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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천 엔 포장마차 입니다.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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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4, 2014 15:55에 작성됨.

 


 


무더위는 지나갔다.


선선한 바람이 이따금 불어와 기분좋은 시원함을 안겨주고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푸르르다.


바야흐로 천고마비의 계절.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말에 걸맞게 온갖 먹거리들이 제철을 맞는, 입이 즐거워지는 시기다.


다른 때 맞이한 가을과 달리 이번엔 포장마차가 본업이라 그런지 괜시리 들뜨는 기분이다.


"어디보자 감자, 고구마, 토마토, 옥수수에 해산물은 갈치 정도. 아직 무랑 호박은 기다려야 할테니까 그건 다음 달 즈음 요리에 써먹기로 할까. 아니 그래도 무는 국물 내려면 어쩔수 없겠구나. 참, 전복이나 대하도 괜찮겠네."


요즘 세상엔 굳이 제철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괜찮은 품질의 재료를 구하기 쉽지만 아무리 그래도 제철에 한껏 물오른 갓 잡아올린 재료를 능가 할 수야 없지.


요리는 하는 사람의 솜씨도 솜씨지만 그만큼이나 재료의 질 또한 중요하니 기왕 가을씩이나 되었으니 철을 맞는 재료의 때마다 그 재료로 메뉴를 정해갈 생각이다.


그렇게 새벽녘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위해 일어났다, 문득 다가온 가을을 보곤 여느때와 같이 즉흥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해버린다.


 


"고구마지 역시!"


"아저씨의 취향은 아무래도 좋은데 말이죠."


평소 즐겨찾던 새벽시장의 채소가게 아저씨의 새벽부터 기세 넘치는 발언에 무심하게 대답해준다.


다만 그 대답에 난색이 섞인건 어쩔수 없는거겠지.


하기야 그럴만도 한것이 평소와 격이 다른 양으로 쌓여있는 저 상자들을 보면 기가 찰 수밖에.


"설마하니 묻는건데 저거 전부 고구맙니까?"


"당연하잖냐! 가을하면 고구마! 고구마 하면 가을!"


"팔리긴 해요 저거?"


"안팔리면 팔리게 해야지. 그런고로 사가라."


"뭘 어떻게 하면 그런 결론에 도달하는겁니까."


있지도 않은 두통이 나는것 같아 머리를 짚으며 신음한다.


그래도 마냥 나쁜건 아닌게 앞에서 말했듯 고구마는 이제 물이 오른 시기.


다른 무언가를 하겠다고 특별히 마음먹은게 없는 지금은 고구마를 메뉴로 정해도 문제는 없다.


충격적인 양에 질리긴 했다만 나도 굳이 선호도를 따지자면 고구마는 상위권에 위치할만큼 좋아하기도 하고.


결국 떨어지지도 않는 텐션으로 고구마 사랑을 외치는 채소가게 아저씨에게 잔뜩 구입하고 잠시 생각에 빠진다.


그나저나 고구마라.


간단한 샐러드랑 다른 야채들과 함께 튀기는것도 괜찮고. 참, 줄기는 국수로 볶아도 괜찮겠구나. 국물이 필요하니까 고구마를 갈아 떡을 만들어 다고지루(だご汁)도 끓이면 좋겠네.


그러다 반죽이 남으면 떡 안에 단팥을 넣은 경단을 해서 후식으로 하면 되겠다.


좋아, 오늘 메뉴는 가정식 컨셉이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니 이것저것 잔뜩 하려면 바빠질것 같아 서둘러 기타 보조할 재료들도 사들인 후 포장마차로 향한다.


도착 후 제일 먼저 반죽을 시작한다.


반죽은 숙성시켜야 제 맛이 사는 법이니 개점 시간에 맞추려면 서둘러야겠지.


고구마 껍질을 벗겨 부드러워 질 때 까지 끓이다 메밀가루를 넣어 치덕대는 반죽으로 만들고 저온에 잘 보관해둔다.


그리곤 채소들을 다듬기 시작한다.


한참을 도마를 식칼이 두드리는 소리로 포장마차 안을 울리다 겨우 남은 재료가 끝이 보일 때 쯤 멈추고 한숨 돌린다.


샐러드나 튀김종류는 조금만 다듬어 시작할 때 쯤 내놓을 수 있게 해놓으면 되니 이쯤이면 될테고……다음은 고구마 줄기로 요리를 해볼까.


줄기를 삶아 양념에 졸이는 간단한 과정으로 요리과정은 어렵지 않지만.


"이걸 언제 다 벗기지."


삶은 고구마 껍질을 벗기는데 한세월이다.


반죽 숙성시간도 있으니 느긋하게 하려 하지만 여건상 많이는 못할듯 싶네.


그만큼 애초에 적당히 삶은 것도 있으니 최대한 빨리 줄기의 껍질을 벗기고 요리를 시작한다.


