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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성 공포증이 있다 ep.11 [하기와라 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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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01, 2014 23:14에 작성됨.

9월

이제 가을이 다되었어요. 나무들의 이파리는 보기좋은 갈색으로 물들었어요. 바람이 조금 세지고 아침이 짧아지기 시작했어요.
시험이 끝나고 조금 여유로워 졌습니다. 느긋하게 시를 쓰면서 차를 마시던도중 아버지께서 저를 부르셨어요.

 

하기와라 고자부로 "유키호..."

유키호 "히잇... 네..."

 

이 키크시고 덩치도 있으신 분은 제 아버지 하기와라 고자부로입니다. 왼쪽 눈에 X자의 흉터가 있습니다. 아버지는 저희 하기와라 가문의 6번째 두... 아니예요.

 

하기와라 "저번에 미카와란 아이의 집에서 태풍을 피했다고 했지?"

 

아버지는 저를 지긋이 쳐다 보시면서 말했어요.


유키호 "..."

하기와라 "으음?"

 

눈을 부릅 뜨시면서 저를 보시면... 우으으...

 

유키호 "네에..."

하기와라 "유키호도 우리 하기와라 가의 도리를 지켜야 한단다"

유키호 "그, 그뜻은!"

하기와라 "그 아이를 초대하거라"

유키호 "그, 그건좀 곤란해요오..."

하기와라 "왜지?"

유키호 "그... 그건..."

하기와라 "그건?"

유키호 "아, 알았어요..."

 

크, 큰일이예요오...
왜냐면... 왜냐면...
미카와군을 여자 아이라고 속이고 있었단 말이예요오! 만약 미카와군이 남자라는 사실을 아시면 아버지께서... 미카와군을 어떻게 하실지... 우으으! 정말 큰일이예요오!
이를 어쩌죠...

 

=====================================

 

가을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 온것이다. 너무 덥지도 않고, 춥지도않은 진짜 최고의 계절. 갈색으로 물들은 나뭇잎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학교 정원에서 먹는 도시락은 정말 마음부터 풍요로워지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오늘은 바람도 적당히 불어줘서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것 같은 느낌이 온몸에 와 닿았었다.
그런데

 

미카와 "..."

유키호 "우으으... 그, 그러니까 미카와군..."

미카와 "..."

유키호 "미, 미안해!"

 

유키호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그건 딱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미카와 "나를 여자라고 말해놨다고?"

유키호 "우으으... 응..."

 

점심을 먹다가 그 이야기를 듣고 체할뻔했다.

 

미카와 "으음..."

유키호 "어떻하면 좋을까..."

미카와 "뭐, 딱히 상관 없지 않을까?"

유키호 "엣?"

미카와 "그냥 남자였다고 말하면..."

유키호 "우으으... 그... 그런가?"

 

난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다시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유키호는 뭔가 찝찝한것 같은 얼굴로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

 

오늘도 유키호와 같이 하교를 한다. 물론 한 2m정도 떨어져서 하교한다. 참고로 우리들의 대화가 무척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잠깐 설명하나 하겠다. 우리들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경우는 서로 멀찍이 (약 2m) 떨어져서 말할때이다. 조금씩 가까워지면 당연히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아직도 병이 치료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난 친구가 적은 누구랑은 다르게 귀가 무척 좋기 때문에 그정도 떨어져서 이야기를 해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수 있다. 유키호도 꽤 귀가 좋은것 같다.

 

미카와 "그런데 언제 오라는 거야?"

유키호 "그, 그건... 우웅 언제더라?"

미카와 "어이어이"

유키호 "앗..."

미카와 "응?"

 

갑자기 유키호가 발걸음을 멈췄다. 뭔가 무서운걸 본것같았다. 나도 따라서 앞에 뭔가 있나 봤다. 엄청 험악하게 생긴 아저씨가 이쪽을 부릅 쳐다보고 있었다. 야쿠자? 야쿠자같은 사람이였다. 점점 이쪽으로 다가온다.

 

미카와 "유, 유키호 괜찮아?"

유키호 "우웃..."

하기와라 "음..."

