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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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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17, 2013 08:37에 작성됨.

*히로인이 망가졌습니다. 면역이 없는 분들은 보지 마세요.
*이 소설에 나오는 리카는 신데마스의 리카와 관련이 없는 소설 오리지널 캐릭이니 햇갈리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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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점심때쯤이 되서야 P는 눈을 떴다. 침대에서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려다 부드러운 피부가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을 알고 눈만 뜬 상태로 얌전히 있었다. 자신은 이불 속에서 지금 속옷 한 장 입지 않은 상태였고, 자신의 옆에 누워있는 연인 또한 그랬다. 리카는 P를 꼬옥 끌어안고 평화로운 얼굴로 자고 있었다. 지금 이 상태로 리카의 팔을 치우고 일어나도 괜찮았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나중에 자고 일어난 리카가 P가 곁에 없는 것을 알고 울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이런 여유는 생각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괜찮다. 더 이상 리카에게는 신경 써야할 스케줄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키호와 데이트를 한 날. 리카는 비상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발목을 삐고 코가 망가지는 상처를 입었다. 다행히 상처는 모두 완쾌되었지만, 치유되지 않는 상처가 남았다.
유키호와 데이트 때 찍은 방송을 리카가 볼 줄은 몰랐다. 그 전에 휴대폰을 잃어버린 것이 그렇게 큰 사건이 될 줄은 몰랐다.
자신의 안일함이 리카에게 큰 상처를 주고 말았다. 

“P, 나 싫어! 더 이상 아이돌일 하는 거 싫어! P랑 같이 있을 수 없는 거 싫어!”

깨어나자마자 자신을 보고 그리 울부짖던 리카를 보고 P는 결정했다. 리카의 은퇴를 도와주기로. 딱 한 공연만을 계획하고 모든 스케줄을 취소했다.
그렇게 원하던 영화를 하차해야한다고 말했을 때 리카의 담담한 모습을 보고 P는 자신의 결정이 옳았음을 알았다. 리카에게는 더 이상 아이돌로서의 욕심과 향상심이 없었다. 오히려 아이돌의 일을 힘들어하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지금의 리카는 더 이상 아이돌 일을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일을 어제 사장에게 말하러 갔었다.

“장난해 이 새끼야? 프로듀서란 자식이 아이돌 관리를 그 따위로 밖에 못해!”

평소에 신경질을 내지만 그래도 욕설을 하지 않던 프로덕션의 사장이 자신의 말을 듣고 그리 크게 화를 냈다. 당연했다. 리카는 프로덕션의 얼굴이었다. 리카의 행동은 곧 프로덕션의 이미지였다.
국내최고의 톱아이돌이 소속된 것만으로 엄청난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그 아이돌이 일을 잘못하면 그 이미지는 고스란히 프로덕션이 맞게 된다. 
리카의 상태는 이미 업계는 물론, 뉴스에서도 나왔다. 그 타격이 프로덕션에는 너무 커 이미지와 업계 일을 따는 데 큰 제약이 생긴 것 같았다.
톱 아이돌이 몰락한 프로덕션으로서 말이다. 물론 리카가 퇴원 후에 약간의 휴식 후 다시 아이돌 활동을 하다가 은퇴를 하면 만회할 수 있었다. 원래의 리카에게라면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었고, 자신 또한 그것을 도울 능력이 충분히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리카는 안 된다. 너무나 망가진 리카로서는 더 이상 아이돌일을 할 수 없었다.

“어쩔거냐고? 당장 너희 후배 아이돌들에게 갈 이미지는 어떻게 할 거야? 국내 최고라는 녀석이 망가진 프로덕션의 아이돌을 믿고 봐줄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아? 그냥 이대로 무작정 그만두면 만사 해결 될 것 같아?”
“그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 부분은 제가 어떻게든…….”
“때려쳐!”