간장으로 맛을 낸 조림과 국수 볶음을 완성하고 뻐근한 어깨를 돌리며 마지막 요리를 준비한다.


그럼 이제 국을 끓이기로 할까.


먼저 미리 손질해둔 무, 당근, 토란을 넣고 끓이기 시작하다 끓어오르면 우엉, 표고, 닭고기로 국물을 내고 본래 들어가는 밀가루 반죽 대신 아까 숙성시킨 고구마로 만든 반죽을 뜯어 넣어 다시 끓인다.


마지막으로 내기전에 맛내기를 조금 하고 파를 조금 썰어넣으면 완성.


그렇게 만들어진 오늘의 메뉴.


고구마 샐러드와 줄기 조림, 그리고 볶음 국수. 다고지루에 야채 튀김까지. 후식으론 경단까지.


앞에 놓인 요리들을 보며 흐뭇해한다.


시간은 잔뜩 들었지만 그만큼 호화로운 메뉴이니 만족스럽네.


그럼 잘먹겠습.


"배고프다! 오늘 메뉴는 뭐냐!"


"……아직 개점 전입니다."


"에헤이. 우리 사이에 무슨."


대체 어떤 사이인걸까 우리 사이라는게.


이마에 돋은 핏줄을 애써 눌러 넣으며 아직 점심도 채 오지 않았는데도 찾아와 부산스럽게 구는 중년 남성을 노려본다.


그냥 그런 아저씨인줄 알았더니 나름 유명 스튜디오의 사장님, 하지만 성격은 애들만도 못한 철부지 아저씨가 내 앞에 놓인 요리를 슥 훑어본다.


"오오, 오늘은 꽤나 종류가 많잖냐. 이거 다 되는거냐?"


"그럴 예정입니다만."


"그럼 나도 좀 다오. 오늘은 아침도 넘기고 왔더니 일찍부터 배가 고프더라구."


라며 웃는 사장님의 모습에 결국 한숨을 폭 쉬고 1인분을 더 준비한다.


준비가 되자 마주앉아 식사를 시작.


줄기 조림을 한 젓가락 들어 입에 넣은 사장님은 난데없이 정색하며 말한다.


"역시 너 우리집 와라. 내가 잘 해줄께."


"혼나요 정말."


"아니면 사위가 되는건 어때."


"저번에 자녀분이 이제 열 두살 됐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요."


"뭐 어때."


"부인분께 이를겁니다."


"쳇."


그런식의 주로 사장님이 이상한 소릴 하면 내가 끊는 식의 대화가 이어지다 식사가 끝이 나고 차와 경단을 다시 앞에 내놓는다.


"경단도 달달하니 좋구만."


"칭찬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말이지."


갑자기 사장님이 말하다 말고 옆에 둔 사무용 가방을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이윽고 꺼내든건 종이 뭉치.


"이것좀 봐봐. 여기, 여기 어떠냐."


"또 입니까."


보자마자 질색한다.


사장님이 꺼내든건 다름아닌 곡의 악보.


지난번에 비전문가의 의견도 들어보는게 도움이 될거란 말에 어영부영 넘어가 몇번 같이 어울렸더니 그게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왜 자꾸 노래에 관한건 저한테 물어봅니까. 비전문가의 의견도 한 두번이지 매번 그래도 돼요?"


"너랑 상의하면 정말로 나아진다니까. 대신 나도 너한테 앨범 선물하잖냐."


"그건 나름 잘 듣고 있긴 합니다만……그래도 정식 교육도 안받은 사람이 괜히 잘못 이야기 했다 망치면 어쩝니까."


"너랑 상의하고 돌아가면 확실히 곡이 나아진대도. 망치면 뭐 어때 그걸로 바로 내는것도 아니고 결국 내가 수정하는건데. 그리고 교육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장이 은근슬쩍 몸을 가까이 기대며 귀엣말을 한다.


"이참에 이쪽 일을 배워보는건 어떠냐. 빈말 하는게 아니라 너 정말로 재능 있데도."


"제의는 감사합니다만 사양입니다."


단호하게 거절하자 사장님은 다시 자리로 털썩 앉으며 역시나 싶은 표정을 짓는다.


"그럴거라 예상은 하고 찔러나 봤다만 역시나구만. 그래도 말은 해놨으니 나중에 언제라도 생각나면 사양말고 찾아와라."


"생각보다 빨리 떨어지시네요?"


그간의 모습을 돌아보면 저렇게 쉽게 포기할 사람이 아닌데 말이지.


"나도 그간의 네 모습을 돌아보니 말로 어쩐다고 될놈이 아니란걸 새삼 느껴서 말이다. 그러다 네가 하고싶어지면 딴데 안가고 나한테만 오면 되니까."


"이거 참."


기뻐해야되나 말아야하나.


어찌됐던 편해졌으니 다행이군.


