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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천 엔 포장마차 입니다. -26-

댓글: 13 / 조회: 2132 /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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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3, 2014 01:17에 작성됨.

 



아직 이른시간이다.


많인 사람들이 활동보단 아직 하루의 시작을 기다리는 시간에 한 중년 남성이 길을 걷고 있다.


슬슬 쌀쌀해져가는 날씨에 시려오는 손을 주머니에 넣으며 길을 걷던 중년은 아직 졸음이 채 가시지 않았는지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한다.


찬 공기를 한껏 들이켜서 그런지 맑아진 기분을 느끼며 한참을 더 걸어 목적지에 도착한다.


상당한 인지도를 자랑하는 스튜디오 빌딩.


그 빌딩의 주인이자 스튜디오 사의 사장인 중년은 언제나처럼 가장먼저 도착해 빌딩의 보안을 해제한다.


아직 어두운 빌딩을 밝히기 위해 하나 둘 형광등을 켜가고 마침내 본인의 개인 녹음실에 도착해 문을 열었을 때.


"어이구 깜짝이야."


"……오셨습니까."


적지않게 놀라고 만다.


이미 불이 환히 켜있는 녹음실에는 분명 어제도 봤던 광경이 하루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그대로 남아있다.


녹음실 한켠에 놓인 책상에 수많이 흩어진 종이, 그리고 펜과 함께 앉아있는 초췌한 안색의 청년.


그 청년에게 중년은 기가막힌듯 헛웃음을 흘린다.


"너 집에 안갔냐?"


"예."


간결한 대답과 함께 여전히 놀리고 있는 펜을 멈추지 않는 청년의 모습에 스튜디오 사장은 다시한번 기가 찬다.


"너 그러다 쓰러진다. 열심히 하는건 좋은데 잠이라도 자면서좀 해라."


"잠 안옵니다."


"얼씨구."


이쯤되면 화가 날지경이다.


"너 벌써 며칠째인지 알기나 아냐? 그러다 쓰러지면 너도 너지만 나도 고생한단말이다."


"죄송해요. 그래도 당장은 안됩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 우선 틀은 잡히니까, 기다려주세요."


이번엔 펜을 놓고 간절히 부탁하듯 말하는 청년의 태도에 스튜디오 사장은 두손을 들고만다.


하여간 고집은 알아줘야 한다며 투덜거리던 그는 테이블로 다가가 흩어진 종이를 모아 정리하며 훑어본다.


최근 수업했던 내용은 물론 어디서 찾았는지 작곡에 필요한 온갖 내용이 수없이 정리되어있다.


몇몇개는 시험삼아 작곡한건지 어느정도 완성되어있는 노래들도 제법이다.


가만히 악보를 따라 음을 흥얼거리던 스튜디오 사장은 청년에게 말한다.


"이거 괜찮은데? 옆에것도 그렇고."


"그치만 훌륭하진 않아요."


"……뭐 그렇긴하지."


그 말 그대로.


작곡된 노래들은 전부 제법 그럴싸하다 정도.


어지간한 시중의 노래과 비교하면 더 낫다는 평가가 많을만한 음도 몇몇개 있지만, 냉정하게 평가했을땐 청년의 말대로 훌륭하다는 수준의 것은 없다.


그렇다 한들 배운지 얼마나 됐다고 이만한 수준의 곡을 몇개나 뽑아내는건지 하며 스튜디오 사장은 혀를 내두르지만 청년은 묵묵히 종이 위의 손을 움직일 뿐이다.


청년, 포장마차의 점주는 얼마전 작곡을 배우기 시작했다.


다분히 개인적인 이유였다.


키사라기 치하야라는 이름의 소녀를 다시 노래하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본업인 포장마차도 한동한 휴업임을 내걸고 이곳에서 숙박하며 작곡을 배우고 있다.


사실상 누가 강요한것도 아니고 오히려 가르치는 스튜디오 사장은 적어도 잠은 집에서 자라며 설득하지만 본인이 최소한의 식사와 수면, 그나마도 최근엔 아예 거르면서까지 몰두하는 모습에 스튜디오 사장은 겁이날 지경이다.


사실상 어지간한 이론에 대한건 수업이 끝난 상태다.


작곡이라는게 짧은시간 몰두한다고 깨우칠만큼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론이라는건 한계가 있기마련.


벌써 얼마나 되는지도 모를 기간을 하루 20시간 가까이 쏟아부으면 억지로라도 머릿속에 각인될 일이다.


더욱이 수재라 평가될만한 점주라면 그 습득 효율도 일반인에 비하면 뛰어난데다 예전에 악기를 다루는 정도로 어느정도는 음악과 관련된 일을 했던적도 있으니.


다만 예술 창작이라는건 단순히 이론가지고만 뛰어난 작품을 만들수 있는게 아닌 탓에 수없이 시도하고 실패하고를 반복하는 중이다.


스튜디오 사장으로선 더이상 무언가를 가르치기보단 간혹 점주가 물어보는 것에 대답해주는 것밖에 해줄수 있는게 없어 답답한 마음.


그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크게 한숨 쉬는데.


"됐다."


"음?! 완성했냐?"


짧은 점주의 말에 놀라선 후다닥 옆으로 뛰어간다.


