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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제] Kiss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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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2, 2013 21:15에 작성됨.

선택 아이돌 = 호시이 미키
제시어 = 키스



아직 봄이긴 했지만 겨울 기미가 많이 남아 있어서 하늘은 생각보다 빠르게 어둑어둑 해졌다. 조금 추운걸, 하고 중얼거리며 입고 있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주머니 안에는 아직까지 조금 따뜻한 휴대용 손난로가 손에 잡혔다. 손난로를 만지면서 이 손난로를 건네준 녀석과의 오늘 주고받은 대화를 생각하며 살짝 웃었다.




“허니! 오늘은 미키의 화보 촬영에 같이 가줄 수 있는 거야?”
“미안, 미키. 오늘은 중요한 영업이 있어서 말이야. 오늘은 안 될 거 같아.”
“으아! 그건 너무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미키, 프로듀서씨에게 그렇게 억지 부리면 안 돼.”
“하루카는 어제 허니랑 같이 있었으니까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었던 거야!”
“응?”

그래, 그러고 보니 어제는 하루카의 첫 생방송 보이는 라디오 출현이라 내가 같이 따라 갔었지. 그런데 어제 미키도 CM촬영 때문에 바빴을 것 같은데 하루카의 스케줄까지 알고 있구나. 정말 열심이인 녀석이야.

“아니, 그거야 나는 첫 보이는 라디오 출현이었으니까··· 프로듀서씨가, 그, 일단 라디오 현장이라던가, 그런 걸 확인한다고 같이 가주신거라···”
“우우! 그래도 치사한 거야! 어제는 미키도 CM 촬영이 있었는데··· 허니는 미키보다 하루카를 더 생각한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니까.”

오늘 방송국과의 회의에서 사용할 책상위에 놓여 있는 서류를 탁탁 치면서 정리하며 말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나는 누구하나 특별하게 대하고 이런 건 없다. 나에게는 모두가 소중한 아이돌들이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나는 코트를 입고 가방을 들었다. 옆에서 오토나시씨가 가시나요, 하고 물으시는 걸 가볍게 대답하면서 하루카와 미키에게 다가갔다.

“그러니까,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아줘, 미키. 오늘은 미키의 잡지 촬영에 같이 가주고 싶지만, 이 방송은 생생함까 선데이의 뒤를 이을 765 프로덕션의 간판 TV 프로그램이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오늘만 참아줘.”

“우우, 그런 말 이미 많이 들었는 거야! 그러니까 오늘은 그런 허니의 말에 속아 넘어···”
“옳지, 옳지? 오늘 잘 참을 수 있지?”

그렇게 말하며, 나는 웃으며 미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언가 화난 얼굴로 더 말을 하려고 했던 미키의 얼굴이 점점 풀어졌다.

“우우우··· 기분 좋은 거야··· 아니, 또 이렇게 허니의 손길에 넘어가서는 안 되는··· 우우, 기분 좋아···”
“알겠지? 오늘 CM 촬영, 스텝 분들에게 폐 끼치지 말고 잘 해야 한다?”
“알겠는거야···”

그렇게 말하며 미키는 소파에 누워 버렸다. 뭐, 오늘은 평소 미키 치고는 사무실 소파에서 그다지 잠을 자고 있지 않았으니까, 졸릴 만도 하겠지.

“··· 프로듀서씨는, 이상하게 미키에게만 무르네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뭐, 보고 있으면 알게 된다고.”
“그렇다고 생각해요.”
“히비키와 유키호마저··· 딱히, 그런 건 아닌데 말이지.”
“정말로··· 인거죠?”
“하지만, 미키에게만 이상하게 무르다고, 저도 생각합니다만···”
“아즈사씨에 타카네까지···”
“그래요! 미키에게만 무르다구요!”
“그런가··· 딱히 무르다고 생각 한 적은 없었는데··· 정말 그런가요, 아즈사씨?”
“피욧! 내 말은 무시?”

내 기억에도 딱히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아서, 아즈사씨에게 되물었다. 뭔가 중간에 이상한 말이 끼어든 것 같지만 뭐 별 말 아니겠지.

