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미키] 호시이 자매의 가정방문 -상-

댓글: 2 / 조회: 2786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10-14, 2012 22:08에 작성됨.

   이제 막 해가 떠오르는 이른 시간.
   일요일 아침거리는 한산했다. 출근하는 직장인도 등교하는 학생도 없다. 평소에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한 사람도 아무런 방해 없는 달콤한 늦잠에 빠진다.
   그건 이 어지러운 원룸에 사는 프로듀서도 마찬가지였다.
   일을 마치고 새벽에야 집에 들어온 프로듀서가 그대로 벗어놓은 옷가지가 바닥에 굴러다녔다. 구석의 빨래 통엔 세탁해야할 옷들이 층층이 쌓여있다.
   프로듀서는 침대 위에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머리를 베개에 박은 채 엎드린 자세로 프로듀서는 자고 있다. 베게 옆엔 프로듀서의 안경이 아무렇게나 놓여있다.
   베개에 묻은 프로듀서의 얼굴 사이로 새액새액 숨소리가 들렸다. 머리카락은 여기저기 눌려 부스스했다.
   프로듀서의 넓지도 좁지도 않은 원룸엔 프로듀서의 자는 소리와 째깍째깍 시계소리만 들려왔다.
   평일에도 바쁜 일정 때문에 새벽에 자고 새벽에 일어나는 힘든 스케줄을 보내온 프로듀서에겐 푹 잘 수 있는 일요일은 천국이었다. 그나마도 점심부턴 일정이 있어 나가봐야했다.
   택시 한 대가 프로듀서의 원룸이 있는 건물 앞을 휭 지나가는 소리가 창문을 넘어 크게 울렸다. 프로듀서는 살짝 몸을 뒤척일 뿐 계속 잠들었다.
   얼마 후, 조용한 원룸에 초인종 소리가 났다.
   띵동, 띵동. 처음은 연속 두 번. 그걸로 프로듀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띵동, 띵동, 띵동. 이번엔 세 개. 프로듀서는 잠잠했다.
   띵동, 띵동, 띵동, 띵동――
   이제는 분명한 악의가 초인종 소리에 담겼다. 프로듀서가 일어날 때까지 누르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연거푸 들리는 초인종 소리에서 느껴졌다.
   슬슬 이웃집에서 찾아올 우려가 들 정도쯤에야 프로듀서가 깨어났다.
   “으……뭐야…….”
   프로듀서는 베게에 눌린 자국이 선명한 이마를 손으로 매만지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안경도 끼지 않아 시야가 흐렸다. 잘 보이지 않는 풍경에 프로듀서는 눈을 찡그리며 터벅터벅 현관문으로 걸어 나갔다.
   “누구세요?”
   프로듀서의 목소리엔 짜증이 분명히 섞여있었다. 프로듀서는 말과 동시에 잠긴 문을 열었다. 평소라면 누구인지 현관문의 렌즈를 통해 확인했을 테지만, 막 잠에서 깨어난 터라 귀찮았다.
   벌컥 연 현관문 너머엔 금발 소녀가 당당히 서있었다. 핫팬츠 아래로 쭉 뻗은 새하얗고 늘씬한 다리는 아침햇살을 받아 빛났다. 프로듀서의 눈을 단숨에 사로잡은 금발 소녀는 양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좋은 아침인거야, 허니~♥”
   달짝지근한 목소리로, 금발 소녀―호시이 미키는 프로듀서에게 환하게 웃으며 윙크를 던졌다. 그 순간, 칙칙했던 프로듀서의 공간이 밝아졌다.
   “미키, 미키?!”
   이 시간에 여기 있어서는 안 될 미키를 보며 프로듀서는 경악해 말을 더듬었다. 미키는 그런 프로듀서를 보며 쿡쿡 웃어댔다.
   “미키미키라니, 꼭 아미마미 같은 거야. 암튼 허니, 이것 좀 받아줘. 여기까지 들고 오느라 미키의 팔 엄청 고생한 거야.”
   미키는 프로듀서에게 양손에 든 봉투 두 개를 휙 넘겼다. 엉겁결에 프로듀서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봉투를 받았다. 여러 가지로 가득 찬 육중한 봉투의 무게가 프로듀서를 덮쳤다.
   “켁, 이것들은 다 뭐야?”
