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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기념]치하야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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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5, 2013 16:52에 작성됨.

*치하야 생일기념 팬픽입니다. 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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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낡은 그네의 녹슨 사슬부분을 잡고 차분하게 발을 움직이자 어릴 때의 몸으로 돌아간 듯 그 때보다 낡은 몸이 하늘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겨우 1초 정도 궁중에 멈췄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 잠시 잡혀있던 현실에서 벗어난 듯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몇 번 그렇게 발길질을 하며 궁중에 뜨고 내려오고를 반복할 때 그녀가 도착했다. 초췌한 얼굴의 푸른 머리를 지닌 여성이었다. 긴 머리를 틀어 묶고, 어딘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정장을 입고 있었다. 눈가에는 약간의 기미와 주름이 살짝 보였지만 나이에 비해 젊어보였고, 무엇보다도 세월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기품 있는 여성이었다.
여인은 그를 보자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아, 미리 와 계셨군요. 죄송해요, 기다리게 해서.”
“기다린 적 없는데요?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는 그네여행을 하고 있었죠.”

넉살좋게 남자가 답하자 여인은 풋하고 입을 가리며 살짝 소리 내어 웃었다. 그 웃음에 남성도 같이 마주보며 웃었다. 여인은 아파트 현관에 있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남성과 같이 집으로 들어갔다. 혼자 사는 여자 집에 들어가기가 꺼림직 해 남자가 근처 찻집을 권했지만 여성이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집으로 안내했다. 여성에게 있어 그만큼 남성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세련된 곳은 아니지만 혼자 사는 여성이 살기에는 방범이 잘 되어 있는 좋은 아파트였다. 혼자 살기에 방 하나에 부엌과 화장실뿐인 곳이지만 그랬기에 여인에게는 적합한 주거지일지도 모른다.
따듯한 커피와 곁들여 먹을 과자를 쟁반에 담아 갖고 오고서 여인은 차분히 그 앞에 앉았다. 여인과 남성은 코테츠를 사이에 두고 앉아있었다.

“그 아이는 요즘 어떤가요 P씨?”

여인의 물음에 P는 커피를 한 잔 마시고서 답했다.

“여전합니다. 그래도 예전보다 좀 더 웃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거 다행이군요.”

여인은 안심한 듯 웃으면서도 씁쓸한 빛을 띄었다. 여인, 키사라기 치하야의 어머니는 자신도 같이 커피를 마신 후 과자를 집어 차분히 입에 가져갔다.

“얼마 후면 치하야의 생일파티를 할 예정입니다.”

P의 말에 치하야의 어머니는 커피를 들어 올리던 손을 멈췄다. 아이의 생일을 모르는 건 아니다. 단지 그 이야기를 꺼낸 저의를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치하야의 생일 날, 치하야를 축하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우리 때문에 고생한 아이입니다. 이제와 무슨 얼굴로 그 아이를 축하해주어야 할지…….”

나약한 그 대답에 P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상대를 보았다. 치하야가 나이를 먹으면 그리 될까 싶을 정도로 치하야와 닮은 모습이 많았고, 치하야의 미모는 어머니에게서 몰려받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지 안타까운 것은 그 특유의 컴플렉스가 되는 부분은 어머니에게서 몰려 받지 못한 듯싶었다.
그녀는 늘 딸에 대한 걱정으로 힘들어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만난 치하야의 프로듀서에게 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이 후 연락처를 주고받아 딸에 대한 안부를 간간히 묻다가 이렇게 사이가 가까워졌다.

“치하야는 동생과의 일을 어느정도 극복했습니다.”
“당신과 좋은 친구들이 있었던 덕분이지요. 그 아이의 엄마로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치하야의 어머니는 그 머리를 살짝 숙여 감사를 표했다. 치하야가 웃게 된 것만으로 그녀로서는 정말 갚을 수 없는 빚을 진 기분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딸과 못 만난지 오래되었다. 간간히 통화를 하였지만 얼굴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였다. 치하야도 그렇지만 어머니인 그녀도 서로에게 다가갈 용기를 내지 못한 것이다. 남편과는 이미 예전에 이혼해 남남이 되었다. 그런 그녀에게 남은 가족은 딸린 치하야 뿐이었다.

