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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스X40k 유니버스] Guns and Flowers 1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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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1, 2013 05:51에 작성됨.

진행되면서 커다란 스케일의 세계관을 다루다 보니 추가적인 등장인물들이 곧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그래도 원작 존중의 의미로(?)제노그라시아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최소한의 양심으로 팬픽 내의 등장인물들이 지닌 기본적인 모티브 자체는 아이마스에서 차용합니다. 문제는 워해머 세계관으로 넘어오며 재해석의 결과이지만........


아마 워해머 세계관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도 있을 것이니, 만약 댓글로써 전체적인 설명과 의문을 남겨주시면 아예 설정들을 총집해서 한 번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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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런 늦은 밤에 갑자기 찾아오다니........ 이렇게 밤에 밖에 돌아다니는 것은 좋아하지 않긴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야경이 좋긴 좋네. 우리 가문 덕분이긴 하지만 말이야."


번 영의 노래가 찬란한 도시의 별빛 아래에 일상적인 소음들에 섞여 저 바깥 교외에까지 울려퍼진다. 건물들의 집합체이자, 문명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스틸본 시티의 규모와 면적 자체는 제국의 여느 도시와 같이 평범하였지만, 그것에 집적된 자본으로 비롯되는 화려함과 웅장함은 쉽사리 비교될 만한 대상을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였다.


그 야경은 가히 바르고스 프라임의 자랑이라 지칭될 수준이며, 신성을 대신하여 세속이 모든 신민들에게 담겨진 빛나는 보배의 산이다. 달빛이 녹아들어 흐르는 것처럼 착각될 수준으로 반짝이는 강물이 도시의 절반을 가르며 지나가고, 고딕 양식의 웅장하고 장엄한 첨탑의 끝과 마천루의 유리벽이 어우러지니 모든 건물마다 하나의 풍경화가 새겨졌다.


모두가 추종하지 마지않고, 나아가 이 세계를 이끌고 지배하며 또한 드넓은 은하를 개척하며 그 산물을 제국에 바쳐 충성을 증명하는 로그 트레이더 '미나세' 가문의 식솔 중 가장 어린 그 아이는 그녀의 선조가 지어둔 결과물을 마천루의 끝에서 느긋이 지켜보고 있었다.


인근 섹터에 위치한 가든 월드에서 수입한 원목으로 가공한 테이블과 의자에 앉은 채로 뒤에서 다가오던 은빛 머리칼의 소녀가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성숙함의 차이는 크지만 어릴 때부터 여러 세계를 가문의 발자국을 따라 동행한 탓에 식견이 넓은 이오리와는 다르게 다이애나는 풍경 전체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도시의 빛에 배면이 밝은 구름들이 조금씩 하늘에서 흘러가는 가운데에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오리....... 당신의 가문은 세계들을 탐험하며, 제국에 충성하는 많은 신하들을 알고 있지 않습니까. 혹시, 제국 근위대라던가 그러한 분들에 대해서 아시는 것이 있으신가요?"


"오호라. 그런데 그거 하나 때문에 물어보기에는 너무 늦은거 같은데, 다이애나. 옛날에는 이런걸 별로 물어보지는 않았으니 좀 답답하긴 했지만, 어차피 내일은 일정 없으니 괜찮으려나....... 이거 설마 날 물먹일려고 일부러 온 건 아니겠지?"


"제가 그런 파렴치한 사람일수 있겠습니까. 이미 폐를 끼치기는 하였지만, 오늘 프로듀서를 만나고 나서 진지하게 의문을 가졌기에 방문한 것인데." 넌더리치며 웃어 넘기거나, 흥분하기는 커녕 온화하게 답한 그녀에게서 언제나 기묘하다고 느끼는 이오리는 잠시 목을 가다듬은 다음 의자에 앉은 채로 자세를 바꾸었다.




"아, 그 사람 말하는 거지? 솔직히 내가 생각하던 프로듀서라는 사람의 모습과는 다르게 너무 딴판이라서 마음에는 들지 않았는데, 그래도 임페리얼 가드, 그러니까 제국 근위대에 입대하였다는 것이 납득이 될 만한 사람이야. 어차피 여기까지 온 이상 그냥 앉아."