“뭐, 프로듀서씨 기억에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그 말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찔릴 만한 행동이 많다는 겁니까···”

아니, 정말로 기억에 없는데 말이지. 으응?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된 건가? 확실히 사무실에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면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니까.

“그럼, 저는 나가보겠습니다. 하루카, 오늘 치하야와 가요프로그램 녹화지? 조심해야해!”
“알겠습니다!”
“히비키, 타카네, 유키호는 미니 라이브를 위해 레슨, 철저히 받고!”
“알겠다고, 프로듀서! 완벽한 자신에게 맡겨 달라고!”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 열심히 할게요오!”
“아즈사시는 나중에 류구 코마치 활동이 있죠? 리츠코가 곧 올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대본을 한 번 더 확인해주세요.”
“알겠어요, 프로듀서씨.”
“그럼, 이만 나가 보겠···”
“잠깐만, 허니!”

이제 막 문을 나서려는 나를 향해, 방금전가지 쇼파와 물아일체가 되어가고 있던 미키가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미키? 나는 이제···”
“오늘, 생각보다 많이 추운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며 미키는 무언가 흔들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짜잔! 미키가 허니에게 오늘을 따뜻하게 보내라고 주는 선물인거야!”

그렇게 말하며 미키는 나에게 흔들고 있던 것을 보여주었다. 흔들면 따듯해지는 휴대용 손난로였다. 생각해보니 오늘 아침에 집에서 나오면서 생각보다 추웠지··· 라고 생각하며 손난로를 받아가려고 하는데 미키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직, 따뜻해지는 마법을 걸지 않은 거야!”
“마법?”
“자, 이렇게···”

그렇게 말하면서 미키는 눈을 감고 손난로에 살짝, 자신의 입술을 맞추었다.

“히힛! 자, 이제 미키의 특제 마법이 걸린 손난로인거야! 미키의 키스로 허니도 따뜻해지는거야!”
“응? 아, 아··· 고마워···”

어째서인지, 얼굴이 다 빨게 진다. 이럴 때 보면, 누구보다도 귀여운 소녀인 미키이다.

“프로듀서씨?”
“역시··· 본인은 자각 못하는···”
“그, 그럼! 정말로 다녀올 테니까요!”

어쩐지 미키를 제외한 다른 아이돌들의 눈길이 조금 이상해져서, 곧바로 도망쳐 나오듯 사무실에서 빠져 나오긴 했지만.




“확실히 미지근해졌지만··· 아직도 따뜻하네.”

주머니 속에 있는 손난로를 만지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봄답지 않은 추운 날씨였지, 하고 어찌돼든 좋은 것들을 생각하면서, 사무실로 돌아왔다. 시간상으로 보면 리츠코와 류구 코마치는 방송 출현이 오늘 마지막 활동이니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려보낼 거고, 다른 애들도 오늘은 활동이 일찍 끝나고, 오토나시씨랑 사장님도 오늘은 빨리 퇴근하신다고 연락 했으니, 사무실에는 나 혼자인가··· 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2층에 있는 사무실에 가기 위해 계단을 걷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누군가의 노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Kiss me out of the bearded barley
키스해 주세요. 보리수염이 덥수룩한 보리밭 밖에서.
Nightly, beside the green, green grass···
밤마다 저 푸르고, 푸른 잔디 옆에서···」


이 노래는 유명한 팝송. Sixpence None The Richer의 Kiss Me였다. 예전 소학교시절에,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었던 팝송이었다. 그리고 중학교 때는 영어시간때 팝송을 틀어주면서 가사로 영어공부를 가르치던 선생님께서 자주 틀어주시던 노래였다. 노래 자체도 영어도 어느 정도 잘 들리고 멜로디도 포근하고 달콤한 편이라 그때 같은 반 여학생들이 자주 흥얼거리던 노래였다.

이 노래가 나온 것도 벌써 10여년이 넘었다. 그래서 요즘 애들은 이 노래를 잘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프로덕션에서 이 노래를 알만한 여자애는··· 아니, 아니, 여성분은 오토나시씨 정도인가. 잡일이 남아 있었던 걸까.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Swing, swing, swing the spinning step.
돌아가는 스텝에 맞춰 계속 흔들어요,
You wear those shoes and I will wear that dress, Oh···
당신은 그 신발을 신고, 난 그 옷을 입고 오···」


푸른 달빛을 받으며,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고 있는, 금발의 아이돌. 미키가 그곳에 서 있었다. 그 모습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미키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 보았다.