   “실례하는 거야~”
   대답대신 미키는 봉투를 휘청휘청 든 프로듀서의 옆으로 쏙 지나갔다. 너무도 쉽게 프로듀서는 미키의 침입을 허용했다.
   프로듀서의 원룸에 발을 내딛은 미키는 쑥 깊이 들어갔다. 현관과 부엌을 지나 안으로. 미키는 방의 한 가운데 우뚝 서서 빙그르르 돌았다. 미키의 금발이 찰랑인다.
   “헤에, 이게 허니의 방이구나. 미키적으로는 좀 더 작을 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두 사람이서 살기엔 딱 좋은 거야.”
   은근슬쩍 위험한 말을 던지는 미키였지만, 낑낑 미키가 들고 온 봉투를 놓는 중인 프로듀서는 이를 눈치 채지 못했다. 그냥 방이 생각보다 크다, 정도라만 알아들었다.
   “그거야 당연하지. 화장실하고 부엌까지 딸렸는데……근데, 미키는 여기 웬일이야?”
   미키가 프로듀서의 집에 올 이유는 절대 없다고, 프로듀서는 장담했다.
   “그거야 허니를 만나기 위해선거야. 허니는 당연한 걸 물어보네, 이상한 허니.”
   키득, 프로듀서를 향해 미키는 웃었다. 그 자연스러운 대답에 오히려 프로듀서가 당황했다.
   “아니, 사무소에서도 만나도 되잖아. 굳이 집까지 올 필요는…….”
   “미키, 허니 집에 와보고 싶었는걸. 안 돼?”
   미키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프로듀서의 허락을 이끌어내려 했다.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미키의 모습에 프로듀서의 이성이 살짝 흔들렸지만, 이내 마음을 되잡았다.
   “당연히 안 되지. 미키처럼 유명 여자 아이돌이 남자 혼자 사는 집에 들어오는 걸 누가 봤었어봐. 그 날로 대형 스캔들이라고……잠깐, 근데 미키 너 어떻게 우리 집 위치를 안 거야?”
   말하다가 제일 중요한 의문이 떠올랐다. 미키는 어떻게 프로듀서의 집을 찾아온 건가.
   담당 아이돌이 모두 여자다 보니, 평소 프로듀서는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 지으려 노력했다. 그래서 프로듀서의 집 주소도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 물론 미키도 이에 해당되니, 미키가 프로듀서의 집 주소를 알 리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미키는 프로듀서의 집 안에 있었다.
   “허니의 집? 그거야 사장님이 알려준 거야.”
   “사장님? 타카기 사장님이 왜? 아무리 사장님이라고 해도 그런 건 아이돌에게 알려주실 리가 없는데…….”
   미키의 입에서 튀어나온 예상 밖의 인물에 프로듀서의 머리는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후후후, 미키에겐 다 방법이 있는 거야!”
   혼란해하는 프로듀서를 보며 미키는 의기양양하게 오른손으로 브이 자를 지어 내밀었다.
   아무래도 타카기 사장이 미키한테 뭔가 약점을 잡힌 게 분명하다고, 프로듀서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가끔 엉뚱한 행동을 하는 타카기 사장이니 충분히 가능했다.
   어쨌든 미키가 프로듀서의 집에 난입한 건 변함없는 사실이니, 프로듀서는 이걸 어떻게든 해결해야했다.
   “근데 츄리닝 차림의 허니도 신선한 거야. 헤헤, 이런 모습은 미키가 처음 보는 거지? 미키 독점이네!”
   미키는 프로듀서의 색다른 차림을 눈에 가득 담기위해 히죽히죽 웃으며 프로듀서의 전신을 훑었다. 지금 프로듀서가 어떤 마음인지는 전혀 신경 안 쓰는 미키의 모습에 프로듀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어쨌든 어서 돌아가. 미키가 여기 계속 있으면 안 돼.”
   “싫어! 미키는 허니 집에 계속 있고 싶은 거야!”
   부우, 하고 미키는 볼을 부풀리며 프로듀서와 대치했다.
   “누가 이 사실 알면 큰일이라니까. 아무리 담당 프로듀서라도 여자 아이돌이 남자의 집에 들어오면 안 돼.”
