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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line Tokyo - Step 4. Neighb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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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8, 2014 13:33에 작성됨.

BGM : Daisuke(Hotline Miami ost)

 

그날따라 일을 끝마치고, 건물의 뒤편으로 돌아 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분명 곧 경찰이 들이칠텐데도, 나는 건물 뒤편으로 돌아가봐야한다는 생각을 감추지 못했다.

피투성이가 된 복도를 지나, 층계를 평소와는 다른 조급한 걸음걸이로 뛰듯이 내려 건물의 뒤편으로.

 

아무것도 없는 건물의 뒷편을 이리저리 살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단념하려 했지만...

골목의 가운데, 조금 어색하게 열린 맨 홀에서 '뭔가의' 소리가 들렸다. 장갑이 찢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힘을 주고, 그대로 맨홀을 열어 젖혔다.

역한 하수도 냄새와 함께 코에 흘러들어왔다. 그러나, 익숙한 냄새가 그 악취에 섞여 있었다. 위에서 하도 맡아서 이제는 후각이 무감각해진 그 냄새.

 

피냄새를 따라, 나는 조심스레 맨홀 아래로 내려섰다. 뭔가에 홀린듯, 조심스레 걸어선 곳에...

하수도의 미등이 희미하게 빛나는 그 아래에, 피의 바다를 만들며 주저앉아 있는 남자가 보였다. 

발 밑에는 누런색의 고무재질 가면이 피에 젖은채 굴러 떨어져 있었고, 사내는 미세하게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아. 물론 예상은 하고 있었다. 뉴스에 나온 몇몇 사건 현장은 내가 있었던 곳이 아니었으니까.

하여간 메시지를 남기는 놈들도 악취미였다. 동물가면 살인마였다니.

 

"으...으...제...젠장..."

 

죽어가면서도 욕할 기력은 있는지, 사내는 힙겹게 욕을 뱉어내더니...내쪽을 바라봤다. 

얼굴 한쪽이 피에 젖어 알아볼 수 없긴 해도, 의외로 나이가 많지 않은...아마 나보다 한 두어살 더 많거나 적을 정도의 청년.

그러나 배에 뭔가를 맞았는지 배에는 피를 철철 흘려내는 보습을 보니, 살아나는 것은 글러먹어 보였다.

 

"나는...나...는 시키는 대로 했어...시키는...대로 했다고...쿨럭."

 

입에서 피를 토해내며, 뭔가 더 말하려던 사내는 그대로 고개를 푹 떨궜다.

아무 말 없이 그 장면을 지켜보던 나는 그가 흘렸던 고무 가면을 집어 들고, 두어번 상태를 살핀 뒤 주머니에 넣었다.

끈덕하게 피가 주머니 안에서 흐르는 느낌을 애써 머릿속에서 지우면서, 말 없이, 돌아보지 않고 나는 맨홀 사다리를 올라갔다.

 

저만치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를 뒤로 하며, 나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옆의 비닐에 싸인채, 피에 젖은 호랑이 가면을 씁쓸한 눈으로 한번 돌아 보고선, 망설임 없이 엑셀을 밟았다.

...최근에는 조금 익숙해 졌다 생각 했는데. 아직은 아닌가 보다.

 

----

 

시대에 걸맞지 않는, 아무런 자동 장치도 달려있지 않은 나무 문.

보통 도쿄 번화가에 위치한 식당 치곤 꽤 구식의 식당이었지만, 나는 이곳...타루키 정이 썩 마음에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예전 765 프로덕션이 아주 조그마한 사무실이었을때는 이 타루키 정이 있는 건물 바로 위쪽이 765 프로덕션 사무소였고.

지금이야 커다란 빌딩으로 옮겼다지만 그래도 걸어서 5분정도의 아주 가까운 거리.

야근 할때마다 프로듀서들(주로 아카바네, 아키즈키 P)과 함께 단골로 오던 가게였으니만큼, 타루키 정의 종업원

 

"아. 어서오세요 프로듀서. 오늘'도' '이 시간'에 혼자신가요?"

 

"그러게요. 최근 이사 이후에 이쪽 프로덕션에서 오는 일이 줄었으니까요."