“딸이 용기를 내었으니 이제 어머니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P는 무언가 다짐한 강한 어조로 치하야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치하야의 어머니는 그 말에 시선을 돌렸다.

“알고는 있지만, 마음 먹기가 싶지 않네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치만…….”
“전 치하야의 미소를 계속 지켜주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도움이 적실히 필요합니다.”
“……그 아이의 프로듀서이기 때문인가요?”
“그 아이의 새로운 가족이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 당돌한 고백에 치하야의 어머니는 놀라 눈을 크게 뜨며 손으로 뜨거워지려는 볼을 받쳤다. 자신의 딸의 새로운 가족이 되고 싶다면 그것은 남편이 되고 싶다는 말이 아닌가?

“그 아이의 어머니인 저에게 당당히 말하시다니……. 보기보다 뻔뻔하신 면도 있으셨군요.”
“그 아이를 행복하게 해줄 사람이 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단호한 어조에 치하야의 어머니는 이내 씁쓸하게 웃었다.

“치하야에게 허락은 받으신 건가요?”
“아직은 아닙니다. 일단 어머니께 먼저 알려야할 것 같아서…….”

치하야의 어머니는 말을 하지 않고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따듯한 커피를 마셨다. P는 그런 치하야의 어머니를 긴장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치하야 본인과도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지만 일단 그녀의 어머니에게 먼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치하야의 어머니는 힐끔 P의 얼굴을 살폈다.
자신의 딸의 새로운 가족이 되어 그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사람. 어머니 자격이 없는 자신에게 그것을 고백하며 도와주기를 원하고 있다. 그 아이의 행복이 관련되어 있다면 자신에게는 허락하고 말고 할 자격이 없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 사내가 어떤 사람인지. 딸의 일로 자주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이 사내에게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은 없었다.
그럴 필요 없는데 자신까지 찾아와서 딸에 대해 상담하던 고지식한 사내다. 어쩌면 고집스러운 면이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다 당돌하거나 엉뚱한 면도 있다. 지금의 고백도 그렇다. 진정 딸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거면 딸한테 먼저 말하는 것이 좋을 텐데 말이다. 아마 이것은 자신과 딸을 화해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듣기로는 딸은 나를 원망하지 않는다는 것 같다. 그래도 어머니로서 힘들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동생인 유우를 잃고 가장 가까이 있었어야할 아버지와 자신은 서로 사이가 나빠져 이혼하면 딸을 나 몰라라 내팽겨 쳐 버렸다. 그것에 늘 미안하고  딸이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할 생각이다.
자신의 딸이 나오는 방송을 자주 본다. 그래서 알고 있다. 최근 자신의 딸의 미소는 자연스러워졌다. 카메라와 팬들 앞이라서 짓는 미소가 아닌, 스스로 즐거워서 웃고 있었다. 그렇게 웃을 수 있게 된 건 동류와, 그리고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내 덕분일 것이다.
이런 사내가 그 아이의 새로운 가족이 되어준다면 그 아이는 예전처럼 밝게 웃어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한다면 예전의 치하야로 돌아갈 수 있을 까요?”

어릴 때 치하야는 잘 웃던 아이였다.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동생인 유우를 잘 챙겨주기도 했다. 그 때의 치하야는 지금보다도 밝았다. 그랬기에 그 때의 치하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 기대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P는 그것을 부정했다.

“아니요. 치하야는 더 이상 그 때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런가요.”

실망했지만 납득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사내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의 치하야가 그때보다 행복하지 않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깐요. 치하야는 지금도 옛날에 지지 않을 정도로 행복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치하야의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은 착각하고 있었다. 그 아이가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으면서 자신은 과거의 치하야를 바라고 있었다.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 대답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남자라면 치하야를 믿고 맡길 수 있었다. 그리 생각하자 치하야의 행복을 위해 자신도 용기를 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치하야의 어머니는 엷게 웃으며 P를 바라보았다.

