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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X신데마스] 빛나는 우리들의 황금같은 나날들!!! - 2. 이웃집 도시전설(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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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0, 2014 22:35에 작성됨.

"어서 오십시오. 제 예상보다 빨리 도착하신 듯 하군요."

어느새인가 나는 다시 한 번 지하철 안에 있다. 방금 전까지 격렬하게 움직였던 몸이 늦은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이거 내일 출근할 때 고생 좀 할 것 같다. 다리를 주물러서 조금이라도 피로를 풀어놓는 게 좋을까.

"아무래도 '계약'은 끝내신 것 같군요. 그러면,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 드리죠."

자세한 이야기인가. 혹시 방금 전에 있었던, 의사한테 그대로 말했다가는 정신 감정 후 정신과 강제입원치료 4개월 코스를 끊어줄 이상한 일과 관계가 있는것이 분명하다.

".....당신, 뭐하는 사람이지?"

그렇다면, 우선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좀 더 자세하게 알아두는 게 좋겠지. 정신과 입원을 피할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이고르입니다. 손님께서 이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죠."

"......비서입니다. 손님의 여행을 보조하기 위해 이고르님에 의해 제작되었습니다."

은발의 비서는 아무래도 이고르에 의해서 '제작'된 듯 하다. 인간성이 부족해 보이는 표정과 행동도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손님께서 앞으로의 여행... 아니, 역경을 헤쳐나가기 위해선, 다른 사람들의 힘을 빌려야 합니다. 그 사람들과의 '인연'이 손님에게 새로운 힘을 주고, 손님을 역경의 끝으로 인도해 주겠죠."

정말로 기대되는 바입니다, 라고 하면서 이고르는 기분나쁘게 웃었다. 아마 이 사람에게 딱히 악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특이한 용모에서 나오는 분위기는 왠지 모를 오한을 가져다주고 있다.

"손님의 인연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새롭게 태어나는 페르소나의 힘도 점점 더 강해집니다."

은발 비서가 설명을 시작한 듯 하다. 몰론, 모르는 것 투성이인 나에게 있어서 이 설명은 애매모호함을 더해줬을 뿐이다.

"....페르소나?"

"손님께서 사용하실 수 있는 또 다른 자신입니다. 본래는 한 사람 당 하나씩이지만, '와일드'의 힘을 지닌 손님께서는 다른 이들과의 인연을 통해서 얻은 페르소나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인연인가. 그닥 와닫지 않는 말이다.

"새로운 페르소나를 사용하시거나, 인연들을 통해 새로운 페르소나를 만드실 생각이라면 언제든지 벨벳 룸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벨벳 룸인가. 고풍스러운 느낌의 이름이다. 언제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동시에 본능적으로 이렇게 이용할 수 있다고 깨달았다.

....그나저나, 인연이라고 했었나.

"...혹시 그쪽 여성분과도 인연을 쌓을 수 있습니까?"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쳐다보는 은발 비서를 보자, 이고르가 유쾌하게 웃었다.

"크크크.... 이거 재미있는 분이시로군요. 대답해드리죠. 불가능할 건 없습니다. 다만 어려울 뿐이죠. 크크크....."

점점 기차의 속도가 느려져간다. 혹시 정차하는 걸까?

"곧 손님의 정신세계에 도착합니다. 바깥은 지금 오전 7시 23분 21초를 지나고 있습니다."

슬슬 내려야 하는 건가. 잠깐, 그 전에 확인해야 할 게 있잖아.

"내 몸은 지금 어디있죠?"

"걱정 마시길, 손님의 몸은 집 안에 무사히 있습니다."

기차가 멈췄다. 특유의 공기 빠지는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럼 손님의 여정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연이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이 벨벳 룸은 물질과 정신 사이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 조심해서 돌아가시길."

자동문 바깥의 빛무리로 걸어나갔다. 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 일단 출근은 해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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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시부야 린-

"저저저저, 저기 그러니까.. 음.... 구텐 닥?"

어제 처음 만난 사람이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코미디언으로 나간다면 대성하고도 남을 사람이다. 아마 내가 톱 아이돌이 되어도 저 사람보다는 부족할 것이 분명하다. 어디 적당한 파트너만 찾으면 개그계의 전설로 남을 것이다. 아마 몬티 파이톤 정도는 되지 않을까?

"굿 모닝. 전혀 굿하지 않은 아침이지만. 오후 4시를 지난 시점에서 마시는 모닝커피는 별미네."

