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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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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1, 2013 08:42에 작성됨.

*타카네 생일이니 타카네 생일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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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셨습니까 귀하?”

우연히 들른 집에서 P는 타카네를 만났다. 단순한 우연이지만 날이 날인만큼 이 기묘한 우연조차 어떤 운명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드는 것 같았다.

“하하, 타카네 집으로 간 거 아니었어?”
“달이 아름다워 산책을 하다 우연히 냄새를 맡아서 그대로 이끌려 와 버렸군요.”

추운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온 바람에 안경에 김이 서려 앞이 뽀얗게 보이는데도 타카네만은 어째서인지 그 모습이 제대로 보였다.

“과연, 이라고 할까나. 타카네는 내가 집 앞까지 태워다 줬었는데.”

입고 있던 옷깃으로 안경을 벗어 닦은 후 다시 쓰고서 주위를 보았다. 한산한 가게였다. 시간은 10시를 넘어가니 저녁과 술을 마신 후의 손님이 많아도 좋을 것 같았지만, 이 가게는 어쩐지 손님이 적었다. 혹시 맛이 없는 곳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없었다.

“맛이 없다기보다는 장소가 좋지 않은 거겠죠. 하지만 이런 가게가 의외로 맛집인 경우도 있으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음을 읽을 줄 아는 거야?”
“그럴 리가요. 단지 귀하가 하시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기에 성급하나, 예상해 말한 것 이옵니다.”

그리고 타카네는 라면가게에서 어울리지 않는, 신비스러운 분위기와 함께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주었다. P는 타카네의 자리로 가서 그 마주편에 앉으려 했다.
그 때 타카네가 나직이 불렀다.

“귀하.”
“응?”
“오늘은 저의 옆에 앉아주시지 않겠습니까?”

살짝 얼굴을 붉히며 평소와 다르게 부끄러워하며 그리 부탁해왔다. 그 예상하지 못한 부탁에 프로듀서는 살짝 난처함을 표했다.

“저, 그건 좀…….”

프로듀서의 그 반응에 타카네는 큰 눈을 껌벅이다가 이내 고개를 살짝 숙였다.

“방금 제 부탁으로 곤란하신 것 같군요. 사죄를 드릴테니 부디 잊어주십시오, 귀하.”

순순히 사과를 하는 그 모습이 오히려 안쓰러워보였다. 티를 내지 않으려 하지만 풀이 죽어 있는 것도 보여 P는 결국 한숨을 쉬며 그 옆자리에 앉고 말았다.

“뭐, 오늘은 타카네의 생일이니깐. 그 정도 부탁 정도는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어.”

그 말에 풀이 죽었던 타카네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러하다면 매일이 생일이라면 기쁘겠군요. 그렇다면 귀하에게 좀 더 어리광을 부릴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하하, 그건 좀 봐줘라.”

둘은 주인에게 큰 소리로 주문한 다음에 라면을 기다렸다. 타카네는 라면을 기다리면서도 벌써 그 다음에 먹을 것을 고민하는지 메뉴판을 쳐다보고 있었다.
살짝 숙인 얼굴 밑으로 은은한 은발이 한 때의 갈대처럼 흔들린다. 그 은발 사이로 하얀 귀와 그 밑으로 부드러운 목선이 드러나 있었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여자.
그것이 시죠 타카네란 여성의 평가였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바로 곁에 앉아있다 더더욱 절실하게 느껴졌다. 
순수한 큰 눈과, 반듯한 코, 살작 찡그린 눈썹조차 아름답다. 메뉴판을 잡고 있는 길고 가는 손가락은 그 동작조차 우아하고 사랑스러웠다. 보고 있다 보면 무심코 손을 뻗어 잡아주고 싶어진다.
만지고 싶다.
그 욕구가 강해져오자 P는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서로의 직업상 관계의 벽을 허물 수 없던 것이다. 아니, 직업뿐만이 아니라 서로의 위치에서는 절제해야만 했다.

“오늘 모두의 파티는 즐거웠어?”   

P가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그리 믿자 슬그머니 잡고 있던 메뉴판을 놓고서 타카네는 미소지었다.

“네. 아주 즐거웠습니다. 모두가 그런 준비를 해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상당히 놀랐습니다.”
“에, 놀랐던 거야?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데.”
“후후, 일생에 몇 번 없을 정도로 놀랐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저를 소중히 생각해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에 감동도 받았었습니다.”