순간 흥분한 사장이 자기 책상에 있던 유리재떨이를 P의 얼굴에 던져 버렸고, 그 재떨이는 고스란히 P의 이마에 맞았다. P가 재떨이를 맞고 쓰러졌지만 사장은 흥분해 계속 말했다.

“뭐, 네가 일류프로듀서라고 또 리카 같은 아이돌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거야? 웃기는 지껄이도 작작해! 프로듀서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아이돌 본인의 재능이야! 야, 한 번 지껄여봐. 누가 있냐? 네가 생각할 때 리카의 반만이라도 따라갈 아이돌이 우리 회사에 누가 있냐?”

사장은 흥분해 씩씩대며 P에게 다가가 쓰러진 그의 멱살을 잡아 얼굴을 마주했다. P의 이마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니다, 우리 아이돌업계에서 누가 있냐? 아, 있긴 있구나.”

짝!
그리고 다른 손으로 P의 뺨을 세게 때렸다. 

“그 765의 호시이 미키였나? 참 가지가지한다. 그러고보니 네가 리카의 펑크난 일을 그쪽 프로덕션에 나눠주기도 했지. 너 어디 소속이야? 왜, 네 전 프로덕션이라고 도와주고 싶었냐? 아니, 도와주는 건 상관없어. 같은 업계 사람이 잘되면 좋지 뭐 그래. 안 그래? 하하!”

그리고 한 번 크게 웃던 사장은 P의 멱살을 다시 들어 올려 얼굴을 좀 더 가까이 가져가 소리쳤다.

“그 전에 먼저 우리 애들을 봐줘야 할 거 아니야! 어쩔거냐고! 리카 덕에 이제야 빛을 보던 아이들인데, 이일로 큰 타격을 받게 됐어! 톱 아이돌이 되겠다고 노력한 게 리카 뿐인 줄 알아? 그 아이들도 엄청나게 노력했어. 미친 듯이 리카를 멘토삼아 열심히 했다고. 이게 뭔 뜻인지 알아? 일만이 아니라 그 애들까지 상처를 받았단 말이야! 자기들의 우상이 망가져서 재기도 못하는 모습에 완전 전의를 상실했다고! 언젠가 자기들도 그리 될 거라 믿었는데 그 마음이 완전 꺽였단 말이야!”

그리고 쥐고 있던 P의 멱살을 뒤로 내팽겨쳤다.

“……죄송합니다.”

P는 흐르는 피도 누르지 못하고 그렇게 사과밖에 할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놈의 죄송합니다! 그럼 뭔가 대책을 내놔봐! 왜, 리카가 다시 활동 할 수 있는 거야? 은퇴 취소하고 다시 재기해서 또 빛날 수 있냐고!”

그 말에 P는 침묵을 했다. 그것은 불가능했다. 그 모습을 보고 사장을 이를 악물었다.

“왜 내가 네들 연애지거리를 막지 않았는데. 그게 리카의 목표였으니깐 그랬어. 근데 뭐야. 넌 뭔 짓을 한 거야? 담당아이돌과 연애를 할 수는 있어. 숨기는 것도 어쩔 수 없지. 근데 그 상태에서 또 다른 아이돌과 연애를 해? 네가 그러고도 프로듀서냐?”

아무말도 못하는 P를 보다가 사장은 자리에 가 주저 앉으며 P에게 손짓했다.

“꺼져버려. 그 퇴물아이돌과 같이 꺼져. 둘 다 해고야.”

