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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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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13, 2013 10:26에 작성됨.

*여기 나오는 리카는 신데마스와 관련이 없는 작품 창작캐릭터입니다.
*캐릭터들이 심하게 망가지니 주의해 주세요. 내성 없으시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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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갈색 단발의 여성이 거울 앞에 서서 한 바퀴 돌기도 하면서 자신의 차림새를 살펴보고 있었다. 

“아우, 역시 이것도…….”

아침 일찍 일어나 옷을 바꿔가며 거울 앞에서 고민한지 벌써 30분.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아 울 것 같은 눈으로 옷장을 열어보았다. 하지만 이미 옷장 안은 텅 비어있고, 옷장 안에 있었어야 할 옷들은 침대 위에 곱게 접혀져 있었다. 그나 마구 던져 놓는 식이 아닌 것은 여성의 성실한 성격 덕이었다.
오늘은 고대하던 사모하는 사람과의 데이트가 있는 날이다. 당연히 옷은 어젯밤에도 살펴보며 고민했지만, 그렇게 마음에 드는 옷은 없었다. 평소에 좋아하던 옷도 오늘을 대비하며 입어보면 전혀 눈에 차지 않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새로 사는 건데…….”

하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자면 설사 건물 하나 크기의 옷가게를 간다 해도 마음에 옷을 찾는 다는 것은 무리일지도 몰랐다. 
옷만이 아니다. 머리에 꽂을 머리핀이나 어깨에 멜 작은 가방, 그 외에 꾸밀 액세서리등 모두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연예인인 직업상 틀림없이 보통 여성들은 부러워할 패션센스를 그녀는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 어울리는 의류와 액세서리들을 그녀는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정작 오늘에 와서는 전혀 눈에 차지 않는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키려면 일류코디네이터라도 와야 할지도 모른다.

“아, 시간이…….”

그녀는 시계를 보더니 데이트 시간을 상기해내며 더욱 초조해줘 다시 침대 위에 접어놓은 옷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P는 평소의 슈트차림이 아닌 검은 색 긴 청바지에 연녹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답답하단 느낌이 들 정도의 평소에 비하자면 굉장히 가벼운 차림이었다.
P는 리카의 병원침대에 걸터 앉아 있었고 옆에서 리카는 P의 팔에 팔짱을 끼며 P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있었다. P에게 붙어있는 리카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P, 오늘은 같이 있어줄 수 있어?”

리카가 그리 묻자 P는 리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곤란한 말투로 말했다.

“미안. 오늘 가봐야 할 곳이 있어.”

그 대답에 리카는 보기에도 실망해 바로 시무룩해져 버렸다.

“또 일이야?”
“응.”

대답하면서도 P는 가슴이 찔려오는 것을 느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유키호와의 데이트는 어디까지나 외부에 알린 ‘가짜연인’을 확고히 하기 위한 일이니깐. 하지만 지금의 리카에게는 이것을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P가 한 번 화를 낸 후 그것을 거의 버림 받은 것처럼 받아들인 리카는 지금 P에 대한 의존도와 독점욕이 대단하다. 여기서 유키호와의 데이트를 사실대로 말하면 다시 발광할지도 몰랐다.

“무슨 일인데?”
“그게, 스캔들의 뒤처리.”

그렇게만 답하고서 더 이상은 알려주지 않았다. 리카는 살짝 멍하게 P의 시선을 피하는 옆얼굴을 보다가 이내 웃으며 P에게 더욱 엉겨 붙으며 어린아이처럼 애교를 부렸다.

“저기, 키스해주세요.”
“그 명령이라면 얼마든지.”

P는 선선히 그 말을 듣고 얼굴만을 돌려 리카에게 키스를 해주었다. 리카는 그 키스를 받고서 기분이 좋아 헤헤하며 웃었다.

“그럼 오늘은 언제까지 같이 있는 거야?”

리카가 팔짱낀 팔을 풀고 P의 목을 안고 메달리며 물었다. 그 질문에 P는 그런 리카의 허리를 안아주고 시선을 맞추었다.

