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아이마스 X 마마마] 아마미 하루카예요, 마법소녀를 하고 있습니다 -4

댓글: 12 / 조회: 1753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3-25, 2014 11:57에 작성됨.

http://imasss.net/bbs/board.php?bo_table=write&wr_id=14681&page=2 -1편
http://imasss.net/bbs/board.php?bo_table=write&wr_id=14754&page=2 -2편
http://imasss.net/bbs/board.php?bo_table=write&wr_id=15148&page=3 -3편


「하루카, 눈에 뭐라도 들어갔어?」 

엉겁결에 눈을 비볐더니 큐베가 그렇게 물어 왔습니다. 인간은 눈앞의 광경을 좀처럼 믿을 수 없으면 그런 행동을 취하곤 한다는 사실을 큐베에게 설명할 겨를이 없었기에, 대답은 하지 못했지만요.
그만큼 제 눈앞에 선 등은, 있을 수 없다고 무심코 생각해 버릴 정도로 말도 안 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야요이인… 거야?」

「네, 타카츠키 야요이예요!」

등을 돌린 채 이 쪽을 보고 밝게 미소짓는 여자아이의 이름은 타카츠키 야요이. 저보다는 3살 어린 나이로, 아직 중학생이예요. 같은 765 프로덕션에서 아이돌을 하고 있는 동료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태양처럼 밝고 순수해서, 싸움이라던가 목숨을 건 일 따위와는 어떤 연관도 없어 보이는 그런 아이.
그 야요이가 제 앞에 본 적 없는 모습으로 서 있다는 사실과 저를 구해낸 사람이라는 사실, 지금 이 상황에 대한 혼란이 뒤섞여 머리가 엉망진창이예요. 입에서 좀처럼 말을 꺼낼 수가 없습니다.

「아니, 그치만… 야요이가… 어떻게?」

「아, 저기, 저는 마법소녀라고 해서…」

마법소녀.
뭐라고 할까, 본인의 입으로 들어서는 이제 정말로 의심할 여지도 없는 거네요. 새삼 야요이의 모습에 눈이 갔습니다.
라이브 때 입는 무대의상과도 약간 닮아 있을까요. 전체적으로 흰색과 주황색이 섞여 있는 옷. 곳곳에는 팔랑이는 프릴이 달려 있어서 여자아이답지만, 그럼에도 움직임의 편의성을 위한 디자인은 단순히 예쁘기만 한 옷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자그마한 보석 장식이 박힌 새하얀 장갑으로 덮인 손에 들려 있는 것은, 택트(지휘봉)… 일까요? 역시나 주황색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예뻤습니다.
상상만 해 오던 '마법소녀'가 정말 그대로 현실에 튀어나온 것 같은 느낌이어서, 약간은 어이가 없을 정도였어요.

「야요이, 와 줬구나!」

「어라, 큐베 씨? 하루카 씨와 함께 계셨던 건가요?」

어느샌가 옆에 있던 큐베가 야요이와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하지만, 저 말투로 봐서…
큐베는- 야요이와 아는 사이였던 걸까요?

「아마 알고 있겠지만 위험한 상황이야. 우연히 마녀의 결계에 말려들어 버렸어. 야요이, 도와주겠어?」

「저, 아직 익숙하진 않지만… 해 보겠습니다! 하루카 씨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아아, 그렇… 네요. 야요이의 등장에 놀란 탓에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여긴 마녀의 결계 안이었죠. 지금은 우선 여길 빠져나갈 방법부터 생각하지 않으면 안 돼요.

「저기 큐베, 어떻게 하면 여기에서 빠져나갈 수 있어?」

「이미 들어와 버린 이상 어떻게든 결계의 주인인 마녀를 물리치는 수밖에 없어. 일단 여기에선 야요이에게 부탁하도록 하자. 그녀는 믿을 만한 마법소녀야」

「하, 하지만 야요이를 위험에 빠뜨릴 수는…」

거기까지 말하고선, 저는 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마법소녀인 야요이에게 위험을 끼치고 싶지 않다니, 생각해 보면 이런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죠…
무력한 자신의 처지에 조금 침울해진 저에게 야요이가 위로하듯 말을 건네왔습니다.

