아닙니다. 네 그럼, 지금 가겠습니다.”
 그는 전화를 끊고서는 간호사를 돌아보았다.
 “그럼, 이 분은 저희가 맡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냥 데려 가면 되나요?”
 “네. 어차피 신분증도 없었고, 그냥 결제만 해 주세요.”
그녀는 대충 종이에 이것저것 끄적거린 다음 청구서를 내밀었다. 
 “결제? 아, 알겠습니다.” 
 프로듀서는 허둥거리면서 지갑을 뒤졌다. 그리고 두 개의 카드 사이에서 약간 고민한 후,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법인 카드를 골라 꺼냈다. 간호사는 그 카드를 들고 간 다음 약간 후 영수증과 같이 돌아왔고, 프로듀서는 그 소년을 들쳐 메었다. 간호사는 자신이 일은 다 끝났으니 신경쓰지 않겠다는 듯이 금세 다른 곳으로 가버렸고, 프로듀서와 미키 역시 더 이상 병원에는 볼 일이 없었기에 밖으로 나왔다.
 “프로듀서, 괜찮지?”
 미키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되물었다.
 “먼저 데려가자고 말 한건 미키잖아. 그리고 사무실에 마코토도 있다니까,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나도 큰 문제는 없겠지. 아니, 마코토가 있다고 안전할거라 생각하는 게 문제일지도.”
 이 말과 함께 프로듀서는 그 소년을 차의 뒷좌석에 앉혔다. 아직도 그 소년은 고개를 푹 숙이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 
 “미키는 앞에 타라.”
 “알았어, 프로듀서.”
 엔진소리와 함께 차에 시동이 걸렸다.

