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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X신데마스] 빛나는 우리들의 황금같은 나날들!!! - 1. 자정이 훨씬 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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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0, 2014 22:31에 작성됨.

"어서오십시오. 저의 벨벳 룸에."

.....머리가 멍하다. 아무래도 난 자고 있던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서 깨워진 것 같다.

"눈을 뜨신 것 같군요. 몇 년 만의 손님이 눈을 뜨지 않아서 수면 중 깨우는 무례를 범하였습니다."

아마도 날 깨웟을 누군가를 찾기 위해 좌우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인간이 아닌 것 만 같은 여성이 있었다. 어딘가 기차의 차장을 연상시키는 것만 같은 푸른 제복을 입은 은발의 여성. 인간이라기보다는 등신대의 밀랍인형, 혹은 금속제 피규어를 보는 듯 한 느낌이다.

차갑게 생긴 은발이 내 어께를 스치고, 여성이 입을 열었다.

"부디 주인님을 넒은 마음으로 용서해주시길. 몇 년만의 손님이라 주인님도 다급해지셧던 것 같습니다."

마치 기계와도 같은 목소리다. 전혀 감정이 담겨있는 것 같지 않다. 지레짐작이지만, 그녀는 나에게 대해서 미안하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겠지.

"후후후, 그러면 설명을 시작하도록 하죠."

드디어 눈 앞에 앉아있는 사람과,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자각하기 시작한다. 아직 30대에 들지도 않았건만, 뇌세포는 이미 중년의 끝자락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잠깐 자학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여러모로 굉장하다.

매우 익숙한 공간의 넓이, 언제나 보아왔던 좌석의 배치. 아마 이곳은 지하철 차량 안쪽일 것이다. 바깥에 알 수 없는 풍경이 지나가고, 차량이 온통 푸른 색의 고급스러운 문양으로 도배된 것을 제외한다면 이곳이 지하철 차량 안쪽이라는 걸 장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간은 알 수 없는 이질감을 내개 안겨주고 있었다.

"본래 이 곳은 어떠한 형태로든 '계약'을 마치신 분들만이 올 수 있는 방.... 당신께는 머지않아 그러한 가까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인간같이 않은 여자, 몽환적이고 이질적인 지하철. 하지만 그 두 요소보다 더욱 독특함을 자아내는 자가 눈 앞에 있었다.

이상한 인체비례에, 주문제작을 한 것인지 어떻게든 들어맞는 양복. 기괴할 정도로 큰 눈 속에 박힌 점 같은 눈동자. 무언가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건지 계속 입주변에 걸고 있는 수상해보이는 미소. 마지막으로, 어떤 구조인지 호기심조차 유발시키는 긴 코. 대체 눈 앞의 이 자는 누구일까.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실례했습니다. 제 이름은 이고르라고 합니다. 이후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기괴한 모습과는 다르게, 예의바르고 정중하게 내게 인사를 청한다. 옆에 있던 여성도 말 없이 인사한다.

"이 아이는 아직 이름이 없습니다. 자기소개를 할 수 없는 무례를 용서해주시길.... 그럼 손님의 성함을 알려주시겠습니까?"

이 상황에 이르고서도 아직 졸린 머리를 움직이며 간신히 내 이름을 알려주었다. 이고르의 미소가 더욱 더 깊어진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좋은 이름이군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손님은 '점'을 믿습니까?"

점? 갑자기 무슨 말이지, 라고 의문을 표시하기도 전에 어디에선가 카드들이 나타났다. 점과 카드. 과연, 이건 타로카드인가. 허공에 떠 있던 카드들이 자기 멋대로 섞이기 시작해, 이윽고 한 장이 뽑혀나왔다.

"호오... 이건 '정의'의 역방향이군요. 아무래도 손님의 앞날엔 구름밖에 보이지 않는군요. 후후후...."

아무래도 점술사로서의 서비스 정신은 갖고있지 않은 모양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관심조차 없는 듯, 타로 카드는 스스로 다음 카드를 보여주었다.

"이번엔.... '탑'의 정방향이군요..... 이 정도로 험난한 앞날을 가진 손님도 없었는데..."

이고르의 표정에 약간 그림자가 생긴 것 같다. 타로카드나 오컬트에 관해선 조예가 깊지 않지만, 아무래도 점의 결과가 좋지 않은 듯 하다. 이고르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또 다시 한 장의 카드가 뽑혀나왔다.

"마지막 카드입니다. 이번 건.... '세계'의 정방향이군요. 정말이지.... 재미있는 결과로군요."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에 이고르는 혼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완결시켜버린 것 같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이고르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당신은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곳에서, 온갖 역경과 위험을 맞닥뜨리게 될 겁니다."

여전히 이고르의 입가엔 음흉한 미소가 걸려있다. 즐거운 건지, 진지한 건지 도통 구분이 가지 않는다.

