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야생의 아이돌이 나타났다 - 03

댓글: 11 / 조회: 1659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5-07, 2014 22:50에 작성됨.

1. 소녀에게 말을 건다.   <--

2. 원래 생각했던 대로 백화점으로

3. 공원을 더 돌아다녀본다.

 

 

“자, 잠깐만!”

 

남자인 내가 봐도 혀를 내두를만한 스피드로 달려가던 소녀는 내 부름에 마치 스포츠카가 급제동을 밟는 것처럼 멈춰 섰다.

 

“네? 부르셨나요?”

 

갑작스럽게 이 소녀를 멈춰 세워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불렀는데 뭐라고 해야 할까.

 

“저…. 운동을 좋아하는 모양이네.”

 

“네! 운동 좋아합니다! 몸을 움직여서 땀을 실컷 흘리면 건강해진다구요!”

 

“하하…. 건강해보이네. 그래, 그렇게 몸을 움직이는 게 좋다면 다른 쪽으로 움직여보는 건 어때?”

 

“다른 쪽이요?”

 

갈색 웨이브의 긴 머리를 올려 묶은 소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 운동능력으로 댄스를 해보는 건 어떻겠니. 아, 난 이런 사람이야.”

 

나는 소녀에게 다가가 우리 사무소의 명함을 내밀었다.

 

“아이돌, 해보지 않겠니?”

 

“아, 아이돌인가요?”

 

“그래, 분명 재미있을 거야. 움직이면서 땀을 흘리는 걸 좋아한다고 했지? 그럼 아이돌이 적격이라고. 아이돌이 되면 말이지, 네가 흘리는 땀이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해줄 수 있을 거란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인기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나도 내가 이렇게 말을 청산유수 같이 할 줄은 몰랐다. 내가 말하고 내심 내가 놀랐으니까. 

소녀는 한동안 명함과 나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더니, 곧 흥미가 동한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거 재미있어 보이네요!”

 

[퀘스트 시작 : 전력열혈!!]

 

“오옷?!”

 

갑작스레 뜨는 메시지에 나는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내 눈앞에 있는 운동소녀가 레어 등급 아이돌? 게다가 드디어 레어 등급 아이돌을 스카우트할 수 있는 퀘스트를 받게 되었다. 역시 말을 건 보람이 있군.

 

“사무소에 들어가게 되면 무엇을 하나요?”

 

“일단은 곧바로 아이돌이 될 수는 없으니 너를 제대로 된 아이돌로 만들기 위한 레슨을 받게 될 거야.”

 

“레슨인가요!!”

 

“그래. 한동안은 레슨을 통해 노래, 댄스, 비주얼을 갈고 닦아야 아이돌 활동을 할 수 있지. 우리 사무소는 설립된 지 얼마 안 됐지만, 너를 최고의 아이돌로 만들기 위해 모든 힘을 다 할 거야. 약속할게.”

 

“으음…. 하고는 싶지만 그래도 부모님께 여쭤봐야겠어요.”

 

노노는 그냥 서명했는데?

아, 설마 노노는 가챠 오디션으로 얻은 아이돌이라 그런가?

 

“실례가 안 된다면 같이 저희 집에 가주실래요? 혹시 반대 하실지도 모르니 같이 가서 설득해주세요!”

 

“아이돌, 확실히 하는 거니?”

 

“네! 왠지 불타오르네요!”

 

퀘스트 아니었나? 뭐 이리 일사천리로 흘러가지? 나는 좋지만.

 

“좋아, 내가 성심성의껏 설득해주지.”

 

“자, 그럼 갑시다!”

 

소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가지고 있던 럭비공을 옆구리에 끼고 달리기 시작했다.

 

“따라오세요! 안내해드릴게요!”

 

“…나도 뛰어야 되는 거냐.”

 

“물론이죠! 달리는 겁니다!”