"뭐야, 다 된거냐?"


"아뇨 아까 말했듯 틀만 잡혔어요. 완성하기 전에 먼저 해야할일이 있어서요."


잠깐 세면만 하고 올테니 보고 계셔주세요. 이상한곳이 있으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라며 비척비척 녹음실 바깥 쪽의 세면실로 향한 점주의 등을 멍하니 보던 스튜디오 사장은 고개를 한번 젓고 악보를 읽는다.


"호오."


제법이다.


솔직히 기대를 한건 사실이지만 이건 물건이다.


아무렴 대단한 재능이라 본인이 칭찬하긴 했지만 이리 짧은 시간안에 이만한 수준의 곡이라.


곡도 곡이지만 이만한 일을 해낸 정신력은 나이를 넘어 존경스러워질 정도다.


"본의아니었지만 타카기 사무소의 아이 때문에 저녀석 끌어들이기가 더 수월해졌구만."


스튜디오 사장은 아까의 걱정하던 마음은 어디로 갔는지 콧노래 까지 흥얼거리며 좋아한다.


그 모습을 언제 들어왔는지 멀치감치서 뚱한 얼굴로 보던 점주는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다.


 


"안녕하세, 우왓?! 저, 점주 씨?"


낡은 건물의 아이돌 사무소.


허름한 문이 열리는 소리에 사무원인 오토나시 코토리는 반갑게 인사하다 화들짝 놀란다.


익히 알고 있던 포장마차의 점주가 피곤에 절어선 힘겹게 인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옆에는 평소 사무소의 사장님과 친분이 있던 유명 스튜디오의 사장님도 계신다.


녀석이 자기 차는 두고왔다고 바쁘지 않으면 좀 데려다 달라고 해서 말이다. 하기야 이놈이 혼자 간데도 내가 막았을테지만, 이라며 머릴 긁적이는 스튜디오 사장의 말을 코토리는 점주의 한껏 망가진 몰골을 보고 어느정도 이해한다.


사무소 입구에서 벌어지는 그 소란에 안에서 일정을 기다리던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 얼굴을 내민다.


"뭐야뭐야? 누가 왔, 히엑?! 저, 점주 오빠?!"


"에엑! 얼굴 이상해!"


가장 먼저 나와선 점주의 얼굴을 확인하고 경악하는 아미, 마미를 필두로 하나둘 보이는 아이돌들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어떻게 된거에요 점주 씨?"


"요즘 좀 무리를 했더니……아직은 괜찮습니다."


아카바네에게 대답한 점주의 아직이라는 말에 옆에 있던 스튜디오 사장이 '아직? 그럼 앞으로 더 이짓을 할거란 말야?'라며 중얼거리지만 누구도 듣지 못한채 넘어가고 그 사이에 시선을 집중받던 점주는 품에서 몇 장의 종이를 꺼낸다.


"잠깐 모두가 앉아 있을만한 자리가 있을까요."


"그럼 여기 테이블로……."


유키호가 말한 테이블에 모두가 자리잡고 점주는 손에 들고있던 종이를 내려놓는다.


"이건…?"


"악보?"


"그래. 내가 만든 노래야."


"저, 점주 오빠가요?"


마코토의 말에 답한 점장에게 야요이가 놀라 되묻자 점주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다시 품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 하나의 음악을 재생한다.


악보의 것으로 추정되는 음이 흘러나온다.


아직 가사가 없기에 MR에 허밍이 섞여있는 정도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듣고있는 모두는 노래에 깊이 빠져든다.


마침내 음악의 재생이 끝나고.


"우선 어떻습니까."


"엄청 좋아요! 가사는 없지만 이대로 들어도 충분히 좋은걸요?"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가히 훌륭하다는 말이 부족함은 없겠지요."


"그거 다행이네."


아즈사와 타카네를 비롯한 모두의 호평에 가슴을 쓸어내린 점주는 다시 표정을 굳히고 말을 잇는다.


"그럼 여기서 모두에게 부탁할게 있어."


"부탁?"


히비키가 그 말에 의아해하는 사이 점주는 시선을 모두에게 돌린다.


열 한명, 원래는 열 두명이었어야 할 아이들.


그래, 자신이 만든 곡은 이걸 생각하며 만든 곡이다.


그러니까 완성을 위해선 이 아이들의 힘이 필요하다.


"너희들이 가사를 써줘."


"미키들이?"


"그래. 너희들이 함께하지 않으면 의미 없으니까."


점주는 말한다.


이 노래를 키사라기 치하야, 그 아이를 노래하게 만들기 위해 만든 곡.


하지만 그건 이제와 그다지 인연도 없는 자신이 아무리 애를 써도 해내기 힘든 일이다.


때문에 함께해왔던 이곳 모두가 필요하다.


그 아이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선 계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건 너희들이 만들 수 있을거야. 그러니까 가사를 써줘."


사무소는 침묵에 잠긴다.


모두는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건지 살피듯 눈치를 본다.


그리고 동시에 약속이라도 했던것마냥 환히 웃더니.


"""당연하죠!"""


"……하핫."


활기차게 대답한다.


그 대답에 안심한듯 이곳에 들어와 처음으로 미소짓던 점주는 오랜 과로에 지친건지 갑자기 어지러워오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인상쓴다.