「kiss me beneath the milky twilight
키스해 주세요 우윳빛 나는 황혼 아래서
Lead me out on the moonlit floor
달빛이 비치는 마루로 나를 인도해 주세요
Lift your open hand,
손을 펴서 높히 들어보세요
Strike up the band and make the fireflies dance
악단을 지휘하고 반딧불이 춤을 추도록 하세요
silver moon's sparkling.
은빛 달님이 반짝이네요
So kiss me.
그러니 내게 키스해주세요.」


아후, 하면서 한숨을 쉬고, 미키는 그렇게 노래를 마쳤다. 이 노래는 2절도 있지만, 1절만 아는 건지 아니면 그냥 알고 있지만 그냥 1절만 부른건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분위기나 미키가 직접 작사한 가사를 보면 미키는 아이돌 캐릭터와는 반대로 – 물론 미키는 캐릭터가 아니고 본인 그 자체긴 하지만 – 약간 극단적으로 밝은 노래이거나 약간 슬프고 애처로운 노래를 자주 부르긴 한데, 또 이렇게 보니 사랑을 속삭이는 달콤하고 감미로운 노래도 잘 어울렸다. 이건 프로듀서로서 기억해두지 않으면 안되겠지.

“으음···”

그러면서 고개를 갸웃 거리는 미키. 무언가 마음에 안드는 구석이 있었나?

“안녕, 미키. 사무실에 남아 있었구나.”
“아, 허니! 어서와 인거야!”

나를 발견한 미키가 기쁘다는 듯 달려와서···

“으왓!”
“왠지 남아 있어서 이득인거야! 허니를 만났으니까!”
“하하하··· 나도 일단 사무실에서 혼자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누군가 있으니 왠지 기쁘네.”
“헤헤헤··· 허니가 날 보고 기뻐해줬어!”
“뭐, 그건 별개로··· 어째서 사무소에 남아있는거야?”

미키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잠시 넋이 나간 탓에 제일 먼저 물어봐야 했던 걸 물어보지 못했다.

“으, 응, 그게 말이지··· 응! 미키, 왠지 오늘 활동 마치고 나서 사무소에 돌아왔는데, 졸려서 그대로 지금까지 자버려서···”
“······.”

약간 곤란한 듯한 표정. 떨리는 목소리. 다른 사람들은 이 조금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보인다. 이건 무언가 이유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미키가 거짓말을 하는 거다.

언제나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말하는 미키지만, 아주 가끔 자신이 정말 곤란할때는 이런 식으로 연기를 하곤 한다. 이제까지 다른 사람들이 알아 차린 적은 없지만, 나중에 몰래 가서 ‘그때, 무슨 일 있었어?’ 라고 물어 보면, 언제나 미키는 ‘헤헤, 역시 허니에게는 숨길 수 없는 거야···’ 라고 말하곤 했다.

“미키.”
“으, 으, 이번에는 정말인거야!”
“······.”
“······.”
“우으··· 그렇게 지긋하게 쳐다보면, 미키, 허니의 시선에 부끄럼쟁이가 되어 버리는 거야.”
“······.”
“아으··· 거짓말해서 미안해요, 인거야.”



“실은··· 이번에 모두 나가기로 한 음악 방송 때문 인거야.”
“아, 그···”

내가 예전에 하루카를 구하고 대신 무대 밑으로 떨어져 다쳐서 병원 신세를 지고 있을 때, 유명 음악프로 PD와 MC분이 병문안을 온 적이 있었다.