"그건 됐고 일단 다시 곡 말인데. 여기 이부분, 좀 더 높은 음으로 하는게 나으려나."


"저번에 그 곡입니까. 음~ 아뇨 곡 분위기로 봐선 그냥 두는게 더 나을 것 같은데요."


그 뒤로 한참을 곡 이야기로 열을 올리다 개점 시간이 되어 손님이 들어올 때가 되어서야 사장님은 돌아갔다.


곡을 쓴다.


재미는 있을것 같다만 말처럼 쉬운일은 아닐테지.


만약 한다고 쳐도 성격은 저래도 능력만큼은 확실한것 같은 저 사장님 조차 매번 노력에 시행착오를 반복한다고 하니 분명 포장마차 겸업으로는 무리일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건 왜일까.


그런 생각을 떨치며 들어오는 주문에 다시 요리 도구를 잡는다.


 


늦은 밤이 되었다.


약간은 쌀쌀한 바람이 안으로 들어오는걸 느끼며 이제 조금 있으면 마감시간이라는걸 확인한다.


손님도 전부 간것 같고 오늘은 이쯤 그만할까 라는 생각을 하려던 찰나.


"음."


"어서오세요. 어라?"


가게 문이 열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인사하다 아는 사람의 얼굴을 보곤 의아해 한다.


"여긴 왠일입니까 쿠로이 사장님."


"지나가는 길에 눈에 띄였다."


그렇게 대답치곤 부실한 말을 돌려주며 근처의 자리에 앉는다.


평소 자주 찾아오진 않지만 몇번 오긴 했었다.


그래도 그건 보통 765 사무소 사장님과 함께 였고 홀로 이렇게 늦게 찾아온적은 없었지.


어쩐지 이상해 보이는데.


조금 살펴보니 이미 다른곳에서 한잔 한듯 취기가 보인다.


내가 살펴보는 사이 잠시 메뉴를 훑어보던 쿠로이 사장님은 몇가지 요리와 술을 주문한다.


그래도 아직 그리 취한것 같진 않고 우선 요구대로 요리와 술을 내오자 그때까지도 아무말 없이 있던 쿠로이 사장님은 여전히 묵묵히 음식과 술만 먹는다.


무언가 말을 해야겠다 싶어 결국 내가 먼저 대화를 시도한다.


"왠일로 그렇게 절제없이 드십니까."


"……."


쿠로이 사장님은 여전히 대답이 없다.


연달아 세잔 정도를 더 마신 후 였을까.


비로소 쿠로이 사장님은 말문을 연다.


"전에 말했나. 난 근본은 나쁘지 않지만 수단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고."


"그랬습니까?"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직접 말해준 적이 있었던가.


아무래도 그런모양이다 싶어 고개를 끄덕인다.


"또 좋지 않은 수단을 쓴겁니까."


"흥."


예상한것을 찔러보자 아니나 다를까 긍정이나 다름없는 반응을 보인다.


그런건가. 그래놓곤 마음이 편치 않아 술로 달래는건가.


예전에도 그런구석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정도로 흔들릴만큼 대단한 짓을 벌이진 않았는데.


입맛이 씁쓸해지는걸 느끼곤 안에서 잔을 하나 가져와 내 잔에도 술을 따른다.


"어디에 누구에게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하고나서 속이 쓰릴거면 애초에 하질 마시던가요."


말을 마치고 술을 목으로 넘긴다.


알싸한 술의 향취가 입안 가득 퍼진다.


하루일을 마감하고 마시는 술 한잔은 역시 기분 좋구만.


그런 감상을 하며 하릴없이 기다리고 있으려니 이번엔 쿠로이 사장님이 잔을 내미는 바람에 술을 따른다.


받아든 술을 넘기고.


쿠로이 사장님은 깊은 숨을 내쉬며 재차 말을 잇는다.


"거기서 넘어진다면 겨우 그정도인 녀석들 인거고 그걸로 난 내 프로덕션의 아이돌을 더 높은 위치로 올려 보낼 수 있다. 나쁠건 없지."


이번엔 스스로의 손으로 술을 따라 마신 쿠로이 사장은 취한 탓인지 약간 떨리는 기색으로 말한다.


"너도 날 경멸하나."


말을 듣자마자 나도 잔에 가득 술을 따라 단숨에 넘긴다.


절로 푸하, 하는 숨이 터져나오고 속에서 올라오는 술기운에 잠깐 인상을 쓴다.


"경멸까진 아니고 좀 싫긴하네요."


내 말에 쿠로이 사장님이 짐짓 아무렇지 않다는듯 코웃음을 한번 친다.


그 허세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뒷말을 더한다.


"남이 아니라 본인을 괴롭힌다는 점이."


쿠로이 사장의 표정이 의아함으로 바뀐다.


그거야 어쨌건 아직 방금 넘긴 술 때문에 쓰린 속이 진정되기도 전에 다시 한잔 가득 따라 목으로 넘기며 말한다.


