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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아무도 없는 사무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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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0, 2014 15:22에 작성됨.

 

 

전원이 함께한 마지막 라이브가 끝나고 한달 뒤, 아즈사씨는 결혼했다. 상대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길을 잃었을 때 친절하게 안내해주던 것이 인연이 되어 교제하게 되었다고 한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류구코마치의 일원이었던 만큼 아즈사씨의 결혼 발표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하루카「축하해요 아즈사씨!」

마코토「정말 아름다우세요!」

이오리「니히힛, 역시 아즈사네! 빛이 나는 것 같잖아?」

아미「아즈사언니 멋졍★!」

아즈사「우후훗, 모두들 고마워~」

리츠코「정말... 이렇게 갑작스럽게. 처음 들었을 땐 기절하는 줄 알았다구요?」

아즈사「후훗, 미안해~ 그래도 사장님께는 이야기해 뒀었으니깐.」

사장「마지막 라이브까지는 다른 일 생각하지 말도록 내가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네.」

P「그래도 프로듀서인 리츠코에게 정도는 말해두셨어야죠...」

사장「허헛! 허허헛!」

 

코토리「아즈사씨... 정말 아름답네요...」

아즈사「먼저 가서 미안해요? 코토리씨~」

코토리「」

마미「아! 피요짱이 죽었다!」

 

아즈사씨가 식을 올린 뒤, 류구코마치는 정식으로 해체되었다.

가수나 탤런트 활동을 계속하지 않겠냐는 권유를 웃음으로 거절하고 아즈사씨는 은퇴하였다.

운명의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었을까?

전속 프로듀서로 일할 필요가 없어진 리츠코는 나와 일을 분담하게 되었다.

 

P「차라리 아이돌을 다시 해보는건 어때?」

리츠코「됐네요. 아즈사씨가 먼저 떠나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저도 시원하게 그만두고 싶어져요.」

P「결혼은 아직 이르지 않아?」

리츠코「뭐, 아직 코토리씨가 있으니까요.」

코토리「」

아미「아! 피요짱이 죽었다!」

 

아즈사씨가 떠나고 반년 후, 타카네가 고향으로 돌아갔다.

다른 아이들에게도 전혀 알리지 않고, 편지 하나만을 남겨두고서.

그런 타카네였지만... 마지막으로 만나고 간 것은 나였다.

 

P「정말로 떠나는거냐.」

타카네「그렇습니다... 아쉽지만, 이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P「다른 애들에게 인사라도 하면 좋을텐데.」

타카네「모두의 얼굴을 본다면 차마 떠나지 못할 것 같기에.」

P「...」

타카네「...」

P「그렇군... 결국 고향이 어딘지는 안 가르쳐 줄 거야?」

타카네「후훗. 그건 톱-시크릿 입니다.」

P「가르쳐 준다면 가끔 찾아가서 만날 수 있잖아?」

타카네「...」

타카네「후후... 가르쳐 드린다고 해도 오실 수 없으실 테니까요.」

타카네「거기에...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작별인사 따윈 필요없을테지요.」

P「...」

P「그렇구나. 정말로 작별인건가.」

타카네「...」

P「...」

타카네「후훗... 당신과 함께 있으면, 대화가 필요하지 않은 것 같군요.」

P「그런가?」

타카네「정말입니다. 가능하면 고향으로 같이 가주셨으면 하는 수준입니다.」

P「하하.」

타카네「하지만 그건 안되겠지요. 여러가지로...」

P「...」

타카네「...그럼, 정말로 마지막입니다.」

 

타카네「안녕히 계십시오... 당신.」

 

타카네가 남긴 편지는 모두를 만나지 못하고 떠나는 아쉬움과 작별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신 만나지 못할 것이란 것도.

모두가 슬퍼했고, 야속해했다.

특히 히비키는 타카네와 가장 친했던 만큼 꽤 오랜 기간 침울해져 있었다.

모두가 이별의 슬픔을 털고 일어났을 때는, 또 다른 이별이 기다리고 있었다.