"허, 허니! 괜찮은거야?"


"어어. 별거 아냐. 걱정안해도 돼."


"뭐가 별거 아냐야? 아까부터 마음에 안들었는데 너 지금 꼴이 어떤지 알기나 해?"


아까 씻을때 보긴 했는데, 라며 얼버무리던 점주는 이오리가 내민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다시 확인한다.


광대까지 내려올것 같은 다크서클에 충혈되어 벌개진 눈. 푸석푸석하다 못해 여기저기 갈라진 피부를 보던 점주는 어쩐지 아까 세면할 때 얼굴이 따갑더라고 푸념한다.


"그래 너희들도 한마디 좀 해라. 요즘 아주 우리 스튜디오에서 사는데 아무리 말려도 내 말은 귓등으로도 듣질않으니 원."


"그러면 안돼요!"


떽! 이라며 단호히 말하는 야요이가 일도 좋지만 적절한 수면을 취해야 몸에 무리가 안간다며 훈계하자 점주는 어색하게 머리를 긁는다.


"그보다 아키즈키 씨 다음 콘서트 언제입니까?"


"네? 콘서트라면……어디보자."


일정을 확인하던 리츠코가 점주에게 대답하자 점주는 알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좋아 기한은 이날까지. 너희들이 적어도 이때 까지는 가사를 나에게 줘야해. 그래야 나도 마무리 할 수 있으니까."


"그건 알겠지만 우선 쉬는게 낫지않겠어? 정말 보는 사람이 다 걱정될 정도라구."


히비키의 말에 점주는 웃으며 고개젓는다.


"아직 너희들에게 준건 완성된게 아냐. 좀 더 다듬어야하니까 당장은 무리."


"이봐! 너!"


그 말에 이오리가 화가 나선 벌떡 일어나지만 점주는 단호한 태도로 말한다.


"최선을 다하기로 했어. 결과를 떠나서 내가 만족하지 않으면 지금 누워봐야 한숨도 못잘꺼야. 그러니까 날 쉬게 하고 싶으면 너희도 필사적으로 도와줘."


가사를 빨리받으면 그만큼 일이 일찍 마무리될테니, 라는 점주에 말에 다시 이오리가 화내려 했을 때.


"알겠어요."


"하루카?


여태 잠자코 악보를 보고 있던 하루카가 말한다.


"저희도 최선을 다해서 가사를 쓸게요. 그러니까 점주 씨도 힘내주세요."


"……그래."


점주는 하루카의 흔들림 없는 말에 짧게 대답하곤 인사한 후 밖으로 나선다.


난감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스튜디오 사장도 서둘러 인사하곤 밖으로 나가자 미키가 하루카에게 다가와 따지듯 말한다.


"하루카, 저러다 허니가 정말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떻게하려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힘내야지. 하루라도 빨리 멋진 가사를 써서 점주 씨에게 주면 그만큼 점주씨가 빨리 쉴 수 있으니까."


그 말에 미키가 점주가 또 작곡에 매달리려하는것을 말리지 못했다는것에 못마땅해 하면서도 납득한듯 팔짱을 끼고 자리에 앉는다.


이쯤되자 분위기는 서둘러 작사를 하는것에 맞춰졌는지 이왕 모두가 모인김에 전부 가사를 만드는것으로 의논하기 시작한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루카는 가만히 얼마전 한 여성에게 받았던 그림일기를 떠올린다.


모두가, 그리고 아마 그림일기에 웃고있는 여자아이를 그렸던 치하야의 남동생도.


치하야의 노래를, 아니 치하야가 노래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바라고 있다.


'……점주 씨. 고마워요.'


하루카는 미처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일을 해준 점주에게 속으로 감사의 말을 하곤 작사를 하기위해 모두의 안으로 끼어들어간다.


 


"정말 죽겠네."


테이블 위에 엎어져 벌써 몇번을 했을지 모를 죽겠단 소릴 또다시 웅얼거린다.


작곡이란게 이렇게 어려운거였나.


막상 듣기만 할땐 잘도 이건 좋네, 이건 별로네 라며 평가했지만 직접 하려니 세상에 이런 어려운일이 없다.


창작의 고통이란 과연 가벼이 볼만한 일이 아니다.


이것 좀 괜찮지 않나 싶어 만들어 들어보면 막상 별로인것 같고 약간 바꿔서 다시 들어보면 아까 그게 더 나은것 같고 정말 하루에도 몇번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다.


스튜디오 사장님은 독한 놈이라고 잘도 말하지만 나라고 아무렇지 않은게 아니란 말이지.


아무도 없는 녹음실에서 크게 한숨쉬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본다.


작사를 부탁하고 며칠이 지났을까.


아이들도 정말 필사적으로 임해주었는지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가사가 완성되었다.


보아하니 좋은 가사임에는 틀림없지만 전문적인 작사자가 만든 가사도 아니고 직접 작곡자와 함께 맞춰본것도 아니니 곡에 끼워넣으려면 여기저기 수정할 곳 한 두곳이 아니다.


게다가 얼추 완성되었다고 생각된 곡도 어째 가사를 넣어가며 불러보니 이상한 부분 투성이고……아무래도 휴식은 당분간 또 물건너간 모양이다.