오늘은 타카네의 생일이었다. 처음에는 평범하게 기획했던 것을 타카네의 놀라는 얼굴을 보고 싶다는 아미의 제안에 따라 깜짝파티가 된 것이다. 하지만 기획했던 깜짝 파티는 준비하던 것에 비해 타카네가 그리 놀라지 않아 실패했다는 모두 그 부분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단지 타카네의 절친인 히비키만이 타카네를 놀렸고, 그 놀림에 타카네가 평소와 달리 살짝 부끄러워했단 것을 모두가 몰랐던 것뿐이었다.

“그렇구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줘야겠는걸. 사실 타카네는 놀랐던거라고.”
“그, 그것은 토옵 시크릿이라는 것으로…….”
“어째서?”

P가 능글맞게 웃으며 묻자 타카네는 그 시선에 얼굴을 돌리며 볼을 살짝 부풀렸다.

“귀하는 짓궂으신 것이옵니다.”
“하하, 알았어. 그럼 이것은 우리 둘의 비밀인 것으로 할게.”

그리 말하자 그제야 타카네는 다시 시선을 프로듀서에게로 향해주었다.

“그리 해주시면 기쁘겠습니다, 귀하.”

둘은 바로 서로 바로 옆에 앉아있었다. 그 때문에 그리 말하며 시선을 맞추니 상대의 얼굴이 더욱 가까워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서로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그렇다고 연인들이 키스를 할 때처럼 가까워진 것도 아닌데, 서로의 숨소리가 들리고, 숨결이 서로의 코에 닿았다. 좋은 향이 난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정신이 아득해짐을 P는 느꼈다. 

“다음에는 저도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습니다.”
“그, 그래?”
“네. 그리고 저도 모두가 했던 말을 하고 싶군요. 하이피 버으스데이!라고 말이죠.”
“아, 그 말이 마음에 들었구나.”
“네. 그 말을 모두에게 듣는 순간 뜻을 몰랐지만 굉장히 기뻤던 것이옵니다. 다른 모두에게도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리 말하는 타카네의 얼굴에는 왠지 만족감이 들어나 있었다. 그리고 얼굴을 돌리며 몇 번이고 해피 버스데이란 발음을 반복했다. 
이런 모습에 있어 타카네는 평소의 어른스럽고 신비스러운 이미지와 달리 순수한 어린 소녀와 같았다. 실제로 그녀는 모르는 것도 많았다. 영어발음에 약하고, 최신 전자기기를 잘 다르지 못한다. 치하야처럼 못 다룬단 느낌이 아니라, 아예 그런 물건과 연이 없던 것처럼 그 부분에 무지하다. 그 때문에 그녀는 때룬 그런 부분에서 순수한 모습과 귀여운 모습, 그리고 엉뚱한 모습을 보여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질리지 않는 사람이다.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오히려 모르던 면들을 알게 되어 점점 빠져들게 된다. 더욱 가까워지고 싶다, 더욱 이 사람에 대해 알고 싶다.
그랬기 때문에 자신은 타카네로부터 거리를 벌려야만 했다.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지켜야할 선을 넘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 귀하는 혼자군요.”

타카네가 문득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모두 집에 돌아갔으니깐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는데. 오히려 지금 이렇게 타카네랑 있는 쪽이 이상하다고.”
“그러하옵니까?”

미성년자가 많은 765프로이기에 타카네의 생일 파티는 9시쯤에 끝났다. 그 이상은 열차와 버스 시간이라던가가 있어서 무리였다. 프로덕션에 운전을 할 줄 어른과 차들이 많았더라면 좀 더 놀고서 모두를 직접 태워다 줄 수도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765는 그 정도로 크지 못했다.
물론 어른조는 그 이상 놀아도 좋았지만, 타카네의 생일로 모인 것인 만큼 자기들끼리 따로 자리를 마련하기가 어쩐지 내키지 않아 그러지는 않았다. 
좀 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리고 있자니 주문했던 라면이 나왔다. 타카네의 라면은 저녁을 먹은 후인데도 그 양이 남자인 P의 두배 가량이 되었다.

“여전히 엄청난 양이구나.”
“기본 소양인것이옵니다.”

무슨 소양인지 궁금했지만 P는 굳이 묻지 않았다.

“호오, 타카네 말대로 의외의 맛 집일지도 모르겠는데? 국물도 개운하고, 거기에 면도 두꺼운게 쫄깃한게 맛있어.”

라면을 한 번 먹고서 감탄하며 말하자 옆에서 마찬가지로 맛을 본 타카네도 같이 동의를 표했다.

“기대 이상인것이옵니다. 마지막에 이런 맛의 가게도 찾게 되고, 오늘은 정말 만족스러운 날인 것이옵니다.”