「하루카 씨, 무사히 나가게 되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요! 그러니까 우선 지금은, 저를 믿어주실 수 없을까 해서!」

「야요이…」

「괜찮아요! 저, 하루카 씨를 위해서 힘낼 테니까요!」

… 야요이는, 정말로 좋은 아이네요. 함께 아이돌을 하면서도 여러 번 느껴 왔지만, 지금은 그게 더욱 절실히 느껴져 왔습니다. 솔직히 연장자인 입장에서 야요이에게 위험한 일을 시키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으로선 별 수가 없겠죠. 내밀어진 야요이의 손을 잡고 일어섰습니다. 웃어 보이는 야요이를 보고 조금은 안심했지만 여긴 위험한 곳… 이겠죠. 긴장을 늦출 수는 없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야요이가 표정을 조금 진지하게 바꾸더니 큐베에게 물었습니다.

「큐베 씨, 마녀가 있는 곳으로 안내 부탁드려요!」

「좋아, 맡겨둬. 이 쪽이야!」

큐베가 달려나가고, 저와 야요이가 뒤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순식간에 야요이와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해서 조금 놀랐어요. 저번에 같은 프로그램에서 달리게 되었을 때는 분명 저보다 뒤쳐졌었는데, 마법소녀가 된 영향일까요? 그렇다고 해서 걸림돌이 될 수는 없겠죠. 최선을 다해 뒤를 쫓았습니다.
도중에 방금 습격당할 뻔 했던 공기의 구체 같은 것들이 몇 번인가 모여들었지만, 야요이가 택트를 휘두르자 뻗어나간 빛의 음표에 닿자 흩어지듯이 사라져 버렸어요. 뭐라고 할까… 야요이는 강하네요. 마법소녀라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해 버렸습니다. 

「괜찮아, 야요이? 사역마들이 모여들고 있는 것 같은데」

「네, 큐베 씨! 마녀가 있는 곳은 아직인가요?」

「이제 곧 도착해! 조금만 더 힘내!」

저도 슬슬 숨이 차기 시작했지만, 아무래도 이제 곧인 것 같아요. 주위를 둘러보니 처음 보았을 때보다 한층 더 기괴하게 변해 있었습니다. 무작위로 선택한 물감을 한 데 버무려 엉망으로 뒤섞었는데도, 각각의 색이 변하지 않고 형태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뭐라고 형용하기조차 어려운, 명백하게 이 세계에 속해 있지 않은 공간- 약간 섬찟해졌지만 발을 멈출 수는 없어요. 야요이도 힘내고 있으니까!

「저 문이야! 야요이, 준비해!」

큐베의 말에 앞을 보자 투박하게 생긴 검은 문이 있었습니다. 저 안에, 마녀가 있다는 것일까요. 저도 저 나름대로의 각오를 다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네요.
조금 불안해져 야요이를 보자, 야요이는 걱정 말라는 듯 웃어 보였습니다. 마녀와의 싸움은 야요이라도 긴장될 텐데, 아마 저를 위해서 애써 안심시켜주려고 하는 거겠죠…

「하아, 하아… 저기, 야요이! 나, 이 모양이고…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지만」

역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었어요.

「힘내…! 나, 야요이를 응원할 테니까!」

저도 알고 있어요. 실질적으로는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는, 그저 '나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할 뿐인 허울 좋은 말. 자신의 추악함에,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예요. 하지만, 그럼에도 야요이는 웃는 얼굴을 잃지 않았습니다.

「웃우! 하루카 씨에게 응원받는 이상, 절대로 이기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 고마워, 야요이.
마음 속으로나마 깊이 고개를 숙이고, 야요이에 대한 감사를 표했습니다.

「올 거야! 조심해, 야요이!」

「네! 가죠, 큐베 씨!」

저와 야요이, 큐베가 앞에 서자, 꿈쩍도 할 것 같지 않던 문이 찢어지는 비명소리와도 같은 굉음을 내며 서서히 열렸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 나타난 것은,


