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인어공주 - 上

댓글: 6 / 조회: 1602 / 추천: 2


관련링크


본문 - 05-22, 2014 09:21에 작성됨.

『후훙~ 오빠는 역시 아미마미의 섹시한 몸매에 헤롱헤롱대는건가?』
『에헤헤. 역시 오빠는 소녀에게 마구마구 끌리는 로리콘?』

『저기, 마미? 아미?』
『흥~? 오빠 답이 나온거야?』
『아미마미 훔쳐보고 싶어서 그런건 아니고?』

『훔쳐보는거고 자시고 빨리 풀어주지 못해! 너희들!』
『에헤~ 참을성 없는 남자는 사랑받지 못한다궁? 오빠?』
『그러니까 말이지, 오빠한테 지금 기회를 주는 거잖아?』

『『누가 아미고 누가 마미인지 알아맞춰보세용~~!』』
『둘다 머리 풀고 있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맞추냐고?』

『후훙 … 역시 오빠는 델리커시가 부족하네.』
『아미마미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다규!』
『하아 … 너희 지난번에 머리모양이 다르면 부모님께서도 못알아보신다고 했었잖니,』
『오빠처럼 아미마미한테 푹 빠진 사람한테는 이 정도는 간단하지!』
『그치~!』

『그래, 너희 맘대로 해라. 자, 왼쪽에 있는게 아미, 오른쪽에 있는게 마미.』
『흐응~? 확신할 수 있는거야, 오빠?』
『한번 결정하면 못 되돌린다고~?』
『아 뭐, 어쨌든 빨리 답 얘기하고 풀어주라고!』

『오빠의 직감을 확실히 알 수 있었네~』
『오빠에 대해서 새삼 재평가할 수 있었다구!』

13살다운 천진한 웃음을 얼굴에 한껏 머금은 두 자매가 입을 열었다.

『땡이지롱!』


풍덩!


“앗 차가워!”

얼굴을 덮쳐오는 차가움에 눈을 뜨자 나지막한 바나나 내음이 낯을 뒤덮었다. 차가운 음료수 두 캔을 내 뺨에 대고 있던 마미는 은은히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좀 정신이 드나보네.”
“에고, 그새 깜박 졸았나보네. 미안해, 마미.”
“오빠야말로 최근 몇 일 동안 격무에 시달렸잖아. 잠깐이라도 눈 붙이는게 나아.”

캔을 따고 있는 마미의 펄 옐로우 빛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이 눈에 들어왔다. 캔 두개를 들고 입술을 삐죽이며 잠시 기웃기웃하던 마미가 캔 하나를 내게 건넸다.

“목 마를텐데 이거라도 마실래?”
“어째서 네가 제로콜라가 아니고 내가 제로콜라를 마시는거냐. 그리고 캔 같은거 따라고 할 때 손톱 조심해야하는거 잘 알잖아.”

내 말은 듣거나 말거나 마미는 목울대를 움찔움찔하며 환타를 몇모금씩이나 꿀꺽이고 있었다.

“앗 매워!”
“또 지난 번처럼 탄산음료 먹다가 사레들릴라. 천천히 먹어.”

켁켁대면서 기침을 하는 마미의 뒤로 돌아가 등을 몇 번 쳐줬다. 가는 은목걸이가 겹쳐진 새하얀 목덜미가 눈을 한가득 메웠다.

“이런땐 정말이지 어릴 때 하던거랑 똑같다니깐, 마미 이 녀석.”
“어머, 마미는 지금도 어릴적 열세살 순정 그대로인걸. 몰랐어 오빠?”
“어휴, 징그럽다.”

깔깔대고 있는 마미의 입술에 잠시 뚫어져라 눈을 뺏긴채 있다보니 확실히 이런 웃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뭐 연기활동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젠 스텝들 앞에서 아가씨처럼 웃을 줄도 알게 된 마미 녀석이지만 여전히 765 사람들 앞에서는 한결 같았다.

“어쨌든 <인어공주> 9회차 촬영분도 별 탈 없이 끝났네. 오빠가 잘 도와준 덕분이야”
“무슨 소리야. 감독님께서도 촬영하시는 내내 혀를 내두르시더만.”