“치하야의 생일 날, 저녁에 그 아이를 만날 수 있을까요?”

그 대답에 P도 같이 웃었다.



2월 25일. 이 날짜를 몇 번이고 확인하며 P는 어쩐지 긴장된 얼굴로 보컬레슨을 하고 있는 치하야를 보고 있었다. 손목에 찬 시계나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의식하는 그는 어쩐지 안절부절 못하기도 했다.
치하야의 생일파티는 저녁시간이 지난 후에 있을 예정이다. 치하야와 치하야의 어머니 일은 치하야 본인을 제외한 동료들에게 말해 양해를 구한 후였다. 모두 이해를 해주고 있었고, 이번 기회에 치하야랑 어머니가 화해해 치하야가 가족에게서 사랑을 받길 원하고 있었다.
홀로 있는 치하야는 본인은 괜찮은 듯 하지만 옆에서 보기에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치하야를 데려가는 사람은 프로듀서인 P였다. 그 때문에 방송일은 아니지만 소중한 아이돌의 일이니 긴장했나 싶지만 그 반응이 심해 리츠코가 이상해 물었다.

“치하야의 일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너무 긴장하시는 거 아닌가요?”

리츠코의 질문에 P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게 티나?”
“네. 옆에서 느껴질 정도로. 혹시 어머니를 만나게 하는 것만이 아닌 다른 일도 있나요?”

리츠코가 예리하게 안경 너머의 눈을 빛내며 묻자 P는 머리를 긁적였다. 말하는게 좋을까?
리츠코라면 신뢰할 수 있다. 결코 함부로 소문을 내지 않고, 게다가 오늘이 지나면 알려질 일이니 리츠코에게 정도라면 이야기해도 좋을 것이다.

“다른 아이돌들에게는 비밀로 해주시겠어? 어차피 내일이면 알려지겠지만.”
“약속할게요. 무슨 일이죠?”
“그게, 어머니와 치하야가 모인 자리에서 결혼승낙을 받을 생각이야.”
“…….”

예상치 못한 말에 리츠코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결혼이라면 역시 치하야와? 그럴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굳이 치하야와 어머니가 만나는 앞에서 이야기할 필요 없겠지. 
리츠코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물었다.

“그건, 치하야도 알고 있나요?”
“치하야는 아직 몰라. 어머니하고는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럼 아직은 모르는 군요.”
“하지만 치하야가 허락만 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결혼날짜를 잡고 싶어.”
“아이돌 일은 어쩌고요?”
“치하야의 일에는 지장이 되지 않도록 조심할거야.”

이미 결심을 굳힌 단호한 어조였다. 자신이 말려서 듣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리츠코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각오하셨다면 말려도 듣지 않으시겠군요.”
“멋대로라 미안해.”
“그게 치하야의 행복이라면 저도 개인적으로 말리고 싶지 않아요. 단지…….”

리츠코는 P를 보다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치하야가 그 프로포즈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 왜냐하면 치하야도 자신의 프로듀서이자 제일 신뢰하는 남자인 그를 사랑하고 있을 테니깐.
마음이 아팠다. 그를 사랑한 건 치하야만이 아니니깐. 하지만 그렇다고 방해할 생각은 없다. 방해를 한다해도 그와 이어질 일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저 정도로 굳은 결심이라면 어느정도의 장해가 있어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꼭 치하야를 행복하게 해주세요.”
“그렇게 할게.”
“치하야는 최고의 생일 선물을 받게 되겠군요.”
“……응원해줘서 고마워.”
“동료잖아요.”

그리 말하고서 리츠코는 웃어준 후 몸을 돌렸다.

“그럼 전 잠시 나갔다올게요. 어쩐지 피곤해서 바람이라도 쐬고 싶어요.”
“응. 내가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쉬어.”