커피잔을 입에 대고서 기울이자, 잔 안에 들어있던 밝은 갈색의 달콤한 액체가 목을 적신다. 아직 가라앉지 않은 거품과 시나몬의 향이 부드러운 풍미를 자아낸다.

"그그렇, 네. 하하하. 커피가 달콤한게 딱 좋네."

"그렇다고 너무 많이 마시진 마, 벌써 에스프레소 더블샷만 세 잔 째야. 오늘 밤에도 뛰어다닐려고?"

이 사람의 파트너로는, 나보다 좀 더 뜨거운 사람이 어울릴 테지만. 쿨하게 받아쳐주는 것만으론 코미디는 성립하지 않는다.

....애초부터 이 사람의 개그에 맞춰줄 생각은 없지만. 재미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해도, 단지 그것뿐이다. 좀 더 신랄하게 말하지면, 한심해보일 정도이다. 만일 어제 밤의 일이 아니였다면 난 이곳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아, 아니 설마 그러진 않겟지? 난 오늘이 출근 2일째인 새내기 프로듀서일 뿐이야. 야, 야근은 사양할께."

그러고보니까 어느 새 말을 놓고 있다. 뭐, 상관없나. 나도 이쪽 말투가 편하고.

"그, 그럼 어디보자.... 이번에 우리 프로덕션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부야 린 씨."

커피를 한 입 더 마시고, 손님을 대할 때 처럼 미소를 지은 다음 대답을 돌려줬다.

"별말씀을. 저야말로요."

일단 지금 하는 게 일이라는 자각은 있는 듯 하다. 없는 쪽이 더 곤란하지만. 서류 몇 가지를 가방에서 꺼내고, 내 인적사항을 적기 시작한다. 아르바이트 면접이 이런 느낌인 걸까? 지금까지 아르바이트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아르바이트를 할 시간이 있다면 어머니가 운영하는 꽃집 일을 도와주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으니 당연하겠지만.

딱히 어머니의 짐을 덜어드리고 싶어서 꽃집 일을 도와주는 건 아니다. 만일 어머니가 피로나 사고 등으로 꽃집 일을 못하게 된다면 내가 곤란해진다. 평소에 짐을 분담해서 위험을 줄이고, 혹시나 사고가 일어났을 때 급한대로 내가 꽃집을 운영해야 하니까 도와주고 있을 뿐이다.

"어머니는 꽃집을 운영하시고.... 개 산책시키기가 취미..... 뭐, 이걸로 일단 기본적인 서류는 작성했어."

"수고했어."

상투적인 인사를 건내고, 커피잔을 입에 댄다. 바닥에 고여있던 몇 방울의 커피가 사람을 놀리듯 혓바닥으로 떨어진다. 어느새 커피는 다 마셔버렸구나.

"이제 몇 가지 필요한 서류들을 좀 가져와줬으면 해. 사진은 우리 쪽에서 찍을 테니까 가져올 필요는 없어. 아, 입급계좌 통장 사본이랑 고등학교 학적부는 꼭 가져와야 해."

그럼 일에 관해서 몇 가지 질문을 해야겠지. 정확히 어떤 식으로 일정이 진행되는지 알아야 하니까.

"프로듀서, 혹시 질문해도""그, 그럼 시부야""린으로 불러도 돼."

생명을 빚진 은인한테까지 성으로 불리는 것도 좀 아니다 싶다고 생각한 순간, 어느새 쓸데없는 말을 해 버렸다.

"그, 그럼 린.... 이쪽에서 질문 하나 해도 될까?"

"뭔데?"

"혹시 린의 양 옆이랑 뒤쪽에 계신 험악하게 생기신 분들은.... 전부 아버지야?"

아까부터 계속 나와 같이 있던 험악한 오빠들의 인상이 구겨졋다. 참고로 우리 아빠의 명예를 위해 말하자면, 우리 아빠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절대로 이런 험악하게 생긴 떡대가 아니다.

"드디어 우릴 무시하는 걸 포기했구만, 형씨. 언제쯤 인식해줄지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참아라. 이것도 일이다."

"대장님. 앞으로 참을테니 한 발만 부탁드릴게요."

부하로 보이는 스포츠머리 근육남이 손을 풀면서 우득거리는 뼛소리를 낸다. 소리 한 박자 한 박자에 프로듀서의 몸이 사시나무 떨듯 춤춘다. 음, 이런 상황에서도 개그를 할 수 있다니. 훌륭한 개그맨의 소질이야. 프로듀서보다 개그맨이 더 잘 어울리는 거 아냐?

"미안하군, 거친 부하들이지만 마음은 정의롭고 착한 녀석들이니 용서해주게."

