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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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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1, 2013 06:37에 작성됨.

*캐릭터의 이미지가 심하게 망가집니다.
*히로인이 많이 괴롭혀집니다. 내성 없는 분들은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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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는 화난 표정으로 병실의 문을 열었다. 그런 P의 뒤를 유키호가 안절부절못하며 따라왔다.

“리카!”
“병원이야. 좀 작게 말해주지 않겠어?”

화를 내는 P에게 리카는 아무렇지 않게 주의를 주며 웃었다. 그런 리카의 얼굴을 노려보며 P는 자신의 옆에 겁 먹으며 서있던 유키호의 손을 난폭하게 잡아 들어올리고 그 약지에 끼어진 은색 반지를 보여주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그전에 하기와라양에게 너무 심하잖아. 일단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잘 보이니 그 손 좀 놔줘. 하기와라양이 아파하잖아.”

리카가 지적하자 P는 유키호를 보았다. 유키호는 아파 눈가에 눈물이 고였으면서 고압적인 P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하며 자신의 팔을 어정쩡하게 붙잡고 있었다. P는 혀를 차며 잡고 있던 유키호의 가는 팔을 놓았다.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괜찮다고 하지만 잡혔던 유키호의 손목은 빨갛게 자국이 남으면서 유키호는 아픈 듯 그 손목을 문질렀다. P는 그것을 보다가 시선을 돌려 다시 리카를 노려보았다.

“어떻게 된 일이야? 유키호에게 물으니 네가 허락했다는데.”
“맞아. 내가 하라가와양에게 부탁해 너의 가짜연인을 해달라고 부탁했어.”

태연한 대답에 P는 더욱 인상을 썼고 옆에 따라온 유키호만이 잡혔던 팔목을 주무르며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해하고 있었다.
P는 터져 나오려는 무언가를 참고서 최대한 신중하게 물었다.

“어째서 그런 짓까지 시킨 거야?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우리가 부정하는 것만으로 끝낼 수 있었어.”
“하지만 그래서는 의혹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겠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서 기자들 뿐만 아니라 주위 팬들의 시선은 한 동안 계속 모였을 거야. 그래서는 프로듀서와 아이돌로서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없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건 옳지 않아. 거기다 이번 일로 인해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게 됐어. 특히 유키호에게 말이야.”
“저, 그렇지는…….”

유키호가 P의 말에 무언가 말하려 하다 평소와 다르게 차갑게 노려보는 P의 눈빛에 겁먹고 말을 멈췄다. 그런 유키호를 안쓰럽게 쳐다보다가 리카가 말했다.

“평소의 은혜를 갚고 싶다며 하기와라양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왔어. 난 그 제의에 응했을 뿐이고.”
“유키호는 착하지만 마음이 여린 아이야. 순간적으로 감정이 움직여 행동했을 가능성도 있어. 그걸 냉정히 거절했어야 하지 않겠어?”
“아무리 착하고 여려도 이런 일에 함부로 나설 정도로 바보는 아니야. 오히려 당신이 하기와라양에게 큰 실례를 범하고 있다는 거 알아? 하기와라양은 당신이 아는 것보다 강한 소녀였어. 바보취급 하지마.”
“유키호의 아이돌활동에 큰 피해를 끼친 건 사실이야?”
“과연 그럴까?”

리카가 P의 말을 부정하 듯 말하자 P의 눈썹은 꿈틀거렸다. 이미 둘의 표정과 분위기는 상당히 격해져 있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
“유키호씨의 프로듀서인 아이카씨와 연락을 했었어. 이런 일을 벌이는데 나와 유키호씨의 독단만 있었을 것 같아? 아이카씨도 승낙했어. 오히려 이런 큰 스캔들을 이용한 공개연애선포라면 지금의 유키호씨의 지명도를 지금보다도 훨씬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까지 말했어.”
“…….”