그녀의 말에 P는 그녀가 오늘 하루를 얼마나 마음에 들어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라면을 먹는 동안의 그녀는 말이 없었다. 먹는 것에 집중해 주위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그녀는 오늘 평소보다 먹는 것이 느긋해  P가 그녀보다 먼저 먹었다. 평소라면 아무리 양이 많더라도 그녀가 자신의 프로듀서보다 늦게 먹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오늘 같은 특별한 날을 즐기고 싶은지 그녀의 손놀림은 평소보다 확연하게 느렸다.
서민 음식이란 인상이 강한 라면은 고귀해 보이는 그녀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며 맛있게 먹는 그녀를 보자면 그런 사실들은 잊게 된다.

“왜 그리 보시는지요?”

P의 시선에 의아해 하며 타카네가 먹던 것을 멈추고 물었다. 그 물음에 P는 생각하던 것을 입 밖으로 내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타카네가 먹는 모습을 보니깐 라면CF를 받아와도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봤어.”
“귀하의 현명함에는 늘 감복할 따름입니다. 그리 정하셨다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아, 아직 이야기가 들어온 건 없으니깐 진정해 타카네.”

그 말에 타카네가 눈을 빛내며 그의 두 손을 잡고 말하자 P가 당황하며 그녀를 진정시켰다. 라면 이야기가 나오니 평소의 차분함과는 다르게 그녀가 살짝 흥분한 것이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신속히 그리 될 수 있도록!”
“하하, 알았어. 생방임까의 코너도 있으니깐 한 번 주위 사람들에게 그 쪽으로 어필해볼게.”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귀하.”

평소처럼 말투는 차분해졌지만 여전히 묘한 흥분이 서려있었다. 그렇게 기쁜 것일까 싶다가도 이렇게 좋아한다면 어떻게든 이쪽 일로 구해와야겠다고 P는 속으로 다짐했다.
차분하게 타카네가 라면을 먹는 모습을 턱을 괴며 보고 있자니 어느 사이엔가 타카네는 그릇을 다 비었다.

“다 먹은 거야?”

깨끗하게 비어진 그릇을 보고도 혹시나 싶어 물어봤더니 타카네는 그대로 P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타카네?”
“부끄럽게도 과식을 한 것 같사옵니다. 좀 이렇게 기대고 있어도 괜찮겠습니까?”
“타카네는 의외로 어리광쟁이구나.”
“오늘은 실컷 어리광을 부려도 좋다 하신 건 귀하입니다.”
“아니,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않았다고.”

살짝 항의하듯 말하는 P의 말을 무시하며 타카네는 웃으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꼬대처럼 중얼거리며 말했다.

“아직 한 시간하고도 삼십분이 남았으니 충분한 것이옵니다.” 

그 시간이 자정이 되기까지 남은 시간을 말함을 알고 결국 P는 웃으며 타카네를 그대로 놔뒀다. P가 자신을 떼어내지 않자 슬며시 눈을 뜨며 타카네는 부드러운 입술을 열었다.

“평소에도 다정하신 분이지만, 오늘은 더욱 다정한 것이옵니다.”
“내가 말이야?”
“네. 그렇게까지 제 어리광을 받아주신다면 좀 더 욕심을 내도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군요.”
“라면을 더 먹고 싶은 거야?”

타카네는 그 이상 말하지 않고 사뿐히 P의 손에 자기 손을 얹었다.

“타카네?”
“단순한 어리광인 것이옵니다.”

일순 고집 같은 것이 느껴지는 그 말에 P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타카네가 잡고 있는 손은 P의 오른손이었다. 타카네는 자신의 손바닥에 느껴지는 P의 약지에 있는 반지의 감촉을 느끼며 일순 슬픈 표정을 지었다.
곧 타카네는 P에게서 자신의 손을 떼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만 나가도록 하죠. 가게 안의 공기가 너무 덥군요.”
“그럼 나가서 같이 산책 좀 할까? 타카네 성격으로 봐서 바로 집으로 갈 것 같지도 않고.”
“후후, 그럼 에스코오트라는 걸 부탁드리죠.” 

둘은 아까의 분위기를 잊으려는 듯 서로 농을 나누며 웃고서 가게를 나왔다. 투박한 모습처럼 라면의 값도 쌌다. 

“달이 아름답군요.”

가게 밖으로 나오자 하늘을 본 타카네가 그리 말했다. 그 말에 P도 시선을 하늘로 옮겼다. 도시의 하늘은 탁하다. 하지만 그런 탁한 하늘 사이에서 달만이 깨끗한 맑은 은색 빛을 보이고 있었다.

“정말이네. 아름다운 달이야.”
“같은 감상이라니, 기쁘군요.”