「사고 소식 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그래도 이제 좀 웃으시는 거 보니까 괜찮아 보이네요.」
「하하, 이거 면목 없네요. 아 참, 저번에 치하야와 마코토 방송은 정말 감사합니다.」
「아뇨, 아뇨. 저희야 말로 감사 인사를 드리려는 참이었습니다. 요즘 아이돌 중에 그렇게 가창력과 댄스가 빛나는 아이들이 있었을 줄이야. 그때 시청률을 생각하면 그 둘을 추천해준 프로듀서님께 고마워해야죠.」
「저도 그때 이후로 765프로 아이돌들 팬이 되었구요. 하하, 나름 이 바닥에서 오래 있었던 가수가, 이제와서 아이돌팬이라니 제가 생각해도 좀 그렇습니다만···」
「저희야 말로 영광인걸요! 하하하!」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위쪽에서도 프로듀서씨의 이야기를 듣고 특별 편성으로 765의 아이돌 전원을 방송에 출현 시키려고 했는데요···」
「아···」
「프로듀서씨가 사고를 당했다는 말을 듣고, 위쪽에서 그 기획은····」
「그렇습니까··· 꽤나 발품을 팔았던 기획이었는데··· 그래도, 일부러 놀라게 하려고 이 건에 대해서 말하지 않은 건 오히려 행운···」
「하하, PD. 그렇게 말하면 프로듀서씨가 실망하잖아요. 제대로 말씀 드려야죠.」
「네?」
「우리 프로그램 EP(Executive Producer)과 CP(Chief Producer)님이 프로듀서씨를 굉장히 좋게 보셔서 말이죠. ‘그런 성실한 젊은이, 요즘 찾기 힘들지!’ 라고 언제나 그러시거든요. 그래서 이 기획은 765 프로덕션 프로듀서가 퇴원하면 그때부터 다시 추진하기로! 라고 결정해버리셨어요.」
「저,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방송에 대해서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 거니?”

생각대로라면, 미키, 타카네, 그리고 히비키는 이런 방송에서도 가장 당당했던 멤버 중 하나였다. 무언가 걱정이 있다던가, 생각할 게 있다, 라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765프로 단체 게스트 방송에서는 언제나 자기 페이스로 밀고 가는 이 세 명과, 하루카, 마코토, 그리고 류구 코마치의 리더인 이오리가 언제나 어태커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었기 때문에, 그 중 메인 어태커중 메인인 미키가 이런 식으로 방송에 걱정이 있다, 라고 말한 건 솔직히 의외였다.

“응. 이번에, 우리들 노래를 부르기로 했잖아? 우리가 앨범으로 낸 곡을 제외하고 말이야.”
“그랬지. 예외적으로, 이오리가 발렌타인·키스를 부르기로 하긴 했지만···”
“그래서 이번에는 신나는 펑키 락을 부를까? 하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코토리가 말이지···?”
“오토나시씨가?”
“「미키는 언제나 활발한 이미지니까, 의외로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면 미키의 색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해서 말이야, 미키, 코토리씨에게 이 팝송을 배운 거야!”
“그렇구나.”

역시··· 미키 정도 되는 나이인데, 이 노래의 음은 알고 있을지 몰라도 가사까지 이렇게 완벽하게 외우는 건 어렵겠지. 역시 2X세의··· 아니, 오토나시씨의 활약이 있었군.

“그래서 이 노래를 연습 하고 있었던 거야.”
“그렇구나.”

응? 뭔가 이상한데?

“그러면 뭐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던 거야? 딱히 고민할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
“실은··· 이 노래의 제목 때문 인거야.”
“제목···?”
“제목, Kiss me 인거야.”
“그건 미키 노래를 들어서 알고 있어.”
“에, 에에? 허니, 미키가 부르는 거, 들은 거야?”
“응.”
“아, 아우우··· 어쩐지, 부끄러운 거야.”

그렇게 말하며 얼굴을 밝히는 미키. 미키는 언제나 당당하고 솔직한 게 매력이라, 이렇게 부끄러운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이렇게 아주 가끔씩 이런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보며주면···

“하하, 미키는 귀엽네.”
“귀, 귀엽다니··· 허니, 오늘 조금 솔직해!”
“난 언제나 솔직해.”
“그럼 왜 평소에는 귀엽다고 해주지 않는 거야?!”
“아니, 뭐··· 그것보다 본인 입으로 ‘난 귀여우니까 귀엽다고 말해줘.’ 라고 말하는 건 좀 부끄럽지 않니?”
“응? 별로 그런 건 안 부끄러운 거야. 오히려 오늘 노래 연습 하던 걸 들킨 게 부끄러운 거야.”