"꺾일 수도 있겟죠. 아마 도중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보다 더욱 더 잔혹한 결과를 맞이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고르는 여기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절대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워간다면 그 끝에서 당신은 분명 갚진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을 겁니다."

이고르가 말을 끝내자, 기차가 움직이는 소리가 귀에 들려오기 시작한다. 철컥거리는 안정적인 소음이 귓가를 자극하며, 나를 이 푸른 공간 바깥으로 끌어내려고 한다.

"바쁘신 중에 굉장히 실례 많았습니다. 곧 만날 수 있을 테니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그때 가서 하도록 하죠."

푸른색이 사라지며, 내가 알고 있는 지하철의 내부공간이 나타난다.

"부디 당신의 여로에 필레몬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다음 역은 JR미나미히메노미야, JR미나미히메노미야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아, 이번 역이구나. 하마타면 지나칠 뻔 했네."

푸른 공간에서 깨어나자, 마침 목적지에 도착하기 직전이다. 약간이라도 일어나는 게 늦었다면 출근 첫날부터 지각을 면치 못햇을 것이다.

"어디 보자.... 1번 출구로 나가서 오른쪽으로 간 다음..... 아, 저 건물인가."

역에서 나와서 10분 정도를 걸어갔을까. 허름한 빌딩이 보인다. 빌당 앞에 서있는 안내판을 읽는다. 지하 2층은 주차장, 지하 1층은 특수심리현상연구소, 1층은 로비 겸 식당. 이 위로는 몇 개인가의 업체가 들어서있다.

그 중, 낡은 빌딩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폰트로 적힌 글자를 읽는다.

"신데렐라 걸즈 프로덕션. 아이돌 사무소."

오늘부터 나는, 신데렐라 걸즈 프로덕션의 아이돌 프로듀서이다.

--------

"네? 아이돌이 없다고요?"

마음을 다잡고 새 직장에 첫발을 디딘 지 어언 4분하고도 54초, 대략적으로 5분이 지난 시점에서 내 안경이 얼굴에서 미끄러졋다. 동시에 고개도 옆으로 약간 굽혀졌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4컷 만화의 훌륭한 단발 개그장면이다.

자, 그럼 정확히 4분 54초 전, 대략적으로 5분 전의 시대로 살짝 시간 여행을 해 보자.

"처음뵙겟습니다 프로듀서! 전 신데렐라 걸즈 프로덕션의 사무원인 센카와라고 해요!"

낡아서 삐걱거리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귀여워 보이는 여성의 얼굴이 먼저 눈에 띄었다. 저쪽도 내 정장 차림을 보고서 신인 프로듀서라고 생각한 듯 하다. 서로 얼굴에 미소를 띄고서 자기 소개를 시작한다.

"아, 센카와 씨. 처음뵙겟습니다. 제가 오늘부터 이 프로덕션의 프로듀서가 될...."

음. 센카와 씨의 미소가 아름답다. 처음 만나는 귀여운 여성과의 회화는 단언컨데 모든 남자의 활력소다. 게다가 움직일 때 마다 약간씩 흔들리는 가슴... 크흠, 아무튼 활력소임에 분명하다. 대화가 활력소일 뿐이다.

절대로 가슴 때문에 마이 주니어 존슨즈가 활력을 일으키는 게 아니다.

"저희 회사는 이제 갓 새로 출발한 곳이에요. 물론 새로 시작한 곳이라고 해도 자금이 없어서 월급이 안 나오거나 경비가 안 나오는 일은 없으니까 걱정마세요."

"그건 다행이네요. 저도 돈이 없으면 곤란하니까요."

사실은 건물을 본 시점부터 월급이 밀릴지 안 밀릴지 걱정부터 했었지만. 다행히 월급이 안 나올 가능성은 없는 듯 하다.

"......사실 이 정도 박봉으로 프로듀서를 쓰게 되서지만요..... 솔직히 돈이 굳어서 다행이에요...."

"음? 지금 뭐라고 말씀하셧나요?"

뭔가 혼자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센카와 씨다. 혼잣말을 하는 게 취미인 걸까?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튼 일에 대해서 설명해 드릴게요!"

어딘가 당황하는 듯 한 모습으로 화제를 돌리는 센카와 씨였다. 혼잣말이 취미인 사무원인가... 특이하구만.

"프로듀서 씨의 일은 아이돌들의 일정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아이돌들이 자기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줘야 하는 일이랍니다. 일거리라면 기본적으로 사장님이 얻어오시지만, 일정 관리나 아이돌의 육성은 프로듀서 씨의 일이에요. 그리고 프로듀서 씨도 영업에 힘써줘야 하는 건 당연하고요."

일은 사장님이 얻어오시는 건가. 아직 작은 사무소인 만큼 전문 영업직을 둘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일이 조금 많은 듯한 느낌도 들지만, 뭐 그건 어떻게든 되겠지.