마미는 살짝 멋쩍은지 왼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빙빙꼬고 있었다. 그 탓에 기껏 위로 예쁘게 묶어올린 머리카락이 어지럽게 엉키기 시작했다.

“헤어스타일 망가지니니까 하지 말라고 했잖아. 하여간 마미도 지금 이 컨디션으로 해나가기만 하면 이번 드라마에서도 호평을 받는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겠어.”
“헤, 이게 웬일인가요. 오빠가 솔직하게 칭찬을 다해주고?”
“됐네요.”

아이돌 출신의 촉망받는 연기자, 19살인 후타미 마미는 한층 부담을 덜었다는듯 기지개를 쭉 폈다. 아주 잠시 동안 눈을 뺏기고 있었다.

“자, 마미. 서두르자고! 바로 다음 스케줄로 이동하자고!”
“ 7시에 IMS 쪽 예능국장님이랑 조정 일정 있는거잖아? 벌써부터 서두를 필요 있는거야?”
“말이 많다. 마미! 자, 빨리빨리!”
“에이, 이래서 빠른 남자는 싫다니까.”
“너 밖에서는 그런 소리 하지마라.”

투덜투덜대면서도 마미는 소지품들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나도 스텝분들께 바삐 감사 인사를 하고 이동할 채비를 갖추었다. 마미는 어느새 준비를 다 해놓은채 차로 향해있었다.

“저기, 오빠.”
“응, 왜?”
“얼마 전에 운전 면허도 땄으니, 다음엔 한번 마미가 직접 운전해봐도 될까?”

 마미는 평소처럼 이야기꽃을 펼친다든지 아니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든지 하지 않고 조수석에 앉아 유심히 핸들 돌리는 것에 눈을 고정하고 있던 차였다.

“그러고보니 그렇네. 자가용 사기 전에 연습 해두려고?”
“아니, 아직 자가용 살 계획은 없어. 그냥 오늘처럼 오빠 컨디션 안 좋을 땐 마미가 운전하는 동안 오빠가 잠깐이라도 눈을 붙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애들 대신 데려 오고 가고 할 수도 있으니 좋지 않을까?”
“이야, 이제 드디어 마미도 프로듀서를 해고할 때가 됐구나. 하긴 요즘 내가 하는 일이야 마미 운전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얘긴 농담으로라도 하지말아줬으면 좋겠어.”

나를 흘겨보는 마미를 슬쩍 곁눈질하고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얘기하면 정말이지 …”
“그래, 미안미안. 다시는 안 그럴게.”
“오빠도 참 …”

뾰로통하게 입술을 내민채 나를 흘겨본다. 이런때 만큼은 정말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것 같다.

“오빠, 그럼 오늘 IMS 쪽이랑 협의하는 내용은 다음 신개편 때 새로 편성되는 작품 관련된거지?”
“응, 시대극으로 기획된다는 얘기는 들었지?”
“시대극은 여러 번 출연해봤지만 주연은 처음이네 …  주변 연기자분들께도 여러모로 인사 잘 드려야겠다.”
“응, 평소에 하던대로만 하면 문제없을거야.”    
“그치?”

우리 앞에선 예전처럼 어린 아이 같이 굴기도 하지만, 누가 뭐래도 후타미 마미는 이제 데뷔 7년차에 달하는 프로다. 어릴 때부터 항상 어른스러운 척 했지만 이젠 정말 어른이 되었다.

“그럼 이번에 크랭크인하기 전까지는 내일 모레 촬영 정도까지만 남은거네?”
“응. 다음 주부터 이제 본격적으로 촬영 두개씩 겹치곤 하니까 그 전에 푹 쉬어둬야지.”
“후훗, 예전 어느 때 같으면 어떤 프로듀서 하나는 촬영 일정 때문에 아둥바둥하다가 막 스케줄 겹치고, 관계자 분들한테 사과하러다니고 난리도 아니었을텐데.”
“그런 아련한 시절도 있었던 것 같네. 그 무렵엔 자기 동생이랑 술래잡기한다고 방송국을 헤집고다니다가 기자재를 꽤나 부숴먹는 그런 아이돌도 있었지.”
“헤에, 그랬던가.”

묘한 눈웃음을 짓는 마미의 속눈썹이 여느 때보다 길어보여 얼른 눈을 돌리고 말았다.

