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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가키 카에데의 마시러 가지 않을래?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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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0, 2014 13:49에 작성됨.

 

“안녕하세요-”

 

타카가키 카에데가 첫 출근의 활기를 담아 문을 열며 힘차게 인사했을 때 방 안에는 그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돌아오는 인사는커녕 침묵만이 깔린 싸늘한 사무소에는 카에데의 예상과 어긋난 것이었다.

 

“아무도 없어요?”

 

다시 한 번 확인의 의미로 사람을 불러보았지만 나타나는 사람은 없었다.

 

‘…혹시 나 속은건가?’

 

그 흔한 TV 하나 없이 테이블과 의자들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응접실은 물론이고 노크를 하고 들어간 사장실에서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카에데는 순간 캐스팅 사기 같은 것에 말려든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생겨났지만 자신이 손해를 본 것도 없고 프로듀서는 그런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확실히 생각하던 거하고는 많이 다르긴 하네.’

 

카에데는 아이돌이라고 해도 TV에서 나오거나 예전 일을 하면서 흘낏 본 정도가 다여서 평소에 어떤 일을 하는 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혹시 아이돌은 원래 집에서 쉬고 있다가 연락이 오면 그 때에 나오는 식이어서 오늘 나오는 게 틀렸던 건가 하고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카가키 씨?”

 

카에데가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프로듀서가 있었다.

 

“아, 오셨군요. 아무도 없어서 잘못 찾아온 줄로만 알았지 뭐에요.”

“아직 8시밖에 안 됐는데… 왜 이렇게 일찍 나오신 거에요?”

 

현재 시간 오전 8시 7분. 아이돌이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임에는 분명했다.

 

“일찍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요?”

“다른 아이돌도 웬만큼 바쁘지 않은 한 이런 시간에 나오는 일은 거의 없어요. 이쪽은 바쁠 일도 없지만.”

 

프로듀서는 쓴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프로듀서도 일찍 나오셨잖아요?”

“습관입니다. 타카가키 씨가 오기 전에 아무도 없을 때도 항상 아침 일찍 출근하고는 했죠. 그 때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서 시간 때우기만 했었지만.”

 

처음으로 아침 일찍 나온 보람이 있었다고 말하며 프로듀서는 작게 웃었다.

 

“그래도 처음부터 준비를 해야 하니까 꽤나 할 일이 있긴 하겠네요.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인데 이거.”

아이돌이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노래, 의상 같은 것부터 겉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차량이나 이런저런 부대비용도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건 영업이었다.

 

“제가 도울 일은 없을까요?”

“도울 일이라기보다 타카가키 씨가 제일 중요하니까요.”

 

프로듀서는 지금으로써는 타카가키 카에데라는 사람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고는 할 수 없었다. 특히 아이돌로써의 타카가키 카에데는 겉으로 보기에 스타일이 좋다던가 어려보이지만 나이가 제법 있다는 그런 외형적인 부분밖에는 모르고 있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알아가는 일이죠.”

“그렇네요. 저도 프로듀서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요.”

 

프로듀서가 그럴만한 수상쩍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카에데를 스카웃할 때의 그 과정만 놓고 보자면 충분히 사기로 오인받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고보니 타카가키 씨…”

“…네?”

 

프로듀서가 갑자기 얼굴을 가까이 하고 빤히 바라보자 카에데는 당황해서 몸을 뒤로 빼냈다.

 

“양쪽 눈 색이 다르네요.”

카에데의 눈은 언뜻 봐서는 특별한 점이 없어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양쪽 눈의 색깔이 살짝 달랐다.

 

“어머, 눈치채셨나요?”

 

카에데의 눈은 푸른빛이었지만 한 쪽만은 녹색을 머금은 푸른빛이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무심코 넘어가버릴 정도의 작은 차이였다.

 

“신기하네요.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고.”

오드아이라는 건 만화 같은 데에만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프로듀서는 적지 않게 놀랐다. 카에데가 캐릭터 만들기 같은 중2병스러운 안쓰러운 이유로 컬러렌즈를 끼고 다닐 리도 없기 때문에 진짜일 것이었다. 흔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희귀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특징이었다.

 

“스스로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별 거 아니에요.”

 

그렇게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라며 카에데는 덧붙였다. 확실히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알기 힘들 정도였다.

 

“나름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모에 포인트가 있다는 건 분명한 매력이 된다. 꼭 그렇게 이해타산적으로 생각하지 않더라도 카에데의 눈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감사해요. 이렇게 점점 알아가는 거군요, 후훗.”

