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아이마스로, 여섯 개의 괴담

댓글: 13 / 조회: 3076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05-20, 2014 11:09에 작성됨.

─ 하루카의 리본 ─

아이돌 아마미 하루카는, 리본이 트레이드 마크이다. 이미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라도 해도 좋을 정도다.
하지만, 그런 하루카가 언제부터인가 목에 두터운 리본을 묶고 다니기 시작했다.
확실히 리본이 잘 어울리는 아이이긴 하지만, 저것은 아무래도 조금 위화감이 있지 않을까. 잘 보면 목뿐만이 아니라 몸의 여기저기에도 새로운 리본이 달려 있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목의 저 리본이었다.
자기계발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역시나 저렇게나 눈에 띄어서는 오히려 역효과다. 조금 타이르기로 했다.

 

P「저기 하루카,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하루카「아, 프로듀서 씨! 무슨 일이신가요?」

 

P「그게 말이야. 그 목의 리본 말인데…」

 

하루카「네? 제 목의 리본이요? 그게 어쨌나요?」

 

P「아무래도 너무 눈에 띄지 않을까 싶어서. 리본은 머리만으로 충분하니까, 그건 풀지 않겠어?」

 

하루카「아…」 멈칫

 

풀라는 말을 듣자마자 하루카는 눈에 띄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하루카「저, 저기… 역시 그건 조금… 제 나름대로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요」

 

P「아니, 내가 봐도 그건 너무 과했어. 빨간색이라 조금 불길하기도 하고」

 

하루카「하, 하지만! 그만큼 다른 곳에도 리본을 달았으니까, 그렇게까지 눈에 띄지는」

 

P「… 하루카, 마음은 알겠지만 너무 지나쳤어. 그 리본은 풀어줬으면 하는데」

 

하루카「…」

 

P「있잖아, 하루카. 난 하루카를 톱 아이돌로 프로듀스하고 싶고, 정말로 하루카를 아끼고 있어. 그러니까 하루카에게 있어서 나쁜 말은 하지 않아. 하루카 본연의 모습도 충분히 매력적이니까, 그 리본은 풀도록 하자. 응?」

 

뭐라고 더 말하려는 듯 입을 벌린 하루카는, 그러나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듯 아무 말 없이 도로 입을 닫았다.
한참 동안 아래를 내려다보던 하루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하루카「… 놀라지 않으실 건가요?」

 

P「뭐?」

 

하루카「제 모습을 보고도, 계속해서 저를 프로듀스해 주신다고 약속하신다면… 보여드릴게요」

 

그렇게 말한 하루카는, 목에 묶여 있는 두꺼운 리본을 풀기 시작했다.
스륵, 스륵, 풀려나가는 리본.
마침내 리본이 모두 풀려나가고, 그런데 어째서인지 아주 가느다란 빨간색 리본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P「… 그 리본은, 마저 풀지 않는 거야?」

 

그렇게 말한 순간,


아마미 하루카의 머리가 목에서 미끄러져,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하루카「에헤헤… 보여져, 버렸다」

 

하루카「… 프로듀서 씨」

 

하루카「앞으로도 저를, 프로듀스해 주셔야 해요?」


END

 

 


─ 유우의 손 ─

'죽은 유우가 보인다'며 치하야가 아이돌 활동을 중단하고 집안에 틀어박힌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아마 시작은 타카네가 죽었을 때였을 것이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던 타카네가 정말로 갑작스럽게 살해되어, 사무소의 모두가 정신없이 흐느끼고 있을 때. 치하야만큼은 정신나간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치하야「저, 전 봤어요, 프로듀서! 시죠 양의 등 뒤에서, 유우의, 유우의 손이…!」

 

P「… 그만둬, 치하야. 지금은 장난을 받아줄 분위기가 아니야」

 

히비키「그만하라고, 치하야!! 타카네가, 타카네가 죽었는데! 잘도 그런 농담을 할 수 있구나!?」

 

치하야「농담 같은 게 아니야!! 정말로 유우가 손을 얹었다구요! 시죠 양의 어깨에!」

 

아마 동료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이해해 주자는 분위기가 되어, 그 자리는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재앙은 그치지 않았다. 타카네에 이어서, 사무소의 모두가 한 명씩 돌연한 죽음을 맞이했다. 히비키도, 유키호도, 미키도, 아즈사도.

