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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스X40k 유니버스] Guns and Flowers 1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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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4, 2013 14:14에 작성됨.

주의! 이번편에는 약간 비위에 거슬릴 폭력적인 심문 장면이 등장합니다. 읽기 원하지 않으시면 다음편에서 결과를 확인하셔도 괜찮습니다.



음, 이번에 나올 내용은 아이마스라고 더 이상 칭하기에는 핀트가 어긋난 플롯이라 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뭐 언제나 그렇듯이 분량조절의 실패로 타카네가 나올 씬을 다음편으로 미뤄버린 탓에 워해머 스타일(이라고 치기에는 약하지만) 심문 장면이 나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항상 봐주시는 분들과 저를 위해서 글을 씁니다. 성의를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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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s and Flowers 13편



재물로써 쌓은 광휘로 가득한 도시는 그것이 거한 지상 전체를 살아숨쉬는 신민들과 문명의 빛으로 가득 채웠지만, 아래에 도사리는 수많은 지하도 중에서 화성의 테크프리스트가 자신의 모든 손재주를 다하여 봉인시켜 오직 황제의 가장 충실한 신하들만이 스스로 발을 들일 음험한 곳이 존재하였다.


그들은 스스로 제국의 수호자이며 감시자를 자칭하며, 신봉하는 제국의 이념을 이룩하기 위해서 어떠한 대가라도 치루어내며 그림자 속에서 암약할 각오가 되어있는 자들이다. 이단심문청의 눈은 제국의 어느 곳에나 퍼져있으며, 이를 피할수 없으며 거역하는 것은 곧 반역으로 그들에게 인식될 것이다.


자연스레 바르고스 프라임 또한 이단심문청의 칼날을 품에 안기 마련이다. 신성과는 거리가 먼 세속이 지배하는 이 세상 속에서도 그 바깥의 외계종들은 재화와 신민들을 노리며, 항상 음흉한 계책으로써 그들을 기만케 하려 든다. 그 도시 하나하나조차 이단심문청의 손바닥 아래에 놓여져 있으며, 결코 그들의 감시망을 어느 곳에서도 피할수가 없으리라.


어둠 속에서 암약하며 제국의 빛을 추구하는 그들은 자신들의 몸을 숨길 곳을 필요로 한다. 오직 화성, 제국 기술의 총본산이자 기계교의 요람에서 비롯되는 생체 인식 기술만이 이단심문청의 지하도를 개방할 권한을 지닐 것이며, 그들을 제외한 다른 자들은 오직 대지를 파헤치는 강력한 무력만을 시도할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대부분의 상황 속에서는 공허하고 습기차며, 차가운 통로만이 남을 뿐이였다.


그러나 오늘은 상황이 달랐다. 어둠 속 비추어지는 랜턴을 통해서 사방이 밝혀진 동안, 건장하다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유약하다고 칭할수도 없을 덩치의 사내가 기절하고 속박된 채로 허름한 나무 의자에 앉아있었다. 몇 시간동안 갈아입지 않아 외투를 벗은 그의 정장은 반쯤 축 늘어졌으며, 아예 목 위로는 모포 가방으로 뒤덮여 숨이라도 제대로 쉬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랜턴이 사방으로 비치는 광채는 충분히 사물의 윤곽을 판단할수 있을 정도였지만, 외곽에 앉아있는 몇 사람들의 세세한 모습까지는 잡아내지 못하였다. 두 명의 체형은 현격한 차이를 보였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면 기겁할 만한 붙잡힌 그 모습에도 불구하고 침착함을 보였다.

미리 시간을 잡고 몇 분을 기다렸을까, 점차 그 사내는 자신의 얼굴을 뒤덮은 까칠한 모포 아래로 내리쬐는 빛을 보며 눈이 부시다는 것을 느꼈다.




".......으으....... 대체 무슨........ 어?? 잠깐, 대체 뭐야? 이건 뭐냐고?! 풀어줘!"

어느새 그 남성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직면하고, 경악하며 주변에 외치며 요구하였다. 그의 표정은 읽을수가 없지만 기겁하여 질린 채로 식은땀을 흘리는 것이 목 사이로 삐져나오고 있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모포 사이로 보이는 빛의 잔영밖에는 알아챌수가 없었다.