그 말에 P는 슬픈 눈으로 사장을 보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사과를 하고 사장실을 나왔다. 사장으로서는 많이 참은 것이다. 해고를 한다고 프로덕션의 이미지가 나아지지는 않는다. 차라리 어떻게 든 리카를 닥달해 다시 아이돌 일을 하게 하는 쪽이 나았다. 그나마 이미지가 호전 되었을 때 은퇴를 시키는 쪽이 최고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다, 사장도 리카에게 걸었던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그 기대 때문에 리카를 더 이상 비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P가 사장실을 나오자 마침 사무소에 있던 리카의 프로덕션에 있던 동료 아이돌들의 시선이 그 쪽에 쏠렸다. 모두 시선이 어딘가 불안하고 무언가를 기대감을 담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 리카는 우상이자 목표였다. 그랬기에 지금의 사태가 너무나 불안하고 무서운 것일 거다. 그래서 기대하는 것이다. 무언가 희망이 될 말을 그녀의 프로듀서였던 P에게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P의 입에는 그 기대를 어긋나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모두 정말 죄송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에 모두의 얼굴은 아직도 악몽이 되고 있다. 
프로덕션에서 짤린 리카와 P는 그 후 프리로서 활동하게 되었지만, 아이돌로서의 일을 한 적은 없다. 그나마 은퇴식을 생각 중이지만 그조차 할지는 모른다.

“……헤헤, P-”

리카가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P의 얼굴을 보고 햇살처럼 밝은 미소를 짓고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키스를 했다. 최근 한가해진 둘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언제 P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아침을 준비한 적도 있었는데, 그 때 리카는 옆에 P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어린애처럼 울며 굉장히 불안해했었다. 그 후로 P는 꼭 리카가 일어날 때까지 옆에 있어주었다. 
그리고 리카를 안아주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이제야 아침을 준비한다. 멀쩡할 때의 리카라면 자기가 준비한다 했겠지만, 지금의 리카는 예전처럼 나서서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 그저 P가 하는대로 지켜보며, 그가 시키면 그제야 무언가를 한다. 자신이 무언가를 한다고 나서는 것을 두려워한다. 혹시나 잘못 나서서 P에게 미움 받을까 굉장히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
지금의 리카는 완전히 망가졌다. 그저 기다리고 시켜주기만을 기다린다. 그래도 아예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끝에는 꼭 붙는 말이 있다. 
“P가 싫으면 그만 둘게…….”거나 “P가 싫으면 포기할게.”“……하지 않을 게.” 같은 말들이었다. 
예전의 당당하던 모습은 더 이상 없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 아프고 미안해 그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P는 울고 싶은 기분에 감싸였다.
울면서 리카를 꼭 껴안고 미안하다고 몇 번이고 사죄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리카에게 그런 행동을 하면 오히려 리카는 곤란해하며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나 불안해 한다. 그런 P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두려워하며 떨게 된다. 
그래서 그런 행동도 하지 못한다.
밖으로 나가지 않은 지 상당히 오래됐다. 나가봤자 리카의 집에서 자신의 집으로 이동한다거나, 아니면 그 반대의 경우뿐이다. 쇼핑이나 거리를 걷는 가벼운 데이트정도는 아주 가끔 있는 일이다. 리카는 밖에 나가는 것을 극도로 무서워하게 된다.
대인기피증이 아니라, P가 누군가를 만날지 굉장히 걱정하며 두려워하고 있었다. 특히나 765프로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는 거의 광적으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765프로의 사람들에게 P를 뺏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765프로의 사람들과 무슨 일이 있던 건지 물은 적이 있지만 리카는 고개만을 저으며 아무 일도 없다고 말하면서도 그녀들과 만나는 것을 말렸다. 

“P가 원한다면 만나도 좋지만…….”