   “미키는 큰일 나는 게 좋은 거야! 그럼 미키는 허니 거라고 도장을 쾅 찍는 거니깐~”
   미키는 지금 아이돌로서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을 하는지 충분히 알았다. 분명 노리고 왔음이 틀림없는 미키의 태도에 프로듀서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무튼 안 된다니까. 내가 미키 집까지 데려다줄게. 어서 나가자.”
   “싫어! 미키, 허니한테 아침 만들어주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돌아가는 건 싫어!”
   미키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며, 발을 딱 바닥에 붙이곤 프로듀서를 바라봤다. 미키의 에메랄드빛 눈동자는 한없이 진지했다.
   상황이 어떻든 확고한 미키의 대답에 프로듀서는 난처했다. 직접 아침을 만들어주러 왔다는데, 매몰차게 내쫓기도 뭐했다. 프로듀서의 손엔 아까 든 봉투의 무게가 아직 남아있다. 차마 프로듀서는 남자인 프로듀서한테도 무거웠던 걸 여기까지 들고 온 미키의 노력을 무시하지 못했다.
   결국 미키의 제안에 마음이 기울어버린 프로듀서는 방 한편에 놓아둔 봉투를 가리켰다.
   “그런데, 저 봉투에 있는 것들은 뭐야?”
   “아, 저건 음식 재료야.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꼬륵꼬륵 굶고 있을 허니에게 미키의 사랑이 듬―뿍 담긴 요리를 해주는 거야!”
   두 손을 꼭 모으며 말하는 미키는 눈이 반짝였다. 애교가 가득한 말이지만, ‘프로듀서는 생활력 제로’라는 잔인한 평가가 담겨있어 프로듀서는 웃으며 넘기지 못했다.
   “미키한테는 내가 그렇게 보이는 구나……그런데, 미키 요리할 수 있어?”
   “응! 미키는 하면 되는 아이인걸! 그리고 언니한테도 확실하게 배워온 거야.”
   “음…그냥 무리하지 말고 돌아가면 안 될까, 미키?”
   “싫―어, 허니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면 되는 거야. 그럼 미키 요리할게!”
   미키는 맡겨만 달라고 가슴을 손으로 툭툭 두드렸다. 볼륨감 넘치는 미키의 가슴이 흔들렸다. 그 박력에 프로듀서는 무심코 시선을 빼앗겼다가, 금방 정신을 다시 차렸다.
   ‘미키가 요리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만날 먹는 모습밖에 못 봤어.’
   사무소에서 남이 만들어준 주먹밥을 야금야금 먹어치우는 미키의 모습이 선명했다. 그런 미키가 요리를 하겠다니. 프로듀서는 부엌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달려가는 미키의 뒷모습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부엌을 차지한 미키는 프로듀서 집 부엌 이곳저곳을 살폈다. 냉장고 안의 음식, 밥통에 남은 밥의 양, 식기 등등. 봉투에서 음식 재료를 꺼내 손질하는 걸로 요리를 시작한 미키는 프로듀서의 생각보다 능숙해보였다.
   도마 위에 당근을 놓고 일정한 크기로 잘라내는 미키를 프로듀서는 미심쩍은 눈으로 지켜봤다. 통통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프로듀서는 큰 그릇에 남은 밥을 모조리 퍼내어 담는 미키를 보며 물었다.
   “미키, 근데 어떤 음식하게?”
   “주먹밥인거야!”
   “아, 역시 그렇구나.”
   씩 웃은 미키를 보며 프로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키하면 주먹밥, 주먹밥하면 미키다. 하루에 주먹밥을 먹지 않으면 살아가지 못한다고 외치는 미키니, 그녀가 만드는 요리가 주먹밥인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뭐, 주먹밥이면 괜찮겠네.’
   프로듀서는 그걸로 미키로부터 눈을 돌렸다. 주먹밥은 밥에 적당한 양념을 하고, 안에다 재료만 넣어 잘 뭉치기만 하면 그걸로 끝이다. 이상한 짓을 하지 않는 한 주먹밥은 망치기 힘든 요리다. 즉 어느 정도 맛이 보장된다.
   프로듀서는 미키를 믿으며, 자기 전 그대로인 방을 정리했다. 이미 방의 혼잡함을 미키가 다 봐버렸지만, 그래도 밥도 먹을 거면 청소하는 게 낫다. 곳곳에 늘어놓은 옷가지들을 모두 빨래 통에 넣고, 쓰레기들은 빗자루로 쓸어 쓰레받기에 담아 쓰레기통에 넣었다. 헝클어진 이불도 가지런히 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듀서의 원룸은 꽤 깔끔해졌다. 프로듀서는 벽에 기대어 놓은 식탁용 테이블도 꺼내 깨끗해진 방 한 가운데에 놓았다.