이 떡대들의 상관인 마른 남자가 부하들을 진정시켯다. 난폭해 보이는 부하들과는 다르게, 혼자서 정숙하고 조용한 모습이다. 말 그대로 '쿨'하다는 느낌이다.

"그러고보니 자기 소개가 늦었군. 쿠로사와 경위라고 하네. 이후 잘 부탁하겟네."

"저, 저는 지금까지 태어나서 감옥에 갈 만한 죄를 저지른 적이 없는 소시민입니다! 그리고 무서운 아저씨들이랑 엮인 적도 얼마 없습니다!!"

.....반대로 프로듀서는 그야말로 3류 개그캐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아직 아무 질문도 안 한 경찰 앞에서 정말로 훌륭한 추태다. 저건 아무리 봐도 '나는 뒤가 구린 나쁜 사람입니다!'라고 광고하는 꼴이다. 게다가....

"무서운 아저씨들이랑 엮인 적도 '얼마' 없는 거로군. 이후 참고해 두겠네."

아, 프로듀서가 죽었다. 눈 뒤집고 게거품 물고 있어. 사람이 진짜로 저럴 수 있는거구나.

"형님... 이 아니라, 대장님. 이 자식 아헤가오 상태인데요? 기분나쁘니까 한 대 쳐서 깨워도 될까요?"

"살려줘요! 잘못했어요! 용서해줘요! 거긴안돼! 꺄악! 야메떼! 유루시테! 타스케테! 소코와다메! 아앙! 신쟈우! 기모치!"

어느 새 내 무릎이 혼자서 원맨쇼하고 있던 프로듀서(변태)의 얼굴을 작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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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야야...... 조금 더 상냥하게 깨워줬으면 좋았는데."

"당신 같은 변태한테는 그 정도가 딱 적당해."

쿨에서 콜드&드라이로 계열 변경에 성공한 린이다. 이젠 내 마음뿐만이 아니라 얼굴까지 부숴버릴려고 작정을 한 건가.

"난 린을 이런 폭력적인 아이로 프로듀스한 적이 없어!"

"애초에 당신한테 프로듀스 받은 적도 없어."

설마 그럴리가.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열심히 린을 프로듀스했는데. 이제 와서 그 추억을 잊어버렸다는 거야?!

"잊을 추억이 없는 게 정말 다행이야. 만일 당신이랑 함께 한 추억이 약간이라도 있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해."

"너무하잖아! 게다가 당신이라니! 방금 전까지는 제대로 프로듀서라고 불러줬잖아!"

"그건 또 잘만 기억하고 있네. 죄송하지만 아저씨들, 이 사람의 기억을 좀 지워주시겠어요?"

"오우! 맏겨달라고!"

내 옆에 다리 쫙 벌리고 앉아있던 근육돼지 둘이 품에서 연장을 꺼냈다. 설마 저걸로 내 머리를 쳐서 기억을 지우겠다는 건가?!

".....운전하는데 방해된다. 조용히 해라."

"알겠슴다 형님!"

린에게 엘보로 얼굴을 얻어맞고, 그대로 카페를 나와 이 괴한들이 미리 준비해 둔 차로 이동한지 15분 정도가 흘렀다. 센카와 씨에게는 미리 잠깐 나간다고 말해뒀기 때문에 퇴근시간 전까지만 들어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내가 퇴근시간 전까지 살아서 들어온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즉 지금 상황은 매우 크나큰 문제라는 거다.

....그런데, 왠지 어디선가 본 길인데?

"....저기, 죄송하지만 어디로 가는 건가요?"

"따라와보면 안다. 가면서 이야기도 좀 하고."

부하들과는 다르게, 쿠로사와 순경은 굉장히 뭐랄까..... 냉철해보이는 사람이다. 저런 사람이니 열정적이고 폭력적인 부하들을 잘 통제하는 걸지도 모른다. 내 추측이긴 하지만.

"둘 다 어젯밤에 재미있는 경험을 한 듯 하더군. 특히 자네. 페르소나를 각성하지 못했다면 위험할 뻔 했어."

".......마치 어제 봤다는 듯이 이야기하시네요."

"그거야 뭐, 봤으니까."

빨간불. 잠시동안 차를 세운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방치한 건 아니야. 자네가 페르소나를 각성한 걸 감지하고서 찾아온 거지. 만일 각성하지 못했다면......"

"....'실종 후 귀환'이 되는 거네."

