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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X신데마스] 빛나는 우리들의 황금같은 나날들!!! - 6. 섀도 타임 속에서도 인사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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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30, 2014 23:44에 작성됨.

인연의 힘, 이라고 하면은 뭔가 애매해 보이는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냉소적으로 생각하자면, 사람과 사람의 연결 따위는 아무론 쓸모도 없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아직 연줄의 힘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말이지. 그건 연줄의 힘이라고? 미안하지만 연줄도 인연이다.

그런데 말이다, 인연의 힘을 이렇게 직접적으로 쓸 수 있는 모습을 보면 그 어떤 냉소적인 사람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오!"

지오. 전기를 쏴대는 기술이다. 포켓몬으로 치자면 전기쇼크 정도의 기술이겠지. 잘 쳐봐야 전격파 정도. 그런데 내 콜드플레이가 이걸 쓸 수 있을 리 없다. 일렉기타 들었다고 해서 다 전기 기술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지금 있는 멤버들 중에서도 지오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면 대체 어떻게 지오를 쓰냐고? 간단하다. 페르소나를 바꿔서.

"오베론!"

중세 유럽풍의 쫄쫄이 타이즈를 입은, 나비 날개를 등에 단 요정이 번개를 뿌렸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나오는 공처가 요정왕과 같은 이름을 한 페르소나. 이전 꿈 속에서 벨벳 룸을 방문했을 때 만든 것이다.

"언제 새 페르소나를 얻은 거야?!"

"몰라! 영업비밀이라서 입 열면 내가 다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섀도들과 싸우면서 다른 페르소나들이 모였으니 이들을 그대로 쓰거나 합성해서 새로운 페르소나를 만들 수 있다, 라고 벨벳 룸의 은발 여자가 말했다. 사실 잘 기억나는 건 아니다. 다만 그런 듯 한 느낌이 들었고, 어렴풋이 기억이 남은 정도지. 일단 이런 식으로 다른 페르소나를 쓸 수 있으니 그걸로 OK.

"꺄아!"

뒤쪽에서 칸자키의 비명이 들렸다. 어느 새 튀어나온 섀도들이 후방에 있던 칸자키를 노리고 있다. 후방이라고 해도 바로 내 등 뒤지만.

"물러서!"

쇼핑카트 몇 대가 이쪽을 향해 달려온다. 저 기세라면 바퀴는 금방 망가졌겟지. 얇은 스테인리스 다리로 뛰어오는 게 문제지. 저 넉넉한 몸체를 유약해보이는 다리로 지탱하며 달려오는 꼴이 말이 아니다. 아마 평생 상상조차 할 일 없겟지. 상상하는 시점에서 천재 크리에이터 OR 정신병원 1등석 예약환자일거다.

"오베론! 난입검!"

작은 체구에는 어울리지 않는 흉폭한 모습으로 오베론이 칼을 휘둘렀다. 오베론의 칼질 한 번에 섀도들이 우그러들며 사라졌다. 일단 스테인리스도 금속인 만큼 칼로 베어버리는 건 무리지만, 쇼핑카트를 처리하기에는 충분한 듯 하다.

"스쿠카쟈!!"

거기에 칸자키가 걸어준 스쿠카쟈의 효과로, 좀 더 빠르게 섀도들을 처리할 수 있다. 중간중간 물리공격이 잘 먹히지 않는 떠다니는 바구니도 보이지만, 그런 녀석들은 지오로 날려버리면 됀다. 애초에 그런 녀석들은 내가 처리하지 않고 린이 처리하지만.

"윈드토커! 날려버려!"

윈드토커의 손짓에 수 많은 바구니들이 마치 바구니처럼 날라간다. 마치 잔뜩 쌓아놓은 바구니가 강풍에 휩쓸려간다고 해야 할까. 아니 그 전에 지금 날아가는 건 바구니 모양을 한 섀도지만. 바람이 부니 바구니 장사가 잘 된다는 속담같다.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디언을 그쪽으로 몰았어! 의류코너 방향에서 온다! 준비해!]