그리 말했지만, 말하면서 리카는 심하게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래서 P는 그녀들을 만나러 가지 못했다. 유키호와는 여전히 연인관계로 알려줘 연락을 가끔 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리카가 화장실에 간다거나 샤워를 할 때와 같은 리카가 없는 상황에서였다.
그나마 만남이 허용된 상대는 미키정도였다. 미키가 매일 문병을 와서인지 몰라도 미키에게는 마음을 열고 있었다. 
미키도 그날 병실에서 무슨 일이 있던 것 같지만 본인이 괜찮다하여 P는 아는 것이 없었다. 그래도 그 일로 둘의 관계가 가까워진 것 같아 P는 안도하고 있었다. 혼자 나갈 일이 있으면 현재 아이돌일을 쉬고 있는 미키에게 리카를 잠시지만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밖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리카는 굉장히 불안해 하며 전화를 ‘딱 한번’만 한다.
딱 한번. 그리고 그 이상은 전화를 하지 않는다. 참고 있는 것이다.
리카는 전화를 하는 것에 공포를 갖고 있었다. 그 날 잃어버렸던 핸드폰을 찾아 음성메시지와 메일함을 열었을 때 P는 리카가 느꼈을 감정들을 일부라마 알게 되었다. 그리고 누군가 장난을 친 흔적을 보며 분노하기도 했다. 그 일로 인해 리카는 전화를 받는다거나, 거는 것을 힘들어 했다. 그 한 번도 너무나 불안해 딱 한 번 하고서는 핸드폰을 안 보이는 곳에 두고 하루 종일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P가 아침을 준비하고 있을 때 켜 놓은 텔레비젼이 갑자기 꺼졌다. 리모컨을 눌러보고서 정전이 되었음을 안 P는 리카가 샤워실에 있는 것을 깨닫고 급히 그곳으로 달려갔다. 

“P, 도와줘! 무서워, 아파! 여기 너무 어두워, P!”

샤워실 안에서 리카가 공포에 젖은 목소리로 절규하는 것이 닫힌 문 너머로 크게 들려왔다. 급히 달려가 문을 열자 리카는 떨어지는 샤워물을 알몸으로 맞으며 웅크려 앉아 몸을 감싸며 울고 있었다. P가 급히 리카를 일으켜 몸이 젖는 걸 신경 쓰지 않고 꼬옥 안아주자 리카는 그 품에 숨듯이 푸욱 파묻으며 어린애처럼 울었다.

“아파, 아파, 아파 P……. 그리고 무서워…….”
“괜찮아. 이번에는 내가 같이 있으니깐.”

그 날 병원 계단에서 구른 리카는 겉으로 보이는 상처만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에 치료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어두운 곳에 있으면 공포감을 느끼며 환지통을 느끼게 된다. 몸에 상처가 없는 데도 몸은 통증을 느껴 괴로워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통증과 함께 비상계단에서 느꼈던 외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공포감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어두운 계단에서 굴러 몸에 상처를 입고 통증과 함께 혼자 정신을 잃은 것이 그리 만든 것 같았다. 
그래서 리카는 밤에 혼자 잘 수 없다. 혼자 잘 때면 방에 불을 환히 켜놓고 잔다. 그게 아니면 옆에 P를 꼬옥 안아야지만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
리카는 말 그대로 P없이는 더 이상 혼자 살 수 없는 몸이 된 것이다. 
몇 번이나 P를 찾고 몇 번이나 P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고, 그에게 관계를 요구해온다. 관계를 맺으면서도 더 이상 피임약을 쓰지 않는다. 어차피 평생을 책임지기로 마음 먹은데다, 아이돌 일도 그만 두었기에 신경 쓰지 않는다. 아직 은퇴를 안했지만, 어차피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태였고, 인터넷과 신문 언론에서도 그렇게 기사를 쓰고 있었다.
은퇴만 안했다 뿐이지 주위에서 리카는 이미 사라지는 아이돌이 되어버린 것이다.
P는 그것이 슬프고 안타까웠지만 리카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P랑 더욱 같이 있고, 주위 사람들 눈을 신경 쓰지 않게 된 것이 기쁜 듯 했다.
 리카가 진정 된 듯하자 P는 리카의 젖은 몸을 닦아주며 식탁으로 데려가 같이 아침을 먹었다. 서로 눈에 보이도록 마주앉고 먹는 둘은 속옷조차 입지 않았다.
어차피 집 안에는 단 둘 뿐인데다, 언제 또 옷을 벗게 될지 알 수 없었다. 리카가 관계를 요구하는 것은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냥 가만히 텔레비젼을 보다가, 혹은 식사를 하다가도 리카가 부탁해온다. P가 원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리카가 요구해 온다.
그 관계를 가짐으로서 얻게 되는 성적쾌락보다도 P를 몸속에서까지 느끼게 되는 것에 큰 기쁨과 안심을 얻는 것 같았다.
집안에 커튼은 환하게 쳐져 있었다. 어차피 꼭대기에 있는 방인데다가 더 이상 다른 이의 눈을 신경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언론은 더 이상 사라져 가는 아이돌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아침을 먹고 베란다로 나가려니 리카가 그 뒤를 졸졸 따라온다. 좁은 집 안에서도 리카는 P의 뒤를 계속 따라진다. 그를 시야에서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하루종일 그와 있으려 한다.