"특히 중요한 건 아이돌들의 육성이에요! 트레이닝은 전문 트레이너분들이 하지만 컨셉의 제시나 아이돌의 방향성은 전적으로 프로듀서 씨의 일이랍니다."

"조금 알기 어렵네요. 특히 아이돌의 육성 부분이."

일정 관리나 영업은 말 그대로겠지만, 컨셉의 제시나 방향성에 대해서는 감이 오지 않는다. 정확히 어떤 식으로 해야하는 지, 아니면 이런 방향으로는 해선 안 된다던지, 무언가 예시가 있다면 이해하기 쉬울 듯 한데......

"그렇다면 여기 예시를 보여드릴게요."

센카와 씨가 컴퓨터로 동영상을 재생했다. 동영상에는 남자아이 같은 여자아이가 비치고 있었다, 가 아니라

"키쿠치 마코토 맞죠?"

"네, 맞아요. 그 765의 키쿠치 마코토에요."

한창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765 프로덕션의 키쿠치 마코토다. 마코토가 출연한 방송이라, 역시 봐 두는 게 좋겠지. 봐 둬서 후회는 없을 것이다.

[꺗삐삐삐삐잉!!! 키쿠치 마코토에염!!!!]

"안 보는 게 좋았어......"

5초만에 후회했다. 그 키쿠치 마코토가 설마 저런 모습을 보일 줄이야....... 마침 나오고 있는 객석도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 하다. 리액션에 정통하신 외국인 4분을 모셔다가 정색한 상태로 굳혀놓은 듯 한 모습이다.

"그리고 그 다음을 보세요."

내 후회는 아랑곳하지 않고, 센카와 씨는 비디오를 살짝 앞당겼다.

"새롭게 태어난 키쿠치 마코토입니다!"

와이셔츠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미소년이 나타났다. 두근거릴 정도로 잘생기고 아름다운 미소년.... 이 아니라 미소녀(?)인 키쿠치 마코토였다. 훌륭한 쾌남이 자신의 멋진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방금까지 굳어있던 외국인 네 분도 화면 속에서 난리치기 시작했다.

역시 키쿠치 마코토. 오스칼이 마리 앙투아네트랑 같이 도망치는 히로인으로 보일 정도의 남자다.

"이걸로 잘 아셧죠?"

"잘 알았습니다."

정말로 훌륭한 예시였다.

"그럼... 우선 아이돌들을 전부 만나봐야 되겠네요. 만나서 이야기를 해 봐야 방향을 정할 수 있을 테니까요. 첫날부터 아이돌들을 잔뜩 만나야겠네요."

"그게 말이죠... 프로듀서 씨. 사실은...."

"아, 혹시 숫자가 많지 않나요? 생각해보니 새로 오픈한 곳이니까 많지는 않겠네요. 몇 명 정도 되나요?"

"....그러니까 그게...."

"....혹시 한 명밖에 없나요? 뭐, 그 한명을 일단 집중적으로 육성할 수 있으니 다행이긴 합니다만....."

"우리 사무소... 아직 아이돌이 없어요."

이하 회상 끝. 기백만 앞서나간 신인 프로듀서는 매우 훌륭할 정도로 고꾸라졋다. 트리플 악셀 실패로 넘어져도 이보다는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 그럼 프로듀서 일은...."

"우선 아이돌을 스카웃해오는 것 부터 시작해야죠. 물론 프로듀서가요!"

"역시 그렇게 되는 겁니까."

"이 흐름으로 봤을 땐 당연하겟죠? 아, 오전 중에는 서류업무 처리하는 법부터 가르쳐 드릴게요. 그리고 오후부터는 바로 길거리에 나가서 아이돌을 스카웃해오셔야 해요. 우선 서류업무부터인데... 아, 컴퓨터 사용하는 법은 아시나요?"

.........첫 날부터 신입사원의 근로의욕을 허수공간 너머로 던져버리는 회사구만. 안 그래도 어젠 이삿짐도 못 풀고 늦게 자서 힘든데.....

"......일단은 이 정도네요. 엑셀을 다룰 줄 아셔서 참 다행이에요. 덕분에 저도 수고가 줄었어요."

센카와 씨와의 둘만의 두근두근 강습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내가 엑셀을 다룰 줄 아는 게 다행이라는 듯 웃는 센카와 씨가 귀엽다. 이걸로 백년은 더 싸울 수 있다! 라는 건 아니지만, 귀여운 데다가 가슴이 큰 여성의 미소는 언제나 활력소인 법이다.

그러니까 내 다리 사이의 맨즈심벌의 활력이랑은 관계없다고.

"일단 기본적인 서류업무는 이 정도고요.... 오후에는 길거리에 나가서 스카웃에 힘써주세요. 아이돌이 없으면 일도 시작되지 않으니까요. 1주일 후에 아이돌 후보생 모집회가 있지만, 그 전에 뽑아두면 더 좋겟죠?"