 

어쩔 수 없나…. 일단은 이 아이가 말하는 걸 다 들어줘야지. 무엇이 퀘스트인지 모르니까.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소녀의 집이 당연히 이 근방에 있을 줄 알았다. 그러니까 달린다고 하는 거겠지. 멀면 버스라든지 타는 게 당연하잖아?

하지만 그 페이스 그대로 장장 5km를 달릴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헉…. 헥, 헥, 얼마나, 더, 가는, 거니?”

 

“이제 다 왔어요! 힘내세요!”

 

5km를 전력으로 달리고 있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평온한 표정의 소녀는 마치 터미네이터 같았다. 페이스 조절까지 하면서 달렸는데도 불구하고 중간부터 더위 먹은 강아지마냥 헉헉대고 있는 내가 보기엔 충분히 그랬다. 몇 번씩이나 그냥 포기하고 따라가지 말까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번에야말로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이 악물고 달렸다.

 

“자,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

 

“아…. 멀기도… 하구나….”

 

“5km 정도야 매일 달리는 거리니까 가깝지 않나요?”

 

“그건, 네 기준이겠지….”

 

“자, 어서 오세요! 여기가 저희 집이랍니다!”

 

오아시스 같아 보였다.

사랑스러운 딸이 다 풀어헤쳐진 양복 입고 헉헉거리는 남자와 함께 집에 들어오면 부모님이 참 많은 생각을 하실 것 같기에, 들어가기 전에 숨을 가다듬고 옷매무새를 정리한 다음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다녀왔어요! 손님이랑 같이!”

 

[퀘스트 완료 : 전력열혈!!]

 

내가 소녀의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퀘스트 완료를 알리는 메시지가 떴다. 결국 그 5km를 전력질주 하는 것이 이번 퀘스트 완료 조건이었던 것 같다.

이미 퀘스트가 완료된 상태였으므로 소녀의 부모님과의 이야기는 순탄하게 흘러갔다. 우리 딸을 잘 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부모님은 소녀가 우리 사무소에 들어오는 것을 승낙해주셨다.

 

“처음 뵙겠습니다, 히노 아카네입니다! 8월 4일에 태어난 17살, 좋아하는 음식은 차입니다!!”

 

“…차는 음식이 아니라 음료겠지.”

 

“에…? 아, 그렇죠!! 그럼, 좋아하는 음료는 차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사무소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아카네의 자기소개가 끝나자, 치히로 씨와 케이 씨의 박수소리가 뒤따랐다. 물론 노노도 아주 작게 박수를 쳐주었다.

 

“참 희한한 자기소개로군.”

 

“그런가요?”

 

“보통 다른 사람들한테 처음 자기를 소개할 때 좋아하는 음식 얘기는 안 하지 않나?”

 

“좋아하는 음료에요.”

 

“…내가 방금 지적했던 거잖아.”

 

 

히노 아카네

 

레어 등급 패션 타입 댄스형

나이 : 17세

키 : 148cm

체중 : 40kg

생일 : 8월 4일

혈액형 : AB형

BWH : 80-60-82

취미 : 럭비 관전

친애도 : 20/100

기본스킬 : 전력 트라이 (라이브 배틀 시 자신의 능력치 소폭 상승)

각성스킬 : 폭주 대쉬 (각종 이벤트 시 패션 타입 아이돌들의 댄스 능력 대폭 상승)

 

 

역시나 레어 아이돌이라고 할까, 기본스킬은 노노의 기본스킬과 스킬 이름만 다르고 효과는 같았지만, 각성스킬은 이 게임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는 내가 봐도 상당히 좋은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오오….”

 

내가 감격에 빠져 있는 동안, 아카네는 대단한 기세로 치히로 씨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붙임성도 좋고, 아이돌에 딱 맞는 성격이라 마음에 드는군. 특히나 우리 사무소의 첫 번째 아이돌을 생각하면, 지금 같은 아카네의 성격은 정말 좋다고 본다.

