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네가 없는 길

댓글: 6 / 조회: 2580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2-19, 2013 02:15에 작성됨.

 “휴가를 내고 싶다고?”
 “안 될까요?”
 765 프로덕션 사무실은 한적했다. 사무실에 남아있는 건 단 둘. 푸른 가희와 그의 프로듀서뿐이었다. 코토리는 잠시 자리를 비웠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치하야는 프로듀서에게 휴가를 요청하고 있었다.
 그녀가 먼저 휴가를 내고 싶다고 했던 것은 처음이었다. 일이 없는 시간에는 항상 연습실에 틀어박혀 보컬 연습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그녀가, 처음으로 쉬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내심 그녀를 쉬게 해 주고 싶었다.
 “음... 확실히, 그날 치하야의 일정은 없지만.”
 “문제될 일이라도 있나요?”
 사실 크게 문제가 될 일은 없었다. 그녀는 그날 특별한 일정도 없고, 그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던 그녀에게 지금쯤 휴식이 필요하기도 했을 터였다. 하지만 프로듀서가 망설이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녀가 휴가를 부탁한 날은 그녀의 생일이었고, 하루카의 주도 아래서 765 프로덕션은 그녀를 위한 성대한 생일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프로듀서로써는 입장이 난처해질 수밖에. 
 찡그린 미간에 볼펜을 지그시 누르며, 그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사장님께 결재는 올려 보겠지만, 가능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아.”
 “...프로듀서가 뭘 걱정하시는지 알아요. 걱정 마세요, 저녁에 사무소에 올 생각이니까.”
 프로듀서가 일순 움찔한다. 저녁에 사무소에 오겠다는 말은 곧 저녁에 깜짝 파티를 받으러 사무소로 돌아오겠다는 의미인가? 애써 태연한 척 하려 했지만, 프로듀서는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치, 치하야. 무슨 소리야? 휴가를 내놓고 사무소엔 왜...”
 “...하루카는 너무 조심성이 없다구요?”
 “윽.”
 치하야는 얇은 미소를 띄우며 프로듀서의 말을 끊었다. 아무래도 프로듀서가 태연한 척 하려 해도, 애초에 의미가 없는 일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치하야도 배려심 없기는.”
 “하지만 알아챈 걸 얘기하지 않으면, 휴가를 내주시지 않을 거잖아요?”
 “딱히 그런 건 아니었다구. 최근의 치하야는 좀 귀여워졌었는데.”
 “프, 프로듀서?!”
 치하야가 얼굴을 붉혔다. 프로듀서는 농담이라고 웃어넘기고, 치하야에게 휴가계 작성하는 법을 이리저리 알려주기 시작했다.
 “날짜는... 2월 25일. 사용휴가는... 연차로 하자.”
 “프로듀서, 휴가 사유도 적어야 하나요?”
 “굳이 적지 않아도 휴가가 나오긴 하지만. 일단은 형식이니까. 간단하게라도 적어 줘.”
 치하야는 잠시 고민하다가, 펜을 들어 사유란에 간단히 두 글자를 적었다.
 ‘성묘’
 “치하야.”
 “왠지 모르게,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괜찮겠어?”
 프로듀서의 물음에 치하야는 잠시 망설였다. 그녀가 하루카를 통해, 765 프로덕션의 모두를 통해 구원받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간 뒤였다. 사실 그녀가 동생에게 성묘를 하는 것은 사실 전에도 자주 하던 일이었지만. 그녀가 동생을, 유우를 ‘똑바로 마주보는’ 것은 그 날 이후로는 이번이 처음일지도 모른다고, 프로듀서는 생각하고 있었다. 
 치하야 또한 그와 비슷한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은 예전과는 다르다고 자신은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마주하는 것은 이야기가 조금 다른 것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미룰 수는 없는 것이었고, 그녀는 이제 힘을 얻었으니까. 동생 앞에서도 조금은 당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곳을 향해 보려고 했다.
 “괜찮아요. 다시 길에 들어섰으니까요. 그걸 알리러, 다녀오고 싶어요.”
 “치하야...”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정면에서 부딪히기 더 두려워질 거예요.”
 치하야의 표정은 의연했다. 그녀도 그녀 나름의 각오를 하고 있었으리라. 프로듀서는 미간에 올려 둔 볼펜을 다시 누르며 한참을 생각하다, 결심한 듯 치하야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듀서로써, 치하야를 믿어 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장님께는 내가 결재를 올릴게.”
 “감사합니다, 프로듀서.”
 “믿어도 되는 거지?”
 치하야는 잠시 머뭇거리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작은 결단을 보고 프로듀서가 지은 사람 좋은 미소에, 치하야는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