“응, 당분간은 다른 무슨 촬영 일정 같은것도 딱히 잡힌 거 없고 말야. 내일은 프리구나.”
“아 … 그게 말인데, 내일 아침에 집에 데리러와줄 수 있을까? 뭐 일찍일 필요는 없으니까 그냥 오빠 출근하는대로.”
“왜? 모처럼 프린데 기분전환할 겸 쇼핑이라도 하지?”
“에? 아니 … 마, 맞아! 내일은 생각해보니까 유키뿅이랑 연습하기로 해서! 오랜만에 컨디션 조절도 할 겸 같이 맞춰보는게 어떨까 싶어서!”
“아니 뭐, 안무 맞춰보고 하는 건 계속 자주 했으니까 딱히 놀랄건 없는데 …”

마미는 어째선지 살짝 긴장한듯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겸에 해서, 아미는 내일 스케줄 오전부터 있다고 들었어.”
“응 … 그랬구나.”
“그래서 말인데, 내일 릿쨩은 이오링 이른 스케줄도 겹치고 한다고 해서 오빠 올 때 아미도 같이 타고 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괜찮을까?”
“ … 물론이지! 언제쯤이 괜찮겠어?”
“한 아홉시쯤이면 괜찮아?”
“응, 그러면 그때쯤 데리러 갈게.”
“응 고마워!”





『마미, 그러고보니 … 』
『왜, 오빠? 성숙한 마미가 아무래도 신경쓰여?』
『아니, 그게 아니라 … 머리 많이 긴거 아니야? 아미보다 더?』

『후후후 … 이제야 그걸 깨닫다니.』
『아니, 아미 넌 어디에 숨어있었던거야?』
『역시 오빠는 아미마미 마스터가 되기엔 10년은 일러!』

『아미랑 마미가 일심동체로 산 것도 벌써 13년!』
『응응, 강산이 1.3번은 바뀐 길고 긴 시간이었지.』
『오랜 숙고 끝에 아미마미 특공대는 드디어 수비범위를 넓혀야함을 결심하였다!』
『그 일환으로서, 마미는 좀더 넓은 지평을 향해 나아가기로 결심하였다.』

『 … 하여간 그래서 마미가 머리를 기르겠다고 한거구나.』
『응응응! 멋지지 않아?』
『응, 멋져 … 그치만』
『그치만?』
『지금까지 항상 마미는 아미랑 똑같이 해왔는데, 조금은 아쉽지 않아?”
『 … 오빠는 그럴 것 같아?』
『사실 난 잘 모르지만 … 그래도 말야.』
『응.』
『마미의 사이드 테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정말? 잘 어울려?』
『아아. 예뻐, 마미.』
『헤헤헤』





“우와, 오빠 완전 오랜만!”
“오랜만이네, 아미. 그동안 잘 지냈어?”
“흠흠흠, 뭐 아미야 언제나 기운백배! 천하무적이지!”

 레몬 머리핀을 단 아미는 방년 19세 처녀임에도 한결 같았다. 류구코마치 데뷔 시절만 해도 짧았던 머리는 이젠 마미만큼이나 길어, 사이드 테일로 머리를 묶어내린 모양은 꼭 어렸을 적 마미를 보는 것만 같았다.

“아미, 미스트 안 챙쳐겨갔잖아! 잊어버리면 안되지!”
“아차차차, 완전 나중에 패닉할 뻔 했네. 쌩큐 마미!”
“정말이지, 놓고 갔으면 또 이오링한테 한소리 들었을 것 아냐.”
“헤헤헤헤.”

 스윽 뒷자리로 앉으려는 아미 뒤로 마미가 득달같이 쫓아들어왔다. 묘하게 알싸한 바나나향이 흩날렸다. 짐짓 엄한 척 하며 헝클어진 아미의 옷 매무새를 바로잡아주는 마미는 정말이지 언니 같았다. 여전히 생김새는 다른 것이 전혀 없는데도 말이다.