무전기 너머로 아키하의 목서리가 들려왔다. 아키하와 쿠로사와 순경은 계획대로 가디언을 이쪽으로 몰아온 모양이다. 아키하가 말한 대로, 의류코너에 있는 BDSM용 본디지를 입고 있는 실감나게 생긴 마네킹들을 날려버리며 오늘의 가디언이 날아온다. 중간중간 눈요기로 좋았는데 참 아쉽네. 중요부위까지 다 재현해놓은 좋은 단백질인형이였는데......

"뭘 멍하니 있는 거야. 또 이상한 생각하고 있었지?"

"아닙니다. 저는 절대로 야한 생각 같은 거 하지 않았습니다."

'또냐....'라고 말하고선 고개를 젓는 린은 잠깐 머리 속에서 빼내자.

"으음.... 가죽옷을 걸친 아프로디테의 환상인가......"

마네킹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자 가디언 이야기이다. 고급스러운 가죽 코트가 옷걸이에 걸린 채로 날아온다. 머리 부분에는 그 유명한 조개에 타고 있는 알몸 비너스 그림이 걸려있다. 원래 그림과는 다르게 중요한 부분들이 제대로 표현되어 있다. 아무도 그건 신경 안 쓰는 것 같지만 난 신경쓴다.

참고로 중요 부분이라는 건 조개의 주름살이랑 속살이다. 아니 왠지 사족을 달고 싶어져서 말이야. 그냥 조개 이야기니까 상관 없겠지?

"온다!"

"저주받은 어둠의 힘이여! 라쿤다!"

칸자키의 주문(본인 주장)에 머랭이 밝게 빛나기 시작한다. 동시에 고급 가죽옷의 품질이 눈에 띄게 떨어졋다. 내 예상이지만, 방어력을 떨어트리는 기술인 듯 하다. 가죽옷이 돌진해오면서 마네킹이나 장식장에 부딛힐 때 마다 약간씩 기스가 나는 것 같으니 아마 맞을 것이다.

"이러다가 라그나 블레이드라도 쓰는 거 아냐? 기가슬레이브 같은 거 쓰면 세계멸망인데."

"그런 주문은 들어본 적도 없도다! 그것보다 눈 앞의 적을 보라!"

엣, 정말? 설마 마법이니 뭐니 말해대면서 슬레이어즈도 모른단 말이야? 허참 이래서 요즘 애들은.... 싹다 하이스쿨 판타지만 보니까 정통 판타지를 안 보는구만! 세상이 어찌 돌아가려는지...

뭐, 세상이 어찌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눈 앞의 가죽옷한테 바람과 전기가 잘 안 박히는 건 알 것 같다.

"프로듀서! 저 녀석한텐 바람이 안 먹혀!"

"이쪽도 전기는 안 먹히는데?"

린의 윈드토커가 아무리 갈을 날려봤자 모두 흘려보내 버린다. 지오를 날려도 큰 타격은 없는 듯 싶다. 그렇다면.

"페르소나 체인지! 콜드플레이, 너로 정했다!"

콜드플레이의 부흐 공격! 효과는 딱히 대단하진 않지만 적은 건 아니다! 1배 데미지인 듯 하다! 아무튼 공격은 충분히 들어간다! 그런 와중에도 꿋꿋이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모습은 근성이 넘치지만 결국 근성은 근성일 뿐. 부흐를 맞아가면서도 어찌어찌 도달한 가죽옷에게, 콜드플레이가 마구 날뛰기로 환영인사를 건내준다. 안 그래도 방어력이 떨어져있는 가죽옷에게는 치명타겠지.

"가죽옷은 덧없는 아프로디테를 위하여!!!!"

