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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X신데마스] 빛나는 우리들의 황금같은 나날들!!! - 6. 섀도 타임 속에서도 인사는(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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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3, 2014 21:22에 작성됨.

"흐음.... 이 경우 문제는......"

지하 1층의 기지에서 손에 이마를 얹고 있는 작은 아이가 보인다. 저 작은 아이, 이케부쿠로 아키하가 머리를 부여잡을 정도의 문제라니, 대체 어떤 난제를 풀고 있는 걸지 난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아니아니, 이건 서로 겹쳐버리게 된다고. 같은 시간대에서 같은....."

굳이 추측하자면, 아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비현실인 섀도 타임의 관계에 대해서겠지. 아키하 같은 천재조차 머리를 쥐어싸맬 정도의 문제라면 딱히 그것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가치가 달라진다고...."

가치인가. 아키하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인간 한 명을 돈으로 환산했을 때 대략 몇백만 달러였다는 미국의 오래 전의 연구결과를 본 적이 있다. 그 연구에 따라서 도로에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으려고 했던 지자체가 작살났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함께 딸려왔었기에 기억하고 있다. 그럼 여기서 문제, 나와 아키하의 가치는 얼마나 차이날까.

"답은 1,2,3 중 하나일텐데...."

1. 인간의 가치는 전부 동일하다고!

2. 아앙? 남자에다가 나이많은 이몸이 훨씬 더 귀중한 게 당연하잖아!

3. 나 같은 찌끄레기는 아키하 님의 발끝에도 못미친답니다!

"답은 3... 답은 3.... 답은 3....."

"조수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 맞지! 역시 내 조수답군!"

"....하아?"

이 꼬맹이는 대체 뭔 소리 하는 거야? 사람을 대놓고 찌끄레기라고 하다니, 한 번 내 예절교육을 받아볼텨? 라는 표정으로 아키하를 째려봤지만 아키하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자기 할 말을 계속했다.

"오늘 저녁식사 말이다.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먹는 게 좋겠지."

"잠깐만 설마 지금까지 그거 고민하고 있던 거야?!"

나 혹시 혼자서 진지 빨고 있던 거야?! 그것도 착각 때문에?! 그것보다 겹친다느니 시간이라느니 뭔가 물리학적인 느낌이 풀풀 나는 표현을 쓰면서 생각하던 게 결국 오늘 저녁밥 같은 거였어?! 조커의 과거 이야기를 듣다가 "와이 소우 시리어스?"라는 말을 들어버린 스폰의 심정이 이럴 게 분명하다. 아니면 샤아한테 뒤통수 쳐 맞은 기르마 자비의 심정이 이런 거겟지.

"당연하지. 이건 중대한 문제라고. 내 신체는 아직 성장기야. 당연히 균형 잡힌 영양 섭취가 매우 중요하지."

음. 동의한다. 매우 당연한 일이긴 하다. 그런데 그것과 고민이 무슨 상관이지?

"반 정도만 이해한 듯 하군.""마음을 읽었어?!""당연하지. 아무튼 나는 내 몸을 최상의 상태로 성장시킬 생각이고, 이를 위해선 식사 역시 철저하게 조율되어야 하지."

.....우와, 설마 이 아이 밥 먹을 때 마다 이런 걸 생각하는 건가?

"원래대로라면 저녁식사 시간에 고칼로리의 기름진 음식을 먹는 건 피해야 하지만, 오늘은 섀도 타임이 있는 날이지. 내 계획보다 더 칼로리를 소모하게 될 테니, 평소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해야 해. 다만 너무나 섭취하면 쓸데없는 영양이 생겨서 향후 계획에 차질이....."

"뭘 그런 걸 일일이 생각하면서 먹어? 성장기잖아. 일단은 먹어두라고."

계획이고 뭐고, 밥은 일단 맛있어야 한다. 영양가 넘치고 맛있는 밥을 먹어야 한다. 영양이나 성장만을 생각해서야 맛있는 밥을 먹는 즐거움을 모르는 법! 결국 천재라는 것들은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즐거움을 이해 못하는 법인가. 훗.

"일단은 먹어두라니..... 뭐, 틀린 말은 아니네. 편의점이나 갔다올까."

