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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제] 어느 여름날의 구상(構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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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4, 2013 18:45에 작성됨.

제시어 [화장품]

그 날도 엄청나게 더운 날이었다.

여름은 한창으로 접어들어, 태양은 우리의 머리 위에서 강렬한 햇빛을 미친 듯이 내리꽂고 있었다. 마치 찜통처럼 거리를 달궈대는 일본의 빌어먹을 여름. 태양이 “미천한 인간들아 이것이 더위다! 그렇다! 그 힘은 태양과 동류! 태양의 파문!”이라고 지껄이는 것 같았다. 아니, 무슨 소리지.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사무소에 오래 있다 보니 드디어 뇌가 맛이 간 걸지도 몰랐다.

그렇게 지나친 더위를 선풍기 하나로 참아내며, 765 프로덕션에 소속된 프로듀서이자 키사라기 치하야의 전담 프로듀서인 나는 얼마 후에 있을 샤이니 페스타에 참가하는 아이돌들을 위해 휴일잔업을 하고 있었다. 샤이니 페스타 프로젝트는 이제 절정에 오른 우리 765프로에게 새로운 활력을 줌과 동시에 앞으로 전진 할 수 있게 해주는 돈을계기를 줄 것이다. 사장님도 특별 지시 사항으로 우리들에게 당부하셨다.
“샤이니 페스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치른다면 IA대상에도 한결 더 다가갈 수 있을 테니, 여러분은 그 막대한 책임을 달성하기 위해 힘내주길 바라! 고로, 나는 잠시 여행을 떠나겠네. 이야~ 하와이라도 가고 싶구만!”
네, 오늘도 좋은 병맛 감사합니다. 그만 좀 놀러 가시죠? 리츠코가 엄청 화낼 거라고요? 그렇게 쏘아붙여주고 싶지만 말단일 뿐인 일개 프로듀서에 불과한 나는 권력을 가진 사장을 깔 수 없었다. 괜히 까면 난 짤릴 것이고, 그럼 우리 귀여운 치하야가 울겠지. 억울하다 직장문화, 불합리하다 주식이라는 시스템. 주식이란 이름의 종이쪼가리를 잔뜩 쥐고 있는 놈이 왕이라니, 그딴 걸 만든 영국 놈들은 아무튼 뒈져야 할 거 같아. 아오.

아무튼 그런 사소한 일은 둘째 치고 나와 치하야는 지금 샤이니 페스타를 위한 노래 리스트를 뽑거나, 댄스 레슨 조정, 기타 방송 스케줄 등을 캔슬하거나 옮기거나 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원래는 나 혼자 해야 하는 일인데, 치하야는 굳이 같이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오늘은 오프임에도 성실하게 나를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치하야는 정말로 귀여웠다. 별로 프로듀서를 도와주려는 건 아니고... 라며 시치미를 떼는 치하야는 살짝 츤데레같아서 귀여웠다. 솔직하다 못해 독설가인 아이니까, 츤데레는 아니지만. 하긴 지금도 이렇게 귀여운데 여기서 츤데레같은 짓을 하면 그 팅팅에 녹아내릴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 슬라임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치하야는 내 앞에서 여러 서류파일들을 보면서 그 고운 눈썹을 모으고 있었다. 보통 저 나이 또래의 소녀는 웃는 얼굴이 더 귀여운 법인데, 치하야는 찡그리거나 무표정인 얼굴이 더 귀여운 거 같았다. 물론 웃는 얼굴도 충분히 귀여웠지만 익숙해진다는 건 무섭다. 단지 내가 치하야 빠돌이기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몰랐다. 뭐가 됐든 나는 치하야한테 푹 빠져있다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이렇게 매일매일 뚫어지게 볼 수 있는 것도 행운이지. 나는 전국의 치하야 팬에게 사과를 해야만 할지도 몰랐다. 뭐, 안할 거지만.

