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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제] 아이돌 게임대회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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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4, 2013 16:04에 작성됨.

선택 아이돌 - 타다 리이나

제시어 - GAME



“리이나 군, 이번에 열리는 이벤트, ‘천하제일 아이돌 게임대회’에 우리 사무소를 대표해 네가 나가게 됐어. 할 수 있지?”

 

센카와 프로덕션의 무명 아이돌, 타다 리이나는 프로덕션 사장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자신의 볼을 꼬집었다.

 

“아, 아프잖아!”

 

“자기 볼을 꼬집으면 당연히 아프겠지. 상태 괜찮아, 리이나 군?”

 

“무, 무무무물론이죠! 아이돌 일도, 게임도, 뭐든지 이 타다 리이나에게 맡겨주세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장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이고 사장실 밖으로 나온 리이나는 곧 기쁨에 찬 표정으로 자리에서 폴짝 뛰어오르며 환호성을 질렀다.

 

“우효오옷-!!”

 

 

 

그로부터 1시간 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악필로 ‘긴급회의’라는 종이쪼가리가 붙여진 방 안에서는 타다 리이나와 그녀의 친구이자 같은 사무소의 아이돌인 키무라 나츠키가 함께 소파에 앉아있었다.

 

“사, 사실은 말이지, 게임은 별로 해본 적이 없는데.”

 

“그래서?”

 

“도와줘.”

 

“…밑도 끝도 없이 뭘 도와달라고 하는 거야? 나도 게임이라면 레이싱 게임밖에 안하는데. 아니, 그것보다 먼저 일단 그 대회가 무슨 게임을 주 종목으로 삼고 있는지 알아야 하지 않겠어?”

 

“뭘까?”

 

“그걸 나한테 물어봤자 알겠냐?”

 

“뭐든 상관없어! 난 똑같이 다 못하니까!”

 

리이나의 말에 나츠키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자랑이다, 애초에 게임도 할 줄 아는 게 없으면서 대체 왜 하겠다고 나선 건데?”

 

“기왕 록한 아이돌이 되겠다고 결심했으니까. 역시 뭐든지 잘할 줄 알아야 록하지 않겠어?”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데. 뭐든지 잘하는 거랑 록한 거랑은 무슨 상관이고, 그게 어째서 네가 이번 게임대회에 지원한 이유가 되는 거냐고.”

 

“후, 후, 후. 나츠키 넌 모르는구나.”

 

“…그 말, 너한테 들으니까 은근히 열 받네.”

 

“록이라는 건 곧 영혼! 그 스펠링 LOCK에서 느껴지는…!”

 

“ROCK이겠지. LOCK라니 대체 뭘 잠그고 싶은 건데? 넌 네가 지금 입고 있는 옷에 찍힌 글자도 못 보냐?”

 

“자, 잠시 말이 잘못 나왔을 뿐이야!”

 

“아, 그래. 그럼 하려던 말이나 계속 해봐.”

 

“어…. 까먹었다.”

 

“애초에 생각이나 했냐?”

 

“이…. 이럴 때가 아니라고! 어서 대책을! 대회가 앞으로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어! 어서 날 게임 초고수로 만들어줘!”

 

“그러니까 내가 어떻게 그렇게 해줄 수 있냐고.”

 

“그러지 말고 도와줘! 나츠에몽!”

 

“난 도라에몽이 아니거든. 이번엔 니가 스스로 생각해 봐.”

 

나츠키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허망한 표정으로 나츠키가 나간 방문을 바라보고 있던 리이나는 곧 떨어지는 주식시세를 보고 있는 주주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크게 쉬었다.

 

그런 리이나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간은 유수와도 같이 흘러 어느새 다음 날이 되었다.

다음 날, 리이나가 사무소에 도착하자마자 프로덕션의 사무원 씨가 환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와서는,

 

“리이나쨩, 방금 전에 이번 게임대회의 대진표가 도착했어.”

 

“오, 오오? 그런가요? 어서 보여주세요!”

 

방금 전까지 게임대회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있던 리이나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사무원 씨를 따라갔다.

 

“자, 여기. 그럼 이것도 아이돌 활동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고 연습 열심히 하렴.”

