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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X신데마스] 빛나는 우리들의 황금같은 나날들!!! - 2. 이웃집 도시전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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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0, 2014 22:37에 작성됨.

[이걸로 번호 등록은 완료했다. 섀도 타임의 정보 정도는 언제든지 보내주겠네]

"감사합니다."

퇴근 후, 지하 1층 기지의 번호를 등록하였다. 비록 같이 활동하지는 않더라도, 섀도 타임의 정보는 보내주겠다고 했다. 솔직히 이건 살았다고 보면 될까. 만일 섀도 타임의 정보를 받지 못한다면 언젠간 죽을 수 도 있겟지.

[아, 그리고 시부야였나? 그 아가씨 이름이.]

전화기 너머로 쿠로사와 순경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번호가 제대로 등록되었는지 확인할 겸, 전달해야 할 정보를 전해준다고 했다.

"시부야 린입니다. 린의 번호도 등록했나요?"

나도 어느새인가 린을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뭐, 어젯 밤 그렇게 격렬했으니 무리도 아닌가. 아니, 결코 이상한 뜻은 아니라고? 어디까지나 격렬했던 건 내 쪽이지 린은 별로 호응이..... 관두자. 왠지 슬퍼진다. 딴죽 없는 바보짓은 허무할 뿐이다.

[등록했다. 덤으로 페르소나 각성 장치도 주었지.]

".....그거 위험한 거 아닙니까? 그런 식으로 막 줘도 돼는 건가요?"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 페르소나를 각성하는 장면을 그대로 봤으니, 뭔가 영향을 받아서 다시 섀도 타임에 불려가도 이상하지는 않아."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혹시나 아무런 생각 없이 자기 페르소나를 내보낼 거라는 걱정이라면 안 해도 되네. 아무 생각 없이 쓰기엔 적합하지 않은 물건이니까]

"적합하지 않다?"

[정확히는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말이야. 아무튼 시부야가 페르소나 각성 장치를 갖고있다는 건 알아두게. 참고로 오늘 섀도 타임 발생 확률은 43%라네]

너무 애매한 거 아닙니까. 설마 진짜 일기예보였을 줄이야. 오늘 밤 비 올 확률도 45%정도 된다던데.

[뭐 그런 거지. 아키하가 열심히 개량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제대로 할려면 슈퍼컴퓨터가 한대 쯤 더 필요하다더군. 역시 거기까지는 예산이 안 나와.]

"그러고보니까 그 단체는 어디 소속이죠? 쿠로사와 순경님이 있는 걸 보니까 정부 쪽 조직 같은데......"

[정부 쪽의 비밀조직일세. 그 외에도 키리조 그룹에서 많은 지원을 받고 있지.]

키리조 그룹인가. 첨단과학 관련으로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곳이였지. 설마 이런 곳에 손을 대고 있을 줄이야. 갑지기 무서워진다.

"....그럼 이만 끊겟습니다. 슬슬 밤이 늦었으니 저도 자는 게 좋겠죠."

[알겟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행여나 섀도 타임에 말려들어간다면 우선 주변에서 싸우는 페르소나 보유자들을 찾게. 그들과 같이 있는 게 더 생존확률이 높아질 걸세.]

쿠로사와는 마지막까지 당부를 아끼지 않고선 전화를 끊었다. 냉정해 보이지만 의외로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섀도 타임 정보도 아무런 대가 없이 제공해주고, 여러 가지로 살아남을 만한 방법도 알려주고 있다. 뒤에 타산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일단 믿어볼만한 사람인 것 같다.

"후우......"

저녁 8시 반. 무언가를 하기엔 애매한 시간이다. 12시까지 남은 시간은 3시간 반. 자기 전까지 잠깐 책이나 읽어볼까. 아마 관용이라던지 지식이라던지가 오를지도 모른다. 어째서인지 용기를 올려야 할 것도 같지만, 그건 나중으로 할까. 일단은 저녁식사다.

"......이렇게 듣기는 햇지만 믿기지가 않네......"

어젯 밤의 일도 사실은 꿈일지도 모른다. 뭔가 긴 악몽을 꾼 끝에 일어나보니 아무것도 특이할 것 없는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이 꿈 속이 아니라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어쩌면 난 인간의 꿈을 꾸는 나비일지도 모른다. 그 나비의 꿈을 꾼 인간일지도 모르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꿈 속이 더 현실감있게 느껴질 정도다.