 

야쿠자처럼 생긴 아저씨는 어느새 우리 바로 앞에 있었다. 내 얼굴을 무척 무섭게 쳐다 보았다.

 

미카와 "윽..."

하기와라 "유키호"

유키호 "히익! ㄴ... 네에"

미카와 "아는 사람이야?!"

유키호 "으, 응... 내 아버지..."

 

아버지?! 이 무섭게 생긴 사람이 유키호의 아버지라니 절대 믿을수 없다. 스치기만해도 멀리 날아갈것 같은 넓은 어깨, 마치 높은 장벽이 걸어다니는 듯한 이미지의 사내가 유키호의 아버지라고 한다.

 

하기와라 "그래서... 이 녀석은 누구냐"

미카와 "핫! 제, 제 이름은!"

유키호 "자, 잠깐마-"

미카와 "미카와 슌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앗!"

유키호 "하우우우..."

하기와라 "엎어치기!!!!"

 

순간.
하늘이 보였다. 하늘은 참 맑구나.
그리고 땅이 보였다. 땅은 참
딱딱하구나

 

===============================

 

미카와 "으으으... 여, 여기는?"

 

머리하고 오른팔에 통증이 느껴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전통식 다다미방에 누워있었다. 넓은 방이였다. 다다미가 40개정도 깔린것 같아보였다.

 

미카와 "여긴... 어디지?"

 

몸을 일으켜서 문을 열어봤다. 좌우와 앞으로 길게 뻗은 복도를 보고선 다시 문을 닫아버렸다.

 

미카와 "이런데선 길을 잃기 쉬우니까..."

 

방을 둘러보았지만 딱히 여기가 어딘지 알수있을만한 힌트가 될만한건 없었다.
조금 멀리서 굵직한 사람들의 샤우팅이 들렸지만 무시했다.
소지품도 전부 없어져 있었다.
뭐 딱히 연락할 사람이 있는건 아니지만.

 

드르륵

유키호 "괜찮아 미카와군?"

미카와 "응... 그런데 유키호?"

유키호 "응? 왜?"

 

유키호는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그것도 무척 비싸보이는 기모노를.

 

미카와 "그 옷... 아니 그전에... 여긴 어디야?"

유키호 "그게... 우리집..."

미카와 "유키호의 집?"

유키호 "응"

미카와 "이렇게 넓은 집이 유키호의 집이라고?"

유키호 "으, 응 왜그래 미카와군?"

미카와 "아, 아니야"

 

조금 놀랐달까.
유키호의 이미지로는 꽤나 평범한 집에 살것 같은 느낌이였는데 이렇게 커다란 집에 살고있었다는게 조금 충격이였다.

 

유키호 "그... 그런데 미카와군..."

미카와 "응?"

유키호 "이... 이걸 입어야해"

미카와 "이건...?"

[하기와라파]

미카와 "..."

유키호 "우으으..."

 

하기와라... 그래 여기까진 이해가 된다. 그런데 하기와라'파'? '파'라는건 어떤 조직의 이름에 붙는것이 아닌가? 그것도 꽤나 거친 조직의...
그렇다면... 그렇다면 설마...
유키호의 아버지는...

 

미카와 "야쿠자?"

유키호 "후으응..."

하기와라 "뭔가 문제라도 있나?"

유키호 "아버지!"

하기와라 "아까는 미안했다"

미카와 "네?"

하기와라 "순간 머리가 빡도는 바람에"

미카와 "아... 아하하하... 괜찮습니다"

 

유키호의 아버지는 그 한마디를 하시고는 바로 방을 나가버리셨다. 언제 오신걸까...
유키호가 옷을 주고 나가고 난 그 옷을 입었다. 조금 꺼림칙 하지만... 입지 않았다가는 또 무슨일을 당할것 같았다. 옷을 갈아 입으면서 오른팔이 계속 욱씬 거렸다.
옷을 다입고 방을 나왔다.
문 바로 앞에 유키호가 기다리고 있었다.

 

유키호 "하웃!" 화들짝

미카와 "으앗!" 화들짝

유키호 "미, 미안해 미카와군!"

미카와 "아니야! 나야말로..."

유키호 "저... 저녁 먹으러 가야해..."