실컷 얻어맞으며 반격도 제대로 못하는 가죽옷의 비명소리. 매번 들을 때 마다 느끼는 건데, 이 섀도라는 것들 대체 왜 이런 잡지식 같은 소리를 내는 거지? 거 희안하네. 이유는 어찌되었든 일단 작살낼 뿐이지만!

"비너스에 가죽옷? 어디 자허마조흐 남작이라도 찾으시나?! 저승 가서 실컷 만나고 와라!!!"

실컷 얻어마자 너덜너덜해진 가디언에게, 콜드플레이의 마지막 일격이 가해진다. 마치 거대한 해머로 큼지막한 못을 박듯 내리친 기타에 섀도가 단말마를 내지르며 결국 찢겨져 사라졌다. 동시에 미궁처럼 변했던 쥬네스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오늘 일도 끝인가...."

잠깐 쉴까. 어차피 사람도 없는데 쉰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하지는....

[뛰어! 그대로 쥬네스에 남아있으면 불법침입으로 체포다! 원래대로 돌아가기 전에 뛰어!!]

"왜 쉴 틈도 안 주는 거야!!!! 린, 칸자키! 뛴다! 알아서 따라와!"

"기, 기다려어어어!!!!"

내 뒤를 늦게 따라나오는 린과 칸자키. 결국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오기 직전에 쥬네스를 빠져나온 둘이였다. 방금 뛰느라 소모한 체력이 섀도랑 싸우느라 소모한 체력보다 더 많은 듯 하다. 그래도 린은 처음 봤을 때 보단 체력이 늘어있기는 하다. 칸자키야.... 아무 말도 안 하겠어. 평소에 운동을 얼마나 안 했는지는 알 것 같다.

"지, 짐의 신속의 보법은...."

"네에네에, 여기 스타드리."

뭔가 말하려는 칸자키에게 스타드리를 넘긴다. 동시에 린한테도 넘기고, 나도 품 속에서 하나 꺼냈다. 잠깐 숨을 돌릴 동안, 셋이 같이 스타드리 시음 시간을 가진다. 목을 타고 음료가 넘어가는 소리가 정적을 살짝 채운 후 사라진다. 한숨을 내쉬고, 아키하와 쿠로사와 순경을 기다린다.

"광기의 탐험자와 법규의 수호자는 무사히 인과를 뛰어넘었는가?"

"알기쉬운 란코어 감사. 둘은 잘 빠져나온 것 같아. 곧 온대."

"다행이네. 현역 경찰이 불법침입으로 잡히는 광경을 안 보게 되서."

쿠로사와 순경의 말로는 쥬네스도 협력관계에 있다는 듯 하니까 큰 걱정은 없다. 다만 말단 경비원한테까지 그런 사실을 알려줄 리는 없잖아. 적어도 경찰서 하룻밤은 보장받을 수 있다. 내 커리어에 금이 가는 건 사양이다. 그 부분까지 쿠로사와 순경이 케어해줄 것 같지는 않고.

"아까 싸울 때 페르소나를 바꾸던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

"음? 글쎄.... 어쩌다 보니까 되더라고."

벨벳 룸에서 새로운 페르소나를 합성한 다음, 내 차례가 오면 페르소나 체인지를 선택해서 바꿉니다, 라고는 말 못하니까 적당히 대답했다. 그러고보니까 이거 걱정이네. 쿠로사와 순경은 둘째치고, 아키하한테 걸렸다가는 나 실험대에 오르는 거 아냐? 페르소나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고.... 있으면 이중인격이라는 걸 지도 모르고.

"먼저 기다리고 있었어? 수고했어."

내가 고민하는 사이에 아키하와 쿠로사와 순경이 다가왔다. 항상 저 둘은 콤비로 다닌다. 콤비라기보다는 인생에 찌들은 아저씨와 철부지 딸이라는 느낌이지만. 특히 쿠로사와 순경에게서 느껴지는 어둠에다크한 다크서클이. 둘에게도 스타드리를 건내며 적당히 인사를 건냈다.