P의 대답을 들으면서 건물 밖으로 나갔다. 나가는 리츠코의 눈에는 눈물이 어려있었다. 그에게 고백도 못하고 실연을 당하게 된 것이지만, 슬픈만큼 믿지는 않았다. 자신이 운만큼 그들이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치하야의 레슨이 끝난 후 P는 치하야를 차에 태우고 약손 된 식당으로 향했다. P가 갑자기 자신을 데리고 어디론가 가자 치하야는 이상함을 느꼈지만 그래도 순순히 따라갔다. 자신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남자다. 자신에게 나쁜 일은 하지 않을 거라고 믿을 수 있었다. 단지 행선지에 관해서만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거죠?”
“식당으로. 치하야의 생일을 축하해주려고.”
“……후후, 아직 파티준비가 안 끝나서 시간을 끄시려는 거군요?”

치하야가 짐작해 웃으며 말하자 P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알고 있었어?”
“모두 숨기려했지만 어색한 모습들이 있어서요. 특히 유키호와 하루카는 거짓말을 잘 못하거든요.”

하루카 특유의 딴청을 부리는 표정과 유키호의 당황했을 모습이 저절로 상상되었다. P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웃고 말았다.

“그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기대하지는 않았으니깐.”
“그래도 그 아이들의 노력을 쓸데없는 걸로 만들기 싫어서 모르는 척 했지만요.”

치하야의 그 마음씀씀이가 고마워 P는 차가 잠시 멈췄을 때 치하야를 보며 고마움을 표했다. 

“치하야를 놀래게 해주려 했는데 역으로 치하야에게 도움을 받아버렸구나. 고마워.”
“이정도로 도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치하야가 이해심이 많아서 다행이야.”
“프로듀서…….”

P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치하야는 얼굴을 붉혔다. 그 때 신호가 바뀌며 차는 다시 출발해 그 손을 떼어냈다. 떨어지는 손에 치하야는 어쩐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차를 운전하며 P는 이어 말했다.

“그럼 있다가도 그 이해심을 발휘해주길 바래.”
“네?”
“…….”

치하야가 이어진 말에 의문을 표했지만 P는 입을 다물며 어쩐지 긴장된 표정으로 차를 몰았다.
곧 둘은 어딘가 고급스러워보이는 레스토랑에 도착하게 되었다.



“여기서 기다려줘.”
“저, 프로듀서? 여기 너무 비싸지 않나요?”

치하야가 안절부절 못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냥 시간을 때우기 위해 온 것치고는 지나치게 좋은 식당이었다. 그만큼 가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괜찮아. 왜냐하면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깐.”

그 말에 치하야는 다시 감동한 듯 얼굴을 붉혔다.

“프로듀서, 그렇게까지 저를…….”
“그럼 난 잠시 나갔다 다시 올게. 좀 기다리고 있어.”

그리 말하며 P는 치하야를 놔두고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게 되자 치하야는 긴장된 표정으로, 하지만 평소와는 다를 것 없는 무표정으로 P와 식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 때 자신의 자리 앞에 누군가 앉았다. 치하야는 P가 온 줄 알고 그쪽을 보았지만, 상대를 본 순간 치하야의 두 눈이 커졌다.
자신의 앞에 앉은 사람은 자신의 어머니였다.



“…….”
“…….”

두 사람 다 서로 말이 없었다. 몇 년 만에 만난 모녀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 어떤 말부터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곧 식사가 나오며 2인분의 음식이 서로의 앞에 놓여졌다. 그 음식의 수를 보고 처음부터 계획된 일임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더불어 그가 왜 그리 긴장했던 건지도. 
자신을 이해서 한 일일 것이다. 자신이 좀 더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보인 만큼 거기에 응한 것일 거다. 그 마음을 알기에 자신도 힘껏 응하고 싶었지만, 너무 갑자기라 당황스러웠다.
입을 연 것은 어머니 쪽에서였다.

“음식이 식겠다. 그 사람이 겨우 준비해준 자리와 음식인데, 허투로 해서는 안되겠지.”

