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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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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8, 2013 07:59에 작성됨.

*캐릭터가 망가집니다. 내성 없는 분들은 보지마세요.
*히로인이 망가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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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모래 퇴원인데 몸은 괜찮아?”

고요한 병실. 이제는 머리의 붕대로 푼 리카는 살푸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제 괜찮아. 걱정끼쳐서 미안해.”

리카의 말에 P는 리카에게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유키호를 데려다준 후에 병원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리카가 갑자기 발작을 했으니 와달라는 것이었다. 그 연락을 받고 병원에 갔을 때는 리카는 잠들어 있었다. 간호사의 말로는 갑자기 퇴원을 요구하며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
그 시간을 보니 자신과 다툰 다음 765프로에서 회의를 하다가 중간에 리카와 통화를 한 후였다. 그 때도 화가 안 풀려 리카에게 냉랭하게 말했었다. 틀림없이 그게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것을 계기로 리카는 자신에게 사과를 하기 위해 난동을 부렸고, 그것을 진정제로 억지로 진정시킨 것이다.
P가 그 일에 죄책감과 미안함을 느끼며 리카를 보고 있을 때 리카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대로 P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자신의 입술을 부드럽게 P의 입술로 가져가 그 입 속으로 말랑하고 축축한 자신의 혀를 집어넣어갔다.
입술이 퍽퍽했다. 이제 건강해졌는데도 어제의 영향인지 리카의 입술은 굉장히 메마르고 퍽퍽했다. 수분은 충분히 보충한 것일까? 리카와 키스를 하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리카는 금방 입술을 떼어냈다. 그리고 불만이라는 듯 볼을 부풀리며 P에게 투정을 부렸다.

“정말~! 무슨 생각을 그리해? 키스도 제대로 안 받아주고. 아, 설마.”

그러다가 갑자기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직도 화난 거야? 내가 질린 거야? 저기, 사과할게. 내가 질린 거면 좀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그러니깐!”

그 이상 말하지 못하게 리카를 껴안고 그대로 키스를 하였다. 리카는 P쪽에서 적극적으로 키스를 해오자 행복하게 눈을 감으며 P의 행동을 받아들였다. 손을 들어 P의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부드럽게 안아들다가 P의 팔을 잡아 그것을 당기더니 자신의 손과 P의 손을 엮기도 했다. 그러면서 착실하게 P의 키스를, 자신의 입 속으로 들어오는 혀를 제대로 받아들이며 자신 쪽에서  적극적으로 엮어갔다.

“읍……. 후아…….”

입술이 떼어졌을 때는 그것이 아쉬워 안고 있던 P의 얼굴에서 손을 거두지 못했다. 가까운 곳에서 P와 눈이 마주쳤다. 
가까운 곳에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봐준다. 이 순간만큼은 어제 느낀 불안감 같은 게 깔끔히 사라진다.

“헤헤, P."

리카는 어딘가 즐거운 웃음과 함께 자신의 연인을 불렀다. P는 그런 리카에게 같이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속으로 걱정을 하였다.
리카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정신적으로 많이 불안해보였다. 자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이 행동만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도 방금까지 행복하게 웃더니 곧 표정이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변해버렸다.

“이번 일은 내가 미안했어. 그러니 그런 말 하지 말아줘. P와 내가 그냥 단순한 아이돌과 프로듀서일 뿐이니 하는 말 같은 거…….”
“걱정 마. 이제 그런 말 안 할게. 어제는 너무 화가 나서 너무 함부로 말했었어. 나야말로 미안해.”
“우리 연인 맞지? 계속 연인인거 맞지?”
“물론이야. 리카는 나의 소중한 연인이야.”
“헤헤. 나의 왕자님.”

그리고 리카는 다시 P의 입술에 키스를 하였다. 그런 리카를 제지하지 못하면서 어린아이처럼 구는 리카의 모습에 P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의 충격이 오늘 안에 치료된다면 좋을 텐데. 

“P, 싫으면 유키호씨와의 ‘가짜연인’하지 않아도 돼. 아니, 내가 싫어. 그런 거 그만 두자. P의 연인은 난데, 그런 가짜 연인 필요하지 않잖아?”

그 일을 주도한 건 리카였다. 거기다 이제와 그것을 무를 수는 없었다. 잠잠해질 때까지 자신은 유키호와 가짜연인을 연기해야했다. 