"뭐가 나쁠건 없지 입니까. 지금 스스로는 나쁘다고 비난하는데."


"내가 언제……."


"술 벌써 네병 째입니다. 용케 아직까지도 정신차리고 있네요."


내가 지적하며 손가락으로 가르킨곳엔 내가 같이 마시고 있는 지금 이 술병을 제외한 네 개의 술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쿠로이 사장님이 술이 상당히 세다는건 지금 알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금 이건 한계 이상 이겠지.


그제야 말을 잃은 쿠로이 사장이 침묵하자 난 툴툴거리듯 다시 말을 시작한다.


"스스로 좋지않은 수단이라 말할 만한 일이라면 저질러놓고 자책하지 마세요. 차라리 떳떳하게 내가 그랬다 그래서 뭐, 이런식이면 모를까 뭡니까 그게. 추하게."


"추, 추해?"


평소 듣지 못했을 내 독설에 쿠로이 사장이 당혹성을 낸다.


하지만 내 말은 멈추지 않는다.


"전 말입니다 제일 싫어하는 부류가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이에요. 자기보다 남을 배려한다는것도 결국 그걸로 스스로가 만족을 얻으니까 하는일 아닙니까. 괴롭기만하고 뭐하나 보람이 없는데 뭐가 자기희생입니까 그냥 멍청한거지. 악행도 마찬가지, 저질렀으면 그걸로 남에게 욕 먹을지언정 본인 스스로는 떳떳해야죠."


그러지 못할거면 하질 말던가.


물론 범법 행위 같은건 예외다. 어디까지나 이건 윤리적인 선에서의 이야기지.


뭐, 가벼운걸론 뒤에서 싫어하는 사람 욕을 한다거나 버스 정류장에서 새치기 같은 그런거.


이것도 도의적으론 해선 안되는 일이긴 하지만 할것 다 해놓고 남에게 욕먹으면서 본인도 자기 자신을 학대하면 그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


그걸 계기로 다음부터 안하게 되면 좋겠지만 쿠로이 사장님은 나를 만났을때 부터만 해도 이미 그렇게 해온게 벌써 수년일테고.


그쯤 됐으면 그만 하던가 아니면 뻔뻔해 지던가.


그런 식의 말이 평소와 달리 나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나간다.


한참을 듣고 있던 쿠로이 사장은 잡고있던 빈 술잔을 내려놓으며 긴 한숨을 쉰다.


"그만두는건 싫다. 이쪽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는 확실하니까."


"그럼."


"차라리 뻔뻔해지는걸 택하도록 하지. 아까 말했듯 이걸로 넘어지면 그뿐인 녀석들인거고 내 아이돌은 더 높은 곳에 오를 수 있으니."


하며 쿠로이 사장은 아까의 자조섞인 웃음과 다른 명백한 사악함이 서린 웃음을 짓는다.


이거 참. 잘한 짓이려나 이거.


어찌어찌 우울한 기분은 풀어준것 같긴 한데 괜한 짓을 한건 아닐까 떨떠름해져 머리를 긁적이다 문득 아까 했던 말이 떠올라 물어본다.


"그나저나 아까 너도 경멸한다 라는건 누가 이미 그런답니까?"


"……."


기세좋은것도 잠시, 쿠로이 사장이 다시 입을 닫는다.


"아하. 소속사 아이돌들이로구만. 그 쥬피터인가 뭔가 하는 유닛."


"……귀신 같은놈."


"뭐 어떻습니까? 이왕 벌어진 일. 가서 말하세요. 내가 사장이니까 너희들은 입 다물고 하란대로 해, 이런식으로. 독재자도 나쁘진 않네요."


"귀신보다 더한 놈."


"그럼 그만 두시던가."


하고 낄낄 웃는다.


그동안 몰랐는데 이 사장님도 나보다 한참 연장자인데도 놀려먹고 싶어지는 타입이네.


나도 술이 들어가서 그런가.


그렇게 한참을 웃고 있으려니 쿠로이 사장은 이제 되었다며 돈을 지불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럼 오늘은 이만 가도록하지."


"가는길 조심하세요."


"음."


그리곤 밖으로 나가던 쿠로이 사장님은 잠깐 주춤하더니 고개만 돌려 마지막으로 말한다.


"곧 알게될거다. 네가 말한 내 좋지않은 수단."


그리 말하는 쿠로이 사장님은 처음과 달리 그야말로 뻔뻔함으로 가득 차있었고 내가 그 앞뒤 없는 말에 어벙해 하던 사이 문 밖으로 나가버렸다.


곧 알게된다니.


설마 나랑 관계있는건가?


어쩐지 찜찜해진 기분을 애써 떨치며 자리를 정리한다.


 


"그러니까 곡 상담좀 그만 하라니까요?"


"에헤이, 그럴줄 알고 이번엔 준비해온게 있지."