그녀의 말에 지금껏 기다리고 있던 세이죠우는 건물과 근접한 쪽에 있는 소파에 조심하여 앉았다. 어렴풋이 구름 사이에 자리잡은 그믐달 아래에 앉은 모습은 홀리 테라의 반려자로 칭해지는 상징을 칭송하는 국교회의 고고한 성직자와 유사하였다. 그러한 풍채를 풍기는 사람은 이 행성에서 흔치 않았으며, 어쩌면 비밀스러운 임무를 띄고 타 행성에서 방문한 귀족들 중 한 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었다.


세이죠우의 눈에서 의문을 읽어, 그에 이오리가 응답하였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별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지만, 내가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가족들을 따라 행성과 행성 사이를 여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보아왔지. 그 중에서도 물론 군인들도 존재하지."


"가끔씩 보듯이 이 바르고스 프라임에서도 높은 선발율을 뚫고 임페리얼 가드에 차출되는 PDF 소속 정예병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내가 직접 볼 수 있던 사람들은 포지 월드나 포트리스 월드와 같이 삼엄하게 위험해 보이는 행성에서 있을 장군들이나 총독들이였어."


붉 은 홍채를 가운데에 둔 세이죠우의 눈이 관심으로 반짝였지만, 애써 그녀가 질문하기도 전에 먼저 선방을 치며 답하였다. "제발, 그렇게 높은 사람이 애써 이곳에서 프로듀서나 할 가능성이 존재할 리나 없잖아. 십중팔구 전역하고 나서 이쪽으로 이민온 다음에 사장 추천 덕분에 이리 온 것이겠지."


"........ 그렇겠죠. 사장님께서 말해주셨을 때에 옛날에 같은 전장에서 조우하였던 전우라고 따로 설명하셨더군요. 제가 물어보니 그분께서 뭐라고 하였더라....... 인, 인퀴지션? 그러한 것과 관련된 임무에 헌신하여 복무하였다고 하셨습니다."




"잠, 잠깐. 이단심문청? 이거 매우 심각한데." 잠시 기겁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지금껏 자신만만하게 자랑하려던 표정과는 달리 매우 심각하다는 듯이 혼자서 뭐라 중얼거리더니 미나세 이오리는 잠시 멀뚱히 그녀를 보던 다이애나 세이죠우에게 손가락으로 입을 막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며 빠르게 말하였다.


"아무것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 그 사람들은 거기까지는 별로 상관없다고 했지만, 일단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는 않으니 사무소 안에 어떤 얘에게도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내가 말하기 전에는 몰랐다는 듯이 이야기해. 알겠지?"


그냥 차라리 그 바르코나르라는 남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편이 더 나았다고 여기며 당혹해하는 세이죠우를 두고 몇 바퀴씩 제자리에서 돌던 이오리는 마침내 스스로 진정했다고 생각하며 다시 의자에 털썩 앉았다.


" 이단심문청? 물론 처음에 봤을 때 그 남자에게는 말하지 않았긴 했지만 대충 연륜이 있어 보이는 작자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내 생각이 옳았어. 아마 그건....... 내가 더 이상 답해줄 것에서 넘어선 거라고 생각하는데, 직접 물어보는 것도 매우 곤란하게 여길 테고."


지금껏 여러번 세이죠우는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해박하다고 여겨진 이오리에게 물어봤지만, 다른 곤란한 것들을 질문받았을 때와는 다르게 그녀가 빙빙 돌려서 답할거만 같은 직감을 가졌다. 딱히 그것에 대한 논리적인 도출은 힘들었지만, 느낌은 그것에 대한 변명으로 답해주었다.


그녀의 성격을 보아서 차라리 단번에 질문을 끊어 다시 질문하지 않게 만들었으면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습니까....... 아마 그러한 전쟁에 삶을 던진 사람들은 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건만. 아마도 프로듀서를 대할 때에 대한 주의로써 듣건데, 혹시 그와 비슷한 사람을 주변에서 겪은 적이 있는지."


" 당연하지. 이 몸이 미나세 가문의 영애 아니냐. 물론 '로드'라고 일컬어지는 나이 지긋하게 드신 고리타분한 사람을 제외하고도 한 명은 아예 이름도 알려줄 정도로 친해졌는걸. 그 여자 이름이....... 아니, 가명일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그 '로드'처럼 진짜 이름일수도 있는데 확실하지는 않아."