 

그렇게 말하고 유키호가 앞장을 섰다.
시간을 보니 어느새 6시 30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랑 유키호가 하교할때가 4시 조금 넘었을때니까 나는 적어도 2시간 가까이 쓰러져 있던것이다.
걸을 때마다 오른팔과 머리가 계속 아팠다.
점점 가면갈수록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한두명의 이야기 소리가 아니라 수십명이 이야기하는 소리였다.

 

드륵

사내 "..."

사내 "..."

사내 "..."

유키호 "안녕하세요오..."

사내들 "안녕하십니까! 유키호 아가씨!"

유키호 "히익!"

미카와 "허억!"

 

식당은 무척 넓은 다다미방이였다. 그리고 그 식당에 험악하게 생긴 사내들이 잔뜩 앉아있었다. 사내들의 우렁찬 목소리는 유키호와 나를 압도 시켰다. 그리고 식당의 가장 끝부분에는 유키호의 아버지가 앉아계셨고 그 옆에는 어머니 같은 분이 앉아 계셨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달리 유키호랑 무척 닮으셨다. 마치 유키호가 그대로 나이를 먹은것처럼 보였다.
유키호는 나에게 눈짓으로 자리로 가자고 말했다. 유키호의 부모님의 바로 옆자리에 비어있는 두 자리가 보였다.

 

유키호 "괜찮아?"

미카와 "유키호야말로 가까운데... 괜찮아?"

유키호 "버, 버틸수 있어"

미카와 "그럼 나도..."

 

그렇게 유키호와 나는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저번 바다여행때의 버스에 앉을때보다는 멀었지만 다른 이유로 그때보다 더 떨렸다.

 

하기와라 "그럼... 잘먹겠습니다"

사내들 "잘먹겠습니다!"

유키호 "잘먹겠습니다!"

미카와 "우웃... 잘먹겠습니다!"

 

유키호도 꽤나 우렁차게 말했다. 평소랑 다른 모습이였다.
저녁을 먹으려 팔을 움직일때마다 계속 통증이 느껴졌다.
그만 젓가락을 떨어뜨려버렸다.

 

미카와 "으읏..."

유키호 "괜찮아?"

미카와 "응, 괜찮아... 윽..."

유키호 "에휴... 아버지때문에... 미안해 미카와군"

하기와라 "쿨럭"

 

아무래도 오늘 저녁식사는 포기해야할것 같았다.
라고 생각하던순간

 

유키호 "그... 미카와군..."

미카와 "응?"

유키호 "팔 아픈거지?"

미카와 "응 조금 욱씬거려"

유키호 "여, 여기... 하우우"

미카와 "어?"

 

유키호가 젓가락으로 밥을 떠서 나의 입으로 가져다 주었다.
저번 바다 여행때가 떠올랐다. 그땐 어떻게 먹었던 건지 모르겠다. 지금 상황때문인지 도저히 입이 벌어지지 않았다.
겨우겨우 입을 벌려서 유키호의 밥을 먹었다.

 

유키호 "괜찮아?"

미카와 "괜찮아... 걱정하지마..."

하기와라 "크흠!"

 

그순간 유키호의 아버지와 험악하게 생긴 사람들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무래도 이대로 먹었다가는 소화를 못해서 죽어버릴것 같다.

 

유키호 "더 먹을래?"

미카와 "괘, 괜찮아... 쿨럭"

 

유키호는 내가 어떤 기분인지 모를것이다. 아마도 이런데서 오래동안 살아서 적응을 한것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전부 먹을때까지 기다렸다. 유키호가 금방 밥그릇을 비웠고 유키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키호 "잘먹었습니다. 전 일찍 일어나겠습니다"

사내들 "네!"

미카와 "그럼 나도 같이..."

하기와라 "..."

 

유키호의 아버지가 무서운 눈빛으로 나를 처다보셨다. 자칫하면 오늘 죽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지만 말도안되는 걱정이라는걸 알고 안심했다.
나는 유키호의 뒤를따라갔다.

 

유키호 "미안해 미카와군"

미카와 "뭐가?"

유키호 "아버지가 저렇게 대하셔도 사실은 그렇지 않아"

미카와 "으음..."

유키호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지?"