"음?! 이, 이건 이미 절판됐다는 한정판…!"


"후하하! 가지고 싶다면 순순히 협력하는게 좋을것이다."


"제, 제길. 보여줘 봐요."


평소와 다른 꽤 강한 떡밥을 들고온 스튜디오 사장님에게 결국 낚여선 두손들고 협력한다.


요즘들어 자주 접하면서 이것저것 사장님에게 들은게 있어서 그런지 점점 악보를 보는게 익숙해져가는 자신에게 묘함을 느끼고 있다가 갑자기 사장님의 정신이 다른곳으로 팔린것을 깨닫는다.


"왜그러십니까?"


"아니, 저기 말이다."


하며 사장님이 가리킨 곳은 내가 심심할 때 보기 위해 가게 한켠에 둔 텔레비젼.


그 안에선 최근 자주보게 된 연예계 소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다만 평소 발랄한 분위기였던 진행자는 유달리 심각한 어조로 어떠한 내용을 말하고 있었다.


[……숨겨진 진실.]


[그녀는 어릴적 남동생의 사고현장에…….]


[……묘 앞에서 어머니와 말다툼…….]


[부모는 이혼…….]


어째서인지 악의가 있다는 느낌이 전해지는 잡지 기사를 토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중에 사장님이 다시 꺼낸 말에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저 아이 그 아이 아니냐? 그 765 프로덕션의……."


"키사라기 양."


잡지의 이곳 저곳엔 익히 알고 있던 푸른 빛을 띈 머리의 한 소녀가 그려져 있었다.


 


쿠로이 사장님이 말한 '좋지않은 수단'이 무엇인지 알게 된지 며칠 지나지 않은 저녁 무렵.


머리에 두개의 리본을 단 귀여운 인상의 소녀가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이네 아마미."


"안녕하세요…."


평소 활기차던 기운은 다 어디로 갔는지 힘이 없어보이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유가 짐작이 가는 탓에 굳이 묻지 않고 다른 것으로 화제를 돌린다.


"그래 식사라도 하려고? 저녁 먹기엔 아직 좀 이른시간이긴 한데."


"아뇨! 저, 저기 한가지 실례가 안된다면 부탁드릴게 있어서……."


말끝을 흐리며 주저하던 아마미는 이내 우물쭈물 부탁이란건 꺼내기 시작한다.


"혹시 내일 시간 되세요?"


"내일?"


시간이 되냐는 물음에 먼저 일정을 생각해본다.


"내일은 휴일이니까 당연히 시간은 된다만. 그보다 너희 사무소 사람들 내 가게 휴일은 알고 있었잖아?"


몇번 휴일에 왔다 헛걸음했다고 투덜대던 아미랑 마미라던가 하는 아이들 덕분에 그 사무소 사람들은 내 정기휴일을 전부 알고 있는걸로 안다.


"그래도 다른 일이 있으실지 모르시니까요."


"뭐어 취미생활도 딱히 없고 요즘은 그냥 집에서 음악 듣는게 전부라서 말이지. 그래 무슨 용무로 내 시간을 물어본거야?"


"저, 저기. 혹시 말이죠."


다시 말을 쉽게 하지 못하던 아마미가 들리지도 않을만큼 작게 이유를 말한다.


"함께 어디 가주셨으면 하는곳이 있어서……."


"키사라기 양 때문에?"


"히엑? 그, 그걸 어떻게?!"


"요즘들어 너희들 덕분에 나도 연예계 사정은 꽤 자주 파악하고 있어서 말이다.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대충 알거든."


애초에 일을 저지른 당사자도 안면이 있고 말이지.


그거야 어쨌던 놀랐다는듯 딸꾹질까지 하던 아마미에게 물한잔을 건네 일단 진정시키고 자세한 사정을 묻는다.


대충은 알아도 정확히 어떻게 된건질 알아야 하니까.


아마미는 얼굴에 근심을 가득히 하고 그간의 사정을 말한다.


동생을 위해 노래 했는데 이제 노래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 더이상 이 일은 하지 않겠다.


그렇게 말하고 집에 틀어박힌 키사라기.


"그럼 같이 가줬으면 하는 곳이라면."


"치하야의 집이에요. 어떻게든 설득해 보고 싶어요. 원래 혼자 가기로 했었는데 아무래도 혼자서는 용기가 안나서……. 다른 아이들은 내일 전부 일이 있어서 부탁할 사람이 점주 씨 밖에 없어서요……."


잘 말하다 미안하다고 생각한건지 다시 줄어드는 말꼬리에 작은 한숨을 쉰다.


하여간 그 아저씨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구만.


의도한건 아니었겠지만 그날 술마시고 온것 보살펴 줬더니 이번엔 간접적으로 다른 사람까지 내 손이 가도록 만들었다.