자신의 주변에서 아무것도 읽을수 없자, 냄새를 맡거나 귀로 들어 무엇이 있는지 알아채려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코로 킁킁거리며 벌렁거려도 피비린내가 섞인 물의 고약한 냄새만이 느껴졌으며 귀로는 계속 숨을 헐떡이는 자신의 소리밖에 들을수가 없었다.


이곳에 붙잡힌 그는 자신의 심장이 터질것만 같다고 느끼며 흥분하여 공포에 떨었다. 몇 번이고 계속 고함을 치며 자신을 풀어달라고 외쳤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어보였다. 아니, 애초에 이곳에 누군가 있다는 장담조차 못하였다. 그렇다면, 그를 붙잡아 포박하고, 이 음침한 곳에 데려놓은 작자들은 누구인가.


의자의 등받침에 두 손이 단단히 묶인 수갑으로 피가 쏠리며 고통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기억을 떠올리려 들었으며, 그것은 섬세히 기억이 나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몇 시간, 아니면 며칠동안 기절하여 이곳에 붙잡혔는지는 이해하지 못해도 정신을 잃었을 때는 낮이였을 거라고 확신하였다.


분명, 자신의 직책상 미나세 가문 휘하의 고위 관계자들을 접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였다. 그 상황 속에서도 향후 있을 의뢰를 완수하기 위하여 그들과 만나며 직접 장부들을 건네받았다. 한 명 한 명이 바르고스 프라임을 조율하며, 다스리는 높은 위치에 있는 자들이기에 그들을 제외한 '다른 자들'에게 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조심히 대하였다.


단 한 명을 제외한다면. 이후, 곧 타 섹터로 출정나가는 것에 들뜬 그 사내에게 붙여진 호위관은 가문의 중책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젊고 아름다운 용모를 지녔다. 아마 중무장한 병력 몇 명이 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긴장하였건만, 오히려 지휘봉 형태의 장식을 지닌 평범한 처녀라고 하여도 용인될 법한 모습에 안심하고 밖으로 나서려 들었지만........

그 시점에서 갑작스레 쓰러진 탓에 이야기가 끝났다.




이후, 목을 가다듬고 이를 악물며 주변에 귀를 더욱 기울이려 들었다. 어차피 그 누구도 이곳에 있다는 장담은 없었지만 갑자기 누가 일어서며 그 익숙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하였다.

"깨어났나. 아주 횡설수설하는거 들어보니 좀 속상한데 말이야....... 뭐, 만약 그런 직책에 불과했다면 파견되지도 않았겠지."


그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기울어지니, 하마터면 넘어질 뻔하다가 도로 주변에 울리는 큰 소리와 함께 제자리로 돌아왔다. "잠깐? 너? 설마........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런가? 당장 풀어줘라!!"


그는 숨을 헐떡이며 더욱 세게 몸부림쳤다. 결국, 이것도 놈들의 함정에 불과했던 것인가 싶어 분노와 함께 안간힘을 쓰려 들었다. 그의 갈망에도 불구하고 수갑은 결코 풀리지 않고, 이제서야 알아챈 다리는 의자에서 조금 떨어진 밧줄로 속박되었다는 것을 알아채고 말았다.


점점 그곳에서 걸어오는 형상을 보아하니 틀림없이 그 여자였다. 그녀를 향하여 다급하게 외치며 자비를 빌었다. "젠장, 내가 그러면 지금껏 생각했던 것을 모조리 입으로........ 어쨌든, 내가 뭘 잘못했다고 사적으로 체포할 권한이 있는가?! 지금 당장 풀어주지 않으면 내 부하들로써 제대로 응징할테다!"


"내가 뭐........ 연애에 아직까지 그렇게 큰 생각까지 두진 않았지만 괜한 오해를 하고 있는거처럼 들리는데. 너 뒤에는 그 '부하'들이 도사리고 있으면, 내 뒤에는 제국이 도사리고 있다."


단번에 복면이 벗겨지며, 빛이 드러나고 말았다. 회색의 천으로 가려진 벽이 시야에 드러나며, 그 앞에 일어서서 핏기가 도는 헌 모직으로 짠 복면을 오른손에 들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회색기가 살짝 도는 짙은 금발에 그 기억에 남을 왼쪽 눈 밑의 눈물점까지, 확실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뒤에서 버티고 있는 하나의 상징은 그 사내가 이성을 잃고 질겁하게 만들 정도로 위압감을 지니고 말았다.