미카와 "알것 같기도 하고..."

 

말하는 도중 유키호가 멈춰섰다.
[유키호의 방]
이라는 푯말이 걸려있었다.

 

유키호 "조, 조금만 기다려줘!"

 

그렇게 말한 유키호는 방안으로 들어가버렸다.
10분뒤 유키호가 방문을 살짝 열고서는 말했다.

 

유키호 "드, 들어와!"

 

유키호의 방은 아까 내가 있던 방하고는 다른 형태의 방이였다. 문은 전통식 문이였지만 방 안은 하얀 벽지와 갈색 바닥, 그리고 샹들리에가 천장에 매달려있었다. 어째선지 유키호의 방만 천장이 조금 높은것 같았다.

 

미카와 "우와..."

유키호 "어, 어떄?"

미카와 "깔금하고 좋네. 방금 전부 치운거야?"

유키호 "하우우... 그런말 하지마아"

미카와 "하핫"

유키호 "차 마실래 미카와군?"

미카와 "응? 차?"

유키호 "예전에 미카와군이랑 사러갔던 찻잎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거든"

미카와 "아 예전에"

 

그때 유키호와 쇼핑을 했을때가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핫 난 방금 무슨 생각을 한것인가. 그러니까 가까워졌다는게 물리적으로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아니 이것도 뭔가 이상한가.
어쨋든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동안 유키호가 차를 우려내서 찻잔에 따라서 줬다.

 

미카와 "고마워"

유키호 "뜨거우니까 천천히 마셔줘"

미카와 "응"

 

유키호의 차는 정말 맛있다. 바다에서도 마셔봤지만 역시 유키호가 타주는 차는 맛있다. 저번에 바다를 다녀온후에 직접 차를 타서 마셔봤지만 유키호의 차랑 엄청 차이가나는 바람에 그냥 포기해버렸다.
차를 마시는 동안에는 조용히 하는거라고 배운적이 있다.
조용히 차를 마신다. 그러나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그런 생각도 금방 없어져버린다.
그렇게 조용히 차를 마시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9시가 되었다.

 

미카와 "으음... 저녁을 얻어 먹긴 했는데..."

유키호 "했는데?"

미카와 "이제 슬슬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나"

하기와라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유키호 "하우웃! 아, 아버지! 깜짝 놀랐잖아요오..."

 

유키호의 아버지는 어느샌가 방안에 들어와 계셨다.
진짜 아무소리 없이 들어와 계셔서 정말 놀랐다.

 

하기와라 "받았다면 그만큼 돌려주어라! 그것이 하기와라 가의 도리이니!"

유키호 "아, 알았어요오!"

 

유키호가 얼굴을 붉히면서 팔을 붕붕 휘둘렀다.

 

미카와 "응? 그, 그러면..."

하기와라 "미카와라고 했나?"

미카와 "앗... 네"

하기와라 "오늘 하루 여기서 묵고가거라"

미카와 "아, 알겠습니다"

유키호 "진짜? 괜찮아 미카와군?"

 

솔직히 말해서 괜찮지 않았다. 하지만 거절 했다가는 또 유키호 아버지의 엎어치기를 당할까봐 그런 말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버지가 방을 나가시고 유키호와 단둘이 남았다.

 

유키호 "그, 그럼 지금부터 어떻할거야?"

미카와 "일단 목욕부터 하고 싶은데..."

유키호 "히에에?! 모, 목욕?!"

미카와 "우왓! 갑자기 왜그래?!"

유키호 "하우우우! 아, 아니야!"

 

유키호는 새빨개진 얼굴을 작은 두 손으로 가리면서 말했다.

 

미카와 "그래서 유키호, 목욕은 어디서 해야해?"

유키호 "안내해줄께"

 

그렇게 유키호가 다시 앞장을 섰다.
집은 정말로 넓었다. 집이라기 보다는 작은 성같은 느낌이였다. 미로처럼 길이 구불구불하고 넓은 정원도 있었다. 3분정도 걸은뒤에야 목욕탕 앞에 도착했다.
마치 대중 목욕탕에 온것 같은 느낌이 났다. 심지어 남탕과 여탕이 따로 나누어져 있었다. 이 집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걸까.