그러고보니까 나도 밥을 먹질 않았네. 오늘 일 끝나고 난 지 1시간도 안 지났으니 당연하지만. 린이랑 칸자키는 잠시 후에 여기 올 거고.

"걔들 오면 같이 먹자. 걔들도 식사는 안 했을 것 같고."

식사 시간이라는 건 인간관계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적어도 처음 몇 번은 말이다. 나도 평소에는 아이돌들이나 센카와 씨와 같이 먹는다. 딱히 혼자 먹어도 상관없잖아! 라고 주장하는 것도 맞기는 하지만, 이런 시간을 통해 자신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어필하는 것 또한 인간관계의 전략전술 중 하나다.

"혼자 먹어도 돼."

그리고, 예상대로 아키하는 혼자 먹겠다고 나섯다. 지금은 뭐라고 주의를 줄 쿠로사와 순경도 없다.

"혼자 먹고 싶은 이유라도?"

"음? 이상한 걸 묻는군. 식사에 영양 보충 이외의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 먹든 같이 먹든 섭취하는 총 영양에 변화는 없어."

"적어도 밥 먹는 거엔 영양보충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비합리적이야, 라고 말하며 아키하는 내 말을 단번에 끊었다.

"아니면, 조수가 손수 만든 요리라도 대접하겠다는 거야? 관둬관둬~ 맛없을 거라고~"

그리고, 나한테 쓸데없는 도발을 걸어왔다. 아키하 본인한테 도발이라는 자각은 없어 보이지만, 이건 명백한 도발이다. 그럼 나는 이 도발에 응해줘야겠지?!

"......호오, 내 밥이 맛없을 거라고 했나?"

"뭐, 뭐야 갑자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걸 감지하고선 후퇴하려는 아키하. 아마 내 얼굴에는 이렇게 씌어 있을 게 분명하다. 이런 곳에서 후퇴라니, 내가 용서할 것 같으냐?! 싸움을 걸었으면 리틀보이랑 팻맨 정도는 쳐 맞을 각오를 하고 오라고!

"그렇다면 내 요리를 맛보여 주지. 평소에는 뭘 잡수시고 사느라 내 요리가 맛없다고 생각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곧 그 발언을 울면서 후회하게 해 주마!"

"뭐, 뭐라고..... 하지만 여긴 요리재료가 없지!"

"사오면 그만이다! 마침 근처에 로손 100엔샵이 있지! 간단한 거라면 얼마든지 사올 수 있어!"

돼지고기는 근처에 울트라 전문가가 있으니 패스. 그렇다면 가능한 건 닭고기. 로손 100엔샵에서 파는 야채와 양념의 가짓수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고려하고. 린과 칸자키가 도착할 때 정확히 맞춰서 낼 수 있는 요리는......

"....닭고기 양배추롤이군."

"뭐, 뭐라고?!"

"닭고기 양배추롤이라고 했다! 크림소스에 푹 익힌 닭고기 양배추롤! 지금부터 그걸 맛보여주도록 하지!"

"닭고기 양배추롤?"

그렇다! 닭고기 양배추롤! 살짝 데친 양배추로 미리 양념해 둔 닭고기로 감싼 다음 한번 굽고 나서 우유와 생크림을 같이 넣고 끓인 크림소스 속에서 푹 익히는 요리지! 사실 쪄 내고 싶었지만 여긴 찜기가 없어서 불가능하다.

".....캘리포니아 롤 같은 건가?"

"하아? 캘리포니아 롤은 서양식 초밥이잖아. 이건 다른 거라고. 설마 천재님께서 이런 것도 모른다고 하시는 겁니까~?"

"으으으....."

그거야 뭐 모를 수도 있겟지만. 아키하의 부모님이 만들어주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아, 아무튼 이거랑 영양 섭취랑은 상관""있어! 난 재수없는 천재 과학자 어린이의 도발에 진지하게 맞서줄 의무가 있다고! 그러니 내 요리를 먹어! 안먹으면 쳐들어간다 쿵짜락 쿵짝! 아키하야 아키하야 입을 내밀어라! 그렇지 않으면 구워먹으리!"

아키하의 목을 잡고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아마 효과는 굉장할지도 모른다.