 2월의 끝자락이지만 날씨는 여전히 얼음장 같았다. 신사를 향하는 그녀의 발걸음이 얼어붙어 느려질 정도였다. 차가운 새벽 공기는 그녀의 폐를 얼어붙게 만들 듯 매서웠다. 그녀는 추위를 뚫고, 앞을 향해 걷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시계를 봤을 때 새벽이었던 것을 그녀는 기회로 삼기로 했다. 일찍 일어난 김에라기보단, 해가 밝아올수록 가기 망설여질 것 같아졌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생각이, 자신의 삶이 변하기 전에는 자주 찾아갔었던 이곳이, 지금 와서 왜 이렇게 발을 들이기 힘들어졌는지 치하야는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무의식적으로 마주하는 걸 망설이고 있었던 것일까. 그녀는 생각을 거듭해 봤지만 답은 쉽게 얻어지지 않았다.
 “...춥네.”
 장갑을 낀 손을 호호 불어가며, 치하야는 계단을 올랐다. 그녀가 예전에 들렀을 때 한창 열렸었던 축제의 활기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는 휑한 분위기 속에서, 앙상한 나뭇가지와 황량한 모래바람이 그녀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괜히 새벽같이 나왔던 걸까 하고 그녀는 조금 후회했다. 옷깃을 여며 보지만, 칼바람은 그녀를 거부하듯 거세지기만 했다.
 마치 이 장소가 자신을 거부하는 것만 같았다. 오지 말라고 밀쳐내는 듯한 거센 바람이 그랬고, 목에 찌꺼기처럼 달라붙어 기침을 유발하는 검은 흙먼지가 그랬고, 바람에 치여 듣기 싫은 마찰음을 내는, 다 벗겨져 풀잎을 찾아볼 수 없는 수많은 나뭇가지들이 그랬다. 네가 어디라고 이곳에 염치도 없이 찾아왔느냐고 윽박지르는 것 같아서, 치하야는 마음이 편치 못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뒤돌아 집의 따뜻한 침대 안으로 파고들고 싶은 기분이었다.
 “...돌아갈까.”
 마음이 약해졌다. 다른 날에 와도 되겠지. 그런 생각이 점점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해갔다. 유우는 어디로 도망가는 게 아니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어본다. 발걸음은 꾸역꾸역 앞을 향했지만, 마음은 벌써 침대 속으로 들어갈 것만 같았다. 결국 본능이 이성을 이기고, 그녀의 발이 180도, 돌아서려는 순간이었다.
 ‘누나-!’
 치하야는 놀라서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꼬마아이가 서 있었다. 목소리와 생김새를 보고 순간 그녀도 착각할 법한, 너무나 동생을 닮은 아이였다. 잠깐 동안, 치하야는 눈을 비볐다. 그리고 살짝 한숨을 내쉬고 울고 있는 아이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누나를 찾는 거니?”
 “누...누나가 없어졌어요...! 히끅...!”
 아이는 얼굴이 눈물콧물로 범벅이었다. 추위에 귓불이 새빨개진 채 한동안 이곳에서 누나를 찾아 돌아다녔던 모양이다. 치하야는 급히 하고 있던 장갑과 목도리를 벗어 아이에게 주었다.
 “고...고맙습니다...”
 “후후, 착한 아이네. 누나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 줄래?”
 “그... 그러니까... 머리가 길구요...”
 “타키!!”
 누군가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앞에 있던 남자아이와 비슷한 얼굴을 한, 아이의 말대로 머리가 긴 어린아이가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아이는 잰걸음으로 다가와 치하야를 슬쩍 밀쳐내고 동생을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다시금 치하야에게 매서운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언니는 누구에요?”
 “저 누나가 목도리랑 장갑 줬어!”
 “타키! 누나가 모르는 사람이 친절하게 굴면 조심하라고 했지!”
 “우우...”
 동생은 타키라고 하는 모양이었다. 여자아이는 초등학생, 그 동생은 유치원생쯤 되었을까. 동생은 미묘하게 주눅이 들어 있었고, 누나는 나이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압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태도였다. 과보호를 하고 있는 걸까, 하고 치하야는 혼자 생각했다.
 “언니, 수상한 사람 아니에요?”
 “아, 아니. 수상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
 “아앗?! 누나, 누나! 나 저 누나 알아! 저 누나...!”
 동생 쪽은 치하야를 알아본 모양이었다. 목도리를 벗어주면서 얼굴이 드러났으니, 치하야를 방송에서 본 적이 있는 아이라면 알아챘을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누나 쪽은 동생에게 다시 윽박질렀다.
 “타키! 가만히 있어 봐!”
 “하지만 이 누나 유명한 사람인걸! TV에도 나온다구!”
 “타키!!”
 누나의 다그침에 동생이 입을 다물었다. 누나는 동생을 자신의 등 뒤로 돌리고 팔을 크게 벌려 동생을 벽을 치듯 가로막았다. 내가 이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그렇기에 수상한 사람이 가까이 오는 것은 전력으로 거절하겠다는 강한 의사의 표현이었다.
 치하야는 그 두 아이의 모습에, 어린 시절의 자신과 유우를 오버랩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의 즐거웠던 모습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긴 했지만. 유우를 잃은 후, 그 아이를 위해 노래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던 자신의 모습이 그 아이를 통해 보였다. 그녀는 잠깐 고민했지만, 일단 의심을 풀고 싶었다.
 “정말 언니 유명한 사람이에요?”
 “으, 응. 일단은... 유명할 거야.”
 “증명할 수 있어요?”
 “그, 그게...”
 그녀는 당황했다. 자신의 유명함을 증명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오늘은 빈손이었다. 평소에 앨범 같은 걸 들고 다니진 않는다. 그렇다고 근처에 TV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쉽게 증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 때, 누나의 뒤에 숨어 있던 동생이 앞으로 뛰어나왔다.
 “누나! 노래해 줘!”
 “타키!!”
 “누나는 가수잖아! 노래하면 알 수 있을 거야!”
 