그렇게 치하야를 관찰하고 있자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더운 나머지, 열심히 일하는 치하야의 볼에는 땀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치하야의 뺨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젊음을 상징하듯 풋풋한 싱그러움이 넘쳐흐르고 있었지만, 여성들의 필수품인 화장기는 별로 없었다. 단지 생얼이 자신 있는 건지, 아니면 오늘 오프라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치하야는 내 앞에서는 화장을 별로 하지 않는 편이었다. 무대에서야 물론 메이크업을 하지만 평소에는 잘 못 본 거 같다. 어느 정도 일을 마친 나는 여전히 끙끙매고 있는 치하야에게 질문을 던졌다.

“치하야, 는 화장을 잘 안한다는 느낌이지?”
“네?”

내 갑작스런 질문에 치하야는 놀라는 거 같았다. 서로 아무 말도 안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말을 거는 데다 굉장히 뜬금없는 말이니 더욱 그럴 것이다. 치하야는 다소 황당해하면서 말했다.

“저기, 의미를 모르겠는데요...”
“아니 말 그대로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씨익 웃었다.

“치하야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최근에, 나랑 같이 있을 때는 대부분 화장을 잘 안하지? 궁금해져서. 순수한 의문이야.”
“어, 얼굴을 보고 계셨군요......”

약간 빨개져서 쑥스럽게 웃는 치하야는 무척이나 귀여웠지만, 대화가 진전이 안 되므로 나는 재차 질문을 던졌다.

“물론 생얼도 이쁘긴 하지만 말이지. 근데 메이크라는 건 말야, 여자가 빛날 수 있는 일종의 무기라고. 나같이 치하야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남자는 그렇게 흔하지 않아. 치하야가 아무리 아름답고 귀엽고 가련하다고 해도, 결국 생얼이 줄 수 있는 인상은 한계가 있지.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화장을 그렇게 쉽게 포기한다는 것은 한 남자로서도, 너의 프로듀서로서도 별로 권장하고 싶은 내용은 아니라서 말이지. 솔직히 아쉬워서 하는 말이야.”
“여전히 달변이시네요. 거기다 은근히 엄청난 말들을...... 뭐, 이미 익숙해졌지만요.”

치하야는 다소 기가 질린 듯 말했다.

“칭찬은 됐고, 요새는 로션만 바르는 거야? 난 화장품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비비라던가 그런 건 안 바르는 거 같던데 말이지.”
“칭찬 아닙니다만...... 이런 말해봤자 소용없겠죠, 프로듀서한테는. 하하.”

치하야는 살짝 실소를 흘린 다음 기억을 되짚듯 눈을 45도 하늘로 올린 채, 골똘히 생각하는 말투로 말했다.

“음...... 그러니까....... 뭐 무대 올라갈 때야 당연히 코디 언니들한테 도움을 받고 있고...... 평소에는...... 일단 베이스는 하는 편이지만, 그것도 최근에는 뜸하네요. 예전처럼 프로듀서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것도 아니라.....”
“윽, 그거 미묘하게 상처받는데. 이제 관리 안 해도 헬렐레한다는 이야기야?”
“아, 아뇨. 그런 뜻은 아닌데......”

치하야는 살짝 말을 흐렸다.

“뭐, 음, 이런 사이도 됐고 하니...... 이젠 자연스럽다고 할까...... 그냥 편안하다고나 할까...... 예전처럼 화장에 엄청 신경쓰거나 옷차림을 고민하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뜻이었어요.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 드니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헤헤.”

치하야는 그렇게 말하고 귀엽게 살짝 웃었다. 아아~ 요즘 치하야는 얼굴 표정이 다채로워져서 참 좋다. 예전에 처음 만났을 때처럼 무뚝뚝한 인상도 거의 없어진데다, 감정도 솔직하게 표출할 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사랑스럽게 헤헤하고 웃는 치하야라니, 그냥 천사였다. 아니 여신이었다. 지상에 강림한 최후의 여신! 사악한 경쟁사 아이돌들을 음파공격으로 쳐부순다! 아니, 이게 아닌가.
나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짐짓 실망했다는 어투로 말했다.

