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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아이돌들에게 충격고백을 해 본다」- BAD END

댓글: 51 / 조회: 3323 /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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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7, 2014 23:31에 작성됨.

매우 하드하며, 충격적일 수 있는 내용의 글입니다.

읽기 전에 충분히 주의해 주세요.

 

http://bgmstore.net/view/sQMMg - 들으며 읽어 주셨으면 하는 BGM.

---


P「그럼 우선은 집에 돌아가서 생각할까. 시간도 늦었고」

찰칵, 찰칵

P「어라…」

P「문이… 열리지 않아」찰칵

P「어째서지…?」

 

하루카「프로듀서 씨」

 

P「…!」확

 

조명이 꺼진 칠흑 같은 사무실 속.


아마미 하루카가, 등 뒤에 서 있었다.

 


P「뭐야, 하루카잖아… 하아」

P「놀래키지 말아 줘, 하루카.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다니」

P「귀신도 아니고 말이야…」


P「… 뒤, 에서…」

 

P「하루카, 너 언제부터 사무소 안에 있었어…?」오싹

 

하루카「- 아뇨, 방금 들어왔다구요」싱긋

언제나 보는, 밝게 웃는 얼굴.
그것이 어두운 사무소 안에서도 한층 더 음울하게 가라앉은 것처럼 보였다.

P「하지만 문도 열리지 않는데다… 눈치채지 못했는데」

하루카「그야 창문으로 들어왔으니까요」


P「… 여긴 2층이라고」


하루카「그렇지요~ 역시 벽을 타고 오르는 건 대단히 힘들었지만」

하루카「밖에서 직접 문을 막아 놓았으니, 이렇게 들어올 수밖에 없는걸요」


P「문을 막은 게 너란 말이야? 어째서 그런 일을…?」

하루카「그야, 프로듀서 씨가 사무소 밖으로 나가게 놔두면」

하루카「또 리츠코 씨에게 가 버릴 테니까…」

 

하루카「그쵸?」히죽

 

P「…!!」


동물의 감 비슷한 것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저 웃음은, 위험한 종류의 것이다.


하루카「있잖아요 프로듀서 씨, 이런 장면에서 말하고 싶진 않았지만, 저 프로듀서 씨 무지 좋아한다구요?」

하루카「아이돌로서 위험할 만큼… 이랄까나, 헤헤…」

하루카「그런데, 프로듀서 씨가 다른 여자의 곁으로 돌아가 버린다니, 싫은걸요~」

P「… 하루카, 진정하고 들어줘.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하루카「네? 프로듀서 씨, 뭐라고 하셨어요? 제가요? 제가 뭘 오해하고 있다는 거예요? 네? 네?」쓰윽

P「웃…?! 하, 하루카! 너무 가까워」

하루카「아, 역시 안 된다는 거죠?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고 있었어요! 아이돌과 프로듀서니까~ 그렇죠? 그런 거죠? 네?」

하루카「아아~ 역시 안 되겠네요 프로듀서 씨는! 저엉~말로 고지식한 분이셔서, 제 마음 따윈 저언~혀! 받아 주시질 않으신다니까」

P「… 하루카, 너 좀 이상해. 일단 진정을…」

하루카「아이돌에게 이상하다니… 무슨 소리신가요, 프로듀서 씨… 전 평소대로잖아요? 매너라곤 없으시군요」

하루카「그런 프로듀서 씨에겐… 제가, 프로듀서 씨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하루카「지금부터 듬뿍, 가르쳐 드릴 테니까요…」 츄릅


혀를 날름대며 입맛을 다시는 하루카는, 고혹적인 시선을 이 쪽으로 향하고 있다.


하루카「리츠코 씨한테 돌아가시면 안 된다구요」

하루카「리츠코 씨의 요리가 서툴다던가 말씀하셨죠? 맡겨주세요, 저 프로듀서 씨를 위해서라면, 어떤 요리라도 OK니까요」

하루카「그러니까, 프로듀서 씨」


하지만 그 눈은.


P「… 하루, 카, 너 눈이」


본 적도 없을 정도로, 시커멓게 탁해져 있었다.

 

하루카「저만을 보세요」뚜벅

하루카「저는 프로듀서 씨만 보니까」뚜벅

하루카「그렇지 않으면 불공평하잖아요, 역시」뚜벅

하루카「저를 이렇게나 애태우시면서」뚜벅

하루카「아직도 리츠코 씨에게 돌아간다거나 생각하시고 계신다면」뚜벅

 

 


하루카「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이건 안 된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직감적으로 그렇게 느꼈다.


P「(저, 창문…!)」

 

P「…!!」휙-

하루카「어라-」

P「웃…!」

쨍그랑-


털퍼덕!


P「윽, 크으으…!!」

어깨가 타는 듯 아팠다. 찰과상뿐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욱신거림의 강도가 심상치 않았다.

그러나 어깨를 잡고 뒹굴 여유는 없다. 어떻게든 비틀비틀 일어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타타탓-

 

하루카「아아… 도망쳐 버리셨다」

하루카「하지만 대단히 스펙타클하시네요, 프로듀서 씨는… 설마 창문을 깨고 도망치실 줄은 몰랐는데요」

하루카「그런데, 어째서 도망치신 거지? 내가 싫으신 걸까」

하루카「… 그렇구나, 리츠코 씨에게 가시는구나」

하루카「응… 프로듀서 씨의 뒤를, 쫓아가야 하겠네… 영차」

 

다시 창문 밖으로 조심스레 몸을 내밀며.

아마미 하루카는 노래하듯 중얼거린다.

 

하루카「있죠, 기억하세요, 프로듀서 씨? 프로듀서 씨와 함께 봤던, 넓고도 넓은 돔의 광경」

하루카「저는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구요? 조금 진정하라면서 웃어 주시던 프로듀서 씨의 얼굴」

하루카「뺏겨도 괜찮을 리가 없어요」

하루카「지금 갈 테니까요, 프로듀서 씨…」

 

 

 

 

 

 

 


P「… 하아, 하아」

P「(하루카는… 쫓아오지 않는 건가)」

P「(잠시만, 쉬자…)」털썩


P「헉, 헉, 하…!」

P「설마하니 하루카가 저렇게 될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어」

P「… 나는, 대체 무슨 짓을…!」

 

♪ Shine, 빛나기 위해 태어난~

 

P「!?」흠칫


DIAMOND.