"그렇지, 페르소나에 관해서 궁금한 게 있는데...."

"조수가? 이거 별일이네. 드디어 지성을 갈구하게 된 거야?"

뻘소리를 해대는 버릇없는 천재꼬마는 딱밤을 날려서 침묵시키고, 쿠로사와 순경에게 말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쿠로사와는 '흠....'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새 내가 건낸 스타드리는 빈 병이 되어 있었다.

"....뭔가 이상한 건가 해서 걱정했는데 그건 아닌가보죠?"

"특이하다면 특이하긴 하지만.... 전례가 없던 건 아니니까. 내가 아는 사람 중에도 있고"

일단 벨벳 룸에 관한 건 다물어두기로 했다. 그건 말하면 안 될 듯 한 느낌이다. 단지 페르소나를 바꿀 수 있을 뿐이다, 라고 하는 게 지금은 여러모로 좋겠지. 쿠로사와 순경도 그거에 대해선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고. 아키하도 별로 관심 없는 듯 하니.

"내일은 칸자키도 이치노세 보러 가는 거지?"

"그 말 대로다. 이치노세라고 하는 자는 아키하의 계약자인가?"

계약자인가? 내가 보기에는 친구라는 느낌이였지만 잘은 모르겠다. 아, 그러고보니까 이 말 전하는 거 깜빡했네.

"칸자키. 내일은 각오해둬. 이치노세의 연구실은.... 각오하는 게 좋을테니까."

"호오? 마왕에게 각오를 묻다니."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잘난 체 하는 칸자키. 저 얼굴이 부끄러움에 망가지는 것도 귀엽긴 하지만.... 내일 볼 광경은 결코 귀엽지 않으니까.

"짐은 이 섀도 타임에 들어온 시점부터, 각오를 운명이 이끌어준 인과로써 인정하였도다! 이 시간 이 곳이야말로 짐의 왕국이니라!"

저 밝은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지지 않기를 바래야지 뭐. 아니 뭐 망가지는 것도 귀엽긴 하지만 딱히 내가 그걸 바라는 건 아니라고? 절대로 칸자키 얼굴이 빨개져서 내 품에 뛰어든다던지 그런 거 생각하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다음날.

"그, 금단의 크리쳐!

......칸자키가 눈을 반짝이고 있다. 아니 뭐 나야 미소를 지켜주고 싶었으니 상관없는데 왜 이렇게 허전하고 슬픈 걸까. 분명 지금쯤 칸자키는 울상이 돼서 내 품에 안겼어야 하는 건데. 그리고 난 그 칸자키의 몸에 슬쩍 손을 갖다대고 말이야.

"냐하~ 검정이는 이게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아는구나~"

"당연하고도 당연하도다! 이 어둠의 산물들....... 모두 다 짐의 권속이로다!"

".......프로듀서."

"린, 아무 말도 하지 마."

지금 내가 버티는 것도 힘들어. 누군가 나에게 의지해올 만한 틈은 없어. 설마 란코가 내 기대를 저버리는 걸로도 모자라서, 저런 취향이였다니..... 단순히 고스로리 취향이 아니였던 건가? 좀 더 딮하고 다크한 취향이였던 건가?!

"이치노세, 여기 넘길 물건들."

"어라? 쇼핑센터라도 털어온 거야?"

"그 말 대로지. 덤으로 기차역에서 동그란 공도 좀 가져왔고. 아무튼 물건은 여기 있고... 조수's에게 줄 물건은?"

"아키하, 그 말은 나랑 칸자키가 프로듀서랑 동급 이하라는 거 아니야? 모욕적인 표현이네. 고소하겠어."

"그 전에 내가 널 고소해도 될까?! 난 지금 아무런 이유도 없이 너한테 모욕당했거든?!"