“P~"

애교섞인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그를 뒤에서부터 안아온다.

“왜, 리카?”
“그냥. 헤헤.”

어린애처럼 웃으며 더욱 꼬옥 끌어안는다. 수시로 P의 이름을 부르고 그가 대답하기를 기다린다. 눈으로 보면서도 그에게 곁에 있음을 확인받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리카를 안쓰럽게 한 번 쳐다보다가 이내 웃으며 물어보았다.

“오늘도 어디 가고 싶은 곳 없어?”
“없어. 그냥 P랑만 있으면 돼.”

한 치의 고민도 없는 말이었다. 아이돌일 때 하지 못한 데이트라던가 연인으로서 하지 못한 일들을 원할 벗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집안에만 있기를 바란다. 그래도 너무 집안에만 있으면 좋지 못해 P가 요구해 나갈 때는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P가 원하기에 따르는 기색이었다. 그렇게 해서 나가게 되면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나가는 것이 좋다기보다는 그가 원하는 것에 따르는 것을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리카는 베란다에서 밖을 보는 P의 허리를 안아 그 넓은 등에 머리를 기대었다. 따스한 아침햇살을 한 동안 기분 좋게 둘이 느끼고 있을 때 P의 허리를 안고 있던 손을 조금 씩 내리며 리카는 유혹하는 간질간질한 목소리를 냈다.

“P-”

그 부름만으로 충분했다. 그녀가 무언을 요구하는지 알았기에 P는 몸을 돌려 그녀와 같이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한 동안 그 문을 닫지 않고 그녀와의 시간을 즐겼다.
그녀와 한차례 관계를 맺고서 P는 샤워실 문 앞에 리카와 같이 서있었다. 정전은 얼마 안 되어 풀리고 전기가 들어와 있었다.
P는 리카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리카, 반지는 빼야지.”

P의 요구에 리카는 곤란한 빛을 띄었다. 리카는 샤워를 하러 가면서 반지를 끼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커플링을 한 번 유키호에게 넘기고, 그 반지로 인해 P가 차갑게 대했던 것이 아직도 마음에 상처가 된 것인지 리카는 반지를 빼는 것에 큰 거부감을 느끼며 자신이 계속 끼고 있으려 했다.

“내가 맡고 있을게.”

 P가 그리 말하자 리카는 단번에 밝게 웃었다.

“응. 부탁할게.”

그리고 리카는 샤워실에 들어갔고, P는 자신이 맡은 반지를 쥐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샤워실 안에서는 시원한 물줄기 소리가 들려왔다.

“P, 밖에 있어?”
“응. 있으니깐 걱정하지 말고 샤워해.”

리카는 불안한 듯 중간중간 샤워를 하며 P를 부르며 그 존재여부를 확인했고, P는 그 때마다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몰래 한숨을 쉬었다.
리카는 언제까지 저런 상태일까?
결혼을 하면 나아질까?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면 괜찮아질지도 몰랐다.
그래 결혼을 하고 집은 고향집이나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지방으로 얻는 것도 괜찮을지 모른다. 사람이 적은 곳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며 리카는 금방 나아질지도 모른다.
그 때 핸드폰 소리에 민감한 리카를 위해 진동으로 해놓은 핸드폰이 흔들렸다.
화면을 보니 유키호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P는 샤워를 하고 있는 리카를 주위하며 전화를 받았다.