이오리에게서 연락이 오면 벨소리로 울리도록 설정해 둔, 이오리의 솔로곡.

귀를 찌르는 기계음의 목소리가 어둠이 내려앉은 가운데 시끄럽게 울려퍼졌다.


P「…」달칵

P「여보세-」

 

이오리「프로듀서!!!」

P「읏…! 이, 이오리?!」

이오리「아아, 다행이야! 아직 무사한 거네! 늦지 않은 거네?!」

P「무, 무슨 일이야, 이오리! 그렇게 허겁지겁…」

이오리「프로듀서! 너, 우리 집에 와!」

P「뭐… 라고?」

이오리「말귀를 못 알아듣네!! 어서 우리 집으로 오란 말이야! 아니, 지금 어디에 있는지 말해! 데리러 갈 테니까!」

P「잠깐, 좀 천천히 말해, 이오리! 대체 갑자기 뭐야?!」

 

 

이오리「너, 냉동수면에 들어가도록 해」

P「…… 무… 슨」

 

 

이오리「프로듀서는 그대로 있다간 일 주일 안에 죽어버릴 거잖아」

이오리「그런 거, 이 미나세 이오리가 절대로 용납 못 해」

이오리「아버님에게 부탁드려서 널 위한 냉동수면 절차를 밟아 줄게. 절대로 널 죽게 놔두지 않아」

P「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오리… 냉동수면이라니」

P「너무 스케일이 커서 이해를 못 하겠어… 뭣보다 그런 거, 한두 푼으로 어떻게 되는 게 아니잖아」

이오리「내가 반드시 준비해 줄 테니까, 넌 입 다물고 따르면 되는 거야」

이오리「어떻게든 해서, 아이돌을 그만두고 평생 동안 가문의 노예로 살더라도 아버님을 설득시킬 테니까」

이오리「… 어서, 내게로 와, 프로듀서」

P「… 하, 하하」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야기의 스케일이, 이미 장난을 아득하게 넘어서 있다.


P「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이오리…」

이오리「싫다는 거야?」

P「…」

이오리「어째서? 이 미나세 이오리가, 너의 목숨을 살려 주겠다고 하는 거잖아」

이오리「왜? 어째서 싫다는 거야?? 내가!!」

이오리「이 미나세 이오리가!! 네 목숨을! 살려 주겠단 말이야!!」

 

 

 

P「이오, 리…」

이오리「너 없이는, 난 안 돼… 그러니까, 내게로 와, 프로듀서…」

이오리「몇 년이고 몇십 년이고…」

이오리「내가, 옆에서 기다려 줄 테니까」

이오리「걱정하지 않아도 돼, 난 널 버리지 않아… 잠시만 자고, 눈을 뜨면 네가 살 수 있게 될 거야」

이오리「응? 그렇게 하면, 넌 살 수 있고, 난 영원히 네 곁에 있을 수 있어…」

이오리「너도 그러기를 바라지? 프로듀서」

 


말문이 막혔다.

자신이 옳다는 것에 한 점의 의심조차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은 이 소녀에게,

나는 대체 뭐라고 말하면 좋단 말인가.

 

P「…… 난, 도대체…」


P「내가, 뭘 했다는 거야….」


맥없는 목소리로.


단지, 그 정도의 항변밖에는 할 수 없었다.

 


이오리「끝까지, 어디 있는지 말하지 않을 생각?」

P「…」

이오리「그대로 죽겠다는 거야? 이 미나세 이오리를 거부하겠다는 거야?」

P「…」

이오리「… 그래도 될 리가 없잖아, 착각하지 마!!!!」

이오리「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지금 당장 찾아가서 캡슐 안에 처넣어 줄 거야!!」

이오리「만약을 대비해서 네 폰에 GPS 달아 뒀으니까,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이오리「핸드폰을 버려도 소용없어. 미나세 가의 기술력은 네 머리 까마득히 위에 있으니까」

이오리「찾아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프로듀서」

 

 

 

이오리「반드시, 내 것으로 만들고 말 거야」

이오리「절대로 널 죽게 하지 않을 거야」

 


 

 

 

 

 

 

P「…. 크큭」

P「큭, 크하하하…」

P「말할 수 있겠냐…」

P「장난이었습니다, 나 사실 안 죽는다고, 그러니까 호들갑 떨지 말라고…」주륵


P「어떻게, 말할 수 있겠냐고…」


P「하루카… 이오리」


P「다들… 미쳤어.」

 

 

***

 

 


P「…. 아.」터벅

P「난, 지금 어디로 가고 있었지」터벅

P「- 그렇지, 집으로 가고 있었던가」터벅

P「… 쉬고 싶어」

P「몸을… 누이고 싶어」

 

얼마만큼 걸었을까.

호되게 부딪힌 어깨가 욱신거리며 아파 왔지만, 그에 대한 불만조차 품지 못할 만큼, 머릿속에는 한 치의 여유조차 없다.

 

P「겨우, 여기까지 온 건가…」

P「… 아,」

P「엘리베이터가, 8층에…」오싹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런 일을 당하고 돌아왔으니, 사소한 일이라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가 없었다.

 

P「내 집이 어디인지, 아이돌들은 전부 알고 있었던가」

P「… 아니. 내가 너무 예민한 거겠지」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시간, 문이 닫히는 시간, 올라가는 시간.

8층에 도착했다는 내용의 무미건조한 기계음도,

내겐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P「… !!」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복도의 전경이 드러나자.

집 현관문 앞에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였다.