“그렇죠. 아직 멀었지만요.”

 

비주얼은 뛰어난 편. 눈은 오드아이. 눈 밑에 눈물점. 프로듀서는 머릿속에 체크한 사항들을 기억해놓기로 했다.

 

“예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모델 일을 조금…”

 

그제서야 프로듀서는 이해가 갔다. 키도 작지 않고 스타일도 좋아서 보통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전직 모델이라면 납득이 갔다.

 

“역시 뭔가 있다고 생각은 했었지만요.”

“감사합…니다?”

 

카에데는 프로듀서의 말을 듣고 순간 자신이 뭔가 잘못했나 고민했지만 칭찬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럼 다음은… 노래방이라도 갈까요?”

“노래방이요?”

 

프로듀서가 노래방에 가자고 한 건 단순히 놀러가려는 생각은 아니었다.

 

“아이돌이라고 하면 보통 노래, 댄스, 비주얼 정도일까요. 타카가키 씨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이쪽에서도 수준을 맞춰 갈 수 있으니까요.”

“저… 노래에 그다지 자신은 없지만요.”

“뭐, 그다지 완벽해야 하는 것도 아니에요. 게다가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니까요.”

 

-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근처의 조그마한 노래방이었다. 평일의 낮 시간대라는 이유때문인지 다른 손님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카운터의 종업원은 책을 읽는 데에 집중한 나머지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한 듯 했다.

 

“저기요.”

“아, 네. 어서 오세요. 두 분이신가요?”

 

프로듀서가 말을 걸자 종업원은 깜짝 놀라더니 상황을 파악하고는 대응을 해왔다.

 

“네. 둘이요.”

“그럼 저쪽에 7번방을 쓰시면 됩니다. 30분 기준으로 한 명 당 50엔이시고 드링크는 하나씩 고르셔야 합니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가는 싸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 것처럼 사람이 없는 낮 시간에는 노래방 요금도 싼 편이었다. 다만 프로듀서는 원 드링크 제도라고 이용 요금보다도 훨씬 비싼 음료를 무조건 하나 시켜야 하는 점이 항상 불만스러웠다.

 

“타카가키 씨는 어떤 걸로 하실래요?”

“그럼 저는 메론 소다로.”

 

대충 정리가 되자 프로듀서는 메론 소다 두 잔과 두 시간치 이용 요금을 먼저 냈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인터폰으로 부르시면 됩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계산이 끝나자 프로듀서는 종업원에게서 마이크를 받아들고 카에데와 함께 7번방으로 향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는 마세요.”

 

방에 들어서며 프로듀서가 말했다.

 

“노력해볼게요.”

 

7번방은 네 명 정도가 이용하기에 적당한 크기였기에 두 명이서는 공간이 조금 남는 느낌이었다. 커다란 화면의 맞은편에 일렬로 놓여있는 의자는 네 명이 앉을 수 있을 정도로 길었다. 프로듀서가 가장 안쪽에 먼저 앉았고 뒤따라온 카에데는 미묘한 간격을 두고 앉았다.

 

“먼저 하시겠어요?”

“아, 네. 그럼 어떤 노래를…”

 

카에데는 몇몇 가수나 노래의 제목을 검색하다 지웠다 하며 고민했다.

 

“너무 부담 가지실 필요는 없어요. 그냥 저랑 놀러왔다 생각하셔도 되구요.”

 

물론 그 실상은 실력 평가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프로듀서는 어떻게든 카에데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 정말로 그렇게까지 잘 할 필요도 없었다. 물론 실력은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완벽할 정도로 노래할 수 있다면 이런 고생을 할 필요도 없이 먼 옛날에 대 가수가 되었을 것이다.

 

“정했어요.”

“오오.”

 

카에데가 찾은 곡은 너무나 유명한 곡이었지만 쉽게 도전할만한 곡은 아니었기에 프로듀서의 마음속에는 조심스런 기대가 생겨났다.

 

“그럼 부르겠습니다. 눈꽃.”

 

 

 

 

길어진 그림자를 길에 드리운 채

땅거미가 진 어둠 속을 그대와 걷고 있었어요.

 

손을 잡고 언제까지라도 계속

옆에 있을 수 있다니 눈물이 날 것만 같아요.

 

바람이 차가워지며 겨울 냄새가 났어요.

슬슬 이 거리에 그대와 가까워지는 계절이 오네요.