“유키호. 웬일이야?” 
[프로듀서씨, 지금 통화 괜찮아요?]
“아아, 괜찮아. 무슨 일인데? 길게는 하지 못해.”

계속 등 뒤를 신경 쓰며 작게 통화를 했다.

[중요한 일은 아닌데요……. 그게, 아직 저희들 연인인거죠?]

어딘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묻는 그 소리에 P는 쓴 웃음을 지었다. 아직 이일을 끝내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이 관계도 빨리 끝내고 싶었지만 언론에 연인선언을 한지 얼마 안 되어 바로 이별을 밝힐 수는 없었다. 그러는 것은 유키호 이미지에 좋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집 안에만 있기를 원하는 리키의 상태는 도움이 되기도 했다.

“뭐, 아직 언론에는 그렇게 알려져 있지.”
[저기, 그런 언제 또 데이트는 못하더라고 같이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유키호 측에서 이리 말한다는 것은 유키호로서 굉장히 용기를 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용기에 예전 같으면 응해주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미안 유키호. 아직 리카의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서 힘들 것 같아.”
[그, 그렇군요. 죄송해요. 곤란하게 해드려서…….]
“아니야. 유키호는 우릴 위해 마음에도 없던 나의 연인 노릇을 해줬던 건데……. 오히려 제대로 하지 못해 내가 미안해.”
[……그럼 이만 끊을게요.]

갑자기 굉장히 슬픈 목소리로 유키호는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자 P는 죄채감을 느꼈다. 유키호는 자신들을 위해 그런 용기를 냈다가 곤란한 상황에 처해버렸다.
연인선언을 하고서 사이좋게 언론에 나타나기까지 하던 연인이 지금은 갑자기 잠적해 버린 것은 주위에서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리카의 일은 대체로 알려진 것 같지만, 그래도 힘들 때 연인을 만나러 가지 않는 것은 이상하게 보인다.
오히려 리카가 아이돌을 그만둔 것이나 마찬가지인 지금에서는 유키호의 프로듀서가 되는 쪽이 세간에 알려진 스토리에는 어울릴 지도 모른다.

“유키호의 프로듀서라…….”

리카의 상태가 나아지기만 한다면 괜찮을 지도 모른다. 모와 둔 돈은 있지만 그 돈만으로는 결혼하고서 가족을 부양할 수 없다. 그렇다면 취직자리를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유키호도 좋고, 미키도 좋다. 아니, 765의 아이돌이라면 누구라도 프로듀스를 해주고 싶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녀들을 제대로 프로듀스해줄 자신이 없었다. 이미 자신은 프로듀서로서 실패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리카가 아이돌을 그만둔다면 자신 또한 이쪽 업계의 일에서 손을 뗀다. 리카를 은퇴식까지 이끌어준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깐. 오히려 리카를 지켜주기는 커녕 리카를 망쳐버리고 말았다.
담당 아이돌을 지켜주지 못한 자신은 프로듀서로서 실격이었다.
그 때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화면을 보니 모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아카바네씨 핸드폰입니까?]
“네, 맞는데요. 누구시죠.”
[아, 저는 이번에 ‘월드 싱어’의 연출을 맡은 PD인 XX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리카씨의 참가에 대해 묻고 싶어서 연락 드렸는데요.]