“마미, 마미.”
“왜 그래, 아미?”
“마미 조수석에 가서 앉아야하는거 아니야? 뒷좌석에 앉아버렸네.”
“갑자기 그건 무슨 말이야 … 아니, 이 차 타본 적 오래됐으니까 아미야말로 오랜만에 조수석에 앉아보는건 어때?”
“에에에에에, 이 차는 오빠랑 마미네 차잖아. 내가 손님인데 그런 자리에 앉으면 안돼지.”

아니, 이 차는 내 차도 마미 차도 아니고 회사 차인데 말이지. 애초에 우리 둘만 타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 전에 조수석 앉는 것 가지고 이런 대화가 오고가는 것도 참 뭔가 이런 중늙은이는 이해할 수 없는 묘령의 여자아이들의 수수께끼이다.

“그런 주객을 나누는 것도 이상하잖아. 아미가 앞에 앉는게 여러 면에서 합리적인 것 같은데.”
“아, 맞다. 사실 아미 지금 갑자기 배가 찌르르해서 … 좀 뒷자리에서 눕고 싶은데, 오빠 옆에 앉아줬으면 좋겠어.”
“갑자기 생각난 것처럼 말해가지고 믿을리가 없잖아? 막무가내 부리면 안돼!”
“자, 너희들이야말로 이제 막무가내 부리지 말고 안전벨트 매라. 요즘엔 국도에서도 안전벨트 미 착용이면 범칙금 무니까.”

부릉 하고 살짝 급시동을 걸며 차도로 나가자 뒤에서 꺅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 어차피 멀지 않긴 하지만. 잠시 뒤에서 투닥투닥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결국엔 도로 자기들끼리 도로 까르르 웃기 시작했다. 그래, 이래야 신경이 안쓰이지.

아미가 류구코마치로 활동하기 시작한지도 5년이 넘어간다. 마미가 스텝들 및 연기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소문이 퍼지고 있는 촉망받는 연기자라면, 아미는 이제 중견급의 톱아이돌이다. 아즈사씨가 발라드 보컬리스트로 전향하는 탓에 이젠 2인조가 되었지만, 류구코마치는 여전히 발매 싱글이 차트 1, 2위를 놓치지 않는 최고의 아이돌 유닛중 하나다.

 마미와 달리, 몸은 부쩍 성장했어도 아미의 꾸밈없는 표정은 13살 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성인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국민 여동생’을 논할 때면 항상 아미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 것은 그런 까닭일 것이다.

“오빠오빠 있잖아~”

한참 딴 생각을 하며 운전을 하고 있더니 어느샌가 아미가 내게 말을 걸고 있었나보다.

“몸 앞좌석 쪽으로 빼면 안돼. 그래, 아미. 무슨 일이야?”
“응, 오빠! 마미랑은 서로 열심히 만지작거리면서 노닥노닥거리고 있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뭔가 풉하고 튀어나올 뻔 했다. 분명 지금 뒤쪽에서도 나랑 똑같은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뭐, 오빠가 예전부터 마미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던 거야 잘 알고 있고. 마미도 이젠 쭉쭉빵빵 보잉보잉이니까 마미에게 마수를 뻗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황당한 나머지 뭔가 되는대로 마구 말을 주워삼기는 마미와 나는 아랑곳하지도 않은 채 마미는 소악마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실눈을 뜬 채 우리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마미는 배우니까 그렇다고 치더라도, 아미는 지금 현역 아이돌인데 그런 얘기 하는거 잘못 귀에 들어갔다간 난리나는거 잘 알잖아?”
“후후훙~ 마미가 “만지작”거린다고 한거나 “노닥노닥”거린다고 하는게 뭐가 이상하다는거야? 설마 뭔가 묘한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거야?”
“아니, 분명 방금 내가 마미를 노리고 있다느니, 마미가 뭐 어떻다느니 하면서 그랬잖아!”
“오오오, 오빠 정말 마미를 그런 욕망에 찬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던거구나! 꺄아, 오빠는 역시 변태!”

이거야 뭐 어떤 말을 하더라도 꼬투리를 잡혀 놀림받게 생겼다. 이런 장난에 넘어간게 오래간만이어서 그랬는지 난 골치가 지끈거려 말을 말고 말았지만, 마미는 여전히 아미를 인내심있게 붙들고 있었다.