"크........ 크악! 애초에 네 정체는 뭐냐?" 흑색 계열의 치렁거리는 평상복의 위에 급히 입은 듯한 이단심문청의 제복을 착용한 견습 이단심문관 앨리스 카터의 뒤로 제국의 깃발이 벽에 못 둘로 고정되어 펼쳐진 채로 조명을 받고 있었다.


회색의 우중충한 바탕은 이 습기찬 환경 속에서도 그 자체가 신성성을 지닌 듯이 마르고 깨끗하였으며, 나아가 그 속에 새겨진 쌍두독수리의 모습은 제국에 반하는 그 어떠한 자든 공포를 심는 인장이요 상징이였다. 운나쁘게도, 잠깐이나마 충실치 못한 그 사내가 상대하는 앨리스의 뒤로는 그 제국의 상징이 펼쳐져 있었다.


깃발 아래에 그는 겁을 먹고, 그녀가 입고 있는 갑주의 흉갑에 새겨진 이단심문청 인장을 보며 곧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였다. 그들의 악명은 오랫동안 들어보며, 설령 이단심문청이라 칭해지는 단체가 제국의 편이라고 할 지언정 그들의 무자비함에 다른 사람들처럼 질려버린지 오래였다.


아마 만족한 듯한 표정의 앨리스는 평온함을 유지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미 알아챈거 같은데. 이 행성에서 쓰는 다른 이름으로는 카에데, 타카가키라는 이름도 있긴 있지만, 굳이 네게 써먹을 이름은 아닌거 같군. 일단 묻는 질문에 대답만 하십시오."


"하! 어차피 네놈들과 네년들의 손아귀에 들어간 이상 나는 죽은 목숨인데 굳이 말해야만 하나." 그는 절망감에 자신의 목소리의 음조가 낮춰졌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며 다시 물어보았다. 기개가 있어보이려 말한 것이 무색하게 금방 그녀가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어 머리에 겨눌거만 같다고 생각하며 반쯤 눈을 질끈 감았지만, 오히려 그녀는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카터의 얼굴에는 딱히 분노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 없었다. 행성 내에서 직접적인 '목표'에 대한 관찰 및 군사 지휘, 행성 지표면에 대한 총괄적인 작전 지휘 임무를 맡는 칼카스와 달리 보조적인 심문, 수집 및 물자 조달 임무를 맡은 그녀는 손가락으로 한 번 까닥여 경쾌한 소리를 냈다.


그녀는 뒤로 물러서 의자를 가져다놓은 다음, 그와 마주한 자리에 놓은 다음 앉았다. 그것 또한 주목할수도 있겠지만, 심문 대상으로 묶인 사내는 쌍두독수리의 앞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곧장 움직여 바깥쪽으로 나가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아예 그가 보지 않는 사이에 의자로 자신의 머리를 후려치려나 싶을 정도로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녀는 오히려 준비를 하며 침착하게 그를 상대하였다. 애초에 이렇게 사람을 여럿 볶고, 곧장 정보를 얻어낸 다음 죽인 것일까 싶을 정도로 어찌 본다면 감정에 휘말리지 않는 냉철한 성격이라 할 수도 있었다. 아니면 자신에게 어떠한 위해도 끼치지 못하는 상대에 대한 안도감이라고 칭할수 있을지.




그녀가 입고 있던 제복, 타지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차려입는 외투와 제복처럼 평상복 위에 입은 민소매 제복의 허리춤에서 카터는 서류 하나를 꺼내기 시작하였다. 살짝 위로 나온 것을 보아 미리 준비한 것처럼 보였다. 그가 어떠한 대답이라도 입을 열지 않을 것처럼 대비하였지만, 이단심문청의 정보 획득력 앞에서는 대재앙 아래에 지하실 하나만을 믿는 것처럼 어리석었다.


"일단 하나만 확실히 하도록 하죠. 심문 대상이라고 할 지어도, 만약 당신이 묻는 질문에 제대로 응답하며 진실로써 판명되며 충분한 정보를 획득하였을 때에는 빠르게 끝날 것입니다. 다만, 제대로 협조하지 않을 경우에는 질질 늘어지는 수가 있으니 알아서 판단해서 선처하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까?"