점차 의문은 어렴풋이 사라지며 하늘 아래에 떠있는 몇몇 구름들에 섞이고 말았다. 심상찮은 기품을 지닌 프로듀서에 대해서 묻고 싶은 것은 세이죠우에게 있어서 산더미와도 같았지만, 그 높은 건물에서 만난 미나세 이오리의 말에 따른다면 그렇게 물어볼 만한 것은 절대로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였다.


애초에, 그녀는 왜 그런 의문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도 스스로 알아채지 못하였다. 자신의 의지가 따르는 데로, 그에 맞추어서 행동으로 항상 완벽을 기한다고 판단하였으나 애초에 그 시작부터 일그러진 것이 아닌가. 어쩌면 어색하게 끝났을지도 모르지만, 놀랍게도 이오리에게 있어서 그것은 별로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산들바람이 불어 평원의 풀은 흔들렸다. 그것만으로는 어떠한 것도 느끼지 못할 사람들도 많은 것이지만, 예리한 판단력을 지닌 사람, 또는 예언을 받아 익히 앞날에 대한 직감을 지닌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분명 앞으로 거대한 일이 닥쳐올 것이라고.




파멸에 이르지 않는 시련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인 간에게 제각각 한계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들이 만약 인간을 초월한, 하나의 상징이자 그들의 가치와 이념을 수호하기 위하여 거듭난 자들이 아니라면 자명한 사실로 남는다. 그들을 육체적으로 붕괴시키며, 정신적으로 파괴하며 버티다 못하 제풀에 이기지 못하고 나가떨어진 자만감에 가득찬 영혼들이 얼마나 많이 소모되었을까.


그러나 살아남은 자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시련은 인간에게 교훈이 되며, 그들의 삶의 지표를 알려주는 징조이자 경험으로써 그들의 뼈를 구축하며 살을 단단하게 만든다. 그들이 지닌 행운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시련들 중에서, 자신들이 감당할 것들을 겪으며 이겨낸 보답으로 받은 것이리라.


인 간의 책무에는 인간의 시련가 따른다. 한 명의 사람으로써는 충분히 자신의 삶 전체를 돌아보며 인내하며 책임을 져낼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의무와 명예, 용맹의 이름 아래에 하나의 거대한 이상과 신념, 그리고 가치가 지닌 '초월적인 책무'을 과연 감당할수 있을 것인가.

책무 끝에 시련을 견뎌내고, 살아남아가는 것은 가능하다.


인간의 책무의 끝은 인간의 시련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초월적인 책무 끝에 그 시련을 느끼고 나서 과연 그들은 인간의 '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확신할수가 있겠는가?


('로드' 루드거, '작전 6년, 2개월 3일' 도중 발췌. 발견될 당시에 이단심문청의 인장과 함께 엘다네시의 눈물에 관한 자료들로 마구 뒤섞여 있었다.)



Guns and Flowers 11화 : A Single Step



바 르고스 프라임이 개척되어 도시를 준공한 이래로, 옛 당시 메카니쿠스의 기술의 결정체라 일컬는 거대한 대교의 위에서 한 대의 자동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두 이단심문관은 앞으로 그들이 마주할 것들을 대비하기 위하여 이단심문관 앨리스 카터가 준비한 또다른 은신처로 향하였다.


"카에데라, 가명을 아예 현지의 것으로 쓴 것을 보니 오랫동안 머무를 것을 아주 작정했어. 전문가에게 직접 듣고 싶은데, 6개월은 좀 비교하기 뭐하겠지만 4년동안 있어도 괜찮을까 싶은데 말이지." 검붉은 코트 형태의 이단심문관 제복과는 달리 치렁치렁한 흑색의 평상복차림의 그녀는 열정있는 인퀴지터라고는 연상되기 힘들 빼어난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 괜찮아. 덕분에 나도 수 년동안 볼터 방아쇠 당겨본 것은 가끔씩 몸 풀러 궤도 쪽으로 나서서 우리 함선에 있는 훈련장으로 향한 것밖에 없으니. 무슨 사태에도 대비하려고 온갖 무기들을 4년간 이 세계의 곳곳에 숨겨두었건만, 6개월 뒤에 철수할 쯔음이면 별 볼일 없게 되겠군."


그녀의 녹안을 가려주는 섬세한 속눈썹과 눈꺼풀은 이미 순해진 탓에 우아하게 보였지만, 그 뒤에서는 그녀의 싸이킥 능력에 감응하는 탓일지도 모르게 확고한 의지로써 가득차 보였다. 진취적이며, 또한 정의감으로 가득찬 앨리스 카터는 4년간 이곳에 있으면서 자신의 본분을 단 한번도 망각한 적이 없었다.