폰에 저장된 통화내역과 전화번호를 확인해보았다. 음, 쿠로사와 순경의 번호와 아키하의 번호와 린의 번호가 다 들어있다. 게다가 문자로 [금일 섀도 타임 발생 확률은 43% 입니다. 일주일간의 예보를 원하시는 경우엔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까지 써 있었다. 그러고보니 어플리케이션도 설치해 놨었지. 어플리케이션을 확인해 보자 이번 1주일간의 예보가 나와있었다. 오늘 이후로는 전체적으로 10% 미만의 확률이였다.

"하아......"

수 많은 진실이 진정한 진실을 가리는 이 시대에, 이렇게 고전적으로 숨어있는 진실이 있을 줄이야. 존 커틀러 박사가 보면 부러워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운 없는 어느 날 밤에, 운 없게 말려들어가 아무 일 없던 인생에 종지부를 찍게 되는 시대. 미지의 위험은 미지 속에 묻혀서 단지 한 때의 기담항설로밖에 치부되지 않는다. 어쩌면 예전 야소이나바 시에 돌았던 마요나카TV라는 것도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 이전에는 아마 집단무기력 사건이 있었지. 덤으로 왠 사이비종교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반짝 유행했었고. 그것들 모두가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니까 아직 밥을 안 먹었네."

어쩌면 이 밥이 마지막 밥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편의점에서 사온 에다마메를 반찬 겸 안주삼아 맥주와 함께 마셧다. 적당히 싼 맛에 사온 아사히 드라이 특유의 넘치는 탄산맛이 목을 찌른다. 기왕이면 에비스나 산토리 프리미엄몰츠를 사올 걸 그랬다. 아니면 기린 이치방시보리라던지. 쥰마이 다이긴죠같은 사케는 너무 큰 사치일지도 모르고.

아니, 다르게 생각해보면 거품밖에 올라오지 않는 맥주가 나을지도 모른다. 마치 내 인생처럼 번듯하게 포장해 놨을 뿐인, 실제적인 가치는 전무한 드라이맥주야말로.....

"쓸데없이 우울해지는구만. 샤워나 할까."

밥을 반이나 남긴 시점에서의 샤워는 아무리 봐도 우울함 이외의 감정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일단은 우울함을 털어내는 게 좋겟지. 쓸데없이 우울해졌다가 괜히 12시까지 잠에 들지 못하면 큰일이니까. 온수도 틀어놓고, TV도 틀어놓고 적당히 시간이나 때우다가 자자. 원룸이지만 있을 건 나름대로 다 갖춘 곳이다. 집세도 싸고. 바퀴벌레가 돌아다닌다는 걸 제외하면 괜찮은 곳이지. 무엇보다 TV랑 인터넷이 기본으로 제공되는 곳이니.

.......흐음....

...아아, 이거 재밌네......

.....그러고보니까 이사오기 전에 사두고선 안하고 있던 에로게가......

.......오오, 설마 일루젼의 전성시대가 다시 찾아오는 건가? 아무리 취향을 타는 회사라지만 이건 좋은데?

.........아, 나이스보트 떠버렸다. 게다가 이젠 상대방도 죽여버리네. 아 몰라. 일단은 화장실로.

............갑자기 모든 게 다 허무해진다.... 난 대체 왜 저런 걸 사서 한 걸까....?

...쿠라하시 요에코의 노래나 좀 들어야지. 밤에는 밤에는 반성문 제출하겠습니다.....

".....그러고보니까 지금 시간이....?"

문득 정신을 차리고 시간을 보니, 어느새 11시 53분이였다.

......뭐? 10시 53분이 아니라 11시 53분? 35분도 아니라 53분?!

".....망했다... 아하하... 망했다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악!!!!! 내가 다시는 일루젼 사 게임 하나 봐라! 맨날 사람 기대시켜놓고 실망시키는 게 일루젼 퀄리티지! 난 몇 번이나 속아놓고서도 또 속았어!!! 스쿨메이트 1은 다신 돌아오지 않는다고!!!!!!

"빨리 샤워하고 자자! 우선 온 몸에 찬물을 끼얹고.... 좋아! 이걸로 끝! 이빨도 닦았으니 지금 시간은.... 58분이잖아!!!!! 필살 이불 긴급 다이비이이이잉!!!!!!!"