P는 말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터져나오려는 열을 참기 위한 것임을 리카와 유키호는 알 수 있었다.
유키호는 무서웠다. P가 이렇게까지 화내는 것은 오랜 시간 알고 지냈지만 난생 처음이었다. 알고지내던 사람의 처음보는 모습에 모습에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았다. 그것은 리카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까지 자신에게 화를 내는 연인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화를 내는 이유는 안다. 오히려 화내지 않는 쪽이 이상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남을 이용해 거짓말을 하며 지명도를 높이는 건 P가 프로듀서로서 최대한 피하던 일이다. 설사 타인의 아이돌이라해도 유키호는 예전에 P가 담당하던 아이돌이다. 결코 남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 자신은 P의 연인이다. 지금 자신의 행동은 믿고 있다고 해도 연인을 다른 여자에게 맡겨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거기에 겁먹고 이 이야기를 물릴 수는 없었다. 이런 스캔들은 최대한 빨리 억제해야만 한다. 대중의 관심은 확정만 되면 한 달도 안 되어 시들해져 버린다. 금세 새로운 스캔들과 화제에 이쪽의 일은 잊어버린다. 가짜연인 노릇은 그렇게 오래 할 필요가 없다.

“……넌 그걸로 좋은 거야?”

P가 이를 악물며 겨우 입을 움직여 물었다. 

“괜찮을 리가 없잖아. 하지만 이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최선의 방법이야. 알잖아? 기자들은 이미 확정된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확정된 그 순간에 발행부수를 높이고, 그 다음에는 새로운 이야기 거리를 찾아. 오히려 불확실한 루머일 때의 기사를 좋아하지. 잠시만 참으면 되는 거야.”
“그래, 그걸로 좋다는 거구나. 톱 아이돌로서 말이지.”

마지막 말은 확실히 자신을 비꼬는 것이었다. 그 말에 리카는 발끈해 주먹을 쥐며 P를 노려보았다. 머리에 두통이 느껴졌다. 
자신은 환자다. 보통이라면. 아니, 보통이 아니라 어지간한 심한 일이 있어도 지금의 상황이라면 P는 결코 자신에게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그것만으로 지금 이 일이 P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주고, 그 에게 큰 잘못을 저지른 건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프로듀서라면서 이 일에 사적인 감정으로 화를 내는 P에게 화가 났다.

“맞아 톱 아이돌로서 당연한 행동이야. 내 프로듀서로서 담당 아이돌을 위해 ‘가짜연인’정도는 얼마든 지 연기할 수 있잖아? 그리고 그 상대는 모르는 사람도 아닌 친했던 아이돌. 거기다 그 아이돌의 인지도를 높여줄 수 있기까지 해. 어떻게 봐도 양쪽에게 이득인 지금의 상황, 거절할 이유는 없지 않아?”

리카의 말에 P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다시 침묵에 잠겼다. 꽉 진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최대한 화를 참고 있는 것이 지금 P의 한계였다.
말을 하면서도 리카도 스스로 가슴이 아팠다. 프로듀서로서. 하지만 그는 단순한 프로듀서가 아니다. 자신의 연인이기도 하다. 어느 누가 좋다고 자신의 연인을 다른 여자의 연인으로 둔갑시킬 수 있을까. 그것도 대중들에게 공식적으로 말이다.
자신의 태도에 큰 문제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 매몰차게 말하는 게 아니라 차라리 사과를 하며 P에게 이게 최선이라고 애원을 하며 설득하는 쪽이 좋았을 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는 P는 마음을 굳게 먹지 못하고 계속 지금의 상황을 거절하며 무리하는 쪽으로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참는 것이 최선이다. 어차피 계획 된 은퇴식 때만 버티면 더 이상 소문에 신경 쓸 이유는 없다. 그것은 P도 충분히 이해해줄 것이다. 
자신이 P를 믿어주는 만큼 P도 자신을 믿어 줄 것이다.
잠시 후 P는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고개를 든 P의 얼굴에는 웃음이 피어있었다. 순간 리카는 P가 자신을 이해해준 것이라고 착각해 기뻐할 뻔 했다. 하지만 P의 웃음에는 위화감이 느껴져 있었다.

“하하, 미안 리카. 네 말이 맞아. 서로에게 이득인 일인데 거절할 이유가 없지.”
“이해해준 거구나. 고마워 P.”
“하하, 고맙긴. 당연하지. 난 국내 최고의 톱아이돌인 리카의 프로듀서인걸. 이정도는 각오해야 일할 수 있겠지? 안 그래?”
“P?”

평소와 다른 P의 위화감 어린 미소와 말에 리카는 불안함을 느끼며 상대를 불렀다. 하지만 P는 거기에 시선을 돌리며 부드럽게 옆에 있던 유키호의 손을 잡았다. 맞잡은 손은 리카가 끼었어야할 은색 커플링이 P의 손에 낀 커플링과 함께 빛나고 있었다.

