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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16.後]

댓글: 28 / 조회: 2219 /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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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13, 2013 10:29에 작성됨.

*오늘 캐릭터 붕괴가 제법 심합니다. 내성이 없거나 못 보시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이 소설의 리카는 신데마스의 13살 리카가 아닌 이 소설 오리지날의 성인 여성입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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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합니다. 
삐익-
메시지1 - P! 그 여자랑 뭐하고 있는 거야? 왜 전화 안 받아? 이거 들으면 바로 연락해줘!
삐익-
메세지2 - 안 돼, 키스하면 안 돼! 절대 안 돼! 이제 됐어, 이제 그만 됐어! 나 더 이상 아이돌 안할 거야! 톱 아이돌 같은 건 이제 필요 없어! 은퇴할거야! 당신만 있으면 돼! 제발, 제발! 제바아아아알!!!!!!!!!!!!!!!!
삐익-
메시지3 - P……. 
삐익-
메시지4 - 왜 전화 안 받아? 왜 연락 안 해? 
삐익-
메시지5 - 제발 뭐라고 말 좀 해줘! 제발 내 전화 좀 받아줘! 제발, 제발 전화 해줘! 
삐익-
메시지6 - 혹시 화난 거야? 데이트 방해했다고 화난거야? 미안해, 사과할게. 미안해. 그러니 제발 연락해줘. 모른 척 하지 말아줘.
삐익-
메시지7 - P? 대체 왜 그래? 내가 뭘 잘못한 거야? 왜 아직도 연락하지 않는 거야? 설마 아직도 그 여자랑 같이 있는 거야? 나 버리는 거 아니지? 그렇지? 
삐익-
메시지8 - 아파, 아파 P. 머리가 아파. 가슴이 아파. 배가 아파. 몸과 마음이 모두 아파. 빨리 돌아와줘.
삐익-
메시지9 - 하, 하하하하하
삐익-
메시지10 - 저기……. 내가 귀찮게 한거야? 미안해…….
삐익-
메시지11 - 미안해요. 죄송해요. 
삐익-
메시지12 - 흐윽, 죄송해요. 자꾸 귀찮게 해서 죄송해요 히끅.
삐익-
메시지13 - 끄흑, 하기와라양이 좋아지신 건가요? 훌쩍, 그런 건가요?
삐익-
메시지14 - 훌쩍, 다른 여자를 좋아해도 되요. 제발 절 버리지만 말아줘요. 제발…….
삐익-
메시지15 - 마음까지 바라지 않을게요. 몸만 원한다면 언제든 몸도 드릴 게요. 제발 곁에만 있게 해주세요. 흐윽……. 
삐익-
메시지16 - 으학, 내가, 흐흑, 그렇게 흑…… 싫은 건가요? 내가 그렇게 잘못한건가요? 모두 사과할게요. 그러니 제발……. 흐아아아아앙! 제발 전화 받아 P! 흑, 연락해줘! 제발…….
삐익- 
메시지17 - 흐윽, 훌쩍. P……. 흐윽
삐익-
메시지18-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P, 사랑해.
삐익-

=메일함으로 연결합니다.
틱-
메시지1 - 이 메일을 보았으면 연락해줘.
틱-
메시지2 - 그렇게 바쁜 거야?
틱-
메시지3 - 대체 왜 답장을 안 하는 거야?
틱-
메시지4 - P! 뭐라 대답을 해줘야 할 거 아니야?
틱-
메시지5 - 화가 났다면 사과할게. 제발 연락해줘.
틱-
메시지6 - 왜, 왜 그런 여자애랑? 
틱-
메시지7 - 나 아이돌 은퇴할게. 그러니 이제 그런 여자애랑 억지로 어울릴 필요 없어.
틱-
메시지8 - 내용없음
틱-
메시지9 -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틱-
메시지10 - 사랑해 P. 사랑해요. 정말 사랑해요.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틱-
메시지11 - 미안. 목이 쉬어서 목소리가 안 나와서 메일로 연락해. 제발 연락해줘. 
틱-
메시지12 - 나 싫어하는 거 아니지? 그렇지? 그런 거지?
틱-
메시지13 - 하하, 오늘 언제 올 거야?
틱-
메시지14 - 이상해. 미키양이 날 보더니 간호사를 부르려하더라. 그래서 따끔하게 혼냈어. 난 정상인데 왜 그러지?
틱-
메시지15 - P, 미키양이 이상해. 부들부들 떨면서 나에게 가까이 안 와. P가 와서 봐줘야 할 것 같아. 근데 미우라씨는 언제 간 거지? 인사도 안하고……. 하지만 괜찮아. 나에게는 P만 있으면 돼.
틱-
메시지16 - 미키양이 나에게 갑자기 사과하기 시작했어. 역시 미키양은 날 미워했던 거야. 영화 때 일도 역시 일부러 그랬던 거야. 하지만 괜찮아. 내가 P를 뺏었기 때문에 그런거니깐. 난 모두 용서할 수 있어.
틱-
메시지 17 - 내용 없음