"아무래도 그게 좋겟죠."

약간의 잡담 후, 점심식사를 위해 바깥의 식당으로 나갔다. 왠만하면 도시락을 만들고 싶었지만 아직 이삿짐 정리가 끝나지 않아서 무리다. 돈이 조금 아깝지만 별 수 없겠지.

[다음 뉴스입니다. 최근 들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실종 후 귀환'사건에 대해서 경시청은.....]

"심란한 뉴스네요."

"정말이네요. 갑자기 왜 저런 사건이 일어나는 건지....."

실종 후 귀환 사건. 최근들어 여러 곳에서 발생하는 사건인 듯 하다. 추측인 이유는 어디까지나 이 사건이 아직까지는 도시전설의 범주에 속해있기 때문일까. 경찰이나 정부에서는 이런 사건은 없다고 인정하지 않지만, 매스컴에서는 연일 비중있는 화제로 보도하고 있다. 정부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언론이 무언가 냄새를 맡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갑자기 실종됐다가 며칠 후 반쯤 넊이 나간 상태로 돌아온다고 하는 사건이였죠?"

"아마도요. 덤으로 돌아온 사람은 며칠 동안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다가 쇠약사해버린다던가....."

무서운 소문이네요. 나와 센카와 씨의 의견이 일치했다. 뭐, 아직까지는 도시전설의 일부일 뿐이다. 빨간 마스크가 그랬듯이, 진짜로 도시전설이라면 얼마 안 가서 사라질 테지만 무서운 것은 무서운 것이다. 영화 속의 프레디 머큐리보다는 실존하는 정체불명의 도시전설이 더 무서운 법이다.

"밤 12시인가? 그 때까지 깨어있으면 갑작스럽게 사라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며칠 후에 돌아오게 되고, 또 다시 며칠 후에는 결국 죽어버린다고...."

"무서운 이야기네요. 그러고보니까 몇년 전에 비슷한 소문들 돌지 않았나요? 미나토구 연쇄 무기력 사건이나 야소이나바 시 실종살인사건 때 말이에요."

"그러고보니까 그랫죠. 아, 미나토구 하니까 생각난 건데..."

센카와 씨와 잠담을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흘러간다. 1시간의 짧은 휴식은 대화로 전부 소모했다.

"....그럼, 슬슬 전 스카웃에 나가 보겟습니다. 아, 그러고보니까 사장님은...."

"오늘은 다른 지방으로 영업을 가셔서 못 돌아오세요. 면접 때 얼굴은 봤을 테니 내일 사장님 앞에서 실수하는 일 없도록 부탁할께요~"

"하하, 조심할게... 흐아암... 음, 실례. 어제 제대로 잠을 못 자서요."

대화를 끝내고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 도중, 어제의 피로가 하품을 통해서 퍼져나왔다. 일단 입은 가렸으니 나쁜 인상을 주진 않겠지? 나쁜 인상을 줬다고 해서 어찌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신입사원이라는 것은 언제나 자신의 평가를 신경쓰는 법이다. 평가원이라곤 해도 사장님과 센카와 씨 정도지만.

"아, 어제 밤 늦게 이사하셧다고 했었죠? 그럼 이거 한 번 드셔보실래요?"

센카와 씨는 무언가 생각난 듯, 핸드백 속에서 무언가 음료수를 꺼낸다. 반짝거리는 별 모양의 뚜껑이 인상적이다.

"스태미너 드링크에요. 원래는 파는 물건인데 프로듀서는 오늘이 처음 일하는 거니까 공짜로 드릴게요. 마시면 스태미너가 바로 회복될 거에요."

"하하하, 이거 고맙습니다. 그럼 잘먹겟습니다."

후일 나는, 이 악마의 음료에 손을 댄 것을 진심으로 후회하게 된다만, 그건 지금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 때 서늘하고도 음흉하게 미소지은 센카와 치히로라는 여자를 좀 더 경계했어야 햇다. 저 망할 돈의 암퇘지 같으니라고.

"저기 실례합니다만....."

"뭐야? 당신 같은 돼지한테는 흥미없어. 말 걸지 말아줄래?"

잠시 미래를 보고 온 것 같지만 뭐 상관없나. 이런 잡생각은 떨치고 일이다 일. 아무리 길 가던 여자를 아이돌로 스카웃하려다가 '돼지'라는 폭언을 들어도 일은 일이다. 물론 저 여왕님(동행하던 사람의 말로는, 이름은 자이젠이라는 듯 하다)을 섭외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테지만!

"하아.... 역시 첫날부터는 안 되는 건가."

출근 첫날부터 길거리 캐스팅 하러 가서 성공하는 것도 이상하다곤 생각하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실패하면, 그 나름대로 지치는 법이다. 게다가 처음 보는 사람한테 돼지라는 말을 들으면 더더욱.