P「… 거기 있는 건 누구야」


??「…」


P「대답해! 왜 남의 집 앞에…」

 


아미「오빠」

 

 

P「아미…?」

아미「응, 아미야」

 

묘하게 태연한 표정의 아미가, 이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P「놀랐잖아, 아미… 윽박질러서 미안해」

아미「아냐, 괜찮아」절레절레

P「그나저나 어째서 이런 시간에 여기 있는 거야? 집에 돌아가지 않았어?」

아미「…」

P「혹시 날 만나러 온 거야?」

아미「응…」

P「무슨 일이야? 혹시 큰일이라도 생겼어?」

P「… 하하, 아니, 큰일이라면 내가 겪고 있지만…」

아미「… 있잖아, 오빠네 집에서 재워 주면 안 돼?」

P「뭐…? 어째서?」

아미「아미, 오늘은 오빠네 집에서 자고 싶어」

P「… 그건 곤란해, 아미. 아이돌이 그렇게 함부로 행동하는 게 아니야」


무엇보다, 이오리에게 그런 말을 들어 놓고 태연하게 아미를 집에 묵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미「아미는 어리잖아? 그런 건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니야?」

P「그렇다 해도 안 돼. 다른 때는 괜찮지만, 지금은 내가 곤란해」

아미「오빠…」

P「… 자, 어서 집에 돌아가자, 아미. 바래다 줄 테니까」

아미「그렇게는 할 수 없어, 오빠」

P「그건 무슨 뜻이야?」

아미「아미는…」

아미「이제, 집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

 

그렇게 말하는 아미는, 장난을 좋아하고 항상 활기차던 후타미 아미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마모될 대로 마모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덮쳐왔다.


P「그러니까 그게 무슨-」

 

 

삐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

 

 

P「!!」흠칫

P「… 기본 착신음… 아이돌로부터의 전화는 아닌 건가」

P「…」달칵

P「예, 여보세요」

아미「…」

P「아미의 어머님? 예, 안녕하십니까」

P「어쩐 일로 제게 전화를…」

P「… 예?」

 

 

P「마미가, 입원…?」

 

 

P「마미가, 마미에게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아미「…」

P「차도는… 그, 그렇습니까」

P「오늘 사무소에 나왔을 때까지는 분명히 괜찮았습니다만」

P「… 어째서 이런 일이…!」

P「… 예, 알겠습니다. 추후 연락드리겠습니다」


달칵


P「… 어떻게 된 거야, 아미」

아미「들은 대로야, 오빠. 마미는 병원에 실려갔어」

P「그런 걸 묻고 있는 게 아니잖아! 마미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건데!」

아미「…」

P「집을 나온 이유와 뭔가 관계가 있는 거야?」

아미「…」

P「어이, 아미!!」


아미「오빠는 역시 마미에 관한 것만 묻는구나」

아미「그렇게나 마미가 소중해?」

 

아연해졌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태연할 수 있는가.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것은, 정말로 후타미 마미의 자매, 후타미 아미가 맞는 것일까.

 

P「… 이런 때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미「아까 말했지? 아미는 이제 집에는 돌아갈 수 없어」

 

 

P「아미」


P「너, 설마」

 

 

 

 


아미「마미를 그렇게 만든 거, 아미인걸」

 


맞지 않았으면 했던 끔찍한 예감을,


아미는 별 일도 아니라는 듯이 가볍게 긍정했다.

 

 


P「…!!」

아미「있잖아, 처음엔 그냥 물어보기만 하려고 했어. 오빠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아미「그런데 아미가 오빠를 좋아한다고 말하니깐, 마미가 화를 내서」

아미「아미는, 마미한테 오빠를 빼앗기기 싫다고… 말하니깐, 마미가 먼저 날 밀쳐서」

아미「나도… 화가 나서」

아미「마미를 밀쳤더니, 마미가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혀 버렸어」

아미「- 그리고 움직이지 않게 됐어」

아미「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눈을 뜨지 않아서」

 


P「… 너,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 거야…?」

아미「응, 물론이야」

아미「저기저기, 오빠, 이제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져 버렸어」

아미「그치?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은 마미였으니까, 이제 없는 거지? 맞지?」

P「너…! 마미는 아직 죽지 않았잖아! 불길한 소리 하지 마!!」

아미「오빠는 어째서 항상 그래?」

P「아직도 그런 소릴…!!」

 

 

아미「어째서 언제나 마미만」

아미「아미도 오빠와 서로 좋아하고 싶었어」

아미「지금까지는 잘 몰랐지만, 오늘 오빠랑 이야기하고 처음으로 알게 됐어, 아미는 오빠를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하고」

아미「그러니까 마미에 관한 것만 물어보지 말고, 마미에 관한 것만 생각하지 말고, 마미에 관한 것만 신경쓰지 말고, 마미에 관한 것만 마미에 관한 것만 마미에 관한 것만 마미에 관한 것만 마미에 관한 것만 마미에 관한 것만 언제나 항상 줄곧 마미에 관한 것만 아미에게 물어보고」

아미「… 응? 저기저기, 아미에 관한 것도 제대로 봐 줘, 오빠」

 

 

비척비척, 뒤로 물러섰다.


두려웠기 때문이다.


인간이라고,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P「… 아, 미」

아미「어째서 뒷걸음질 치는 거야, 오빠? 내가 무서워?」

아미「아… 혹시 이거 때문이야? 응, 어쩔 수 없네… 역시 오빠한테는 거짓말은 못 하겠어」

아미「사실 곧바로 움직이지 않게 됐다는 건 거짓말. 쓰러진 다음에, 머리에서 피를 흘리면서 마미가 내 발목을 잡았어. 피로 질척질척한 손인데, 덕분에 양말에 자국이 남아버려서」

아미「곧바로 머리를 한 번 더 찧어 버리니까 정말로 움직이지 않게 되었지만… 응후후-」

아미「무서웠지, 오빠? 이런 양말은 벗어 버리고 새 걸로 갈아신고 올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구」


P「… 하, 하…」

P「… 아미, 넌 지금 정상이 아니야. 알고 있어?」

P「마미는 너의 소중한 언니지? 그런 마미가, 지금 너 때문에 죽을 지도 모르는 거라고?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아?」

P「어떻게 그토록 태연하게 말할 수 있는 거야…」

 

 


아미「하여간, 오빠는 바보네→」

아미「그런 건 물어볼 것도 없이 당연하잖아→?」

아미「마미가 없으면, 아미는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는 걸」

아미「오빠를 빼앗길까 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걸」

 

 

 

아미「이걸로 오빠는 내 꺼지? 그치?」

 

 

그렇게 말하고, 전혀 웃고 있지 않은 눈을 한 채 입꼬리만을 찢어질 듯이 올리는 아미의 얼굴은.