   이제 미키의 요리만 기다리면 되었다. 청소를 마친 프로듀서가 미키의 상태를 보려 스윽 몸을 내밀자, 미키는 타이밍 좋게 접시에 주먹밥을 한가득 담아 내왔다.
   “허니, 아침밥이야~”
   어느새 미키는 앞치마를 꺼내 입고 있었다. 프로듀서 꺼라 미키한테는 커 헐렁한 앞치마는 미키의 무릎너머까지 내려왔다. 다만 윗부분은 미키의 가슴이 있다 보니 딱 맞았다.
   프로듀서는 테이블 한쪽에 앉자, 미키는 밝게 웃으며 접시를 테이블에 내려놓곤 그 맞은편에 앉았다.
   갓 만든 주먹밥에선 따끈따끈한 온기가 느껴졌다. 참깨가 보기 좋게 박혀있는 주먹밥은 먹음직스러워보였다. 프로듀서는 상상 이상의 모습에 감탄했다. 물씬 풍기는 주먹밥의 향기에 허기진 프로듀서의 배가 바로 반응했다.
   “와, 진짜 맛있어 보이네. 미키 요리 잘하는 구나.”
   “미키한테 이 정도는 간단한 거야. 아, 맞다.”
   신이 나서 말하던 미키는 갑자기 뭔가를 떠올린 듯 손뼉을 쳤다.
   “미키 중요한 거 깜빡한 거야.”
   “중요한 거?”
   영문 모를 미키의 말에 프로듀서가 미키를 쳐다보자, 미키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지더니 새하얀 볼엔 살짝 홍조가 어렸다. 미키가 몸을 살짝 꼬자 헐렁한 앞치마를 꽉 채운 가슴이 묘하게 강조됐다.
   “허니이, 밥부터 먹을래, 목욕부터 할래? 아니면……미키부터?”
   마지막 단어에 묘한 숨소리를 담아 내뱉는 미키의 행동에 프로듀서의 가슴이 순간 쿵하고 뛰었다. 금발에다 스타일까지 좋은 여자아이의 달콤한 속삭임. 남자라면 누구나 평정심을 절대 유지하지 못하리라.
   당황한 프로듀서가 어버버 거리자, 미키는 씨익 소악마다운 웃음을 지었다.
   “허니, 얼굴 엄청 빨개. 잘 익은 사과 같은 거야. 후후, 새빨간 허니도 귀엽네~”
   “윽, 이,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아침밥 먹자.”
   해죽 웃으며 빤히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미키에게 속마음을 들킨 거 같아 프로듀서는 한껏 당황한 티를 내며 젓가락을 들었다. 그런 프로듀서를 보며 미키는 또 웃었다.
   미키는 손으로 주먹밥 하나를 들어 쑥 프로듀서의 입 앞으로 내밀었다.
   “허니, 미키가 직접 먹여줄게. 자, 허니 아―앙 하는 거야.”
   “괘, 괜찮아. 내가 알아서 먹을게.”
   “피이, 미키는 허니 먹여주고 싶은 걸. 자아, 아앙―”
   주먹밥을 든 미키의 손은 흔들림이 없었다. 프로듀서가 먹기 전까지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에 결국 프로듀서는 백기 투항했다.
   프로듀서는 입을 조심스레 벌려 미키가 내민 주먹밥을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먼저 꼬들꼬들한 밥알의 감촉이 프로듀서의 입안에서 느껴졌다. 그걸 마음 놓고 씹자 갑자기 점점 이상한 맛이 혀를 팍팍 찔러댔다. 달다. 미칠 정도로 달았다. 안에 들은 재료가 그냥 설탕 덩어리로 느껴질 정도로 달다.
   프로듀서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미, 미키. 이거 맛 봤어?”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프로듀서는 물었다.
   “응? 그거야 당연한 거야. 미키는 제대로 맛보면서 요리했는걸. 그럼 키도 한입 먹을게. 냐암.”
   미키는 프로듀서가 먹었던 부분을 한입 베어 물었다. 프로듀서는 긴장된 시선으로 앙증맞은 입으로 쏙 들어가는 주먹밥을 보았다.