 

미카와 "그럼 난 목욕하러 들어갈께"

유키호 "응, 나도 목욕하러 들어갈꺼야"

 

그렇게 나와 유키호는 각각 남탕과 여탕으로 들어갔다.
내부마저 진짜 대중 목욕탕 같았다. 옷을 벗고 탕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탕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무서운 사람들과 함께 탕안에 있었다가는 긴장해서 몸이 전혀 풀리지 않을것이다.
뜨거운 탕에 들어가서 욱씬거렸던 팔을 풀어주었다. 탕도 무척 넓었다. 시골의 온천같은 느낌이랄까.
그때 탕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기와라 "음..."

미카와 "앗"

 

유키호의 아버지가 탕안으로 들어왔다. 옷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던 근육과 문신들이 엄청난 위압감을 주었다. 등에는 무척 어려운 한자로 문신이 커다랗게 새겨져있었다.
난 재빨리 자리를 뜨기 위해서 탕에서 나와 머리를 감기 시작했다.
그때 유키호의 아버지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하기와라 "음..."

미카와 "무, 뭔가 문제라도... 아하하"

하기와라 "아니다. 탕은 마음에 드나?"

미카와 "넓고 무척 기분 좋았습니다"

하기와라 "다행이군"

 

그렇게 말씀하시고서는 다시 탕으로 돌아가셨다. 순간 긴장해서 뻣뻣하게 말을 해버렸다.
유키호의 아버지는 탕에서 뭐라고 혼잣말을 하시는것 같았다.
머리를 다 감고 탈의실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기와라 "미카와군"

미카와 "ㄴ,네?"

하기와라 "유키호를 너무 힘들게 하지 말아다오"

미카와 "무, 무슨 뜻입니까?"

하기와라 "아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바로 탈의실로 돌아갔다.
하기와라파 라고 쓰여진 옷을 다시 입고 목욕탕에서 나왔다. 유키호가 목욕탕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에서 김이 나는것처럼 보였다. 얼굴도 살짝 붉은 빛이 돌고있었다.

 

유키호 "어, 어땟어? 탕은..."

미카와 "아, 넓고 좋았어"

유키호 "다행이다... 헤헷"

 

아버지랑 똑같은 말을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미카와 "그런데 나는 어디서 자야해?"

유키호 "앗... 그, 그러고보니..."

미카와 "아까 그 방?"

유키호 "그방은 다른분들이 쓰시는 방이라서... 우웅... 엄마에게 물어보러 가야겠어..."

하기와라 메구미 "나를 찾는거니 유키호?"

유키호 "앗 엄마!"

 

유키호의 어머니도 어느샌가 우리 뒤에 서 계셨다. 아무래도 유키호의 부모님은 존재감이 없는건지 아니면 조용히 움직이는 건지 알수가 없다.
나는 순간 깜짝 놀라서 앞으로 넘어질뻔했다.

 

메구미 "어머 괜찮니?"

유키호 "엄마 그 이상 가까이 가면..."

미카와 "히이익!"

 

정말 죄송하다 라는 마음이 들었다.

 

메구미 "어라? 설마?"

유키호 "우으으... 미카와군도 공포증이 있다구우..."

메구미 "몰랐네... 미안해 미카와군"

미카와 "괘, 괜찮습니다..."

메구미 "그래서 유키호는 왜 나를 찾은거야?"

유키호 "혹시 남는방 있어요?"

메구미 "방? 왜?"

유키호 "미카와군 오늘 하루 자고가라고 아버지가..."

메구미 "으음... 남는 방이 없는데..."

미카와 "그, 그럼 저는 어디서 자야 하나요?"

메구미 "그냥 유키호의 방에서 자는건 어때?"

유키호 "에엣?!"

 

유키호는 화들짝 놀라면서 눈을 번쩍하고 떳다.

 

메구미 "뭐 어때"

유키호 "그, 그렇게 간단하게 끝날 문제가 아니잖아요오!"

메구미 "싫어?"

유키호 "시, 싫은건 아니지만... 하우우..."

메구미 "그런 미카와군은 어떤데?"

미카와 "저, 저요?! 유키호가 불편하지 않을까요"

메구미 "그런 유키호는?"

