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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X신데마스] 빛나는 우리들의 황금같은 나날들!!! - 7. 승룡권! 승룡돌파! 히어로! 왕자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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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7, 2014 20:51에 작성됨.

헐 리리플 까먹었다.... 이제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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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이란, 양자의 이름을 써 넣는 것으로 성립한다. 그러므로 이름이 없는 자와는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가짜 이름이든, 단체명이든 적어내지 않고서야 계약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눈 앞의 사람과의 계약은 체결할 수 없다.

"어서 오십시오, 벨벳 룸에. 현재 주인님께서는 부재중이십니다."

이름이 없는 은발의 여인.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사람보다는 기계에 가까운 모습. 이 여자가 움직이는 모습은, 공장에서 복잡한 반복작업을 수행하는 기계에 가깝다. 페르소나 카드 몇 장을 넣으면, 조합에 따라 새로운 페르소나를 만들어준다. 같은 페르소나라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만들 때 마다 달라지는 것을 생각한다면 파칭코 기계에 가깝지 않을까.

".....저기 말이에요."

어차피 기억도 잊게 될 테지만, 한 번 대화를 하는 게 좋겠지. 적어도 시도는 해 보는 게. 이유? 그야 뭐, 눈 앞에 미녀가 있고, 그 미녀가 나와 관계(성관계 아님)를 맺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겠지. 거래처 앞에서 입다물고 있는 건 실례잖아.

"무슨 일이십니까."

무미건조한 음정이 되돌아왔다. 코딱지만한 서비스 정신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서비스 정신에 대해서 항의하면 서비스 정신의 사전적 의미를 되돌려 주겠지.

"그, 이 일 하신지 얼마나 되셧나요?"

뭐, 그렇게 말하는 나도 배려심이 부족한 건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말 한번 섞어본 적 없는 상대한테 갑자기 경력을 물어보다니. 실례에도 정도가 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입니다."

그리고 제대로 말의 의미가 통하지 않고 있다. 음 이건 어쩔 수 없다. 내가 나쁜 게 아니다. 기간이라고 하면 보통 몇 개월이나 년 단위의 대답이 나오잖아. 아르바이트라면 며칠이나 몇 주 정도고. 설마 인생의 기간을 물었던 건 아니라고.

"오래 일했네."

그렇다고 나이를 물어볼 수는 없지. 그건 진짜로 실례니까.

"그렇습니다."

아무튼, 오래 일했다고 하니 나이는 그런대로 있는 편인가 보다. 마치 갓난아기 같은 피부와 냉엄함과 차가움조차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의 부조화가 나이를 추측하는 걸 방해하고 있긴 해도, 일단 젊은 축이라는 건 확실하다. 아베 씨 보다는 확실히 아래인 것까지는 알아냈다.

그나저나, 피부가 특이하다. 갓난아기 같은 피부인 건 맞는데, 사람의 피부와는 다른 이질적인 느낌이다. 사람이라고 하면 더 놀랄 것 같지만. 아무튼, 태어난 지 얼마 안 지난 아기의 피부같다는 점이 중요하다. 뽀송뽀송, 맨들맨들. 한 번 만져봤으면 한다.

"....저기, 평소에 피부관리 어떻게 하는 거야?"

"피부를 관리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고보니까 대답 자체는 꼬박꼬박 하네. 정말로 기계같다. 그 기계에 매우 훌륭한 인공지능을 짜 집어넣었고. 이런 건 로봇이라고 불러줘야 하나? 카렐 차페크가 보면 좋아할 지도 모르겠지만. 난 개인적으로 오토마톤에 한 표.

"평소에는 뭐 하면서 지내?"

"계약자 분에게 페르소나를 조합해서 드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하지 않을 때는?"

"대기 혹은 수면입니다."

"취미는?"

"없습니다."

".........하는 일은?"

"페르소나의 중개자입니다. 관리자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드디어,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한 문장 이상의 말을 했다. 어디까지나 기계적인 대답의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이게 어디인가. 감격이다. 장족의 발전이다.

"제가 하는 일은 관리자와 '중개'해 주는 일입니다."

"그럼 그 관리자라는 사람은 따로 있는 거야?"