사무소의 암흑 속에서 본 하루카의 그것과도 닮아 있었다.

 

 


P「욱… 으으」

아미「오빠, 자꾸 뒷걸음질치지 말고 이 쪽으로 오라구」

아미「여긴 오빠네 집이잖아? 달리 어디로 가겠다는 거야?」

아미「오늘부터 아미가 오빠의 신부가 되어 줄게… 계속, 같이 있자」

P「이제… 싫어…!」

아미「오빠」

아미「이제 아미만의 오빠니까… 말이야?」

아미「아미, 이젠 집에도 돌아갈 수 없어. 마미와 함꼐 놀 수도 없어. 사무소의 모두들과 함께 아이돌을 할 수도 없어」

아미「아미에겐 이제 정말로 오빠 뿐이야」

아미「버리지 않을 거지? 응? 오빠?」

P「… 비켜, 아미」

아미「오빠? 왜 대답해 주지 않는 거야? 어서 대답해 줘, 오빠. 아미를 좋아한다고」

P「내 집 앞에서 비켜」

아미「오빠- 아얏」탁

 


끼익-

콰앙

 

 

아미 『아프잖아, 오빠… 어째서 오빠 혼자만 들어가 버린 거야』

아미 『문, 잠근 거지? 어서 열어줘 오빠. 밖은 춥다구』

아미 『오빠… 오빠, 오빠, 오빠, 오빠, 오빠, 오빠』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P「하아, 하아」


P「…」스르륵


P「… 제발」털썩


P「꿈이라면 작작 좀 하고 깨어나게 해 줘… 」


P「부탁 이니 까」

 

일정 간격으로 흔들리는 문에 쓰러지듯 기대어, 머리를 감싸안고 듣는 이도 없는 기도를 거듭하는 것.

그것만이 내게 허락된 유일한 것이었다.

 

아미「… 오빠」

아미「왜… 문을 열어 주지 않아?」

아미「오빠는 아미가 싫은… 거구나」

아미「결국 마미만 소중한 거구나」

아미「… 미안해, 오빠. 오빠의 소중한 마미를, 다치게 해 버려서」

아미「아미는 이제 오빠의 앞에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 아미를 용서해 줄래?」

아미「… 오빠한테 미움받는 건 싫어」

아미「…」

아미「저기, 오빠」

아미「대답 좀, 해, 줘…」

 

아미「버려지는 거… 싫은걸」

 

 


타박, 타박, 타박

 

 

P「…」

P「(이 발소리…)」

P「아미는 돌아간 건가…」

 

P「… 어째서, 이렇게 됐지」

P「난 뭔가 큰 일이라도 저질렀던가」

P「그냥 장난쳤을 뿐이잖아」

P「그게 이렇게까지 심하게 돌아올 만한 행동이었다는 건가」

P「… 꿈이었으면 좋겠어」

P「… 아니, 꿈일 리가… 유키호도 아니고」

P「… 유키, 호… 라고」


뭔가.

무언가, 중요한 것을 지나치고 있는 것 같은, 기분나쁜 예감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유키호의 상태는 사무소에서부터 위험했다. 곧 들이닥칠지도 모른다. 그리 오래 기절해 있지는 않겠지. 그렇다면.

접촉해선 안 되는 상태의 유키호가, 깨어나자마자 마주할 인물은, 누구인가.


답은 금방 나왔다.


P「오토나시 씨…!?」

 

 


유키호 『지금 올라가서, 제 것으로 만들어 드릴 테니까』

유키호 『조금만 기다리세요 프로듀서』

 

 

 

유키호「… 으음」

코토리「아, 유키호? 정신이 들었니?」사각사각

유키호「오토나시 씨…? 여기는… 어디죠」

코토리「우리 집이란다. 유키호가 쓰러져 버렸으니, 정신을 차릴 때까지 돌봐 주려고 생각해서」

유키호「… 저는… 쓰러졌던 건가요…」

코토리「그래, 사무소에서. …기억나지 않니?」

유키호「… 잘, 기억나지 않아요… 머리가 어지러워서」

코토리「그렇… 구나. 그러면 사양 말고 조금 더 쉬다 가렴. 자 여기 사과」슥

유키호「아, 감사해요…」

코토리「몸 상태는 어떠니? 어디 아픈 데는?」

유키호「… 딱히, 없어요」

코토리「그러니…」

코토리「그럼 차라도 내 올게. 유키호처럼 잘 타지는 못하지만, 맛은 너그럽게 넘어가 주렴」달그락

유키호「…」부스럭

 

 

 

 

 

 

 

 

 

유키호「사실 멀쩡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오토나시 씨」

유키호「오토나시 씨가 저를 방해하신 것도」

유키호「이제 곧 오토나시 씨가 프로듀서를 빼앗아가신다는 것도」

유키호「하지만 프로듀서 옆에 있어야 하는 건 저예요」

유키호「지금,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유키호「그렇죠?」달칵

 

코토리「아, 유키호. 혹시 거기 있는 과도 좀-」


유키호「…」


코토리「… 유키호?」


유키호「프로듀서에게 집적대는 여자는, 한 명씩」


유키호「제가 직접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겠죠오」

 

 

 

 


유키호「죄송해요, 오토나시 씨」

 


***

 

 

 


타박, 타박, 타박

 


P「…!!」쭈뼛

P「이번엔 누구야…?!」




무겁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


P「… 아, 아미야?」


P「말했잖아, 집으로 돌아가라고…!」


P「아무리 기다려 봤자 우리 집에선 재워 줄 수 없어…」


P「… 제발 돌아가…!!」

 

 

 

 

 

 

 

 

 

 

 

 

유키호「프로듀서-」


P「… 아, 아아…」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목소리가.