 


리츠코「말이 씨가 된다더니. 프로듀서 공 때문이에요.」

P「내가 잘못한거냐?」

리츠코「뭐, 감사하고 있어요.」

 

리츠코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프로듀서와 결혼하게 되었다.

류구코마치가 해체된 후, 치하야와 하루카, 미키가 할리우드에 유학하는 동안 함께 생활할 때 만난 사람이라고 한다.

역시 결혼은 좀 이르다고 생각하지만...

 

P「역시 좀 이르지 않아?」

리츠코「됐네요. 숨가쁘게 일해왔으니 이제 좀 쉬어도 되잖아요?」

P「하긴 우리가 좀 블랙기업이긴 했지.」

리츠코「당분간은 쉬면서 프로듀싱 스킬을 더 갈고닦을 생각이에요. 마침 좋은 선생님도 구했으니.」

P「꽤 유명한 사람이었지. 잘도 그런 사람을 낚았네?」

리츠코「뭐, 이게 저의 능력이라는 거죠.」

P「잘난척하긴...」

리츠코「푸훗! 질투하는건가요?」

P「너야말로.」

리츠코「...」

리츠코「뭐, 제가 조금만 더 빨리 프로듀서공을 만났다면 또 모르겠네요.」

P「사무소에서 처음 만난 이상 그건 불가능했겠지만.」

리츠코「후후...」

리츠코「나중에 돌아와서 일을 덜어드릴테니 기다려 주세요.」

P「그때쯤이면 이미 은퇴하지 않았을까?」

리츠코「그럼 제가 프로덕션을 세워서 고용해드리죠.」

P「좀 봐달라고...」

 

이별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얼마 안되는 사이에 3명째의 동료를 떠나보내는 탓인지

공항에서 펑펑 울어서 리츠코를 곤란하게 했다.

뭐, 리츠코 본인도 결국 울음을 터뜨려서 서로 얼싸안고 비행기 시간이 촉박할때까지 울어댔지만.

공항에서 처음 만난 그 프로듀서는 어딘가 익숙한 분위기였다.

얼빵해보이는 얼굴, 안경, 그나마 잘 어울리는 수트...

...뭐, 예전의 내가 연상되는것도 무리는 아니겠네.

다른 점이라면 예전의 나에 비해 엄청나게 유능한 녀석이라는 거지만.

서로 의미없이 몇마디 대화를 나누고, 리츠코와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아, 코토리씨는 공항에서 리츠코와 함께 펑펑 울고 만감이 담긴 멍한눈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몇년 사이, 많은 아이들이 떠났다.

 

이오리는 미나세 그룹의 후계중 한명으로 선택되어, 아이돌 활동을 그만두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경험을 쌓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룹의 후계라는 말에 굉장히 거부감을 표했지만,

아이돌로써 성공하는 것으로 능력을 증명했기 때문에 지명했다는 회장의 말에 마지못해 후계자 교육을 받게 되었다.

그렇게 거부했으면서 시작하고 나서는 후계자 후보들 중 가장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텔레비젼에도 간간히 모습을 비추곤 한다. 『아이돌 이오리』가 아니라, 『미나세 이오리』의 이름으로.

 

유키호는 하기와라 구미의 뒤를 잇기로 했다고 한다.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이제 남성공포증은 완전히 없어진 모양인지 제자들을 통솔하는데도 별 문제는 없다고.

얼굴도 잘 알려져 있고 유약한 겉모습 때문인지 하기와라 구미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었지만,

유키호가 직접 삽을 들고 설득한 덕분에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갔다고 한다.

...아무 문제 없나?

다만 개 공포증은 여전한지, 『하기와라 구미의 여주인을 만날때는 개 냄새를 풍기지 마라』는 격언이 생겼다고.

 

마코토는 결혼하면서 아이돌을 은퇴하게 되었다.

상대는... 아키즈키 료. 리츠코의 사촌동생이다.