"알, 알았어! 그러니까 그만! 이번 한 번 만큼은 같이 먹어줄 테니까!"

"좋았어어어어!!!!!!! 이걸로 아키하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킬 수 있다!!!! 아르카나 1단계 상승이다!!!!"

"마지막에 무슨 소리 하는 지 영문을 모르겠거든?!?!"

--------------

몇 시간 전까지 따뜻햇던 닭고기 양배추롤은 이미 차가운 접시가 되었다. 내 요리가 평가가 좋았던 듯 하다. 같이 담긴 크림스프에 밥까지 말아서 맛있다는 듯 먹는 녀석들(녀석들이라고 뭉뚱그려 말하기엔 쿠로사와 순경까지 있긴 하지만)을 보니 내 마음도 절로 불러왔다. 물론 내가 안 먹었다는 말은 아니지만.

"부흐!"

그러고보니까 설거지 안 해두면 쌓일지도 모르겠네. 저런 건 방치해두면 한도끝도 없이 쌓이는 법이다. 아마 한 여름에 악취 브레스를 패시브로 걸어대며 온갖 미생물과 곤충들의 번식장소가 될 게 분명하다. 그리고 나중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설거지를 시작하려 할 때는 이미 늦게 되는 거지.

예를 들자면, 아키하가 양배추롤을 너무 맛있게 먹느라 배가 불러졌다는 등의 이유로 평소보다 '탐색'을 늦게 시작하고, 탐색결과에 사람이 걸렸을 때 처럼 말이다. 물론 아키하만 잘못했다는 건 아니다. 더 먹으라고 부추긴 나도, 아키하가 식곤증을 이유로 응석을 부린 걸 들어준 쿠로사와 순경도 마찬가지고.

"전방 교차로에서 왼쪽!!"

과거에 정리해두지 않은 일은 설거지든 뭐든 결국 우리의 시간을 거슬러 쫓아오는 법이다. 우리가 선택 가능한 건 그것에 맞서 싸우던지, 아니면 좀 더 도망쳐서 비싼 이자를 내고 집행유예를 선고받던지 둘 중 하나이다. 그렇다고 해서 도피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때로는 과거의 일보다 우선시해야 하는 일도 있는 법이지.

"운전 좀 살살 해줘!"

교차로에서 급 드리프트. 140도를 넘는 급회전 헤어핀 커브다. 도심지에서 거북이보다 좀 빠른 속도로 운전하면 크게 위험한 코스는 아니지만, 지금처럼 100km이상의 속도를 내고 다니면서 이 커브를 도는 건 왠만큼 자살하고 싶지 않는 한은 권장할 만한 운전법은 아니다. 제한속도 표지판 하나 설치하는 것도 예산이고, 국가예산은 세금이다. 돈을 함부로 낭비해서야 쓰나.

.....다만, 우리의 세금이 이런 사이버네틱한 도시를 건설하는 데 쓰였을 것 같지는 않다.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나 나올 법한 검게 솟은 날카로운 빌딩들, 그 빌딩 사이사이를 가로지르는 고가도로. 빌딩 사이 곳곳에 떠있는 눈동자 같은 표지판과 카메라들, 결정적으로 가장 높은 빌딩에 걸터앉아서 도시를 쳐다보고 있는 거대하고 불길한 눈동자. 아무리 세금이 쓰레기 같다지만, 이런 식으로 창의적인 쓰레기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아무튼, 우리는 그런 도시 한복판을 큼지막한 트럭으로 달리고 있다. 아마 군대에서 쓸 법한 전투용 트럭이겠지. 디자인은 어찌어찌 민수용 트럭이랑 비슷하게 해 놨지만, 움직이면서 느껴지는 중량이 다르다.

"그건 무리다!! 조금만 늦어도 사람이 죽는다고!!"

쿠로사와 순경의 목소리가 평소와는 다르게 다급하다. 극단적으로 쿨해 보이는 쿠로사와 순경도 저런 목소리를 낼 수 있구나, 내심 감탄하며 뒤를 따라오는 스쿠터처럼 생긴 섀도들을 요격한다.

"이것들 빨라!"