유키호「아미가… 왔었나요?」


P「… 아아아아…!」

 

가차없이 들려와, 시야를 시커먼 절망으로 물들였다.

 

 

 

 

코토리「하, 윽… 카학, 아, 으으윽…」 욱신

코토리「하아, 하아, 하악, 하아……」 꿈틀, 꿈틀

코토리「…… 프로, 듀서, 씨를」

코토리「켈록, 켈록! …… 크하, 아욱」 철퍽, 주르륵

코토리「…… 야요이… 하아, 하아, 하」

삑, 삑, 삑삑

코토리「… 미안, 해… 야요이」

코토리「부탁, 할게…」

코토리「… !!」 욱신

코토리「… 아야…… 아파요… 아, 파」

코토리「…… 프… 로듀,」

 

 

 

 

 

유키호「저, 유키호예요… 하기와라 유키호예요」


유키호「이 문, 열어 주세요」



유키호「프로듀서? 문 열어 주세요」

유키호「안에 계신 거죠? 어째서 무시하시는 건가요…?」

유키호「프로듀서… 저, 프로듀서가 그러시면 슬퍼요」

유키호「아미는… 왜 왔던 건가요? 프로듀서, 아미와 이야기하셨어요? 재워 준다는 건 무슨 소리인가요?」

유키호「아아, 그렇구나. 프로듀서는 아미를 집에서 재워 주시려고 했던 거구나」

유키호「그러면 안 돼요, 프로듀서. 프로듀서의 집에 다른 여자의 냄새가 배어 버리잖아요」

P「… 어쨌어」 빠득

유키호「네? 프로듀서, 뭔가 말씀하셨나요?」


P「유키호… 너 오토나시 씨를, 어떻게 했어…!」


결코 아이돌들을 향해서 낸 적이 없는, 증오와 두려움에 가득찬 목소리.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았던 것인지, 유키호는 평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유키호「후후, 그렇구나-」

유키호「프로듀서는 오토나시 씨의 일이 궁금하신 거구나아」히죽

유키호「하지만 그런 여자보다 제가 훨씬 더 프로듀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걸요」

유키호「프로듀서, 말해 주셨잖아요? 저를 지켜 주시겠다고, 이렇게 못난 저라도 괜찮다고, 함께 톱 아이돌을 노리자고 계속 말하셨었죠」

유키호「… 그런데 어째서?」

 

그 순간.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던 어조가, 급격하게 돌변했다.

 

유키호「어째서 저를 배신하시는 거죠?! 왜 다른 여자한테 눈을 돌리시는 거예요?!」쾅

유키호「용서 못 해… 프로듀서를 뺏어가려고 드는 여자는 절대로, 용서 못 해요!!」쾅

유키호「혹시 지금도 누군가와 같이 계시는 거 아닌가요? 네? 그렇죠? 안에 누가 있나요? 프로듀서?」쾅

유키호「여세요… 이 문 열어요! 프로듀서!!」쾅

 

P「제발 그만 해!!!」


유키호「꺗…?!」


P「… 그만, 해」

P「난 지금 아무와도 같이 있지 않아, 오히려 잠시만이라도 혼자 있고 싶어」

P「이제 지긋지긋해… 난 누구의 것도 아니야, 누구의 소유물도 되고 싶지 않아」

P「유키호… 날 소중하게 여긴다면, 제발… 돌아가 줘」


비는 듯이, 흐느끼는 듯이 내뱉은 마지막 호소를,

 

유키호「… 당신, 누구예요?」

P「뭐…?」


문 밖의 악마는 당연하다는 듯이 무시했다.

 

 

유키호「제 프로듀서는, 그런 말씀은 하지 않으세요」

유키호「언제나 다정하시고, 멋지시고, 정말로 못나고 하찮은 저를 이끌어 주시고 다독여 주시고」

유키호「그런 프로듀서가 저에게 그렇게 차가운 말을 할 리가 없는 걸요…?」


열기에 흠뻑 도취되어 있는 목소리. 이 쪽에선 보이지 않는 얼굴은, 아마도 황홀경에 빠진 듯 질척하게 녹아 있을 것이다.

그런 여자이다.

하기와라 유키호는, 이미 내가 알고 있던 수줍음을 잘 타는 소녀가 아니게 되어 있었다.

 

유키호「… 용서할 수 없어」

유키호「프로듀서의 목소리로, 제게 그런 말을 하지 말아요!!!」

 

 

 

끼릭끼릭끼릭끼릭끼릭끼릭끼릭끼릭끼릭

 

 

 


P「!! 크으으윽…!」움찔

 

날카로운 무언가로 철을 긁는 끔찍한 소음이, 귀를 찢어발길 듯 엄습해 왔다.

 

유키호「열어요… 열어요, 프로듀서… 그런 가짜가 아니라, 진짜 프로듀서가 안에 계시는 거죠?」

유키호「날씨가 춥다구요? 저, 이제 손도 잘 움직이지 않고 얼굴도 차가워요. 프로듀서의 품에 안겨 있게 해 주세요, 네?」

유키호「프로듀서, 좋아해요, 프로듀서, 어서, 문, 열어 주세요, 빨리요」

유키호「아, 알겠다! 오토나시 씨한테 무슨 짓이라도 당하신 거죠? 큰일이네요, 빨리 제가 원래대로 해 드려야 하는데… 그러니까 빨리 문 여세요 프로듀서, 네? 빨리요」

유키호「프로듀서어~ …후후, 아하하하」

 

 

P「… 하, 하하.」

P「… 제정신이 아니잖아…」

P「미쳤어, 유키호… 차라리」

P「이젠 나도 차라리 미치고 싶어…. 웁」울컥


지나친 상황에 구역질이 치밀어올랐다.

참지 못하고 허리를 굽혀 위 안의 내용물을 쏟아냈다.