차라리 능욕이였다면 났겟지만! 이런 모욕은 원하지 않았다고!

"어머, 나랑 동급인 게 불만인 거야?"

"내 격을 깍아내리는 게 불만인 거다!"

물론 내 불평불만은 아무도 듣지 않았다. 망할.

"조수 씨, 너무 화내면 건강에 안 좋다고~ 시키가 조합한 특제 아로마 하나 줄께~"

"....이건 안전한 거겠지? 지난번처럼 천남성이니 투구꽃이니 안 섞여 있는 거겠지?"

일단 향기만 봐서는 그냥 방향제 같지만..... 왜인지 보라색으로 반짝이는 게 불길하다. 설마 독 같은게 들어있는 건 아니겟지?

"아, 그거 물에 풀어서 쓰는 거야. 그냥 맡으면 좀 독해. 물에 풀은 다음에 이 통에 옮겨놓으면 며칠동안 갈 거야. 그리고 이번에는 안 섞었을까 섞었을까 알아맞춰봐~ 냐하하~"

어이 끝에 가서 왜 갑자기 되물어보는 형식이야. 불안하잖아. 이거 맡아도 되는 거지? 여기 있는 사람들 안 죽어도 되는 거지?

"걱정마~ 그건 파는 물건이니까 안타깝지만 장난은 안 쳤어~ 후냐아~"

사실 환각성분을 넣고 싶었어, 라고 말하는 이치노세는 전력으로 무시한다. 것보다 역시 평소에도 환각약물 쓰고... 응? 잠깐만. 지금 눈 앞에 경찰이 있는데 그런 말 해도 되는 거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다만, 어디까지나 '의료용'혹은 '실험용'이니까 말이야. 이 정도는 묵인해주지 않으면 그녀가 협력을 안 해주니.... 경찰로서도 나이먹은 아저씨로서도 마음에는 안 들지만 어쩔 수 없어."

위쪽에서의 압력이라는 것 앞에서는 민중의 지팡이도 부러지는 법이다, 라고 말하며 쿠로사와 순경이 한탄했다. 이치노세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과는 별개로, 아직 어린 나이인데 화학약품에 절어사는 건 보고싶지 않겠지. 정작 그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매일같이 약의 힘을 빌어서 트립중이지만.

"걱정마~ 난 이 분야에 있어서는 전문가라고. 위험한 물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되도않는 짓은 절대 안해."

쿠로사와 순경을 안심시키려는 듯, 이치노세가 약간은 진지하게 말했다. 저것 또한 그녀 나름의 프로페셔널이라는 걸까.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자기 기술에 자신을 갖고 있는 전문가 특유의 느낌이 난다.

"아무튼 여기~ 조수 씨랑 긴자 린이랑 검정마왕이한테 줄 물건들~"

그러고보니까 맨 처음 만났을 때는 내가 실수로 하라주쿠 린이라고 불렀지. 이치노세는 긴자라고 부르는 건가. 서로 만난 지 3주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상당히 옛날 일 처럼 느껴진다. 하긴 뭐, 3주만에 이런 일상이 된 거다. 평범했던 일상이 저 옛날처럼 느껴저도 이상한 건 아니겠지.

"골프채? 이걸로 섀도를 쓰러트리라는 건가?"

"조수 씨 몸에 딱 맞춰서 설계했으니 바로 써도 문제없을 거야~ 말단조수님 나이스샷~"

나랑은 평생 인연이 없을 줄 알았던 물건이 이런 식으로 손에 들어오기도 하고, 이걸 본래 용도랑 전혀 상관없는 곳에 쓰기도 하고, 세상이라는 건 정말로 한 순간에 바뀌는 거다.

"칼 같은 게 더 멋지지 않아?"

"총도법 위반으로 걸리면 곤란해지니까. 모든 경찰이 우리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경찰 상층부에선 우리 활동을 아니꼽게 보는 사람도 있어. 쓸모없는 높으신 분들이지."