그래도 당장은 못하겠어. 역시 좀 쉬어야지.


철야라면 어느정도 버텨내는 체력이지만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만성 피로가 온몸에 내려앉은 지금은 머리도 잘 돌지 않을 지경이다.


조금이라도 쉬어야 더 맑은 정신으로 곡을 쓸테니 잠깐 잠을 취해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으려는 찰나.


철컥


"계세요?"


"……음?"


녹음실 안으로 들어오는 누군가의 인삿말에 깨어난다.


게슴츠레 눈을 뜨고 이 스튜디오의 사장이겠거니 대충 인사하고 다시 자려는 생각하는데 방문자가 예상하던 중년 남성의 모습보다 확연히 다른 외형이라는것에 좀 더 눈을 크게 뜬다.


"어라? 아카바네 씨?"


"아하하. 안녕하세요."


어색히 웃으며 인사하는 아카바네 씨.


765 사무소의 유이한 프로듀서중 한명인 그녀의 뜬금없는 등장에 적지않게 당황하는데 아카바네는 서둘러 설명한다.


"아뇨, 별건 아니구요 저희 사무소 아이 때문에 고생하시는데 여태 감사의 말도 제대로 못하고 해서……."


"저도 좋아서 하는거라 감사까지야."


"아뇨아뇨! 그래도 그럴수야 없죠!"


우물쭈물하다 벌컥 화내듯 말한 아카바네 씨가 본인의 방금 행동을 깨달은건지 얼굴을 잔뜩 붉혀선 죄송하다며 사과한다.


그 만화속 연출과도 같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어보이자 아카바네 씨는 더더욱 빨개져선 고개를 푹 숙인다.


이거참 긴장을 풀어주려고 한 의도였다면 최고인걸.


그래도 이대로 납뒀다간 끝도없이 가라앉을것 같아 화제를 돌린다.


"그래서 감사라는건 손에 든 그건가요?"


"아! 혹시 저녁식사 하셨어요?"


"어디보자……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요."


시간을 확인하자 과연 저녁을 먹을 때가 되긴했다.


"아뇨 정신이 없어서 아직 먹진 않았네요."


"그것보단 평소에도 자주 거르는거 아닌가요?"


"어……."


"맞나보네요."


거짓말을 하기 뭣해 미처 대답하지 못하고 말을 늘이자 아카바네 씨가 한숨 쉰다.


"치하야도 치하야지만 점주씨도 본인의 몸 생각 제대로 해주세요. 그러다 점주 씨가 쓰러지면 그것 때문에 걱정할 사람도 많다구요."


"선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보다 여기 이것 받으세요."


아카바네 씨가 건네준 물건을 받아 테이블 위에 내려둔다.


외형으로 보건데 이건.


"도시락인가요?"


"네."


대답을 들으며 열어보자 도시락 안에 훌륭하게 자리잡혀있는 형형색색의 요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삼단 찬합이라니. 황송한데.


그런데 포장용으로 보이진 않는 도시락 용기에 이런 정성이라면.


"혹시 직접 하신건가요?"


"……점주씨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실력이겠지만."


"아뇨아뇨, 정말 감사해요!"


정말 황송해 몸둘바를 모르겠다.


나같은 놈 저녁 때문에 도시락을, 그것도 이정도의 정성을 들여서 만들어 주시다니.


눈물이 앞을 가릴 지경이다.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 아카바네 씨는 쑥쓰러운건지 고개를 돌려선 그정돈 아니라며 겸손해한다.


한 쪽에 놓여있는 젓가락을 들어 가장 눈에 들어온 문어모양 소시지를 찍어 입에 넣는다.


잘 익은 소시지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그 외에도 계란말이라던가 새우튀김, 생강초절임, 고기감자 조림 등등 화려하진 않지만 정성이 담긴 요리들을 기쁘게 먹어가는데 이쪽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아카바네 씨의 시선을 느낀다.


"그런데 아카바네 씨는 식사 하셨어요?"


"전 아까 먹었어요. 그보다 맛이 괜찮은가요?"


"정말 맛있어요. 저보다 나은걸요."


"후후. 그럴리가요."


말은 그렇지만 아카바네씨도 기쁜지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이다.


식사 계속 하라며 어디서 꺼낸건지 물도 따라선 건내며 거드는 아카바네 씨에게 컵을 받아드는데 건네주는 손가락에 눈길이 간다.


손 끝에 무언가에 베이기라도 했는지 밴드가 붙어있다.


내가 잔을 받고도 한참을 보고있자 아카바네씨가 내 시선을 눈치채고 당황해하며 밴드가 붙어있는 손가락을 감춘다.


"아까 사무소에서 일하다 베였지뭐에요. 저도 참 요즘 정신이 없어서……아하하."


어색하게 웃으며하는 아카바네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식사에 열중한다.


……괜시리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네.


하기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요리를 먹어보는게 얼마만인지.


솔직하게 기뻐하면 되는거겠지 이럴땐.


행복한 미소를 한번 짓는데 어쩐지 옆에서 아카바네 씨가 중얼거리는것 같다.


"좋아, 이걸로 한 발자국 더……."


"아카바네 씨? 하실 말씀이라도?"