 ‘노래해 줘! 누나!’
 치하야는 언젠가 자주 들었던 익숙한 말이 떠올라 잠깐 웃음을 지었다. 아침이라 목이 그렇게 편안하진 않았지만, 한 번 노래해 보기로 했다. 왠지 지금은 자신의 노래보다는, 지금 자신의 머리 속에서 생각난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저기, 호두나무야.
이 거리의 풍경은 네 눈엔 어떻게 비치니?
지금의 나는 어떻게 보이니?
저기, 호두나무야.
누군가의 상냥함도 비꼬는 것처럼 들려.
그럴 땐 어떻게 하면 돼?
좋았던 일들만 생각하니
자포자기한 늙은이가 된 기분이 들어
그렇대도 삶 속에서 지금 움직이려고 하는
톱니바퀴의 일부가 되지 않으면...
희망의 수만큼 실망은 늘어가겠지만
그래도 내일에 가슴이 설레여
‘무슨 일이 일어날까?’ 상상해 보곤 해.

저기, 호두나무야.
시간이 무엇이든 다 씻어내 준다면
살아가는 건 너무나 쉽겠지.
저기, 호두나무야.
그 때 이후로 한 번도 눈물 흘린 적이 없어.
하지만 진심으로 웃었던 적도 적어.
어디에서부터 잘못 채웠는지
깨달았을 땐 단추가 하나 남아
똑같이 누군가가 처치 곤란한 단춧구멍에서 만나는 데에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어.
만남의 수만큼 이별도 늘어가겠지
그래도 희망에 가슴이 떨릴 거야.
교차점에서 우연히 만날 때마다 방황하기도 하겠지만.

‘지금 이상’을 언제나 바라면서도
변하지 않는 사랑을 바라며 노래해.
그렇게 톱니바퀴는 도는 거야.
그 필요 이상의 부담에 삐걱거리는 둔한 소리를 내면서.
희망의 수만큼 실망도 늘어가겠지만
그래도 내일에 가슴이 설레여
‘무슨 일이 일어날까?’ 상상해 보곤 해.
만남의 수만큼 이별도 늘어가겠지
그래도 희망에 가슴이 떨릴 거야.
더는 돌아보면 안 돼.
나아가자, 네가 없는 길 위로...

 “누나! 누나 최고야!”
 “후후, 내 노래는 아니지만... 왠지 이게 부르고 싶었어.”
 “근데 노래 가사는 전-혀 모르겠어! 너무 어려워!”
 “...큿!”
 그렇게 쓴웃음을 짓긴 했지만, 치하야는 뭔가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노래 한 곡을 부르고 나니 마음에 끼어 있던 안개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역시 자신의 자아는 노래에 있다고, 그녀는 다시금 느꼈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추웠던 바람도, 목에 엉겨붙는 흙먼지도 없었다. 앙상한 나뭇가지도 지금은 흔들리지 않았다.
 “언니, 이름이 뭐에요?”
 누나 쪽이 치하야에게 물었다. 치하야는 아이가 경계심을 풀자 살짝 미소지으며, 아이와 눈높이를 맞춰 무릎을 굽혔다.
 “키사라기 치하야.”
 “정말 가수에요?”
 “응. 가끔 TV에도 나와.”
 “그... 저기, 의심해서 미안해요...”
 여자아이가 쭈뼛거리며 사과하자, 치하야는 살짝 손을 들어올렸다. 아이가 손에 놀라 움찔했지만, 치하야는 그대로 아이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괜찮아. 누나니까. 동생을 지켜야지.”
 “네, 네...!”
 동생을 잘 지켜주렴. 하고 치하야는 무릎을 폈다. 하늘은 맑아져 있었다. 바람 하나 불지 않고, 흙먼지도 더 이상 없는 쾌청한 날씨에 치하야는 기분이 좋아졌다. 다시금 유우를 향해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뒤에서 손을 흔드는 아이들에게 똑같이 손을 흔들어 화답해주고, 오늘의 목적지를 향해 발을 옮겼다.