타카네의 입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은은한 달빛이 지상에 내려앉고, 그런 달빛을 잡듯이 타카네가 살짝 손을 들어보였다. 
눈이 부시다.
타카네가 평소보다도 아름답게 느껴지면서 그 모습이 밤인데도 눈부시다고 P는 느꼈다. 달빛을 잡으려는 듯한 타카네의 몸짓은 신비스럽게 느껴지며 그 달빛조차 몸에 둘러 은색의 휘광이 나는 옷으로 만들어 입는 듯 하였다. 
하얀 입김이 눈앞에서 어려 있다가 사라진다. 이런 추운 날 어째서인지 타카네는 장갑을 끼고 있지 않았다. 잊고서 안 갖고 온 것일까?

“귀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타카네가 문득 P를 불렀다.

“손이 시렵군요. 장갑을 잊어버려서 그러는데, 대신 잡아주시지 않겠습니까?”

손을 뻗으며 그리 요구하자 P는 고민하지 않고 끼고 있던 자신의 장갑을 빼서 그 장갑 두 짝을 건넸다.

“그럼 내 장갑을 끼고 있어.”
“그럼 귀하의 손이…….”
“아이돌의 몸 관리도 프로듀서의 일이야.”
“…….”

타카네는 말없이 장갑을 들고 있는 P의 손을 보았다. 그러고는 씁쓸하게 웃으며 자소했다.

“제 손을 잡아주지 않으시는군요.”

타카네는 시선을 들어 P를 보았다. 그 눈빛은 아까의 가게 안에서 보인 것과 다르게 굉장히 날카로웠다.

“어째서인가요?”
“장갑으로 충분하다 생각했으니깐.”
“제 손을 잡아주기 싫은 신건가요?”
“……참아야 하니깐.”
“또 말입니까?”
“몇 번이든 참아야해. 난 프로듀서니깐.”

그 대답에 타카네는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을 믿고 저도 참았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해.”
“참고, 참고 또 참았습니다. 귀하도 참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깐요. 그러다가,”

타카네가 장갑을 들고 있던 P의 손을 매섭게 쳐냈다. 그러자 드러난 P의 손에 약지에서 반지가 나타났다. 반지는 달빛을 받으며 빛나고 있었다.

“뺏겼습니다. 귀하의 말을 믿고, 참았다가 전 결국 귀하를 다른 여성분에게 뺏겨버렸습니다. 어째서죠?”

타카네가 사납게 노려보며 물었다. P는 타카네에게 맞아 붉게 변한 손등을 신경도 쓰지 않고 허리를 숙여 땅에 떨어진 장갑을 주었다. 그리고 주운 장갑을 타카네에게 다가가 그 하얀 손에 끼어주었다.

“장갑 끼고 있어. 피부가 망가지니깐.”
“…….”

타카네는 순순히 장갑을 끼며 말없이 프로듀서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하얀 입김이 한숨인지 P의 입에서 길게 이어져 나왔다.

“계속 참고 있을 자신이 없었어.”
“그래서 그 분을 선택하신건가요?”
“응.”

그 짧은 대답에 타카네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셨다. 이내 입술을 살짝 깨물다가 물었다.

“그 분을 사랑하시는 겁니까?”
“……응.”
“그럼 저는?”
“물론 타카네도 소중한 나의 아이돌이야.”
“……그렇군요.”

타카네는 그 말을 듣고서 말이 없었다. P랑 마주보고 서 있다가 앞서 걷기 시작했다. 그 뒤를 P가 따라갔다. 
둘은 말 없이 한참을 걸었다. 그러다가 공원에 들어서고서 다시 타카네가 입을 열었다.

“아직 30분이 남았군요.”

그 말에 P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보았다. 야광시침이 열한시 삼십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귀하, 저의 생일선물을 하나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타카네는 욕심이 많구나.”

P가 힘없는 미소로 답하자 타카네는 달빛을 등지며 P를 바라보았다. 그 미소는 달빛을 머금으며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후후, 생일날만큼은 참지 않아도 좋지 않을까하고 생각했사옵니다.” 

P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 사과를 겸해 선물을 주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아마 이것을 받고나며 그녀도 완벽히 마음을 정리할 것이다.

“좋아, 뭘 받고 싶은데?”  
“지금은 말해드릴 수 없습니다.”
“30분 밖에 안 남았는데?”
“그전에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 때까지는,”

타카네는 자신의 입술에 검지 하나를 가져가며 고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토옵 시크릿입니다.”

