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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린 「신데렐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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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2, 2014 22:24에 작성됨.

“자, 그럼 다음은 5위!”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는 듯한 표정의 후미카에게서 시선을 돌려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 프로듀서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해냈구나…. 축하한다, 미오.”

 

순위의 숫자가 작아질수록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던 사무소의 분위기가 일순 적막에 휩싸이는가 싶더니,

 

““대단해--!!””

 

“해냈구나, 미오쨩!”

 

폭발할 것 같은 박수와 함성이 뒤따랐다. 그도 그럴 것이 미오는 1회, 2회 총선거에서 모두 순위권 밖이었으니까. 항상 나와 우즈키, 사무소의 모두에게 활기를 넣어주던 미오의 유일한 근심거리가 사라진 셈이다. 드디어 미오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아, 아하하하-! 이 미오쨩은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있었다니까! 이야, 드디어 팬들이 제대로 된 안목을 갖췄다는 느낌이랄까, 그러니까, 그, 그러니까….”

 

“미오쨩….”

 

“알고 있었다니까……. 언젠가는…. 믿었으니까…. 계속, 우흑, 노력, 했으니까….”

 

힘겹게 말을 이어가고 있던 미오의 옆까지 다가온 유키가 미오를 꼭 안아주자, 필사적으로 웃음을 머금고 있던 미오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결국 유키의 품에 꼭 안겨서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려버렸다. 잘했어, 수고했어, 미오. 

그나저나 항상 술주정을 부리거나 야구 응원하던 모습밖에 볼 수 없었던 유키였는데, 역시 성인은 성인이구나.

 

“자, 자. 축하는 나중에 하고 계속해서 발표할게. 제 4위는… 열심히 노력했구나, 축하한다, 우즈키.”

 

“네에엑?!”

 

미오에 이어 우즈키 역시 지난 총선거보다 상당히 순위가 올랐구나. 

애써 당연한 척 했었던 미오와는 달리 우즈키는 눈을 튀어나오도록 뜨며 놀랐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뻔한 것을 참고 축하해주자, 곧 우즈키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지금보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우즈키가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으며 소감을 말하자, 사무소에 다시 한 번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제 모레면 무대에서 팬들의 갈채를 받을 수 있겠지.

 

“이야, 대단한데. 뉴 제네레이션이 드디어 치고 올라왔어. 프로듀서로서 기쁘기도 하지만 하루 빨리 다른 유닛들도 뉴 제네레이션 같은 인기를 얻을 수 있게 힘내지 않으면 안 되겠어. 그럼 3위 발표합니다.”

 

우리 사무소의 특성상 순위권 50위 안에 든 아이돌들보다 들지 못한 아이돌들이 더 많다. 비록 진심어린 축하를 해주고는 있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에선 뭔가 분하고, 다음엔 더 열심히 해서 내가 저 자리에 서겠다는 각오가 있겠지. 분명, 나라면 그럴 테니까.

 

“그럼 대망의 3위! 축하한다, 치에리.”

 

프로듀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치에리는 휘청거리며 주저앉아버렸다. 나보다 한 살 연상이라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심약했던 치에리가, 아이돌 활동을 통해 변해가는 모습은 나도 익히 봐왔던 것이니, 축하를 해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 프로듀서 씨… 그리고 모두…… 고마워요….”

 

미오에겐 유키가 붙더니 치에리에겐 나나 씨인가. 

 

“자, 그럼 이제 2위와 1위가 남았는데…. 어때, 린?”

 

“가, 갑자기 왜 나한테 묻는 거야?”

 

“그야 아직 린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그렇다. 50위부터 3위까지의 순위에 내 이름은 아직 없었다.

‘아직 없는 것’인지 ‘아예 없는 것’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뭐야, 설마 초조해? 천하의 시부야 린이?”

 

“그, 그다지 초조하지는 않아. 내가 만약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고 해도 그건 팬들의 선택이니 다음 총선거까지 더 열심히 하면 되는 것뿐이잖아.”

 

“말을 더듬는데.”

 

“빨리 발표나 해.”

 

말은 저렇게 했지만, 솔직히 초조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다만 그걸 남들 앞에서 드러내고 싶지는 않다.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그럼 시간 끌지 말고 바로 발표할게. 자, 제 3차 신데렐라 걸 총선거의 2위는 바로… 축하합니다, 나나 씨!”

 

에? 2위가? 대단하네, 나나 씨도. 이건 조금 놀랐을지도.

 

“저, 정말인가요? 농담이죠? 그렇죠? 제가 2위라니, 아하하….”

 

방금 전까지 치에리를 안아주고 있었던 나나 씨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마 본인도 믿기 힘든 모양이다.

 

“제가 나나 씨에게 장난 친 적이 많긴 하지만 이런 때에까지는 안 합니다. 사실이에요, 나나 씨.”

 

“이런 저인데도… 말이죠?”

 

“네.”

 

“영원의 17세니, 우사밍 성인이니 하는 데도요…?”

 

“네, 팬들은 그런 나나 씨의 열정을 제대로 봐주신 것 같습니다.”