그는 아마 저 앞에서 그녀가 '좋은 아르비테스, 나쁜 아르비테스' 작전으로 나서려는 것처럼 보였다. 십중팔구 그녀가 질문을 물어 좋게 대답한다면, 어떻게 보아 선처할지도 모른다는 자신감까지 생겼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그 덩치 큰 사내가 들이닥칠 것이고.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쁘군요. 애초에 이러는 것도 웃기기는 하지만. 최소한 그녀석이 말한 것처럼 반쯤 때려눕힌 다음에 깨어난 상태에서 하는 것보다는 제정신으로 말하는 것이 낫겠지. 유화책으로 일단 부드럽게 유화시켜서 나가는 것이.........."


"망할, 언제 들어도 안 웃기니까 일단 할 일이나 계속해."

"흠." 옆에서 지켜보고 있을 동료의 말에 체념으로 대답하는 카터에게서는 미묘한 느낌이 묻어나왔다. "어쨌든 말이 좀 길어졌군. 제이콥. 서브 스컬 본격적으로 가동시키기 시작해."




그 이후로 몇 분인가 지났을까, 공포에 질겁하고 체념한 사내는 아예 해탈한 듯 멍하니 말만 계속 늘어놓고 있었다. 사건의 핵심을 감히 감들 염두도 내지 못한 채로, 충분히 그들도 획득하였을 정보만을 늘어놓고 있었지만 언젠가는 그 스스로가 무너질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우선 미나세 가문으로 인하여 몰락한 로그 트레이더 가문이 개입되지 않았다는 것은 어린아이조차 알 사실입니다. 계속 그렇게 뻔한 정보들을 늘어놓지 말고 대답해 주십시오. 아니면, 지금 정신에 혼동이 생긴 거라면 싸이코트록 수류탄(주석 참조)을 동원하는 수도 있다만." 숨을 점차 몰아쉬며, 지쳐가는 듯이 말을 내뱉기를 반복하는 사내를 앞에 두고서 따분하다는 듯이 답하였다.


격화되는 그녀의 흥분한 성격은 점차 음정의 톤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낮에도 그녀를 조우하였을 당시 자신을 소개한 '타카가키 카에데'라는 이름보다 '앨리스 카터'로써 열정있는 외지 출신 이단심문관으로 그를 상대하며 증언들이 중복되는 점이 있어도 빼놓지 않고 하나씩 손수 기입하며 적고 서보 스컬의 힘도 빌리고 있었다.


그녀가 점점 언성을 높일 때마다 곱슬거리는 단발의 뒤로 빼놓은 지휘봉....... 처럼 생긴 것이 점차 전극으로 일렁이는 것을 보며 그는 답하였다. "아니, 사실이다. 분명, 미나세 가문의 빈틈을 노리고 현재 물자를 들여오는 자들이 있다. 나는 단순히 체스의 폰에 불과한데 내가 무엇을 상세히 알겠는가. 그들이 몰락한 타 로그 트레이더 가문이 아니라면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넘어가도록 하지." 세차게 물어붙인 그녀는 아예 자리에서 일어서서 응시하더니, 그를 향하여 자신이 찬 지휘봉과 유사한 형태의 포스 웨폰을 그에게 겨누며 외쳤다.

"단, 한, 가지의, 질문만을, 하겠다. 이 행성에 물자로 개입시키는 외계종이 존재하는가?!"


그는 고개를 휘저으며 외쳤다. "말할....... 수가 없다! 네놈들에게는 어떤 것도 없을 것이니 두렵지 않겠지만, 내겐 남겨진 자들이 있다! 차라리 죽을 지언정, 더 이상 어떠한 말도 내뱉지 않겠다!"




그녀의 분노는 극한에 다다르러, 언제라도 이 남자를 의자에 앉힌 채로 포스 웨폰으로 가격하여 영혼째 으스려트려 일격사시킬 기세로 그를 째려보았다. 카터의 두 눈꺼풀은 4년 전부터 항상 그렇듯이 상기된 표정을 띄어도 윤기있는 속눈썹과 함께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그 뒤에 감추어진 색이 다른 두 눈에서는 분노로써 타오르고 있었다.