그 사람이 자신의 프로듀서를 말함을 알고서 치하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를 하면서도 서로 말이 없다가, 이번에는 치하야 쪽에서 입을 열었다.

“어떻게 지내셨어요?”
“직장을 다니고 있어. 사무직인데,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 그러는 너는 아이돌 일은 힘들지 않니?”
“네.”

치하야의 대답은 짧았지만 어머니의 질문은 다행히도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너의 노래를 가끔 듣고 있단다.”
“…….”

어쩐지 부끄러워 대답을 못했다. 자기의 모습을 계속 보고 계셨구나. 그리 생각하니 어쩐지 가슴이 뭉클했다.

“아주 좋은 노래야. 앨범도 갖고 있단다. 근데 노래를 들으려니 내가 갖고 있는 플레이어가 작더구나. 점원에게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걸로 부탁해서 산건데…….”

좋은 노래란 말에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풀어지려다가 이어진 말에 의아함을 보였다. CD라면 듣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기계치인 자신도 잘 사용하니깐.

“저, 혹시 지금 갖고 계세요?”
“CD와 플레이어기 모두 갖고 왔단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해드백에서 두개를 모두 꺼냈다. 그 두개를 보고서 무심코 치하야는 풋하고 웃고 말았다.

“이건 MP3플레이어에요. 이걸로 CD는 재생하지 못해요. 점원이 오해하고 이걸 추천해준 것 같네요.”
“그러니? 난 잘 모르고 산거라……. 곤란하구나.”

어머니가 당황한 듯 말하자 치하야는 자신의 가방에서 들고 다니던 CD플레이어기를 꺼냈다.

“제거랑 교환하실래요? 이거면 CD를 들으실 수 있으세요.”
“괜찮겠니?”
“최근에 어머니가 산 쪽이 유행이거든요.”
“그러면 부탁하마. 아, 그리고 앨범에 사인도 해주겠니? 딸아이의 앨범이니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구나.”

말하는 사이에 둘의 입가는 풀어지고 있었다. 자신의 기계치는 어머니에게서 몰려 받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자신들은 확실히 모녀란 생각이 들었다. 
앨범케이스에 사인을 해주려다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잠시 고민했다. 그래서 슬쩍 어머니를 보았지만 어머니는 묵묵히 자신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입가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미소가 어려 있었다.
순간 치하야는 사인을 적으며 짧게 적었다.

-사랑하는 딸이 어머니께.

그 사인이 적힌 앨범을 받고서 어머니는 말이 없었다. 단지 무언가 생각하듯 소중하게 그 앨범을 손으로 쓰다듬었을 뿐이다. 그 모습을 보다가 치하야는 CD플레이어에 꺼내둔 자신의 앨범을 넣어주었다.

“이렇게 넣으셔서 플레이어 버튼을 누르시면 들으실 수 있어요.”
“그러니?”

어머니는 치하야가 이어폰을 건네주자 순순히 이어폰을 끼며 노래를 감상했다. 딸아이의 목소리가 그 작은 이어폰에서 자신의 귀에 들렸다. 어쩐지 묘한 기분이었다. 눈앞에 딸이 있는데도 다른 곳에서 딸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노래를 들으며 자신의 딸을 보니 어쩐지 즐거워하고 있었다.
예전의 밝은 미소는 아니다. 하지만 그 미소에 지지 않을 정도로 좋은 미소였다.

[치하야는 지금도 옛날에 지지 않을 정도로 행복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P의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 말이 옳았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치하야의 어머니는 조심히 CD플레이어를 멈추며 이어폰을 귀에서 뺐다.

“정말 잘 부르는구나.”

많은 칭찬을 해주고 싶은 노래였지만, 자신에게는 불행히도 말재주가 없었다. 그거에 딸 아이가 혹시나 실망하지 않을까 했지만, 치하야의 표정은 그 말에 기뻐했다.