아는 연장자들, 그것도 사장님이라는 사람들이 힘들 때 기댈 수 있긴 커녕 죄다 피곤하게 만드는 스타일이라는 내 처지를 한탄하다 한숨소리에 눈에 띄게 안색이 어두워 지는 아마미를 보고 화들짝 놀라 달래기 시작한다.


"너 때문에 한숨쉰거 아니니까 우울해 하지마. 그보다 같이 가는것 말이지, 물론 승낙이다. 나도 솔직히 좀 걱정되기도 하고."


"저, 정말인가요?"


"그래. 그럼 내일 언제 쯤 만나서 가면 될까."


"아, 저도 오전에는 일이 있어서 내일 이시간 쯤에 가려고 하는데요."


그렇게 시간과 만날 장소를 상의하고 올때보단 좀 더 나아진 아마미의 얼굴에 안도하며 배웅한다.


그 뒷모습을 보다 최근에 만나지 못했던 키사라기의 모습을 떠올린다.


마치 유리와도 같은 연약한 아름다움을 가진 차가운 느낌의 소녀.


노래 잘했지. 상당히.


스튜디오에서 처음 만나 노래를 들었던 그 뒤로도 텔레비젼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 언제나 훌륭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대단한 노래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 노래가 전부 동생만을 위해 부른 것.


동생을 위해 노래를 불러야만 했다라.


마음 한구석이 언짢아 지는걸 애써 털어내며 우선 오늘 일의 마감을 위해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온다.


 


아마미와 함께 문 앞에 서있다.


문 옆에 있는 초인종의 문패에는 '치하야'란 이름이 적혀있다.


아마미가 한번 침을 삼키고 초인종을 누른다.


키사라기가 있는지 물어보고 한참이 있자 지친 기색의 대답이 돌아오고.


"같이 댄스 레슨을 가지 않을까 해서…."


"…안 가."


건네본 아마미의 권유는 그 힘없는 어투에 거절당한다.


그럼에도 아마미는 애써 웃음지으며 가져온 사무소 아이들의 선물들로 이야기를 돌려보지만.


"더 이상 신경쓰지마. 난 더이상 노래 부를 수 없어. 다른 아이들의 마음엔……대답할 수 없어."


아마미는 그 말에 잠시 조용히 고개를 숙이다 다시금 설득을 해본다.


하지만 언제나 키사라기의 대답은 부정적인 것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던 아마미가 마침내 남동생의 이야기까지 꺼내들자.


"그만해!"


"……!"


"하루카가 나의, 유우의 무엇을 안다고 그래! 이제 그만 참견하라고!"


거기서 아마미는 더이상 말을 꺼내지 못한다.


그 일련의 상황을 잠자코 지켜보다 숙인 고개를 들지 못하고 놓쳐버린 종이가방을 들어올린 아마미가 힘없이 밖으로 나가려 하는것에 따라 나선다.


우울해하는 모습에 걱정하고 있으려니 안심 시키려는듯 다시 밝음을 가장한 웃음으로 힘겹게 인사한 아마미가 도망치듯 인사하고 멀어져간다.


그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다 키사라기의 집이 있던 빌라로 눈을 돌린다.


……잠깐 들릴곳이 생겼다.


 


해가 모습을 감춘 저녁.


모두가 식사를 하는 시간인지 곳곳 열린 창문에서 오늘 저녁 요리의 향기가 풍기는 빌라의 통로의 끝에 한 청년이 서있다.


가만히 문을 노려다보듯 시선을 고정하던 청년은 문 옆의 초인종을 누른다.


띵동.


작은 초인종 벨소리가 울리고.


한참이 응답이 없어 다시 한번 누르려는데 인터폰에서 말소리가 흘러나온다.


"……참견하지 말라고 했잖아."


"미안하지만 아마미는 아닌데요."


"……누구?"


"접니다. 포장마차 점주."


스스로를 점주라 밝힌 청년에 대답에 잠시 대화가 끊기더니 이번엔 인터폰 너머 목소리가 먼저 말을 시작한다.


"돌아가주세요. 지금은 누구와 대화하고 싶지않아요."


"딱히 대화하려 온건 아닙니다 키사라기 양."


키사라기라고 불린 인터폰 너머 목소리가 침묵하자 점주는 재차 말을 잇는다.


"그냥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전에 먼저 알려주고 싶은게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고맙게도 절 꽤나 성격 좋은 사람으로 봐주시더군요. 그런데 제가 생각보다 까칠한 구석이 있어서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한테는 그다지 친절하게 대하지 않습니다. 손님이라던가 그 외에도 대우해줘야할 사람이라면 나이에 구분없이 경어를 쓰고 본인이 허락한다면 편하게 하는 편이지만 대우하지 않아도 될만한 사람이라면 나이차가 많이 나는 연장자가 아닐땐 허락이 없어도 경어 쓰지 않고."


거기서 말을 멈춘 점주는 지금까지보다 낮게, 그리고 기분나쁘다는듯.