역시 미키는 평범한 여자아이와는 다른 뭔가가 있는 것 같다.

“그, 그래서, 어땠어? 미키가 부른 Kiss me는?”
“응? 아, 뭐··· 좋았어. 오랜만에 들어서 그리운 느낌도 들고.”
“그리워?”
“아, 뭐 예전에 중학교 시절에 자주 들었던 팝송이라 조금 그리운 느낌이었지. 뭐 외적으로는 그렇고.”
“외적으로는? 내적으로는 어떤 거야?”
“미키가 부르는 느낌과 잘 어울렸어. 앞으로는 이런 노선도 고려해 봐야겠는 걸.”
“헤헷. 역시 미키인거야!”
“단지···”
“단지?”
“그 뭐랄까, 노래에 무언가가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이···”

그랬다. 처음에는 미키의 노랫소리에 홀린 듯 올라가고, 미키가 사무실 창문으로 비쳐 들어오는 달빛을 받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에 또다시 넋을 잃었지만, 노래를 들으면 들을수록 미키의 노래에는 무언가 빠져있다, 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핫, 역시 인거야.”
“그럼, 그 고민이라는 게···”
“응. 그 빈 부분이, 채워지질 않는 거야.”
“그래서···”

하지만 생각을 조금 해보면 이상하다. 분명히 나는 미키에게 – 이런 생각은 좀 과분하긴 하지만 – 사랑 받고 있고, 그런 미키라면 사랑의 감정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런 감정을 실어낸다, 라는 건 미키에게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닐 터.

“아까도 말했지만, 이 노래의 제목은 Kiss me 인거야.”
“응, 알고 있어.”

미키는 그렇게 말하고 조금 웃으면서 말했다.

“알고 있겠지만, 미키는 허니가 좋아. 허니를 사랑해. 허니는 언제나 미키한테 어린애니까, 지금은 곁에 미키 밖에 없으니까 그저 동경의 마음을 착각하는 거라고 말하지만, 미키는 허니를 정말 좋아해. 이 마음은 진심이야.”
“미키···”
“허니가 미키를 반짝반짝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한 그 때부터, 미키의 마음은 계속 허니를 향하고 있는 거야!”
“미키···”

갑작스러운 미키의 진지한 고백에, 나도 모르게 미키의 기백에 움츠러들어 버렸다. 그렇게 생각 해주는 것은 여자와 남자의 관계로서는 고맙긴 하지만···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관계에서는 조금 참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응?”
“미키는, 허니와 키스를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진 않는 거야.”
“응?”
“허니를 좋아해. 같이 있으면 행복해. 하지만··· 키스를, 하고 싶진 않아.”
“그건···”
“미키는, 키스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 키스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 모르겠어. 이 영어 가사, 결국은 자신에게 키스를 해달라는 말이잖아? 그런데, 미키적으로는 왜 그렇게 연인에게 요구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

결국은 그런 것이다. 아직 미키는 15살 중학생이다. 프로필에도 남자친구가 있었다는 기록은 없었다. 키스 해 본적이 없다 – 그래서, 키스해달라는 의미를 잘 알 수 없다, 라는 거다.

“드라마나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래. 여자는 언제나 남자에게 애정의 표시로 키스를 졸라. 하지만 미키는 모르겠어. 이렇게···”

그렇게 말하며, 미키는 나에게 안겨왔다. 너무 갑작스러워서일까, 순간, 미키의 안겨오는 힘에 저버려, 그대로 소파에 앉아 버렸다. 다른 사람들이 만약에 이 모습을 봤다면, 미키가 덮쳐서 날 소파에 앉게 한 모습으로 보이겠지.

“이렇게, 허니에게 안겨만 있어도, 미키는 너무너무 행복해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는 걸?”
“하하하···”

나를 안은 미키의 팔이 조금 풀어지자, 나는 미키를 바라보며 살짝 머리를 쓰다듬었다. 안긴채로 나를 올려다보다가, 머리를 쓰다듬는 나의 손에, 조금씩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보였다.