 로랑 셰아크는 자신의 몸을 느꼈다. 월광접이 원소 단위로 분해했던 그의 몸이 다시 한 번 형태를 만든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전신에 가해지는 중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력은 지금 로랑이 있는 곳이 지구라는 것을 말해줬다. 로랑은 팔을 들어보려 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에 놀랐다. 중력 다음에 느껴진 것은 가벼운 진동이었다. 몸이 위 아래로 주기적으로, 하지만 불규칙하게 흔들렸다. 턴 에이를 탔을 때와는 다른 진동이었다. 턴 에이는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구엔의 자동차를 운전하던 때와 더 비슷한 감각이었다. 로랑은 조금씩 시야에 빛이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와 함께 두런거리는 말소리 역시 들려왔다.
 “…래……소……까?”
 “미……않……나….”
 성인 남자와 소녀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가 들어본 목소리는 아니었다. 로랑은 조금씩 밝아지는 시야에 집중했다. 그의 몸은 무언가 검은 곳 안에 갇혀 있었다. 유리창이 양 옆에는 유리창이 달려 있고, 의자는 푹신했다. 가죽 같기도 하지만, 가죽과는 또 다른 무언가 이었다. 로랑은 살짝 고개를 들어 창밖을 내다보았다. 몸이 제 말대로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구속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는 비명을 질렀다. 그가 갇힌 물체는 거의 MS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으, 으악?!”
 로랑은 몸을 비틀며 의자 아래로 나뒹굴었다. 그리고 갑자기 또 다른 비명소리와 함께 공간이 무지막지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 움직였다! 프로듀서, 저 아이 움직였어!”
 “자, 잠깐 미키! 내 팔 놔! 놓으라고!”
 로랑은 바닥에 누운 채로 말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한 금발의 여자가 의자에 앉은 채로 옆에 앉은 남자의 팔에 매달려 있었고, 그 남자는 마구 팔을 흔들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잠시 후 겨우 흔들림이 멈췄고, 두 사람이 로랑을 돌아보았다.
 “저기, 죄송합니다. 그런데 여기는…?” 로랑이 말했다.
 “짜잔!”
 금발의 여자가 갑자기 두 팔을 가득 벌리며 외쳤다. 
 “미안, 미키미키의 콘서트는 끝나버렸어. 미키를 봐주려고 외국에서 와 줬는데, 미키가 노래하는 걸 못 보여줘서 미안해. 그래서, 미키가 인사해주려고 하는거야.”
 “네?”
 로랑은 살짝 얼빠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자신을 미키라고 소개한 그 여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음, 미키를 봤는데 안 놀랐어?”
 “저기….” 로랑이 말을 이었다.
 “그게, 여기가 어디인가요?”
 “아, 그것부터 대답해줘야겠구나. 네가 공연 도중에 쓰러져서 병원에 갔는데, 신분증이 없다더구나. 그래서 일단 우리 사무소로 데려가는 중이란다.”
 프로듀서라고 불린 남자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로랑은 잠깐 생각한 후, 아무래도 남자 쪽이 조금 더 상황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 그래, 이름이 뭐니?” 그 남자가 로랑에게 물었다.
 “로랑, 로랑 셰아크입니다.”
 “외국인이구나….” 미키가 말했다.
 로랑은 잠시 밖을 쳐다보았다. 거대한 기둥들이 밝은 빛을 비추며 지나갔다. 아무래도 그가 타고 있는 것은 자동차인 듯 했다. 하지만 그 속도는 구엔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창 밖에는 비슷한 자동차들이 말도 되지 않는 속도로 스쳐지나갔다. 마치 문 레이스의 귀족 지역에 온 것 같았다.
 “여기는 달인가요?” 로랑이 물었다.
 “에? 프로듀서, 이 얘 타카네같은 이야기 하고 있어.”
 “아, 아닙니다. 못들은 걸로 해주세요.”
 로랑은 금세 말을 돌렸다. 아직 지구 안에서는 문 레이스의 존재를 모르는 지방도 많을 것이다. 지금 로랑이 아메리카 대륙이 아닌 다른 곳에 떨어졌을 가능성도 컸다. 하지만 문제는, 지구 위에 이 정도로 기술이 발전한 지역이 있냐는 것이었다. 이 정도로 산업화가 진행된 지방은 최소한 지구 위에는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달 역시 아니다. 그럼 이 곳은 어디인가?
 “그래, 로랑군은 어디서 왔니?” 프로듀서가 물었다.
 “저기, 그러니까, 잉그렛사에서 왔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의….”
 “아메리카? 그럼 로랑은 미국에서 온거야?” 미키가 깜짝 놀라 말했다.
 로랑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그 고민은 별로 길지 않았다.
 “네. 죄송합니다. 여행을 하다가 소매치기를 당해서 가진 걸 전부 잃어버렸습니다.”
 “에에, 조심했어야지! 몸은 괜찮은거야?”
 “그게….”
 로랑이 대답하기 전에 차가 멈추고, 프로듀서가 말을 끊었다.
 “자, 일단 사무실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아, 도착했다!” 미키가 외쳤다.
 로랑 역시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커다란 건물 한 채가 눈앞에 서 있었지만, 그 옆에는 그가 여태까지 보아온 어떤 것보다도 더욱 큰 건물들이 있었기에 그렇게 커 보이지는 않았다. 굳이 비교하자면 화이트 돌과 비슷한 크기일까? 그 건물의 중간쯤에, 무언가 덕지덕지 숫자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레 그 숫자를 읽었다.
“7…6…5…?”
로랑이 멍하니 서 있는 동안, 미키가 그의 손을 잡고 건물 안으로 이끌었다. 뒤에서 프로듀서가 조심하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녀는 들은 척도 안하고 로랑을 끌고 계단을 올랐다. 로랑 역시 발을 마구 헛디디며 겨우 계단을 올랐다. 2층 정도를 올랐을까, 그녀가 작은 문 앞에 로랑을 세웠다. 그리고 방긋 웃으면서 문을 열었다.
 “765 프로덕션에 어서 와인거야!”






 처음 써보는 팬픽입니다.
 
 혹시 턴 에이 건담을 보시지 않은 분들을 위해 말씀 드리자면, 그 작품의 주인공인 로랑 셰아크가 아이돌 마스터의 세계관으로 온 크로스 오버 소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오리지널 주인공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새로운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네요.
 턴에이 건담의 이야기는 모두 끝난 시점, 아이돌 마스터는 이곳 저곳 시점이 섞여 있습니다. 프로듀서는 대충 애니마스의 프로듀서를 머릿속에 떠올리시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첫 소설이니 만큼, 여러분의 관심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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