「뭐야… 이거」

「…」


야요이가 숨을 삼키는 소리.
순간,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던 저는 그저 멍해졌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방. 정말로 하얗고 하얗고, 단지 하얘서, 주목을 끌 만한 것은 무엇 하나 존재하지 않을 만한 공간. 형태만을 따지자면 라이브 돔과도 비슷했습니다. 단지 그 내부가 깔끔하게 비어 있다는 것이 다를 뿐. 하지만 그곳에 정말로 아무것도 없느냐고 한다면, 분명 '무언가'는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보았을 법한 종이 자르기를 알고 계신가요? 종이를 여러 겹으로 접은 후, 머리와 양 팔, 양 다리의 형태만을 갖춘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사람의 모습대로 종이를 잘라내서 펼치면, 여러 명의 사람이 손을 잡고 이어져 있는 것 같은 모습을 한 종이가 생겨납니다. 저도 몇 번인가 해 본 적이 있었죠. 그런 쪽엔 그다지 손재주가 없어서, 예쁘게 해내진 못했지만요.
제 눈앞에 끝이 있는가 싶을 만큼 줄지어 늘어서 있는 것들은, 흡사 그것을 떠올리게 하는 형태였습니다. 비록 그 경계선은 뚜렷하지 않고 금방이라도 대기로 녹아들 듯 일렁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분명 사람의 형태 비슷한 것을 유지하고 있는 '무언가'들. 하지만 그 모습은 일렬이라기보다는 곡선에 가까웠습니다. 이 이상한 방의 형태 또한 원형의 돔과 같은 모습. 그렇다고 한다면,

「뭔가의 주위를 휘감고… 보호하고 있는 걸까?」

「하루카, 그건 아닐 거야. 좀 더 잘 봐」

「잘 보라고 말해도…」

그 때, 빽빽하게 뭔가를 에워싸고 있는 것 같던 저희 앞의 사람의 형체들이 갑자기 비켜서기 시작했습니다. 한 줄만이 아니라 몇 겹이고 있었던 것인지, 촤라락 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기세. 저희들의 앞에 마치 바다가 갈라지듯이 일직선의 길이 열리고, 그 끝에 어렴풋하게 무언가가 보여 왔습니다. 

-Shaymy-  

아마도 저것이 마녀- 그렇게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야요이…」

「가죠, 하루카 씨」

야요이가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주위에 바글거리는 사람의 형체들에 다시 한 번 시선을 주었지만, 쉽사리 움직일 기미는 보이지 않아요. 저도 용기를 내서 야요이를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마녀의 모습이 확실히 보이기 시작했어요. 충분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지자, 몸에 오싹 하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뻥 뚫려 있었어요.
기본적으로 주위의 형체들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마녀. 대신 굴곡이 진 몸과, 긴 머리카락 같은 무언가의 존재 덕에 여성형이라는 것만 간신히 파악할 수 있는 마녀의 얼굴은- 아니, 얼굴이 있어야 할 곳에는, 텅 빈 구멍만이 있었습니다.

「아, 윽…!」

절로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오려는 것을 겨우 억눌렀습니다. 소리를 냈다간 저 기괴하게 생긴 존재가 이 쪽을 바라볼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단지 무서웠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어요. 도저히 합리적인 설명을 할 수 없었지만, 그 마녀의 모습을 처음 본 순간, 어디선가 이해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저 마녀는, 너무나도 슬픈 존재인 것이라고.

「야요이, 아무래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 큐베 씨, 그건 무슨 뜻인가요?」

「이 마녀는 싸우려는 의지가 없어」

어떤 확신이 있어서인지, 큐베는 시원스레 그렇게 말했습니다.

「방금 습격당할 뻔 했던 일도 있고 하니 사역마들이 어떨지는 또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마녀는 우리에게 적의가 없을 거야. 없애주도록 해」

「잘 모르겠지만… 알겠어요!」

그렇게 말한 야요이가 오른발을 살짝 들어 탁, 하고 한 번 발을 구르자, 땅에서 오렌지색으로 빛나는 악보의 줄기 같은 것이 솟아나와 야요이의 몸 주위에 휘감겨 돌기 시작했습니다. 뒤이어 야요이가 택트를 든 손을 쭉 뻗은 채로 발레를 하듯 몸을 회전시키자, 그에 호응하듯 악보 역시 빠른 속도로 회전하더니 점차 택트를 향해 모여들어 밝게 빛났습니다. 그 때였어요. 미동도 없던 사람의 형체- 마녀의 사역마들이 갑자기 이 쪽을 향해 덮쳐오기 시작했습니다.

「야, 야요이!」

「에에잇!」

떨쳐내는 듯한 동작으로 야요이가 택트를 크게 휘두르자, 모여 있던 빛이 순식간에 커다란 원을 그리며 음표의 형태를 한 채 공간 전체로 퍼져나갔습니다. 그 빛에 닿을 때마다 녹아내리듯이 사역마들이 사라져 나가고, 이윽고 풍선이 터져나가는 듯한 요란한 파열음이 사그러들자 어느새 마녀의 방에는 꼼짝하지 않은 채 앉아 있을 뿐인 마녀와, 야요이, 저, 큐베만이 남아있었습니다.
마녀와의 싸움이- 정말 이걸로 끝난 걸까요?