아이돌을 그만 둔 것은 아직 정식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연락이 오기도 했다. 뭐라 해도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온 업계에서는 살아있는 전설이라 할 수 있는 국내 최고의 톱 아이돌이었다. 
거기다 지금 PD가 말한 프로그램은 자신도 알고 있었다. 외국의 유명 가수들과 경쟁을 하는 거대한 프로였다. 프로그램은 국내 아이돌끼리 먼저 경쟁을 해 최후에 남은 8명만이 외국가수들과 경쟁을 하는 토너먼트형식. 충분히 시청률이 보장 될 프로였다.
거기다 외국가수와의 경쟁이라면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리카의 참가는 필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죄송하지만 지금의 리카는 토너먼트에 참가할 상황이 아닙니다.”
[뭔가 오해를 하신 것 같군요. 리카씨는 예선이 아닌 바로 본선에서부터 외국가수들과 겨루게 될 겁니다. 이미 검증 된 리카씨가 혹시라도 예선에서부터 떨어져도 곤란하니깐 말이죠. 이 일은 업계분들과 다른 아이돌은 물론이고, 시청자들까지 납득해줄 겁니다. 그렇게 하면 아마 리카씨의 출연은 한참 후가 될 테니, 그 때쯤이면 참가해주실 수 있지 않나요?]

파격적이었다. 이 토너먼트는 톱 아이돌이라 해도 예선부터 겨루어야했다. 하지만 리카에게는 그런 것 없이 바로 본선진출권이 확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 프로에서 우승이라도 한다면 리카에게는 최고의 은퇴식이 될 것이고, 지금은 해고 된 프로덕션의 이미지도 많이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잘 모르겠군요. 일단 리카에게는 말해두겠습니다.”
[하하, 네. 그정도만 해도 감사하겠습니다.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이만…….”

전화 통화 후 P는 머리를 감쌌다. 아마 불가능 할 것이다.
샤워를 하고서 나온 리카는 P를 보자마자 바로 껴안고서 반지를 받고 그것은 손에 끼었다. 샤워를 하는 그 잠시라도 P의 곁에 있지 못한 것이 불안했던 것이다.
P는 아이돌이 나오지 않는 TV프로그램을 틀어 리카와 같이 시청하다가 아까의 이야기를 꺼냈다.

“아까 어떤 PD에게서부터 연락을 받았어. 리카가 참가가능한지에 대해서. 세계의 유명 가수들과 경쟁하는 건데, 리카의 생각은 어때?”
“안해. 이제 아이돌일 같은 거 안할 거야.”
“역시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

P가 그리 말하자 리카는 P를 보며 살짝 처진 눈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P는 내가 참가했으면 좋겠어? 그럼 나 힘내…….”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P가 리카를 안아주었다.

“아니. 리카가 싫으면 나도 싫어.”
“응.”

리카는 P의 품에 안기며 웃었다.
그날 밤 P의 품에서 잠들었던 리카는 우연히도 잠에서 깨어났다. 졸린 눈을 뜨자 바로 앞에 P의 얼굴이 보여 자는 P의 얼굴에 키스를 해주고 웃었다. 그리고 다시 잠들려고 하는데 자신의 핸드폰으로 메일이 왔다. 리카는 밝아진 핸드폰의 액정을 겁먹은 눈으로 보다가 바로 옆에 P가 있음에 안심을 하며 핸드폰을 열었다.
거기에는 이름이 적히지 않는 메일이 왔다.
거기에는 간단한 단문만이 적혀있었다.
-약속을 어기실 건가요? 
그 메일을 보는 순간 리카는 핸드폰을 떨어트리며 머리를 감쌌다. 의원과의 일이 생각났다. 
그와의 마지막 약속은 방송출연. 그 방송은 세계가수와의 경쟁.
그리고 아까 P가 PD로부터 참가요청을 받은 방송은…….
만일 참가를 거절하면 P에게 알려질 것이다. 의원과 있었던 일들, P를 배신했던 일들.
그 사실이 알려지면 P는 자신을…….

“아아아, 아아아아악!”

리카는 머리를 감싸며 소리를 질렀다.

“리카 왜 그래, 리카!”

잠에서 깨어난 P가 리카의 모습에 놀라며 급히 리카를 품에 안으며 그녀를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괜찮아 리카, 내가 곁에 있어. 진정해.”
“아아아아아아아악!”

하지만 리카는 쉽사리 진정하지 못하고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그날 리카는 잠들지 못하고 발작을 일으켰고, 그런 리카를 P는 밤새 안아주며 달래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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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 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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