유키호 "미카와군이 불편하지 않나요"

메구미 "후훗... 그냥 같은 방에서 자!"

 

유키호의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도망가듯이 사라져버리셨다.

 

유키호 "우우우..."

미카와 "어라... 지, 진짜?"

유키호 "미카와군은... 괜찮아? 나, 나는 괜찮은데"

미카와 "나도 괜찮기는 한데... 으음..."

유키호 "저, 저번에도 신세 진것도 있구... 그때도 미카와군이 방에서 자... 하왓!"

 

순간 유키호의 얼굴이 여태까지 본적 없을만큼 달아올랐다. 유키호가 한 말을 다시 되새겨 보았다. 나도 얼굴이 화끈거리는게 느껴졌다.
그날 아침 유키호가 내 이불에 들어와있었... 더 생각했다가는 기절할것 같았다. 그때 당시에는 어째서 아무렇지도 않았던 걸까.

 

미카와 "그, 그럼 일단 돌아가자!" 화끈화끈

유키호 "그, 그래!" 화끈화끈

 

나와 유키호는 유키호의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곤 서로서로의 이부자리를 만들었고 어째선지 모르게 금방 잠에 들었다.

 

===========================================

 

한밤중에 화장실이 가고싶어져서 눈이 떠졌다.
문제는...


미카와 "여기가 어디지"

 

집이 너무 넓은 바람에 길을 잃어버린것 같았다.
이곳 저곳 방황하던 도중 유키호의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기와라 "미카와란 녀석... 정말 대단한걸 가지고 있더군"

메구미 "그랬나요?"

 

나의 이름이 조금 들려서 살짝 신경이 쓰였다.
난 조용히 그 앞을 지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때 아주 타이밍 좋게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하기와라 "누구냐!"

미카와 "저, 접니다! 미카와입니다!"

메구미 "어머 어디가는 길이니?"

미카와 "화장실을 갈려고 했는데 길을 잃어버려서..."

메구미 "화장실? 그럼 당신이 길 안내좀 해주세요"

하기와라 "웃... 알았어"

 

다행히 길을 안내 받게 되었다.
그런데 무척 살벌한 사람이 길을 안내해주니 이거 긴장이 안될리가 없고 너무 긴장한 나머지 기절해버릴 정도였다.

 

하기와라 "미카와군"

미카와 "ㄴ... 네!"

하기와라 "유키호에게 잘 대해주거라"

미카와 "무슨 뜻인가요?"

하기와라 "말 그대로의 의미다. 유키호에게 상냥하게 잘 대해주거라. 어렸을적 부하의 배신때문에 납치

를 당하고 공포증 때문에 유키호가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괴로웠었다"

"그 후로 포옹은 물론이고 유키호의 머리조차 쓰다듬지 못했었지... 벌써 10년이 넘어가는구나... 아 이

야기는 유키호에게는 하지말아다오"

 

유키호의 아버지가 입을 열때마다 술냄새가 조금씩 났다. 아무래도 취하신 나머지 이런 이야기를 하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다.

 

하기와라 "크흑..."

"큼... 여기다"

미카와 "앗, 감사합니다"

 

난 화장실로 들어갔고 유키호의 아버지는 방으로 돌아가셨다.
참고로 길은 잘 외우는 편이라서 돌아가는건 문제없이 돌아갈수 있었다.

 

==========================================

 

아침이 밝았다.
유키호는 먼저 일어나서 내 옆에 앉아 있었다.

 

미카와 "우응... 유키호?"

유키호 "잘 잤어?"

미카와 "으... 응"

 

눈을 비비면서 자리에서 겨우 일어났다.

 

미카와 "그런데 뭐하고 있었던거야?"

유키호 "으응?! 아 아니 그냥!"

미카와 "그런데 유키호"

유키호 "응?"

미카와 "남성 공포증 꽤 괜찮아지지 않았어?"

유키호 "후엣? 왜 갑자기?"

미카와 "아니... 그냥"

유키호 "아침 먹으러 가자!"