"전쟁을 준비하는 것인가?"


"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격언이 있지 않나, 제이콥. 난 단순히 그것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옛날에 찍어둔 사진에 비해서는 이제는 확실히 행정부 쪽에서 일한다고 말해도 믿을 정도로 꽤나 나아졌지만 말이야."


뒤 에서는 칼카스에게서 어떠한 답변도 들려오지 않았지만, 그녀 스스로 믿는 신념에 따라 카터는 그것을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그래도, 옛날에 나름대로 평범한 삶을 바랬건만 그것과는 정반대로 너무 멀어졌지. 이렇게라도 지내보니 괜찮다는 생각도 들고........ 흐음."


일선에서 잠시 발을 떼어, 수 년간 이 행성에서 미나세 가문 내부에 직접 파견된 카터의 모습은 전과는 다르게 여유로워 보이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의 본연은 제국의 충실한 이단심문청이요, 오르도 제노스의 검이다.




항 상 주변에서 경계의 시선을 결코 저버리지 않는 칼카스를 뒤에 둔 채로 앨리스가 입을 열었다. "일단 내 은신처 쪽에 거의 다 왔으니, 헤어지기, 아니 귀환하기 전에 하나만 말해봐도 될까." 신호를 대기하며 잠시 정차한 틈에 카터는 뒤를 돌아보았으며, 칼카스가 고개를 끄덕인 것을 보고 다시 앞을 바라보고 눈을 가리는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말을 이었다.


"지금껏, 로드께서 말하신 것을 따른다면 분명 이번 임무를 어쩌면 마지막으로 실마리의 끝에 다다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씀하셨다. 그 중심으로 향하는 단서들 중 미나세 가문의 자료가 있고, 다음으로 '세이죠우'라는 네가 말한 아이도 있지."


칼 카스가 고개를 끄덕일 쯤에는 점차 도시의 교외 중에서도 중상층들이 머무를 법한 주택들로 이루어진 단지에 다다르렀다. 속력이 느려지는 자동차가 좌회전을 하며 움직일 때 그녀는 말을 이었다. "수 년 전, 키발리스 세쿤더스에서 마지막 전투 전에 찍은 사진이 기억나나? 아니, 애초에 네가 그걸 계속 보관하고 있었을 리가 없나......."


"아카이브에 계속 보관하고 있었지만, 그 날 이후로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그러면 너는........ 말할 필요도 없겠군." 하차하기 직전에, 칼카스가 몸을 풀 쯤에 본 모습은 그녀가 안전벨트를 풀은 다음에 조수석에 가지런히 둔 서류들 중 한 곳에서 사진을 꺼낸 모습이였다. 차 천장 가운데의 라이트에서 황색으로 그 둘이 비추어지는 가운데에, 카터는 흉터가 거의 사라져가고 손톱을 기른 그녀의 왼손으로 뒷좌석에 건네주었다.


전달받은 사진에는 과거의 잔상이 낡아 약간 탈색한 채로 남아있었다. 전투로써 비롯되는 결과 자체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 직전에 같이 한 행성에서 어깨를 겨루며 싸웠던 전우들이 찍혀있었다. 개중 몇 명은 이미 목숨을 달리하였으며, 몇몇은 살아남았다. 운이 좋았을까 그와 비슷한 시기에 정식으로 이단심문관으로 임명받은 카터와 칼카스 또한 그들 중 한 명이였다.


항상 그렇듯이 칼카스는 그가 스스로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확신하며 사진을 보았다. 행성에서 자신의 정체를 스스럼없이 내보였지만, 상징에 끼치는 위해를 없애기 위하여 활동하기 편한 셔츠와 청바지로 이루어진 사복과 그 위에 플랙 아머와 탄입대를 껴입은 모습이였다. 이단심문청 신속대응팀 소속 타 부대원들 또한 비슷하게 차려입었지만, 제대로 된 군복이나 제복으로 차려입은 자들도 몇몇 있었다.