“미안해. 일단 기자들이 잠잠해질 때까지는 연인을 연기해야 돼.”
“에- 어째서?”
“안 그럼 리카의 아이돌활동에도 영향이 있을 테니깐.”

P의 말에 리카는 멍하니 뭔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P의 얼굴에서 손을 떼고 짝소리가 나도록 박수를 쳤다. 그리고 해맑게 웃었다.

“그럼 내가 아이돌을 그만두면 되네? 그렇게만 하면 주위에 내 남자친구가 P라고 마음 껏 말해도 되는 거지? 헤헤, 그럼 내일모래 퇴원하자마자 기자들 불러서 회견을 열자. 나 은퇴하고, 거기다 내 연인은 P라고 말이야. 유키호씨 일은 거짓말이었다고 하고.”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 그것은 평소의 리카라면 말도 꺼내지 않았을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의 리카는 그런 생각조차 못 할 정도로 불안했다.

“리카, 그건 안 돼.”
“응? 어째서? 모두 사실만 말하는 건데 왜 안 돼?”

순진한 표정으로 묻는 그 얼굴을 보고 P는 말문이 막혔다. 완전한 어린 아이다. 그 전까지 보이던, 냉정하게까지 보이던 모습은 전혀 없었다.  그 때 리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설마 유키호씨가 좋아진 거야? 유키호씨와의 연인관계가 좋아진 거야? 나 싫어진 거야? 나 질린 거야? 나와의 관계가 지겨워진 거야? 내가 연인인게 싫은 거야? 유키호씨가 좋아진 거야? 어째서? 내가 멋대로라서? 사과할게. 제발 날 싫어하지 말아줘…….”

다시 발작할 듯 몸을 떨며 그리 말하는 리카를 P는 가만히 꼬옥 안아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헤헤, 아니구나.”

그것만으로 리카는 금세 행복하게 웃으며 안겼다. 안아주면서 P는 리카를 달래며 물었다.

“리카, 힘든 건 알겠는데 은퇴식 때까지는 참아줄 수 있지?”
“우…….”
“할 수 있지? 난 리카를 최고의 아이돌로서 은퇴시키고 싶어.”

프로듀서가 다시 묻자 이내 리카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P가 그리 말한다면 은퇴식까지 힘낼게…….”

리카는 힘없이 그리 답하고 더욱 프로듀서를 껴안았다. 지금 리카의 기세로 보면 떨어지려 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일도 있어 이제 슬슬 잠시 나갔다 와야할 시간이었다.

“리카 미안한데 이제 또 일하러 가봐야 해서.”

P가 곤란해하며 부탁하자 리카는 씁쓸한 기색을 보였다. 한 번 더 P를 꽈악 안 더니 그대로 놓아주었다. 그리고 P에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 미소는 억지로 지은게 티가 나며 굉장히 씁쓸해 보였다.

“일 때문이면 어쩔 수 없지. 일 끝나고 다시 올 거지?”
“응. 최대한 빨리 끝내고 올게. 이해해줘서 고마워.”

리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서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옷자락이 뭔가에 걸려 당겨졌다. 뒤를 보니 리카가 불안한 눈동자를 흔들며 자신의 옷자락을 잡고 있었다.
의도한 행동은 아닌 듯 리카는 P가 보자마자 자신의 손을 보고 놀라 바로 놓아버렸다. 그리고 어쩔 줄 몰라하며 P에게 사과를 했다.

“아, 미안해…….”

P는 그런 리카를 안타깝게 보다가 허리를 숙여 리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리카와 시선을 맞추어 미소 지었다.

“금방 갔다 올게.”
“응. 빨리 와.”

리카는 그 미소에 안심하며 손을 흔들며 P를 보냈다. 병실문이 열리고 닫힌 후 P는 병실 복도를 걸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 유키호랑 데이트한다고 어떻게 말하지?”

유키호와의 가짜연인은 리카가 주도한 것도 있어 알고 있지만, 사적으로 데이트약속을 잡았다는 것은 말하지 못했다. 한 번 싸운 후 지금 저렇게 자신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잠시만 떨어져 있어도 불안해하는 모습 때문에 차마 다른 여자랑 데이트를 한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가짜연인을 공고히 광고하기 위한 방책이지만, 어제의 리카가 아닌 지금의 리카가 이해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지금의 리카는 어린 아이와 같다. 제대로 된 생각을 하지 못하고 단순하게만 받아들이고 감정에 솔직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어, 허니! 반가온 거야! 어디 가는 거야?”