린은 어제 일을 떠올리고선 무서운 듯 몸을 떨었다. 본인은 최대한 괜찮은 척을 하려고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몸은 아무래도 솔직한 듯 하다. 솔직한 몸이다.

".....방금 뭔가 이상한 생각 했지."

"아니, 전혀."

몸은 솔직하다는 게 어째서 이상한 생각으로 이어지는 걸까. 혹시 린은 상당한 변태인걸까. 쿨한 척 할 뿐인 변태인 걸까.

"이야기를 계속하지. 자네들이 어제 경험한 이공간. 기억하고 있나?"

나와 린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기억하지 못하는 게 이상한 거겠지. 그런 기괴한 장면이 하루만에 머리 속에서 사라질 리 없다. 아마 꿈 속에서도 계속 나오지 않을까.

"그 이공간을 우리는 '섀도 타임'이라고 부르고 있는 중이다. 자정 12시가 되면 몇몇 사람들을 그 공간으로 빨아들여, 그 안에 존재하는 괴물들에게 제물로 공급하는 괴상한 공간이지."

"....제물로...."

"아아, 지금까지 우리가 '보호'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전원 그 괴물들... 우리는 '섀도'라고 부르고 있다만, 섀도들에게 잡아먹혀서 지금 뉴스에 나오는 것과 같이 되버리는 거지."

만일 어젯 밤의 일을 격지 않고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나는 이 사람을 근처 정신병동으로 교통비 써 가면서 데려다 줬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병원매점에서 담배 좀 사라고 돈을 넣어줬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일 어젯 밤 일이 아니였다면 난 당신을 사기꾼 아니면 정신병자로 취급했을 거야."

"린. 실례잖아."

"그 아가씨 말도 틀린 건 아니지. 나도 처음 이 일에 관여하기 전까지는 이런 이야기는 믿지 않았으니까."

다만 어느 정도는 말을 가려 하는 게 좋겠군. 쿠로사와 순경은 말 끝에 사족을 붙였다.

"원래는 매일 밤 우리가 섀도 타임이 지속되는 동안 사람들을 보호하고 구출해내지만.... 전부 다 구하는 건 불가능하지."

"......."

"....뭐, 대부분은 구해내니까. 뉴스에 나오는 경우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해. 구해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다만...."

신호가 늦는다. 아무래도 이곳의 교차로는 신호 변경이 늦는 것 같다. 쿠로사와 순경은 한숨을 내쉬곤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원래는 구출해 낸 사람들은 기억을 지우고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놓고 있지. 그런 게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알려지면 큰일이니까 말이야. 사회가 걷잡을 수 없이 혼란에 빠지겟지."

".....그러고 보니, 어제 밤 일은 어떻게 된 거죠? 제가 그 페르소나인지 뭔지를 각성하고 나서 싸운 다음의 기억이 없습니다만...."

일단 어젯 밤에 린과 나를 쫓아오던 '섀도'라고 불리던 괴물들은 일단 내가 다 처리했다고 생각해도 되겟지.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프로듀서가 쓰러지고 나서, 쿠로사와 씨랑 그 부하 분들이 찾아와서 나랑 프로듀서를 보호했어. 쿠로사와 씨가 섀도 타임을 끝내고 나서, 프로듀서랑 나를 집으로 보내준 거야."

그렇게 된 거였나. 그런데 분명 기억을 지운다고 하지 않았나? 페르소나인지 뭔지를 각성한 나는 둘째치고, 린의 기억은 왜 지우지 않은 거지?

"그건 우리가 자네의 기억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지. 우리가 기억을 지울 수 있는 건 페르소나를 보유하지 않은 사람들 뿐이야. 거기 아가씨의 기억은 지워도, 자네의 기억은 지울 수 없으니까. 아가씨의 말로는 앞으로 계속 같이 일하게 될 사이라던데, 맞나?"

"맞습니다."

"그렇다면 함부로 지울 순 없는 노릇이지. 게다가 말이야.... 페르소나를 각성하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은, 얼마 안 가서 기억을 되찾아버리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지. 그렇다면 지우지 않는 쪽이 차라리 나아. 그런고로 아가씨한테는 미안하게 됐지만, 당분간은 계속 기억을 가져줘야겠네."

.......별 수 없나. 린도 납득한 듯 한숨을 쉬었다.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건지는 모르지만, 만일 다시 말려들어가게 된다면 기억을 갖고 있는 쪽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아가씨도 우리랑 같이 일하게 될 지도 모르고 말이야."

"방금 무슨 말 했어?"

"아니, 아무것도. 그럼 조금 더 섀도 타임에 대해서 설명할 텐데.... 오오, 드디어 신호가 왔군."