“그럼 오늘 면회는 여기까지 할게. 이 일에 대해 유키호의 프로듀서인 아이카씨와 좀 더 상의를 해봐야겠어. 나머지는 내일 다시 면회를 와서 이야기할게.”
“저기, 내일이라니?”
“아무리 하기와라 유키호의 연인이라 선포를 했다고 해도 기자들이 그 말을 순순히 믿고 있을 리는 없어. 그러니 유키호의 연인으로 있는 동안은 면회는 기본적으로 한, 두 시간이 최고겠지. 물론 자고 가는 것 같은 눈에 띄는 짓은 못하고. 뭐, 리카의 몸 상태는 많이 좋아졌으니깐. 혼자서 괜찮지? 퇴원은 이번 주 주말이니깐 그 때까지는 방금 말한 것처럼 밖에 면회를 할 수 없을 것 같아.”
“저기, 그렇게까지 해야 돼?”
“해야지. 그러기 위해 주위에 폐까지 끼치며 이런 가짜연인을 연기하는 건데.”

리카가 당황하자 P가 웃으며 차갑게 말했다. 그 웃음에 왜 위화감을 느꼈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그 웃음은 냉소(冷笑)였다. 평소에 다정하던 P로서는 짓지 않던, 상대를 비웃거나 무시하는 그런 차가운 웃음이었다.

“할 수 있지, 리카? 네가 주도한 일이잖아? 이 정도는 견뎌야지. 국내 최고의 톱 아이돌이잖아? 너와 유키호를 위해 하는 일이잖아? 혼자서 괜찮지?”
“…….”
“그럼 그렇게 알고 있어. 나머지는 나중에 전화로 이야기 해 줄게.”

그러면서 P는 손을 맞잡은 유키호를 끌고나가며 병실에 나섰다. 당황하다가 그런 P를 그냥 보내던 리카는 뒤늦게 침대에서 내려와 병실문을 열고 P를 부르려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이 병실문을 열자 그 앞에 바로 P가 차갑게 자신을 노려보며 서 있었다.

“무슨 일 있어?”

그 모습에 리카는 주눅 들어 움찔 떨고 몸을 움츠렸다.

“그, 할 말이 있어서…….”
“무슨 말인데?”
“저기, 화났어?”

리카가 조심스레 올려다보며 묻자 P는 싱긋 웃었다.

“아니. 아까까지 화났는데 지금은 아니야. 왜 화가 나겠어? 오히려 바보 같던 건 나였는데.”

웃으며 말하는 P의 모습에는 평소에는 느낄 수 없었던 차가움이 느껴졌다. 그 모습에 겁이 나 리카는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사과를 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
“할 말은 그게 끝?”
“……저기,”
“왜?”

순간적인 P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그 고압적인 어투에 리카는 더더욱 몸을 움츠렸다. 평소라면 여기서 P는 자신을 걱정하며 부드럽게 감싸줘 침대로 데려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았다.
겨우 용기를 내어 사과를 했다.

“……미안해.”
“뭐가?”

P는 냉정하게 되물었다. 진심으로 모른다는 듯한 어투였다.

“그게…….”
“퇴원이 얼마 안 남았다 해도 퇴원 후에도 휴식을 취해야 하는 몸이야. 더 할 말 없음 이만 침대로 가주겠어?”
“……알았어. 미안…….”

눈물이 핑 돌 것 같았다. 목이 메이는 것을 느끼며 더는 말하지 못하고 마지막 사과와 함께 침대로 되돌아갔다. 그러자 병실 문이 닫히면서 고요한 정적만이 맴돌았다.
병실의 에어컨 바람이 찼다. 평소에는 적당했던 온도가 차갑게 느껴져 몸을 떨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스스로 몸을 감싸며 다리를 끌어당겨 웅크려 누웠다.
그리고 몸을 떨었다.

“우, 우-”

눈물이 흘러내렸다. 요즘 들어 자주 울었지만 오늘은 특히나 서럽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저렇게까지 화를 낼 줄은 몰랐다. P라면 이해해주며 자신을 용서해주며 위로해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늘 다정하게 대해주던 그에게 너무 어리광을 부린 것일까?
설마 오늘 일로 화가나 자신에게 정이 떨어진 것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다. 그렇게 간단히 이별을 생각하는 남자가 아님을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겨우 울음이 진정 되었을 때 핸드폰을 열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P의 번호를 누르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연결음이 들리고서 P가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여전히 차가운 어투에 주눅이 들었지만 이번에는 떨면서도 말할 수 있었다.