린이 다급한 듯 목소리를 낸다. 칸자키가 걸어준 스쿠카쟈의 힘을 빌어도 잘 맞지 않는 듯 싶다. 지금까지 상대하던 일상생활용품들에 비하자면야 빠르겠지. 사실 차를 타지 않았다면 위험했을지도 몰랐다.

"스쿠카쟈!"

칸자키가 한번 더 스쿠카쟈를 사용했다. 린에게 한번 더 중첩시켜주기 위해서는 아니다. 그랬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키--히히히히---히햐하하!!!"

아무도 타지 않은 스쿠터에서 모 세기말 격투만화에 나오는 모히칸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그것도 딱 80년대 음향효과 수준의 녀석이. 문제는 녀석들의 수법은 좀 더 장거리전에 치우친 형태라는 거지.

"아기!""아기!""아기!!""아기이이이!!!!!"

스쿠터가 마법 아이템일 줄이야, 라는 감상을 품을 여유는 없다. 지금은 차에 저 불꽃들이 안 닿게 하는 것만 해도 힘들다. 칸자키가 차에 걸어놓은 스쿠카쟈도 불꽃 세례를 조금이라도 덜 맞게 하기 위해서 걸어놓은 것이다.

"온다!!"

쿠로사와 순경이 차의 핸들을 꺽는다, 동시에 양 옆으로 불덩이들이 지나간다. 스쿠터들은 한번에 일제사격을 하지 않고 시간차를 두며 공격해오고 있다.

왼쪽, 오른쪽, 스피드를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서 악셀을 더 세게 밟으며 핸들을 더 격하게 꺽는다. 중간중간 보이는 커브길로 먼저 들어가서 적의 사각지대로 도망친다. 다만 이곳 역시 안전하지는 않다.

"전방!! 전방에 적!!"

전방에서 달려드는 스쿠터들. 이미 불덩이가 이쪽을 향해 날아온다. 족히 10발은 되어보이는 불들을 스쿠카쟈와 운전솜씨로 회피해내는 쿠로사와 순경. 하지만 마지막 한 발을 피하지 못했다. 불꽃이 차에 떨어지는 모습, 그리고 충격이 닥쳐온다.

"이 정도 타격으로는 끄떡없어!"

아키하가 우리들을 안심시키려는 듯 말한다. 실제로 타격은 크지 않은 듯 싶고, 쿠로사와 순경도 당황하지 않고 계속 운전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엑셀을 밟아 속도를 높이는 쿠로사와 순경. 정면에는 스쿠터.

"꽉 잡아! 들이받는다!!"

단단한 전투용 차량과 스쿠터가 정면충돌할 경우, 그 결과는 누구나가 예상할 수 있다. 차례차례 부숴지고 조각나가는 스쿠터들. 이쪽이 육탄공격으로 나올 거라곤 생각 못 한 듯, 급히 방향을 틀으려고 하는 스쿠터도 있지만 부질없는 짓이다. 자기 자신의 가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더 심한 꼴로 구르고 부숴져서 바퀴 아래에서 찌부러질 뿐이다.

"뒤쪽! 뒤쪽에서!"

아까 쫓아오던 스쿠터들이 불꽃을 날린다. 방금 전까지 초대형 로드킬 참사를 내느라 속도가 떨어진 트럭은 정지표적에 불과하다. 다시 한 번 수십 발의 불빛이 반짝이고, 그 중 몇 발이 트럭에 맞는다.

"꺄악!!"

"괜찮.... 이런, 부흐!!"

비명을 지른 칸자키를 신경써줄 여유는 없다. 날아오는 불꽃은 린이 처리하는 동안, 나는 트럭과 가까이 붙은 스쿠터들을 부흐로 얼려버린다. 정확히는 스쿠터가 다니는 길을. 빙판 한 가운데에서 바퀴가 헛돌아 미끄러진 스쿠터는, 뒤에 오던 동료까지 휘말리게 한 다음에 폭발해버렸다.

앞뒤로 부수고 얼려서 수 많은 숫자를 처리했지만, 아무리 해도 숫자가 줄지 않는다.

"혹시 이 차도 섀도로 변해버리는 거 아냐?!"

"그럴 일은 없어! 이 아키하 님이 직접 설계한 놈이라고! 섀도 타임에 움직일 수 있다는 시점에서 그런 걱정은 버려! 불가능하니까!"