 

그럴 때마다 무릎을 껴안고 웅크린 채 오들오들 떨며, '유우가 그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며 두려워하는 치하야를 보다 못한 코토리가 치하야를 정신병동에 입원시키자는 이야기를 꺼냈지만, 그래서는 치하야가 불쌍하다는 하루카의 격한 반발로 결국 아이돌을 쉬고 가택에서 휴식을 취하는 정도로 끝났다.
하지만 아이돌이 죽어나간다는 사태에 765 프로덕션이 멀쩡할 수도 없어, 큰 타격을 입은 사무소는 결국 도산했다. 아이돌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치하야를 찾아갔다. 현관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치하야는 한참 동안이나 집에서 나오지 않은 것인지, 엉망이 되어 있는 방 안에서 퀭한 눈으로 울고 있었다.

 

P「치하야…」

 

치하야「… 프로, 듀서… 모두가」

 

P「그래… 765는, 끝났어」

 

치하야「우, 흑… 우우우우우…」 뚝뚝

 

울며 안겨 오는 치하야를 강하게 껴안고, 나 역시 눈물을 흘렸다. 얼마 동안이나 부둥켜안고 있었을까. 치하야가 굶주린 것처럼 키스해 왔다. 저항할 수 없었다. 애초에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관계조차 아닌 지금, 굳이 거리낄 것조차 없었다.
그날 밤, 나와 치하야는 울며 서로를 안았다.

 

***

 

치하야「… 이제, 괜찮아」

 

치하야「프로듀서만 있으면, 나는 살아갈 수 있어… 하지만」

 

치하야「모두들… 미안해」

 

치하야「유우가 어깨에 손을 얹었던 건, 어쩌면 조심하라는 경고의 의미였을지도 몰라」

 

치하야「… 나는 모두를 구하지 못했어」

 

치하야「… 정말, 미안해…」

 


 


치하야「… 어?」

 

치하야「아… 아, 아」

 

치하야「… 어깨, 에」

 

치하야「… 유우…?」

 

딩동, 딩동

 


치하야「히이, 히이, 히이이이이…!?」 타타타탓

 

덜컹!

 

치하야「프, 프, 프로듀서!?」

 

하루카「에? 치, 치하야? 나야! 하루카야!」

 

치하야「하루, 카…? 아, 아아…!」

 

치하야「하루카! 유, 유우가, 유우의 손이, 나한테도…!!」

 

하루카「…」

 

치하야「거짓말이 아니야! 저, 정말로, 제발… 믿어줘, 하루카…!」 뚝뚝

 

하루카「응. 믿어, 치하야」

 

치하야「하루카… 우, 우우우우웃」 와락

 

하루카「… 응. 괜찮아. 난 믿으니까, 치하야…」

 

울며 매달려 오는 치하야를 품에 안은 채,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하루카는 가져 온 핸드백에 손을 넣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하루카「… 왜냐면 나, 오늘은 치하야에게 온 거니까」


END

 

 

 

─ 땅을 파는 소녀 ─

 

히비키「있잖아, 유키호! 들어 봐!」

 

유키호「무슨 일이야, 히비키?」

 

히비키「자신, 엄청난 소문을 듣고 왔다고!」

 

유키호「에? 소, 소문이라니…?」

 

히비키는 한껏 흥분한 채 이야기를 시작했다. 히비키가 들은 바에 의하면, 사무소 건물의 뒷편에 있는 아무것도 없는 공터를 파면 지하 하수도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나온다는 모양이었다.