“에이, 솔직히 말해봐, 마미. 마미도 솔직히 오빠를 보면서 두근두근하잖아. 집에서 영화 보다가 찐한 장면 나오면 괜시리 쿠션에 얼굴 파묻고서는 새빨간 얼굴로 중얼거리는거 누구보다도 아미가 잘 안다고!”
“아미, 우리 어렸을 때라면 몰라도, 지금 그런건 오빠한테 실례인거 잘 알잖아. 아미나 마미 커리어에 안 좋은건 말할 것도 없고. 오빠랑 나는 전혀 그런 관계가 아닌거, 아미가 누구보다 잘 알잖아.”

마미의 말소리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핸들을 조금 꽉 잡고 765프로가 있는 건물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에이, 솔직히 말해서 마미도 이젠 성인이잖아~ 흔히들 공개연애를 하면서 연기의 깊이가 달라진다고 하구. 마미, 오빠랑 전화할 때면 항상 표정이 밝아지는거 잘 알고 있다고? 아니, 그냥 지난번 발렌타인 때만 하더라도 한참을 어쩔 줄 모르더니 …”

“솔직히 오빠한테 관심있는건 아미잖아.”

아미의 기세에 밀려 주춤하고 있던 마미가 입을 열자 아미의 말문이 멎었다. 마미의 말이 이어졌다.

“솔직히 말해서, 아미 맨날 마미가 집에 오면 오빠는 오늘 뭘 입었는지, 밥은 뭘 먹었는지, 컨디션은 좋아보였는지, 마미랑은 무슨 얘길했는지 항상 물어보잖아.”
“하하 … 마미가 무슨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네~?”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말하는 마미의 목소리에 어쩐지 떨리는듯한 아미의 목소리가 겹쳐들었다. 조금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가운데 마미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이런 식으로 항상 모른 척면서도, 아미, 사실은 항상 오빠 얘기만 나오면 사무실에서도 귀 쫑긋하고. TV 볼 땐 맨날 저 옷이 오빠한테 어울리겠느니 하는 얘기만 잔뜩이구.”
“무슨 얘길 하는거야. 마미. 아미, 마미가 무슨 말 하는건지 잘 모르겠어.”

아미의 목소리가 살짝 커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아미는 숨긴다고 하지만 그게 숨겨질 리가 없잖아. 마미가 오빠랑 통화할 때면 항상 마미한테 뭐라고 말하려다가 그만두고. 사무실에서도 오빠가 있으면 떠들석하게 소란피다가 금방 핑계대고 나가버리고.”
“정말 마미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오늘 아침에도, 오빠가 온다고 갑자기 얘기하니까 어쩔 줄 몰라하더니 바로 일어나서 이 옷 저 옷 입어보고 나한테 물어보고 … “
“그만해, 마미.”

뭔가 아미의 말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백미러 너머로 초조한지 오른손가락으로 머리를 빙빙 꼬고 있는 아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마미는 결코 말을 끊지 않았다.

“아미는 마미가 모른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아미는 오빠를 아직도 …”

“듣기 싫어!!!!!”

별안간 아미가 내지른 소리가 차 안에 정적을 감돌게 했다. 아연한 것만 같은 마미를 노려보며, 아미는 입을 열었다.

“아미는 마미가 무슨 말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어, 정말로.”
“아, 아미 …”
“없었던 일에 관해서 얘기해봤자, 얘기가 될 턱이 없잖아.”
“아, 아미 … 그, 그건 …”

“아미, 마미가 오빠 얘기 나불대는거 정말 짜증나.”


끼익하고 765프로 앞에 차가 멈춤과 동시에 차 밖으로 뛰쳐나간 아미는 거칠게 문을 닫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평소 같았으면 사무소 앞에 진을 치고 있을 팬들한테 인사라도 했겠지만, 지금 아미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듯 해다.

