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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나무코전(南無鼓傳)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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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8, 2013 23:31에 작성됨.
심란했던 시절은 쌓인 눈 위에 남은 발자국(雪步)이 새 눈에 덮여 보이지 않게 되듯 지나가고, 새로운 부흥기를 맞은 나무코에는 다시금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사장왕은 날이 다르게 융성해지는 나라의 모습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 정도로 만족한다면 오덕대국이 아니로다.” 왕은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지금의 모습은 과거 가장 융성하였던 날에 버금가며, 감히 선왕께서 남기신 뜻을 이었다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지 않는가. 어찌 여기에서 여남은 것을 바라겠는가, 나라를 되살린 은혜는 이루 말로 이를 수 없으나, 과욕은 화를 부를 수 있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왕이 뜻을 물었으나 말이 채 끝나기 전 향과 귀음은 간데없으니, 사장왕은 못내 아쉬워하면서 또다시 신비하게 여기니 밤낮으로 궁리하였다. 차설, 왕이 사냥을 나선 날이었다. 사장왕은 궁도에도 능통하여 새를 쏘아 맞추는 것을 자랑거리로 삼았다. 사람을 거느리고 숲을 살펴보니 이 날은 돌연 푸른 새(蒼鳥)한 마리가 왕의 눈에 띄는 것이었다. “욕심이 과함이니라.” 혀를 차며 말을 돌리려는 찰나 왕은 일순 거동에 있어 전과 같지 아니함을 느끼니, 이는 지니고 있던 비단 끈이 없어졌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황망히 놀라며 급히 사방을 둘러보니 대동한 면면(面面)은 보이지 않으며 사람의 기척이 없었으니 왕은 기이하게 생각하였다. |
동자로 말하자면 그 옷 입은 모습에서 남아(男兒)임을 알 수 있었으나 용모가 수려하니, 사마천(司馬遷) 장량(張良)을 보며 미녀보다 수려하다 한 말이 사실이었다. 영문을 모르는 왕의 모습을 보고 동자는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말하길, “모습을 보아 단순한 선비가 아니신 줄 아옵니다. 저는 유희역(遊戱驛)이라는 곳의 심부름꾼으로, 이름은 량(凉)이라 합니다. 나무코 나라를 찾아 길을 떠나는 중입니다.” 유희역이라 함은 소니라는 호족이 다스리는 큰 땅덩어리였다. 그 땅 경치가 뛰어나고 백성의 얼굴에서 덕이 느껴지니 선대 사장왕이 나무코를 세우려 할 때 으뜸된 터로 여겼던 곳이다. 그러나 소니는 콧소리를 길게 하여 그 뜻을 모른 체하며 박대(薄待)하였으니, 그 이래 유희역과 나무코의 적대함은 풀기가 심히 난해하였다. 왕은 괘씸함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짐짓 모르는 듯, “유희역은 나무코와 사이가 좋지 아니한 것으로 아는데, 어찌하여 스스로 발길을 향하느냐.” 하니, 동자 말하길, “나무코가 다시 번성함을 듣고 우리를 다스리는 소니의 어르신께서 보내시는 축하의 말을 전하러 가는 길입니다. 지난 날 유희역이 나무코와 소원(疏遠)하였던 것은 어리석음으로 인해 아이도루의 깊은 뜻을 알아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니, 그 후덕(厚德)함을 알게 된 지금 어찌 친교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왕은, “유희역의 사람들 역시 덕을 갖추었기에 선왕께서도 그 곳을 도읍 삼으려 하셨던 것이니, 지금 와서 옛 일에 얽매여 대의(大義)를 모른 체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나무코의 사람으로서도 듣기 기쁜 일이로다.” 동자는 웃으며. “이미 그 뜻은 이루어져가고 있습니다.” 하며 홀연히 걸음을 옮기는 것이었다. 왕은 그 모습을 보며 다시 거동에 있어 부자연함을 느꼈다. 눈을 깜빡이니 동자는 간데없고 사방은 다시금 소란스러우며 거느린 시종들이 눈앞에 대열하고 있었다. “이는 계시임이 분명하노라.” 왕은 급히 말을 돌려 궁을 향했다. 바삐 붓을 들어 유희역으로 보내는 글을 쓰니 모든 신하들이 놀라였다. 음무, 조심스럽게 왕의 앞에 나아가, “유희역은 나무코를 욕보인 자들이옵니다. 전하께선 그들과 친교를 바라시는 것 같사오나, 어찌 그들에게 먼저 서신을 보내신단 말입니까. 부디 거두어 주시옵소서.” 하니, 왕은 붓을 멈추지도 않은 채, “이독제독(以毒除毒)이라 함은 독을 다스리는 데에는 다른 독보다 나은 것이 없다는 말이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모름지기 만사에는 원인 되는 이치가 깃들어 있는 법이고, 그 이치야말로 현상에 통(通)하는 가장 깊은 뜻이노라. 병을 독으로 다스림은 아픔의 원인이 독임을 알아야 비로소 낼 수 있는 단방약(單方藥)이라. 내 백성의 슬픔이 혼탁한 변화 중에서도 용궁의 네 현자와 목성의 세 학자의 문제로 비롯된 것이 가장 크다는 것임을 깨달았으니, 모두의 슬픔을 달랠 방법 또한 이 한가지노라. 내 유희역의 마음 또한 깨달았으니 아이도루를 설치하게 하지 못할 법 또한 없노라.” 붓을 내려놓는 즉시 준마(駿馬)를 내어 유희역으로 향하게 하니 그 모습이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아 왕은 마음이 든든했다. 이윽고 왕은 용궁의 네 현자를 불러들이니 과연 그들은 칭송받는 학자였다. 거친 세파에 시달렸음이 분명하였으나 그들의 얼굴빛은 오히려 전보다 빛났으며 지금이라도 덕(德)을 설파할 준비가 되어있는 듯하였다. “사정이 이리하여 유희역에 설치할 아이도루에 그대들을 다시 등용하고자 하노라. 그대들을 본래의 모습 그대로 개복(開復)할 수 있게 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한 번 자리를 잡은 아이도루이기에 이는 마땅치 아니하다. 그러나 그대들을 위한 아이도루의 별실(別室)을 마련해 놓았으니 옛날에 미치지 못할지라도 그대들은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주길 바랄 따름이노라.” 하니, 네 현자는 왕의 뜻에 흔쾌히 절을 올렸다. 춘추(春秋)의 변화가 무쌍하니 바야흐로 나무코의 참된 부흥이 찾아왔더라. 소니의 일가와 유희역의 백성들은 아이도루의 도입을 국화로 수놓은 길(菊地)과 미주(美酒)로 환영하였으니, 이 화합을 보며 사람들은 나무코와 아이도루의 덕이 완전한 모습(完全版)을 찾게 되었다 하였다. 사해(四海)의 시선(詩仙)과 화백(畵伯)들이 앞다투어 그 아름다움을 그려 오며 나라의 덕이 날로 두터워져 가니, 이 모든 것이 선계(仙界)의 비상하고 예리한 책략과 절묘한 천운의 덕이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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