"네, 네?! 아, 아아, 아뇨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무, 물드실래요?"


"방금전에 받았는데요."


"아, 그, 그렇죠 참?! 저도 참 아하하핫!"


……아카바네 씨도 손 많이 가는 스타일일것 같다는 생각을 잠깐 한다.


그거야 어쨌건 덕분인지 아카바네씨가 돌아간 이후 잠깐의 꿀같은 선잠을 취한 다음 이어진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어간다.


조금만 더하면.


"기다리라구 키사라기."


확신에 찬 웃음을 지으며 완성되어 가는 곡을 받아들 소녀의 이름을 말한다.


 


며칠 후 아침.


아카바네는 평소보다 이른 시간 집을 나섰다.


원래 765사무소에 직행해야할 몸이지만 오늘은 그전에 한군데 들려야 할 장소가 있기 때문.


사장님과 친분이 있는 스튜디오의 사장님이 호출에 자기도 모르게 발이 빨라지는걸 느끼며 달리듯 안으로 들어가자 자신을 불러낸 스튜디오 사장님이 손을 들어 인사한다.


"오, 어서와요 아카바네 양."


"안녕하세요 사장님. 말씀하신게 정말……."


"그래요."


스튜디오 사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한다.


"완성했어요. 정말이지 그 녀석 해낼줄이야."


그 말에 아카바네는 됐다는듯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다.


스튜디오 사장이 안에 있고 들어가보라며 말하자 아카바네는 다시 꾸벅 인사하고 녹음실로 향한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스으…스으…."


"저기~ 점주 씨?"


잔잔한 숨소리만이 들려온다.


아카바네가 천천히 숨소리가 흘러나오는 테이블로 걸어가니 한 청년이 엎어져선 세상 모르게 자고있다.


그리고 그 옆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작업물들과 메모.


행여가 청년이 깨어날까 살금살금 메모를 꺼내 올려선 내용을 살피자 작업물들에 대한 설명들이 정성들여 빼곡히 적혀있다.


끝무렵에 추신으로 '오실때 까지 정신 차리고 있으면 직접 설명해드리고 싶지만 아무래도 무'까지만 알아보겠고 나머지는 졸음에 흘려쓴건지 지렁이 기어가듯 되어있는것에 저도 모르게 키득 웃었다 청년이 뒤척이자 놀라선 입을 손으로 막는다.


잠꼬대하듯 웅얼거리는 청년, 점주는 기어코 노래를 완성시켰다.


이제 다음부턴 우리들이 노력해야 할 일이리라.


아카바네는 작게 주먹쥐고 속으로 말한다.


'고마워요. 반드시 성공해 보일께요.'


자신의 사무소의 아이인 치하야를 위해 이정도까지 해주었는데 보답하지 못하면 얼굴을 볼 낯이 없다.


점주의 이 노력과 마음이 치하야에게 닿기를.


그러다 아카바네는 '치하야를 위해서……약간은 질투날지도?' 라며 고개를 갸웃하다 괜한 생각을 하는 자기의 머리를 콩 쥐어박는다.


 


765 사무소 정례 라이브.


사무소의 모든 아이돌이 출연하는 커다란 이벤트의 날이다.


그래 그 기획에 맞게 모든 아이돌은 모였다.


하루카는 흘끔 옆을 돌아본다.


키사라기 치하야.


그 소녀는 늦게나마 공연장에 찾아왔고 차례가 오기전에 준비를 끝마친 후 자신과 함께 기다리는 중이다.


다만.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


아까부터 한마디 입을 열지 않는 치하야 옆에서 본인도 뭐라 꺼낼말을 찾지 못하고 어색한 분위기에 곤란하다는 점이 흠이다.


이래서야 라이브에 나가서 지장이 있지 않을까 싶어 분위기를 밝게해보고자 아무런 얘기나 시작하려는데 치하야가 갑작스레 이름을 부른다.


"하루카."


"응?"


"저기, 나 너한테 심한 말을……."


"아아~ 그런말 하지말아줘~ 응?"


무슨말을 하나 했더니 역시나 우울한 쪽으로 나아가려는 치하야의 말을 서둘러 막는다.


그리곤 다시 대화의 화제가 없어지니 어색한 분위기로 돌아가려는데 치하야가 재차 입을 연다.


노래와 유우의 그림일기를 보고 노래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시 노래 부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웃을 수 있을까, 그것이 궁금했고 그걸 위해 다시 한번 해보자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혹시 하루카. 점주 씨가 왜 나에게 노래를 만들어 줬는지 알아?"


"으응?"


"하루카가 말해준 대로라면 점주 씨는 본업도 잠시 접어두고 노래를 만들었다고 했는데……친분이 있지만 그래도 그정도까지 할만한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그, 글쎄? 착해서?"


"……그래."


하루카가 괜한 곳을 바라보며 아무래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치하야는 그에 대한 말을 아낀다.


착하다라는 말은 틀리지 않을것이다.


점주를 봤을 때 열에 아홉은 선인이라고 평가할만한 사람이니까.


다만 얼굴조차 보지못했던 그날, 대문 너머 들렸던 점주의 목소리에는 단지 그뿐이 아닌 어떤 감정이 섞여있었다, 치하야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게 무엇이었을까 곰곰히 상념에 잠기려는데.