 

“그럼 레슨은 지금 당장 하는 건가요?”

 

“아니, 네 본격적인 연습생 생활은 내일부터 하게 될 거야.”

 

“내일인가요? 크으…. 전 지금 당장 레슨을 받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는데!”

 

“의욕이 넘쳐서 좋구나, 하지만 이쪽도 준비할 것들이 있으니까.”

 

“하긴 그렇겠네요. 그럼 오늘은 온 김에 사무소의 일이 끝날 때까지 여기 있어도 되나요?”

 

“응, 그러도록 해. 안 그래도 조금 있으면 마무리 단계니까.”

 

레슨을 모두 마치고 소파에 앉아있는 노노의 옆에 앉은 아카네는 불편해하는 노노의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것저것 말을 걸더니, 곧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으으…. 가만히 있는 건 역시 좀이 쑤시네요!”

 

그러더니 안 그래도 좁은 사무소를 쥐 잡듯 뒤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녀석이구만.

 

“저기, 아카네쨩? 정 그렇게 몸을 움직이고 싶으면 이거 한 번 해볼래?”

 

보다 못한 케이 씨가 노노에게 가르쳤던 기본 스텝을 아카네의 앞에서 보여주었다.

 

“아, 댄스레슨인가요!”

 

“제대로 된 레슨은 내일부터 하게 되겠지만, 이건 간단한 예습 같은 거라고 생각하렴.”

 

“호오! 그럼 한 번 해보겠습니다!”

 

아카네는 한두 번 몸을 휘청휘청 하더니, 이내 케이 씨가 보여준 스텝을 멋들어지게 소화해 냈다.

 

“이렇게 하면 되나요? 이거 꽤 재미있네요!”

 

“대단하네, 아카네쨩은. 그저 한 번 보여준 것뿐인데 상당히 깔끔하게 해냈어.”

 

놀란 것은 케이 씨뿐만 아니라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던 나와 치히로 씨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레어 아이돌에 댄스 특화는 다르군.

 

“대단하네요, 몸을 그저 움직이기 좋아하는 게 아니라 움직임에 센스가 있어요. 아시다시피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것’이랑 ‘몸을 잘 움직이는 것’은 다르답니다. 아카네쨩은 그 둘 다 해당되는 타입인 것 같네요. 조금만 훈련시키면 멋진 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그, 그럼, 저는 노래만 할 테니 아카네 씨가 댄스를 맡는 노선으로 가면 좋겠는데요….”

 

“아니, 그건 아니지, 노노쨩.”

 

“안 되는 건가요, 그럼 안 되는데요….”

 

“으으…. 몸을 더 많이 쓰는 스텝은 없나요? 끓어오르는데요!!”

 

“후훗, 그러니까 그건 내일 가르쳐 준다니까.”

 

거 참, 한 녀석은 의욕 없음에 한 녀석은 의욕과다인가. 아카네의 의욕을 한 움큼 덜어서 노노에게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2일차가 끝나고 3일차 4일차는 두 사람의 레슨에 중점적으로 힘을 쏟고, 이제 5일일차.

 

“우우…. 레슨하고 싶어….”

 

연습실로 가고 있는 와중에도 뭐가 그리 급한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옆에서 다른 의미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노노와는 천양지차로군. 대충 예를 들자면 공을 든 주인을 보고 있는 강아지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의 차이라고 할까.

 

“그럼 오늘도 맡길게, 케이 씨.”

 

“네, 사장님은 오늘도 스카우트인가요?”

 

“그래야지. 두 명만으로는 아직 부족하니까.”

 

“그럼 좋은 소식 기대할게요.”

 

“아아, 그럼 케이 씨도 수고하라고.”