이 이상 나머지 메일과 음성메시지를 번갈아가며 보내다가 마지막에는 결국 울음소리만 남기고 말았다. 집전화도 받지 않았다. 왜 안 받는 거야? 왜 내게 안 오는 거야? 제발 와줘 P. 
그 때 P로부터 메일이 왔다. 난 초조하면서 기쁜 마음에 얼른 메일을 열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더 이상 연락 하지마.]

어, 어째서? 이게 무슨 뜻이야?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니. 내가 싫어진 거야?
난 급히 P에게 전화를 했다. 다행히 P는 전화를 받았다.

“P, 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연락하지 말라니? 헤어지자는 거 아니지? 장난이지? 농담이지? 그렇지? 그런거지? 응? P. 뭐라고 말 좀 해줘! 불안해, 무서워. 그러니 제발 대답해줘, 그런 거 아니지. 응, P!”

울어서 쉰 목소리로 마구 말을 걸었지만 P는 끝까지 대답하지 않았다. 계속 내 말을 듣고만 있더니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뚜욱-

“P!”

난 놀라서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를 않았다. 내가 귀찮게 한 거야? 그래서 화난 거야? 아니면 다른 이유로 화가난거야? 어떤 이유든 내가 사과할게. 내가 모조건 잘못했어.
다섯 번 정도 전화를 했을 때 P가 다시 전화를 받았다. 난 P가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사과를 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

다른 여자를 사랑해도 좋아. 내 재산이나 몸을 원하는 거면 모두 줄게. 그러니 제발 버리지 말아줘……. 
뚜욱-
하지만 전화는 차갑게도 바로 끊어져 버렸다. 이렇게 사과까지 해도 안 되는 거야? 그럼 더 사과할게. 고칠게. 
다시 연락하려다가 멈췄다. 계속 하다가 귀찮아하면 어떻게 하지? 이렇게 걱정하고 있을 때 P에게서 메일이 왔다. 확인하기가 왠지 겁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 볼수도 없어 용기를 내어 메일을 열었다.

[지겨워.]

단 한 단어만이 하얀 바탕에 검은 글씨로 적혀있었다.
무슨 뜻이야? 내가 지겨워졌다는 거야?

“아아아,”

난 아무말도 못하고 소리만 내다가 이내 얼굴을 감싸고 소리를 죽여 울었다.
대체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하기와라양과 가짜연인을 하더니 진짜 연인이 되고 싶은 거야? 내가 싫어진 거야? 지겨워 진거야?

“P!”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이제는 핸드폰이 꺼져있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몸이 떨려왔다. P의 집으로 직접 전화를 걸었지만 이 전화도 받지 않는다.
불을 꺼놓은 병실은 너무나 적막하고 무섭게 느껴졌다.
P를 만나러 가야한다. 무슨 잘못을 했든 직접 가서 사과를 하고 용서를 받아야만 했다.
이 생각을 하자마자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걸었다.
미키양은 왠지 몰라도 집에 안 가고 보호자용 간이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어딘가 피곤해 보였다. 
자신 때문에 다친 나를 위해 매일 와주는 고마운 아이. 이 아이가 일부러 날 공격했던 거라 해도 미워하지 않는다. 아직 어린 아이가 자기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한 일이니깐, 거기다 P를 뺏겼다면 난 그 이상의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
병실문을 열고서 조심스럽게 나왔다. 엘리베이터는 중앙에 간호사들이 있는 안내실을 지나쳐 가야 했다. 발걸음을 돌려 비상구로 향했다. 비상구는 아슬아슬하게 간호사들의 시선이 닿지 않았다.
비상구로 오자마자 계단을 통해 달려 내려갔다. 계단 복도에는 급하게 뛰어가는 내 달음질 소리가 어둠 속에서 공허하게 퍼져갔다. 그러면서 연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핸드폰은 꺼져 있고 집은 받지 않는다.
빨리 그를 만나고 싶었다. 그러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온다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그의 사과를 듣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를 만나고 싶었다. 그의 곁에만 있고 싶었다.
더 이상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의 곁에만 있을 수 있다면.
뿌옇게 흐려지는 눈을 문지르며 달리다가 3층과 2층 사이 층계참의 마지막 칸에서 순간 중심을 잃고 말았다. 
콰당-
그대로 층계참으로 넘어져 버리며 큰 소리가 비상구계단에서 높게 올라갔다. 몸이 정상이 아닌데다 불도 키지 않아 어두워 발을 헛딛진 것이다.
그나마 마지막 칸에서 넘어져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아파…….”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다리가 아팠다. 발목 부분이 부으면서 복사뼈 부분이 빨갰다. 다리를 삔 것 같았지만 상관없었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코가 얼얼하면서 코피를 흘리는지 인중으로 무언가 흘러 입술로 내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핸드폰이 어딘가에 떨어졌지만 어두워서 찾을 수 없었다. 
찾기 힘든 핸드폰과 이정도 상처에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당장 P를 만나지 못하는 것이 더욱 괴롭고 아팠다. 개의치 않고 다시 일어나 손잡이를 잡으며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려 했다. 그 때 아래를 밟아가던 다친 발목에서 통증이 일어나며  동시에 어두운 시야가 마구 돌기 시작했다. 