“우우, 오늘 허니는 어째서인지 적극적인거야···”
“아까도 말했지만, 미키가 귀여워서 그래.”
“어, 어째서인지 기쁜 거보다 왠지 부끄러운 거야··· 혹시, 허니는 카사노바 인거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헤헤, 그래도··· 그래도, 부끄럽지만 기분은 좋은 거야···”

아후후, 소리를 내면서 미키는 나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방금 전까지 약간이나마 느껴졌던 서늘한 공기가, 미키가 안겨 있음으로 인해서 점점 느낄 수 없게 되었다.

“허니, 따뜻해···”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여전히 키스하고 싶진 않아.”
“그러냐. 그럼, 한번 시험해볼래?”
“시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는 미키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생각해보니, 미키는 지금 중학생인데··· 경찰한테 신고 되도 할 말은 없겠군.

“미키, 첫키스도 해본 적 없지?”
“그거야 당연···”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곧바로 미키의 입을 나의 입으로 막아 버렸다. 순간적으로, 미키의 눈이 크게 떠진 게 느껴졌지만, 곧바로 스르르, 하고 감아 버렸다. 나도 따라서 서서히 눈을 감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미키와 맞닿은 입술은 너무나 뜨거웠다. 이미 미키가 나에게 안겨 있는데도, 미키와 맞닿아 있는 입술은 마치 나의 입술이 아닌 것처럼 뜨거웠다. 왜 이렇게 뜨겁지? 시간은 얼마나 흘렀지? 미키가 싫어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잠깐 머무르고, 수초 지나서, 나는 천천히 입술을 떼어 놓았다. 그런데··· 이거, 엄청 부끄럽네. 할 때는 남자답게 딱 눈감고 해버렸는데, 다시 눈을 뜨고 미키를 보려니 왠지 모르게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허, 허니···”
“어, 어때? 이제는 왜 Kiss me 라고 말하는 줄 알겠어?”
“어, 그, 그러니까···”

얼굴은 빨갛고, 눈은 조금 풀린 눈. 그리고 미키가 당황해서 더듬거리는 말투.

팬들은 모르는, 프로듀서인 나만이 알고 있는 귀여운 미키.

“아직도 모르겠어? 음··· 안되겠네. 아직까지도 모르겠다니. 그러면···”
“아, 아니, 아닌 거야! 알겠는··· 응?”
“응? 정말로 알겠어?”

허둥지둥하는 미키는, 이윽고 조금 작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으, 응. 확실히, 잘 모르겠는 거야. 그러니까 허니, 한 번만 더 가르쳐줘, 허니···”
“알겠어.”

일단 본인은 경찰에 신고할 마음이 없구나, 하고 나는 내심 안심함과 동시에 키스를 하는데 이런 막장 같은 생각을 하는 나도 웃기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천천히 다시 한 번 미키에게 입술을 가져갔다.

방금 전에 떨어진 게 아쉬웠다는 듯, 다시 서로의 입술을 탐하는 나와 미키. 나는 미키의 뒷머리에 손을 대고, 허리를 살짝 안았다. 미키도 처음과는 달리, 나의 목에 팔을 휘감아 나를 안고 있었다. 미키는 알고 그러는 건지, 아니면 언제나 미키가 말하는, 마음 가는데로, 미키의 본능적으로 그러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미키의 본능이라면, 이 녀석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남자의 마음을 녹이는 존재라는 거다. 너무 무서운 아이다.

“으음···”

이런 신음소리는, 키스 중에 남자의 마음을 간질거리는 최고의 재료. 조금 더, 조금 더 이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좋아. 벌써 익숙해진 거야? 키스에? 그렇다면, 조금 더 어른의 여유를 보여주지 않으면.

허리와 머리를 살짝 안고 있던 손을 살짝 때고, 그대로 미키의 귀를 막았다. 이러면, 바깥의 소리가 차단되고, 키스하는 소리만이 들린다. 굉장히 에로틱한 키스지만, 미키라면 뭐, 문제 없겠지. 응.

살짝 입술을 열어, 혀로 미키의 입술을 파고들어, 미키의 이를 톡톡, 하고 건드렸다. 순간, 흠칫하고 미키의 몸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미키의 꾹 닫은 입을 살짝 열었다. 그 순간, 나의 혀가 미키의 입속으로 들어가 미키의 입안을 탐했다. 미키의 이를 탐하고, 미키의 잇몸을 탐하고, 미키의 혀도 탐한다.