좋았어. 이 기세를 몰아서 좀 더 대화다. 나라면 할 수 있다. 나름 여자(사람)친구도 있는 몸이다. 여성과 회화하는 법 정도는 알고 있다고!(근거없음)

"예."

단답형. 하지만 아직 더 회화를 이끌어낼 수 있어!

"그 관리자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당신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

은발이 니 일 아니라고 쿠와아아앙하고 외쳣따. 내가 격침이였따. 아마 당신을 격침임니다. 한 방에 멘탈 데미지를 너무 많이 입어버렸다. 내 연약한 정신으로는 버틸 수가 없다. 데미지가 너무 강해서 결국 지하철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이거이거,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라? 손님, 무슨 일이십니까."

"......잠깐 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인생을 살아오면서 쌓아온 인연의 나약함을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OTL자세로 바닥에 꿇어앉아 있는 날 보고, 이고르가 희안한 걸 본 듯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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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주 하나 구하셧다면서요?"

예, 뭐 어쩌다 보니 말이죠, 애매한 대답으로 마유에 대한 정보를 누설하지 않는다. 다른 프로덕션 사람들의 이야기를 피해가면서 적당히 대답했다. 린과 칸자키, 그리고 나나한테도 몇 번이고 주의한 사항이다. 회화는 피하지 않아도,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도록 말이다.

"혹시 이상한 수단을 쓴 건 아니죠? 그것도 아니면 얼굴로 꼬신 건가요?"

바야흐르 지금은 아이돌들의 전국시대. 서로 손을 잡고서 적을 물리치고, 동시에 적이랑 손을 잡아 손 잡은 사람을 잡아먹는 시대이다. 무언가 책 잡힐만한 실책이라도 저질렀다간 그대로 관 속에 강제입관하게 될 게 분명하다. 관뚜껑에 친절하게 못질에 용접까지 해주는 건 기본에 국가원수 급 장례식은 옵션으로 해 줄 거다. 마지막 삽은 적당히 낚인 사람들이 직접 들어주겠지.

"하하, 설마 그럴리가요. 제가 그럴 만큼 잘생기지는 않았잖아요."

"그것도 그렇네요. 하하하."

이새끼가.

"프로듀서 씨." "프로듀서 씨!"

"마유, 나나."

마침 마유와 나나가 일을 끝내고 돌아왔다. 방금 전까지 이야기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 인물에게 모였다. 최근 나름대로 화제의 인물인 사쿠마 마유에게 사람들이 몰려든다. 제지하는 게 좋겠지? 특히 나보고 안 잘생겻다고 한 사람은 말이야.

"아, 사쿠마 씨! 잘 지내셧나요?"

사람들 중 한 명이 아는 체를 하자 모두 마유에게 모이기 시작한다. 이쯤에서 끊어야지.

"죄송합니다. 마유랑 나나는 다음 일정이 있어서요."

말 걸려는 사람들을 적당히 자르고 나서 재빨리 둘을 데리고 이동한다. 도중에 날 억지로 막아서는 멍청이는 안 나왔다. 나왔어도 이상할 건 없는 상황이였지만. 삼류 회사들 사이에서도 최약체인 우리가 갑자기 와일드카드를 뽑아버렸으니 말이다.

"후우.... 저 사람들 상대하면 끝이 없을꺼야."

황급히 빠져나와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적당히 낡은 엔진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그 자리를 쏜살같이 빠져나왔다.

"저기... 혹시 마유는 유명한가요? 나나 궁금해졌어요."

도로 위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 사이, 나나가 마유에게 이야기를 걸었다.

"저 그렇게까지 유명하지는 않아요. 요즘 들어서 알려지긴 했지만...."

그 와일드카드라는 것도 어디까지나 삼류 기준이긴 하지만.

게다가, 사실 그 마유도 어디까지나 상승세에 탔다 뿐이지, 아직 유명해진 것은 아니다. 특유의 성격으로 여러 곳에 좋은 이미지를 남겨서 업계 사람들이 알아주고 있는 거지, 그 본인이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은 아니다. 곧 알려질 예정이긴 해도.

"765프로덕션의 신화 이후에 온갖 프로덕션이 난립한 건 알고있지? 우리도 그 중 하나고."

"그러고보니까 765이후로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했죠. 제가 모델 일 시작했을 때는 벌써 사람으로 넘쳐나서 조금 곤란했어요."