차 안엔 바람 한 점이 없었다. 그저 거칠게 차 문을 열려던 아미를 붙잡지 못한 채, 손을 뻗고 있는 마미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류구코마치 결성 이후로 외롭지 않아, 마미?』
『응, 마미 심심하다구! 같이 깨기로 한 보스 그저께부터 건들지도 못하고 있어!』
『하하 … 아무래도 류구코마치 스케줄이 바쁘다보니까.』

『 … 뭐, 그치만 그렇게 싫은 것만도 아닌걸?』
『어, 그건 의외네. 왜 그런데?』
『그거야 당연히 오빠를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인걸?』

『하하, 그렇네. 그러고보면 확실히 아미한테 시달리는 일은 적어졌네.』
『그치그치? 그러니까 이런 것도 마미만 하는거징!』

『우, 우왓! 마미! 갑자기 그렇게 팔짱끼면 안된다고!』
『왜, 오빠? 왜 안되는거야?』
『그, 그거야 … 하여간 이런 장난은 치면 안된다고?』
『 … 장난이 아니면 어떡할래?』

『와아! 오빠 얼굴 새빨개졌어! 오빤 역시 로리콘?』
『이, 이 녀석! 그러니까 이런 장난 그만 하랬지!』
『싫은데용~』

『다녀왔습니 … 어! 마미!』
『오, 다녀왔어 아미?』
『치사해~! 마미 혼자서 오빠 껴안고 있기가 어딨어!』
『메에롱~ 껀수필중이다 뭐!』
『선수필승이겠지 … 가 아니라, 아미 너까지 뭐하는거야?』

『음후후, 아미랑 마미중 누가 더 매력적인거야?』
『오빠가 혹하는건, 아.미? 아니면 마.미?』
『으악!! 이 녀석들 그만해!!!』





창 밖 너머로 비치는 달이 높이 쳐든 단도에 부딪혀 밝게 빛났다. 두 손으로 굳게 잡혀있었건만 단도는 떨리기만 했다. 있는 힘껏 힘이 들어가 있건만 하얀 장갑에 감싸인 손가락은 바들바들거리고 있었다.

온 몸을 하얀 드레스로 감싸고 두 손을 높이 치켜든 마미의 입이 점점 벌어져만 갔다. 깜빡 한번 하지 않는 눈이 붉게 충혈되어가기 시작했다. 마미의 손만이 아니라 이젠 온 몸이 떨리고 있었다.

가만히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 마미의 붉게 충혈된 눈에서 떨어져나온 눈물이 옆 얼굴을 타고 내려갔다. 마미는 연거푸 입을 뻐끔였다. 목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지만, 입은 벌려져 있었지만, 여전히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

마미는 이젠 눈물이 주체하지 못하고 흘러내려오는 눈을 꾹 감았다. 조금씩 떨어져가던 손 끝을 부여잡고 마미는 다시금 손에 잡혀있던 단도를 굳게쳐들었다. 달빛이 부서지며 단도의 날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쨍그랑,

“정말 대단하지 않나.”

손에서 스르르 미끄러져 땅에 떨어진 단도와 함께 푹 주저앉아버린 마미를 보며, 나를 맘에 들어하는지 항상 촬영 때 곁에 앉히곤 하는 감독이 중얼거렸다.

“역시 그렇죠.”
“더이상 말하기도 지겹지만, 아이돌 출신 연기자가 어떻다느니 하는 녀석들은 그냥 나가 죽어야해. 아니, 뭐 이젠 그런 소릴 할 녀석들도 없겠지만.”

평소엔 느글느글거리기나 하던 감독은 카메라에서 단 한 순간도 눈을 떼놓지 않고 있었다.아니, 그건 사실 감독 뿐 아니라 전 스텝이 마찬가지였다.

“후타미군은 연극무대도 아니고, 사실 카메라 앞에 서는 것도 부족해. 감정의 표현이라고 할 것도 없어.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는 …”

모두가 인어공주라고 생각할 것이다. 질투와 정욕,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로 잔뜩 얼굴이 일그러진 마미의 모습에서, 분명 모든 스탭들은 왕자를 갈구하며, 자기 대신 이웃나라 공주를 선택한 왕자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그런 자신을 혐오하는 인어공주를 보고 있다.

“그래, 인어공주라면 그랬겠지. 인어공주가 그저 자신에게 닥쳐온 운명 앞에 고결하다는듯 괴로워하다가 그대로 스러졌을리가 없겠지. 빼았긴 목소리로 들리지 않는 비명을 지르면서, 견디지 못해 몸을 비틀면서 …”

내가 듣는지 어쩐지는 상관도 않는다는듯 감독은 모니터만을 뚫어져라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래, 인어공주는 결국 신의 축복을 받아서 영혼을 가지게 되고, 공기의 정령이 되서 사람처럼 영생을 살게 되었다지. 잘됐네, 잘됐어. 그렇지만 말야.”