"치하야, 이제 곧 네 차례야."


계단에서 내려오는 아카바네에 의해 깨어난다.


치하야는 머릿속에 남은 점주의 대한 생각을 접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무대로 향한다.


 


음악이 흐른다.


이미 시작된건 한참 전, 노래를 불러야할 박자는 놓친지 오래다.


키사라기 치하야는 절망한다.


노래할 수 없다.


누군가 목을 틀어쥔것처럼 숨이 막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억지로 소리 내보려고 입을 열어보지만 숨소리조차 꺼내지 못한다.


소리없는 아우성을 멈추고 가라앉은 기분으로 마이크를 내린다.


시선이 아래로 향한다.


언젠가 유우가 신었던 신발이 보인다.


'역시…무리야….'


눈을 질끈감고 다시한번 돌아온 반주를 뒤로 한채 도망치려는데.



"ねえ今 見つめているよ"
"지금 바라보고 있어"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그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오른편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돌아보자 하루카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하나 둘 자신의 옆으로 모여드는 동료들.


마코토, 미키.


야요이, 유키호, 아미, 아즈사, 이오리.


마미, 히비키에 타카네.


소리내어 부를수 없었지만 방 안에서 머릿속으론 수십 수백번을 불러보았던 노래를, 열 한명 모두의 목소리로 하나 되어 부른다.


노래 부르는 모두가 자신을 보며 힘내라며 응원한다.


할 수 있을까? 내가 저렇게 모두와 같이 다시 노래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서 다시 외면하듯 시선을 앞으로 돌리자.


'……유우.'


어린 동생의 모습이 보인다.


자신을 부르는 동생의 모습이, 그리고 옆에 다가와 같이 노래하자며 손을 내미는 어릴적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그제야 깨닿는다.


혼자가 아니라는걸 느낀다.


옆에 있는 동료들.


응원해주는 팬의 물결.


그리고 그 사이.


'점주 씨.'


언제부터 였는지 가장 앞 쪽에 서선 살가운 미소와 함께 파란색 형광봉을 흔들거리는 청년이 입모양으로 말한다.


'할 수 있어.'


'……네!'


그리고 치하야는 어릴적 자신의 손을 잡는다.


치하야는 모두의 응원에 응답한다.


치하야는, 가희歌姬는 노래한다


 


라이브는 끝이 났다.


결과만 따진다면 대성황.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도 연예관련 잡지나 기사는 온통 765 사무소, 그중에서도 키사라기의 이야기만 한가득이다.


키사라기가 노래하지 못하던 전에도 그런적이 있긴하지만 그것과는 완전 상반된 긍정적인 기사들이니 아무렴 한시름 놓았다.


나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일탈을 그만두고 다시 본업인 포장마차로 복귀했다.


느닷없이 장기간 휴업한 탓에 오랜만에 찾아온 아저씨들이 이유를 물어오며 귀찮게 굴긴했지만 그래도 다시 돌아왔다는 기쁨이 더 크다며 반가워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해피엔딩이겠지 이정도면.


장사가 한참인 시간, 오랜만이라 그런지 유난히 자리를 꽉꽉채운 단골 손님들의 주문에 바쁘게 움직이며 그런 감상을 하는데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에 살짝 난감해한다.


설마 또 오는건가 싶어하면서도 손님이 온다는건 좋은거니 반갑게 인사하려다 입이 굳어버린다.


"키, 키사라기?"


"안녕하세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찾아온 키사라기의 모습에 죄라도 지은것마냥 반응하자 주위 아저씨들의 분위기가 묘해진다.


뭐야, 왜 저 사람들이 조용해지고 그래 분위기 이상하게.


간혹 텔레비젼이라던가 아이돌이라던가 하는 얘기가 들리는걸 보면 아저씨들 중에서도 아는사람이 있는모양이긴한데.


다만 그건 아무래도 좋은지 키사라기는 천천히 다가와 주위를 살핀다.


"조금 이야기가 하고싶어서……바쁘신 모양이네요. 아무래도 다음에."


"아가씨, 이리와요 여기, 난 저쪽 가서 같이 앉으면 되니까 여기 앉아."


키사라기가 말을 꺼내자 난데없이 내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은 단골 아저씨가 자리를 양보하더니 안면이 있는 테이블로 가 합석해버린다.


응? 뭐, 뭐지? 저 아저씨 분명히 이 자리 주문하고 요리 받기 편하다고 엄청 좋아했었는데 왜 저렇게 쉽게 양보하는거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흔들리는 눈동자로 쳐다보자 이미 자리에 앉은 아저씨는 같은 테이블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묘한 눈빛으로 이쪽을 쳐다본다.


머리 한가득 물음표를 띄우며 기현상에 당황해 하는데 자리를 양보받은 키사라기가 앉아 말을 거는것에 간신히 정신을 차린다.


"저기 적혀있는 메뉴가 오늘 주문할 수 있는 건가요?"


"어? 어어. 그렇긴 한데. 저녁 안먹었어?"


"네. 일이 늦어지는 바람에 조금."


저녁을 먹기엔 늦은시간이기에 물어보자 치하야가 그리 답한다.