“이제 10분 뒤에 나가봐야 돼.”
“그렇게 빨리?”

리카의 웃던 얼굴이 바로 실망으로 바뀌면서 아쉬움이 연신 들어났다.

“정말 미안해. 내일은 퇴원날짜니깐 하루종일 어울려줄게.”
“그거 정말이지?”
“정말이야. 약속할게.”
“알았어. 그럼 오늘은 참을게.”

실망감을 드러내면서도 자신의 말에 수긍해 참으려는 리카가 사랑스러워 P는 다시 키스를 하고 말았다. 리카는 기뻐하면서 그 키스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노닥거리다가 시간이 되어 나가려 할 때였다. 나갈 준비를 하는 P를 아쉬운 시선으로 리카가 쳐다보고 있자니 누군가 병실문을 노크했다. P가 문을 열어주자 아즈사가 웃으며 서있었다. 

“안녕하세요 P씨. 벌써 유키호에게 가시나 봐요?”
“어서오세요 아즈사씨.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즈사는 P에게 인사를 하며 입원실에 들어왔다. P에게는 미리 연락해 오늘 온다고 연락을 해놓았었다.

“안녕하세요 리카씨. 몸은 어떠세요?”
“미우라씨가 걱정해 주신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 문병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리카가 P와 단둘이 있을 때와는 다르게 평소의 모습으로 아즈사에게 인사를 했다. 

“후후, 당연히 와봐야죠.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서로 인사를 나누는 둘의 모습을 웃으며 보다가 P는 두 사람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그럼 저는 이만 약속이 있어서. 그럼 아즈사씨, 리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리카 있다 다시 올게.”
“잘 다녀와 P.”
“걱정말고 다녀오세요.”

P는 나갈려다가 병실 밖에서 생각난 것이 있어 아즈사를 손짓해 불렀다. 아즈사는 의아해하며 P를 따라 병실 앞으로 나왔다. 문을 닫고서 작은 소리로 P는 속삭이듯 아즈사에게 부탁했다.

“저, 리카에게는 오늘 제가 유키호를 만나러 갔다는 말을 하지 말아주시겠어요?”
“어머, 여자친구에게 비밀로 하고 외도이신가요?”

아즈사는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P의 얼굴에는 근심이 나타났다.

“거의 맞는 말이네요. 요즘 리카의 상태가 좋지 않아요. 제가 일 때문이라고 해도 유키호와 데이트를 하러 간다는 걸 알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일겁니다. 그러니 부탁드리겠습니다.”

P가 부탁하자 아즈사는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네요. 걱정하지 마시고 유키호를 만나러 가세요. 리카씨는 저에게 맡기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부탁을 드려 죄송하고요. 그럼 저는 유키호를 만나러 가보겠습니다.”

P는 아즈사에게 인사를 하며 뒤돌아 가려했지만 아즈사가 곧 바로 P를 잡았다.

“저기 잠시만요.”
“네?”

P가 멈춰서자 아즈사는 P에게 가까이가 옷의 주름진 부분을 펴주었다.

“후후, 숙녀를 만나러 갈 때는 복장에 좀 더 신경써주세요. 특히 유키호 같은 사랑스러운 순수한 아이를 만날 때는 말이죠.”
“아, 하하하.”

P는 가까워진 아즈사의 얼굴에 얼굴을 붉히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즈사는 뒤로 물러나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다 되었네요. 그럼 유키호와 데이트 잘하세요.”
“하하, 네. 그럼 갔다올게요.”

인사를 한 후 P가 멀어져 가자 아즈사는 P의 옷을 고쳐줄 때 몰래 빼온 핸드폰을 손에 쥐며 웃었다.

“리카씨는 걱정마세요. 지겨운 여자를 당신에게서 떼어내 드릴게요, P씨. 후후” 



P는 차를 끌고서 유키호네로 향했다. 유키호네에 가자 유키호는 약속시간에 맞추어 집앞에 다소곳하게 서 있었다. 멀리서 봐도 긴장한 것이 확연하게 눈에 보였다.
유키호 앞으로가 창문을 내리고 유키호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유키호.”
“아,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유키호는 긴장해 몸을 뻣뻣이 하며 P에게 인사를 했다. 그 모습에 P는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차에서 내린 후 조수석의 문을 직접 열어주었다.