좋았어! 이걸로 2분 내에 잘 수 있어! 가끔씩 내 재능이 두려워지는군, 후후후........

"게다가 오늘 섀도 타임 발생 확률은 43%다! 어차피 안 말려들어갈 확률이 더 높아! 그래! 오늘은 내 운을 믿는 거야! 부디 와시즈 이와오 님의 가호가 있기를!!!!"

[쿵, 쿠궁, 쿠구구구구, 쿠쿠궁!]

"망하아아아아알!!!!!!!!!!!!"

축하드립니다! 나님께서는 섀도우 타임에 말려들어가 버렸습니다! 오늘 밤 무사하게 살아나오기를 바래염~ 내일 우리 시체로 만나는 불상사가 없도록 합시다~ 이상 섀도 타임 레이드 협회로부터의 안내방송이였습니다~

"는 무슨 난 뭔 전파를 맞은 거야!!!!! 어차피 와시즈 급 가호도 없는데!!!!!"

그 말을 하자마자 갑자기 창가에서 무언가 날아왔다. 직육면체다. 앞이 투명한 것 같다. 섀도인가 해서 빨리 페르소나를 꺼냈다.

"론, 론, 론, 론, 론, 론, 론, 론!!!!!"

"이건 뭔 와시즈 마작패처럼 생긴 섀도인거야!? 일단 콜드플레이로 부흐!!"

콜드플레이로 부흐를 날렸다. 그런데 왜인지 잘 먹히지가 않는 것 같다.

"도라 3! 도라 3! 도라 3! 도라 3!"

앞이 투명한 마작패가 육탄돌격을 시도한다. 다행이 팔다리도 달리지 않은 그냥 사각형. 몸을 옆으로 굴러서 피하고 이번엔 페르소나를 이용한 직접 공격.

내개 공격을 맞추지 못한 마작패는 그대로 균형을 잃고서 쓰러졋다. 그 위에 콜드플레이의 돌진이 그대로 박혔다. 저 마작패한테는 치명적이였던 듯, 마작패는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금이 가버렸다.

"중 도라 1, 선하네다아아아!!!!!!"

금이 가서 비틀거리는 마작패 위에, 내가 이사올 때 챙겨온 낚시대가 꽃힌다. 삼촌이 쓰던 걸 그대로 받아온 거라서 어떤 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외로 묵직한 데다가 휘두르기도 쉬워서 여차하면 무기 대용으로 쓸 수 있다. 파닥거리는 마작패를 몇 번인가 후드려패자, 얼마 못 가서 마작패는 산산조각나며 사라졌다.

"어떤 놈들한테는 얼음은 잘 안먹히는건가. 상성이라는 게 있는거군. 좋은 걸 알았어."

행여나 해서 폰을 꺼내서 조작해보지만, 역시 폰을 쓸 수는 없다. 이대로 여기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지만, TV의 상황이 또 이상하다. 아무래도 섀도눈 TV에서 나오는 듯 하다. 그렇다고 내 TV를 부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보증금이 깎여나간다고.

"일단 바깥으로 나가봐야 하나....."

이번에는 멋지게 창문으로 다이빙하지 않고, 조용히 문을 열고 나간다. 문이 굳게 닫힌 방 너머로 괴물들의 울부짖음이 들려온다. 아마 먹이를 찾아헤메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만일 부주의하게 움직이다가 위치를 들키면 아마 그 자리에서 죽는다고 봐도 되겠지.

".....후우...."

어제 밤 처럼 이상하게 변한 세상. 다만 이번에는 건물들이 전부 아름드리 나무로 바뀐 듯 하다. 물론 푸른 이파리 따위는 찾아볼 수 없고, 시꺼멓게 말라 비틀어진 가지들에 비명을 지르는 듯한 과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사람의 고뇌를 그대로 나타낸 듯한 붉은 과일들이 알 수 없는 말로 무언가를 계속 지껄여대는 듯 하다. 아니, 실제로 지껄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니 린은 어떻게 된 거지?"

아직 페르소나를 사용할 수 없는 린인만큼 아무래도 안 휩쓸렸을 것 같지만. 희망사항이긴 해도 린은 휩쓸리지 않았으면 한다. 쿠로사와 순경이 했던 말이 머리 속에서 떠나가지 않지만, 지금은 그저 기도하는 수 밖에 없다.