복도에서 한숨을 쉬고 걷고 있을 때 반대편에서 갈색단발의 귀여운 여자애가 환하게 웃으며 오고 있었다. 미키였다. 한참 잘 나가다가 촬영 중 자신의 연기에 리카가 부상을 당하자 충격을 받아 쉬고 있는데, 이렇게 매일 리카의 병문안을 와 자신이 없을 때 리카를 돌봐주고 있었다.

“안녕, 오늘도 왔구나.”
“응. 리카씨가 나을 때까지 매일 올거야!”

미키는 환하게 웃으며 그리 말했다. 미키도 처음보다는 상태가 나았다. 리카의 부상 후에 찾아왔다가 그 때 하필 리카가 발작해 큰 충격을 받았던 미키는 한 동안은 병문안을 보면서도 어두워보였다.
하지만 제정신을 차린 리카가 나중에 미키에게 사과를 하고 매일 오는 미키에게 감사함을 표하다 평소처럼 밝은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정말 대단해. 그 잠 많은 미키가 자지도 않고 리카의 곁에 있다니. 난 미키라며 환자침대까지 뺏어서 자고 있을 줄 알았거든.”
“허니 너무해! 아무리 미키라도 그런 짓은 하지 않아!”

미키가 볼을 부풀리며 삐진 척 말하자 P는 웃으며 미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하, 미안미안. 그럼 미키, 리카 좀 부탁할게. 난 일이 있어서 가봐야하거든.”
“알았어. 잘 다녀와! 리카씨에게는 내가 있을 테니깐.”

주먹을 쥐고 자신있게 말하는 미키의 모습에 마음이 약간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키는 리카에게 당당하게 허니를 실력으로 뺏어올 거란 선전포고를 날렸다. 하지만 그 선언에도 리카는 불안해 하지 않고 오히려 귀여운 여동생을 대하듯 미키를 대했다. 그런 미키의 모습이 사랑스럽고, 미키의 사랑도 인정해 라이벌로서도 인정하고 있던 것이다.
실제로 미키는 사고 전까지만 해도 머리를 깍고 갈색으로 물들인 후 자신의 인지도를 무섭게 넓혀가고 있었다. 그대로 갔다면 최고의 톱아이돌이라는 리카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때에 사고가 나면서 충격으로 전면 활동을 쉬고 한 달 동안 휴식기간을 갔게 되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미키의 전프로듀서로서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었다. 리카도, P도 미키의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사건의 가해자가 된 미키로서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덕분에 매일 병문안을 오는 미키는 리카에게 있어 최고의 친구가 되었고 프로듀서가 리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최고의 협력자이기도 했다.
프로듀서는 그냥 가려다가 미키에게 지금의 리카의 상태를 말했다. 

“아, 그리고 보니 오늘은 주의해줘. 리카의 상태가 상당히 불안하거든.”
“불안하다니? 몸이 안 좋은 거야?”

미키가 귀엽게 갸웃 거리며 묻자 P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져 있어. 어린 아이 같다고 할까? 감정기복도 심한게 저번에 미키가 상처 받았을 때처럼 굉장히 불안한 상태야.”
“어째서 그렇게 된 거야?”

미키의 질문에 P는 미키를 똑바로 못보고 시선을 돌렸다.

그게, 나 때문이야. 어제 리카와 싸우고 심한 말을 했었거든.”

그 말에 미키는 인상을 썼다.

“그건 허니가 너무한 거야. 리카씨는 아직 환자인데 싸우고 화가 나서 심한 말을 하다니.”

그 질책에 프로듀서는 할 말이 없어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자신이 심했다고 생각한다. 리카로서는 최대한 지금의 사태를 끝내려는 P를 생각해 최대한 용기를 내 유키호에게 그런 부탁을 했을 터였다. 그런데 그런 리카의 마음도 모르고, 거기다 환자인 리카에게 심한 말을 하며 큰 상처를 주었다. 이렇게 질책을 들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도 알고 있어……. 어쨌든 그런 상태니깐 주의해줘. 그럼 부탁할게.”
“리카씨가 그런 상태인데도 곁에 있어주지 않는 거야?”
“어쩔 수 없어. 일이 있으니깐.”