「역시 이 마녀에겐 싸울 의지는 없는 것 같아. 정말로 특이한 케이스야. 아직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야요이에게는 잘 된 일이지만」

「저기, 큐베 씨… 이 마녀, 정말로 없애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요?」

어찌된 일인지, 야요이가 약간 잠긴 목소리로 큐베에게 물었습니다.

「잘 설명하지 못하겠지만, 저… 어쩐지 대단히 슬픈 기분이 되어서」

안타깝다는 듯한 야요이의 목소리였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요. 큐베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습니다.

「불가능한 일이네. 지금은 전의가 없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마녀. 언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지 몰라. 그리고 마법소녀에게 그리프 시드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이미 가르쳐 줬잖아?」

그리프 시드…? 잘 모르는 단어예요. 무언가의 물건인 걸까요. 고개를 떨구고 있던 야요이는, 큐베의 말을 듣자 이내 고개를 들고 조금은 슬픈 표정을 지은 채 마녀의 등 뒤로 다가갔습니다. 마치 비극의 여주인공같은 자세로 주저앉아 있는 마녀의 등 뒤로, 야요이는 작게 빛을 내고 있는 택트를 가져다 댄 후 작은 소리로 읊조렸습니다.

「죄송해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돼요」

「… 바이바이」

기분 탓일까요? 그 말을 들은 마녀의 등이 작게 떨린 것 같았습니다.
야요이의 택트 끝에서 빛이 뻗어나가 마녀의 몸을 관통하자, 마녀는 그 자세 그대로 재가 스러지듯이 사라져 가기 시작했어요. 그와 동시에 돔 같은 공간도 유리가 깨지는 것처럼 붕괴되기 시작하고, 오래 지나지 않아 저희는 원래 있었던 거리의 풍경 속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돌아온, 거구나.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는 안도감과 긴장이 풀린 탓에 덮쳐온 탈력감에 그대로 털썩 주저앉고 말았어요. 문득 바닥을 보니 뭔가 이상한 것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자그마한… 보석일까요? 하지만 보석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검었습니다. 야요이가 그것을 주워 올렸어요.

「큐베 씨, 이거 그리프 시드인 거죠?」

「그래, 맞아. 마침 야요이의 소울 젬이 약간 혼탁해진 것 같으니까 지금 사용하는 게 어때?」

「아, 네! 알겠습니다」

야요이가 눈을 감고 가슴 앞에 손을 모으자, 몸이 밝게 빛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평소의 복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주황색이 섞인 셔츠와 멜빵 치마, 제가 선물한 개구리 지갑을 보니 새삼스레 야요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안심해 버렸어요. 야요이의 손 안에는 달걀 정도의 크기의, 오렌지색을 띈 보석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저것이 아까 말했던 소울 젬이라는 것일까요?
야요이는 한쪽 손에 있던 그리프 시드를 소울 젬에 가져다 댔습니다. 그러자 소울 젬에서 어두운 안개 같은 것이 빠져나와, 그리프 시드 속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어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야요이의 소울젬은 처음 보았을 때보다 훨씬 밝은 빛을 내게 되었습니다.

「응, 잘 정화된 모양이네. 그 그리프 시드는 아직 두 번 정도 더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보관해 두도록 해, 야요이」

「그렇게 할게요! 저, 그리고…」

야요이가 제 쪽을 보더니 언제나 하곤 하는 인사를 해 왔습니다. 양팔을 뒤쪽으로 쳐든 채 허리를 크게 굽히는, 야요이 특유의 귀여운 인사법이예요.

「죄송했어요, 하루카 씨! 많이 놀라셨죠!」

「엣? 죄, 죄송했다니… 그렇지 않아! 애초에 나, 야요이가 와 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지… 하지만, 야요이가 마법소녀였다는 건 정말로 놀라버렸을지도…」

그렇게 말하자 야요이는 곤란하다는 듯 양쪽 검지를 맞댔습니다.