“저기, 바빠?”
-765프로에 와서 아야카씨와 상의를 하다가 잠시 쉬는 중이야. 있다가 리츠코씨와 다른 프로듀서분들이 오면 더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아.
“그, 그렇구나. 저기, P.”
-왜? 바쁘니깐 용건만 말해줘. 일의 진척상황은 나중에 따로 보고해줄 테니깐.

차갑게 끊어내려는 어투에 마음이 부서질 것 같은 걸 참으며 리카는 겨우 사과를 건넸다.

“그, 정말 미안해. 연인으로서 이런 부탁이 잘못 되었다는 건 알지만 이 방법이 최선이었어. 정말 미안해.”
리카가 겨우 용기를 내어 사과를 하자 P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한 숨을 쉬고서 P는 리카를 불렀다.
-저기, 리카.
“응?”

무언가 기대감을 갖고 대답했다. P는 다정하다. 이렇게 사과하면 자신을 위해하며 용서해줄 것이다. 하지만 이어진 것은 P의 질책하는 목소리였다.

-네가 한 말 잊었어? 
“어, 어? 무슨 말이야?”

리카가 당황하며 되묻자 P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가짜 연인이라 해도 현재 난 유키호의 연인이야. 말을 하는 데 조심해야하는 거 아니야? 유키호의 가짜연인을 연기하는 동안은 말을 조심해. 누군가 듣고 있을 지도 모르니깐.
“저기, 그게 무슨 말이야?”
-하아, 리카의 연인인 건 맞지만 그걸 숨기기 위한 연기잖아? 그러니깐 이때까지는 너와 내가 연인사이라는 걸 잊으라는 거야. 지금은 평범한 프로듀서와 아이돌. 그 관계만 기억하면 돼.
“저기, 그게 무슨?”
-그래서 커플링까지 타인인 유키호에게 양도한 거 아니야? 아, 리츠코씨가 오셨네. 아무래도 또 회의를 해야할 것 같으니 이만 끊을게.

리카는 충격을 받아 P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전화가 끊기기전 P는 마지막으로 리카에게 차갑게 말했다.

-잊지마. 유키호와의 가짜연인이 끝나기 전까지 우리는 단순한 아이돌과 프로듀서일 뿐이야.

그리고 전화는 끊겼다. 뚜- 거리는 휴대폰소리를 들으면서도 리카는 핸드폰을 내려놓지 못했다.
연인사이가 아니라고? 잊고 있으라고?
단순한 아이돌과 프로듀서일 뿐이라고?
리카의 머릿속에는 그 말들이 되풀이 되고 있었다.

“하하, 거짓말이지, 화가 나서 그냥 감정에 마고 내뱉은 것 뿐이지? 하하, 괜찮아. 잘못은 내가 한 거니깐 모두 이해할 수 있어.”

리카는 다시 P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받아줘. 내가 잘못 했으니깐.”

자신의 노랫소리가 대기음으로 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P, 제발 받아줘.”

자신의 노래 소리가 1절의 절반을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화를 받지 않고 있었다.

“전화 받아. 받아줘. P, 전화 받아. 제발 받아줘. 사과할게. 내가 잘못했어. 당신이 하라는 데로 할게. 제발 받아줘.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상대의 이름을 되풀이하며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가 끊기고서 핸드폰이 울리며 P에게서 메일이 왔다.

-회의 중. 전화 하지 말 것.
“P!”

사무적인 차가운 메일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고객님의 핸드폰의 전원이 꺼져있어…….

핸드폰마저 아예 꺼 놓자 리카의 정신은 결국 깨지고 말았다. 더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리카는 급히 이불을 박차고 옷장에 넣어 놓은 자신의 사복을 꺼내 갈아입었다. 그리고 병실문을 나섰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급히 달려갔다.

“어, 리카씨? 어디 가세요?”

그를 발견한 간호사가 리카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앞을 막아서며 물었다. 리카는 어딘간 망가진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퇴원소속을 하려고 하는데요. 의사선생님에게 듣기로는 지금 당장해도 된다는 걸로 들었는데 말이죠.” 