 

수많은 아이돌들의 이름 속에서, 리이나는 한참을 훑어본 후에야 간신히 자신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오, 있다있다!”

 

리이나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고 있던, 리이나와 같은 센카와 프로덕션의 죠가사키 리카가 그녀와 함께 리이나의 이름을 찾던 중에 그녀의 이름을 발견했는지 크게 소리쳤다.

 

“어디, 내 상대는 누구야? 유명한 사람?”

 

“그러니까…. 765프로의 후타미 마미.”

 

“…에? 농담이지?”

 

“진짜야, 여기 봐.”

 

리이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리카가 가리킨 곳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1차전 12경기 - (센카와 프로덕션) 타다 리이나 VS 후타미 마미 (765 프로덕션)

 

 

사실이었다.

머리를 감싸 쥐며 침몰하는 리이나를 향해 리카는 화사하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그런 거네. 1스테이지에서 갑자기 최종보스가 튀어나오는 것 같은 느낌?”

 

“끄어어…….”

 

후타미 마미가 누구인가. 전설적인 프로덕션인 765프로의, 굉장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아이돌이자, 프로필 취미와 특기 란에 당당하게 게임이라고 적어 놓은, 이 바닥 최고의 게이머 중 한 명이다.

 

“그런 애랑 붙게 된다고…. 그것도 1차전부터 말이지….”

 

“다리-쨩의 운도 여기서 끝이군요~!”

 

“시, 시끄러.”

 

“보나마나 박살나고 울면서 사무소로 돌아오겠지. 그땐 내가 위로해 줄게.”

 

“저리 가버려, 임마! 가뜩이나 심란해 죽겠는데 초치지 말고!”

 

“언니잇-!”

 

리이나가 위협적으로 주먹을 휘두르며 소리치자, 리카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의 언니인 미카를 향해 도망쳤다.

 

“하아…. 젠장, 정말 어쩌면 좋은 거지.”

 

머리를 긁적이며 차후의 대책을 생각하는 와중에, 평소보다 약간 늦은 시간에 나츠키가 사무실로 도착했다.

 

“다들 좋은 아…. 우왓?!”

 

“나츠에모오오오오옹!!”

 

나츠키는 사무소 문을 열자마자 괴성을 지르며 자신에게 돌진해오는 리이나를 보고 약간 당황했지만 곧 침착함을 되찾고 리이나의 팔을 붙잡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다리를 걸어 가볍게 메쳤다.

 

“커헉!”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침착해.”

 

“나, 나츠키치…. 오늘은 내려치는 강도가 특히 더 센데….”

 

“그래, 무슨 일로 그러는 건데. 어제 일 때문이야?”

 

바닥에 주저앉은 리이나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츠키는 피식 웃으며 옆으로 한 걸음 비켜섰다. 그러자 그녀에 뒤에는 리이나로서는 처음 보는 양 갈래로 땋은 머리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얘는 또 누구야?”

 

“거 있잖아, 타쿠미가 있는 프로덕션. 그 프로덕션에 소속된 애야.”

 

“타쿠미라면…. 그때 그 폭주천사 말이야?”

 

“…그 얘기, 타쿠미가 들으면 너 어떻게 될지 모른다.”

 

“없으니까 하는 말이잖아. 근데 여긴 왜 데려온 거야?”

 

“타쿠미가 그러더라. 자기 프로덕션에 게임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녀석이 있다고. 그래서 너한테 도움이 될까 싶어 부탁했지.”

 

“그, 그렇다면 혹시 나를 위해?”

 

“그래, 이왕 하는 거 한 번 제대로 해보라는 뜻이니까 이번에는 좀….”

 

“나츠키치이이이이이----!!”

 

리이나는 눈물을 머금으며 다시 한 번 나츠키에게 달려들었지만, 나츠키는 매정하게 피해버렸고 리이나는 그대로 넘어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메모해야지, 다리-쨩 오늘 팬티 하얀색….”

 

“했다간 죽을 줄 알아!”

 

리카가 자신이 애용하는 수첩을 꺼내들자, 리이나는 넘어졌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일어나며 소리쳤다.

 

“어, 어쨌든 빨리 연습 시작하자! 거기 있는, 아, 아니, 계신 사부님! 사부님 이름은 뭐죠?”