 앙상한 나뭇가지 너머로 늘어선 비석들. 아직 공기가 차갑지만, 바람은 더 이상 불지 않았다. 해가 뜨고 아침이 밝아오는 양지바른 곳에 늘어선 무덤은 묘지라기 보단 어떤 고지(高地)를 떠올리게 했다. 높은 봉우리 위에서 새벽 해를 맞이하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곳이었다. 그 비석들 사이로 키사라기 유우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치하야가 서 있었다.
 “나 왔어. 유우.”
 그녀의 목소리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오늘, 누나 생일이야. 유우가 없어진 뒤로... 사실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살았는데. 오늘 저녁에 사무소에 돌아가면 모두가 날 위해 생일 파티를 준비하고 있을 거야.”
 그녀는 숨을 고르고 할 말을 찾아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마음을 굳힌 듯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먼저 사과부터 할게. 미안해. 난 지금 너무 즐거워. 유우가 없어진 뒤로, 유우를 잊어선 안 되니까. 유우를 위해 노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다짐하며 살아왔는데. 어느 샌가 그런 걸 내려놓고 나를 위해 노래하는 내가 있었어.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런 즐거움 때문에 유우를 잊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조차도, 최근에서야 떠올렸을 정도로 너무 즐거웠어.”
 해가 점점 떠올랐다. 비석을 비추고 있던 햇빛이 점점 치하야에게 따뜻한 온기를 가져다주고 있었다.
 “유우를 잊어선 안 된다는 건 당연한 일이었어. 내 잘못 때문에 유우를 잃었으니까. 내가 평생 안고 가야 된다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유우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요즘은 조금 생각이 바뀌었어. 예전에 하루카가 말했듯이. 좀 더 간단한 걸로. 노래가 좋으니까. 내가 노래하고 싶으니까. 계속 노래할 거야.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이상 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래서 여기에 오는 게 망설여졌어.”
 해가 밝아오자 새들도 지저귀기 시작했다. 제비 몇 마리가 묘지 주변을 이리저리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여기에 오면 또 뒤를 돌아볼 것 같아서. 그래서 망설였는데... 아무래도 괜한 생각이었던 것 같아. 어쩌면 옛날의 나와 비슷한 아이를 만나서 조금 홀가분해졌는지도 모르겠어. ...저기, 유우. 나. 이제 돌아보지 않으려고 해. 널 잊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 하지만 더는 너를 위해 노래하는 것에 얽매이지도 않을게. 유우는 유우. 나는 나니까. 아마 너도 살아있어서 나와 같이 나이를 먹어갔다면 나와 같은 말을 했을까?”
 주변을 선회하던 제비 중 한 마리가, 유우의 비석 위에 잠깐 몸을 쉬러 내려왔다. 제비는 치하야를 바라보며 작은 울음소리를 냈다.
 “너무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했나 보다. 하지만 덕분에 조금 홀가분해진 것 같아. 앞으로는 더 자주 올게. 정말 미안해. 유우. 그리고... 고마워. 이제야 비로소... 네가 없는 길을 걷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묘비 앞에서 합장하고. 치하야는 묘지를 빠져나와 신사 계단을 향했다. 남향으로 지어진 신사의 앞뜰은 햇빛이 가득했다. 그녀는 가득한 햇빛 속에서. 오늘은 765 프로덕션의 모두가 나에게 어떤 즐거움을 줄지, 하루카가 준비한 생일 파티는 또 어떤 즐거운 일이 가득할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주변을 제비 한 마리가 마치 노래하듯 울며 날아다녔다.
 햇빛은. 그녀가 내려가는 계단을 찬란하게 비추고 있었다. 

---------------------------------------------------------------------------------------------

치하야!! 생일 축하해!!!
라고 미리 써봅니다. 25일엔 제가 일본에 있어서... 부랴부랴 썼어요.
20일 출국하고 26일에 돌아오는지라 단편제는 힘들것같고...ㅠㅠ
치하야가 생일을 맞아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걷길 바라면서 써 봤어요!
재미있게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 저 쿠루미 유튜브 링크하느라 태그를 좀 썼어요... 
embed는 아닙니다만. 혹 문제되면 삭제하겠습니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