“그럼 바로 갈까?”
“아, 네. 그럼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프로듀서.”

유키호가 뻣뻣하게 인사하자 P는 웃으며 유키호의 어깨에 살짝 손을 얹었다. 그 행동에 유키호가 흠칫하며 몸을 살짝 떨었지만 이미 익숙하기에 바로 말을 이었다.

“유키호.”
“네, 네 프로듀서!”
“저기, 일단 난 대외적으로 유키호의 연인이니깐 프로듀서란 호칭보다는 P란 이름으로 불러주겠어?”
“프, 프로듀서씨의 이름으로요? 그건 저기, 그러니깐. 아우…….”

P의 요구에 유키호는 얼굴을 붉히며 아우아우거리며 당황하기만 했다. P는 그런 유키호의 어깨를 힘내라 의미로 다독여주며 다시 요구했다. 민소매를 입고 있어 부드러운 맨 어깨가 손에 만져졌다. 

“자, 한 번 불러봐. 연인사이라고 알리러 가는 건데 이래서는 곤란하니깐.”

P의 요구에 유키호는 겨우 용기를 내어 상대를 불렀다. 

“그, 그 저기……. P, P씨…….” 
"왜 유키호?“

P가 싱긋 웃으며 답하자 유키호의 얼굴은 펑 터지듯 얼굴이 확 붉어져 버렸다. 그리고 빙빙 도는 눈으로 쓰러지려는 유키호를 부축해 조수석에 태우고 자신은 운전석에 타 차를 출발시켰다.

“그럼 오늘 하루 잘 부탁할게 유키호.”
“네. ……P씨…….”

작아진 목소리로 다시 힘내어 대답한 유키호의 행동에 웃고서 미리 예약한 해피랜드로 향했다.

“오늘 입은 옷 잘 어울려서 예쁜데. 뭐, 유키호야 뭘 입든 어울리지만.”
“그, 괜찮나요? 평소에 입던 것들과 다르지 않는 것 같아 고민했는데…….”

유키호는 P의 칭찬에 눈에 보이게 표정을 환하게 하며 자신의 옷을 다시 내려다보았다. 
레몬색 민소매 블라우스에 살짝 어두운 흰색 프릴이 달린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다가 선택한 옷들로 결국 입어보고서는 평소와 다르지 않아 실망했지만 시간이 없어 이대로 나온 것이다. 그나마 목에는 금색 목걸이로 치장을 하고 푸른 리본이 둘러진 흰색 모자를 써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려 노력했다. 그것이 눈에 띄어 P는 칭찬을 했던 것이다.  

“내 눈에는 평소보다도 예뻐 보이는데?”

P가 그리 말하자 유키호는 아우거리며 더 이상 빨개질 수 없는 얼굴을 푹 숙였다. 그러면서 그녀는 그 시선을 자신의 왼손 약지에 가져갔다. 그곳에는 리카에게 빌린 커플링이 자리하고 있었다. 
원래는 리카에게 맞춘 것이라 살짝 헐렁한 감이 있는 그것을 보다가 P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그러는 동안 유키호는 부끄러움이 가시지 않아 빨개진 얼굴을 연신 두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잘 가던 차를 세우고 차문을 열며 P는 유키호에게 말했다.

“역시 그 반지는 리카에게 돌려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언제까지 맞지도 않는 반지를 끼게 할 수도 없고 말이야.”

반지 이야기가 나오자 유키호의 얼굴은 한순간 잠시 어두워졌다.   

“그, 그렇겠죠. 제 반지도 아니고…….”

결국 이 반지는 언제가 빼야하는 것이었다. 원래 주인은 리카니깐. 하지만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왠지 모르게 서운함이 느껴져 울먹거리게 되었다. 이 반지를 빼면 정말 ‘가짜연인’이란 사실을 깨닫게 될 것만 같아서였다. 