 

위치가 위치다보니 치히로 씨와 케이 씨에게는 사장님이라고, 노노와 아카네에게는 프로듀서라고 불리고 있다. 언젠가 우리 사무소가 발전해서 돈도 많이 벌게 되면 그땐 프로듀서를 영입하든지 해야지.

 

자, 그럼 오늘은 좋은 일이 있었으면 하는데….

앞선 며칠과 마찬가지로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예의 메이드 카페로 향했다. 메이드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레어 아이돌인 아베 나나의 스카우트를 위해서였다.

 

“아, 오늘도 오셨군요, 주인님!”

 

“오늘도 활기차네, 나나는.”

 

“넷-! 나나는 열일곱 살이니까요!”

 

열일곱인데 이 시간에 학교가 아니라 이런 곳에서 알바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지만 묻지는 말자.

 

“그런데 주인님이야말로 무슨 일을 하시는데 이 시간에 이런 곳에 오시는 거죠?”

 

“나? 하하, 걱정 마. 일은 제대로 하고 있으니까. 작은 아이돌 사무소를 하고 있거든.”

 

“에에? 아이돌 사무소요?”

 

“응, 차린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아이돌 연습생도 둘밖에 없지만, 열심히 해서 규모를 키워가야지.”

 

“헤에…. 그럼 혹시 스카우트하러 다니시는 건가요?”

 

“그런 셈이지, 아직 제대로 스카우트한 사람은 한 명뿐이지만.”

 

나는 어제 휴대폰으로 찍었던, 트레이닝복을 입은 아카네가 브이를 그리고 있는 사진(그리고 옆에 진이 빠진 듯한 모습의 노노가 누워있는)을 나나에게 보여주었다.

 

“이 애야.”

 

나나는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표정으로 나에게서 폰을 건네받아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예쁘네요….”

 

“그렇지? 이래 보여도 프로듀서니까, 보는 눈이 없지는 않다고.”

 

“그렇군요…….”

 

“나나?”

 

“에? 핫! 네!”

 

그때까지 사진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던 나나는 내가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어색하게 웃으며 폰을 돌려주었다.

 

“왜 그래? 아는 애야?”

 

“아뇨, 그냥 웃는 모습이 예뻐서…. 아, 아핫. 그나저나, 프로듀서셨군요.”

 

[퀘스트 시작 : 소녀의 꿈은 언제까지나]

 

어라, 이거 설마…?

이곳에서 나나를 만난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나를 찾아온 보람이 있군. 드디어 나나를 스카우트할 수 있는 퀘스트를 받았다. 

 

“저기…. 주인님?”

 

“응.”

 

“저…. 그러니까…. 만약 시간이 되신다면, 여기 한 번 와주실 수 있나요?”

 

나나는 메이드복 주머니에서 명함 비슷한 것을 하나 꺼내 나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시간이 되신다면, 이에요. 꼭 와달라는 건 아니고….”

 

이건 아키바 소극장 입장권?

어디…. 공연 날짜는 오늘부터 닷새 후로군.

 

“음…. 닷새 후라…. 뭐, 괜찮겠지. 갈게.”

 

“저, 정말인가요? 아니 그게, 시간이 안 되면 꼭 오실 필요는 없어요.”

 

“그래도 나나가 오라는데 가봐야지. 될 수 있으면 꼭 가도록 할게.”

 

가야지 그럼, 레어 아이돌을 스카우트할 찬스인데. 갑자기 이런 곳에 오라고 하는 건 분명 퀘스트와 관련된 일이겠지.

 

“가, 감사합니다! 나나, 기뻐요!”

 

“그렇게 기뻐할 것까지야.”

 

나나가 준 입장권을 지갑 안에 소중히 챙긴 후, 나나와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다가 카페를 나왔다. 좋아, 레어 아이돌 스카우트의 실마리를 또 챙길 수 있게 되었군.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수확이라 할만 했다. 괜히 메이드 카페를 매일 드나든 게 아니라고.