 

나나 씨, 너무 기쁜 나머지 모두의 앞에서 설정 다 말해버리고 있어.

하지만 지금만큼은 그래도 좋을까.

 

어쨌든 그럼 이제 남은 자리는 단 하나, 우리 사무소의 모든 아이돌들이 원하는 그 자리.

그리고 아직도 내 이름은 호명되지 않았다.

 

“자, 자. 이제 마지막 1위다.”

 

1위가 아니면 순위권. 그렇다면 역시 1위가 좋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아니,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막연한 불안감이 밀려왔다. 

나는 다른 아이돌에 비해 특별하게 어필할 것이 없었으니까. 미오 같은 에너지도, 우즈키 같은 노력도 나에게는 없었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내가 내세울 만한 것이라고는… 지금까지 줄곧 앞만 보고 달려왔었던 것 아닐까.

과연 그것이 팬들에게 제대로 어필할 수 있는 것일까.

 

혹시라도 내가 순위권 밖이라면, 그렇다면… 

 

그러던 와중에, 머리에 무언가 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걸 알아차리는 순간 나를 양옆에서 껴안는 미오와 우즈키, 그리고 다른 아이돌들의 박수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뭐긴, 미리 써보라는 거야. 그거.”

 

프로듀서의 말에 내 머리에 씌워져 있던 것을 빼내어 보았다. 

그것은 분명히… 그래, 분명히 아이리와 란코가 쓴 적이 있던 그 서클렛이었다.

 

그 말인즉슨….

 

“제 3대 신데렐라 걸, 시부야 린. 축하한다.”

 

거의 목 밑까지 차올랐던 무언가의 응어리가 확 풀려나가는 느낌이었다. 이러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면서, 평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고마워, 이게 다 프로듀서와 동료들 덕분이야. 앞으로도 신데렐라 걸에 맞는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할게.”

 

소감을 마치자, 미오가 어째 뚱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게 끝?”

 

“응.”

 

“아니아니, 신데렐라 걸이라구? 그것보다 더 기뻐하는 게 정상이잖아.”

 

“기뻐, 정말로. 아이돌이 되고 나서 가장 기쁜걸.”

 

“그럼 울거나, 웃거나, 소리치거나, 프로듀서랑 하이터-치! 같은 걸 해야 하잖아.”

 

“맨 뒤는 빼자, 여러 가지로 태클이 들어올 것 같으니까.”

 

“그게 문제가 아니라.”

 

“알고 있어. 이래보여도 나, 정말 기쁘니까.”

 

“아쉽군. 시부린이 펑펑 우는 귀중한 광경을 보고 싶었는데.”

 

“미오가 보고 싶다니 어쩐지 싫은 느낌인걸.”

 

“어째서!”

 

미오는 입술을 삐죽일 뿐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자, 그럼 모레 있을 공개발표의 리허설이 있으니 일단 린부터 따라와.”

 

“지금 바로?”

 

“지금 바로.”

 

어쩐지 빠르다고 생각하며 프로듀서의 뒤를 따랐다.

그의 뒤를 따라 연습실로 향하는 도중, 의아한 점이 떠올랐다.

 

“어째서 나 혼자?”

 

“따라오기나 해.”

 

“그리고 리허설이라면 스튜디오 직접 가서 하는 거 아니었어? 아니, 애초에 오늘은 리허설 같은 거 안 잡혀있었잖아.”

 

“따라오라니깐.”

 

프로듀서가 우리 아이돌들이 묻는 말에 저렇게 퉁명스럽게 툭툭 내뱉는다는 건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이라는 건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프로듀서 자신은 그 버릇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단 속아주도록 하자. 왜 나만 부른 걸까, 혹시 축하선물? 

 

하지만 연습실에 도착하고 프로듀서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내 예상과는 다른 말이었다.

 

“여기라면 아무도 없다고.”

 

프로듀서의 성격상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안다. 프로듀서가 나를 잘 아는 것처럼 나도 프로듀서를 잘 알고 있으니까. 나는 프로듀서가 첫 번째로 스카우트한 아이돌이니까.

그제야 흘러내리는 눈물을 나로서는 막아낼 수 없었다. 막고 싶지도 않았다.

 

“프, 프로…듀셔…”

 

내 머리에 씌워져 있던 것이 신데렐라 걸을 상징하는 서클렛인 것을 깨달았던 그때와는 또 다른, 이제야 완전히 해방된 느낌이랄까, 지금껏 어깨 위를 짓누르고 있었던 무언가를 떨쳐낸 기분이었다.

 

“축하해, 고마워, 그리고 미안했다.”

 

사무소의 첫 번째 아이돌이 된 후부터 지금까지, 우리 프로덕션이 나에게 원했던 건 소위 ‘사무소의 간판’이라는 자리였다. 내가 사무소에 들어온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아이돌들이 우리 프로덕션에 들어왔고, 그 중에는 나보다 연상인 사람도, 이 바닥 경력이 풍부했던 사람도, 나보다 재능이 있었던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CG프로의 간판 시부야 린’이라는 타이틀은 계속해서 내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그 거리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나에겐 벅찰지도 모른다.’라는 생각도 했었다. 