사쿠라이 유메코가 해외 순방 중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절망한 아키즈키 료를 마코토가 돌봐주었다고 한다.

자살까지 시도할 정도로 몰려있던 료를 보듬어 주면서 서로에게 애정을 느낀거겠지.

리츠코는 여러가지로 복잡한 모양이었지만, 둘의 사이를 잘 조정해 주었다.

아이돌 시절에 너무나도 동경하던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눈물을 흘리는 마코토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신혼여행은 유메코가 마지막으로 촬영했던 한 작은 섬으로 떠나기로 했다는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료가 유메코에 대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히비키는 오키나와로 돌아갔다.

차례차례 친구들이 떠나자 심적으로 힘들었는지 잠시 활동을 쉬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덜컥 결혼.

고향에서 만난 소꿉친구와 의기투합한 나머지 식을 올려버렸다고.....도저히 영문을 모르겠다.

히비키는 의외로 엄청나게 충동적인 모양이다. 덕분에 뒷일을 처리하느라 엄청나게 고생했다.

히비키도 내가 우는소리로 전화를 하자 신혼생활을 하다말고 뛰어올라와 수습에 동참했다.

수습이 끝나고 함께 오키나와로 가서 상대를 만나보니, 역시 안경에 좀 얼빵한 사람.

덤으로 히비키의 『니니』도 역시 안경에 푸근한 사람이었다.

히비키는 브라콘이었을지도...

나중에 찾아가보니 꽤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양이었다.

 

야요이는 요리 아이돌에서 만능 탤런트로 성공적인 전환을 했다.

복잡했던 가정사정도 야요이가 톱 아이돌로 성공하면서 호전되었고, 요즘엔 아주 화목하다고 한다.

많은 프로그램에서 MC 역할을 맡으며 야요이만의 캐릭터를 확립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아이돌을 은퇴하게 되면서 역시 사무소에서 나가게 되었다.

그래도 아직 사무소에 자주 찾아와서 얼굴을 보이곤 하지만.

덕분에 치하야가 야요이분 부족으로 폭주하지는 않는다.

최근에 출연한 영화에서는 착한 누나 역할로 등장했다. 야요이가 누나 캐릭터인가. 감회가 새롭군.

 

아미와 마미는 의대에 진학했다.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도 틈틈히 공부한 덕분인지, 재수에 성공해 의대에 합격. 역시 한번에 붙는건 무리였겠지.

처음엔 매스컴이 '톱 아이돌이 의대에 진학하다니 이게 일본의 현실이다!'

라며 시끄럽게 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잠잠해졌다.

요즘도 사무소에 자주 찾아와 난리를 치고 돌아가곤 한다.

역시 많이 성장한 탓인지 예전처럼 달라붙어서 애교를 부리지는 않지만.

아직도 아이돌 활동에 대한 미련은 남아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톱 아이돌은 이미 이루었으니 괜찮다고.

졸업한 뒤에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일하겠다고 한다. 부러운 녀석들...

 

치하야와 하루카는 해외로 떠났다.

일본 최고의 하모니로 일컬어지던 치하야/하루카 듀엣이었다.

천상의 목소리, 고고한 가희 키사라기 치하야와

태양의 울림, 빛나는 가희 아마미 하루카

둘은 훌륭한 듀엣이며, 완벽한 한 쌍이기도 했다.

두 명이 함께 은퇴하고 이민을 가겠다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이유를 물었지만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몇달 뒤 보내온 사진을 보고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사진 속에는 교회를 배경으로 둘 모두 웨딩드레스를 입고 화사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동봉된 편지에는 둘이 결혼했음을 알리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모두가 떠나고 마지막으로 남은 미키는 한동안 혼자서 활동을 계속했다.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났지만 미키의 재능은 수그러들 줄 몰랐다.

그녀는 은퇴하는 마지막까지 정말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은퇴하게 된 계기도, 어떻게 보면 참 어이없었다.