 

조금 더 거리를 돌아다니다 문득 생각이 난 공원으로 향했다. 그래, 아카네를 만날 때 가려고 했던 그 공원이다. 

동네 공원치고는 의외로 넓고 시설도 좋아서 감탄하던 차에, 한 소녀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무언가를 찾는 것 같은 몸짓을 하고 있었다. 그걸 그냥 가만히 보고 있기도 그래서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저기, 실례지만….”

 

“아, 네?”

 

“뭘 찾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

 

“네, 맞아요. 휴대폰에 달고 있던 스트랩인데, 이 근방을 산책하다가 잃어버린 것 같아서요.”

 

“괜찮다면 같이 찾아줄까?”

 

“네? 말씀은 고맙지만 처음 보신 분한데 폐를 끼치기는….”

 

“그런가, 그래도 한동안 이 근처에 있을 생각이니 어떻게 생겼는지 얘기라도 해줄래? 만약 발견하게 되면 알려줄게.”

 

“아, 갈색 곰돌이 모양의 스트랩이에요.”

 

“음, 잘 알겠어. 만약 보게 되면 줄 테니까.”

 

“네, 감사합니다.”

 

곰 모양이라고 하지 않고 곰돌이 모양이라고 하다니 역시 소녀감성은 다르네. 어쨌든 느긋하게 휴식이나 취하다가 찾으면 좋은 거고 아님 말고.

천천히 걸으면서 앞으로 사무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하다가 잠시 벤치에 앉아서 쉬기로 했다.

 

“응? 뭐야 이거.”

 

자리에 털썩 앉았다가 엉덩이에 뭐가 걸리는 것이 있어서 다시 일어나 보니, 갈색 곰 모양의 휴대폰 스트랩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틀림없이 아까 전의 여자아이가 말했던 그것이었다.

 

“어이, 찾았다.”

 

한참 잔디밭을 뒤지고 있던 여자아이에게 다가가 스트랩을 내밀었더니, 얼굴이 대번에 밝아져서는 내게 연신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친구에게 받았던 소중한 것이었거든요.”

 

깔고 앉았었다는 말은 하지 말자.

 

“어떻게 감사의 말을 해야 할지….”

 

“고마우면 아이돌 한 번 해볼래?”

 

“네?”

 

“농담이야.”

 

“깜짝 놀랐어요, 갑자기 아이돌이라니.”

 

“아니, 뭐. 아이돌 관련 일을 하고 있거든. 그래서 그냥 해본 말이야.”

 

“권유는 고맙지만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요.”

 

“나도 그냥 농담으로 해본 말이니까.”

 

“그럼 저기….”

 

“응? 아, P라고 해.”

 

“P씨는 그런 일을 하는 건가요? 그 길거리 캐스팅이라고 하나요, 그….”

 

“그렇지. 방금 전까지도 찾고 있었어, 지금은 쉬고 있지만.”

 

“왠지 대단하네요.”

 

“그다지 대단하진 않지만.”

 

어째 대화가 계속 이어질 것 같은데, 계속 서 있는 것도 그러니 벤치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어째 같이 이야기하고 있자면 느긋하고 온화한 분위기가 되는 느낌이 드는 여자아이였다. 

 

“산책이 취미라…. 괜찮은 취미네.”

 

“아, 정말인가요?”

 

“응, 느긋하게 걷다보면 평소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마련이거든.”

 

“아, 그거 저도 알아요. 저도 그런 게 좋아서 산책을 하는 거니까요.”

 

“그래, 예를 들면 저…. 허?”

 

“엣?”

 

설명을 위해 주위를 둘러보던 중, 그림자의 위치가 상당히 바뀌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황급히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아니 몇 마디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시간이 이 지경으로 흐르도록 눈치 못 챈 거지? 이 아이의 느긋한 페이스에 완전히 말려들어갔어!

 

“미안, 슬슬 가봐야 할 것 같다.”