쿠로사와 순경도 기다리다가 지친 듯, 신호가 바뀌자마자 출발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길 아무리 봐도 낮이.....

".....저기, 혹시 말이죠. 지금 가는 곳이 저 낡은 빌딩은 아니죠?"

".....어떻게 알았지?"

갑자기 쿠로사와 순경의 분위기가 무서워진다. 동시에 떡대 형들이 품 속에서 연장을 꺼내기 시작한다. 그런데 잠깐?!?!?!?!?!

"자, 잠깐만요. 저 건물..... 우리 사무소가 있는 곳인데요?! 설마 지금 가는 곳이 우리 사무소입니까?!"

설마 우리 사무소는 겉으론 프로덕션이지만 뒤로는 온갖 어두운 일들에 손을 대는 야쿠자 쪽 계열사였던 것인가!?

".....설마 자네가 일한다는 사무소도 저 건물인가?"

".....저 건물입니다. 것보다 우리 사무소랑은 관계 없죠?"

"관계없다."

쿠로사와 순경은 관계 없다고 말했지만, 아무래도 믿기지 않는 건 사실이다. 이 사람이 우리한테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믿어주게. 우리 기지가 저기에 있어서 그렇다네. 일단은 연구소로 꾸미고 있는데, 혹시 안내판에 특수심리현상연구소라고 써져 있는 거 보지 못했나?"

"....그러고보니까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지하 1층인가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해보니 이런 빌딩 숲 한가운데에 연구소가 있는 것도 이상하긴 하다. 게다가 낡은 빌딩의 지하라는 위치는 더더욱 이상하게 느껴진다.

"뭐, 자네들이 일하는 곳이랑 기지랑 가까운 곳에 붙어있다면 우리야 편하지. 자세한 이야기는 기지 안에 들어가서 다시 시작하지."

쿠로사와는 차를 지하 주차장에 주차시키고, 우리를 지하 1층의 기지라는 곳으로 안내했다.

.....그런데, 왜 지들이 편하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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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후후, 후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잘 왔다! 이 천재 로봇 발명가 이케부쿠로 아키하의 비밀기지에!!!!!!!"

아마 14살 정도로 보이는 트윈테일 안경녀가 끝내주게 사악한 웃음소리를 들려줬다. 데빌 스마일의 효과는 굉장한 듯 하다.

"잘못 온 것 같네요. 저 그냥 나갈게요."

난 분명 연구소인지 기지인지 뭔지 하는 곳으로 왔는데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은 홍콩행 게이바였습니다. 그대로 제식훈련만 휴식 없이 3시간 동안 받은 군인처럼 재빠르게 뒤로 돌아서,

"도망치는 거다아아아아!!!!!!!!"

"놓칠 것 같으냐!! 미래 가젯 제 35호!!"

뭐야?! 지금 내 등에 뭔가 들러붙었어! 설마 이대로 끌려가는 건가?! 끌려가는 건 아니겠지?! 끌려가는 거야?! 끌려간다아아아!!!!!! 마치 앞비전을 쓴 이즈충이 버둥거리듯 끌려간다아아!!!!!

"이것이야말로 미래 가젯 제 5.1호 고기 갈고리의 능력이다!!!"

"로켓 그립이 아니라고?! 그런데 갈고리라니! 내 옷 어떻게 된 거야!!! 이거 3일 전에 새로 맞춘 양복이라고오오오!!!!!!"

겨우 갈고리를 풀고서 윗옷만 벗어 확인하니...... 옷에 멋진 구멍이 뚫려있었다. 마치 날카로운 작살이나 갈고리에 꿰뚫린 듯 한 흔적이다. 진짜 갈고리에 꿰뚤린 거 맞지만!! 내 1만엔짜리 양복이!!!! 산 지 3일밖에 안 지난 새 옷이!!!!

"프로듀서? 괜찮아?"

".....안 괜찮아..... 영혼이 찢겨나갓는걸.... 괜찮을 리가 없잖아..."

양복은 남자의 로망이자 가치이자 영혼이자 모든 존재이유라고....... 그게 지금 걸레조각이 되버렸는데 괜찮을 리가 없잖아......

"음? 흥미로운 연구대상이야. '로망이자 가치이자 영혼이자 모든 존재이유가 사라진 남자'의 샘플을 얻는 건 처음인데 말이야. 하는 김에 직장에서도 잘라볼까?"

"넌 대체 어디 사는 악마냐아아아아!!!!!!!!"