본래 모습으로 보기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어보였다. 그러나, 그 두 눈과 더불어 단단히 악물은 입, 그 눈가와 입가에 굳은 듯한 표정은 정말 차이가 커 오히려 그로써 긴장케 만들었다. 계속된 시도 가운데에, 다시금 놈의 입을 열기 위해서 카터는 허리춤에서 싸이코트록 수류탄의 주둥이와 연결된 호흡기를 꺼내자 그는 기겁하며 외쳤다.


"안돼........ 안돼......... 안돼! 제발 그것만은!" 온갖 공포와 환상, 악몽이 그 안에 숨어있는 호흡기의 검은 입구를 보자 혼절이라도 할 것처럼 놀라며 몸부림쳤다. 굳이 그의 팔을 억세게 붙잡을 필요도 없이, 묵묵한 표정으로 의무감으로써 행하던 카터는 그 와중에 갑작스런 제지를 받았다.


"기다려, 심문엔 내가 우선적으로 나서기로 하지 않았나?"

"잠깐이면 된다. 환상으로 비롯되는 공포로는 놈에게 어떤 것도 얻어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불만족스럽게 수류탄과 호흡기를 치우던 카터를 앞에 두고서, 어둠에서 나타난 사내는 마침내 밝혀진 랜턴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제이콥 칼카스, 7년간의 기나긴 전쟁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 마침내 기나긴 추적의 끝에 다다른 이단심문관은 압도될 체격으로 그의 뒤에서 나타나 가로막았다. 자신의 손아귀 아래에 놓여진 사냥감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는 심지어 심문 대상을 직접 상대하는 카터조차 잠시 물러서게 만들 정도로 완고하였다.




그가 다가오며, 이단심문청에서 지급되는 검붉은 외투의 자락에 묶여있는 파우치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하였다.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저 뒤로 표정이 굳은 채로 물러선 앨리스 카터를 한 번 본 지친 사내는 남성 이단심문관을 다시 보았다.


칼카스의 손에 들려져 있던 것은 그의 외투에서 꺼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비싸보이는 은장 지포 라이터 한 개, 그리고 다른 섹터에서 수입한 담뱃갑 중 한 개비가 손가락 사이에 걸쳐져 있었다. 개입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던 그녀의 시큰둥한 얼굴을 옆에 둔 채로 직접 나선 그는 능숙하게 라이터를 켜 담뱃불을 붙였다.


"대, 대체 무슨 수작이지?"

"걱정할 것은 없다, 죄인. 그저 남아있는 담배나 피우라고." 왠지 모를 불안감은 계속 피어오른 채로, 마음은 조급해져 오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이제는 남아나지도 않았을 침이 혀에 고이기 시작하였다. 환기구가 돌아가는 것일까 생각될 정도로 자욱해진 공기에 섞인 향은 물기찬 그의 코를 자극하였으며, 더욱 막혀가고 있었다.


이단심문관의 얼굴에는 경멸이 가득 섞여 있었으며, 마치 짐승을 보는 듯한 눈길이였다. 카터와 비슷하게 제복을 급히 걸친 모습이지만, 평상복 위에 그대로 입어 소매가 드러난 그녀와는 달리 분명 이단심문청 소속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견갑과 장갑판을 두르고 있었다.


입술을 모아 갖다대어 재빨리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였다. 차라리 이것이 죽음 전에 준다는 마지막 기쁨이라고 칭하는 것일까. 어차피 저 둘 중 한 명이든 자신의 머리에 권총을 쏠 것이라는 것은 이제 깨달은 지 오래였다. 원통한 눈빛으로 그 둘을 째려보며 매캐한 연기를 들이켰다.


"........." 그렇게 계속 그를 째려보던 칼카스는 손에 점점 힘을 주었다. 놈의 목을 붙잡기 위해서 장갑으로 두른 왼손에 힘을 주고, 드러난 오른손에 주먹을 쥐기 시작하였다. 입을 주먹으로 막고 있던 카터가 확신이 섰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마침내 행동으로 들어섰다.




<치이이이이----> "아아아아아아아악!!!!!!"

고통은 한순간이 아닌, 몇 초간 지속되며 동시에 돌이킬수 없는 상처를 나았다. 비명이 울려퍼지며 방 전체에 진동하는 그 순간에도 점점 살이 익어 재와 섞이는 냄새가 퍼지며 미처 타올라 달라붙지 못한 핏방울이 맺혀 새어나오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러운 행동의 변화에 미처 그 심문 대상은 대처하지 못하였다. 눈썹이 살짝 진동하고 마는 수준의 변화만이 보여지는 카터의 얼굴이나, 평상시에는 그나마 사람들을 겁주는 수준에 불과한 그의 눈에서 보이는 살기는 아예 격화된 분노와 함께 어우러져 그것만으로도 누구를 죽일 기세가 되었다.