.....안 쪗지? 일단 나름대론 운동하고 있으니 괜찮겠지?

혹시나 해서 배를 만져봤지만, 뱃살이 나온 것 같지는 않다. 음, 아직은 괜찮아. 괜찮다고. 30대도 아닌데 벌써 배가 나오면 안되지.

"아, 저기 아가씨..."

"죄송하지만 아이돌...."

"아, 아니라니까요! 전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

"....다, 다가오지마! 아이돌 캐스팅을 위해서라지만 당신이랑 결혼은 안 할꺼야! 내, 내게 다가오지마아아아--------!!!!!

그렇게 고민과 실패를 거듭한다. 첫 날부터 잘 될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실패가 반복될수록 기분은 점점 무거워지는 법이다. 이래서야 일을 할 기분이 날까. 마치...... 음?

".........뭐야, 당신."

"아, 아뇨 그게....... 아, 여기..."

"....?"

한창 우울함 모드로 진입하려던 중, 갑자기 꽃 향기가 코를 간질였다. 대로변 도심 한 가운데, 가로수는커녕 잡초 한 포기조차 보이지 않고, 어디론가 제 갈 길을 가는데 바쁜 인파 속에서 꽃향기가 코를 자극해왔다.

꽃향기는 어딘가 쿨해보이는 여자아이한테서 나는 향기였다. 딱히 꽃을 들고 있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일까. 꽃향기가 이 장발의 여자아이한테서 난다는 것을 깨닫자, 나는 어느새 그녀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

"......신데렐라 걸즈 프로덕션? 뭐야, 길거리 캐스팅이라는 거야?"

"예. 혹시 저희 회사에서 아이돌을 해 볼 생각 없으신가요?"

"......미안한데, 당신은 아무리 봐도 수상해 보여."

인상만이 아니라 입과 마음도 쿨한 여성이였다. 신입 프로듀서의 심장에 얼음화살을 박을 정도로.

"그, 그런가요? 사실 저희 회사가 이번에 새로 연 곳이여서요. 아, 여기 명함입니다."

"....흐음, 일단 이상한 곳은 아닌 것 같네."

그녀는 어느새 빠른 손놀림으로 스마트폰으로 회사에 관해서 조사하고 있었다. 일단 누명 하나는 풀은 것인가.

"그래서, 나를 그쪽 회사에 캐스팅하고 싶다는 거야?"

"예, 혹시 생각이 있으시다면 부디 이쪽 전화번호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누명은 풀린 듯 하지만, 아직 그녀는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그러고보니까 오늘 처음으로 내 이야기를 1분 이상 들어주고 있는 사람이다. 여기선 조금만 더 권유해도 나쁠 건 없겠지? 없을거야 아마.

".....뭔가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는거야?"

....그러고보니까 무슨 이야기부터 꺼내야 하지?! 계속 거절당하다 보니까 이 다음 단계부터 이야기할 거리가 생각나지가 않아! 설마 나 내 무덤 판 거야?! 입사 첫날부터 이런 실수라니! 이건 어떻게해서든 만회해야!!!! 우와아아앙!!!!!

"그, 그렇취이! 지금부터 저쪽 카페에서 이야기할까요? 우선 저희 회사에 들어오시면 푸짐한 혜택이 원마이너스투... 가 아니라, 그러니까 그게.... 사무원이 귀엽...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쿨한 소녀의 눈초리가 내 말이 길어질수록 점점 더 좁아진다. 이미 명탐정 우사미 선생의 제자로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것보다 지금 내가 쿠마키치 포지션인 건가 설마. 그러니까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해야....

"........아! 저희 회사에 들어오시면 '톱 아이돌'이 될 수 있어요!!!! 제가 보장해 드릴게요!"

"톱 아이돌?"

"예! 톱 아이돌이요!"

성공이다아아아!!!! 눈이 우사미 눈에서 일반 눈으로 돌아왓어!!!!!!

"지금까지 이 거리에서 당신 말고도 프로듀서를 3명인가 만났지만, 당신같은 사람은 처음이네."

"하하, 뭐 그렇죠."

"당신처럼 지리멸렬한 사람은 처음이라는 뜻이야."

눈이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게 나한테 상냥해졌다는 뜻은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지금 현재진행형으로 깨닫고 있으니까. 마음이 아프다. 아까는 얼음화살이였지만 지금은 얼음투창을 던지는 것 같다.

"톱 아이돌이란 말을 꺼낸 사람도 처음이지만. 뭐, 나름대로 재미는 있었어. 훌륭한 콩트야."

"그, 그런가요? 하하하....."