이 와중에도 아키하의 자신감은 줄어들지 않는 듯 하다. 머리 바로 옆으로 불덩이가 지나가는 데도 저렇게 당당한 걸 보면 대단하긴 하다. 아서 클라크의 과학 3법칙 중 첫번째를 들려주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갈!"

"린! 공격보다는 방어에 치중해! 쓸데없이 정신력을 낭비하지 마! 날아오는 불만 마법으로 날려버려! 냉정을 유지해"

"말처럼 쉽지가 않다고!!"

뒤에서 수 많은 스쿠터가 불을 쏘아대며 쫓아오는 중에 냉정을 유지하라는 건 무리겠지. 린은 평상시에는 쿨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상당히 격정적으로 바뀌는 것 같기도 하니 더더욱.

"빨리 가! 바로 저 빌딩 위쪽이야!"

아키하의 말에 모두 다시 한 번 마음을 굳게 먹었다. 섀도 타임에 말려들어가버린 사람을 구출하는 것이 본래 이 단체의 일. 어디까지나 사람의 구출이 최우선이고, 가디언을 처리하는 일은 나중이다. 너무 늦지만 않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쿠로사와 순경이 말했다.

"갈림길이다!"

"저 고가도로! 고가도로를 타고 올라가!"

고가도로 하나가, 빌딩 사이를 관통하고 있다. 아키하가 고가도로를 가리키자 쿠로사와 순경이 지체없이 차를 그쪽 방향으로 몰아간다. 동시에 스쿠터들도 고가도로 쪽으로 진행하기 시작한다.

"저것들 들어오면 위험한 거 아니에요?!"

"크윽....."

쿠로사와는 신음소리를 대답 대신 주었고, 그걸로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말려든 사람을 지키려고 갔는데 역으로 사람을 말려들게 해서야 본말전도다. 곧 있으면 빌딩에 들어가게 되고, 그 뒤를 따라서 스쿠터들이 따라 들어오겠지.

"쿠로사와! 차 속도를 줄여!"

"무슨 소리야?! 여기서 줄였다가는 따라잡힐 거라고!"

아키하의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내가 반사적으로 따졋다. 아키하는 내 반론은 예상했다는 듯 날 한 번 쳐다보고, 자기의 페르소나 소환기를 꺼내들었다.

"페르소나를 쓸 거야! 안전속도까지 줄여!!"

"!!! 모두 엎드리고 아무거나 꽉 잡아!"

쿠로사와가 오늘 들은 것 중 가장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모두 엎드려서 근처의 아무거나 붙잡았다. 나도 뭔가를 붙잡아야 한다. 한 손은 의자와 바닥 사이의 프레임. 남은 한 손은 무언가 부드럽고 물컹한 것.

"히약?! 계약자여?!"

"망할! 좀 더 단단한 거 없나?!"

아까 잡은 곳 근처로 손을 더듬는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물컹한 건 잡아봤자 도움도 안 된다. 손 근처에 자꾸 물컹거리는 거랑 나폴거리는 천조각만 잡힌다. 하필 이럴 때 이딴 것 밖에 안 잡힌다니. 눈을 돌리려고 해도, 좁은 차 바닥에 엎드린 상태에서는 그것도 여의치 않고, 갑자기 자세를 바꿧다가 그 타이밍에 충격이라도 오면 내 목뼈는 세상이랑 하직하는 거다. 이미 자세를 이렇게 잡아버린 이상 고개를 돌릴 수는 없다.

"정지! 잠깐! 거긴! 금기! 프로듀서!!!!"

"조용히 해 란코! 쏜다!!"

왜인지 시끄러운 란코에게 면박을 주고, 아키하가 공격을 시작했다.

"원래 움직이는 곳에서 쏘는 놈은 아니니까 조심해! 반동이 세!"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뒤집어지는 듯 한 충격이 밀려왔다. 아까 공격당하면서 느낀 충격보다 몇 배는 크다.

"으아악!!!!!"

"꺄아악!!!"

"한 발 더 간다!!"

"잠깐!!!!!"

내 비명은 아키하에 귀에 닿지 않았다. 내 목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포성이 묻어버렸기 때문이다. 한번 더 차를 뒤집는 것만 같은 굉음과 충격. 아니, 진짜로 뒤집힌 건가? 하도 충격이 커서 상황이 어떤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성공이다! 다리가 무너진다!!"