“그런가요?”
“그래. 대단하구나. 직장 동료들에게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그래도 되겠니?”
“네.”

짧은 말들이 오갔을 뿐이지만 그 말 이상으로 많은 마음이 오갔다. 치하야의 어머니는 이 시간을 기다리며 불안해했었다. 혹시나 딸이 자신을 보고 바로 떠나지 않을까, 아님 식사 시간 내내 어색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분위기가 좋아 여러가지로 기쁜 마음이었다. 
그것은 치하야도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그 분위기로 만들어준 것이 자신의 노래임음 아니 더더욱 기뻤다.
자신의 노래는 역시 옳은 것이었다.
둘은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어머니 쪽에서 문득 생각 났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말을 못했구나. 생일 축하한단다.”
“고마워요 ……엄마.”

엄마란 단어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치하야도 오랜 만에 부르는 단어에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몇 년을 지나 겨우 다시 가족 같은 분위기로 돌아가고 있었다.
얼마나 후회했던가.
얼마나 안타까워하고 슬퍼했던가.
그랬던 관계를, 불가능 할 거라 생각했건 딸과의 관계를 회복해가고 있었다. 이것은 모두 그 남자 덕분이었다.

“그 사람에게 고마워해야겠구나.”
“네, 저도요.”

누구인지 말하지는 않았지만 딸도 아는 듯 했다. 당연하다. 현재 딸아이에게 제일 가까운 남자니깐.

“그, 미안하구나. 선물을 주고 싶지만 뭘 준비해야할 지 알지 못해 준비하지 못했단다. 혹시 갖고 싶은 거 없니?”
“괜찮아요. 이미 받았는 걸요?”

치하야는 웃으며 어머니와 교환한 MP3를 들어보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단 생각해 어머니는 다시 물었다.

“그래도 그걸로는 부족하단 생각이 들구나. 갖고 싶은 게 없음 부탁하고 싶은 거는 없니?”
“그렇다면 저기…….”

그 말에 치하야는 우물쭈물하며 무언가 부끄러워했다. 그 모습에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어쩐지 치하야의 어머니는 안심을 했다.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어머니로서 기쁜 일이었다.
그 때문에 편안히 미소지었다.

“말해보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노력해주마.”
“내일, 아침을 같이 먹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

주저하며 그리 말하자 어머니는 말을 잃었다. 
어머니가 차려둔 아침식사. 
누구에게나 당연한 평범한 식사지만, 이 아이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혼자서 자고, 혼자 식사를 한다. 그렇다면 식사도 당연히 부실해지고, 맛보다는 간단히 먹을 것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영양에 문제가 있다.
그 마른 몸을 보면 그것은 잘 알 수 있다. 특히나 빈약한 가슴은 그 이유가 클지도 모른다.
딸에게 실례인 생각을 하며, 자기가 말이 없자 불안해 하는 딸을 보며 울 것 같은 마음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우리 집에서 자고 가지 않겠니?”
“……그래도 되나요?”
“아침을 먹으려면 둘이 같이 자는 게 좋으니깐. 아니면 내가 너의 집에서 자도 괜찮고.”

그 대답에 치하야는 밝게 웃었다. 
둘은 대화를 한참 나누고 있을 때 치하야의 곁으로 P가 다가왔다.

“저, 곧 생일파티가 있어서 그러는데……. 어머니도 같이 가시겠습니까?”
“그래도 괜찮을까요?”
“같이 가요, 어머니.”

어머니의 질문에 치하야가 대신 답했다. 그 모습에 P는 잘 되었다는 것을 알고 어머니를 보며 웃었다. 그 때 어머니가 P와 시선을 맞추며 웃고서 치하야에게 입을 떼었다.

“그러고 보니, P씨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구나.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고.”

그리 말하자 P는 긴장을 한 듯 심호흡을 하며 치하야의 옆이 아닌 치하야 어머니의 옆에 앉았다. 그 옆에 앉은 치하야의 어머니도 어쩐지 긴장한 듯 했다. 무슨 일일까 싶어 두 사람을 보는데 P가 입을 열었다.