 

"하하...사실은 아카바네씨랑 피요...아니 코토리씨도 종종 온다구요? 시간대가 안맞는 것 뿐이겠지요. 린쨩하고 카에데씨도 꽤 잘 나가고 있고."

 

분명 피요쨩이라 말하려고 했다. 불쌍한 피...아니 코토리씨. 이런데서도 본명으로 불리지 못하다니.

이런 저런 쓸데 없는 잡담을 나누다 말고, 남자답...아니, 시원스레 웃으면서 오가와씨는 주문 할 필요도 없다는듯 주방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내가 주문하는 음식이야 거의 정해 져 있으니까. 나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팔을 탁상에 괸채로 한숨을 흘렸다.

 

...뭐, '오늘도' 혼자긴 하다. '일'을 끝낼때 마다, 집에서 피부가 아파올 정도로 피비린내를 씻어 내고 나서 매번 타루키 정을 찾았으니까.

매일 일을 끝마친 이후에는 마치 당연하다는듯 미친듯한 허기가 찾아왔다. 그럴때 아무 생각 없이 한잔 하면서 배를 채울 수 있는 곳이 타루키 정.

그렇다 보니 정 피곤할때 제외하곤 일을 끝마친 뒤엔 타루키 정에 들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24시간 하는 음식점, 그것도 단골 식당이란 편리하다. 의심받지 않고 종종 올 수 있으니.

온 몸에 남아있는 진득한 피로감을 어떻게든 생각의 저 편으로 미뤄두면서, 나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최근 들어 음성 메시지가 오는 텀이 조금 늘어났다. 각종 수사기관이 뛰어들어서 그런가.

거기다가 요즘은 일을 끝마치기 직전에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수준이고. 그러다보니 매번 급박하게 처리하고 빠져나오게 되었다.

...그게 뉴스에는 '동일범이 아닌 모방범인가?' 라던가 '살인범은 한명이 아닌 다수?'라는 식의 가설이 나오게 만들었지만.

 

"그러고보니 프로듀서. 최근 들은 소문인데..."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던 와중, 눈 앞에는 고기가 보통에 비해 수북하게 담긴 덮밥 한그릇과 맥주 한병이 놓여있었다.

멍하기 오가와씨를 보자 그녀는 서비스라는듯 눈을 찡긋 하면서 바(Bar) 형태로 만들어진 탁자 앞의 공간에 몸을 기대왔다.

 

"이번에 뉴스에서 떠들썩한 한밤의 야쿠자 살인범 말이죠."

 

"...아하. 안그래도 그것때문에 요즘 일이 말이 아니에요. 최근에는 어지간한 방송사들도 야간까지 촬영하는 일을 피하려고 하고."

 

"사실 이쪽도 밤 손님이 뚝 끊어진게 그것 때문이긴 하지만 말이죠...에흠. 하여간 그 살인범에 대한 소문을 들었는데요...그게, 동물 가면을 쓴 남자가 확실하대요."

 

...확실? 그 말에 뭔가 섬찟한게 등허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태연하게, 덮밥에 시선을 집중한 척을 하며 동요를 숨겼다. 그리고 입에 덮밥을 넣고 우적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를 감췄다.

 

"호. 근데 그게 무슨 동물이래요?"

 

"...와...입에 뭐 넣고 발음이 똑바로 나오시는...흠흠. 하여간...아. 이거 인터넷에 누가 찍은걸 올린게 있어요. 화질 엄청 나쁘지만."  

 

어디보자. 하고 그녀는 앞치마 앞을 뒤적이더니 핸드폰을 꺼냐, 잠시 자판을 두들기더니 보여줬다.

그리고 화면에 나온 조악한 화질의 사진 너머에는, 누런 색의 가면을 쓴 남자가 나와 있었다.

가면의 모양은 아마도 고양이, 아니면 호랑이. 속에 뭔가 덜컥. 하고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속 안에서 뭔가 계속 덜걱거리면서 거슬리는 불편한 느낌을 애써 지우고, 맥주 한잔을 쭉 들이킨 뒤 나는 입을 열었다.