미카와 "응"

 

우리는 어제 저녁을 먹었던 식당으로 갔다. 아침에도 그 험악한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아침부터 우렁찬 목소리로 식사가 시작되었다.
아침을 먹으면서 어젯밤에 있었던 아버지의 말을 되새겨 보았다.
식사를 끝내고 내 옷을 갈아 입으려 돌아가면서 유키호에게 말했다.

 

미카와 "유키호"

유키호 "왜 미카와군?"

미카와 "...... 아니야"

유키호 "우웅..."

 

옷을 다시 갈아입고 유키호의 집 현관으로 나갔다. 물론 현관까지 유키호의 길 안내를 받았다.
현관으로 나가니 돌로 만든 길이 길게 뻗어 있었고 그 양쪽으로 험악한 사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미카와 "우읏..."

유키호 "괜찮아?"

미카와 "응... 괜찮아"

하기와라 "돌아가는건가"

 

또 어느새 유키호의 아버지가 뒤에 서있었다.

 

미카와 "네, 신세 많이 졌습니다"

하기와라 "아니, 이쪽이야 말로 저번 태풍때는 감사했다"

미카와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유키호 "저 앞까지 바래다 줄께요오..."

하기와라 "나도 따라가지"

 

현관에서부터 대문까지 걸어가는 길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

 

미카와 "그럼 감사했습니다"

하기와라 "음..."

 

유키호의 아버지의 표정은 무언가 고뇌하고 있는듯해 보였다. 그때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밤에 유키호의 아버지가 하셨던 말이 생각났다.

 

미카와 "저기 유키호"

유키호 "응? 왜?"

미카와 "잠깐 저쪽좀 보고있어봐"

유키호 "저쪽?"

 

난 유키호의 등을 유키호의 아버지에게 향하도록 돌려 세웠다.
그리고

 

미카와 "하기와라씨 10년동안 못해보신거... 한번 해보시지 않으실래요?"

하기와라 "미카와군... 설마..."

미카와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많이 괜찮을겁니다"

유키호 "후응?"

하기와라 "괜찮을까..."

미카와 "괜찮을겁니다"

 

유키호의 아버지는 조금씩 떨리는 손을 유키호의 머리에 가져가 올렸다.

 

유키호 "힉!"

 

유키호는 한순간 화들짝 하고 놀랐지만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게 무엇인지 알고서는 최선을 다해서 참았다.
유키호의 아버지는 조금씩 아주 천천히 유키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두번 쓰다듬으시고서는 손을 떼셨다.

 

하기와라 "크흑... 크흐윽..."

유키호 "아, 아버지?"

하기와라 "미안하다 유키호... 그때 유키호에게 조금만더 신경 써줬으면... 크흐으윽..."

유키호 "아버지... 괜찮아요... 이미 지난일이잖아요... 훌쩍"

 

나도 눈이 핑 하고 돌았다.
유키호의 아버지는 내 어깨를 꽉 하고 붙잡으셨다.

 

미카와 "엣?"

하기와라 "미카와군!"

미카와 "ㄴ... 네!"

하기와라 "정말! 정말 고맙구나! 정말! 정말!"

유키호 "그, 그만하세요 아버지! 미카와군이 무서워해요!"

미카와 "나는 괜찮아 유키호"

하기와라 "앞으로! 유키호를 잘 부탁한다네!"

유키호 "히에에엣?!"

미카와 "네에에에?!"

 

그 뒤로 유키호의 아버지가 눈물을 펑펑 흘리시면서 울으시는 바람에 집에 돌아가는건 한참뒤에가 되어서 돌아갈수 있었다.

 

[그 둘이 자연스럽게 있을수 있는 거리: 2.2m]

 

<예고편>

뭐? 아이돌?

개성을 찾기위해!

좀더 여성스러워지기 위해!

너희둘이? 에이 무리무리

뭐?! 그 765프로덕션이라고?!

나는 여성 공포증이 있다 ep.12 [평범소녀와 미소년의 아이돌 데뷔!]

 

 

 

 

 

오랜만에 꽤 공들여서 썼네요

여기서의 유키호의 아버지는 생긴건 험악하지만 엄청난 딸바보... 는 아니고 아버지로써 딸을 지지해주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모든걸 알고있을법한 사람입니다.

글을 봐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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