"우선 페르소나 보유자와 합류해서 같이 싸운다... 였지?"

그렇다면 이 근처에서 소란이 있을 게 분명하다. 쿠로사와 순경이 소속된 비밀부대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시간이 언제 끝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들이랑 함께 있으면 끝날 때 까지는 안전할 게 분명하다.

아아, 마침 시끄러운 소리가 저쪽에서 들린다. 그러고보니까 어제도 저 방향에서 린을 만났었나? 린이 집이 꽃집을 한다고 했으니까 아마 저쪽 방향에 꽃집이 있겟군. 나중에 한 번 들러봐야지. 그런데 저기 작살난 쓰레기통 옆에 누가.....

"린?!?!?!?!"

"프로듀서!!!!!!!!"

---------

마작은 잘 모른다. 아버지가 가끔씩 친구들과 함께 치는 걸 옆에서 몇 번인가 구경한 적은 있지만, 이내 질려선 공부하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마작이 질릴 정도로 재미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건 마작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실례겟지. 다만 내가 세상만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단지 건조하게 눈 앞의 일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마작 역시 마찬가지. 그 이외의 이유는 없다.

좋게 말하면 쿨. 사실대로 말하면 말라붙은. 친구들한테 몇 번인가 상담해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결국 거리감과 또 다른 메마름.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 무미건조함을 받아들이며 그저 담담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어제까지는.

"역마아아아아아아안!!!!!!!"

마작 패가 명확한 살의를 가지고 날아드는 상황에서까지 무미건조하게 있을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인간으로서 끝장난 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난 아직 인간으로서 끝나지는 않은 것 같다. 내 몸은 뇌가 상황을 인식하기도 전에 먼저 반응햇다. 척수 반사라는 걸까. 괴상하게 변한 꽃집의 식물들 사이를 가로질러, 시꺼멓게 타 버린 나무숲 속을 가로질러간다.

"도라도라도라도라도라!!!!!!"

그 뒤를 마작패들이 쫓아오는 건, 무언가 위기감이라던지 절박함이라던지 공포라던지 하는 걸 넘은 한 폭의 초현실주의라고밖에 볼 수 없겠지. 이미 초현실을 현실로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아무런 사정을 모른 채 옆에서 본다면 웃음이 나올지도 모른다. 관객들은 나무에 매달린 얼굴 과일들로 할까. 슬쩍 봐도 웃고 잇는 듯 하고.

"론론론론론론론론론!!!!!"

초현실적으로 목숨이 위험한 이 상황에 대해서 누군가 설명해줬으면 하겠지만, 그걸 요구하기에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이상하다. 무엇보다 지금 설명을 듣는다고 해도 이해할 자신은 없지만. 길거리의 기물을 부숴가며 날아오는 마작패한테 맞아서 방금 부숴진 화분 꼴이 나기 전에 어떻게든 도망쳐야겠지.

"하아... 하아....."

역만인지 론인지 도라인지, 귓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머리는 계속 움직이라고 명령을 내려도,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 손이 떨리고, 발이 떨리고, 온 몸이 떨려온다. 호흡이 가빠져온다. 등 뒤로 우체통이 부숴지고 도로가 패여나간다. 폭력을 자각한 순간 이미 몸은 굳어버린다.

이런 극한 상황에 몰리고서야 나는 처음으로 주변을 메마르지 않은 눈으로 볼수 있게 된 걸까.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정신은 한 줄기 가망없는 희망만을 찾고 있다. 갑자기 마작패들이 추격을 멈춘다던지, 내가 마작패들한테서 여유롭게 도망치던지, 아니면 마작패들이 다른 목표를 찾던지. 물론 가망없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크악!"

더 이상 어떻게 뒤집을 수도 없는 일인 것 또한 분명하다. 마치 쫓기는 히로인처럼 어딘가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졌다. 바닥에 구르고 또 굴렀다. 이윽고 회전이 멈추고, 시야가 돌아가는 것도 멈추자, 눈 앞에 마작패.

"내 1통! 내 1통!"

괜찮아. 조금만 더 냉정해지면 되. 언제나처럼 메마른 감성으로.

"죽는 쯔모! 죽는 쯔모! 죽는 너!!!!!"