 

"거 스플래터 무비를 너무 본 녀석이 범인 아닙니까."

 

"그렇죠? B급 스플래터 무비도 아니고. 동물 가면 살인마라니."

 

----

 

"..."

 

아무래도 신경쓰인다. 최근의 프로듀서는, 뭔가 이상하다.

늘상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던거야 야근과 야근과 야근이 밥먹듯이 이어지던 때도 그랬지만.

오히려 몸이 편할 지금 프로듀서의 표정은 더 피로해 보였다. 육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일까.

 

최근 불안한 도쿄의 밤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라서 그럴까. 아이돌들에게 어떻게 문제가 생길까봐.

어제만 해도 여덞명 넘게 모여서, 일일히 프로듀서가 운전하는 밴을 타고 귀가했다. 

그러고보면 퇴근 시간이 빨라진 지금도 프로듀서는 항상 늦게 퇴근하는구나...피로가 쌓일 수 밖에 없을거다.

 

생각해 보면 프로듀서는 혼자 살고 있다고 그랬다. 어쩌면 그렇다 보니까 더 정신적으로 피로가 크게 쌓이는 것 아닐까.

뭔가 고민이 있는듯한 얼굴로, 조용히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는 프로듀서의 근처에 조용히 다가갔다.

...그러나, 정말로 최근은 평소와 달랐다. 일에 집중하고 있을때는 가까이 다가가서 장난스레 어깨에 턱을 괴서야 알아챌 정도인데.

오늘은, 내가 몇걸음 다가가자 마자 프로듀서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보통은 어느정도 다가가도 일에 열중하고 있을때는 모를텐데.

뭔가 평소와는 다른 반응에, 어색해 보이는 프로듀서의 눈을 잠시간 바라봤다.

눈이 좀 마주치자, 더 어색해졌는지 프로듀서는 애써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린. 무슨일이야?"

 

"아니. 프로듀서. 그게..."

 

분명 이건 내가 어떻게든 밀어 붙이는 상황인데...나 답지 않게 여기서 버벅대버렸다.

뭐라 말해야 하지? 걱정 되서 왔다? 아니면 도와줄게 있나 물어야 하나?

그러나 정작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내 상상을 초월하는 말이었다.

 

"프로듀서. 집 열쇠, 줄 수 있어?"

 

...이게 아닌데...

내 말에 새총 맞은 비둘기 표정을 짓고 있는 프로듀서에게, 얼굴을 붉혀 가며 뭔가 다른 설명을 하려 애썼다.

 

"아니. 그러니까. 프로...프로듀서. 내가 프로듀서 집에 가서 뭔가를 도와줄 수 있으면..."

 

그럼 실컷 프로듀서의 냄새를 킁카킁카...아니. 아니야.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고, 내가 생각지도 않던 말이 입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당황해 하는 나를 프로듀서는 뭔가 묘한 눈으로 바라봤다.

 

"어...저기 린. 다시 말하는 거지만 린하고 나는 아이돌과 프로듀서 관계기 이전에 미성년자와 성인 관계라 린에게 열쇠를 줬다간 내가 은팔찌를 찰..."

 

"그...그게 아니라!"

 

아차. 자신도 모르게 버럭 하고 큰 소리를 내버렸다.

저만치 건너 책상에서 일하고 있던 코토리씨와, 아카바네 프로듀서의 담당 아이돌인 하루카 선배와 치하야 선배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프로듀서가 아무 일도 아니라는듯 주변 분위기를 수습하는 동안, 나는 두근거리는 속을 어떻게든 진정시키고 입을 열었다.

고마운, 아니, 사실은 정말로...정말로 좋아하는 프로듀서.

 

"...프로듀서..."

 

----

 

...깜짝이야. 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이후에 이어진 린의 말에 나는 더이상 뭐라 말 할 수 없었다.

...하기사. 린과 나는 꽤 길게 알고지낸 사이다. 그것도 같이 동고 동락하며.

내가 조금 이상한 증세를 보이면 가장 빨리 알아 채는 것이 그녀겠지. 

 

"...요즘 컨디션이 매일 나빠보여."