 

올해 첫 눈꽃을 둘이 가까이 붙어서

바라보고 있는 이 순간, 행복이 넘쳐흘러요

 

어리광이나 약한 게 아니에요.

그저 그대를 사랑해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어요.

 

 

-

 

그대가 있으면 어떤 일이라도

극복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어요.

 

이런 날들이 언제까지라도 반드시

계속되길 기도하고 있어요.

 

바람이 창문을 흔들어

밤을 흔들어 깨우고

 

이런 슬픈 일도

내가 미소로 바꿔줄게요.

 

흩날리며 내려온 눈꽃이

창 밖에 계속 쌓이는 걸

모르는 채로 우리의 거리를 물들여요.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사랑이라는 것도 알았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정적 사이로 노랫소리만 울려 퍼지던 스튜디오에 그 한마디와 함께 긴장의 끈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곧이어 여러 군데서 웅성웅성 하는 소리로 스튜디오는 어수선해졌다.

 

“야아, 대단하구만. 처음에 이 노래를 부른다기에 걱정이 많았는데 말이야.”

 

프로듀서 옆에 있던 감독이 프로듀서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그럼 자주 보자고.”

“감사합니다!”

 

감독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스튜디오를 나갔다. 제법 영향력 있는 감독에게 인정을 받자 프로듀서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이걸로 카에데의 인기도, 입지도 늘어날 것이다.

 

“프로듀서.”

 

곧이어 카에데가 프로듀서에게 다가왔다. 감독이랑 이야기하고 있는 걸 보고 기다렸던 것이다.

 

“수고했어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카에데는 아직도 약간은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프로듀서가 호평을 하자 그제야 표정이 풀렸다.

 

“노래야 원래 좋았는데 감정 쪽도 대단했네요, 오늘은.”

“프로듀서가 있으면 어떤 일이라도 극복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언뜻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이어서 프로듀서는 어리둥절해했지만 잠시 생각을 해보니 그 뜻을 알아버려서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았다.

 

“혹시 프로듀서, 그거 기억하고 있어요?”

 

카에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네요. 그걸 잊을 리가 없죠.”

 

카에데가 아이돌로 성공하기 전, 아이돌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던 때에 처음으로 노래한 곡이 눈꽃이었다.

 

“사실은 말이죠, 카에데 씨가 처음 이 노래를 불렀을 때 ‘해냈다!‘라고 생각했어요. 역시 내 안목은 틀리지 않았어, 이 사람이라면 할 수 있다고.”

“처음 만났을 때는 자신만만하게 권유하더니 나중에 가서 그런 거에요? 완전히 속았네.”

 

카에데는 볼을 부풀리며 불만스럽게 말했고 그걸 바라보던 프로듀서는 웃어버리고 말았다. 프로듀서가 웃음을 터트리자 카에데도 따라서 웃어버렸다.

 

“역시 자기자신의 노래를 하는 편이 낫지 않나요?”

한참을 같이 웃다가 카에데가 프로듀서에게 물었다.

 

“보통은 그렇지만 가끔은 커버 곡이라는 것도 괜찮으니까요. 그리고 카에데 씨가 이 노래를 부른다면 반드시 된다고 생각해왔어요. 그때부터.”

“뭔가 엄청난 기대를 받고 있었네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되겠네.”

 

후후 웃으며 말하는 카에데의 모습은 전혀 기대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댄스는 아직 멀었으니까요?”

“노력은 하고 있어요….”

 

노래와 비주얼은 수준급, 하지만 댄스는 역시 아직도 약점이었다. 카에데는 키사라기 치하야같은 가희 스타일의 아이돌이어서 지금까지는 댄스를 배제하고서도 가능했지만 앞으로 더 발전하려면 댄스 쪽도 반드시 필요했다. 프로듀서의 생각은 같은 프로덕션의 아이돌들과 유닛이라도 짜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지만 아직 카에데와 어울리는 상대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럼 다 잘됐으니까 축하하는 의미로 마시러 가지 않을래요? 오늘은 제가 살게요.”

“카, 카에데 씨?!”

 

카에데는 프로듀서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덥석 프로듀서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고 프로듀서는 무척 당황했지만 감히 손을 빼낸다던가 하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지난번처럼 도망치게 두진 않겠어요.”

“아니 그러면 운전할 사람이, 카에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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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 편씩 쓰는 글입니다[?]

10일동안 카에데의 눈꽃을 천 번은 들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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