"악마? 훗.... 나는 아키하다!!!!"

마치 과학의 연구를 위해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긴 다음 그 악마를 가지고 온갖 비인도적인 실험을 해댈 것만 같은 상쾌한 미소였다.

"뭐, 일단 샘플로 실험하는 건 여기까지만 하고 우선 지루한 설명이 필요하겠지. 진행해, 쿠로사와."

대단한 트윈테일 꼬맹이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저씨한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다니. 게다가 그 당사자인 쿠로사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을 열었다.

"진행하지. 일반적으로 그 공간에 말려들어간 인간은 살아남을 수 없다. 말러드는 조건은 불분명하다만 무작위라고 추측하고 있지."

".....우리가 말려든 거에 딱히 이유는 없다는 뜻?"

린의 의문을 표시했다. 하필 재수없게 자신이 걸려들었다라는 설명만으로 피해자를 납득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어디 사는 COOL한 살인예술가라도 되지 않는 이상 그런 설명만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겠지.

"정확히는 아직 모른다는 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이군."

쿠로사와 순경은 딱히 미안하다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머리로 생각한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무엇보다 쿠로사와 순경이 잘못한 일도 아니다. 린이 납득을 했든 하지 못했든 쿠로사와 순경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발동하는 날짜는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 부분이지. 일기예보 정도의 정확성이지만."

그거 반은 틀린다는 거잖아.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리고, 12시 이전에 잠든 사람은 끌어들이지 못한다. 만일 12시 전에 자게 된다면 그 날은 섀도 타임에 휘말리지 않는 거지."

"특이한 조건이네요. 마치 누군가를 초대하는 것 처럼....."

초대라.... 초대라기보다는 특정 누군가를 일부러 납치해오는 듯 하지만.

".....그럴 지도 모르겟군. 가장 중요한 사항을 생각해보면 말이야."

"가장 중요한 조건?"

린과 내가 동시에 쿠로사와 순경을 쳐다봤다. 왜인지 쿠로사와 순경은 나를 쳐다보면서, 동정하는 듯 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페르소나를 보유한 사람들은 잠을 자고 있을 때를 제외하곤 섀도 타임이 일어날 때 마다 강제참가다."

......에?

".......에??"

"그러니까, 이제부터 샘플 A는 섀도 타임이 발생할 때 마다 거기에 휩쓸려간다는 거지."

이케부쿠로 아키하 박사님의 친절한 설명이 계셧습니다. 그럼 이제 우리 모두 3, 2, 1.

"이게 뭐야아아아아아아아아!!!!!!!!!!!!!!!!!!!!"

"샘플 A. 급격한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음. 만일 게임을 즐기던 도중에 컴퓨터의 전원을 내려버리면 입에서 욕설을 내뱉을 것이 분명함."

"전원 같은 거 안 내려도 지금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고 있거든?! 갑자기 내가 왜 이딴 일에 말려들어야 하는 거야아아아!!!!!!!"

뭔가 푸르딩딩한 게 만든 놈의 예술세계를 의심해볼만한 지하철이 생각나는듯 하지만 그딴 것보다 이게 대체 무슨 시추에이션이냐고!!! 출근 첫 날부터 이상한 괴물들한테 쫒겨다니다가 뭔가 만화의 주인공처럼 페르소나인지 뭔지에 각@성 해 버렸고!!! 내가 아는 한에서 난 잃어버린 기억이라던지 사실은 환생자라던지 인간 외의 피가 섞여있다던가 같은 별의 별 희안한 막장스러운 설정은 안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게 늦었구나. 사실 너는 내 아들이란다."

"까고 있네!!!! 우리 어머니 아직 멀쩡하게 살아계시거든!!!! 남의 가족 함부로 죽이지 마 이 미친 과학자야!"

"그럼 프로듀서의 아버지는 쿠로사와 씨야?"

"린 너까지 왜 이래!!!!!!"

"원래 페르소나의 능력은 유전되는 거란다.... 나랑 너희 아빠가 페르소나 능력을 각성한 탓에 너도......"

"약간 닮은 구석은 있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이거 스탠드였던 거냐아아아아!!!!!!"

그럼 내가 결국 저 둘을 죽여버릴 운명이라는 거냐! 난 선생한테 기합 넣어준 적도 없고 무단취식을 한 적도 없다고!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는 숨겨둔 자식 따윈 만들지 않았다고!

".....유전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이제부터 자네는 밤 12시만 되면 섀도 타임에 휩쓸려갈 수 있다는 거지. 그 전에 자려고 해도 어느 날은 잠이 안 올수도 있고, 어떤 날은 야근에 시달릴 수도 있어. 연인과 밤중에 시간을 보내다가 12시를 넘길 수도 있지."