“치하야, 갑작스럽겠지만 치하야가 허락해주었으면 하는 일이 있어. 어머니께는 이미 허락을 맡은 후야. 치하야에게 말도 없이 이런 일을 먼저 우리끼리만 이야기해 미안하지만, 난 최대한 빨리 일을 진행시키고 싶었어.”
 
그 말에 치하야는 어쩐지 자신도 긴장되는 것을 느끼며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난 너의 새로운 가족이 되고 싶어.”

치하야는 예상하지 못한 고백에 순간 숨을 들이켰다.

“……네?”
“너무 갑작스럽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치하야가 어머니를 만나고 화해한 이런 특별한 날 허락받고 싶다고 생각했어.”
“저기, 그 말은?”
“너와 화해할 수 있도록 같이 고민해주고, 너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하며 나에게 상담하러 온 사람이 이 사람이란다. 이 사람이라면 난 믿을 수 있단다. 너는 어떠니?”

어머니까지 그렇게 거들자 치하야는 놀란 눈으로 두 사람을 보았다. 두 사람의 눈은 진지했다. 두 사람 다 진심이었다.
갑작스럽지만 솔직히 말해 그 고백은 기뻤다. 자신도 상대를 좋아하고 있었다. 거기다 어머니로부터의 허락까지. 자신이 상상했던 이상적인 행복 중 하나였다. 
얼굴을 붉히며 얼굴을 푹 숙인 치하야는 작게 답했다.

“……저, 저도 좋아요…….”
“치하야!”
“정말 고맙구나.”

두 사람은 치하야의 대답에 기뻐했다. 기뻐하는 두 사람의 말에 치하야도 웃었다. 기뻐서 울 것 같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겠지?

“나, 호적상으로는 아버지가 아니지만, 그래도 치하야를 친딸처럼 생각하며 지켜주도록 할게!”
“프로듀서 기뻐…… 네?”

그의 말에 기뻐하려던 치하야는 이해하지 못할 단어에 그를 쳐다보았다. 
어머니도 기쁜 미소로 말했다.

“이 나이에 11살이나 어린 사람과 재혼이라니,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의 사정을 잘 알고,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니 이 사람 밖에 없다고 생각한단다. 이혼해서 어머니가 재혼을 하면 싫어하는 아이도 많다고 해서 걱정 되었는데, 역시 이 사람을 선택하기 잘했구나.”
“그게 대체 무슨?”
“어제 갑자기 이 사람이 고백하며 나에게 청혼할 때는 거절하려 했단다. 하지만 네가 이렇게 기뻐하며 허락하는 것을 보니 역시 받아들일 수 밖에…….”
“치하야, 난 꼭 너의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줄게! 그리고 친아버지가 있으니 아버지는 될 수 없지만, 그래도 그에 지지 않도록 널 사랑해주도록 노력할게!”
“대체 두 분 다 무슨 소리를?”

치하야가 어리벙벙해 하며 이해를 못하자 치하야의 어머니오 프로듀서는 서로의 손을 꼭 잡으며 치하야에게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꼭 행복하게 살게.”
“고맙구나, 내 재혼을 축하해주어서.”
“…….”

그 말을 들은 치하야는 멍하니 두 사람을 쳐다보다가 이내, 기절해 쓰러져 버렸다.

“치, 치하야!”
“치하야 정신차려!”

당황하며 쓰러진 치하야를 부축하며 프로듀서는 급히 리츠코에게 연락했다.

“리츠코, 미안. 오늘 파티 무리일 것 같아.”
[네?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치하야의 어머니랑 결혼할 거란 이야기를 했더니, 축하해주던 치하야가 왠지 기절해 버렸어!” 
[……그건 또 대체 무슨 헛소리에요!?]

치하야에게는 새로운 가족이 생기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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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의 생일 날을 기념해 치하야가 어머니와 화해하고, 새로운 가족까지 얻게 되는 해피엔딩 팬픽을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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