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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나무코전(南無鼓傳)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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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8, 2013 23:27에 작성됨.


   귀한 옷을 걸친 둘의 모습에서 광채가 휘황하고 향기가 진동하니 한 눈에 보아도 인간
(人間)의 존재가 아니었다.

    키가 작은 선녀의 얼굴엔 뚜렷한 이목구비가 시원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
. 한 손에는 작은 신수(神獸)를 들었으며 긴 머리를 높이 묶고 동백기름을 비른지라 달빛 희미한 가운데에서도 그 아름다움을 뽐냈다. 더불어 당당한 걸음에는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것이라 믿기 어려운 박력(迫力)이 있었다.

    또 한 선녀는 다른 선녀에 비해 키가 컸으며
, 몹시도 앳된 얼굴을 하고 있었으나, 그 눈에서는 짐작키 어려울 정도의 깊은 지혜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흰 빛깔의 머리가 흩날리니 구름 속에 사라진 달빛이 바로 거기에 있는 듯하였다. 한 손에는 산초(山椒) 깎아 만든 젓가락을 들었으니, 이는 신기(神器)임이 분명하였다.

    한 나라의 왕을 눈앞에서 만나는 자는 그와 대등한 자로서 위엄을 챙기거나
, 신과 민으로서 자신을 한없이 낮추기 마련이나. 두 여인에게서는 비굴함도 방약무인(傍若無人)함도 보이지 않았으니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기품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은빛의 머리를 한 여인,

    “멘요나.”

    하니
, 왕은 그 진언(眞言)의 신비한 기운에 몸 속의 탁한 기운이 순간 풀리며, 혼탁(混濁)한 세상의 이치가 분별되는 것을 느꼈다.

    “그대는 도대체 누구이기에 과인을 이다지도 놀라게 하는가?”

    선녀 대답하길,

    “나의 이름은 귀음(貴音)이며, 함께 한 나의 벗은 향()이니라. 그 이상의 것은 황진(黃塵)의 자에게 이르지 못할 바로다.”

    이에 왕은 여인이 비범함을 다시 알아보며 크게 놀라였다. 곧 주안상을 들게 하였으나 검은 머리를 한 향이란 선녀는 흐트러짐 없는 말씨로,

    “그대는 술을 즐길 그릇이 되지 못하도다.”

    하니, 목소리는 명랑(明朗)하나 그 담대함은 장수들의 기세도 꺾을 듯하고, 서릿발 같은 꾸짖음엔 몽매(蒙昧)한 자라도 단박에 잘못을 깨우칠 듯하였다.

    왕은 놀라긴 하였으나 심기가 언짢아져 말하길
,

    “과인의 용렬(庸劣)함을 꾸짖는 것인가. 왕으로서 어찌 그대들을 귀인으로 대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인가.” 향 말하길,

    “스스로의 어리석음조차 알지 못하니 태평성대는 벼랑 위의 꽃이도다.”

    귀음 역시 손의 산초저를 거두며 말하길
,

     “
()을 대접하는 것은 예()의 기본 중 하나이며, 사람이 만남에 있어 필요(必要)에 어긋나지 않는 금준(金樽)과 옥반(玉盤)은 금할 바 아니나, 시국을 생각하여 벗의 뜻을 따르라.”

    잇따른 질타에 왕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우리는 본디 흑정(黑井)의 사람이라. 비록 지극(至極)의 뜻에 이르지는 못하였으나, 스러져가는 나라의 덕을 살리지 못할 법도 없노라.”

    왕은 풍파 속에 외딴 땅을 만난 뱃사람 같은 모양으로 기뻐하였다. 왕이 앉은 자세를 바로하고 덕을 다시 세울 비책을 물으며 자신의 뜻을 설명하려 하자, 왕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향이 손을 저었다.

    “말이 길고 지루하여 모두 듣는다 한들 수가 나올 턱이 없도다. 그대에게 아이도루를 새로이 개편할 여유가 있는가.”

    “시간이 촉박하며 나라의 사정이 어려워 난점이 많노라. 제이(第二)의 방책을 듣고자 하니 어떠한가.”

    “꺼리는 일이 많아 글렀도다.”

    향의 말에 다급해진 왕이 간청하길,

    “과인에게 남은 것은 지금의 아이도루 뿐이며, 이는 돌이키기도 개혁하기도 난감하도다. 가장 지탄을 받는 세 학자 역시 중요한 자리를 맡고 있어 그들을 쉽사리 내쫓을 수도 없으니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비통함에 눈물을 흘리는 왕을 보며 향,

     “
난쿠루나이사.”

    하는 진언을 읊으니 그 신통함이 조바심을 가라앉히며
,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도 잃지 않을 평정심을 주었다. 귀음 웃으며 말하길,

    “초패왕은 퉁소소리 구슬픈 가운데에서도 진격하였고, 끝내 운명이 다하였음에도 그의 기세는 권토중래의 말로서 남아있도다. 천하 어디에 비책이 없겠는가. 비통함을 그치고 우리의 책략을 따른다면, 필히 성과가 있을 것이니라.”

    하여
, 비책을 전하니, 그 마디마디가 새로운 이치에 눈을 뜨게 하고 조리(條理)에 그름이 없더라. ()에서 비롯하여 모()와 무()를 관통하는 선녀들의 통찰에 왕은 신선한 생각이 여울(水瀬) 흐르듯 샘솟았다. 밤늦도록 이어지는 논()은 보름이나 이어졌지만, 사장왕은 물론 함께하여 듣는 신하들도 지치는 기색이 없었으니 마침내 한 가지 계략에 이르게 되었다.

    그 계략이란 것은, 아이도루를 기운이 다한 흉상(凶箱)의 땅에서 물의 기운이 뛰어난 애니(涯泥)로 옮기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었으니, 과연 새로운 터에서의 아이도루는 괄목할만한 발전을 보였다.

    애니는 물의 기운이 항상 진동하여
, 떠났던 용궁(龍宮)의 정신이 되살아나는 듯하였다. 또한 목성(木星)의 마른 기운이 물을 만나고 그 성질이 부드러워지며 오해가 절로 풀리니 목성의 세 인물 역시 상당한 현인이었음이 밝혀졌다. 또한 새로운 아이도루는 지난날 성행하였던 니고동의 풍습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백성들은 잃었던 오덕의 마음을 되찾기 시작하였다. 옛 아이도루의 개편에 다친 상처를 여전히 떨치지 못한 이들도 있었지만, 떠나갔던 나무코의 백성이 하나 둘 돌아오고, 애니를 지나다 새로이 나무코의 백성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날로 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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