“어?”

2층 층계참 맨 위에서부터 1층으로 굴러 내려갔다. 
쿠당탕- 하는 소리가 여러 번 들렸다.
여운처럼 넘어진 큰 소리가 복도를 한참을 울렸다.
오래 구른 것 같지만 의외로 순간이었다. 
의도치 않게 1층까지 빨리 내려오고서 어떻게든 P를 만나기 위해 움직이려 했다. 
이번에는 움직일 수 없었다. 엎드린 상태로 몸을 떨어졌다. 구를 때는 몰랐던 통증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동시에 시야가 흐려지며 점점 고통에 정신을 잃어갔다.

“도와줘 P…….”

그대로 난 어두운 계단 복도에서 잠들고 말았다.



 

-미우라 아즈사-
후우, P씨의 핸드폰을 보고 확신했다. 이런 정신 나간 여자는 P씨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P씨는 친절하고 착하니깐 이런 여자도 받아들이시겠지?
정말 곤란하다니깐. 후후. 하지만 남편의 내조를 하는 건 좋은 아내의 역할. 그러니 P씨가 하지 못할 일은 내가 대신 해야겠지?
난 P씨의 핸드폰으로 메일을 작성해 나갔다.

[더 이상 연락 하지마.]

전송~♡

“어머, 정말 무서운 여자네.”

전송을 한지 얼마 안 되어 그녀에게서부터 전화가 미친 듯이 걸려왔다. 핸드폰 충전기를 준비해오길 잘했다. 아니었음 핸드폰 베터리가 모자랐을 것이다.
난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울어서 쉰 목소리가 들렸다.

-P, 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연락하지 말라니? 헤어지자는 거 아니지? 장난이지? 농담이지? 그렇지? 그런거지? 응? P. 뭐라고 말 좀 해줘! 불안해, 무서워. 그러니 제발 대답해줘, 그런 거 아니지. 응, P!

후후. 곤란한 여자네. 내 운명이 나에게로 돌아왔다는 걸 깨닫지 못하다니.
난 조용히 통화를 강제로 종료했다. 그러자 뒤이어 바로 그녀의 연락이왔다. 일부러 받지 않다가 핸드폰이 5번 울렸을 때 받았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

그녀가 미친 듯이 사과를 하자 중간에 또 끊어버렸다. 쉰 목소리로 용케 저렇게까지 말할 수 있는 거구나.
충격인 듯 전화를 못하는 그녀에게 메일을 하나 더 보냈다.

[지겨워.]

다시 미친 듯 울리기 시작하는 핸드폰의 베터리를 뽑았다. 

“아라아라, 역시 핸드폰이 꺼지니 잠잠해서 좋네.”

이 핸드폰이 잠잠한 만큼 이제 슬슬 내 운명의 상대에게서 떨어져 나가면 좋을 텐데. 난 웃으면서 저번에 알아둔 P씨의 집 앞에 도착했다. 유키호에게 연락해 리카씨의 안정을 이유로 P씨가 병원에 가지 못하도록 전하게 했다. 리카씨가 P씨를 만나는 것은 내일이다.
오늘 하루 실컷 불안감에 고생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자신이 P씨와 어울리지 않는 다는 걸 깨달을 테니깐. 같이 있는 미키가 걱정이지만, 미키라면 반쯤 미쳤을 리카씨를 잘 돌봐줄 것이다.
집 앞에서 기다리자니 P씨의 차가 도착했다.