P「우웩… 쿨럭… 욱…」철퍽, 주륵


물소리를 내며 바닥에 토사물이 쏟아진다.

이 공포와 부조리함을 모두 토해내 버리고 싶다는 듯, 식도는 경련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P「… 하아, 하…」

P「… 깨어나라, 제발, 깨어나라… 이딴 게 현실일 리가 없잖아」와들와들

P「유키호도, 하루카도, 이오리도, 아미도, 다들 착한 아이들이야. 저럴 리가 없어」

P「하하… 그래, 지독한 악몽을 꿨다고 리츠코에게 불평해야겠다… 오토나시 씨에게도 말씀드려야겠어」

P「분명히 피곤하신 거라고, 조금은 쉬게 해 주겠지…? 그래, 나한텐 휴식이 필요해… 야근을 지나치게 해서 스트레스가 쌓인 거겠지」

P「……」

P「……」

 

 

 

P「조용해… 졌다」

P「유키호가, 돌아간 건가…?」

P「……」꿀꺽

P「……」스윽

 

 

 

 

 

주체할 수 없이 벌벌 떨리는 몸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서서히, 정말 느릿한 동작으로 머리를 움직였다

한 쪽 눈꺼풀을 닫고, 다른 한 쪽의 눈을 부릅뜬 채 그대로 현관문 한 가운데의 렌즈에 초점을 맞추었다

보이는 것은 어둠이 내려앉은, 텅 빈 복도. 사람의 그림자 같은 것은 비치지 않는다.

겨우 혼자만 남게 되었다는 안도감과, 압도적인 정적. 구원받은 심정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었을 때

 


콱, 하고 무언가가 박히는 소리와 함께

금방이라도 산산이 부서질 듯이 온 세계에 금이 갔다

 

 

그것이 눈 바로 앞에 칼날이 박혀 렌즈가 깨졌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P「히익…」

유키호「아하하, 재미있는 소리를 내시네요, 프로듀서」

미친 사람처럼 뒤로 기어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부엌에서 식칼을 찾아내어 집어들었다.
뭐야. 나는, 여차하면 내 아이돌을 죽이려고까지 하고 있는 건가. 스스로에 대한 자조에 입가에 일그러진 미소가 띄워졌다.

문 너머에선 유키호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새어들어온다.

유키호「… 프로듀서는 바보예요」

유키호「무서우신가요? 괴로우세요? 도망치고 싶으세요?」

유키호「… 그러면 제게 오시면 모두 해결되잖아요?」 끼릭…

유키호「…… 얌전히」 끼릭끼릭끼릭

유키호「저의 것이…」 끼릭끼릭끼릭끼릭끼릭끼릭끼릭

 

 

 

빠악

 

 

 

P「! …! 헉, 하아, 하악」

P「뭐… 지」

 

타카네「귀하, 저입니다」

 

P「…타카네…?」

P「하지만… 네가, 왜, 여기에」

타카네「귀하가 위험한 상황에 빠졌기에, 달려왔습니다. 단지 그것뿐인 일입니다」

P「유키호, 는…」

타카네「… 하기와라 유키호는 이미 자기 자신을 잃고 있었습니다」

타카네「그러므로, 제 손으로 편하게 해 주었습니다… 부디 양해를」


P「……」

P「그러면… 안 되잖아, 타카네」

P「사람을…… 죽이면」


타카네「…」

타카네「귀하께서는… 이 지경에 이르러서까지도, 저의 프로듀서이시군요… 」


타카네「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P「……」

이젠 모른다는, 반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문을 열자, 달빛을 등진 타카네가 서 있었다.


타카네「아아, 무사히 뵙게 되어 다행입니다, 귀하…」


이상할 정도로 뺨을 붉히고서 그런 말을 하며, 타카네는 현관문을 비집고 들어온다.

문틈으로 단 한 순간 스쳐지나간, 유키호였던 것의 잔해와 시뻘겋게 칠해진 복도의 색 같은 것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타카네「귀하, 매우 시장하시겠군요… 제가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부스럭


눈치채보니, 타카네는 한 손에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은빛의 왕녀와는 어울리지 않는, 검고 불길한 무언가.


그것을 타카네가 테이블 위에 내려놓자, 철벅, 하는 물기있는 소리가 났다.

그런 것은 전혀 관계없다는 듯이 타카네는 손을 집어넣어, 봉지 안을 휘젓는다.


타카네「귀하께서 좋아하신다고 말씀하신, 파아스타라는 음식을 만들어 보고자 노력해 보았습니다만」 질척

타카네「저는 한 번도 먹어 본 경험이 없는 음식이기에… 꽤나 난항을 겪고 말았습니다」 철벅, 철벅

타카네「그러던 도중… 다행히도 히비키의 도움을 받아, 식재를 조달할 수 있었기에 이렇게 귀하에게」 찌벅…


P「… 식재?」


타카네「예, 상당히 형태가 망가져 있었기에 좀처럼 쓸 만한 부분을 골라내기가 힘들었습니다」


쓸 만한 부분, 이라니.


P「… 타카네」

P「히비키가 가져온 건… 뭐였어」

타카네는 씨익 웃었다. 언제나와 다르지 않을 터인 그 고고한 미소는, 지금, 끔찍하리만치 잔인하게 보였다.


타카네「그렇군요… '햄조' 라는 이름을 가졌던, 무언가입니다」


P「……」

타카네「자신에겐 이젠 더 이상 필요 없어, 라면서, 히비키가 모처럼 제공해 주었기에… 딱 걸맞는 식재료가 아닙니까, 귀하」

P「…… 그러냐」

타카네「자아, 귀하… 귀하를 위해서 서툴게나마 만들어 온 것입니다, 부디… 드셔 주시길」 철퍽

 

그렇게 말하며, 타카네는 봉지에서 꺼내 접시에 담은 것을 들이밀었다.

붉고 붉은 토마토 소스. 허여멀건 면발. 여기저기 뒤섞인 고깃조각. 그런가. 맛있어 보이는 미트 토마토 스파게티다.
하, 하하.