단숨에 왼손으로 그의 머리를 붙잡아, 오른손의 디지털 웨폰의 단단하고 날카로운 부분으로 그의 살을 궤뚫어 상처를 낸 다음 입에서 담배 한 개비를 빼내어 불붙은 부분으로 지져버렸다. 매캐한 연기가 덮여진 대신 살이 타오르는 냄새가 피어오르며, 가까이에 있는 목청은 떨리며 그의 필사적인 고통을 전달하였다.


마침내 10초 가량이 지나 그것을 떼내었지만, 이미 목에 돌이킬수 없을 상처가 남은 그 사내는 아예 눈물까지 그 사이로 새어나오며 그 둘을 향하여 증오와 분노라는 남아있는 두 감정으로 외쳤다. "악마들........ 저주받을 것이다! 차라리 나를 죽여서 서보 스컬로 만들지 그러냐!"


악바리가 선 그의 모습은 오히려 칼카스가 더욱 단호하게 행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피가 가득 묻어있는 외피가 돋보이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나서, 이리 휘저어 무언가 묻은 잿더미를 털어낸 다음 심문 대상의 얼굴을 마구 밀어 뒤로 젖힌 다음 조용히 중얼거렸다.

"진정으로, 심연에 도사리는 악마의 존재를 안다면 그런 말은 입에도 올리지 못하겠지. 다음은 눈이다."




"알겠다! 알겠다.......... 모두 말하겠다. 제발...... 제발 눈만은...... 뭐든지 말하겠다."

이미 긴장한 탓에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버린 그의 얼굴에는 오직 공포만이 지배되어 있었다. 카터는 애초에 자신이 이때를 위해서 동원한 싸이코트록 수류탄에 문제가 있나 생각하고 있었지만, 기폭시켜 단방에 주입시킨 것이 아닌 서서히 주입시킨 정도로는 약하다고 생각하며 다음번에 양을 좀 더 조절해야만 한다고 여겼다.


마침내 그의 손을 다시 내려가 그것을 땅 밑으로 던진 다음, 군홧발로 짓밟아 뭉개버렸다. "........ 오늘 밤....... 3월 8일 자오선 기준 오전 11시에 접견할 예정이다. 외계종........ 외계종과 결탁한 우리측 소규모 선단이 도착할 것이다. 그곳에서 원래는, 화물, 그래, 화물을 가문에서 결탁한 동지들과 놈들과 접견하는 것이다. 놈들의 계획은 아직 진행되고 있다. 놈들이 엘다처럼 생겼지만, 나머지는 모른다. 제발! 제발....... 아무것도 모른다고........."


"잠깐, 아직 진행되고 있다고 했나?" 칼카스가 말을 다 듣기 무섭게 옆에서 어느새 머리칼을 옆으로 빗겨낸 다음 포스 웨폰을 집어낸 그녀는 손짓을 하여 랜턴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곳으로 그를 이끌었다. "이제 충분하지 않나? 놈들이 위치에서 나타난다면, 곧바로 병력으로 덮쳐 정보원에 해당되는 적들을 생포한 후 모조리 사살하고 증거물을 포착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만."


카터는 고개를 옆으로 저으며 그의 의견을 강하게 부정하였다. "그렇게 될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경험상 보통 놈들이 실행하려고 하는 것은 어차피 밀수와 비슷하단 말이지. 차라리 저 녀석을 살려둔 다음에, 목숨 부지해 준다고 협박한 다음 놈을 내세운다는 것이지."


"애초에 제국에 해악을 끼치려던 외계종을 상대로 거래를 시도한 자를 살려준다는 것인가? 이단심문관으로써 옳지 않은 방법을 택하는 것이라면 실망이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군."




"그렇다면 저놈을 바로 여기서 네 권총으로 사살한다고 가정해보자." 저 사내가 최대한 그들의 대화를 듣기 위해서 귀를 기울이는 사이에, 아예 그것을 눈치챈 카터는 서보 스컬 두 기를 통해서 안을 관측할 바깥 통로로 나와 그에게 추가로 설명을 덧붙였다.