P의 씁쓸한 말에 미키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미키는 모르겠어. 리카씨를 위한 일인데 왜 리카씨를 위해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거야? 그것도 연인인 허니가?”
“……그러게. 리카를 위한 일인데 왜 리카를 위해 아무것도 못하는 걸까.”

자조하며 스스로에게도 물었다. 하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의 리카를 위해, 그리고 퇴원 후 아무런 문제없게 다시 아이돌로 활동할 수 있게 하려면 이렇게 부지런히 주위에 관련 된 사람들과 상의를 하고, 부탁하고 스케줄을 조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의 리카를 지키기 위해서는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어.” 

리카를 지키기 위해.
……정말 리카를 지키기 위한 것일까? 이렇게 해서 리카를 지킬 수 있는 걸까?
미키는 그 말에 지그시 P를 보다가 입을 떼었다.

“미키는 허니가 연인이었다면 이럴 때 아이돌인 미키보다 연인인 미키를 지켜주길 바랬을 거야.”

그 말에 P의 시선이 미키에게로 돌아갔다. 미키는 팔짱을 끼고 P와 마주보다가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

“미키라면 그랬을 거야. 하지만 리카씨는 어쩐지 모르겠어. 미키는 어리고 리카씨는 어른이니깐. 그럼 미키 리카씨에게 갔다 올게. 허니는 걱정하지 말고 빨리 일을 끝내고 와야해.”

바이바이라면 손을 흔들며 미키는 리카의 병실로 향했다.
P는 우두커니 서서 그런 미키의 등을 보며 생각했다.   
……난 정말 리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걸까? 
국내 톱 아이돌인 리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 프로듀서 없이 스스로 노력해 온 리카의 고생을 알기에 그 자리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잊고 있었다.
리카가 왜 그 자리에 오르고 노력했던 건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그곳에 주차한 자신의 차를 타고 시동을 걸었다.

“당신하고 일하고 싶어졌으니깐 프로듀서 없이 성공해보이겠어요! 톱아이돌이 되면 제가 원하는 프로듀서를 쓸 수 있도록 프로덕션도 요구를 들어주겠죠. 그러니, 당신도 그 동안 프로듀서로서 열심히 공부해두세요! 일단 지금 지원하신 다는 곳에 꼭 합격할 것!”

처음 리카를 만났을 때 처음 만난 자신에게 리카는 이렇게 말했다. 

“당연하죠. 제가 거짓말을 한거라 생각했어요? 그러니 이제 당신 차례에요.”

765의 프로듀서가 되고 톱 아이돌인 된 리카를 만났을 때 리카는 기쁜 얼굴로 이렇게 말했었다.
운전대에 손만 올려두었다. 지금은 잊고 있던 리카의 말들이 기억난다.

-약속 지켜! 리카가.
“정말. 난 오래 전부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준비해왔는데. 당신 너무 늦어.”

765프로를 그만두었을 때 다시 만난 리카는 두 번째 자필 싸인CD를 건네고 기쁘게 말했었다. 
리카가 톱 아이돌이 된 이유. 그것은 자신 때문이었다. 어떤 욕망이나 더 큰 이상이나 목표가 아닌 단순한 이유. 자신을 프로듀서로 고용하기 위해, 자신을 자기 곁에 두기 위해 그렇게 노력해왔던 것이다. 그 외의 큰 이유는 없었다.

“그게, 저희가 여기에 지원하게 된게 리카의 부탁이었거든요. 당신이 쓰러졌단 이야길 들은 지 얼마 안 되서 리카가 고토씨와 이야기를 나누더니 여기로 와달라고 사정을 했었데요. 부족한 프로젝트 자금까지 사비로 지원해주면서 말이죠.”