 

"응? 그래? 최근 일찍 퇴근 해도 일이 많으니까. 그것도 마무리 해야 하거든."

 

"프로듀서. 최근 밥도 잘 차려먹고 있지 않는것 같아."

 

"...아냐. 종종 사먹고 있어."

 

"또 타루키 정이지? 오가와씨한테 물어봤어. 매번 늦은 밤에 타루키 정에서 먹는다고."

 

...오가와씨. 그 입 가벼운 여자...

속으로 한탄하면서, 나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어느새, 린은 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푸른 눈동자, 살짝 붉어진 볼. 그리고 그녀의 숨결. 어느샌가 뒤로 꽤 젖힌 자세가 되어있었던 것을 자각하고, 나는 조용히 그녀의 어깨를 밀어냈다.

흠칫 하면서도, 잘못 본것이겠지만 순간 묘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헛기침을 하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으흠. 그러니까 프로듀서. 나는 지금까지 프로듀서한테 많이 신세를 졌어. 내가 지금 여기 있을 수 있는 것도 전부 프로듀서 덕분이니까."

 

"..."

 

"...항상 프로듀서와 함께였어. 힘들때도, 슬플때도, 기쁠때도. 첫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셨던 것도, 첫 음반 발매때 기뻐 했던 것도...모두 프로듀서와 함께였어."

 

"...린..."

 

...시부야 린. 내 첫번째 아이돌이자...부끄럽게도, 평범한 여자아이로 대하기 힘든 소녀. 

가끔은 생각했다. 그날, 린을 스카웃 하지 않고, 그녀가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졸업 해 사회에 나왔다면.

어쩌면 내가 그때 그녀를 발견했다면 아이돌과 프로듀서라는 관계가 아닌 다른...나이차가 조금은 나더라도, 조금은 다른 관계일수도 있지 않을까.

가끔은 그런 추잡한 생각을 해버린다. 그런 소녀가, 눈 앞에서 울기 직전의 얼굴로 말해왔다.

 

"...그러니까 프로듀서. 프로듀서가 혼자 힘들어 하는걸 보면 나도 힘들어. 나도 괴로워. 내가 프로듀서의 도움이 될 순 없을까?"

 

어느새 눈물 젖은 눈으로, 그런 말을 해오는 린에게 나는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었다.

뭔가 목구멍에 걸려서, 입으로 나오려다 마는 것을 반복한다. 쿨한 얼굴에 드물게 조금은 슬픈 표정을 띄며, 린은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런 린을 한참을 바라보다, 나는...

 

1....지금껏 잘 숨겨왔고 집에도 별다른 증거품은 없다지만, 그래도 영 석연치 않다. 어쩌면 그녀가 일을 알게 될 수도 있으니...린에게 집 열쇠를 주지 않는다.(루트 A)​

 

2....고마워 린...어차피 그리 거슬릴 것도 없다. 증거품은 집에 없다. 어쩌면 또 다른...​아니, 오히려 의심을 덜어낼 수 있는 기회일지도. 린에게 집 열쇠를 준다.(루트 B)

 

=====

북미에서 사랑을 담아 보내드리는 핫라인 도쿄!

오늘은 OKC에 다녀왔습니다. 일요일이라 앵간한 상점이 죄다 문을 닫았더군요. 헤헤.

그래도 카리스마 짱큰 햄버거(셋트 가격 10$)를 먹었으니 되었습니다. 무슨 햄버거 패티가 한국 시중에서 파는 스테이크 사이즈...

내일부터는 다시 공부 달려야 하네요. 수요일엔 거기다가 기숙사에서 방 빼고 다른데로 옮기기 까지 해야 하고.

그래도 북미에서 핫라인 도쿄는 완결해 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분기입니다. 일단 한 루트만 북미에 있는 동안 완결 내려구요.

다시말하지만 해당 작품의 메인 히로인은 린입니다. 다른 아이돌도 좋지만 일단 이번에는 린으로 결정. 

...사실 카에데씨가 메인 히로인이라면 왠지 더 끈적하게 내용 진행 가능할것 같지만요...다...다섯블럭 밑으로 가버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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