마지막 말이 위로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한테는 얼음 투포환이 되서 날아온 건 확실하다. 여러분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던지는 투포환이지만 그 투포환에 맞아서 죽는 프로듀서가 연간 수백 명씩은 발생하고 있습니다. 부디 주의해 주세요. 특히 얼음 타입 속성강화 같은 건 하지 말아주세요. 빙결 가드킬은 더욱 더 쓰지 말아주세요.

"....일단, 생각은 해 볼게. 이 번호로 연락하면 되는 거야?"

"예! 이 번호로 거시면 저희 사무원인 센카와라고 하는 사람이 받을 겁니다. 혹시 생각이 있으시다면 부디 전화 부탁드립니다."

"알았어."

그녀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갈 길을 가려했다. 만일 내가 또 다시 막지 않았다면 말이다.

"죄송하지만... 혹시 이름 알 수 있을까요?"

"....시부야 린. 도쿄 시부야의 시부야에 늠름하다는 뜻의 린."

"....한 가지만 더요. 좋은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아아. 우리 집이 꽃집을 해서 말이야. 아마 그 냄새가 아닐까?"

......이후로도 영업은 계속했지만, 시부야 린 말고는 대화에 응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뭐, 대화에 응해줬다는 것 만으로도 나름 수확이라면 수확이라고 할 수 있을까.

퇴근 전 사무실에 들러서 센카와 씨와 인사를 나누고 집에 돌아갔다. 사람 한 명이 적당히 살 만한 원룸 속에 앉아서 짐을 정리한다. 옷가지, 식기, 생활용품 등등. 이렇게 보니까 최대한 줄인다고 노력한 짐조차 너무 많이 싼 것 같다. 게다가 왜 이 쓸데없는 사진까지 들고 온 걸까. 1초 정도 한숨을 내쉰 후, 잠깐 휴식 겸 TV를 켰다. 시사프로인 척 하는 연예인들의 잡담코너에서 최근의 '실종 후 귀환'사건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였다.

[그건 논리적이지 못한 발언입니다. 최근의 뉴스를 보시면....]

"타치바나 아리스라고 했었나? 저 아이."

일단 연예관련 업계인 만큼, 중요 연예인들의 얼굴과 이름은 최대한 기억해두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일을 시작한 이상, 이 정도는 해 둬야겠지. 안 그래도 인맥으로 돌아가는 일이 많을테니까. 얼굴을 미리 보고서 인사해두면 좋겠지.

"인맥인가..... 하아....."

늦게서야 짐 정리를 끝내고, 밤 12시가 다 되어갈 무렵이 되었다. 슬슬 하루가 끝나고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될 시간이다. 사무소에서 집까지 지하철로 20분, 도보 총합 15분 걸리는 주택단지에 침묵이 깔린다. 사무소가 있는 번화가 쪽도 슬슬 사람이 사라질 시간이다. 저 멀리 빌딩에서 밤새워 야근하는 사람들을 0.1초정도 애도하고 내일부터의 일을 생각한다.

"새 직장인가..... 잘 해낼 수 있으려나?"

잔생각이 많으니 잠이 오지 않는다. 약간 운동이라도 한 다음에 잠을 청할까. 팔굽혀펴기를 20회씩 5세트만 하고 자는 게 좋겠지. 적당히 운동이 될 것이다.

"....십삼.....십사...."

한 번 숫자를 셀 때마다 숨이 점점 가빠지는 듯 하다. 역시 이 1년 넘는 기간동안 운동을 안한 게 컷나보다. 그래도 이 정도까지 떨어질줄은 몰랐는데....

"....십... 어라? 이런. 숫자를 깜빡했나..."

어차피 열다섯번은 넘게 한 것 같으니 앞으로 5번만 하고 이번 세트는 끝낼까.

"다섯"

그러고보니까 거의 자정이 다 되어간다. 문득 오늘 점심에 있었던 도시전설 이야기가 떠오른다. 하하, 설마 그럴 리는 없겟지. 괜히 이사와서 심란해진 탓인가, 약간의 불안감이 떠나지 않는다.

"넷"

그나저나 오늘 만난 학생... 시부야 린이라고 했었지? 혹시 우리 쪽에서 아이돌 해 주지 않으려나. 몇 번인가 다른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것 같긴 했지만....

"셋"

어차피 며칠 후에 회사끼리 모여서 단체선발 할 기회가 있으니 안 와도 그만일지도 모르지만... 왠지 그 아이한테는 반짝이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둘"

핑! 하고 왔다! ...라니, 나도 참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

좋아. 이걸로 이번 세트는 끝이다. 1분 정도 쉬다가 바로 다음 세트로......

[쿠구궁]

"어라? 지진인가?"

갑자기 한밤중에 지진인가 싶어서 주위를 둘러봤지만, 뭔가 흔들리는 것 같지는 않다.

[쿠궁]

"혹시 밤중에 공사라도 하는 건가? 정말이지... 이래서야 잠들기가 어렵잖아...."