지금은 765프로의 프로듀서인 아이카씨의 말이 생각났다. 리카는 자신을 위해 쭈욱 노력해 왔었다.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톱 아이돌이 되고, 자신이 쓰러졌단 말에 자신의 몸을 걱정해 새로운 프로덕션을 구하는 프로듀서들에게 무리하게 부탁까지 했다.
그 고생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프로듀서 없이 톱 아이돌이 된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현역 프로듀서인 자신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면서도 리카의 고생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프로듀서가 있는 거랑 없는 거는 엄청난 차이가 없다. 모든 것을 자기 자신이 다 알아서 해야만 한다. 연습도, 의상도, 곡도, 방송도. 하다못해 인간관계까지. 그러면서 리카는 흔히 말하는 뒷거래 같은 더러운 일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의 연인이 된 자신이 의도치 않게 확인까지 했다.
말 그대로 도구는커녕 재료인 나무나 돌조차 없는 휴식공간도 없는 허허벌판에 수레도 없이 맨 손으로 멀리서 재료들을 옮겨 일을 해야 하는 고생과도 같았다.
스캔들이 터질 때 차라리 연인사이를 제대로 발표하며 아이돌을 은퇴하길 리카에게 권하긴 했다. 하지만 그것은 리카가 아이돌을 그만두지 않을 거란 걸 믿고서 한 말이었다. 리카의 연인으로서, 그리고 프로듀서로서 그런 이야기를 리카가 받아들이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그런 이야기를 리카에게 할 수 있었다. 그 순간 리카는 고민하면서도 행복해 했다. 결혼 이야기까지 했을 때 리카의 얼굴은 자신이 봤던 얼굴 중에서 최고로 부끄러워하며 행복해보였다.
……자신은 쓰레기였다. 

“그럼 내가 아이돌을 그만두면 되네?”  

그리고 방금 병실에서 리카는 이리 말했다. 나약해진 마음에 한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리카로서는 이미 톱 아이돌로서 얻어야할 것을 모두 얻은 후다. 이제 더 이상 그 자리에 집착해야할 이유따윈 없었다. 은퇴를 화려하게 한다는 목표가 남았다. 하지만 리카에게는 그것보다도 연인인 자신이 더욱 소중했던 것이다. 
연인이라면서 자신은 리카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 그렇게 고생해 이룩한 자리보다 사랑하는 연인을 소중히 하는 리카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여태껏 리카는 톱 아이돌의 자리가 아닌 프로듀서인 자신을 생각하며 일했다. 최대한 자신과 가까이 있기 위해 톱 아이돌의 자리를 지키려 했다. 하지만 그 자리가 자신과의 관계를 위협하다 버리려 했다.
리카에게 있어 국내 최고 톱 아이돌의 자리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은 어떤가?
자신은 연인인 리카를 지키려고 하지 않았다. 
톱 아이돌의 리카만을 지키려고 했다.
연인인 리카를 방치했다. 연인인 리카의 마음을 제대로 위해하지 못하고 그냥 가볍게 생각하며 그것만을 지키려 했다.
리카는 커플링에 기뻐했다. 자기와의 연인 관계의 증거인 커플링에 행복해했다. 밖에서는 숨겨야 하지만 둘이만 있을 때는 빼먹지 않고 꼭 끼고 있었다. 그런 반지를 유키호에게 양보했을 때 리카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런 연인의 자리를 유키호에게 부탁했을 때, 그리고 언론에게 공식적으로 자기와 유키호가 연인으로 인정 받았을 때 그 마음은 어땠을까.
리카로서는 최대한 노력하고 아픔을 참은 것이다. 이미 한계까지 프로듀서인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참았던 것이다. 
그런 리카에게 자신은 화가나 어떻게 말했는지 생각했다.

“잊지마. 유키호와의 가짜연인이 끝나기 전까지 우리는 단순한 아이돌과 프로듀서일 뿐이야.”

정말 최악이다. 이미 한계였던 리카를 자신이 저렇게 망가트린 것이다.
그리고 더욱 최악인건 그런 리카를 위한다며 일을 위해 이렇게 나와 있는 것이다. 리카와 달리 자신은 일을 더욱 생각하고 있었다.
톱 아이돌의 리카만 보고 연인인 리카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
P는 핸들에 손을 올려만 두다가 그대로 이마를 기댔다. 왜 이런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된 것일까. 왜 미키의 말을 듣고서 생각하게 된 것일까.
생각해보면 언제나 리카가 먼저 다가왔다. 연인이 되는 것조차, 커플링을 끼는 것조차. 그리고 둘이 첫 관계를 맺는 것조차.
언제나 리카가 먼저 노력해왔다. 자신들의 관계는 리카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관계, 연인으로서의 관계. 그리고 스캔들을 처리하기 위한 일까지. 모두 다 리카가 먼저 노력하고 있었다. 자신은 그 뒤를 따르는 정도였다.
프로듀서인데. 아이돌을 이끌고 도와줘야하는 프로듀서인데.
거기다 연인인데. 같이 힘든 일을 나누고 도와줘야하는 연인인데.
자신의 평가도 올라가고 원하는 프로덕션과 아이돌도 많아 자만할 때도 있었다. 자신은 이제 제법 유능한 프로듀서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 굉장히 무능했구나.”