"힘들었겠어요. 처음부터 경쟁자가 잔뜩이라니...."

"지금은 괜찮아요. 나름 일거리가 들어오게 됐으니까요."

일거리 따오는 게 힘들어졌겟지. 독자적으로 모델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경쟁자, 그것도 단체로 달려드는 경쟁자들이 떼로 늘어났으니. 그 와중에서도 지금의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유는 자기 저력을 증명한 거지만.

"원래 마유 정도의 저력이라면 지금쯤 TV에 나와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뭐, 시기가 나빴다는 거지."

"괜찮은걸요, 마유는."

"괜찮을 거야. 이 난세에서 후발주자로 출발했으면서도 자기 기반을 착실하게 닦은 거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마유에게 적당한 격려를 보냈다. 물론 빈말이 아닌 사실이다. 빠르면 몇 개월도 버티지 못하고 퇴출되는 바닥에서 그동안 꾸준히 기반을 닦아온 거다. 그저 인맥을 관리하는 능력만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프로듀서 씨.... 후후....."

마유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혔다. 뭔가 혼자서 웃고 중얼거리는 게 약간 이상해 보이긴 하지만, 뭐 기뻐서 저러는 거겠지. 기쁘고 부끄러우니까 말이야. 아무튼 귀엽다 귀여워~

".....그런데 그거 남 일이 아니지 않나요? 765 이후 난립한 회사라면 우리도 포함되는데...."

나나의 날카로운 지적에 들떳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보고 싶지 않은 사실을 찔리게 된다면 언제나 이런 기분이 되는 법인가.

"......뭐, 사실이죠."

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살아야 하는 법이다. 현실적으로 말이지. 현실적으로.

"765프로덕션이 성공한 게 2년 전이고, 현 상태를 보자면.... 시장이 명백한 과포화 상태네요. 레드오션도 이만한 레드오션이 없겠어요. 저라면 이 상황에서 연예계 쪽 사업을 잡으려고는 안 할텐데....."

"그렇죠. 투자자금 유입도 슬슬 한계에 도달할 거에요.

"언제쯤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하는 걸까요?"

"자세한 자료들은 아직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 이번 이자율변동이 분수령이 될 거에요. 현행이자율이 유지됀다거나 낮아진다면 좀 더 버틸 수 있겟죠. 다만 높아진다면 자금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게 되면 빛으로 유지되던 쭉정이 회사들은 다 쓸려나가게 되는 거죠."

"그쪽으로 뛰어드는 건 사양해야 할텐데 말이에요."

"뭐, 정크본드나 공매도 쪽을 노리고 있다면 최고의 호기지만요.... 그런데 아베 씨 뭔가 자세합니다?"

"아, 아니 이건 말이죠... 그러니까..."

아베 씨의 분위기가 어느 새 바뀌어버린 탓인지, 나도 모르게 시장분석을 해 버렸다. 마치 직장 상사 앞에서 시장성 보고를 하는 느낌이랄까. 익숙한 긴장감 때문에 무심코 업무 중의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혹시 아베 씨 의외로 능력자인 걸까?

"아베 씨....? 저기 나나 언니는 17살 아니였나요?"

"에?! 마유까지?! 그러니까 그게...."

마유의 순수한 추격에 어쩔 줄을 몰라한다. 여기선 내가 도와주는 게 좋겠지?

"마유. 나나는 '영원의 17세'야. 그러니까 아베 씨랑 이야기할 때는 약간 조심해. 알겠지?"

"프로듀서!!!!!!"

분노가 담긴 목소리로 나나가 항의했다. 마치 계획서를 엉망진창으로 쓴 데다가 실수로 거래처에 실례까지 저지르고 온 부하 사원을 혼내는 듯 한 목소리지만 내가 알 게 뭐야.

"아... 그렇게 된 거네요....."

"마유도 납득하지 마요!! 것보다 왜 절 불쌍한 듯한 눈으로 보는 건가요?!"

그거야 뭐, 한 때 어디 회사에서 유능한 상사로 있었을 것만 같은 커리어우먼이 지금은 이렇게 우주에서 전파맞은 다음에 마약 한 사발 들이킨 듯 한 컨셉으로 나이에 안 맞게 아이돌 하고 있으면 당연한 반응입니다. 아니 진짜로 유능한 것 같은데 왜 여기서 아이돌 하고 있는거에요?