   “음음, 맛있는 거야! 간도 미키 입맛에 딱 좋은 거야.”
   “그, 그래?”
   주먹밥을 먹으며 미키는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에 프로듀서는 되레 자신의 혀를 의심했다. 주먹밥의 외관은 완벽했다. 미키의 반응도 좋다.
   ‘아마 이상한 부분을 먹은 거겠지. 분명 그럴 거야.’
   실수로 설탕 뭉치가 모인 부분을 먹은 거라고 프로듀서는 스스로 납득했다. 그러지 않으면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자아, 허니. 다시 앙~”
   이번엔 미키는 다른 주먹밥을 집어 프로듀서에게 내밀었다. 프로듀서는 괜찮을 거라 믿으며 덥석 주먹밥을 먹었다.
   그리고 느껴지는 짠 맛.
   “우우웁!”
   짜다. 미치도록 짜다. 아까 전게 설탕 덩어리였다면, 이번 건 소금 덩어리다. 프로듀서는 당장이라도 뱉고 싶었지만 미키가 빤히 지켜보고 있어 하지 못했다.
   프로듀서는 온 힘을 다해 겨우 소금 덩어리를 삼켰다.
   “처음엔 단 거였으니 이거는 짜게 만들어 본 거야. 안에도 참치를 듬뿍 넣었고. 허니, 어때? 맛있는 거야?”
   프로듀서는 자신의 반응을 기다리는 미키의 반짝반짝거리는 시선을 차마 배신하지 못했다.
   “응……맛있어…….”
   고개를 푹 숙이며 힘겹게 대답하는 프로듀서의 눈에 한 방울 눈물이 맺혔다. 미키의 요리 실력을 믿는 게 아니었다. 프로듀서는 엄청나게 후회했지만 이미 차는 떠난 뒤였다.
   “진짜? 허니가 맛있다고 하니 미키 엄청 기쁜 거야!”
   프로듀서에게 남은 건 그의 칭찬에 무척 기뻐하는 미키와 먹어야할 주먹밥의 산이었다.
   프로듀서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먹어야 한다. 미키를 위해서라도 먹어치워야 한다.
   프로듀서는 직접 주먹밥 두 개를 집어, 있는 힘껏 눈을 딱 감고 입에 집어넣었다. 두 개의 강렬한 맛이 섞여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감각이 프로듀서를 습격했다.
   “허니가 잘 먹으니 미키 진짜 기쁜 거야. 허니, 많이 먹어!”
   미키는 해맑게 웃으면서 아예 접시를 프로듀서 앞으로 옮겨주었다. 미키가 기뻐하는 모습만을 바라보며 프로듀서는 주먹밥을 먹어치웠다. 그의 눈가엔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눈물이 계속 맺혀있었다.
   이윽고 프로듀서에겐 지옥 같은 시간이 흐르고, 프로듀서는 높디높은 산으로 보였던 주먹밥을 모두 해치웠다. 미키가 떠온 물을 벌컥 벌컥 들이키며 프로듀서는 추욱 늘어졌다.
   ‘해냈다…내가 해냈어…….’
   혀는 마취당한 것처럼 아무 감촉도 느껴지지 않았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녹다운 당한 프로듀서는 침대에 등을 기대며 쉬었다.
   “허니, 맛있었어?”
   그런 프로듀서의 곁에 미키가 슬쩍 앉았다. 그릇을 모두 정리한 미키는 프로듀서 옆에 앉아 그를 바라봤다.
   “응, 정말 맛있었어….”
   프로듀서의 말엔 묘한 여운이 담겨있지만, 미키는 그게 너무 맛있어서 그런 거라고 받아들였다.
   “미키 허니 집에 오기 정말 잘한 거야. 이렇게 같이 밥도 먹고, 미키 소원 성취한 느낌!”
   “그럼 다행이네. 하하….”
   힘없이 웃는 프로듀서에게 정말 눈부신 미소로 답하며, 미키는 프로듀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부드러운 감촉이 어깨에 실린다. 그럼에도 녹초가 된 프로듀서는 별반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허니랑 이렇게 있으니 정말 좋은 거야. 따뜻한 이불을 덮은 거 같아 기분 좋은 거야……아후….”