그들 중 카터의 모습은 오른쪽에서 찾아볼수가 있었다. 전투 당시 적의 유탄에 비명횡사한 '매시브'의 왼팔 옆에서 주변에 돌고 있는 여자는 앞을 응시하지 못할 정도였다. 차라리, 현재 잠입하여 바르고스 프라임의 민간인처럼 차려입은 모습이 이때의 성격과 더 비슷할 것이다. 당시만 하여도 제국 행정부에 소속되었건만, 지금은 그와 필적한 무장과 권한을 지급받은 이단심문청의 행동이자 의지이니.


사진에서 헝클러진 짙은 금발의 곱슬머리와 지금과는 달리 오드아이가 아닌 완전한 녹안을 지녔던 여인은 앞에서 사진을 도로 가져가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 말 없어 보이는데, 기억나는 것 하나도 없어?" 카터의 능청스러운 질문에도 불구하고 칼카스는 단순히 4년 전 당시와 지금의 차이에 흥미롭게 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않았다.


"하아, 망ㅎ....... 이런. 내가 무슨 기대를 했냐. 정말로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거냐?" 정말이지 괴리감을 느끼기에 매우 적절한 그녀의 말투에도 불구하고 칼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전투가 있었던 것은 확실하였지만, 그 결과로써 앨리스 카터 및 현지에 파견된 제국 측 요인들을 구출한 것을 제외한다면 칼카스가 속한 파견된 부대원들 대부분이 죽고 다쳤다는 것만을 알고 있었을 뿐이다.


한숨을 쉬며 그녀는 서서히 하늘을 자홍색으로 물들이는 여명이 동쪽에서 밝아지는 것을 보며 바깥으로 나서기 시작하였다. 비슷하지만, 이 차의 운전석에서 이제 칼카스가 올라탈 준비를 하기 위해서 그 또한 바깥으로 나서있었다. 영원토록 전쟁의 광풍만이 몰아닥치는 태풍을 그나마 간접적으로 경계할수 있었던 산맥 속의 우주공항과는 달리, 그 둘의 모습은 제국의 이단심문관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세속적이였다.


그 러나 그들의 겉모습은 결코 본모습을 증명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자아는 행동으로써 증명된다고 신봉하며, 칼카스는 그에 따라 어떠한 대가를 치루더라도 반드시 그 결과의 끝으로 달려나가야만 한다고 믿는 충실한 이단심문관 중 한 명이였다. 카터 스스로도 그들과 교류하며, 아예 타카가키 카에데라는 가명을 쓰고 있었지만 언젠가 자신이 준비한 것들이 스스로를 증명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늦었군. 일단 보고받은 것처럼 3일 뒤, 화요일 새벽 2시에 이 위치에서 집결하고 일주일 뒤면 '크로우'로부터 자료를 건네받겠지........ 잠깐." 칼카스가 180cm를 훌쩍 넘는 체격 좋은 자신의 몸을 이끌어 운전석에 앉는 사이에 카터는 그 창문 옆에서 힘줄이 여전히 보이는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어 툭툭 치며 질문하였다.


칼 카스가 그녀를 피곤한 눈으로 바라볼 무렵에, 그녀는 입을 열었다. "이거 거의 4년 만에 다시 마주하는 것인데, 바르고스 프라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기념으로 준비한 술과 함께 시간 때우지 않겠어? 세그멘툼 솔라에서 들여온 것이라서 상당히 아껴둔 것인데 말이지."


"내일도 그곳에서 일정도 있고, 가뜩이나 오늘 밤에도 다시 심문을 해야할 참이라서....... 만약 들여온 의약품 중에서 스팀팩이 있으면 그거나 지급하라고." 그는 넌더리치며 거절하였지만, 카터는 여유롭게 웃으며 받아들였다. "민간인 노릇도 힘들긴 하지, 괜찮기는 하다만......." 말을 줄이며, 그녀가 뒤로 물러서며 은신처로 돌아갈 무렵에 칼카스는 그가 향할 곳으로 돌아갔다.


참으로 이상한 세계임이 틀림없었다. 지금껏 그가 전쟁터에서 뛰었던 목적 그 자체를 위해서 결국 종착지가 될 운명이라 생각하겠지만, 6개월간의 대기는 앞으로 남은 얼마 안되는 시간들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7년간의 전쟁은 열정에 불타오르는 그를 또다른 무언가로 변모시키기 충분한 시련이기 때문이였다.