 

유키호「하, 하수도의 문이라니… 그런 게 정말 있는 걸까…」

 

히비키「그게 이 근처의 하수도, 물이 흐르지 않잖아? 실제로 쓰이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라고」

 

확실히, 이 근처의 맨홀 등을 들여다봐도 물의 흔적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건 하수도의 끝에 비밀스러운 방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히비키는 뽐내듯이 말했다.
공터의 땅을 파고 들어가면 그 하수도의 입구를 발견할 수 있으며, 안으로 들어가면 마침내 비밀의 방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히비키「그리고 그 방에는 말이지, 마음에 드는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비약이 있대! 어때, 대단하지 유키호!」

 

유키호「… 히비키, 실제로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히비키「에에? 하지만 정말로 물이 흐르지 않잖아, 저 하수도! 거기에 정말로 파 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라고!」

 

유키호「우우… 하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히비키「아~아, 누군가 거기 들어갔다 온다면 정말로 용기있는 영웅이 될 수 있을 텐데… 거기다가 사랑의 묘약도 얻고 말이지!」

 

히비키「… 아, 벌써 이런 시간인가. 그럼 유키호, 자신은 레슨에 다녀올 테니까, 나중에 봐!」

 

유키호「아, 응… 잘 다녀와, 히비키」

 

유키호「… 묘약, 인가요…」


***

 

그리고 그날 밤.

하기와라 유키호는, 사무소 뒤의 공터에 서 있었다.

 

유키호「… 그런 게 진짜일 리가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 그랬다. 완전히 근처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나 유명할 만한, 저급한 도시전설 수준의 이야기.
하지만, 그럼에도 유키호는 무언가에 홀린 듯 삽을 지닌 채 이곳에 찾아왔다. 그런 이야기는 진짜일 리가 없다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유키호「… 나, 용기있어지고 싶으니까…!」

 

유키호「거기에, 사, 사랑의 묘약도… 하우우!」 화끈

 

보는 사람도 없는데 부끄러워하고서, 유키호는 가져온 삽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리 떳떳한 이유는 아니었지만 땅을 파는 것에는 익숙해져 있었으므로, 공터 바닥은 제법 빠른 기세로 푹푹 파여나가기 시작했다.
얼마쯤이나 파냈을까. 삽에 무언가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단단한 느낌.

 

유키호「뭐, 뭘까요…?」 꿀꺽

 

흙을 더 넓게 헤쳐내자, 놀랍게도 원형의 문 비슷한 것이 보였다.

 

유키호「엣… 서, 설마, 정말로…?」

 

놀라워하며 힘을 주어 문을 당기자, 금속이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안에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깊은 어둠만이 깔려 있었지만, 어떤 공간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유키호「하으… 무, 무서워요…」

 

유키호「하지만, 손전등도 가지고 왔으니까…!」

 

가 볼 가치는 있다. 그렇게 판단한 유키호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서 조심스럽게 안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날 밤, 오랜 기간 동안 계속되었던 하수도 공사가 끝나고 마침내 물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다음날, 유키호는 사무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


히비키「… 유키호」

 

히비키「아니지… 설마, 자신의 말을 믿고, 정말로…」

 

히비키「… 아닌 거지…?」

 

유키호가 실종되었다는 말을 듣고 가장 동요한 것은, 물론 히비키였다. 아닐 거라고는 생각했다. 물론 들려준 자신도 절반 정도만 믿고 있었지만, 만약 유키호가 정말로 그걸 믿고 하수도에 들어갔다면…
끔찍한 생각이, 계속해서 머리를 헤집었다. 경솔했다. 뭘 믿고 그런 말을 떠벌린 걸까. 혹시라도, 어쩌면, 그런 생각이 그치질 않았다.

 

히비키「… 유키호… 돌아와 달라고…!」

 


─ 히비키

 


히비키「에? 유키호?」

 


─ 이리 와, 히비키

 


틀림없는 유키호의 목소리. 하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유키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히비키「어, 어디야? 어디 있는 거야, 유키호!」

 


─ 이 쪽이야

 


마치 뭔가에 홀린 것처럼, 히비키는 서서히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계단을 내려가, 골목길을 지나, 인적이 드문 곳으로.

유키호에게 알려줬던, 입구가 있다는 공터였다.

흙은 파헤쳐져 있었다.