마작패가 내게 날아온다. 고개를 급히 숙이고, 옆에 있던 쓰레기통이 널부러져 날라가는 모습을 관찰한다. 관찰? 무슨 소리야. 이건 그냥 보고 있는 거라고. 허리 아래로는 힘이 들어가지도 않아서, 눈도 못 돌리고 그저 보는 거라고. 냉정하게 생각하라고? 그럼 지금 도망쳐아지. 그런데 움직이지도 못하잖아.

이제 와서야 난 눈 앞의 현실을 메마르지 않은 눈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 눈물이 흘러서일 게 분명해.

"...살려줘..... 살려줘...."

더, 더 이상은 무리야. 최대한 냉정하게 있으면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어. 지금까지는 잘 도망쳣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결국 여기서 잡혀버렸어. 아아. 결국 이렇게 되는 거야.

".....혹시...."

무슨 소리야. 이제와서 '그' 가능성이라도 생각하는 거야? 페르소나를 불러내는 장치라고? 그래서, 머리에 총을 들이대고 방아쇠를 당기라고? 마작패가 지금 비웃고 있거든? 지금도 떨리는 손으로 총을 잡았지. 이제 머리로 갖다대야지. 머리까지는 어찌어찌 갓네? 잘 됐네. 저기 마작패 섀도 씨도 기다려주고 있잖아.

"....당겨... 당겨.... 당겨...."

철컥, 하고 방아쇠에 손을 얹는다. 하지만, 결국 거기까지. 단 한발을 당기지 못한다. 마치 자살하기 직전의 사람이 공포 때문에 뛰어내리지 못하는 것 처럼. 사실 모습만 총이잖아. 당기려면 못 당길 것도 없지. 여기서 죽는 것보다야 매일같이 싸우는 게 나을려나?

"버려라.... 버려라....."

당겨. 당기라고. 죽고 싶지 않다고! 살려줘!

"버려라.... 버리고 편해 지거라...."

누가 살려줘!!!!!!!

"린?!?!?!?"

"프로듀서!!!!!!!!"

--------------

"콜드플레이!"

무슨 상황인지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린이 위험하다. 우선 부흐로 시선을 끌 수밖에. 잘 먹히지는 않지만 이거라도 없는 것보다야 났다.

"린! 거기서 떨어져!"

내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듯, 린이 급히 그 자리를 벗어난다. 마작패들도 급히 린을 쫓아가지만, 몇 마리는 부흐 때문에 목표를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 틈에 린을 구출해야 한다.

"우선 한 마리!"

린을 향해 돌진해오던 마작패는 위쪽에서 덮쳐온 콜드플레이의 기타 세례에 그대로 바닥에 박혔다. 길바닥에 이쁜 대나무 무늬가 남을 지도 모르겠다. 혹시 현실에도 여파가 미친다면 확인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대로 뒤따라 오던 놈을 정면에서 막아낸다. 크로스 카운터를 날려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역시 위험해 보였다. 가드에 막혀서 마작패가 버벅대고 있는 사이에 콜드플레이의 기타가 몇 번이고 마작패를 난타한다.

"손패가 꼬이기라도 했냐?!"

이쪽으로도 한 마리 날아온다. 슬쩍 옆으로 몸을 돌려 피한다. 애초에 단순한 직육면체 형태를 한 블록의 돌진공격. 애초에 그닥 빠르지도 않으니 피하는 것 정도는 간단하다. 예전에 운동을 좀 해 놓은 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등짝! 등짝을 보자!"

그대로 등이 비어버린 마작패를 밟고서 낚시대로 매타작을 시작한다. 중간중간 철 프레임이 구겨지고 있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그냥 장대 낚시대가 아니라 접이식 릴 낚시대라서 내구도가 더 강한 게 다행일까.

"미안하지만 이쪽은 아버지가 마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마작패 따위한테 작살날 것 같으냐!!"

마작패를 난타로 깨부수면서, 동시에 콜드플레이를 린의 보호에 돌린다. 저 마작패들, 얼음은 잘 안 먹히지만 능력 자체는 별 거 없다. 콜드플레이처럼 마법 비슷한 걸 쓰는 것도 아니고, 복잡한 공격을 해오는 것도 아니다.

"린! 괜찮아?!"

"프, 프로듀서...."