높으신 분들 때문에 고생하는 건 어딜 가나 똑같구만. 쿠로사와 순경도 엄청 고생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순경이라는 직책은 높으신 분들이라고 보기에는 어중간하고, 낮다고 보기에는 또 그것도 아니니까. 임무는 수행한다. 부하는 지킨다. 양쪽 다 해내야 한다니 간부란 뼈빠질 노릇이야. 각오는 되있겟지만. 아무튼 고생이 많소 쿠로사와 순경.

"롯폰기 린한테는 이 커터칼! 커터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왠만한 합금보다 더 강도가 높은 거야!"

".....이거 평소에 쓰기에는 위험한 거 아냐? 생긴 것도 좀 다른 거 같은데?"

"괜찮아~ 페르소나를 쓰고 있을 때만 날카로워지니까. 평소에는 그냥 커터칼 정도로 날카로워. 참고로 프로그레시브 나이프처럼 진동기능도 달려있으니까 필요하면 써!"

대체 무슨 흉악한 무기를 만들어낸거냐! 그러고보니까 저거 에바2호기가 들고있는 그거랑 판박이잖아! 현실에 초진동 커터같은 게 실존했던 거냐?! 저걸로 편의점 샌드위치를 깔끔하게 자르는 거지! 나 알고 있다고!

"그리고 검정란코 꺼! 여기 책!"

칸자키가 받은 물건은 수상한 마법서 같은 책이다. 표지에는..... 그 카드캡터 체리에 나온 문양이 그려져있다. 앞쪽에는 달, 뒤쪽에는 태양. 이치노세는 저작권법이 무섭지도 않은 건지, 다른 의미로 위험한 물건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괜찮은 거냐.

"이것은.... 궁극의 암흑마""아니 그냥 있는 거 가지고 만든 거야. 참고로 안쪽은 빈 종이여서 노트로 쓸 수 있어."

"쓸데없는 곳에서 효율적이구만. 고대문자라도 적힌 줄 알았는데."

"사실 지팡이랑 한 세트로 만들려고 했는데 역시 그건 좀 아닌 것 같더라~"

급 침울해진 칸자키는 잠깐 시야에서 빼두자. 성능도 그냥 정신력 비슷한 게 올라가서 마법을 더 많이 쓸 수 있게 되는 정도로, 그야말로 초반 마법사용 장비라는 느낌이다. 아마 나중에 더 좋은 장비가 나오면 상점에 팔아버릴 그런 장비. 그나마 노트로도 쓸 수 있어서 다 쓰기 전까지는 안 버릴 것 같지만. 크기 자체도 왠만한 대학생용 스프링노트 정도는 되보이고. 마침 양장본이니 둔기로 써도 되려나?

"그리고 쿠로사와 아저씨 꺼. 여기 새 총알들."

총알을 탄약 박스에 가득 담아서 건내줬다. 이젠 별로 놀라지도 않는다. 생각해보니 쿠로사와 순경은 총을 쓰니 결국 총알을 받아와야겠지. 그러고보니 아키하는 뭘 쓰지?

"아키하 꺼는?"

"아키하는 무기 안 써~ 키도 작고 못생긴 꼬마여서 무기 줘 봤자 아무것도 못하니까~"

"어이 이치노세."

아키하의 태클. 물론 이치노세는 노 데미지로 무시했다. 사실 내가 봐도 아키하한테 뭔가 무기를 줘도 제대로 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총은 안 쏴봐서 모르겠지만 반동이 상당하다고 들었고, 근접전용 무기는 이하 생략. 이상한 광선총 같은 거라면 모를까, 아키하한테 무기는 맞지 않아 보인다.

"어차피 난 내가 개인적으로 만든 도구들을 이용한다고. 전에 조수 양복을 잡은 도구처럼 말이야."