“그래도 연인이 커플링 하나 없는 것도 이상하니 이번에는 잘 맞는 걸로 새로 맞추자.”

그러면서 조수석의 문을 열어준 P는 웃으며  반지전문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토요일의 유원지는 매표소부터 길게 줄이 늘어서있었다. 하지만 미리 예약을 하고 온 덕분에 P와 유키호는 기다리는 것 없이 바로 안으로 들어와 착실하게 연인으로서 안의 놀이기구들을 즐겼다. 
 처음에는 부끄러움에 가까이 붙기를 힘들어하던 유키호였지만, 사람이 많다는 것은 곧 남자도 많다는 것이기에, 주위 남자들에게 겁을 먹어 자연스럽게 P에게 팔짱을 끼며 의도치 않게 스킨쉽을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다. 그녀가 팔짱을 껴오자 평균보다 큰 부드러운 언덕의 느낌이 팔에 느껴져 P도 곤혹스러워 했지만 그것을 밖으로 들어 낼 수 없어 겉으로는 굉장히 담담해 보였다. 
팔짱을 낀 두 사람의 모습은 누가보더라도 연인이었고, 최근 큰 스캔들로 그 얼굴도 알려줘 주위에서는 얼마 안 되어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

“어, 저기 하기와라 유키호 아냐?”
“정말이네. 그 옆에는 남자친구 맞지?”
“그 예전에 프로듀서 해줬다던 전프로듀서.”
“정말 연인이었구나. 정말 낭만적이지 않아? 남성공포증인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료해주면서 인기아이돌로 이끌어준 프로듀서와 연인이 되다니!”
“보통은 내가 응원하던 아이돌이 누군가랑 사귀면 싫은 기분이었는데, 유키호는 응원하고 싶어줘.”
“맞아. 뭐랄까, 힘내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 달까? 거기다 유키호를 위해 힘내던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지 뭐.”

주위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자 유키호는 ‘아우’거리며 붉어진 얼굴로 P에게 의지해 겨우 걸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고쳐주고 인기아이돌로 만들어 준 후 떠난 프로듀서와 운명적으로 재회해 연인이 되었다.’란 형식으로 알려줘 있었다. 드라마요소도 있어 금세 이 이야기는 퍼졌고 이런 식으로 주위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덕분에 유키호의 인지도는 상당히 올라갔고, 더불어 팬의 수도 확 늘었다. 보통 여자아이돌은 남자비율이 높지만, 유키호는 여성팬의 수도 다른 여자아이돌에 비해 많이 늘었다. 그것은 이런 드라마 같은 스토리가 더해진 덕분으로, 여성팬들은 유키호의 연애를 응원하고 있었다.

“사람들을 속인다는 것은 역시 기분 좋지 않구나. 미안한 기분도 들고.”

걸으면서 P는 유키호에게만 들릴 정도로 그렇게 속삭였다. 

“그렇죠, 저희는 가짜니깐…….”
“그래.”

그리고 침묵. 둘은 말없이 같이 걸어가고 있었다. 겉으로는 P는 웃고, 유키호의 얼굴은 살짝 어두웠지만 빨개진 얼굴 때문에 연인이지만 익숙지 않은 남성에게 안겨 부끄러워하는 것으로 보여 보는 사람들에게는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모르는 사이도 아닌, 전에 프로듀스 하던 아이돌을 순수하게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속여하는 것은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하아.”

그 기분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에 유키호가 쳐다보았다. 시선을 느끼고 P는 유키호를 보며 다시 미소지었다.

“아,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그렇게 주위 사람들을 속이는 것이 신경 쓰이세요.”
“응. 전에는 유키호의 프로듀서이기도 했으니깐 유키호의 팬을 속이는 것이 마음 아파.”

P의 말에 유키호는 뭔가를 말하려는 우물쭈물 거리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유키호가 팔짱을 끼고 있어 P도 덩달아 멈췄고, 의아하게 유키호를 내려다보았다.
그런 P를 올려다보며 유키호는 혀로 입술을 적셨다. 눈가는 축축해져 있었고, 얼굴은 사랑스러울 정도로 상기되어 있었다.