 

… 하.

그 순간, 자신의 머릿속 어딘가가 완전히 끝장나 버렸다고.
그렇게 실감했다.

 

 

타카네「흑…!?」

P「……」


타카네「… 아프지… 않습니까. 귀하」

타카네「어째서, 손찌검을… 귀하를 위해 만든 요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것입니까?」

타카네「겉모습은 서툴지 모르겠습니다만, 허나 저의 귀하를 향한 마음을 담아 성심껏 만들어낸」

P「꺼져 버려」

타카네「… 귀하?」

P「내 집에서, 나가라고 말하는 거야」

 

타카네「……」

타카네「그러합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는 의미인 즉슨」

타카네「귀하께서는… 저를 필요로 하지 않으신다, 고…」

타카네「잘 알겠습니다」

타카네「허나, 유감스럽게도… 」 스륵

 


타카네「저 역시, 저를 필요로 하지 않으시는 귀하는…」

타카네「… 필요하지 않습니다」

 

 

또, 이런 상황인가.

차분하게 이해하면서도, 굳이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뇌 속의 어딘가 결정적인 부분이, 진작에 망가져 있었다.


타카네「방금 하기와라 유키호를 조용히 시킬 때에, 어떤 방법을 썼는지… 알고 계십니까?」


그렇게 말하며 타카네는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묵직해 보이는, 피에 젖어 검붉은 빛을 내는 곤봉.


타카네「이전, 희락을 함께 했던 동료이기에… 편하게 보내 주었습니다. 아마 일순에 의식이 날아가 고통조차 느끼지 못했겠지요」

타카네「걱정하지 마십시오. 귀하께도… 그 정도의 자비쯤이라면, 얼마든지 베풀어 드릴 수 있습니다」


P「…… 그런가」

P「단숨에, 부탁해」


타카네「… 기꺼이 그렇게 하지요」

 

타카네가 다가온다.

한 손에 곤봉을 들고서.

확실하게, 내 목숨을 앗아 갈, 흉기다.

 

그것에 안도마저 느끼고 있는 나는 이미 미쳐 있다.

다른 아이들과 같은 것이다.

 

그 때였다.

 

「타카네 씨?」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타카네가 움직임을 멈췄다.


타카네의 등 너머, 현관문 앞에, 있을 수 없는 사람이 서 있었다.

 

타카네「… 야요이, 입니까?」


야요이「저, 저기… 문 밖에, 유키호 씨가, 유키호 씨가…!」 덜덜

야요이「오토나시 씨가… 프로듀서의 집에, 가 달라고, 메시지를 보내셔서… 그래서…」

야요이「타카네… 씨, 손에 그건, 뭔가요…? 어째서, 유키호 씨가, 저렇게…」

야요이「프로듀서… 돌아가신 게, 아니었나요…?」 뚝뚝

타카네「……」


눈물을 떨구며, 벌벌 떨며 혼란스러워하는 야요이.

움직임을 멈춘 타카네.

그 상황을 보고 있던 나의 판단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지극히 냉철했다.

아까 부엌에서 찾아냈던 식칼.

 


푸욱

 


타카네「아……」

P「… 미안하다, 타카네」

타카네「…, ……,」 뻐끔, 뻐끔

귀, 하.

P「나 혼자라면 이제 어찌되든 상관없어」

P「하지만 지금의 너라면, 야요이까지도 가차없이 죽였겠지」


P「미안하다」


타카네「……」


넘쳐흘러 채 머금지 못한 피를 입 밖으로 흘리며, 뭔가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입만을 뻐끔뻐끔 움직인 타카네는,

마지막으로 슬픈 미소를 띄우고서는 목에 칼날을 품은 채 그 자리에 쓰러졌다.

 


야요이「아…… 아」 털썩

야요이「프로듀서…?」

야요이「…… 프로듀서가… 타카네 씨를」

야요이「프로듀서… 유키호 씨…? 타카네 씨…?」


P「… 야요이」

야요이「아… 아」

P「어서 여기서 나가렴」

P「난 됐으니까, 어서」

야요이「……」

 

야요이는 입을 벌린 채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저 눈을 본 기억이 있다.

사무소에서 보았던, 하루카의 눈이다.

복도에서 보았던, 아미의 눈이다.

 

야요이「싫어요… 프로듀서」

야요이「저, 이제… 프로듀서와… 헤어지지 않을래요」


P「……」

P「그래, 그렇구나, 야요이」

 


P「너도… 망가져 버렸구나」

 


야요이만큼은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타카네도 죽였다.

하지만 정작 그 야요이는, 이미, 내가 구할 수 없는 곳까지 떨어져 있었다.


어쩌면 방금 타카네가 죽었던 것이 결정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겐 이제 어쩔 수도 없는 일이었다.

 

P「야요이…」 포옥

야요이「……」

P「나와 함께 죽자」

야요이「프로듀서와…」

P「그래, 나와 함께」

야요이「… 프로듀서와… 함께」

P「죽는 거야」

야요이「그렇게 하면… 이제부턴 쭈욱」

야요이「프로듀서와 같이 있을 수 있나요?」

P「그렇지」

야요이「그렇다면 저… 죽을래요」

야요이「… 프로듀서와 함께 죽겠습니다」

P「그래, 알겠어」

P「야요이, 난 이제 반드시 죽게 돼. 미래가 없어. 하지만 야요이에겐 미래가 남겨져 있어」

P「그래도, 나와 함께 죽을 거야?」

야요이「네. 프로듀서와 영원히 함께…」

야요이「… 저, 행복해요」

P「아아. 나도 그래, 야요이…」

 

터벅터벅 걸어가 유키호의 시체에서 눈을 돌린 채 현관문을 걸어잠그고, 야요이를 한번 더 꼭 안아준 후.

그대로 공주님을 안듯 들어올려, 타카네의 차디찬 몸을 밟고 지나가 베란다 문을 열었다.

 


내려다보면,

저 멀리 건너편에서 하루카가 걸어오고 있다.