 

미키「미키, 이제서야 미키의 마음을 알게 된 거야.」

P「...」

미키「둘이 같이 떠나고 나서야 미키는 깨달았어. 미키가 왜 두근거렸는지. 왜 눈물이 났는지.」

P「음.」

미키「미안해.」

P「네가 미안할 게 뭐가 있냐.」

미키「이제 더 이상 허니라고 부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미키를 미워하진 말아줘, 프로듀서.」

P「애초에 미키가 막무가내로 허니라고 불렀잖냐.」

미키「아핫☆ 그랬었지?」

P「거기 있는 사람이라고만 부르지 말아주라.」

미키「걱정하지 마. 미키, 아직도 프로듀서를 엄~청 좋아하고 있으니까.」

미키「그러니까 미키는 절대로 프로듀서를 잊지 않을거야.」

미키「처음으로 미키를 반짝이게 해 준 사람, 처음으로 미키를 두근거리게 해 준 사람.」

미키「처음으로 미키에게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사람이니까.」

 

그 말을 마지막으로 미키는 두 명을 따라 해외로 떠났다.

그리고 보내진 편지에는,

치하야와 하루카가 보냈던 사진과 똑같은 교회를 배경으로 미키와 하루카, 그리고 치하야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하루카는 턱시도를 입고 붉은 리본을 단 채 웃음을 흘리고 있었고,

치하야는 어이없다는 표정이지만, 그래도 빙긋 미소를 지은 채로 하루카의 오른쪽에,

미키는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하루카의 왼쪽에서 얼굴 가득히 웃고 있었다.

편지에는 『아핫☆ 미키, 하루카의 신부가 된 거야!』라는 미키의 행복함이 가득 담긴 글과

『미키는 정말로 굉장한 녀석이네요, 프로듀서』라는 치하야의 쓴웃음 담긴 글,

『두 명과 행복해질게요!』라는 엄청나게 부러운 하루카의 글이 적혀 있었다.

양 손의 꽃인가. 본인도 꽃이지만.

...정말로 굉장한 녀석들이다. 여러가지 의미로 말이다.

 

 

 

 

그리고 모두가 떠났다.

765프로의 사무실에는 이제 아이돌은 아무도 남지 않았다.

사장님은 처음부터 이 13명의 아이돌을 자신의 마지막 아이돌로 하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타카네, 미키, 히비키를 영입한 뒤에는 아무도 스카우트하지 않았다.

 

P「정말 아무도 없네.」

코토리「정말 그렇네요.」

 

조용할 일 없었던 사무소는 언제 그랬다는 듯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이제 사무소에 남아 있는 건, 단 두명 뿐이다.

 

P「이제 슬슬 때가 된 것 같네요.」

코토리「...그런 것 같네요.」

 

나는 품에서 케이스를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한때 아이들이 수다를 떨며 차를 마시던 탁자다.

코토리씨는 손으로 책상 위를 쓸며 천천히 걸어왔다.

한때 리츠코가 머리를 부여잡고 서류작업을 하던 책상이다.

타오르는 저녁 노을빛이 급탕실을 비췄다.

한때 유키호가 맛있는 차를 끓이던 급탕실이다.

코토리씨가 조용히 탁자 앞의 소파에 앉았다.

한때 미키가 누워 단잠을 자던 소파다.

 

나는 케이스에서 반지를 꺼냈다.

한때, 내가 코토리씨에게 청혼했을때, 코토리씨와 함께 구입했던 반지다.

그때 코토리씨는 말했다.

코토리『당신이 지금 사무소에 있는 모든 아이들을 떠나보냈을 때, 그 반지를 끼워주세요.』

코토리『그게 당신의 꿈. 그리고 한때 접어야만 했던 저의 꿈을 이루어주는 일이니까요.』

 

코토리씨는 조용히 미소지으며 왼손을 내 손에 얹었다.

나는 그 가느다란 약지에 반지를 끼워넣었다.

 

P「오토나시 코토리 씨, 저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코토리「네. 부디...」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코토리씨와 나는 조용히 키스를 나누었다.

한때, 모두와 함께했던 그 사무실에서.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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