리카의 말에 간호사를 리카의 모습을 흩어보았다. 붕대를 묶고 있는 머리를 제외하면 이상한 점은 없었다. 하지만 저번의 발작과 지금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와 웃음을 보면 결코 정상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간호사는 리카를 자극하지 않게 웃었다.

“그럼 담당 의사선생님을 불러 의견을 물어야하니 병실에서 잠시 기다려 주시겠어요?”
“전 지금 당장 나가봐야 해요.”
“리카씨.”
“당장 나가봐야 해요. 된다했잖아요. 퇴원해도 된다고 했잖아요. 그러니 퇴원시켜줘요. 당장 그 사람을 만나야 해요.”

심상치 않은 리카의 모습에 간호사는 급히 옆에 다가와 자신들을 쳐다보는 간호사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다른 간호사는 곧바로 담당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모습을 보고 리카를 상대하던 간호사는 웃음을 유지하며 리카를 설득했다.

“저기, 리카씨 진정하고 기다려 주시겠어요? 선생님이 곧 오실 겁니다.”
“하하, 전 괜찮아요. 흥분하지 않았다고요. 그저 퇴원만 시켜주시면 되요. 그리고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데 방해만 하지 않으시면 되요.”

간호사는 식은땀을 흘리며 천천히 리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팔을 잡아 병실로 돌려보내려는 데 그 손을 리카가 쳐냈다.

“여기서 기다릴 게요. 그럼 되죠?”

리카는 웃으며 그리 물었다. 그 웃음은 굉장히 불안한 것이 이미 금이 가기 시작한 빙판처럼 위험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담당의사가 리카와 간호사가 실랑이를 버리는 곳에 달려왔다. 의사는 리카의 모습을 보더니 이내 인상을 썼다. 이야기는 전화로 대강 들었다. 그리고 결론도 리카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내릴 수 있었다.
퇴원불가. 

“하하, 이제 오셨네요. 선생님, 저 퇴원하고 싶어요. 퇴원시켜 주시겠어요? 저번에 된다고 하셨잖아요.”

의사는 리카에게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리카씨, 퇴원을 위해서는 보호자분에게 먼저 연락을 해야합니다. 현재 보호자 분은 P씨로 되어있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어 당장은 힘들 것 같군요. 좀 기다려주시겠어요?”
“아, 그렇군요. 하하. 그런 이야기라면.”

리카가 이해한 듯 웃자 간호사들과 의사는 잠시 마음을 놓을 뻔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리카의 말에 곧바로 긴자을 해야만 했다.

“그럼 문제없어요. 왜냐하면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으니깐. 그 사람과 직접 만나 퇴원 이야기도 할게요. 그러니 일단 밖으로 보내주시겠어요?”

될 리가 없다. 지금의 대답으로 의사와 간호사들은 확신했다.
지금의 리카는 정상이 아니었다. 
의사와 간호사는 리카의 몸을 옆에서 잡아 밀며 리카를 병실로 보내려 했다.

“그게 불가능합니다. 죄송합니다. 일단 병실에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최대한 빨리 보호자분과 연락을 하고서 퇴원소속을 이루어드리겠습니다.”

리카는 끌려가면서 사나운 표정을 짓고 소리쳤다.

“그러니깐 그 사람을 만나러 간다는 거잖아요! 놔요, 당장 놔요!”
“진정하세요! 지금은 규칙상 밖으로 내보낼 수 없습니다!”

그러고 발버둥 치는 리카를 두 명의 간호사와 남자의사가 힘들게 끌고 가고 있었다.
리카는 주위의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당신들도 나에게 거짓말 하는 거야? 당장 퇴원할 수 있다며? 그럼 당장 퇴원 시켜줘!”

이 사람들도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 
P도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 계속 자신의 곁에 있어준다고 했으면서. 그런데 자신의 연락을 피하면서 핸드폰을 꺼났다.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리카가 더욱 날 뛰려 할 때 겨우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서 의사가 급히 그녀에게 진정제를 투여했다. 그러자 좀 더 소리치며 날 뛰려던 리카는 눈을 부릅뜨다가 이내 눈을 감으며 잠들었다.
리카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 흘러내렸다. 