“그래도오~ 치하야는 언제나 예쁘게 있어주면 좋겠는데에~”
“......그 말씀은 기쁘지만, 그 말투는 뭔가요.”
“그래도오~ 화장도 안 하다니 궁금하잖아아~ 말도 안 해주구우~
“전혀 궁금해하는 말투가 아니잖...... 하아. 뭐, 됐어요. 됐습니다.”

치하야는 한숨을 한 번 쉬더니 조금 체념한 듯한 말투로 다시금 정리했다.

“뭐, 그렇다고 하죠 뭐. 아무튼 최근에는 피부 관리를 위해서 기초화장 정도만 하고 있습니다. 이제 됐나요?”

아무래도 너무 놀린 것 같았다. 약간 퉁퉁 불어 얼굴을 돌리는 치하야를 보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치하야는 가드가 조금 약한 면이 있으니까, 쉽게 멘탈이 무너지고는 한다. 가볍게 놀려도 금세 진지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치하야의 매력 중 하나였다. 그게 재밌는 나는 치하야를 더 놀리는 거고, 나중에는 화낼 때도 있고. 그렇지만 또 금방 용서해주고. 그게 우리의 기본 스탠스였다.

그러니까, 오늘은 조금 더 해도 괜찮을 것이다. 괜찮아, 아무도 없는데 뭘.

나는 현재 앉아있는 치하야의 앞자리에서 일어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뭐, 뭔가요?”

살짝 놀라는 치하야의 어깨를 슬며시 감싸며 나는 은근한 어조로 말을 건넸다.

“에이, 너무 화 내지 마. 치하야가 귀여워서 그랬는걸.”
“......또 귀엽다는 말로, 대충 넘어가려고 그러는 거죠?”
“응.”
“......너무 심하게 솔직하신 거 아닌가요?”
“그치만, 사실이니까.”
“하아......”

치하야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것 같은 한숨을 쉬었다. 내가 그럴 정도인가?

“하여튼, 프로듀서는 너무 능글맞아요. 그러니까 매일매일 리츠코 씨한테 한 마디 듣는 거라고요. 뭐, 그런 면도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조금 더 성인남성으로서의 진중함을 갖추는 게 좋을 것 같으햐아앗!

나는 뭔가 잔소리를 늘어놓는 치하야의 볼을 혀로 살짝 쓸었다. 그 쫑알거리는 입을 막아주마! 라는 느낌으로 말이다. 너무 변태같은가? 아무렴 어때.
예상대로 치하야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어깨를 두른 내 팔에서 살짝 벗어나며 외쳤다.

“뭐, 뭐뭐뭐뭐하시는 건가요 프로듀서엇!”
“치하야의 땀을 맛보고 싶었습니다.”
“존댓말?!”

요상한 방향으로 텐션이 오른 치하야를 나는 계속 추격해갔다. 혀로, 손으로, 온 몸으로 조여드는 것 같은 움직임. 은근하게, 하지만 조심스럽게 나아간다. 치하야가 지나친 자극에 놀라지 않도록 상냥하지만 한 편으로는 거칠게 진행해간다. 나는 치하야를 깊숙하게 느끼기 위해 전진해갔다.

“오늘 기초만 했다고 했지, 치하야?”
“네, 네엣...!”
“그럼, 그 화장품 맛 좀 봐볼까? 에잇.”
“햣! 가, 갑자기 그러면, 으, 으우웃......”
“오우, 여기가 좋아?”
“아닛! 그런게, 아니, 으으으으!”

흠칫흠칫 놀라는 치하야가 귀여워서 나는 점점 더 행위가 에스컬레이트해져 갔다. 아아아, 치하야 너무 귀여워. 이렇게 가련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세상에 둘 있을까? 없을 것이다. 고로 이 세상에서 단 하나인 단품이 내 손아귀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자로서, 사람으로서 이건 아끼고 사랑해야할 것 같지 않아? 응? 그런 방법은 안 된다고? 닥쳐.