“어라, 아즈사씨?”
“아라아라, P씨? 안녕하세요. 틀림없이 저희 집으로 가고 있었는데 왜 P씨가 이 곳에 온 거죠?” 

내 말에 P씨는 역시나 하는 미소를 지으셨다.

“여기는 저희 집이니 깐요. 어떻게 길을 잃으시면 저희 집까지 오게 되시는 거죠?”
“아라? 여기가 P씨의 집이라고요?”

난 손에 얼굴을 기울이며 몰랐던 것처럼 건물을 보았다. 주소는 미리 알아두었었다. 길치인 내가 여기에 길을 잃지 않고 이렇게 찾아 올 수 있던 건 역시 이 사람이 내 운명의 상대이기 때문이다. 

“길을 잃은 건 곤란하지만 P씨의 집에 온 것은 좋은 일이네요. 저번에 같이 마시지 못한 맥주나 같이 하지 않으시겠어요?”
“하하, 기껏 권해주셨지만 죄송합니다. 내일 리카에게 가봐야해서요.”
“그거 아쉽네요. 간만에 단 둘이 마실 기회였는데 말이죠.”

역시 그 여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자리에 없으면서 이렇게까지 방해를 하다니 말이다. 내가 아쉬워하자 P씨는 웃으며 차에서 내리셨다. 차는 그대로 집 앞에 주차한 후였다. 차 유리문에 ‘잠시 주차합니다. 곧 이동할 예정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란 팻말이 차 안쪽에 붙어 있었다.

“대신 차는 대접해 드리죠. 그 다음에 제 차로 댁으로 데려다 드릴 게요.”
“아라, 부탁해도 될까요?”
“오히려 제가 부탁하고 싶습니다. 그냥 아즈사씨 혼자 보냈다가는 또 길을 잃으실 것 같아 걱정이거든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프로듀서의 호의를 받아 P씨의 집으로 들어갔다. 멘션 끝 층에 위치한 P씨의 집은 제법 넓은 투 룸이면서 깔끔했다.

“남자 혼자 사는 곳인데 깨끗하네요.”
“그런 말들을 매번 들어요. 남자라고 어지럽힐 리가 없는데 말이죠.”

P씨가 웃으며 차를 타러 부엌으로 향했고, 그 사이에 난 P씨 집에 있는 전화기의 선을 뽑아버렸다. 그녀가 전화를 해 지금의 시간을 방해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집전화도 되지 않는 다는 걸 알면 그녀는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직접 병원으로 가 보고 싶지만 단둘이 있게 된 지금이 더욱 중요했다.

“녹차 괜찮은 가요?”
“뭐든 좋아요.”

부엌에서 그리 말하시는 P씨에게 그리 말하고 거실에서 방으로 들어가보았다. 방도 깨끗했고 P씨의 물건들이 깔끔하게 정리 되어 있었다. 기분 좋게 구경하다가 인상을 썼다.
그 여자의 물건이 보였기 때문이다. 여자용으로 보이는 가방을 열자 거기에는 방송용이 아닌 확실히 사복으로 보이는 그녀의 옷들과, 속옷, 거기다 피임약까지 보였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 그녀는 이곳에서 자주 지냈던 듯하다.
나의 운명의 상대의 집에서 말이다. 짜증이나 방에서 나와 거실에 앉아 있다가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에서는 과자와 함께 차를 준비하는 프로듀서의 뒷 모습이 보였다. 그런 프로듀서씨에 상냥하게 물었다.

“리카씨가 입원해 있어서 마음 고생이 심하시겠어요. 프로듀서이자 연인으로서 말이죠.”
“그렇긴 하죠. 그래도 상태가 호전 되고 있어 다행이에요. 리카는 쉬지도 못하고 바쁘게 지냈었으니깐 차라리 휴가를 얻었다고 생각하죠 뭐.”
“후후, 낙천적이시네요.”
“그쪽이 좋으니깐요.”

P씨는 태연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 뒷모습에서 난 느낄 수 있었다. 최근 깊어만 가는 P씨의 고민이 말이다.

“리카씨 말고 프로듀서씨는 요즘 힘든 일 없으세요?”
“하하, 그런 일은 다행히도 없네요.”
“후후, 거짓말이군요.”

내 확언에 P씨는 의아함을 드러내면서도 차를 준비했다.

“어떻게 그리 확신하시죠?”
P씨는 찻잔에 물을 붓다가 멈칫하셨다. 내가 뒤에서 P씨의 등에 몸을 기댔기 때문이다. 두 손바닥을 등에 데고 이마를 부드럽게 댔다.