"그러고보니까 사장님 보고 니시무라 과장님이라고 불렀죠? 두 분 대체 무슨 사이였어요?"

"정말요? 나나 언... 아니, 아베 씨 정말 굉장하신 분이였네요...."

"그러니까 아니라고요! 나나는 일단 영원의 17세인 우사밍 별 출신 외계인 공주님이라는 설정이라고요!!!!!"

.....아베 씨 컨셉은 자폭 으로 잡아볼까. 방금 전처럼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지만, 이 사람 치밀함이 조금 부족하지~ 계획이라던지 뭐라던지 잘 진행하다가 발 밑을 못 보고 굴러넘어질 것 같다. 혹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지난 직장에서 실수해버려서 모가지가 날아갔기 때문이 아닐까?

"아, 슬슬 트레이닝장이네. 준비해. 그리고 나나는 설정 잘 유지하고."

"그러니까 설정이 아닌 게 아니라...."

"더 이상 말 안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마유의 날카로운 지적은 나나의 귀에 닿지 않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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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해 보이는 딸기 케이크, 분홍색 베이스 위에 다시 연분홍색 딸기크림이 이쁘게 장식되어 있다. 그리고 그 위에 마지막으로 앙증맞은 딸기로 화룡점정. 그야말로 여자의 마음을 흔드는 케이크다. 탐스러운 핑크색이 보는 이의 마음을 자극할 게 분명하다. 마유도 케이크가 맘에 든 듯 하다.

그렇다고 해서 케이크에 손을 안 대는 것도 좀 뭣하다고 보는데. 아무리 귀엽고 예쁘게 생겻다고는 해도 케이크는 케이크. 먹지 않고 감상한다니, 케이크를 만들어 준 사람에 대해서도, 케이크 그 자체에 대해서도 큰 실례잖아? 이런 건 맛있게 먹어주는 게 올바른 거라고.

"하지만 너무 예쁘게 생겨서 먹기가 아깝잖아요."

"아니, 오늘의 주역은 마유니까 먼저 먹어야 하지 않겠어?"

오늘 여기 모인 이유는 마유의 가입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나랑 린 때는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고, 칸자키는 애초에 다른 곳에서 왔으니 논외. 뭐 원한다면 충분히 할 수는 있어도. 아무튼 여기 모인 이유는 마유의 축하다. 그러니까 마유가 안 먹으면 곤란하지. 게다가 말이야......

"그래도.....""그럼 내가 먼저."

여긴 예쁘니 뭐니 그딴 거 신경 안 쓰는 귀여움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도 많다고. 예를 들자면 눈 앞의 아키하라던지. 예의범절이라던지 분위기라던지 격식이라던지를 전혀 신경 안 쓰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라던지. 재수없는 천재꼬마라던지.

"아앗?!""그래? 그럼 나도."

아키하의 첫 젓가락질(포크가 아니다!)을 방아쇠 삼아, 린의 젓가락이 그대로 케이크에 꽃힌다. 무자비하게 파괴되어가는 케이크. 마유는 놀라서 둘을 멈춰보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둘의 손은 멈추지를 않는다.

"잠깐만요!! 적어도 포크를!!"

"필요없어 그런 거. 그냥 집어먹어."

지난번에 양배추 롤을 먹은 이후로, 조금 '음식의 맛'에 흥미를 지니게 된 아키하다. 평소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을 케이크를 맛있는 듯 해치우고 있다.

"하, 하지만....."

"마유, 케이크는 하나의 전쟁터야.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영토를 먹어치우느냐는 순전히 네게 달렸어."

평소처럼 담담하고 쿨한 어조인데, 말하는 내용은 전혀 쿨하지가 않은 린. 저 눈 속에서 뭔가 번쩍이는 게 보인다.

".......영토 전쟁이라면 마왕 역시 허례허식을 버려야 할 터!!"

"란코까지?!"

왜인지 분홍색 케이크를 꺼려하던 란코는, 린의 말에 뭔가 각오를 굳힌 것 처럼 젓가락을 빼들었다. 마왕님의 일격이 케이크를 무자비하게 찢었다.

"그럼 뭐, 나도 먹을까."