"그리고 난 말이다. 키사라기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아."


경어를 버리고 본인의 의사를 밝힌다.


키사라기는 인터폰 아래에서 전에 보지 못한 명백한 그의 짜증에 흠칫 놀란다.


다만 그건 착각이라고 여길만큼 잠깐, 이내 점주의 음성은 여전히 경어는 아니지만 평소의 편안한 음색으로 돌아온다.


"아까 아마미가 오후에 왔었지. 그때 나도 있었어. 그리고 그때 네가 했던 말대로 난 아무것도 모른다."


말하던 점주는 이야기가 길어질것이라 생각했는지 지친 다리를 조금이라도 쉬기위해 인터폰 옆의 벽에 기대선다.


"매번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하면 그만이었으니 이것이 아니면 안된다라는 절박함도 모르고 좌절이란걸 크게 겪어본적이 없어 상심이라는걸 대단하게 여겨본적 없어. 언제나 나만을 위해 살아왔으니까 누군가를 위해 뭘 한다는것도 모르고 그 누군가, 가족을 잃은 슬픔같은것도 모르지. 아버지가 안계시긴 하지만 기억도 안나는 어릴적 이야기인데다 성격이 성격인 탓에 가족의 온기라는게 그리워 좀 쓸쓸해한적은 있어도 크게 개의치 않았고."


점주는 말을 멈추고 숨이 찬건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쉰다.


"그래서 그게 무슨 상관인거야."


"……."


여전히 대답은 없다.


점주는 신경쓰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니 참견하지 말라……. 대화하러 온것 아니라고 했는데 이러는거 미안하지만 한가지 물어보자. 노래라는것 동생이 아니면 부르지 않았을꺼냐."


긴 적막이 흐른다.


"……그래요."


"거짓말."


"……!"


고저없는 그 평이한 단답에 키사라기는 꾸중이라도 들은것 마냥 숨을 삼킨다.


"신경쓰지 말라. 노래할 수 없으니까 다른 아이들의 마음에 대답할 수 없다. 동생이 아니었음 부르지 않았다."


여지껏 해왔던 키사라기의 말을 나열한 점주는 헛웃음을 짓는다.


"도망치려면 제대로 도망쳐. 뭐가 참견하지 말라는거야. 일일이 성실하게 대답하면서 내버려두라고 하는건 붙잡아 달라고 아우성 치는것과 다를게 없잖아."


"그게 아니…!"


"동생 때문에 노래를 했다고?"


키사라기가 여태까지와 달리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점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잘라낸다.


"솔직해져. 네가 노래하고 싶은 거잖아. 너의 노래를 듣고 즐거워하는 동생을 보는게 좋았으니까 노래를 했던거잖아. 왜 애꿎은 동생으로 핑계를 대는거야."


점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인터폰 수화기가 떨어졌는지 벽에 부딪친듯한 둔탁음이 들리고 성난 발걸음 소리가 문 앞으로 다가오더니.


쾅!


"당신이 뭘 안다고 함부로 말하는거야! 난, 난…!"


"그게 아니라면. 넌 어째서 그렇게 노래하지 못하는 자신을 붙잡아 달라고 소리치는거냐."


"……."


"예전에 말했지 쫓기듯 노래 부르고 있는게 느껴졌다고. 그 때의 넌 분명 네 말대로 였겠지. 노래가 즐겁고 하고 싶어 했다기 보단 동생을 위해 해야만 하니까 부른 노래였을꺼야. 하지만 그 날, 그리고 요즘들어 특히나 난 네 노래를 들으며 생각했다."


점주는 멀리 빛나는 야경을 보며 아련히 말한다.


"넌 정말로 노래를 좋아하고 있다는걸."


언젠가 텔레비젼에서 키사라기의 노래를 들었을 때.


그 노래는 예전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와 달리 꼭 한번 다시 듣고 싶을만큼 너무나도 편안하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때 점주는 느꼈다.


저 아이는 빛나고 있다는걸.


스튜디오 사장님이 가끔식 곡을 봐달라며 선물로 주는 앨범의 타이틀을 직접 요구한건 아마 그게 처음이었겠지.


부러움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자신도 여지껏 하고싶어 하는 일에 저렇게 빛난다고 느낄만한 자부심이 없었으니까.


언제나 진심이었고 허투루 한 적은 없지만 매번 최고의 위치에 오르지 못한건 어쩌면 저런 빛나는 이들이 앞에 서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했으니까.


그러니까 안타까웠다.


그 빛을 스스로 감추곤 꺼낼 수 있음에도 스스로를 옭아매는 저 아이가.


점주는 그런 속내를 숨기며 보이지 않을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네 말대로 난 아무것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좋아. 딱히 널 배려할 마음이 없어 참견하지 말란 말에 따를 생각도 없으니까. 그러니까 각오해라."