히비키「아… 거짓말, 이지…?」


─ 히비키


떨리는 발걸음으로, 공터의 중심부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제법 깊이 파헤쳐져 있는 흙 안에는, 정말로 묵직하게 생긴 원형의 문이 있었다.
뭐야. 그 소문, 정말이었구나.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 구해 왔어, 사랑의 묘약


저 안에서 유키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렇다면 열어 줘야 해.
손을 뻗어, 문의 손잡이를 잡고, 힘을 주어 당겼다.


─ 그런데, 히비키, 들어오는 문을 알려줬으면


아아.

 

─ 나가는 문도 알려줘야지

 

 

다음날, 가나하 히비키는 사무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END

 

 

 

─ 지나가세요 ─

※ 참조 링크

아이돌 미우라 아즈사는 길을 자주 헤맨다. 그녀의 방향치 속성은 이미 그녀의 가까운 사람은 물론 팬들 중에서조차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을 찾지 못해 근방을 한 시간쯤 헤매는 것이 예사일 정도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별달리 특별할 것도 없는 언제나의 일. 어김없이 길을 잃고 만 아즈사는 자신도 잘 모르는 어딘가를 헤매고 있었다.

 

아즈사「촬영에 늦고 말 텐데, 어떻게 하지요…」

 

조금 초조해진 아즈사는, 그러나 별다른 대책도 없이 계속해서 걸었다. 택시라도 지나간다면 잡아 타기 위해서 주의를 기울였지만 도로는 고요했다. 아즈사는 그 때 처음으로 기묘함을 눈치챘다.

 

아즈사「… 어머. 주위에 사람이…」

 

옆을 지나가는 행인도,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도. 아무 것도 없었다.
주변의 풍경은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평소대로의 도시. 하지만 어째서인지 극단적으로 고요하다. 귀에 익숙한 생활의 소음이 조금도 들려오질 않았다.
마치, 자기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사라져버린 것처럼.

 

아즈사「… 어딘가, 먼 곳까지 와 버린 걸려나요?」

 

지하철을 잘못 잡아탄 덕에 몇 시간이나 걸려서 먼 지방에 도착해 버린 적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뭔가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슴 속에 불안이 싹트는 기분 나쁜 감각을 느끼며, 아즈사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서 이 정적에서 빠져나와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건널목이 나타났다. 지나는 차량 따윈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지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신호등은 핏빛과도 같은 붉은색을 내뿜고 있었다.
잰걸음으로 다가선 아즈사는 신호등 아래에 멈춰선 채로 통행 가능을 알리는 녹색 빛을 마냥 기다렸다. 기분 탓인지 제법 시간이 흘렀는데도 좀처럼 신호가 바뀌지 않았다. 그것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을 때,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헀다.

 

귀를 기울이자 그것은 그리 낯설지도 않은 것이었다. 제법 친숙한, 하지만 굉장히 오랜만에 듣는 곡조. 녹음되어 흘러나오는 조잡한 기계음이 섞인 여자아이의 목소리.

 


지나가세요, 지나가세요


지나가세요, 지나가세요

 


아즈사「아…」

 

횡단보도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던 교통신호음이다. 최근의 신호음은 갈수록 이 곡이 아닌 다른 멜로디로 바뀌어 가고 있어 좀처럼 듣기가 쉽지 않았지만, 예전에는 신호등 밑에 설 때마다 곧잘 들을 수 있었다. 조금은 그리운 느낌도 들었다. 어느샌가 신호는 초록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어서 건너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앞으로 내딛으려던 아즈사의 발이, 우뚝 하고 정지했다.
무언가 이상하다.

 


지나가세요, 지나가세요


지나가세요, 지나가세요

 


아즈사「… 어째서…?」

 

분명, 저것이 끝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노래에는 그 다음의 가사가 있었다.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첫 소절만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오싹함을 느끼며 아즈사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가뜩이나 차갑고 이질적인 분위기 속에서, 텅 빈 도로를 채우는 을씨년스러운 멜로디가 몸서리쳐질 정도로 음산하게 느껴졌다.
아즈사는 무심코 입을 열어, 노래했다.