"프로듀서?!"

"아니 봐봐, 다들 먹고 있잖아."

쿠로사와 순경은 어느새인가 담담히 케이크를 해치우고 있었다. 대체 어느새?!

"우우우.... 에잇!!"

결국 마유도 케이크의 유혹에는 이기지 못했다. 귀엽게 케이크에 달려드는 마유. 그나마 젓가락은 들지 않고 포크를 든 것으로 타협한 건가.

"현실이랑 타협한 거네, 마유."

"여러분이 이상한 거에요! 케이크인데! 그것도 집에서 먹는 게 아니라 카페에서 먹는 건데!"

옆을 지나가는 직원이 몇 번이고 우리를 이상한 눈으로 봤다. 물론 그런 걸 신경 쓰는 사람은 마유 빼고는 없다. 린은 그런 거 쿨하게 무시하고, 아키하는 신경쓰는 게 이상한 매드 사이언티스트고, 쿠로사와 순경은 무슨 생각 하는지 모르겠고, 칸자키는 뭔가 다른 걸 생각하느라 남의 시선에는 신경을 못 쓰는 것 같다. 나는 적당히 분위기에 편승했다.

"집에서 먹든 바깥에서 먹든 케이크는 케이크야. 형태는 상관없어. 맛과 영양이 중요한 거지."

아키하 박사님의 짤막하고도 지적인 연설이였다.

"이제 보니 우리도 요 1개월동안 인원이 꽤 늘었군."

쿠로사와 순경이 감탄한 듯 말했다. 그러고보니 이전에는 저 둘 밖에 없던건가? 둘만으로 어떻게 괜찮았던 걸까....

"이전엔 이치노세나 난죠르노 같은 얘들도 있었는데.... 뭐, 각자 사정상 여러 곳으로 흩어지게 돼서 말이야. 덕분에 조수랑 부하들이 올 때까지 힘들었다고."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어?"

각자 사정으로 직장을 관뒀다, 라는 수준의 이야기는 아니겠지. 이전에 본 시체가 자연스럽게 머리 속에 떠올랐다. 린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칸자키는 시체를 떠올리자마자 손을 떨며 울상을 짓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그렇게 어두워져? 지난번에 본 시체라도 떠올렸어? 다 멀쩡히 살아있어."

정작 아키하는 아무렇지도 않게 시체 이야기를 입에 담으며 딸기 케익을 젓가락으로 집어올렸다. 케이크 사이에서 흘러나온 딸기 크림이 피를 연상시킨다. 딸기 크림에서 피는 연상되지 않는 건지, 아니면 그냥 무시해버리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키하는 딸기케이크를 꾸준히 입 안에서 우물거렸다.

"그, 그럼 다행이니라...."

아키하와는 반대로, 칸자키는 아직도 무서운 듯 몸을 떨고 있다. 옆에서 보던 린이 칸자키를 어떻게든 진정시켜 보려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는 않는 듯 싶다.

일단 여기서는 내가 나서볼까.

"칸자키, 괜찮""불가침!!!!!! 슈발츠!!!!!!"

내가 손대려고 하자, 갑자기 칸자키가 슈발츠를 사용해왔다! 아래에서 위쪽으로 찌르고 들어오는, 양산에서 나오는 강력한 관통력! 마치 세탁기처럼 좌우로 회전하는 그 위용은 마치 소우주를 꿰뚫는 드릴! 이거에는 나도 쫄을 수 밖에 없다! 그전에 맞으면 아파보이는데 왠지 각도가 내 다리 사이

"쿠휴홣탏랗!!!!"

"프로듀서?!"

린이 놀라서 칸자키를 제지하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나는 이미 고간을 양 손으로 쥐어싸매고 바닥을 구르고 있다.

".......호오, 제법이군 칸자키. 조수보다 작은 신장을 역이용해서, 아래에서부터 위로 찔러들어가.... 정확히 남자의 고간을 관통해버릴 줄이야. 다시 봤어."

"그, 그런 해설 할 시간.... 있으면 나 좀...."

어찌어찌 입에서 말은 나온다. 그나저나 칸자키.... 네년이 날!!!!!

"저기 란코........"

"어, 어쩔 수 없노라! 계약자가 짐의 성물을 다시 한 번 만지게 가만히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무슨 소리... 하는....."