그 뒤로 둘은 조금 더 공원을 걷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타카네를 집까지 데려다주려 했지만 그녀측에서 거절하며 타카네는 먼저 택시를 타고 떠났다. 
타카네가 떠나는 모습을 보고서 나중에 택시를 잡고 자신의 맨션으로 온 P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평소보다도 피곤했다. 생각해보면 자신과 타카네 사이에는 그전에 끝을 맺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랬던 것을 오늘 일을 계기로 완벽히 정리가 된 듯하다. 아직 그녀가 원하는 선물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무리한 것을 부탁할 여인이 아니기에 P는 이걸로 거의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맨션을 올라가 자신의 집에 다다른 P는 핸드폰을 꺼냈다.

“아, 그리고 보니 아직 연락을 안했구나.”

현재 자신의 여자친구를 생각하며 집에 잘 도착했다고 연락하기 위해 핸드폰의 단축키를 누를 때였다. 그 때 인기척이 없던 자신의 등 뒤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들렸다.

“다행히도, 아직 5분이 남았군요.”

그 소리에 놀라 뒤돌아보니 틀림 없이 먼저 집으로 갔던 타카네가 웃으며 서있었다.
복도는 어두웠지만 창으로부터 은은한 달빛이 들어와 그녀를 비추어주고 있었다.

“타, 타카네?”
“귀하, 제가 받고 싶은 생일 선물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P는 어쩐지 타카네에게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껴 뒤로 물러났지만, 뒤에는 닫혀 있는 차가운 문이 있을 뿐이었다.
타카네는 P에게 다가가며 조곤조곤, 속삭이듯 작게 말해주었다.

“제가 받고 싶은 생일 선물은…….”

타카네는 겁을 먹은 듯 두 눈을 크게 뜬 P에게 손을 뻗으며 오늘 중 가장 환한,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미소로 말했다.

“바로 귀하입니다.”




P로부터 연락이 끊긴지 한 달이 지났다. 그 동안 765는 어떻게든 그를 찾으려 노력하면서 동시에 사장까지 가세해 업무를 해나갈 수 있었다. 그의 행방불명은 갑작스러웠다.  
그것은 타카네의 생일 다음 날의 일이었다.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헤어지자는 문자를 마지막으로 갑작스레 행방을 감춘 것이다. 
사무소에는 예전과 같은 활기가 없었다. 그래도 그가 사라졌단 이야기를 들었을 때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예전의 765만큼의 활기가 없었다.
그럴 때 타카네는 갑작스러운 은퇴를 이야기해왔다.

“그의 일에 자네가 죄책감을 느껴왔다는 것은 알고 있네. 하지만 자네의 잘못이 아니야.”
“알고 있으나, 역시 쉽사리 떨쳐낼 수 없는 것이옵니다. 한 동안 아이돌일을 그만두고서 마음을 추스르고 싶습니다.”

사장은 어떻게든 타카네를 설득하려다가 그것이 불가능함을 알고 그것을 받아들여주었다. 그녀의 갑작스런 은퇴는 다시 또 765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언젠가 P가 돌아올 것을 믿으며 아이돌들은 견뎌내며 열심히 자신들의 일을 해나갔다. 톱 아이돌이 되면 사라진 그가 어딘가에서 자신들을 볼거라 믿으면서…….



타카네는 자신의 집에 도착해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을 두개의 잠금장치를 모두 꼼꼼하게 잠그고서, 집안으로 들어와 창문을 확인했다. 창문도 모두 잘 잠겨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후 그녀는 커튼을 치고서 잠겨 있는 방문에 열쇠를 넣어 돌린 후 문을 열었다.
그리고 방안을 보고서 활짝 웃었다.

“죄송합니다 귀하, 오늘 마지막으로 일을 하느라……. 하지만 걱정마십시오. 이제 이걸로 아이돌을 은퇴했으니. 이제 쭈욱 귀하랑 저, 단둘이 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
“후후, 귀하도 기쁘신 거지요?”

타카네는 사뿐사뿐 걸으며 방구석에 있는 P에게 다가갔다. P는 멍한 눈으로 타카네를 보고 있었다. 묶여있지도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P는 무언가 구속되어 있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귀하, 전 이제 고향으로 갈 생각입니다. 물론 귀하도 같이요. 거기서 좀 더 이야기를 나누지요. 앞으로 계획도 말이죠.”

타카네는 기뻐하며 P를 꼬옥 끌어안으며 그에게 속삭였다.

“1년 정도면 확실히 귀하도 절 받아들이시겠지요. 후후, 귀하. 당신은 정말 저의…….”

그리고 P에게 키스를 한 후 중얼거렸다.

“……최고의 생일선물인 것이옵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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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네가 생일 날 선물 받고 행복해지는 평범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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