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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달에 소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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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8, 2014 22:27에 작성됨.

달에 소원은, 어떠십니까?

 

  아무도 없는 옥상에서 달을 보고 있자니,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달에 소원은, 어떠십니까? 그녀가 자주 하던 얘기였다. 달에 소원을 하나 빌고, 다시 빌고, 또 다시 빌고 있으면, 어느 새인가 그 소원은 이루어진다는 얘기. 입이 심심해져서 우선 담배를 하나 물었다. 라이터로 불을 키고,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라이터 불을 손으로 막으며 담배에 불을 붙인다. 담배라는 건 어떤 느낌이옵니까? 다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번에는 대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로, 그냥 쓴 맛이야. 허공에다가 혼자 대답을 내 놓으니, 다시 질문이 들려온다.그렇다면 어째서 피시는지요? 글쎄… 습관이 들었네. 그런 변명밖에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그만 두시는 편이…….

 

  아아, 확실히 네 말대로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피우던 담배를 중간에 꺼버렸다. 어느새, 달을 바라보던 시선은 내려왔지만, 그 시선에 바라던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뭐, 당연하지. 이런 휴일에 혼자만 남아서 잔업을 하고 있는 거니깐. 그나저나 잔업 정도에 자신도 너무 궁상을 떠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문득 든다. 많이 심심해진 모양이다, 스스로를 자책하며 등을 돌렸다.

 

  그 곳에는 그녀가 있었다. 나는 멍하니 손에 들고 있었던 담배를 떨어트릴 뻔 했다.

 

「…프로듀-사?」

 

  아무래도 그녀도 놀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표정을 고치고는 나에게 다가왔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난 우선 당황한 얼굴을 손으로 만지며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너… 이 시간에, 아니 오늘 무슨 일로 여길 온 거야?」

「저는 그저 달을 보고 싶어져서…」

「집에 간 것 아니었어? 오랜만에 휴일이라고?」

「아직은 돌아갈 곳이 없사옵니다」

「잠깐, 돌아갈 곳이 없다니, 무슨」

「그러는 프로듀-사는 어째서 이 곳에?」

 

  계속해서 다그치듯 묻는 내 질문을 그녀가 끊고는 되물었다. 계속해서 질문은 떠올랐지만, 내 질문을 끊은 그녀의 말, 스스로보다는 나를 생각하는 그 눈동자를 보니 내 질문과 의문은 별로 필요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뭐 어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깨를 으쓱이고는 멋쩍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잔업이라고, 야근도 아닌 휴일 출근이라는 거지」

「이런 휴일마저도…」

「괜찮아, 자원한 일이니깐」

「…이런 휴일인데 말입니까?」

「아아, 이번엔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어째서이옵니까? 매일같이 무리하시는데 쉬시질 않으시면…」

「그건 피차일반인 걸」

 

  의아함 반, 걱정 다시 반으로 가득 찬 표정의 그녀를, 나는 멋쩍게 웃으면서 볼 수 밖에 없었다. 막무가내로 그녀의 말을 끊어버린 나를 그녀는 계속 쳐다보다가 이내 표정을 거두고, 옆으로 와서, 나란히 섰다. 달을 보기에 딱 좋은 특등석에. 밝은 만월 아래 외톨이 두 명이 선다.

 

「달에 소원은, 어떠십니까?」

「아하하하핫」

 

  나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그녀는 이번에도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미안, 웃을 수 밖에 없다고, 이건.

 

「왠지 너라면 그 말을 할 거라고 생각해서 말이야」

 

  서투르게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그러자 그녀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아아, 화나게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말이지.

 

「다른 의미가 아니고 그냥 뭐랄까…」

「후훗, 알고 있사옵니다」

 

  그녀는 언제 뾰로통했냐는 듯 웃으면서 여유있게 나를 돌아보았다. 아아, 이건 당했구만. 요즘은 왠지 내가 사과하는 걸 즐기는 것 같단 말이지, 너는.

 

「어떤 소원을 비셨사옵니까?」

「……」

 

  나는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그녀를 지긋이 보았다. 그 표정을 그녀는 다르게 생각했는지, 말을 이어간다.

 

「제 경우는…」

「괜찮아, 소원은 남한테 말하는 게 아니겠지」

 

  너에게 배웠지. 달에게 빈 소원은, 달 이외에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고. 그걸 너한테 배웠는데 내가 어설프게 무시할 리 없다.

 

「그렇다면…?」

「으음~ 이제 이 아저씨는 말이야, 소원 따윈 아무래도 좋지 않나, 하는 나이가 되어버려서 말이지」

「아저씨라뇨, 후훗」

 

  아저씨같은 아저씨, 라는 농담을 듣고 그녀는 웃어준다. 시덥잖은 말에도 웃어주는 그 모습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잠깐 동안 가만히 있으니, 그녀의 표정이 조금 바뀐다.

 

「정말로 아무 것도 빌지 않으신 모양이십니다?」

「아아, 그렇지, 뭐」

「……」

 

  말은 안 하지만, 그 표정이 전력으로 나에게 물어본다. 어째서, 냐고.

 

「글쎄, 무엇인가를 바란다, 는 생각을 잊어버렸어」

「바란다는 생각을 잊어버리셨다…?」

「응」

 

  어차피 아무 것도 없지 않을까?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얻는다, 라… 그게, 뭐랄까, 정말 소원을 빈다는 건 말이야, 희망이 있다는 것이잖아? 다행히 이상한 생각들이 입 밖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불행히, 입 밖에 나오지 않아도 그녀는 어느 정도 눈치를 챈다.