 

“내 이름은 미요시 사나라고 해. 게임이라면 맡겨줘!”

 

“미요시 사나! 사나 사부님! 어서 저에게 게임의 고수가 되는 비법을! 후타미 마미를 해치울 수 있을만한 실력을!”

 

“물론! 뭐든지 가르쳐주지!”

 

사나와 리이나가 빠르게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며, 나츠키는 사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그럼 잘 부탁해. 저런 바보 같은 녀석이지만 말이야.”

 

“뭐? 누가 바다의 보배라는 거야!”

 

“…대충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아.”

 

“푸훗, 푸후훗…. 바보는 바다의 보배….”

 

“저 언니는 갑자기 왜 웃는 거야?”

 

“카에데 씨는…. 가끔 저래.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우리 사무소만큼 재미있는 사람이 많은 사무소네.”

 

 

 

그날 이후부터 리이나는 사나에게 사나의 집과 게임센터를 오가며 많은 장르의 게임들을 하나씩 배워갔다. 날이 갈수록 리이나의 눈가에는 다크서클이 짙어져 가고, 에너지 드링크를 찾는 횟수가 많아졌지만 누구도 리이나의 집념을 막을 수는 없었다.

 

“태고는 나도 그다지 많이 해본 적은 없지만, 일단 리듬부터 익혀보자.”

 

 

캇 동동 캇 동동동

 

 

사나는 능숙하게 북채를 휘둘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던 리이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이 리이나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때가 왔군! 마음으로 리릭을 새기는 게임이라니, 진짜 록한 게임이잖아!”

 

 

캇 도동 카캇 도도도도동

 

 

“얼레?”

 

“…게이머 이전에 아이돌로서 실격 아닐까? 이런 단순한 박자도 못 맞추는 거 보면.”

 

“자, 잠깐! 다시 해볼게!”

 

 

캇동동 캇동동동

 

 

“너무 빨라.”

 

“푸핫, 그거 참 록하구만.”

 

“웃지마, 나츠키! 니가 해봐!”

 

리이나에게서 북채를 받아든 나츠키는 능숙하게 곡을 클리어 했다.

 

“무슨 불만이라도?”

 

“…없어.”

 

“솔직히 이 정도는 기본이잖아. 아이돌이라면 말이야, 특히 넌 앨범도 낸 녀석이 왜 이렇게 박자를 못 맞추냐?”

 

“기, 기다리고 있어. 내가 오늘 안에 네가 했던 곡 보다 난이도 높은 걸 클리어 할 테니까.”

 

그로부터 장장 네 시간의 피나는 노력 끝에 리이나는 드디어 말한 대로 나츠키가 선택한 곡보다 더 난이도가 높은 곡을 클리어 했다.

 

“됐다!”

 

“수고했어. 이제 태고도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갔네.”

 

“나츠키치, 봤어? 이것이 이 나의 록 스피릿이다!”

 

뒤를 돌아봤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 나츠키 씨는 돌아갔어. 기다리기 심심하다고.”

 

“…언제?”

 

“간지 한 두 시간쯤 됐나?”

 

“나츠키치이이잇-!!”

 

그래도 자신이 해낸 건 해낸 셈이니, 리이나는 빠르게 회복해 사나와 함께 게임센터를 나왔다. 자신의 게임실력이 슬슬 늘고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피곤해 보이는 표정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이 정도면 후타미 마미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내일 모레가 대회 날이긴 하지만, 하루 정도 더 맹특훈을 하면 이기지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해.”

 

“역시 그렇겠지? 후후, 내가 이변을 만들어주겠어.”

 

“팔은 안 아파? 오늘 그렇게 휘둘러 댔는데.”

 

“아프긴 하지만, 이 정도로 주저앉을 수는 없지. 나는 록하니까.”

 

두 사람이 저녁이라도 먹고 헤어질까,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리이나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바로 나츠키였다.

 

“나츠키치! 전화 잘했다. 너 대체 왜 그냥 가버린 거야? 내가 두려웠냐?”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녀석은.]

 

“그럼 왜 전화한 거야?”

 

[…그러니까, 지금까지 네가 했던 노력이 헛수고였다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에엥?”

 

[대회 종목, 알아보긴 했어?]