“당신을 쭈욱 지켜보고 있었으니깐요.” 
“아즈사씨?”
“뒤돌아보지 말아 주시겠어요.”
“아, 네!”

내 말에 P씨는 당황하며 몸을 딱딱하게 굳히면서 그대로 멈추셨다. 후후, 순수한 분이라니깐. 가슴을 그에게 더욱 밀착하자 그의 몸이 더욱 딱딱하게 굳었다. 

“알 수 있어요. 왜냐하면 제 운명의 상대는 당신이었으니깐요.”

내 말에 P씨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즈사씨?”
“그리 생각했었어요.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고. 하지만 빨리 알아차리지 못한 바람에 리카씨에게 뺏기고, 전 이렇게 아이돌을 계속 하게 되어버렸어요. 진작 알아차렸다면 당신에게 고백하고, 당신이 받아들였다면 아이돌을 은퇴했을 텐데 말이죠. 후후”
“…….”

P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아니, 못하는 것일 거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그의 표정이 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나는 등에 데고 있던 손을 앞으로 옮겨 프로듀서씨의 배를 부드럽게 안았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그의 등에 나의 가슴이 더욱 밀착하게 되었다.

“아즈사씨, 저는…….”

P씨의 말을 끊어냈다.

“알고 있어요. 아무런 말도 안하셔도 되요. 제 운명의 상대라 생각한 당신은 지금은 리카씨의 연인이깐요. 알고는 있지만 생각대로 마음이 쉽게 단념되지는 않네요. 후후.”

일부러 목소리를 떨면서 울 것 같은 연기를 했다. P씨가 긴장한 것이 딱딱하게 굳은 몸으로 충분히 느껴졌다. 뭔가 말하려는 그를 더욱 껴안으며 부탁했다.

“잠시만 이대로 있게 해주지 않으시겠어요? 리카씨에게 미안하지만…….”
“……네.”

P씨는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허락해주셨다. 후후, 역시 상냥한 분이라니깐.

“고…… 마워요.”

목소리를 떨다가 이내 그의 등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한참을 그를 안고서 울면서 웃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 정도만 해도 오늘 밤에 그는 나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리카씨에게 미안해하면서도, 그렇기에 더더욱 나를 떨쳐내지 못하고 생각할 거다. 후후.
겨우 울음을 그치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말도 못하고 식은 차를 서로 마시고 그의 차를 얻어차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죄송했어요.”
“아, 아닙니다.”

그는 뭐라 더 말하려다가 이내 할 말을 못 찾고 어색하게 시선만을 돌렸다. 난 차에서 바로 내리지 않고 그의 눈치를 살폈다. 
이 타이밍이 맞을까, 아님 내일을 기다릴까. 
아니, 내일은 아니다. 내일 그녀가 망가지는 만큼 P씨도 힘겨워하며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의 성격으로 봐서는 리카씨에 대한 감정을 더욱 확실시 하실 거다.  
단, 그것은 그녀의 깨끗한 연인일 때 만이다.

“P씨.”

난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네……!”

날 돌아본 그의 목을 잡고 키스를 하였다. 당황한 그가 날 곧 바로 떼어냈고, 난 저항하지 않고 그대로 물러났다.

“그, 죄송해요!”

난 곧 바로 차에서 내려 집으로 달려갔다. 달리면서 웃었다.
그는 성실한 사람이다. 그녀가 무너져 내릴 때 다른 여자랑 가볍게라지만 밀회를 나눈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까? 당당하게 그녀의 연인으로 그녀의 곁을 지키며 받아들일 수 있을까?
코토리씨, 유키호. 그리고 나.
그와 의도치 않게 관계를 맺고, 연인이 되고 감정을 듣게 된 여성. 그는 망가진 리카씨를 보며 죄책감에 휩싸이면서 고민할 것이다.
과연 자신은 리카씨에게 어울리는 연인이지. 그녀를 지키고 행복하게 해줄 수 남자인지. 
이 정도로만 고민한다면 충분하다.
오늘 밤은 나만 생각하고, 그러다가 내일은 망가진 리카씨를 보고 무너져 내린다. 
그 때 시간을 두고 지켜보다가 지치고 마음이 약해진 그를 위로해주면서 그를 유혹해 나의 것으로 되찾아오면 된다.
후후, 내 운명의 상대는 내게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다.


내가 영화감독으로부터 리카씨의 하차 소식을 듣게 된 것은 이틀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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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해피엔딩을 써주고 싶어진 건 난생 처음이라고 느꼈던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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