"그, 그거 무서운 이야기네요. 그나저나 여기에 데리고 온 건 나름 해결방법이 있다는 거겟죠?"

해결방법이 없으면 곤란한데. 하루만에 매일 밤마다 죽음을 기다리는 시한부 운명이 되어버리면 곤란해. 지금 사형수 아르카나를 획득할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결방법이라고 하기에는 뭣한데.... 뭐 비슷한 건 있어."

"비슷한 거? 뭔가 이상한 말인데.... 일단 들어는 보자."

이 트윈테일 로리 매드사이언티스트가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을 것 같진 않지만.

"우리랑 같이 일하는 거. 섀도 타임이 올 때마다 섀도들이랑 싸우고, 섀도 타임을 끝내놓는 거지."

"거절합니다. 역시 제대로 된 대답이 안 나올 줄 알았어!! 그 대답은 나랑 싸우자는 말로밖에는 안 들리다고!!"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면서 출구를 향해서 나갔다. 아키하가 '같이 싸우면 살 수 있는데?'라고 말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 여기선 페르소나 보유자들끼리 힘을 합쳐야 한다는 거지."

지금까지 의자에 앉아있던 아키하가 뭔가 멋져보이는 포즈를 잡으면서 일어났다. 안경이 번쩍거리며 빛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잘 생각해 봐. 샘플 A가 아무리 페르소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곤 해도, 혼자서 싸우기에는 한계가 있겟지. 어제 나타난 놈들은 섀도 중에서도 최약체에 속한다고. 만일 강한 녀석들이 공격을 해 오거나, 그 날의 보스급 섀도우랑 운 나쁘게 조우하게 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거둬들이는 자와 만날 수도 있지."

맨 마지막 말은 잘 모르겠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혼자서 싸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몇 명이서 힘을 합쳐서 서로를 도와가면서 싸우면 살아남을 확률은 극적으로 오르겠지? 난 샘플 A한테 이득이 되는 거래를 제안하는 거라고. 섀도 타임 때 말려든 사람들을 구출하고, 섀도우랑 싸우는 대신 혼자서 도망치거나 싸울 때 보다 훨씬 더 높은 생존률을 보장하지."

"......"

"게다가 언제 섀도 타임이 일어나는지 예보도 보내줄 거고, 섀도 타임 동안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도구들은 대부분 지급해줄 생각이야. 아, 전투 참가가 꼭 강제적인 건 아냐. 전투에는 별로 안 참가해도 섀도 타임 바깥에서 일을 도와주는 사람들도 많이 있으니까. 무엇보다......."

"무엇보다?"

"건당 받는 돈이 좀 많아. 사실 한달에 한 번 정도만 섀도랑 싸워주면 왠만한 프리터 1개월 수익은 벌 수 있다고?"

......설마 마지막에 돈으로 나올 줄이야......

"아, 대우는 추후상담 가능하니까""거기까지 해라, 아키하."

아키하의 말을 중간에 잘라먹은 건 쿠로사와였다.

"미안하군. 이 꼬마는 머리는 좋은데 보다시피 사람을 대하는 게 서툴러서 말이야."

"그래 보이네요. 저 꼬마 머리는 괜찮은 거에요?"

"일단 정신적 이상징후는 발견되지 않았어."

"이상하네."

옆에서 강력히 항의하고 있는 아키하를 린이 적당히 달래주고 있다. 린과 아키하도 초면인데 고생이 많다.

"뭐, 돈도 중요한 문제고 생존도 중요한 문제긴 하지. 우리 중에서도 단지 그것만을 노리고 일하는 자도 있을 정도니."

용병 같은 사람들도 있는 건가.

"하지만 나나 이 꼬마는 달라. 비록 둘 다 말려들어가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말려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 저기 아가씨 같은 사람이 말려들어가지 않게 말이야."

쿠로사와는 린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키하를 달래주던 린이 자기가 주목당하고 있는 걸 깨닫곤 이쪽을 쳐다봤다.

"알면서도 못 본 체 하는 것보다야 도와주는 쪽이 자네에게도 더 좋지 않겠나? 물론 그 외의 보상도 많이 있고."

".......그것도 그렇네요. 그래도 좀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면 안될까요?"

"물론 자네 자유일세. 어차피 건물도 가깝고 하니 자주 마주치게 될 것 같고. 자네들 같은 사람들은 언제든지 환영일세. 우리도 인력 부족이니 말이야."