“……그럼 진짜가 되면 좋지 않을까요?”
“뭐? 무슨 말이야 유키호?”

그 말에 P가 놀라 쳐다보자 유키호는 다시 말했다.

“가짜가 아닌 진짜 연인이 된다면 더는 주위 사람들을 속이는 게 아니잖아요.”
“무슨 말을…….”

뭔가를 말하려다가 P는 말을 멈추고 말았다. 자신의 팔짱을 끼며 울려다보는 유키호의 눈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촉촉하고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햇빛에 살짝 립스틱을 바른 분홍색 입술이 살짝 빛을 내며 탐스러운 열매처럼 보이게 했다. 볼은 상기되어 있었고, 무언가를 애원하듯 입술은 살짝 벌어지며 시선은 자신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근.
순간 P는 유키호의 얼굴을 보며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이상했다. 평소의 유키호를 상대할 때와는 다른 감정이 느껴지려 하고 있었다. 손을 움직여 유키호를 껴안고 키스를 하고 싶었다.
왠지 유키호가 굉장히 사랑스럽게 보였다. 원래 예쁜 아이였지만 지금은 다른 의미로 자신의 시선과 마음을 가득 채우려 하고 있었다.
두근, 두근.
리카의 얼굴을 떠올리려 애썼다.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자신의 연인을 생각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마음을 닫으려는 듯 유키호의 축축한 두 눈이 대신해 서서히 닫혀갔다. 
바람을 핀다거나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갑자기 마음을 주채 할 수 없었다. 
연인.
리카와는 진짜 연인.
유키호와는 가짜 연인.
하지만 진짜연인인 리카와는 제대로 된 데이트를 즐길 수 없었다. 언제나 스캔들을 신경쓰며 정체를 숨기거나, 짧은 시간만 즐기고 그도 아니면 프로듀서와 아이돌인 공적인 관계로만 다닐 수 있었다. 주위의 축북 같은 건 기대할 수 없었다. 그나마 765프로의 사람들의 축북이 최고의 행복이었을 뿐이었다. 하다못해 기껏 맞춘 커플링도 밖에서는 낄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 유키호와는 그렇지 않았다. 당당하게 커플링을 선보이며 팔짱을 끼며 주위 사람들의 축북을 받으며 이렇게 정체도 숨기지 않고 데이트를 즐길 수 있었다. 
리카와 함께하는 것은 즐거웠다. 하지만 언제나 숨겨야하는 데이트는 늘 공허함을 느끼게 했다.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직이려는 것을 막으려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버렸다.
자신들은 대외적으로 연인이다. 여기서 부끄럽지만 키스정도를 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연인’이라는 선전에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키스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그 생각이 자제할 타이밍도 없이 바로 행동으로 이어지려 할 때였다.  

“해피랜드의 이벤트인 ‘베스트커플을 찾아라!’ 처음부터 멋지고 아름다운 커플이 눈에 띄네요. 바로 저 미나세 이오리와 같은 소속사인 하기와라 유키호씨와, 저의 전 프로듀서이기도 한 그녀의 연인 아카바네 P씨입니다! 요즘 세간에 가장 유명한 커플이기도 하죠.”

그런 큰 소리가 들려오면서 둘의 분위기를 깼다. 순간 둘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살짝 떨어졌지만 커플링을 낀 두 손은 서로 맞잡고 있었다.
소리가 난 곳을 보자 그곳에는 카메라와 함께 이오리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하기와라 유키호씨, 아카바네 P씨! 미나세 이오리라고 합니다.”

이오리는 마이크를 들고 둘에게 다가와 밝게 인사를 했다. 그 인사에 카메라 앞이라 어색해하면서 P는 웃었다.

“잘 알고 있어. 만나서 반가워 이오리. 이곳에서 뭐하는 거야?”

그 말에 이오리는 특유의 웃음소리를 크게 냈다.