하기야 복귀한 바로 다음날이니 이리저리 바쁠만도 하다.


키사라기의 주문에 우선 서둘러 요리를 시작한다.


오늘의 메뉴는 오랜만의 장사이기에 준비가 오래 걸리지 않는 튀김류.


재료만 있으면 어려운게 아니니 금방 만들어 내밀자 키사라기가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먹기 시작한다.


"역시 요리솜씨는 여전히 대단하시네요."


"별말씀을."


"그리고……."


칭찬을 한번 하더니 먹다말고 젓가락을 내려놓은 키사라기는 우물쭈물 말을 잇지 못한다.


"아까 말했던 이야기 말인데요."


"음? 아아 들어오면서 했던 그거. 그래 무슨 이야기?"


키사라기는 잠시 침묵한다.


그리고 묻는다.


"어째서 저에게 노래를 만들어 주셨던건가요."


이번엔 내가 입을 다문다.


어어…이거 말해줘야하나.


얼버무리고 싶은 마음에 시선을 회피하려하자 그 성격만큼이나 고집있는 눈으로 응시하는 눈초리에 못이겨 결국 있는대로 털어놓는다.


부러움, 그리고 안타까움.


그런 마음에 노래를 만들었다 말하자 전부 듣고난 키사라기는 어째서인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런가요. 그 이유 아무에게도 말 안한것 같네요."


"그치만 창피해서 못 말하지. 의도는 아니었지만 전부 날 대단한 인물로 보고있는데 그렇게 이기적인 생각에 투정부리는 모습이 알려져버리면 아무래도 좀……."


내가 아마 붉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볼을 긁적이며 말끝을 흐리자 키사라기가 작게 웃음을 터트린다.


"아뇨 오히려 사람다워서 좋은걸요."


"그건 내가 전엔 사람답지 않았단 말인가."


"너무 완벽해보이긴 했어요. 그래서 부담됐던것도 사실인데 이제보니 다를바 없네요."


"이거 참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그 칭찬아닌 창찬에 허탈한 소감을 말하자 뭐가 그리 웃긴지 키사라기는 다시 웃어보인다.


그 미소를 보고있으려니 툭하고 진심이 튀어나가버린다.


"웃으니까 훨씬낫네."


"네?"


"아니, 웃는얼굴 거의 못봤으니까. 전에도 느낀적 있지만 역시 웃는얼굴이 제일 예뻐."


예전엔 아키즈키 씨 였었나.


그때도 그랬지만 평소 잘 웃지 않는 사람들이 웃으면 어쩐지 더 좋아보이는 경향이 있는것 같다.


잠깐, 그때도 이런말 함부로 했다가 경솔했다고 여겼던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키사라기가 상당히 민망한지 얼굴까지 붉히며 시선을 돌린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주위에서 괜히 수근거리는 아저씨들의 눈빛이 한층 더 요상야릇해진다.


……뭐지. 이 견딜 수 없는 간지러움은.


서둘러 분위기를 전환시키고자 화제를 돌린다.


"그래, 라이브 말인데 처음가봤지만 제법 괜찮더라구. 다음에도 또 가고싶은데."


"아, 그거라면 프로듀서에게 말해서 티켓을 얻을 수 있어요. 그러고보니."


"응?"


"와주셨었네요. 어제."


이미 갔다는 사실은 앞서 말했지만 무슨 까닭인지 한번 더 말하는 키사라기의 얼굴은 방금전 웃음기는 어디로 갔는지 약간 우울한 느낌이다.


"사실 전 이미 지난 지금와서 생각해도, 다시 돌아간다면 제가 그때 노래할 수 있었을지 불안한데……감사해요."


"감사는 무슨. 나보단 사무소 사람들, 특히 아마미가 고생했지."


듣자하니 키사라기에게 가장 신경쓴건 아마미였다고.


가장 단짝이기도 한데다 나야 그냥 노래한곡 쓴게 전부지만 주위에서 힘이 되준건 결국 아마미를 비롯한 그 아이들이니까.


"솔직히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도 자신은 없었어."


"네?"


"노래를 말이야. 노래하게 만들거라느니 잘난듯 말했지만 다 만들고 나서도 그게 너의 마음을 움직일까 수도 없이 고민했거든."


아무렴 나름 노력을 했다지만 이제 작곡을 배운 애송이가 만든 노래다.


운이 좋았던건지 제법 괜찮은 곡이 나왔고 상황이 잘맞아떨어져 호평을 받긴 했지만 그 전엔 나 스스로가 자신이 없었다.


이게 과연 키사라기가 노래를 다시 부르게 하는데 도움이 될까? 하고.


"그건 아니에요."


내 생각에 키사라기가 굳은 얼굴로 고개젓는다.


"그 노래는 제 생애 최고의 노래였어요. 모두가, 점주 씨가 마음을 담아 만든 노래였고 덕분에 전 다시 노래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건 단언할 수 있어요."


그 말에 이 아이는 참 올곧은 아이구나하고 빙긋 웃음짓는다.


"이제 좀 나아진모양이네. 솔직하게 감사할줄도 알고."


"그, 그치만 도움받은건 사실이니까요. 점주 씨나 모두에게나."


"그래그래 그게 좋은거야. 홀로라는건 몇번이고 해보지만 역시 힘든일이거든."