 

아즈사「여기는, 어디로 가는 샛길인가요?」

 

기억하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이어졌어야 할, 올바른 가사였다. 어째서 그것을 직접 노래한 것인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어 조금 놀랐다. 무의식적인 반응이라는 것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일까. 더 놀라웠던 것은 그 이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천신님에게 가는 샛길입니다


천신님에게 가는 샛길입니다

 


그제서야 알 것 같았다. 원래부터 이 곡은 두 인물이 서로 주고받는 식의 가사로 되어 있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신호음이 사람의 노래에 반응하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럽다는 것에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대로 노래 따위에는 신경쓰지 않고 그저 길을 건널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아즈사는 그 뒤를 이어 계속해서 노래했다.

 

아즈사「지나가게 해주세요」

 


용건이 없으면 지나갈 수 없습니다

 


아즈사「이 아이의 7살 생일을 기념해,」

 

아즈사「부적을 봉납하러 가는 겁니다」

 


거기까지 노래했을 때였다. 눈 앞이 급격하게 소용돌이쳤다. 세계가 산산조각나며 부서져 흩날렸다.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며 머리를 짚고 몸을 숙이자, 뇌 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은 곡조가 들려왔다.

 

 


가도 좋아요, 좋아요

돌아가는 건 두렵지요

두렵더라도

지나가세요, 지나가세요

 

 


정신을 차리자 강한 돌풍이 불어닥쳤다. 고개가 살짝 옆으로 돌아갈 정도의 바람이었다.

옆을 돌아보자, 코끝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 대형 트럭의 뒷모습이 보였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선 아즈사는 한참 동안이나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멍하니 서 있었다고 한다.
그 때 그대로 앞으로 발을 디뎠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노래의 덕분일까.
그것만큼은 끝내 알 수가 없었다.


END

 

 

─ 짖는 이누미 ─

 

히비키「이거 참, 왜 이러는 거지? 그만 짖어, 이누미!」

 

꾸짖음도 아무 소용 없이 이누미는 짖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히비키는 당혹스러웠다. 옆에서는 친구이자 아이돌을 함께 하는 동료, 시죠 타카네가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이누미를 바라보고 있다.

 

타카네「기이한… 히비키, 저는 이누미에게 뭔가 언짢은 행동이라도 한 것일까요…?」

 

히비키「지금 막 왔으니까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타카네와 만난 것은 방금 전의 일이었다. 애완동물들의 먹이를 살 겸 장을 보고 오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것이다. 이 근방에는 어쩐 일이냐는 질문에 타카네는 그저 산책 차 들리게 되었다고 답했다. 조금 묘한 대답이지만, 타카네라면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모처럼 만났으니 저녁을 먹고 가지 않겠냐는 제안에 타카네는 흔쾌히 응했다. 사무소 내에서도 둘은 특히나 각별한 사이였고, 먹을 것을 좋아하는 타카네가 저녁 식사의 권유를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해서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누며 히비키의 집에 도착한 두 명이었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무서운 기세로 짖어대는 이누미의 모습이었다.

 

히비키「이누미! 타카네는 손님이라고! 그렇게 짖으면 실례잖아! 자, 어서 그쳐!」

 

다소 고압적으로 명령하자 이누미는 짖는 것을 그쳤으나, 으르릉거리며 위협적인 태도만큼은 풀지 않았다.

 

히비키「미안해, 타카네. 갑자기 왜 이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일단 다른 방에 들여보내고 올게. 잠시만 기다려 줘

 

타카네「예, 히비키. 저는 괜찮으니 너무 신경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자리를 떠나려 들지 않는 이누미를 어떻게든 들어올리고서 히비키는 문을 열고 방 안에 들어섰다. 이누미를 내려놓자, 아직까지도 문 쪽을 바라보며 사납게 으르렁대고 있었다.

 

히비키「이누미…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어딘가 아픈 것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말을 걸어 보았지만 요지부동이었다. 타카네는 처음 보는 사람도 아닌데 어째서 이렇게나 경계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때였다. 방 안에 무기질적인 멜로디가 울려퍼졌다. 휴대전화의 착신음이었다. 히비키는 휴대전화를 꺼내 통화 버튼을 누리고 귀에 가져다 댔다.