 

“아, 죄송해요. 제가 바쁘신 분을 너무 잡아두고 있었나요?”

 

“아니, 아니. 이건 내 잘못이니까 신경 쓰지 마. 애초에 잘못이랄 것도 없지만.” 

 

“그럼 오늘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것도 신경 쓰지 말고, 또 인연이 된다면 이야기하자고.”

 

“네.”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나는 걸음을 빨리해서 사무실로 향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름 묻는 걸 잊었네.

 

 

 

“오늘도 실패인가요?”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까, 괜찮은 재목을 둘 발견했어. 한 명은 조만간 스카우트를 시도할 생각이고 한 명은….”

 

“한 명은?”

 

“인연이 닿는다면 만날 수 있겠지.”

 

“뭐에요, 그게.”

 

말로는 그 공원에 자주 산책을 나온다고 했으니, 공원에 가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타이밍이 좋아야겠지만.

 

“다녀왔습니다-! 역시 레슨은 즐겁네요!”

 

“이번에야말로…. 그만두고 싶은데요….”

 

치히로 씨가 타준 차를 음미하고 있자니, 오늘의 레슨이 끝났는지 아카네와 노노가 상반된 표정과 대사로 사무소에 들어왔다. 정말 정반대네, 두 사람이.

 

“어때, 아카네. 레슨은 익숙해졌어?”

 

“물론이죠! 정말 재미있는 걸요!”

 

“너도 노노도 조금만 더 갈고 닦으면 아이돌 데뷔를 할 수 있을 거야.”

 

“두근두근하네요! 제가 아이돌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아이돌은 특별한 사람이 되는 건줄 알았어요.”

 

“그다지 특별하지 않아도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돼.”

 

“네! 저 히노 아카네, 특별한 건 없어도 건강은 있습니다!”

 

너무 건강해서 탈이지.

 

“노노는 어때?”

 

“마음이… 꺾일 것 같은데요….”

 

“그 소리 항상 하면서 결국엔 잘 따라오고 있잖아. 조금만 더 노력하자, 응?”

 

“…그렇게 말하시면, 해보긴 하겠는데요….”

 

잘 될 거라고 믿는다. 이렇게 부정적인 말을 하지만 재능은 확실했으니까. 보컬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고, 나머지 분야에서도 확실히 성장하고 있다.

 

“아, 맞다. 프로듀서.”

 

“응? 무슨 일이니, 아카네.”

 

“아이돌 연습생, 지금도 모집하는 거죠?”

 

“당연하지. 너희가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단 두 명으로 사무소 운영은 무리란다.”

 

“그럼 있죠, 제가 추천하고 싶은 애가 있는데.”

 

“호오? 진짜로? 누군데?”

 

“프로듀서가 원하시면 내가 내일이라도 물어볼 수 있어요.”

 

“아…. 그러고 보니 저도….”

 

“응? 노노도?”

 

“저보다 더 아이돌에 어울리는 사람이 학교에 있는데요…. 저 대신으로 해도 되는데요….”

 

“아니, 그건 아니지. 어쨌든 노노도 추천할 사람이 있다는 거지?”

 

“그렇긴 한데요….”

 

“그러고 보면…. 저도 어제 괜찮은 사람을 한 명 발견했네요.”

 

치히로 씨까지? 그런 사람이 있으면 제때 말을 하라고.

 

 

1. 치히로 씨의 추천

2. 노노의 추천

3. 아카네의 추천

 

 

 

----------------------------------------------------------------

1. 소녀에게 말을 건다. - 선택

2. 원래 생각했던 대로 백화점으로 - 라이라씨입니다

3. 공원을 더 돌아다녀본다. - 무나카타 아츠미

 

여기까진 쓰고 로코마로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이번에도 이걸 썼습니다.

선택지 이번에도 하나만 레어 나머지는 일반 잘 고르셔야 할 겁니다.

힌트 : 연령대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