유키호는 P의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유키호의 퇴근길을 P가 자신의 차로 데려다주는 것이었다. 어쨌든 연인으로서 세상에 알려줬다.
그럼 최소한 연인 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프로듀서들의 의견이었다. 유키호의 남성공포증은 연예계에 관심이 좀만 있다면 유명한 이야기였다. 그로 인해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P와 연인사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그것을 뒤엎을 방법이 생겼다. 
P는 예전 765프로의 프로듀서였다. 그 때 당연히 유키호를 담당해 유키호를 위해 힘써줬고, 그런 프로듀서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 유일하게 아버님을 제외하고 대할 수 있는 남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내 그는 유키호에게 있어 유일하게 그를 이해해주고, 반대로 다가갈 수 있는 소중한 남성이 되어 결국 둘은 연인이 되었다.-라는 스토리까지 정해져 저녁에 뉴스가 나기까지 했다. 드라마 같은 이야기에 유키호의 공개연애는 많은 지지층까지 얻으면서 인지도가 높아질 것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프로듀서는 차를 타고 가면서 말이 없었다. 그런 프로듀서에게 리카의 병실에서의 일도 있어 겁이 난 유키호도 말을 걸지 못했다. 유키호의 집 앞에 도착해서야 프로듀서가 겨우 입을 떼었다.

“미안해 유키호. 괜히 우리 때문에…….”
“그,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제가 고집부린 거니깐……. 리카씨에게 화내지 마세요.”

유키호가 걱정스럽게 그리 말하자 P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고. 리카일은 걱정 하지마. 그냥 작은 다툼이니깐. 그럼 이만 잘 들어가. 아, 다음에 시간 날 때가 언제인지 알려 줄 수 있어?”
“그게, 아마 토요일일거에요. 왜 그러시죠?”

유키호가 의아해하자 P는 머리를 긁적였다.

“일단 가짜라도 연인이니깐. 거기다 공개연인이 되었으니 데이트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아서. 그 때 시간을 비워 놓을 테니깐, 폐가 안 된다면 그날 만날 수 있을까? 자세한 건 나중에 자세히 정해서 말해줄 테니깐.”

갑작스런 P의 데이트요청에 유키호는 놀라 눈을 둥그랗게 떴다. 그러다가 이내 쑥스러움에 볼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괜찮을 것 같아요.”
“하하, 이런 데이트 요청을 받아줘서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유키호가 남자를 무서워하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무리한 것을 요구해서.”
“그, 그렇지 않아요! 폐는 저도 끼치고 있고, 거기다 프로듀서는 무섭지 않으니…….”
“그것만이 아니라 마음에도 없는 남자와 ‘가짜연인’을 연기하게 해서 미안해.”

P가 정중하게 그리 사과하자 유키호가 급히 손을 흔들었다.

“아, 아니에요. 그건 제가 요구한 걸요. 프로듀서가 사과하실 필요는 없어요. 거기다…….”

유키호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푹 숙였다. P는 그런 유키호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유키호의 말을 기다렸다.

“저, 마음에도 없는 남자가 아닌 걸요?”
“응? 뭐라고?”
“아, 아니에요! 그냥 혼잣말이었어요! 안녕히 가세요!”

유키호는 자신의 작은 말을 프로듀서가 못 알아듣자 즉시 빨개진 얼굴로 부정하며 급히 집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가슴이 마구 뛰었다. 오늘 리카와 프로듀서의 싸움을 바로 곁에서 보고난 후다. 프로듀서에게 그런 말로 고백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격하게 싸운 후의 둘을 보고난 뒤, 특히 전화통화까지 들은 후에는 희미한 희망 같은 것을 느꼈다.

“……진짜면 안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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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번편에는 농담 안하고 마지막에도 경고합니다. 스토리는 더욱 암울해지고 괴로워질 것 같습니다. 더 심해질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러하니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하차해주세요. 잔인한건 안 나오지만....
문넷에서 연재할 때는 이전에 투표를 했었습니다. 자중할지, 말지를 갖고요.
그랬더니 투표결과 압도적으로 자중하지 말라고....... 즉 제 소설의 리카가 구르는게 심하다면 그 사람들 탓이니 그 사람들을 탓하세요~ 하하~

P.S : 저 765아이돌들은 괴롭힌 적 없다고요? 
        ....아, 미키.....!
        .....훈훈달달네잎으로 불리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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