"그러고보니까 양복값 물어내 이 망할 꼬마과학자야! 내가 그거 찢어진 거 보고 내 영혼이 찢어진 줄 알았다고! 남자의 영혼을 그딴 식으로 찢어버리다니! 결국에 새 거 하나 사야 했다고!"

내가 그 때 얼마나 절망했는 줄 알아?!

"냐하하~ 아키하 대신 이치노세가 사과할께~ 아키하가 저질러놓고 튀는 데는 선수여서 죄송합니다~ 다음에 올 때 양복도 한 벌 맞춰줄께~"

"엣, 정말?!"

"물론! 어차피 해 보고 싶은 것도 있었으니까. 대금은 아키하 앞으로 달아놓으면 되고~"

훌륭해. 이걸로 아키하한테 엿을 먹여줄 수 있게 됐어! 이게 바로 어른한테 버릇없게 굴었던 대가다! 아키하가 옆에서 격렬하게 항의를 시작했지만, 어른의 고차원적인 하드웨어를 이용해 한 손으로 제압했다.

"어차피 아키하는 나한테 갚아바칠 게 많으니까~!"

"그렇게 나오기냐!!!!! 그냥 이치노세의 취미를 내 돈으로 하려는 것 뿐이잖아!!!!"

아키하가 전력으로 바둥거리지만 내가 한 손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쿠로사와 순경도 아키하를 도와주지 않고 총알 점검만 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자업자득이라는 거다.

"들켯다냐하~앙~"

"전혀 안 귀엽거든?! 애초에 예전부터 이치노세는....."

일방적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아키하와 아무렇지도 않게 약 빤듯 무시하는 이치노세. 이렇게 보니, 아키하도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있었나보다. 평소에도 학교에 안 가고 지하 1층에서 지내던 것 같던데, 좋은 친구가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나는 그대.... 그대는 나....

그대 '탑'의 아르카나를 손에 넣었다]

"그러고보니까 조수's는 아이돌 사무소 소속이였지?"

"응. 갑자기 그건 왜?"

설마 이치노세도 갑자기 아이돌 일에 흥미가 생긴 걸까? 생긴 건 귀여우니 못할 건 없겠지만...... 이런 아이로 괜찮은 걸까. 안 그래도 우리 사무소 아이돌 후보생들은....... 생각을 관두고 싶어질 정도인데.

"혹시 내가 만든 상품 광고에 나올 생각 없어?"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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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란 완벽해요. 편히 쉴 수 있어요. 육체노동자에게 이만큼 중요한 시간은 없을 거라고 단언합니다.

다만 오늘은 제 꿀꿀돼지꿀꿀돼지기름듬뿍한 기분을 여러분에게 전염시켜드리죠. 정치관련 아니니 안심하시길.

 

글 올리려고 뉴스를 보다가, 유기견 관련 뉴스를 봤습니다. 제 집이 강릉에 있는데, 휴가철에 강릉 같은 곳을 잔뜩 방문한 다음 거기에 개를 버리고 오는 개보다 못한 인간들이 많다는 뉴스였습니다.

 

.....저럴거면 뭐 하러 기를까요. 잡종이라던지, 귀찮다던지, 나이먹어서 안 귀여워졋다던지.... 그것도 집 가까이에 버리면 찾아올까봐 일부러 휴가지까지 와서 버리는 걸까요. 잡종에 나이먹어서 늙은 티가 나는 개도 그 만큼 자기랑 같이 살았는데 말이에요. 생명을 하나 기른다는 건 생명 하나를 책임진다는 겁니다. 정말 개보다 못한 인간이 너무 많아요.

귀찮아서 버릴 거면 그냥 키우지를 말아야 합니다. 제가 호구여서 14년동안 치와와 잡종을 기르는 게 아니죠. 오늘은 집에 있는 강아지가 떠오르는 날입니다. 돌아가는 길에 에비스라도 한 캔 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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