도중에 무슨 일이라도 당한 것일까. 옷은 너덜너덜하고, 리본 한 짝은 어디론가 사라져 있고, 얼굴도 상처투성이다.

그 무표정한 얼굴이 저만치에서 이 쪽을 향하더니, 초점이 없던 눈에 빛이 되돌아온다.

씨익 하고 웃는 하루카를 보고 마주 웃어 주었다. 유감스럽지만, 그녀가 도달한 후엔 이미 나는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야요이「저기 프로듀서, 누군가 들어오려고 해요」


쾅, 쾅, 쾅.

현관문이 부서져 나갈 기세로 흔들리고 있었다.

아마 이오리일까.

역시 그녀에게도 유감스러운 일이겠지만, 이오리의 부하들이 문을 부수는 것보다는 내가 사라지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P「야요이, 준비는 됐어?」

야요이「네, 프로듀서」

P「… 그러면 갈까」

 

허리를 길게 내밀어 아래를 보자, 의아하게도 누군가 이미 떨어져 있었다.

옥상에서라도 떨어진 것인지, 바닥은 터져 나간 듯한 형태로 피칠갑이 되어 있다. 거리도 멀거니와 형태가 일그러져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저 복장으로 보아서, 아마도 아미가 아닐까. 어렴풋이 그렇게 짐작할 수는 있었다. 별로 어찌되든 상관없었다.

 

P「야요이, 아무래도 아미도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야」

야요이「아미도인가요? 그건 다행이예요. 저, 아미와도 계속 놀고 싶어요」

P「응. 틀림없이 그럴 수 있을 거야. 가자, 야요이」

 

함께 껴안은 채로 떨어질 생각으로 난간을 오르려고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세가 불편했다.

야요이「왜 그러시나요, 프로듀서?」

P「미안해. 둘이서 올라가기는 조금 힘들어서」

야요이「그런가요. 그러면, 제가 먼저 갈게요」

P「그래도 괜찮겠어, 야요이?」

야요이「프로듀서도 바로 따라와주시는 거니까, 외롭지 않겠지, 해서」

P「그렇지… 그렇다면 먼저 가렴」

야요이「네, 프로듀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렇게 말하고 난간을 넘은 야요이는, 바깥을 등진 채로 누워서 떨어졌다.

마지막에 스쳐 지나간 그 표정은 어쩐지 굉장히 편안해 보였다.

 

이윽고 묵직한 것이 지면에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쿵.


그렇다면 곧바로 뒤따라가야 한다. 난간에 한 쪽 발을 올렸다. 그대로 힘을 주어, 난간 밖으로 넘어가려고 했다.

P「어라…?」


다리에 좀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방금 다리를 다쳤었나 생각해 봤지만, 그런 기억은 없었다.

아무리 넘어가려고 해도 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서야 방법이 없다. 등 뒤에서는 현관문이 위험할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 조금만 더 주체하다간 곧 들어올지도 모른다.


조급한 마음에 안간힘을 써 봐도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P「큭… 윽…! 왜, 왜, 어째서…!!」


순간 퍼뜩 스쳐지나가는 기억이 있었다. 타카네가 마지막에 남기려고 했던 말. 육지로 뛰쳐나온 금붕어처럼 뻐끔대던 그 입의 모양.

어땠더라. 그 순간엔 잘 알 수 없었다. 아… 였던가. 아, 아, 우, 에…

 


아아우에오. 중간중간, 혀의 마찰로 인해 새어나온 바람 소리.

 

 

살아주세요.

 


P「…… 하」 털썩

P「하… 하하하」 주르륵

 

타카네의 저주인가. 아니다. 스스로에게서 회피하기 위한 자기합리화일 뿐이다.

결국, 나는 죽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몸이 죽는 것을 거부했던 것이다.

뭐가 '이젠 죽어도 좋다'냐. 뭐가 '함께 죽자'냐.

마음이 부서진 야요이를 꾀어 먼저 보내 놓고도, 그 뒤를 따라가지도 못하고 주저앉아 울고 있다.

스스로의 한심하고 나약한 본성을, 너무나도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만약 여기에서 떨어질 수 있었다면, 마지막에는 최소한 만족하며 죽어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기만하고 타인을 희생시키면서도 스스로의 목숨조차 끊지 못하는 겁쟁이에겐,


그러한 최소한의 구원조차도 주어지지 않았다.

 


P「미안해… 미안해, 야요이…… 미안…」

 


마침내 현관문이 굉음을 내며 열렸다.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무서운 기세로 들어와, 입을 수건으로 틀어막고.

숨을 들이마시자 일순간에 의식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깜박이며 꺼져가는 시야에 스쳐지나간 것은, 언제나처럼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는 이오리의 얼굴.

 

이오리「…… 어서 와, 프로듀서」


이오리「이제부턴… 쭈욱, 함께야…」쪽

 


내 앞머리를 쓸어넘긴 이오리는, 살며시 다가와 수줍은 소녀처럼 이마에 키스했다.

 

 

이오리「아주 긴 시간 후에, 다시 보자」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 답을 생각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은 채로, 나의 의식은 끝을 고했다.

 

 

 

 


미키 『허니! 미키야! 정말, 왜 제때 전화를 받지 않는 거야? 프로듀서 실격이라고 미키적으로는 생각하는걸. 메시지를 남길 테니까, 이건 꼭 들어줘야 해?』

미키 『오늘 허니가 말했던 일은 잘 해결됐어? 뭐, 허니라면 분명 모두와 잘 이야기했으려나? 그야 허니는 정말로 좋은 사람이니까, 그렇게 되는 건 당연한 거야! 모두 허니를 정~말로 좋아하니까! 그렇지, 허니? 아핫☆』

미키 『있잖아, 허니는 어울린다고 말해줬지만 역시 조금 신경쓰여서 머리 모양을 바꿔 본 거야! 허니는 어울린다고 말해 주려나? 빨리 보여 주고 싶은 거야』

미키 『보고 싶어, 허니.. 그럼 내일 봐!』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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