 

히비키「여보세요?」

 

P「히비키, 지금 어디에 있어?」

 

히비키「어라… 프로듀서?」

 

전화를 걸어 온 상대방은 프로듀서였다.

 

히비키「무슨 일이야? 자신 오늘은 오프니까, 사무소에 나갈 일은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P「… 아니, 너의 일로 전화한 게 아니야. 네게 알려줄 것이 있어」

 

히비키「자신에게? 뭘 말이야?」

 

P「… 히비키, 침착하게 들어 줬으면 좋겠어」

 

수화기 건너편에서 프로듀서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프로듀서가 괴로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P「타카네가 죽었어」

 


히비키「… 뭐?」

 

P「촬영지로 향하는 도중에 사고로… 교통사고야. 현장에서 즉사해서…」

 

히비키「… 잠깐, 잠깐 기다려 봐, 프로듀서. 그건 어디서 들은 소리야?」

 

히비키는 다급하게 말을 끊었다. 프로듀서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히비키「프로듀서,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타카네는 여기에 있다고! 장난전화라도 받은 거 아니야?」

 


P「…… 뭐라고」

 


히비키「타카네는 자신의 집에 있다고! 방금 전에 길에서 만나게 돼서, 같이 저녁을 먹으러…」

 

P「…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히비키」

 

프로듀서의 목소리가 엉망으로 떨렸다. 곤혹스러움과, 두려움이 서린 목소리.

 

P「여긴 병원 응급실이야. … 내가 직접 와서, 타카네의 유해를 확인했어」

 

히비키「무, 슨…」

 

P「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야… 타카네는 죽었어. 교통사고로…」

 

히비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프로듀서. 분명히 타카네가 저 밖, 에…」

 


뒤를 돌아보자 타카네가 서 있었다.
문을 여는 소리는 듣지 못했는데도.

 

굽이치는 긴 은발이 색을 잃을 정도의 피에 흥건하게 젖은 채로.

절반이 넘게 형태가 망가져 광대뼈가 드러난 얼굴을 하고서.

다리는 서 있는 것이 가능할까 싶은 각도로 비틀려 부러진 뼈가 튀어나와 있다.

일그러진 턱선을 따라 허여멀건 뇌수를 뚝뚝 떨어트리고 있는 가운데, 그 입만이,

마치 혼자서만 살아있는 것처럼, 소름끼치게 비틀려 있다.

 

 

 


히비키, 혼자는 외롭습니다

 

 

부디,

 

 

함께.

 

 

 

발밑의 이누미는 여전히 짖고 있었다.


END

 

 

 


─ 소원을 들어주는 ─


미키「… 정말로, 악마 씨인 거야?」

 

노인「그렇다. 보는 대로 악마다」

 

낮잠에서 깨어난 호시이 미키는 졸린 눈을 비비며 자신의 앞에 선 인물의 흐릿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히 사무소 안에서 자고 있었을 텐데, 대뜸 나타나선 자신을 악마라고 소개하는 이 처음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부자연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어째서인지 경계심은 들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 사람은 실로 인자해 보이는 인상의 노인이었기 때문이다.

 

미키「하지만… 평범한 할아버지로밖에 안 보이는 거야」

 

노인「뭐, 인간의 모습을 빌렸으니까. 그렇다 해도 엄연히 악마다. 증거를 보고 싶다면 뭔가 소원을 빌어 봐라」

 

미키「음, 그럼 주먹밥을 먹고 싶은 거야」

 

노인「주먹밥인가. 그것은 어떤 것이지?」

 

미키「어떻냐고 해도… 주먹밥은 주먹밥인 거야. 이렇게 생겨서, 이렇게 먹는 거야. 맛있는 거야」

 

노인「잘 모르겠군. 너의 기억을 조금 빌리겠다」

 

미키「에? … 앗, 윽…」

 

잠시 머리가 아찔해졌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미키는 눈을 질끈 감았지만, 현기증은 아주 잠시뿐이었다.

 

 

노인「눈을 떠 봐라」

 

미키「… 앗, 주먹밥이다」

 

노인「먹고 싶은 거겠지? 먹어도 좋아. 그건 대가를 받지 않겠다」

 

미키「정말!? 고마운 거야, 악마 씨!」

 

미키는 주먹밥을 집어들고 한 입 베어물었다. 확실하게 주먹밥이었다. 묘하게 따끈하기까지 했다.