중얼중얼거리기만 하던 감독이 별안간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렇게 거품이 되서 그러졌으면 차라리 좋으련만, 공기의 정령이 되서 왕자와 공주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눈을 떼게 하지 못하게 만든다니, 안데르센의 신은 정말 개새끼로군. 안 그래?”
“네?”

컷!!!

바위마냥 미동도 없이 카메라 앞을 지키고 있던 감독이 벌떡 일어서며 컷을 선언했다. 온 몸을 웅크린채 축 늘어진 마미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온 스텝들이 그제서야 부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여간 후타미군은 정말 멋진 배우야. 이번 작품 끝날 때까지 내내 즐거울 것 같구만.”
“아 … 감사합니다.”
“그래서, 프로듀서군은 후타미군을 어린 시절부터 본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무슨 의미신지 …”
“후타미군은 어릴 적부터 천부적인 배우였던가, 아니면 그런 배우로 자라난건가?”

내 대답엔 별로 관심이 없다는 듯 감독은 질문을 던져놓고는 연출쪽 상의할게 있는지 한 쪽으로 바삐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빠.”
“어, 그래 마미! 수고 많았어! 대박! 진짜 대단했어!”

잠시 멍해져있는 사이 어느새 곁으로 걸어온 마미를 호들갑스럽게 맞이했다. 바나나향이 콧잔등을 스치며 지나갔다. 눈물이 주룩주룩 흐른 탓에 엉망이 되어버린 얼굴을 고쳐주면서 애써 묘한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밖에 없었다.

“오, 오빠, 마미가 알아서 정리할테니까 괜찮아!”
“아, 응, 그렇지, 마미, 미안.”
“아니 괜찮아 괜찮아!”

마미도 묘하게 멋쩍은지 왼손가락으로 머리를 빙빙 꼬았다. 마미가 의자 하나를 끌어와 자리에 털썩 앉았다.

“정말 잘했어. 다들 완전 인어공주랑 똑같다고 혀를 내두르더라고.”
“… 그래?”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은 탓일까, 마미는 조곤조곤 말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잠시 잊고 있었는데 마미는 도저히 이런 연기를 할만한 컨디션이 아니었다. 어제 아미가 차 밖으로 뛰쳐나간 이후로 마미는 결국 아무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상태가 아닌 듯 해 집으로 얼른 데려다주는 수 밖엔 없었다.

어제만 해도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비틀거리던 마미가 오늘 아침에 가보니 평소마냥 너무나 명랑한 모습으로 날 반겨줘 잠시 잊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이제 바로 또 잠시 후에 마미 컷 촬영이 들어갈 차였다. 그냥 지금 잠깐이라도 쉬어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쉬자고 생각했다.

왤까, 나를 유심히보더니 마미는 최근 들어서 자주 짓고는 하던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이지, 오빠 그렇게 상냥하면 곤란해.”
“갑자기, 뭔 소리야, 마미.”
“그런게 있어.”

마미는 가늘게 눈웃음을 치며 눈길을 돌렸다. 뭔가 말문이 막혀버린 나를 두고 마미는 그저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그렇게 10분이나 지났을까.

“오빠”
“응?”

오늘 따라 마미는 어쩐지 나로서는 알기 힘든 표정을 자주 지었다.

“오빠는 내일 스케줄 별거 없지?”
“응, 뭐 그거야 그렇지. 너도 오프고, 딱히 다른 애들 챙겨줄 스케줄도 없는 것 같네.”
“내일 … 그게, 릿짱이 연예대상 관련해서 협의할 사람이 있다고 오후 한시쯤에 ☆●역 근처에서 보자고 하더라구.”
“아, 그래?”
“릿짱이 뭔가 지금 좀 정신 없는 것 같더라고.”
“아, OK! 그렇게 하지 뭐.”

어째선지 마미는 평소보다 더 똑바르게 내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 자 촬영 재개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촬영재개 신호를 듣자 마미는 얼른 일어나 촬영장으로 종종 걸어갔다. 잠시 앉아있다 나 역시 곧 촬영장에 복귀했다.




2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