 

“아니, 통보하지 않은 걸로 아는데.”

 

[무슨 소리야, 사장님 말도 듣지 않고 뛰쳐나간 주제에. 사장님이 그러시더라, 니가 바로 뛰쳐나가는 바람에 말도 제대로 못했다고. 그래서 사장님은 니가 종목이 뭔지 알고 있어서 그러는 줄 알았다고 하시던데.]

 

“그, 그래서 이번 대회 종목이 뭔데?”

 

[철권.]

 

나츠키의 말을 들은 리이나는 침묵에 빠졌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연습하지 않았던 게임이었기에.

 

“사, 사나 사부님?”

 

“왜 그래?”

 

“철권 가르쳐줘. 지금부터 당장.”

 

그러자 사나는 항상 자신감에 차있던 그녀답지 않게 어색하게 웃으며,

 

“미안, 나도 격투게임은 잘 못해.”

 

리이나는 순간 자신의 머리 위로 운석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럴 수가….”

 

 

 

게임대회 당일.

퀭한 눈을 하고 좀비처럼 대회장에 도착한 리이나의 몰골은 좋게 봐줘도 아이돌이라고는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그녀가 걱정되어 동행한 나츠키는 리이나의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연습했지, 밤새서.”

 

“나 참, 그 열정 하나만은 록하구만.”

 

“그거 칭찬이지?”

 

“어디보자…. 12경기는 C석 10번인가. 아, 저기다. 가봐.”

 

“으, 응원해줘.”

 

“알았어, 뒤에서 보고 있을게.”

 

때마침 상대인 마미 역시 자리에 착석해, 곧바로 경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CD까지 낼 정도로 센카와 프로덕션 내에서는 인기가 있는 리이나와, 765프로의 후타미 마미가 경기를 하게 되자 곧 주변은 그 모습을 보려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3세트 중 2세트를 먼저 따내는 쪽이 승리합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죠!]

 

리이나는 어떻게든 발만 연타하면 초심자들도 기술을 쓰기 쉬운 화랑을 선택했고, 마미는 모쿠진을 골랐다.

 

“응~후~후~! 다리-쨩은 록한 아이돌이라면서 막상 ‘Twilight Sky’는 록 음악이 아니었지?”

 

“시, 시끄러! 그건 어쩔 수 없었다고. 그, 그래. 어른의 사정으로 인해서 말이지.”

 

“다리-쨩도 아직 어른은 아니잖아.”

 

“말 시키지 마! 집중해야 된단 말이야.”

 

“그러지 말궁~ 마미랑 수다 떨면서 하자, 응?”

 

리이나는 마미의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패드를 잡고 게임에 열중했다. 그 결과 계속해서 말을 걸다 꼬여버렸는지 제풀에 지쳐버렸는지 마미는 시종일관 무기력한 플레이로 리이나의 화랑에게 손도 쓰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순식간에 다운 두 번. 1세트는 그대로 리이나의 것이 되었다.

 

“우효! 이겼다!”

 

그 전까지 살짝 위축되어 있었던 리이나는 1세트 승리로 자신감에 차올라 주먹을 불끈 쥐고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이걸로 후타미 마미를 이길 수도 있다!

 

“거 봐라, 꼬맹이! 남을 무시하면 못 쓰지!”

 

리이나는 침울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마미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실컷 비웃었다. 완벽하게 승리에 심취해 버린 리이나는 팬들을 향해서도 몇 번이나 세리머니를 했고, 그 덕분에 리이나는 그녀의 뒤에서 씩하고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는 마미의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

 

2세트.

리이나는 그대로 화랑을 선택했고, 마미는 브라이언 퓨리를 선택했다.

 

그리고 2세트 첫 번째 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무릎무릎무릎벽콤보로 이어지는 마미의 현란한 움직임에 의해 손도 못써보고 2세트를 통째로 날려먹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두 라운드 모두 퍼펙트였다.

 

“…뭐, 뭐지.”

 

물론 그 이후로도 리이나가 라운드를 따내는 일은 없었다.

1세트에 모든 힘을 쏟아부은 리이나는

거짓말같이 마미에게 나머지 두 세트를 모두 퍼펙트로 내주고 말았다.