 

「저는 말입니다, 언제나 달에 소원을 빕니다」

「응, 달 좋아하니깐」

「특히 만월을 좋아하죠. 만월이 뜰 때는, 소원을 빕니다. 매달, 소원을 빕니다」

「욕심쟁이구만」

「그리고 소원은, 어느 날인가 이루어집니다. 진실로 말입죠」

「……」

「프로듀-사」

 

  그녀는 달을 보다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그 눈동자가 이번만큼은 부담스러워져서 피하고 싶어지지만, 그 눈동자가 피하지 못하게끔 만든다. 피하면 아니되옵니다.

 

「빌어보심이 어떠십니까?」

「…어?」

「소원 말이옵니다」

「아저씨는 소원 따윈 아무래도 좋다는 나이가 되었다니깐 그러네」

「아직 아저씨도 아니시면서 말입니까?」

 

  하핫, 멋쩍게 웃자니 그녀는 말을 잇는다.

 

「이번에는 이루어질지도 모른답니다…?」

「…그럴 리가」

「제가 달에 소원을 빈지 몇 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느 새부터인가, 어릴 적부터, 달을 보고 있었으니깐요. 그러니…」

「그러니…?」

「그러니 말이옵니다, ‘저’를 믿고서 소원을 빌어보심이 어떠시옵니까?」

「…그건 무슨 소리야?」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달은 소원을 들어준다고. 그걸 제가 보장하는 것이옵니다. 그러니 이번에도 빌어보심이 어떠십니까? 달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고 말씀하신다면, 달에 ‘저’도 얹어서 말이죠」

 

  뭐라고 대답하려고 입을 벌렸으나,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당황스러워서 옆으로 표정을 돌리기도 하고, 잠깐 머리를 긁기도 하고, 잠깐 달을 다시 올려다 보기도 하고, 다시 담배를 꺼내려다가 꺼내려는 손을 참았다. 온갖 잡다한 행위 끝에 다시 앞에 있는 그녀를 쳐다보자니, 그녀는 계속해서 나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눈동자가 만월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부동의 만월, 움직이지 않는 그녀의 눈동자. 그녀의 눈동자가 말한다. 괜찮사옵니다, 이번에는 그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옵니다. 확신하는 그녀의 눈동자가 너무 비현실적이었던지라, 물었다.

 

「…확신이 강하구만」

「물론이옵니다」

 

  그녀는 강하게 답변했다. 언제부터였을까, 달을 믿지 못하게 된 것은. 분명히 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달에 소원을 자주 빌었다. 그렇기에,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도, 예전의 나처럼 달에 소원을 비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친근함을 느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달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

 

  그녀의 눈동자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달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아무래도, 달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 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소원 하나쯤 빌어볼까, 나도」

 

  내 대답에 그녀는 조용히 달을 쳐다본다. 믿음이라… 나도 같이 달을 쳐다보았다. 나는, 내 소원은, 그러니깐…….

 

 

 

  같이 계단을 내려가면서, 내가 물었다.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 물어보지 않는 거야?」

「물론이옵니다. 달에게 빈 소원을 묻는 건 예의가 아니오니」

 

  역시나, 라고 할까 약간 감탄하는 듯이 웃으니 그녀가 아주 살짝이나마 의기양양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역시 그녀한테 이기는 건 불가능한 것 같다, 나에게는.

 

「아, 그러고보니…….」

「응?」

 

  어쨌든 밖까지 데려다주려고 건물 문을 연 나에게, 그녀는 잊은 게 있다는 듯 말을 꺼낸다.

 

「요 앞에 맛있어 보이는 라멘마차가 보였습니다만, 어떻사옵니까?」

「…포장마차겠지, 라멘마차라니」

「어떻사옵니까?」

 

  라멘을 팔고 있으니 라멘마차면 충분하다는 거냐. 조금 일이 남아있으니 마무리를 지어야된다고 말하려니, 그녀는 간절한 표정으로 이 쪽을 보고 있다. …졌다, 졌어. 역시 그녀한테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절대로말이지.

 

「잠깐, 이런 날에 포장마차가 한다고? 안 할 걸?」

「제가 오는 길에 하는 걸 보았사옵니다」

「…철저하구만」

「맛있는 냄새가 나더군요」

「……」

 

  그녀답다면 그녀답다고 할까, 순식간에 평상시의 그녀로 돌아온 모습에 나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어떤 일상으로 나는 돌아온다.

 

「…그럼 가도록 할까」

「후훗, 기대되옵니다」

 

  뭐, 항상 열심히 일만 하고 있으니 오늘 하루 저녁 정도는 조금 쉬어도 괜찮겠지. 달에게 빈 소원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는 시시한 생각이나 하면서 나는 그녀와 포장마차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밝은 만월 아래 두 명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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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누가 등장했다고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누구 메인인지 알 수 있는 글입니다.

 

보름달도 떴고, 다들 소원 하나씩 어떠십니까?

 

왠지 올해는 만월만 뜨면 미친 듯이 누군가 관련 ss를 쓰는 난 대체 뭐지

 

사실 창작글판에 저 개인적으로는 산문형 글을 지양해왔습니다만, 엽편판에 올리고자 즉흥적으로 쓴 글이 10kb가 넘어간 덕분에 창작글판으로 넘어왔습니다. 그래도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봐 주신 분들께는 감사드리며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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