그리고 말없이 한참을 그렇게 엎드려 있다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일단 하기로한 일을 하러 가기로 했다. 저 상태이면서도 끝까지 양보해 보내준 리카의 호의를 위 일을 하러갔다.
내일부터는 모든 일을 취소하고 리카에게 붙어있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 순간 출발하던 차에 브레이크를 걸어버렸다.

“……유키호.”

자신은 끝까지 무능한 인간이었다.



 

미키는 리카와 같이 병실의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문병선물로 냉장고에 들어있던 과일을 하나 꺼내 보기 좋게 깎아 접시에 담고 리카와 같이 먹고 있었다.
방송에서는 765프로의 아이돌이 나오고 있었다.

“아우, 미키도 빨리 다시 방송에 나가고 싶은 거야.”
“나도 그래.”

미키의 말에 리카도 그리 말하며 같이 방송을 보았다. 그런 리카를 보며 미키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P의 말을 듣고 걱정했지만, 자신과 있을 때 리카는 멀쩡해보였다. 그 때 병실문을 누군가 노크했다. 미키는 재빨리 일어나 병실문을 열며 물었다.

“누구세요?”
“아, 미키구나. 나야 코토리.”
“어, 코토리?”

병실 문밖에 코토리가 사복을 입고 문병선물인 듯한 상자를 들고 서 있었다. 평소처럼 상냥하겡 웃고 있지만 그 미소는 어딘가 어색해보였다.

“저기, 리카씨는?”
“깨어 있는 거야. 리카씨, 코토리가 병문안 왔어요!”

미키는 기쁘게 리카를 돌아보며 말하다가 흠칫하며 뒤로 물러났다. 방금까지 웃고 있던 리카의 얼굴이 멍하게 굳어있던 것이다.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병실로 들어서며 최대한 웃으며 들어온 코토리는 리카에게 사과를 하려했다.

“저기, 사과하고 싶어서 왔어요. 그 때 P씨와의 일은…….”
“……버려.”

작은 리카의 목소리가 코토리의 말을 가로막았다. 코토리는 그 소리를 제대로 못듣고 다시 물었다.

“저기, 잘 못들었네요. 무슨…….”
“꺼져 버리라고!”
“꺄악!”

큰 소리와 함께 던져진 흰베개가 코토리의 얼굴에 맞았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갑작스러운 사태에 코토리를 놀라 살짝 비명을 질렀다.

“가버려, 사라져! 내 앞에 나타나지마! P에게 접근하지마!”
“저, 전 그 일을 사과하고 싶어서…….”
“필요 없어! 꺼져 버리라고! 다신 오지마!”

접시에 담긴 과일들까지 코토리에게 던지며 리카는 히스테릭하게 소리쳤다.

“리, 리카씨 그만두는 거야!”

미키가 리카의 모습에 겁을 내다가 용기를 내 리카를 말리며 진정시키려했다. 미키에 의해 두 손을 잡혀 접시까지 던지려다 제지당한 리카는 코토리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더 이상 나에게서 P를 뺏어가려 하지마! 당장 사라져!”
“우, 우……”

코토리는 리카의 모습에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걸 참으며 축늘어진 어깨로 병실에서 나왔다. 지금 자신이 계속 있어봤자 자신은 물론이고 리카에게도 좋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P의 연인은 나야! 당신들이 아니라고!”

나가는 코토리에게 리카는 울면서 끝까지 소리를 질렀다. 코토리가 병실을 나오자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은 간호사가 급히 코토리를 지나쳐 병실 안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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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군요. 원래 스토리는 아직까지 리카가 버텨야하는데 벌써 망가지다니... 
다음 16편은 유키호와의 데이트입니다. 

P.S : 아이마스넷에는 이벤트글에 참가한다고 톱아이돌을 옮기지 않았었네요. 시간날 때마다 천천히 계속 옮겨야겠습니다. 26전까지는 써놨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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