린은 일단 다친 곳은 없는 듯 하다. 바닥에 주저앉아 있어서 혹시 다리를 삐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닌 듯 하다. 단순히 다리에 힘이 풀린 것 같다. 일단 손을 잡아서 일으켜세우는 게 좋겠지. 그런데 손에 뭔갈 쥐고 있......

".....죄송합니다만 본 프로덕션은 불법적인 총기 소유자와 일하는 것은 지극히 곤란합니다."

"이, 이건 그런 게 아니니까! 머리에 대고 쏘는 거라고!"

"자살이냐! 더 질이 나쁘잖아! 죽기 전에 한번만 더 생각해 봐! 극단적인 선택을 할 필요는 없다고!"

"그, 극단적이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이 멍청한 자식아!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라고! 네가 머리에 총 쏘고 자살했다는 소식 들으면 얼마나 슬프겠어!"

"나 고향 여기거든요?!"

"위험해! 숙여! 온다!"

"이 타이밍에?!"

그야말로 이 타이밍에 마작패 몇 개가 동시에 날라왔다. 일단 최대한 린을 지키면서 싸워야 한다. 적어도 린의 AI가 앵간한 게임 NPC보다 더 뛰어나길 기대하는 수 밖에 없다. 콜드플레이를 이용해 원거리에서 오는 놈들에게 부흐로 조금이나마 피해를 입히고, 가까이 오는 놈들은 콜드플레이와 내가 각자 따로 맡아서 분쇄한다. 애초에 돌진밖에 못 하는 녀석들이다. 부흐로 조금 피해를 입혔다면 정면에서 크로스 카운터를 날려도 깨부실 수 있는 수준이다.

"괜, 괜찮아?"

"아직은! 구조가 올 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

마작패를 처리한 숫자가 십단위를 넘길 무렵,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이거 뭐야..."

공간이 비틀어진다는 감각이라고 설명해야 할까. 느껴본 적은 없지만, 이 이외의 딱히 설명할 만한 표현을 찾지 못했다. 애매한 표현이지만 이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 비틀림을 중심으로, 근처에 있던 마작패들이 뭉치기 시작한다. 건물이였던 나무들이 기괴하게 뒤틀리고, 웃고 있던 과일들은 웃다 지쳐 터져나가기 시작한다. 한 차례 폭풍이 휘몰아치며 시야를 가린다.

"저, 저거.... 뭐야....."

폭풍이 가라앉았다. 급히 눈을 뜨고 앞을 확인한다. 비틀림이 일어난 자리에 내 눈을 의심케 할 만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마작패. 그것도 많이. 그리고, 각각의 마작패들이 서로 거리를 두고 뭉쳐, 온전히 사지를 갖추고 있다. 마치 RPG게임에 나오는 골렘 같다. 아니, 골렘 같은 게 아니라 골렘이다. 마작패 골렘이다.

"S! O! A!"

아까와는 비교도 안되는 스피드. 아까와는 비교도 안되는 파워. 뭉쳐서 사람의 형상을 한 것만으로도 이렇게 강해지는 건가. 방금 전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충격 앞에, 그저 방어밖에는 할 수 없다.

"크윽...."

단순히 위에서 아래로 손을 내리친 것 뿐인데 막는 것조차 버겁다. 4미터 정도 위에서 마작패의 팔을 내리칠 뿐이지만, 그 위력도 스피드도 모든 것이 아까와는 비교할 수 조차 없다. 한 번 막아낼 때 마다 온 몸에 충격이 전해진다. 몸을 가누는 것 조차 버겁다.

"프로듀서!!!!"

"도망쳐! 이 녀석은 내가 막고 있겠어!"

일단 린이라도 살리고 봐야 한다. 나 혼자라면 어찌어찌 도망칠 수라도 있지만, 린은 그것도 불가능하다.

"하, 하지만!!!

"난 신경쓰지 말고 빨리 도망

-------

지금까지는 오른손을 들었다가 내리치고 있었을 뿐인 마작 거인이, 왼손을 이용한 공격을 시도했다. 팔을 죽 늘어트리고 단순히 휘두르기만 할 뿐인 동작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팔을 뻗어서 물건을 집어오는 정도일지도 모른다.