점주는 벽에서 몸을 때고 문을 마주보며 단언한다.


"절대로 노래하게 만들어 보일테니."


여전히 키사라기는 대답이 없다.


쥐죽은듯 조용한 복도에서 이제 더이상 할말이 없는지 돌아가려던 점주는 아차 싶어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문 앞에 도시락 두고간다. 보나마나 밥도 먹는둥 마는둥 하고 있을텐데 그러다 몸상하면 네 주위 사람들이 걱정일테지."


버릴거면 버려도 좋아, 라며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한 점주는 민망한 기분에 볼을 긁으며 이내 멀어진다.


청년이 떠나고 그 남아있었던 온기가 사라질 무렵.


천천히 키사라기의 집문이 열린다.


잠시 나와 주위를 둘러보던 키사라기는 아무도 없다는걸 깨닫고 발치에 놓인 도시락통을 들어올려 안으로 들어온다.


언제나 죽은듯 앉아있던 자리에 돌아와 도시락을 꺼내든 키사라기는 내용물을 확인한다.


아직 미약하게 온기가 남아있는 야채죽이 들어있다.


같이 있던 숟가락으로 조심스레 한입 먹어본다.


"……맛있네."


알고있던 그의 요리솜씨가 어디 도망간건 아닌지 훌륭한 맛이다.


한입 두입 몇번 더 넘기고 있는데 아까 그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솔직해져. 네가 노래하고 싶은 거잖아. 너의 노래를 듣고 즐거워하는 동생을 보는게 좋았으니까 노래를 했던거잖아. 왜 애꿎은 동생으로 핑계를 대는거야."


"그게 아니라면. 넌 어째서 그렇게 노래하지 못하는 자신을 붙잡아 달라고 소리치는거냐."



죽 위로 작은 물방울이 하나 둘 떨어진다.


"유우…난 어떻게 해야해…?"


흐느끼듯 숨죽여 우는 키사라기는 혼자인 방에서 혼란스런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 뿐이다.


 


방송계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더 적은 유명 스튜디오의 사장.


그 저명한 인사는 적잖이 당황하고있다.


"이 늦은 시간에 왠일이냐?"


예전에 인연이있었다 최근 다시 만나 반은 진심 반은 장난으로 치대며 즐거움을 찾는, 지금은 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청년.


어지간히 귀찮게 군 탓에 제정신이라면 절대로 먼저 찾아올리 없는 그 청년이 저녁이 한참 지난 늦은 시간에 자신의 스튜디오를 찾아온것에 놀란 스튜디오 사장이 물어보자 점주는 대답한다.


"곡 쓰는법좀 가르쳐줘요."


"이건 또 뭔소리래."


무슨소리를 하나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뜬금없는 점주의 말에 황당해하려니 그 장난이 아니라는듯 진지한 태도에 스튜디오 사장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헛소리 하고 있는건 아닌것 같고. 무슨 바람이 불어서 갑자기 그러는거냐."


사장이 이유를 묻자 점주는 흔들림없이 대답한다.


"노래를 만들어야 합니다. 받아든 사람이 부르지 않으면 못배길 그런 노래를."


 


그냥 일기


내가 하지 못하는 것. 하지 못했던 것. 그것을 할 수 있음에도 주저앉는 사람이 있다. 역시 난 그리 좋은놈은 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번에도 순전히 자기 만족을 위해 힘들어하는 남에게 다시 일어설것을 강요하니까. 그래도 어쩔수 없지. 하고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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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 입니다!
방학이네요. 방학이라고 마냥 놀수가 없던 바람에 한편 쓰려던게 지금에야 쓰게 되었네요. 오랜만이라 그런가 역시 어딘가 쓰면서도 어색함을 느끼는건 어쩔수 없네요…….


이번의 주제는 익히들 아실만한 치하야의 에피소드입니다. 애니메이션을 최근에 보게 됐는데 시기가 가을때 인것 같아 지금 소설속 계절과 맞아떨어져 넣게 되었네요. 다만 아직 능력이 부족한 탓에 자연스럽지 못하고 너무 급박하게 이야기가 전개된것 같아 어쩐지 신경이 쓰입니다. 이 글은 1년의 시간을 두고 완결을 생각해서 이제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나 다시 봄이되면 완결을 맞을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잘 쓸수 있을지 걱정이 드네요.


앞부분에 잠깐 나온 고구마를 이용한 요리는 흔히들 한국에서도 가정식으로 먹을만한 것들이 많습니다. 다만 다고지루는 검색하다 알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의 수제비와 비슷한 요리더군요. 종류도 다양한데 자세한건 역시 구글신님이 알고 계십니다!(한국 포털에서는 정보가 없어서 일본 레시피 사이트 찾아가 동영상까지 봤지만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혀 울먹인건 비밀.)


ps. 개인적으로 고구마는 요리보단 그 자체로 쪄서 먹는게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으흐……가을이 빨리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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