점점, 미키의 입안을, 나의 것으로 물들여 간다. 나의 것으로 만든다. 아이돌이든 뭐든 좋아. 미키를 나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진짜, 미키의 허니가 되어 주겠다.

“후우······.”
“아, 아후, 허, 허니···”

실컷 미키의 입을 탐하고, 서서히 키스를 마무리했다. 사실 끝내고 싶지 않았다. 미키의 입술은 너무나 기분이 좋아서,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키스 초급자인 미키의 원활한 호흡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만 둔거다.

두 사람의 입술 사이에, 가느다란 은색 다리가 놓여졌다. 미키의 눈은, 방금 전 처음 키스보다 훨씬 더 풀어져 있다가, 천천히 눈동자가 돌아왔다.

“허니··· 역시 카사노바 였던거야···”
“누구보고 카사노바래.”
“중간부터, 귀를 막으니까··· 키스하는 소리만 들리는 거야. 허니가 미키의 입속으로 들어와서, 미키를 원하는 소리만 귀에 들렸던 거야. 이렇게 허니가 미키를 원한다는 소리가 들려오니, 미키, 부끄러워 죽을 뻔 했던거야.”
“후후후. 어른을 우습게보면 안된다구?”
“하지만··· 너무, 너무 기분 좋았던 거야··· 생각해보면, 질투도 나는 거야.”
“질투? 갑자기 무슨 질투?”
“그야, 허니, 여기서 일하기 전에는 여자 친구라던가 있었을 거 아냐?”
“뭐··· 거야, 대학 때 2, 3명 정도.”
“우우, 역시··· 그럼, 그 여자들한테도 이렇게 기분 좋은 키스, 해주었을 거니까. 미키가 처음을 받지 못한 게 질투 나는 거야.”
“하하···”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어. 지금 허니는 내 옆에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미키는 얼굴을 붉힌 채 배시시 웃었다. 미키의 웃음에 나 역시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버렸다.

“후후, 허니도 미키가 옆에 있어서 웃는 거야?”
“응. 미키가 이렇게 날 좋아해주니까, 기분 좋아서 웃는 거야. 뭐, 미키의 팬들한테 걸리면 사회적으로 힘들어 지겠지만.”

힘들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경찰서에 잡혀갈 거다.

“후후후, 미키 같은 매력적인 여자애의 옆에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건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하하, 알았어.”

그렇게 웃으면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미키가 진지한 얼굴을 하며, 나의 품에 파고 들어왔다.

“미키?”
“허니··· 고마운 거야.”
“뭐가?”
“미키, 언제나 허니, 허니 하고 달라붙어서, 허니는 언제나 아이 취급만 했었잖아? 그래서, 진짜로 미키의 마음이 허니에게 닿고 있는지, 솔직히 걱정이었던 거야.”
“미키···”
“언제나 아이 취급만 하고 넘어가니까, 미키의 진심이 정말로 닿고 있는지, 걱정되어서··· 하지만, 오늘로 그런 걱정도 끝인 거야!”
“그래.”
“허니··· 미키를, 진짜 여자로 봐줘서, 너무 고마운 거야. 지금 미키, 너무나 행복한 거야. 이렇게 안아주고, 처음으로 키스란 게 어떤 것이지도 알려주고, 미키를 제대로 봐주고··· 말하려면 끝이 없지만.”

거기서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한 번 미키가 입을 열었다.

“이 모든 마음을 담아, 지금 허니에게 말할게. 정말로 고맙고, 정말로 사랑하는 거야!”

미키가 고개를 들어, 그렇게 당당하게 말했다. 그런 미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미키의 마음에 지지 않기 위해, 입을 열었다.

“나도, 미키를 사랑해.”
“헤헤, 드디어, 허니의 마음을 겟~! 한 거야! 그, 그럼···”
“그럼?”
“처음은 무엇인지 알려주었다는 키스, 두 번째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키스··· 세, 세 번째는, 나는 허니의 것이라는 맹세의 키스를··· 으, 으읍!”

역시, 이 녀석은 남자를 조종하는데 엄청난 능력이 있는 녀석이다.