 

“말도 안 돼! 너 아까는 실력을 속이고 있었구나!”

 

3세트에선 아예 패드에서 손을 놓고 자신의 화랑이 떡이 되도록 두들겨 맞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리이나는 결국 끓어오르는 분노에 몸을 맡겨버리고 말았다.

 

“그러니깐 1세트 끝나고 조금 냉정해졌어야징, 다리-쨩.”

 

“시, 시끄러! 꼬맹이 주제에 감히 날 농락했겠다! 이렇게 된 이상 리얼철권이다!”

 

“호오?! 설마 이 후타미 마미와 한 판 해보겠다는 거야?”

 

마미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미의 등 뒤에 마미와 똑같은 크기의 그림자가 생겼다.

 

“그렇다면.”

 

“우린.”

 

““태그매치로!””

 

후타미 마미의 동생이자 류구코마치의 멤버인 후타미 아미의 등장. 리이나는 잠시 움찔했지만 곧 코웃음을 치며,

 

“그까짓 꼬맹이가 둘이 돼봤자 소용없어. 게다가 태그매치라면 나는 나츠키치가….”

 

없었다.

 

“없어!”

 

“응~후~후~! 그 리젠트머리 언니라면 아까 지루하다고 가버렸지롱~!”

 

“그럴 수가! 나츠키치!!”

 

““그럼 라운드 원 시작!””

 

“잠깐만 기다려!”

 

“아미 킥!” “마미 펀치!”

 

“빨라!”

 

“아미 이단옆차기!” “마미 뎀프시롤!”

 

“뭐 이런 꼬맹이들이…!”

 

“아미 초풍신!” “마미 나락쓸기!”

 

“말이 되냐?!”

 

“아미 제노사이드 커터!” “마미 리백팔식 대사치!”

 

“이건 이미 철권도 아니잖아아아으아--!!”

 

 

 

리이나는 그 뒤에도 두 사람에게 한참을 시달리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비틀비틀 대회장 밖을 나와 부어터진 얼굴로 밤하늘을 보고 있자니, 나츠키가 음료수 캔을 들고 그녀를 향해 걸어오며 말했다.

 

“…얼굴이 왜 그러냐?”

 

“그, 그러니까…. 애들이랑 조금 놀아주고 왔어. 그나저나 넌 어디 있었던 거야?”

 

“아, 멀리서 보고 있었지. 니가 후타미 자매한테 린치 당하는 장면을.”

 

“보고 있었던 거냐!”

 

“팬들이 좋아하던데.”

 

“내가 두들겨 맞는 걸?”

 

“그래도 꽤 멋있더라? 그렇게 맞으면서도 끝까지 반격은 하지 않던데.”

 

“다, 당연하지! 내가 본격적으로 힘을 썼다간 두 녀석이 모두 크게 다칠 테고, 그랬다간 765프로의 그 악명 높은 쿠로이 사장이 또 더러운 짓을 써서 우리 사무소를 쪽박 차게 만들지도 모르는데.”

 

“거긴 961프로겠지.”

 

“그, 그렇지! 나도 참 이런 록하지 못한 실수를 하다니, 아하하하.”

 

당황한 리이나가 어색하게 웃자, 나츠키 역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어쨌든, 이번 게임대회로 뭔가 느끼는 게 있었겠지.”

 

“아, 있었지. 물론 있었어.”

 

“이번에 게임연습 했던 것처럼 앞으로 아이돌 활동을 더 열심히 해보겠다던가?”

 

“아니? 더 열심히 철권을 연습해서 이번에야말로 후타미 마미를 찍소리 못하게 꺾어야지!”

 

“…어이, 아이돌은 괜찮은 거냐?”

 

“그건 어떻게든 하면 돼! 나는 록하니까! 지금부터 당장 다음 대회를 위해 철권 맹연습이다, 우효옷!”

 

게임센터를 향해 달려가는 리이나의 뒷모습을 보며, 나츠키는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여담으로, 다음 아이돌 게임대회의 종목은 철권이 아닌 니드 포 스피드로 바뀌었고, 그 바람에 리이나는 나츠키에게 밀려 출전조차 하지 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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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약빨고 쓰려고 했는데 그냥 간단하게 쓰자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리이나를 너무 바보로 만들어서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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