성물이라니, 감도 안 잡힌다고. 단언컨데 난 칸자키 물건에 함부로 손 댄적 없다고. 내가 도둑질 같은 거 할 사람으로 보이냐?

"...잠깐만, 란코. 혹시 그 성물이란 거..... 지난 번 섀도 타임 때 차 안에서...."

린이 뭔가를 떠올린 듯, 칸자키에게 질문을 던졌다. 게다가 장소까지 정확히 짚어낸 듯 하다. 칸자키의 반응을 보아하니 뭔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때는 워낙에 정신이 없어서 뭐 이상한 일을 저지를 여유도 없었는데?

".......란코. 혹시 아키하가 페르소나 쓸 때 프로듀서가...."

"그, 금기! 금기다! 금기에 접하지 말라! 금기!!"

"그, 그때라면... 일단 아무 거나 잡고 버티느라 잘 모르겠는데 뭔가 부드러운 걸 잡은 듯 한...."

드디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서 어떻게든 변명을 시작했다. 그런데 말이야, 그 때 있던 일을 대충 말했더니 갑자기 린의 얼굴이 변하는 거 있지? 정확히는 썩은 음식물 쓰레기를 보는 눈인데 말이야....

"저기, 무슨 일이야? 난 진짜 잘못한 거 없는데."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당당하게 나가는 게 좋지. 그렇게 하면 오해를 풀 수......

"........헤에, 자기 담당 아이돌 가슴을 만져놓고서도 꽤나 당당하신데요?"

"....에?"

얼굴을 빨간 색으로 물들이고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칸자키. 그리고 그 때 손으로 느낀 부드러운 감촉.

"야 잠깐만 기다려 이건 뭔가 잘못된""문답무용. 죽어."

자, 잠깐만 기다려! 설마 내가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하고서도 기억하지 못할 리가... 그것보다는 일단 살아야 해! 누가 좀 도와줄 만한 사람이....

"마, 마유! 마유땅 나좀 살려줘!!"

"알았어요."

흔쾌히 내 부탁을 받아주는 마마유땅 진짜로 천사!!! 좋았어! 난 내일부터 마마유의 신자다!!!!

"린도 그만해요. 그런 상황에서 실수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게다가 고의도 아니고, 프로듀서는 자기가 그런 짓을 한 지도 몰랐고요."

"하지만...."

역시 린이라도 마유 앞에서는 강하게 나가지 못하는 건가. 살았다....

"하지만 다른 여자의 가슴을 만졌으니 '벌'은 받아야겠죠?"

살았다고 생각하며 일어나려고 할 때, 마유의 발이 내 손을 밟았다.

".....마유?"

"괜찮아요. 프로듀서가 나쁜 게 아니에요. 아무 것도 모르고 여자 가슴에 닿아버린 이 손이 나쁜 거니까요. 이 손만 '벌'주면 되요."

왜인지 눈에서 생기가 사라져가는 마유님. 어이 잠깐만 기다려줘 이거 뭔가 이상해 말도 안되는 지뢰를 밟아버린 느낌이라고. 그것도 보통 지뢰가 아니라 핵지뢰라고. 게다가 발을 떼고 도망치기에는 벌써 늦은 것 같은 놈이지.

"자 그럼.... 우선 이 '손가락'부터 '역방향'으로 돌려볼까요.....?"

"눈, 눈이 위험해!! 하이라이트가 없다고!!! 누가 살려줘!!!!!"

결국 보다못한 쿠로사와 순경이 마유를 제지하고 나서야 내 손가락은 완벽한 안전을 되찾았다. 뭐야 이 아이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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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금 어떤가요? 모두 추석 명절동안 잘 지내고 계시나요? 친척들은 만나보셧나요? 혹시 저처럼 사정이 있어서 못 만나는 분들도 계시나요?

.....뭐, 만나봤자 취직이니 진학이니 결혼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들만 해서 불편하긴 하죠. 그냥 집에서 푹 쉬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나이가 들면 세뱃돈을 주는 쪽이 되어버리니 받으러 갈 수도 없고 말이죠.

물론 전 추석 동안에도 못 쉬고, 이번 주는 계속 잔업이죠. 모두 추석동안 고생만 실컷하고 와버려라!!(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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