[쿠구구구구구]

갑자기 이상한 위화감이 들기 시작한다. 뭐지? 이 기분은? 그러고보니까 이 감촉 어디선가 느껴본 적이... 아, 오늘 출근길에 꾼 꿈! 그때랑 비슷한 기분이다.

"....아니, 비슷한 것 같아도 달라."

하지만 내 정신은, 아침의 꿈과는 다른 거라고 말하고 있다. 게다가, 난 왜 지금까지 그 기묘한 꿈을 잊고 있었지?

'밤 12시인가? 그 때까지 깨어있으면 갑작스럽게 사라진다고 하더라고요'

센카와 씨의 말이 묘하게 귓속에 맴돈다.

"어이어이.... 거짓말이지?"

설마, 하고서 창 바깥을 바라본다. 딱히 이유는 없다. 다만 왠지 그래야 할 것 같다고 느꼇기 때문이다.

".....뭐야 이거...."

조용한 주택가여야 할 창 바깥은, 어느새인가 기괴한 판타지 세계가 되어 있었다. 건물들은 전부 녹슬어서 삐그덕거리고, 정체불명의 이끼 무리가 실시간으로 도시를 기어다닌다. 하늘에는 날개 한 쪽만이 날아가듯 떠다니고 있다. 내가 보고 있는 세계 전체가 미쳐버렸다.

"이, 일단 전화를.... 먹통? 아니, 아예 작동을 안 하는 거야?!"

스마트폰은 아예 켜지지조차 않는다. 혹시나 해서 컴퓨터도 켜 보았지만 묵묵부답이다. 집에 있던 전자장비 중 유일하게 가동되는 건 TV뿐이다. 물론 제대로 된 방송이 나오지는 않는다. 기분나쁜 무언가만이 꿈틀댄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이쪽을 공격하려는 것처.....

"....으... 마, 말도...."

혹시 링이라는 공포영화를 알고있는가. 한 때 그 공포영화의 주역인 사다코가 TV 바깥으로 나와서 시청자를 죽인다는 소문이 돌았다. 예전엔 단순한 흥미거리에 불과한 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차라리 사다코가 나와줬으면 하는 정도이다. 기분 나쁘게 꿈틀대는 검은 비닐봉지에 이빨이 달린 괴물체보다야 적어도 누군지는 알고 있는 사다코 쪽이 훨씬 더 낫지 않겠는가.

게다가, 저 비닐봉지들은 명백히 날 공격하려 하고 있다. 깨달은 순간, 나는 바로 창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어차피 2층이여서 다칠 일은 없다. 안전하게 낙법으로 착지한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린다. 돌아볼 필요도 없다. 비닐봉지들이 쫓아오고 있는 건 명백하니까. 기분나쁜 괴성과 함께 쫓아오는데 못 알아챌 것도 없다.

"뭐냐고... 젠장... 이게 뭐냐고오오오!!!!!"

아무것도 모르겠다. 다만 알 수 있는 건, 저 괴물들한테 잡혔다가는 난 죽을 거라는 점이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뛰고 또 뛴다. 1년 넘게 운동을 하지 않았던 몸은 금세 피로를 호소한다. 하지만 절대로 발을 늦출수는 없다.

"하아... 하아...."

얼마나 뛰었을까. 멀리서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다, 당신?! 이게 대체 어떻게...!"

오후에 캐스팅 제의를 한 소녀. 시부야 린이 이곳에 있었다.

"너야말로 대체 왜 여기 있는 거야! 그것보다 뛰어!"

"갑자기 말투가... 뭐, 뭐야 저거!!"

"나도 몰라! 하지만 잡히면 죽을 거라는 건 확실해!!"

왜 그녀가 여기 있는 건지는 모른다. 하지만 일단 이곳에 떨어진 이상, 잘못하면 죽는 것은 확실하다. 절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다. 이미 나를 쫓던 괴물들 중 일부는 그녀를 좀 더 손쉬운 '먹잇감'으로 인식한 듯 하다.

녹슨 도시 사이를 한 쌍의 남녀가 뛰쳐나간다. 애석한 것은, 전혀 로맨틱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일까. 절대로 존재해선 안 될 괴물들한테 쫓기면서, 녹슬어가며 삐그덕대는 와중에 녹색 이끼들에게 유린당하는 도시 사이를 뛰어가는 행위에는 로맨스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하아... 더, 더 이상... 힘들어...."

"무슨 소리야! 뛰지 않으면 죽는다고!"

아무래도 그녀의 체력은 평범한 소녀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듯 하다. 얼마 뛰지도 못하고, 그녀는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얼마 안 가서 저 괴물들한테 살해당할 게 분명하다.

"못, 못... 뛰겟어.... 이제...."

"아직 더 뛸 수 있어! 조금만 더...."