“......프, 프로듀서, 적당히,”
“응? 뭐라고?”
“적당히, 좀......”
“뭐~ 라↘고~? (웃음)”
“적당히, 하라고 이 자식아!”

치하야는 갑자기 격렬하게 화내면서 나를 밀쳐 내고 내 몸에 주먹을 날렸다. 으허억! 오, 왼쪽 갈비뼈에 맞았어! 효과는 굉장했다! 아, 아프다! 뼛속까지 아프다!
격통에 몸을 웅크려 아픔을 견디는 나는 내버려두고, 치하야는 씩씩거리며 고함을 쳤다.

“정말! 뭐하는 겁니까! 그렇게 변태처럼 핥기나 하고, 제정신입니까?”
“아니, 그렇다고 이렇게 패는 건 조금......”
“아앙?”
“헉!”

순간 치하야가 보인 양아치같은 얼굴은 나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치, 치하야...... 목석같던 네가 이렇게 훌륭한 연기를 하다니... 많이 성장했구나!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건 아니니까 그만 하시죠.”
“모른다며 뭘 그만......”
“갈!”
“으익!”
“아무튼 프로듀서는, 언제나 선을 넘어요. 오늘 같은 경우에도, 갑자기 이렇게 더운 날 그렇게 끈적끈적하게 붙어대면 제가 좋겠습니까? 거기다 그렇게 변태적인 혓바닥이랑 손놀림이라니, 정말 더위에 머리가 맛 간 거 아닌가요? 생각해보면 빨리 일 끝내고 가야하는데 그렇게 노닥거리려고만 하고 그러니까 맨날 리츠코 씨한테 잔소리 폭탄을 맞는 거라고요! 애당초 프로듀서는 매일매일 일을 그렇게 불성실하게......”

마치 리츠코를 연상시키는 잔소리 쓰나미를 선보이며 치하야는 나를 정좌시키고 마구마구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대낮부터 조금 심한 것 같다고 생각이야 했다만 그렇다고 이렇게 잔소리를 할 건 아니잖아. 뭐, 내가 백퍼센트 잘못했지만 말이다. 이 망할 더위가 나를 이상하게 만든 것이 분명하다. 응. 그러니까 태양을 탓하자. 어니스트 해밍웨이도 그렇게 말했다. “모든 태양은 쓰레기다.” 글쟁이인 해밍웨이가 왜 천문학자로 둔갑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냥 아무 생각이나 하자. 치하야의 말을 듣고 있으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으니까 말이다. 왜, 소 귀에 경읽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 느낌으로 가자. 그럼 나는 소(牛)고, 치하야가 중(僧)인가? 소중대(小中大)... 치하야는 분명히 小겠지. 푸훗.

“지금 웃어요? 네? 웃음이 나와요? 네?”
“아, 아니...... 죄송합니다.”

치하야는 기관총처럼 따발따발 잔소리를 계속 하고 있었고, 나는 딴 생각을 하며 멍하니 치하야의 잔소리를 한 귀로 흘리고 있었다.
우리 둘의, 여름 날 한 때의 구상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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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 prpr하는 이야기 (화장품? 그게 먼가요 먹는 건가여 우걱우걱)

하루 늦었군요... 뭐 어쩔 수 없죠 (후비적)

변태 프로듀서와 정상인 치하야라는 느낌으로 썼는데 어떻게 잘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저런 변태가 결코 아닙니다 믿어주시죠 여러분

제가 여성 화장품에 대해 잘 모르는 관계로 이걸 주된 갈등요소로 삼으려니 한계에 부딪치더군요. 그래서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개드립을 날리거나 노닥거리거나 하는 내용으로 써봤습니다. 나는야 쿨가이!

.........짧아서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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