어느 새 우리가 탄 트럭은 빌딩 안쪽으로 무사히 들어온 듯 싶다. 뒤를 따라오던 스쿠터들은 다리 째로 부숴버린 아키하의 포격에 반이 휩쓸리고, 남은 반은 전부 다 부숴진 틈새로 떨어져서 무사히 자유낙하를 시작했다.

"......다행이다...."

안도감에 한숨을 쉬는 나와 린. 바로 다음 층으로 올라갈 채비를 하는 쿠로사와 순경. 생존자를 탐색하는 아키하. 그리고.....

"...계약자여..."

"칸자키? 괜찮아? 혹시 다리에 힘 풀린 거야?"

어째서인지 주저않고선 얼굴이 빨개져서 나랑 눈을 제대로 마주치려 하지 않는 칸자키. 설마 크게 다친 건가?!

"린! 칸자키한테 회복마법 좀 걸어줘! 다친 것 같아!!"

"알았어! ...음? 크게 안 다친 것 같은데?"

"그래? 그냥 단순히 다리에 힘이 풀린 건가.... 설마...."

다리에 힘이 풀렸는데, 너무 풀려버린 나머지 허리에서까지 힘이 풀려버려서 금빛의 성수가 새어나왔다는 그런 상황인가? 평소라면 타천사의 성수니 뭐니 생각하면서 속으로 재밌어했을지도 모르지만, 방금 전과 같이 긴박했던 상황을 겪었는데 그런 걸 생각할 수는 없지. 조금이라도 다쳤다면 바로바로 치료해둬야 한다.

"저기, 린. 그러니까.. 속닥속닥..."

"....아아, 알았어. 의외로 당신도 배려심이라는 게 있네."

린이 칸자키를 들쳐업고서, 내 눈에 안 띄는 구석진 곳으로 데려갔다. 마침 화장실이라고 써 있는 곳이다. 린한테는 미안하지만, 잠깐 나는 이 틈에 숨을 고를까.....

"아키하, 반응은?"

"위쪽. 방금 전까지는 이 근처였지만 위로 올라간 것 같아. 조금 쉬고 가고 싶지만... 그럴만한 시간은 없어 보이네. 저쪽 빌딩에 가디언이 나타났어."

아키하가 반대편에 보이는 빌딩을 가리켯다.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지만, 아키하가 있다면 있는 거겟지.

"오늘은 등장이 좀 늦군. 시부야랑 칸자키는 어디 갔지? 방금 전 까지 여기 있지 않았나?"

"아, 칸자키가 잠깐 몸이 안 좋아진 것 같아서... 저기 오네요. 린! 칸자키 상태는?"

여전히 칸자키는 나랑 얼굴을 마주치는 걸 피하고 있다.

"....프로듀서가 걱정하던 일은 없었어. 일단 진정시키느라 힘들었지만...."

"미안. 아무튼 무사해서 다행이다. 가자고."

왜인지 입을 다물고 자꾸 나를 피하는 칸자키. 무슨 일인가 묻고 싶지만 지금은 사람을 구하는 게 우선이다. 몸이 멀쩡하다면 더 이상 신경써줄 이유는 없다.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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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터치 프로듀서. 나중에 프로듀서는 이 때 신경쓰지 않은 걸 후회한다! 그리고 여성진의 경멸어린 시선 속에서 묘한 고양감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아 야설 좀 더 쓰고 싶다. 그런데 시간이 없어요. 이번주는 토요일에 마시러 가고, 다음주부터는 다시 한 번 월금11시퇴근 확정이고.

 

살려줘요. 한국보다 싼 과자를 씹어먹으면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단 말이다!!!! 아니 뭐 이번주는 여유롭지만요. 덕분에 아침저녁 다 직접 만들어 먹었고. 역시 사먹는 것보다는 만들어먹는 게 싸죠. 집에 가서 남은 된장국이나 더 먹어야지.

그나저나 한국 돌아가면 걱정이네요. 물가적응 안될까바. 요즘 편의점은 싹 다 창렬이라죠? 창렬선풍각 맞고 싶어서 환장을 햇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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