그 후에, 서로 그렇게 키스를 하며 달라 붙어 있다가, 사무실 소파에 그대로 서로 안은 채로 자버려서, 아침에 오토나시씨와 리츠코나 우리 둘을 발견하고, 하루카와 다른 아이돌들에게 미키가 반쯤 자는 상태로 「허니의 품, 따뜻해서 좋았던거야···.」 라고 말하는 바람에, 조금 소동이 일어나는 건, 그때 미키와 찰싹 달라붙어 있던 나로서는 생각도 못했을 일이리라.





오랜만에 한번 타자를 쳐봤습니다. 아이돌은 미키, 제시어는 키스.

개인적으로 아이마스에서는 제일 좋아하는 아이돌은? 하고 묻는다면 1피코초의 망설임도 없이 미키를 뽑지만, SS적으로는... 글쎄요.

아무래도 SS에서는 커플링에 대한 '밀당'이 맛깔나야 하는데, 미키는 워낙 일방적으로 미는 쪽에 속하다 보니 이런 밀당을 쓰기가 참 난감합니다. 게다가 제시어는 키스. 미키로는 절대로 밀당이 불가능한 소재죠.

그래서 어느정도 억지가 있긴 하지만, 조금 꼬아서 써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슬아슬하게 간질간질하게 달달한 느낌을 좋아합니다만, 뭐 써놓고 보니 이렇게 P가 육식... 아니 짐승남 처럼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열심히 미는 미키를 역으로 잡아먹는 짐승남 P! ...진짜 나쁘지 않네.


소재로 사용된 노래는 Sixpence None the Richer - Kiss me 입니다. 가수와 제목만으로는 잘 모르시는 분도 계실 듯 하지만, 노래를 들으면 '아, 그 노래!' 하실 겁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yFwkhn35Szk


저는 여기까지. 사실 제일 처음으로 올리고 싶었는데 날짜 착각하신 마미키님에게 뺐기고 작명어려움님에게도 뒤쳐졌네요. 무한도전 보고 바로 작성 들어갈걸.

아무튼 지금까지 블리드였습니다!





“오늘 방송 자신, 완벽했지!”
“오랜만에 같이 하는 일이라 왠지 설레였어요!”
“읏~우! 이런 일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꽤 하잖아, 프로듀서.”
“하하하··· 원래라면 좀 더 빨리 할 수 있었지만···”

프로듀서는 맥빠진 웃음소리를 내며 그렇게 말했다. 사고가 없었다면 이 일을 좀더 빨리 할 수 있었겠지··· 라고 생각하지만, 그때 이야기는 하루카나 같이 라이브를 위해 고민했던 다른 아이돌들을 위해 잘 말하지 않기로 했고, 무엇보다 미키가 「그 사고 이야기는 농담이라도 하지 말아줘, 허니.」 라고 말했기에 사고를 언급하는 일은 없었다.

아미와 마미가 “응? 뭔데 뭔데, 오빠?” 라고 묻자 그냥,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말하면서 대충 넘겼다. 방송 후에 이렇게 다 같이 사무실에 모이는 게 오랜만이라 그런지 쌍둥이들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다른 아이들이랑 이야기 하러 갔다.

“그래도, 제일 돋보였던건 역시 치하야와 미키가 아닐까?”
“그렇습니다. 미우라 아즈사의 말대로, 오늘은 키사라기 치하야와 미키의 무대가 유독 돋보였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좀 놀랐어. 치하야는 원래 아이돌 가창력 퀸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지만, 미키의 모습에는 다들 깜짝 놀랐어.”
“관객분들도 미키의 노래에 꽤나 놀란 모습이더라구! 나도 놀랐지만 말이야!”
“헤헤헤··· 연습한 보람이 있었던거야.”

모두의 칭찬에 미키는 웃으며 답했다.

“하지만, 불과 방송하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노래는 어떤 느낌으로 불러야 하는 거야, 치하야씨?’ 하고 물었었는데, 오늘은 완벽하게 소화했잖아.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후후후··· 그건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미키는 나를 잠시 쳐다보았다. 나는 미키의 시선에, 어깨를 살짝 들썩였다.


“미키의 소중한 비밀! 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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