“니히힛! 오늘은 해피랜드의 이벤트 MC라고. 그것도 케이블 방송을 통해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거야. 이름은 ‘해피랜드의 베스트 커플’을 찾아라! 그리고 찾아낸 영광스러운 첫 번째 커플이 바로 화제의 운명의 커플인 두 사람이야. 협조해 줄 거지?”

생방송으로 돌아가는 카메라 앞이란 말에 P도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리카에게 숨기고 온 것인데 이런 식으로 들키게 되면 리카의 충격이 어마어마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아는 듯 이오리는 P에게 가까이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걱정하지마. 이 방송은 인기가 적어 리카씨가 볼 일은 없을 테니깐. 거기다 길어야 한 시간이야. 둘의 관계를 알기 좋은 데다 유키호의 인지도를 높일 찬스니 협조해 주겠어? 물론 이런 이벤트는 재방송도 안하고 신문에도 안나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 말에 P는 고민을 했다. 리카가 주로 보는 프로는 이 시간에도 평성 되어 있었다. 거기다 인기도 없고 채널 번호도 상당히 떨어져 있어 리카가 볼 걱정은 없었다. 거기다 신문에 나지 않고 재방송도 안한다면 차라리 이 프로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이오리가 떨어져 나가자 유키호를 쳐다보며 물었다.

“어쩔까 유키호? 이대로 전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너와의 관계를 확실히 알려줄까? 나의 연인은 유키호라고 말이야.”
“그, 글쎄요…….”

유키호는 부끄러움에 한 쪽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어쩔줄 몰라했다. 그런 유키호에게 이오리가 다가가 부탁했다.

“부탁할게 유키호. 나를 봐서라도 참가해주면 안 될까?”

평소의 당당한 모습과 달리 이오리가 부탁해오자 유키호는 고민하다가 결국 승낙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 좋아. P씨도 그리 말하셨고, 참가할게.”

자연스럽게 상대의 이름을 부르는 유키호의 모습에 이오리는 잠시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바로 웃으며 카메라를 돌아보았다.

“니히힛! 자, 첫 번째부터 화제만발! 세간을 떠들석하게 하는 운명의 커플이 본인의 애정을 전국에 퍼트리기 위해 참가를 해주셨습니다. 처음부터 강력한 우승후보가 참가해버렸네요. 자, 남은 커플분들도 이 커플에게 지지 않고 애정을 보여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두 분은 스텝의 안내를 받아 대기위치로 가주세요!”

이오리는 두 사람에게 그리 말하고 곧 바로 다음 커플들을 찾기 위해 장소를 이동했다. 이동하면서 이오리는 카메라가 스텝에 의해 이동하는 두 사람을 찍고 있을 때 전화를 걸었다.

“당장 인터넷과 케이블에 광고를 넣으세요. 지금 가장 유명한 커플이니깐 큰 광고가 될 거니깐.”

PD에게 그리 연락하고서 이오리는 웃었다. 
그날 낮은 인기의 케이블의 프로는 자체 최고의 시청률을 기대했다.



“이 시간에는 무엇을 하는 지 잘 모르겠네요.”
“저도 방송을 잘 보지 않아 모르겠네요. 물론 765분들의 방송은 자주 보지만요.”
“어머, 그거 참 기쁜 말이네요. 저도 리카씨의 방송은 빠짐 없이 볼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후후, 고마워요 아즈사씨.” 

그렇게 서로 말한 후 아즈사는 시간을 확인하고서 텔레비젼을 틀었다. 그전까지는 리카와 수다를 떨며 시간을 떼우고 있던 것이다. 그 때 한 채널을 보다가 아즈사는 의아해 하며 중얼 거렸다.

“아라, 저거 프로듀서와 유키호씨 아닌 가요?”

아즈사의 말에 리카가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화제의 하기와라 커플 결승진출!이’란 문구가 떠 있고 게임을 하고 있는 둘의 모습이 비췄다. 
마지막은 연인을 안고 가장 오래 버티는 단순한 게임이었다. 유키호를 공주님 안기로 안은 P의 여유로운 모습이 비췄다.