어떻게든 그녀를 재촉해보지만, 그녀는 몇 걸음 못 가서 쓰러졋다. 내가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에, 이미 괴물들이 우리를 포위해 버렸다. 사방을 둘러봐도 검은 비닐봉지들 뿐. 마치 비닐의 벽처럼 우리 둘을 감싸오기 시작한다. 마치 검은 비닐봉지로 싸맨 쓰레기통 안 쪽 같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살 방법이...."[그대, 역경을 헤쳐나갈 힘을 원하는가?]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야?! 당신 누구야!!"

"어, 어디를 향해서 이야기하는 거야?"

"이 목소리 안들려? 지금도"[다시 한 번 묻겠다. 역경을 헤쳐나갈 힘을 원하는가? 헤쳐나갈 수 있는 역경을 원하는가?]

그녀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듯 하다. 그렇다면 이 소리는 지금 나한테만 들리는 건가.

"키기기기미키키키키미비비쿠미모미미니니니니이이이리리비비비키키키티티치치치디디디디지지비비....."

"저것들... 이상한 소리로 울기 시작했어...."

들린다, 아마도 곧 공격해올 것 같다. 이건 말 그대로 '역경'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앞에 절체절명이라는 사자성어가 필요할 것 같긴 하지만. 역경은 역경이겠지.

[마지막으로 묻겠다. 그대, 역경을 헤쳐나가야 하는가?]

"....아아, 그래."

만일 이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고, 역경을 헤쳐나가야 한다면, 그만한 힘이 필요하겠지.

[좋다. 여기 계약은 성립되었다. 그대의 역경을 보여라. '와일드'의 페르소나를 가진 자여!!!!!!]

몸 안에서, 무언가가 솟아나온다.

"다, 당신... 그건 뭐야?!!"

옆에서 린이 놀라고 있지만, 뭐 무리는 아니다. 나도 지금 놀라고 있으니까. 사실 이해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싸울 수 있는 힘과 의지가 있다는 거지!"

솟아나온 무언가가, 카드가 되었다. 운명에 이끌리는 듯, 카드를 손에 쥐었다. 아아, 그런 거로군. 잘은 모르지만 대충은 알겠어.

그러니까, 이 때는 이렇게 말하면 되는 건가?

"페르소나!!!!"

카드에서 빛이 남과 동시에, 사람과 비슷한 형태를 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푸른 색을 띤, 엉망진창으로 찢겨나간 듯 한 양복을 입고 있는 회사원 같다. 들고 있는 기타가 언밸런스함을 자아내는 듯 하지만 이걸로 좋다. 이거라면 할 수 있다.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몇 마리가 동시에 우리를 노린다. 아마 위험을 깨닫고 선수를 치려는 거겠지. 하지만 너무 늦었다.

"콜드플레이! 부흐!"

동시에 달려들던 적들을 부흐로 얼려버린다. 발은 없지만, 얼어붙은 상태에서는 움직일 수 없다는 거겠지. 물론 전부 다 얼릴 수 있던 건 아니다. 몇 마리인가는 놓쳐서 이쪽을 향해 날아든다.

"하아압!!"

콜드플레이의 무기, 아마도 기타로 추정되는 무언가를 휘두르자 단 1격으로 비닐봉지들이 찢겨나간다. 그 사이에 빙결을 풀어버리고 다시 달려드는 비닐봉지들. 하지만.

"다시 한번 부흐!"

이번에도 결과는 같다. 이미 몇몇 비닐봉지들은 얼어붙다 못해 깨져버렸다. 남은 비닐봉지는 이제 얼마 되지 않는다.

"마지막 마무리다!!!"

얼어붙어버린 비닐봉지들에게, 콜드플레이의 기타가 무섭게 작렬한다. 이미 얼어붙은 비닐봉지들은 저항할 틈도 없이 전부 다 깨져버렸다.

"....굉, 굉장해..."

옆에서 린이 솔직한 감상을 드러내었다. 문득 린의 얼굴을 보니, 아까의 쿨한 표정에서는 상상이 가지 않았던 표정이였다. 음, 역시 이쪽이 더 귀엽다. 조금만 더 감상해 볼까. 그런데 어라? 갑자기 왜 이렇게 어지럽고 졸리......

풀썩,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의식도 끊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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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들은 알고 모르는 사람이 절대다수일 실버메탈입니다. 지금 조아라 쪽에서 연재하고 있는 놈입니다. 이곳 반응이 궁금하기도 해서 올려봅니다.

 

....사실 반응이면 예전에 신사게에 올린 야요이「노예가 되버린 프로듀서는 주인에게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거에요」가 참 뜨거웠지만요. 그쪽도 슬슬 업로드를 해야 하는데....... 뭐 그쪽도 곧(1년내)로 업데이트 할 예정입니다.

 

그럼 앞으로 2편 더 올릴테니 좋은 반응(.....)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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