역시 페르소나를 꺼낼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는 거겠지. 그게 아니면 저 속에선 활동하기 어려울 것 같고.

....잠깐만, 저 사람 방금 자네'들'이라고 했나?

"아, 참고로 섀도 타임에 휩쓸린 사람은 잠재적인 페르소나 보유자일세. 그리고 우린 페르소나를 강제적으로 깨우는 기계 또한 갖고있지. 혹시 아가씨도 생각이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일세."

"설마 아까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는 게 이거 말하는 거였습니까?!?!?!?!?"

근무 2일째. 벌써 몇 번째 태클인지 세기도 지쳣다. 아 이거고 저거고 난 몰라 린 데리고 사무소로 올라갈 거야. 사무소에서라면 내 지친 영혼을 쉬게 할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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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HAHAHAHA!!!!! 쉴 틈 없이 열심히 일하려고 하는 게 신입사원의 모습이지!!!! 암!!!!! 설마 출근 둘째 날 부터 아이돌 후보생을 데려올 줄이야!!!!"

덥다. 뜨겁다. 무지하게 덥다. 무지하게 뜨겁다. 아직 날짜는 3월 초라서 쌀쌀하다 못해 살짝 추워지는 날씨이기까지 한데 어째서 이렇게 더운 걸까. 마치 여름 무더위 속 한복판에 들어온 것 같다. 덤으로 쉬고 싶다. 조금 정신을 안정시키고 싶다.

"아니면 그건가? 여고생을 밝히는 JAPAN HENTAI인건가? 뭐 그게 더 좋지만 말이야!!!! 남자는 그 정도로 변태인 게 딱 좋아!! HAHAHA!!!!"

내 눈 앞에 있는 구릿빛 넘치는 건강한 피부색을 한 초대형 남자가 유쾌한 듯 웃었다. 웃을 때 마다 브로콜리 같은 아프로 헤어와 분홍색의 선글래스가 흔들린다. 그러니까 이 망할 상변태 아저씨가 이곳 사장이다.

"....저기, 죄송하지만 면접 볼 때는""그 때는 어쩔 수 없이 너무나도 추하고 UNBALANCE한데다가 하모니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복장이였지. 신입사원한테 너무 SORRY한 실례였을려나?"

안 그래도 잔뜩 데미지가 축적된 내 멘탈에 더욱 더 심한 데미지를 부가하고 있는 사장님이다. 분명히 이 인간 면접장에서는 정말로 멀쩡해보이던 아저씨였다. 키 큰거야 뭐 신체적인 특성이고 근육이 넘치는 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반증이니 호감이 갈 정도였다.

절대로 이딴 변태가 아니였단 말이다.

"사, 사장님! 또 그런 차림을! 게다가 지금은 아이돌 후보생도 와 있다고요!"

아무래도 센카와 씨는 이 사장이라는 양반이 얼마나 막나가는 인간인지 사전에 알고 있던 모양이다. 그럼 먼저 설명 좀 해주라고. 적어도 만나기 전에 사표 써 버리고 도망갈 수는 있게. 설마 나 오기 이전에도 몇 명인가 도망친 거 아냐?

"그럼 난 돌아가도 될까?"

"잠, 잠깐만 기다려요! 그러니까.. 에... 하라주쿠 린 씨!"

"시부야 린이에요. 이번엔 인연이 없었다는 걸로......"

도망치지마! 네가 도망치면 나 혼자서 이 시꺼먼 브로콜리를 상대하게 된단 말이다!!

"음? 이거 귀여운 GIRL이 있구만! 잠깐만 기다리게!"

에? 라고 뭔가 대답을 할 새도 없이 바로 머리에서 브로콜리를 던져버리고 선글래스도 던져버렸다. 덤으로 온갖 장신구도 빼내서 던지니...... 그냥 선탠 잘 한 키 크고 몸 좋은 아저씨가 나왔다.

"에에에에에에?!?!?!?!?!?"

"......저도 처음앤 저랬죠......"

나와 린의 반응에 납득한 듯 치히로가 고개를 저었다. 한숨까지 쉬는 건 덤이다.

"그럼 처음부터 자기소개를 하지. 내가 바로 이 신데렐라 프로덕션의 사장일세. 둘 다 잘 부탁하겠네."

".....잘 부탁드립니다."

사실 지금 당장 도망치고 싶긴 하지만, 돈 앞에선 머리가 절로 숙여지는 게 인간의 슬픈 본성이다. 인간이란 이 어찌 슬픈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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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째 업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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