   어깨를 차지한 미키의 말이 서서히 늘어졌다. 미키 특유의 하품도 나왔다.
   “어라, 미키?”
   “아후우……미키 배 빵빵해서 졸린 거야….”
   “자, 잠깐만!”
   순식간에 잠에 곯아떨어지는 미키를 보며 프로듀서는 당황했다. 미키의 주먹밥에 당한 정신이 확하고 깼다.
   한번 잠에 빠지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르는 미키다. 또 언제 일어나는 지도 모른다. 이제 밥도 먹었으니 미키를 데리고 나가야하는 프로듀서에게 미키가 잠든다는 건 심각한 문제였다.
   “허니이…따뜻해서 좋은 거야……쿠우…….”
   프로듀서의 말은 슥 흘려버리며, 미키는 완전히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색색 들려오는 소녀의 숨소리에 이미 상황은 종료됐다.
   “벌써 자버렸구만, 에휴.”
   자신의 어깨를 푹신한 베개 삼아 잠든 미키의 머리를 조심히 손으로 들며 프로듀서는 어깨를 빼냈다. 프로듀서의 손에 들린 미키는 움직임에도 미동이 없었다.
   품 안에서 잠든 미키를 내려다보며 프로듀서는 생각했다.
   ‘미키가 잠들었으니 이젠 깰 때까지 기다려야하니까, 일단 침대에 눕혀놓자.’
   이미 벌어진 상황이니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어나가자고 다짐했다. 미키가 갑자기 잠든 건 한 두 번 일이 아니니 프로듀서에겐 크게 당황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프로듀서는 미키를 들어 곱게 갠 이불 위로 눕혔다. 새하얀 이불 위로 미키의 금발이 흐트러져 펼쳐졌다. 누우니 미키의 핫팬츠 아래로 나온 매끈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살색 다리가 더욱 도드라졌다.
   ‘날씨 따뜻하니 이불은 필요 없겠지.’
   그런 미키를 보는 프로듀서는 별 감흥이 없었다. 아이돌 의상 중엔 이보다 더 심한 것도 많았다. 그걸 주기적으로 보는 프로듀서이니, 담담한 반응은 당연했다.
   프로듀서는 미키가 입은 앞치마를 벗기기 위해 천천히 잠든 미키를 향해 손을 가져갔다.
   그런데 그 순간, 닫혀 있던 현관문이 갑자기 열렸다.
   벌컥 열리는 소리에 프로듀서는 고개를 홱 돌려 현관 쪽을 바라봤다. 불이 꺼져 어두웠던 현관은 열린 문을 통해 환한 햇빛이 쫙 쬐여졌다. 그리고 그 햇빛 가운데에.
   “……….”
   무서운 눈으로 프로듀서를 노려보는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안으로 불쑥 들어왔다.
   프로듀서의 눈 역시 놀라 커졌다.
   화난 여자의 모습은 무척 낯익었다. 미키다. 흉흉한 눈빛을 쏘는 에메랄드빛 눈동자나, 얇은 옷 너머 보이는 좋은 몸매, 얼굴 생김새도 미키와 쏙 닮아있었다. 다만 다른 거라면 여자의 머리가 갈색에다 숏컷이란 점과 가슴이 미키보다 약간 작아보였다.
   깜짝 놀란 프로듀서는 침대에 누운 미키와,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을 연달아 비교해봤다. 비교할수록 닮았다.
   그리고 그런 프로듀서의 모습은 여자의 눈에 똑똑히 들어왔다. 미키의 가슴 쪽으로 음흉한 손을 가져대는 프로듀서의 모습.
   여자는 벗은 신발 한 짝을 집어 들었다.
   “이, 이 변태가! 내 동생에게 무슨 짓이야!”
   여자는 집은 신발을 뒤로 크게 젖히곤, 프로듀서를 향해 온 힘을 다해 내던졌다. 쇄액 소리를 내며 신발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정확하게 프로듀서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신발은 놀라 멍해진 프로듀서의 얼굴에 직격했다.
   “크억!”
   조용했던 원룸엔 남자의 단말마가 크게 울려 퍼졌다. 프로듀서는 그대로 뒤로 넘어가버렸다.



   호시이 자매가 주역인 SS에요. 나오는 미키의 언니에요. 생김새나 성격은 가슴 빼고 다 제가 창작한 거라, 공식 설정과는 다를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