"이 행성을 노리는 외계종은 단순히 무력이 강한 것만이 아니라, 생각보다 훨씬 교활하다. 너도 그....... 7년동안 놈들을 상대했으니 더 잘 알테지." 그가 고개를 무겁게 끄덕이는 가운데에 말을 이었다. "만약 저놈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미리 그곳에서 은신하거나 관측하고 있을 외계종이 접선 지역에 나타날거 같나? 미끼로 삼아서, 곧장 놈들을 한번에 낚아내지는 계획이지."


그러나 칼카스는 자신의 뜻을 쉽사리 꺾을 생각은 적었다. "놈이 만약 발설한다면? 접선 지역에서 분명 놈들도 병력을 동원할 터, 그리고 발설되어 경각시킨다면 곧장 아수라장이 되어서 추적조차 쉽지 않게 될 것이다. 이 행성에서 즉각 파견 가능한 병력은 신속대응팀 전우 2개 팀과 소대, 중대 규모의 IST(Inquisitorial Storm Troopers)밖에 없는데. 이것으로는 위험하다. 네 계획을 실현시킬려면 데스워치 킬 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아........ 모르겠다. 어차피 나는 심문으로 여기까지 끝냈으니, 저 '심문 대상'에 대한 처리는 지휘관으로써 네 몫이지. 다만 내가 조언한 것이 들어맞으면 일이 6개월 내에 끝날 가능성도 더 높아질거다."


"그건 두고 보도록 하지." 옆에서 불만스러운 표정의 카터를 두고서, 그는 자신의 오른손 팔목과 팔 부분에 볼트-런쳐를 장착하며 방으로 걸어나오기 시작하였다. 칼카스의 선택 아래에 저 버림받은 겁쟁이 반역자의 운명이 달렸을 것이다.



자비를 베풀어, 심문 대상을 미끼로 삼았을 경우 : 심문 대상은 칼카스가 목숨을 구해주었다는 것에 감사하게 여기거나, 또는 자신의 목숨을 구하였다고 생각하며 풀어난 즉시 발각시킬 기회를 찾을지도 모릅니다. 임무상 요원들을 미리 숨겨 배치시키면 적들을 기습케 하기 용이하지만, 만약 발각되었을 경우 반격이 거세어져 더욱 작전이 실패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단발에 사살하여, 제국의 정의로써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이루었을 경우 : 심문 대상은 그의 살생부에서 죽음으로써 지워져, 그럴듯한 이유와 함께 그의 신원은 말소될 것입니다. 그가 상대코자 하는 제국의 적이 멍하니 접견 지역에서 기다리고 있다면 외부에서 진입을 대비하는 대원들이 쉽사리 제압할수 있을 것이지만, 애초에 위치에 나타나지 않아 또다른 기미와 증거를 찾기 위해서 시간을 소모해야만 할 것입니다.



주석

싸이코트록 수류탄 : 이 수류탄은 그 내부에 통상적인 폭발을 불러일으키는 작약을 대신하여 달콤한 냄새의 신경가스가 채워져 있습니다. 그것이 부르는 효과는 적에게 다양한 정신적 영향을 미쳐 환상, 광기 등을 부릅니다. 그 신경가스의 효과는 매우 강력하고 즉각적으로 퍼져나가, 심지어 은하에서 가장 견고한 갑주와 어떠한 초자연적인 가호마저 궤뚫어 쓸모없이 방치시킬 것입니다.

<출처 - 게임즈 워크샵, 코덱스 : 그레이 나이츠,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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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왔습니다. 첫 번째 선택. 어느 쪽 시나리오를 택하냐는 자유입니다. 애초에 정해주는 시나리오들이 선악의 구분이라기 보다는 광기의 구분에 가까워서 말이죠.

예. 아무래도 카터의 행동에서 의아함을 느끼실 것인데 아무리 이 행성이 세속적이라고 해도 서기 4만 1천년대의 전쟁밖에 없는 세상입니다. 그나마 4년동안 이 행성에 있으면서 많이 순해진 것입니다. 워해머 방식으로 등장인물들의 성격 및 플롯들을 재해석한 결과라고 생각해 주세요.


나는 차가운 일창남자, 하지만 댓글돌이들에겐 따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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