 

아이리가 초대 신데렐라 걸이 된 1차 총선거 때 내 순위는 19위였다. 도저히 ‘간판’이 받아들 성적표는 아니었다.   

란코가 신데렐라 걸이 된 2차 총선거 때는 5위였다. 안도는 할 수 있었지만 납득은 할 수 없었다. ‘간판’이라는 건 곧 선두라는 의미이기도 했기에, 내 앞에 네 명이나 있다는 것을 용납하면 안 되는 위치였다. 

 

“하지만 넌 기어이 포기하지 않았지.”

 

“으큭… 흐윽….”

 

눈물은 쉬지 않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울고 있는 나조차도 내심 놀랄 정도로.

 

“지금이라면 괜찮으니까, 지금껏 참았던 것까지 실컷 울어두라고.”

 

“흑, 프로… 후로…… 나, 나아…”

 

“그래, 그래. 무거웠지? 잘 버텨줬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참아 내왔던 그 모든 것을, 그리고 여기까지 날 이끌어준 프로듀서에 대한 감사 역시. 하지만 지금은 도저히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내가 짊어지고 있었던 ‘간판’의 무게, 그건 생각보다 더 무거운 것이었던 모양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프로듀서의 품 안에서 울고 있었던 모양이다.

 

“다 젖었다.”

 

“……미안.”

 

“그래, 실컷 울었냐.”

 

“응, 만족할 정도로.”

 

“그거 다행이군. 그나저나 눈 다 부었다.”

 

“윽….”

 

“오늘은 그만 집으로 돌아가, 별다른 일도 없으니까. 그 눈으로 사무소에 있기도 뭐하고.”

 

“프로듀서….”

 

“응?”

 

이 말만은 꼭 해야만 한다.

 

“고마워,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다른 누구도 아닌 린에게서 이런 말을 듣다니 감개가 무량하군.”

 

“…무슨 뜻이야?”

 

“그야 넌 내 첫 아이돌이니까. 사무소의 간판이 앞으로 누가 되던, 다음 총선거에는 또 누가 신데렐라 걸이 되던 그 사실만은 변하지 않아.”

 

“후훗, 프로듀서라면 그렇게 말해줄 줄 알았어. 난 그런 프로듀서가…”

 

“그런 내가?”

 

“아니, 이 뒤는 역시 다음에 얘기할게.”

 

“뭐야, 재미없게.”

 

“내가 앞으로 신데렐라 걸보다 더 높은 곳까지, 이 세계의 끝까지 올라가게 되는 날 이야기 해줄 테니까.”

 

“이거 참, 그때가 기대되는구만.”

 

그때까진 숨겨둬도 되겠지. 나의 이 마음.

 

“그리고 말야. 이제부터 다른 아이돌들을 분발시키는 게 좋아. 드디어 올라온 이 자리, 그리 쉽게 넘겨줄 생각은 없으니까.”

 

“하, 엄청나게 너다운 말이라 안심했다.”

 

나와 프로듀서는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특종-!”

 

“특종-!”

 

““특종입니다!!””

 

다음날 아침, 사무소에 도착하자마자 나오와 카렌이 시끄럽게 떠들도 있는 모습을 보았다.

저 둘이 저렇게까지 텐션이 높으면 어째 내가 불안한데….

 

“자, 자.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라고!”

 

“제 3대 신데렐라 걸 시부야 린이!”

 

“그냥 우는 것도 아니고!”

 

“대성통곡을!”

 

“잠깐만-!”

 

어떻게 된 거야, 왜 저 둘이 그걸 알고 있는 거냐고!

내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두 사람의 뒷목을 잡고 회의실로 끌고 갔다. 뒤에서 아야메가 ‘저것이 바로 전광석화, 닌!’이라던가 말했던 모양이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걸 신경 쓸 겨를 따위 없었다.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바른대로 말해.”

 

히죽거리고 두 사람을 추궁하자, 대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프로듀서가 그러던걸.”

 

“동영상도 찍어놨길래 받아놨지.”

 

“아, 그거 안 받았는데 나도 보내줘.”

 

…….

 

“너희들, 일단 그거 지워.”

 

“에? 내가 왜 지워야 해? 린의 이런 모습 흔히 볼 수 없으니까. 귀엽기도 하고.”

 

“그동안 쿨한 척 하면서 날 실컷 놀려놓고는 뒤에 가서 이렇게… 후후….”

 

“당 장 지 워.”

 

카렌은 아무 말 없이 동영상을 삭제 했다. 역시 카렌이야, 날 위해주는 진정한 친구로구나.

그렇다면 다음에 할 일은 일목요연. 신데렐라 걸이 된 첫날 내 첫 번째 일은 프로듀서와의 관계개선을 위한 매우 심도 깊은 상담일까나.

신데렐라 걸이니까,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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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린의 신데렐라 걸 등극 축하 기념으로 짤막하게 써봤습니다.
원래 카드 나오는 날 쓰려고 했는데
 
 
번역글판에 올렸다는 걸 알고 황급히 지우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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