 

미키「… 하지만 내용물이 없는 거야. 밋밋해」

 

노인「유감이군. 너의 두뇌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외형만을 본땄으니 그 정도가 한계였다. 이제 내 정체를 믿겠는가?」

 

미키「으음… 미키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뭔가 굉장한 사람이란 것만큼은 알겠는 거야」

 

노인「말했듯이 사람이 아니다만」

 

 

주먹밥을 다 먹어치우고서, 입맛을 다시며 미키가 물었다.

 

미키「그런데 악마 씨는 어째서 미키에게 나타난 거야?」

 

노인「무얼,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종종 한 명의 인간을 골라 그 자가 이루기를 원하는 소원을 들어줄 뿐. 여흥이랄까, 악마라면 흔히 하곤 하는 일이다」

 

미키「소원? 미키의 소원을 들어주는 거야?」

 

노인「원한다면. 단 조건이 있다. 난 기본적으로 악마다. 0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 주지는 않아. 반드시 대가는 생긴다」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어조로 그렇게 말하고서, 노인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미키를 향해 물어 왔다.

 

노인「어떤가. 이루고 싶은 소원은 있나?」

 

미키「… 진지한 이야기 같네」

 

노인「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다.」

 

미키「그러면 미키, 소원을 말하는 거야」

 

한 번 심호흡을 하더니, 미키는 노인을 향해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키「미키의 소원은 반짝반짝하는 거야. 그 누구보다도 빛나고 싶은 거야. 톱 아이돌이 되면, 빛날 수도 있고 허니도 미키를 바라봐 줄 거야. 그러니까 미키는 톱 아이돌이 되고 싶어」

 

노인「그런가. 그것이 너의 소원이군」

 

미키「이뤄줄 수 있어, 악마 씨?」

 

노인「어렵지 않다. 지금 당장은 무리더라도 매우 빠른 시기에 이루어지도록 해 줄 수 있다. 다만 대가는 너의 죽음이다」

 

미키「에…?」

 

죽음이라는 단어를 들은 미키의 얼굴이 의아하다는 듯 굳어졌다가, 이내 당혹과 두려움으로 칠해졌다.

 

미키「그, 그런 건 싫은 거야! 반짝반짝하게 되어도 죽어 버려선 의미가 없는 걸!」

 

노인「음? 아니, 그런 것은 아니다. 널 죽이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분명 대가는 너의 죽음이지만」

 

미키「…?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는거야… 죽는 게 아니라면 미키는 괜찮지만」

 

노인「그렇다면 계약 성립으로 알겠다」

 

그렇게 말한 노인은 미키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댔다.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손바닥이 미키의 이마에 가볍게 닿고, 그걸로 끝이었다. 노인은 손을 다시 거두었다.

 

노인「됐다. 이제 너의 소원은 이루어질 것이다. 대가 역시 확실히 받았다」

 

미키「… 미키, 죽지 않는… 거야?」

 

노인「말했을 터다. 너를 죽이겠다는 뜻이 아니라고. 대가는 받았으니 난 이만 다른 인간을 찾아 떠나도록 하지. 모쪼록 만족하기를 바란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노인의 모습은단숨에 사라졌다. 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 혹시 아직도 자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 눈을 비벼 보아도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미키「… 뭐였던 걸까?」

 

 

그 때는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단지 별 의미는 없는, 한 때의 기괴한 만남이었다고 추억하게 되었을 뿐.


호시이 미키가 그 대가의 의미를 깨닫게 된 것은,


톱 아이돌이 되고 프로듀서와 결혼하여 은퇴하게 된 때로부터 약 80년 정도 후의 일이었다.

 

 

그녀는 죽을 수 없었다.


END

 

---

 

예전에 용량 부족으로 삭제당했던 글에 이야기 몇 개를 더 붙였습니다.

이왕이면 한 글에 열두 개 다 채우고 싶었는데 당장은 더 떠오르질 않네요.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