"...프, 프로듀서?! 괜찮아?!"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서 그 행동은 치명적이다. 프로듀서는 위쪽에서의 공격만 신경쓰다가 미처 옆에서의 공격은 신경쓰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단순히 팔을 휘두르기만 햇을 뿐인데, 페르소나와 같이 한번에 날려가 버렸다. 마치 날파리를 치우는 것 같은 동작. 사람이 날파리 같다.

"..크.... 악... 도망쳐...."

프로듀서도, 그의 페르소나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미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 아마 저대로 내버려둔다면 위험할 게 분명하다.

"아......."

마작 거인이 프로듀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미 나는 안중에도 없을 게 분명하다. 아마 저 거인은 프로듀서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릴 것이다.

목숨을 걸고서 날 지켜준 사람은, 이렇게 허망하게도 목숨을 잃게 된다.

누구 때문에?

나 때문에?

나 때문에.

"....안돼..."

나 때문에? 그런 건 안된다. 머리로 총구를 가져간다.

무슨 생각이냐. 프로듀서 말처럼 자살할 생각이냐. 집에 있는 부모님을 생각하라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다. 내가 저걸 이길 수나 있을 것 같아? 저 몸 건강해 보이는 프로듀서도 쓰러졋다고.

손가락에 힘을 주고

내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야지. 방아쇠는 당겨졌어.

"페르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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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이 번쩍이고, 온 몸이 아프다. 솔직히 죽을 것 같다.

"크... 으으...."

린은? 무사히 도망쳤나? 그 전에 나는? 내 몸은 멀쩡한 거야?! 지금은 내 걱정부터....

"...잠깐... 기절....해 있었나...."

잠시 기절해있었던 건 확실하다. 아마 몇 초 안되는 짧은 시간이였겟지만. 그래도 저 마작패 골렘이 날 죽이기엔 충분하고도 넘치는 시간이였을텐데. 혹시나 다른 일이 생긴 걸까? 아니면 단순히 내가 깨 있는 상태에서 날 죽일 생각인 걸까.

대답은 금방 나왔다. 난폭한 바람이 불어닥쳐왔다.

"....어... 라...?"

린? 어째서 아직까지 여기에 있는 거야? 그리고 등 뒤에 저건 뭐지.....? 설마.....

"....잠깐만 버텨줘. 금방 끝낼 테니까."

그렇게 말하곤, 린과 등 뒤의 '페르소나'는 마작패 골렘을 쳐다봤다. 조용한 분노를 담은 눈빛. 아아, 저게 린의 페르소나. 린의 진면목인가.

"윈드토커! 튕겨내!"

바람에 흩날리는 녹색의 천옷을 입은 여신 같다. 골렘이 린을 의식한 듯, 황급히 린에게 팔을 휘두르지만 바람에 밀려서 튕겨져나간다. 골렘의 자세가 무너졌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마작패를 어떻게든 다시 모아서 일어서보려고 하지만, 그걸 린이 가만히 봐주지는 않았다.

"....끝이야. 갈!"

강렬한 돌풍이 휘몰아치며 마작패 골렘을 흩어버린다. 자세를 고치지도 못하고 다시 무너져내리는 골렘에게 다시 한 번 린의 분노어린 돌풍이 몰아친다. 그렇게 몇 번일까, 마작패에 금이 가고, 결국 부숴져내린다. 섀도에게도 죽음은 두려운 듯 어떻게든 린에게서 도망치려 하지만, 린의 바람은 도망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 조각도 남지 않을 때 까지 몰아치고 또 몰아쳤다.

이윽고, 마작패는 조각조차 남지 않고 사라져버렷다. 동시에 세계가 변하기 시작한다. 나무는 다시 본래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돌아가고, 나무열매들은 어느 새인가 사라진다. 부숴진 기물들은 언제 부숴졋냐는 듯 깔끔하게 복구되었다.

"....서.. 프로듀서... 디아...."

아아, 뭔가 따뜻한 빛이 내리쬔다. 몸의 상처가 회복되는 듯 하다. 온 몸의 긴장이 풀린 듯, 천천히 눈을 감는다. 그러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마. 잠깐만 잘 테니까.

...멀리서 달려오는 쿠로사와 순경과 아키하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확인하곤 의식이 어둠 속으로 잠겼다. 2일 연속 기절이라니. 나름 대기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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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입니다~~~~

 

아 빨리 야요이 야설 쓰고 싶다... 그런데 여기 취소선 어떻게 넣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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