하나의 실마리를 쫒고자 얼마나 많은 목숨들을 잃었는가. 비록 이 행성에서 마주칠 민간인들과 전우들이 그 임무와 연관이 있을 지언정 깊게 친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이것을 위해서 치룬 대가를 생각한다면 그는 스스로 고독하게 싸움을 이어가는 것만이 그의 이상을 이룩할 방도라고 판단한 것이였다.


이단심문청의 인장은 그가 자신의 이상과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받아들인 상징으로 남아있었다. 뜀뛰는 심장과도 같이 새겨진 그것이 있는 한, 자신이 행하는 모든 일들에 대해서 어떠한 후회도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지난 7년간 겪은 고난에도 불구하고 끝내 살아남았으니, 그토록 버티게 해준 집념 아래에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쟁취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첫 번째로 내딛은 발걸음 자체가 기틀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을 그는 알아채지 못하고 말았다.




"크윽.........."

제 이콥 칼카스, 아니 바르고스 프라임에 갓 이민하여 전역 이후로 사장의 소개에 따라 765 프로덕션에 입사하였다고 소개받은 사이먼 바르코나르는 계속 끄응대는 소리와 함께 오른손으로 머리를 감싸쥔 채로 무언가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이 행성이 제국에 충성도가 높고, 가문 자체에서도 지원이 나오고 있지만 한 명에게 행성에 대한 공작 전체가 이행된다는 것은 심각한 부담이 되어주었다.


정 확히 따지자면, 표면적으로 직접 활동하여 1차 목표로써 수면에서 갓 떠오른 대상인 '다이애나 세이죠우'에 대한 직접적인 첩보 임무는 오직 자신만이 떠맡아야만 할 임무였다. 그나마 앨리스 카터에게 기대를 하기도 하였지만, 아예 처음부터 공작금 지원 및 정보/자료 2차 수집 및 무장, 은신체 제공과도 같은 것들이였으니. 행성에 투입된 요원들을 제외한다면 그나마 이단심문청 측은 통신요원인 '망구스타'밖에 없었다.


"모르겠어요. 몇십분째 계속 이러고 있는데, 일단 마지막 남은 계약 관련 서류 정리들은 완료되었는데 보기에는 좀 뭣하고......." 오히려 따뜻한 이 행성의 기후에는 별로 필요도 없지만 최소한 드러나는 체격을 조금 감추어주는 외투의 너머로 현지 방언으로 리츠코와 코토리가 말하는 것은 전부터 계속 들려왔다.


그 러나 그녀 둘의 목소리는 정작 뒤에서 또렷하게 들려오는 듯 하였지만 그 자체가 지닌 뜻의 힘은 와닿지 못하였다. 외투로 둘러싸인 스스로의 요새 안에서, 그녀들은 물론이요 이 행성에서 살고 있는 신민들이 감당하기에는 끔찍한 외계종과의 전쟁을 위해서는 그가 모든 짐을 스스로 지어야만 한다고 신념 아래에 믿고 있었다.


"며칠 전에도 말씀드렸을텐데 말이죠. 만약 걱정하는 고민이나 그런 생각하는 것들이 있으면 다 말하여도 좋다고. 비슷하게 참전용사이신 사장님에게 항상 들은 것도 있으니 뭐........"


바 로 옆에서 사진들이 첨부된 자료들을 가지고 온 리츠코가 옆에 서 있는 채로 그를 깨어있는 수면에서 일으켰다. "그렇다면, 뭐. 준비는 된 것입니까?" 비록 고맙다고 말하고 싶기도 하지만,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에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였다.


어찌 본다면 자만이라고 폄하될지도 모르겠지만, 칼카스는 옆에서 말로나마 걱정해주는 그 안경을 쓴 예리한 성격의 여자가 오직 전쟁뿐인 세계의 진상을 알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일단 준비는 당연히 되었죠. 고민이라면 오늘 아이들을 봐주는 것이나 걱정하라고요." 바르코나르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동안, 자신이 알고 있는 친척들 중 한 명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친척을 보면서 항상 느끼는 바가 있었다.

진정, 제국을 위해 헌신한다는 것은 자신의 소중한 것 그 이상을 바치는 대가가 존재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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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통 아이마스 팬픽과는 달리 너무 소재가 진중하고 심각해서 약간 위화감이 들긴 드네요. 말했듯이 어쩌면 제노그라시아의 재현일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선 아래에서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중반부까지는 아이마스 팬픽 및 첩보전의 전개로 가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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