-저, 무겁지 않으세요?
-그럴 리가. 아주 가벼운 걸. 유키호라면 얼마든지 이렇게 서 있을 수 있어.
-오, 상당히 뜨거운 애정을 과시하는 두 사람! 다른 사람들도 여기에 지면 안 되겠죠?

자신을 안고 있는 P를 걱정스럽게 보며 땀을 닦아주는 유키호의 모습에는 사랑하는 소녀의 모습이 연실이 나타나 있었고, 옆에서 이오리는 신나게 MC로서 중계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리카의 얼굴은 망가져 갔다.

“에 어째서 P……?"
“아, 저기 이건.”

아즈사는 곤란해하며 곧 바로 채널을 돌리려 했지만 그것을 리카가 손을 뻗어 소리없이 제지하며 리모컨을 뺏었다.

-여기서 난이도를 조금만 올려볼까요? ‘연인’을 안은 상태로 한 번씩 앉았다 일어서기!
“아니야, P의 연인은 나야!”

리카는 이오리의 말에 소리를 치고 곧 바로 핸드폰을 들어 P에게 전화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P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 받아, 전화 받으라고! 그런 여자 따위 던져버리고 전화 받으란 말이야!”
“리카씨…….”

아즈사는 걱정하며 리카를 보다가 슬그머니 병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병실문을 닫자마자 웃으며 갖고 나온 핸드백에서 P의 핸드폰을 꺼냈다. 무음으로 설정한 핸드폰 액정에는 리카의 이름이 떠있었다. 

“후후, 얼마든지 전화보세요 리카씨. 당신의 목소리는 내 운명의 상대에게는 들리지 않을테니깐.”

그리고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DMB를 켜 P와 유키호의 모습을 살폈다. 최후까지 남은 P는 결국 우승을 하였고, 마지막으로 이오리는 두 사람에게 키스할 것을 권했다.

“어머어머, 이오리 정말 힘내고 있네. 그런 요구 따위 절대 하기 싫을 텐데. 후후”

아즈사는 웃으며 화면 안의 두 사람이 어떻게 나올지 보았다. P는 곤란해 하며 어떻게 할지 당황하고 있었다.

-니히힛! 연인이라면 키스 정도는 평소에도 하지 않나요? 남들 앞이라고 부끄러워 하지마세요. 다른 분들도 기대 하신다고요! 그리고 키스를 하지 않으시면 우승은 취소 된다고요?

이오리의 말에 주위에서는 키스라며 연호를 했다. 그 때, 예상하지 못했던 유키호가 두 눈을 질끈 감고서 P의 목을 끌어 자신 쪽으로 내려당기며 그대로 까치발을 들고 키스를 하였다. 처음에는 당황한 듯 하던 P도 이내 유키호를 제대로 감싸안아주며 적극적으로 키스해갔다.
그 모습에 주위 사람들은 환호를 보냈고, 이오리는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안에서 보고 있을 리카씨는…….

“안돼, 하지마아아아아아아아!”
“후후후.”

아즈사는 웃었다. 그 때 맞추 듯 미키가 싱글싱글 웃으며 병실 앞에 나타났다.

“어라, 아즈사?”
“후후, 미키 왔구나. 오늘도 리카씨 문병?”
“응. 매일 오고 있어.”
“그렇구나. 잘 됐네. 마침 급한 일이 있어서 가봐야하거든. 리카씨 좀 부탁할게.”
“걱정하지말고 맡겨면 되는 거야!” 

당당하게 환하게 웃으며 미키는 순진한 얼굴로 힘차게 답했다.

“후후, 그럼 부탁할게.”

아즈사는 그리 말하며 병실 앞을 떠나갔다. 떠나가면서 아즈사는 만족한 미소를 잔뜩 머금으며 쉴새없이 리카의 전화가 걸려오는 P의 핸드폰을 보았다.

“아라아라, 이러다 베터리가 다 떨어지겠네. 그러기 전에 빨리 충전해줘야지.”

그리고 실컷 웃음을 흘렸다.

“답답해하실 리카씨를 위해서 말이야.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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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경고합니다. 다음 후편은 강하니 연재 될 후편을 보실 때는 주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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