솔직히 도움받을줄 알고 또 그것에 감사할줄 안다면, 거기에 힘겹지만 자신을 이겨냈다면 그것으로 인정할만한 일이다.


"그러니까 일단 사과드릴게요. 전에 심한말해서 죄송합니다."


"……?"


내가 그렇게 사과하는데 키사라기의 미간이 좁혀드며 불편스런 심사가 드러낸다.


"왜 그러시는지?"


"아뇨, 왜 갑자기 사과에다가 경어를."


"전에 말했지 않습니까."


예전 집에 찾아갔을 때.


그때 당시 키사라기는 마음에 들지 않는 상태였었고 난 상대가 허락하지 않았음에도 대놓고 말을 놓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솔직히 그리 대단한 잘못을 한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심사 때문에 예의없이 군건 사과하는게 맞을테고 이젠 충분히 대우받을만한 자격을 갖추었으니 사과하고 경어를 사용하는 것인데.


그런 이유를 말해도 여전히 키사라기의 기분은 좋지 않은듯 하다.


"하지만 분명 그때 말씀하셨죠. 본인이 허락한다면 편하게 하는 편이시라구요."


"분명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허락할테니 저도 다른 아이들처럼 편하게 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안되나요?"


그리곤 간절한 눈길로 올려다본다.


컥. 반칙이잖아 그런 눈빛은.


"아, 알았다 알았어 키사라기."


"이왕이면 이름인 치하야가 좋습니다만."


"……치하야."


"네."


이름이 좋다길래 말했을 뿐이지만 치하야는 마치 내가 호명한것마냥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거참 알던것과는 달리 예상외로 발랄한 부분도 있구나 너."


"핫."


내가 나쁘지 않은 뜻으로 말하자 치하야는 그제야 본인이 했던 말이 떠오른건지 창피함에 열이 오른다.


마냥 차가워보였던 치하야도 확실히 그 나이또래의 여자아이 답다는 생각에 귀엽다고 웃으니 한층 더 발개져선 부끄러워한다.


"청춘이구만."


"그래도 나이차가 좀 있어뵈지 않냐."


"재주있으면 나이가 무슨 상관이여."


"그건 그려."


"음?"


그런 소리가 들린거 같아 고개를 돌리자 아까보다 한층 음흉해진 얼굴의 아저씨들이 이쪽을 보며 히죽거린다.


……기분나빠.


그 시선에 소름이 돋는 팔을 버걱버걱 긁다가 언제 식사를 다 한건지 이만 돌아간다는 치하야의 말에 배웅해준다.


치하야가 가게 밖으로 나갈 때 까지 아저씨들은 능글맞게 웃다 결국 내가 자꾸 그런 눈으로 보면 장사 접을거란 협박에 후다닥 눈을 돌리고 술잔을 넘긴다.


하여간 정말이지 아저씨들이 더 주책이다.


그 뒤 시간이 좀 더 흐르고.


얼추 주문이 끝나고 잠깐 쉴 시간이 남아 자리에 앉아 혼자만의 상념에 빠진다.


이건 아무에게도 말 안한거지만 그 사무소의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욕심이 생겼다.


나도 다른 사람들 앞에 서서 빛나고 싶다는 욕심이.


전엔 하고싶어서 하는 일 모두 잘됐으면,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어도 최고가 되겠단 생각은 해본적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딱히 무엇이라고 정한건 없다.


하지만 언젠가 이것이라고 딱 정할만한 방향이 생긴다면, 지금하는 요리던 작곡이던 그 외에 전에 있었던 그 어떠한것이나 아니면 아직 내가 해보지 못했던 일이라도.


더이상 다른곳에 눈돌리지 않고 그 길만을 걸어 최고가 되고 싶다는 목표의식이 생겼다.


지금은 그 작다면 아주 작은 변화에 만족한다.


"그럼 언젠가 찾아올 그 '정말' 하고 싶을 일을 기다려볼까."


당분간은 포장마차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우니까.


 


그냥 일기


포장마차로의 복귀 날이다. 그래도 아직은 하고싶은일이 이것인건지 돌아왔다는 기분과 함께 편안함을 느낀다. 이러다 어영부영 이 길로 끝까지 나가는거 아닌가 싶네. 그나저나 아저씨들은 정말 주책이란말이야. 나도 나이먹으면 저렇게 될까 생각하니 처음으로 나이먹는게 두려워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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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편 끝! 입니다.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으로 보면서 참고하다보니 애니메이션에서 나왔던 장면을 글로 옮긴게 전부인 부분이 많은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듭니다. 그래도 역시 치하야는 이 에피소드인것 같아서 2회에 걸쳐 쓰게되었네요. 부디 재밌게 봐주셨으면…….


유난히 이번화에는 줄임표(…)가 많이 들어갑니다. 고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이제 다시 바빠지는 바람에 오늘이 아니면 고칠 시간이 부족해서 수정이 부족하네요 흑흑. 그 외에도 오타라던가 오류가 많을테지만 부디 양해부탁드립니다.


ps. 잠깐 도전삼아 얀데레화한 점주의 이야기를 써보았는데 역시 저한텐 무리입니다 흑. 그냥 전 평범한 이야기만 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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