「아우… 저기, 숨겨서 죄송해요. 아직 사무소의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모두를, 위험한 일에 관련되게 하고 싶지 않구나- 해서」

「그건 이 쪽이 할 말인걸! 야요이는 어떻게 마법소녀가 된 거야? 큐베와는 언제 만났어?」

「자자, 진정해 하루카. 야요이도 딱히 나쁜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니까」

큐베가 보다 못했는지 참견해 왔습니다. 야요이 쪽을 향해 걸어가더니 그대로 야요이의 다리를 타고 뛰어올라 어깨 위에 올라앉았어요. 뭐라고 할까… 저런 모습을 보니, 본격적으로 마법소녀와 그 마스코트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해 버렸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뭔가를 잊고 있었던 듯한…

「… 나, 뭔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 같은데… 으으, 뭘까나」

「아아, 하루카 씨! 귀가 시간은 늦지 않으셨나요?」

「에? 시간? …… 아아아아아앗!?」

그, 그랬어요! 전철 시간, 지금쯤이면 엄청나게 늦었을 텐데! 황급히 시계를 확인하자 맥이 탁 풀렸습니다. 우우… 이미 막차 시간도 한참 지났네요…

「이래선 집에 돌아갈 수 없어… 어쩌지」

으으으, 머리를 부여잡고 좌절해 버렸어요. 정말로 어떻게 하면 좋지… 프, 프로듀서 씨에게라도 연락해야 하려나? 아니면 치하야에게라도… 털썩 주저앉은 제게 놀랐는지 야요이가 황급히 다가왔습니다.

「하왓!? 괘, 괜찮으신가요, 하루카 씨!?」

「훌쩍… 괜찮아, 야요이. 치하야에게라도 신세지면 하룻밤 정도는 어떻게든 될 거니까」

「저, 저기! 그러면 저희 집에서 묵으셔도 괜찮아요!」

「아… 야요이의 집에서?」

야요이의 집이라니, 뭐라고 할까… 전혀 생각치도 못했어요.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야요이네는 대가족이라는 모양이고, 아마 집도 그리 부유하지 못할 테니까 제가 묵는 건 역시 방해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말하니 야요이는 약간 화났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우! 확실히 저희 집은 가난하지만, 그래도 하루카 씨를 재워 드리는 것 정도는 문제없다구요! 너무 얕보시면 싫어요?」

야, 얕볼 생각은 없었지만… 야요이에겐 미안한 말을 해 버린 것 같아서, 황급히 사과했습니다. 저와는 나누고 싶은 말도 이것저것 많다는 모양이라, 결국 오늘만 야요이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큐베는 '오늘은 잘 해결되었으니 다행이야. 또 찾아올게' 라며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관계로, 야요이의 뒤를 따라 야요이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


그렇게 찾아간 야요이의 집은, 뭐랄까, 생각했던 것보다는 평범한 곳이었어요. 동생들이 정말로 많아서 조금 당황했지만 금방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야요이의 동생들은 야요이를 닮아서 정말로 좋은 아이들이였고요! 

늦은 식사기는 했지만 저녁도 대접받았고, 평소에는 동생들과 같이 자는 모양인 야요이와 오늘 밤은 특별히 두 명이서만 자게 되었습니다. 에헤헤, 어쩐지 자매가 생긴 기분이라 약간 쑥스럽네요.

「하지만 정말로 놀랐어. 야요이가 마법소녀라니… 큐베와는 언제 만났던 거야?」

「으음, 그러니까 아마 일 주일 전 정도이려나요. 동생들을 재우고 잠깐 바람을 쐬러 바깥에 나왔다가 우연히 만나 버렸습니다!」

일 주일 전이라면, 제가 큐베를 만났을 때로부터 고작 며칠 전이네요. 저희 사무소의 아이들 중에서 큐베를 만난 건 제가 처음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혹시 야요이 외에도 마법소녀가 된 아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혹시 알고 있는 아이는 없는지 야요이에게 물었지만, 야요이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렇다면 아마 아직은 야요이 뿐이라는 뜻이려나요…

「야요이는 어째서 마법소녀가 되려고 생각한 거야? 역시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어서야?」

사실 야요이가 마법소녀라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가장 신경쓰였던 점이었습니다. 마법소녀는 마녀와 싸우는 위험한 일을 겪게 되는 대신, 어떤 소원이든 들어준다고 하는 계약. 그것을 야요이가 이행했다고 한다면 그건 역시 뭔가 이루고 싶었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저는 아직까지 소원을 정하지 못해서- 정확히 말하자면 마법소녀가 되는 운명과 맞바꿀 만한 소원이 있는지조차 잘 알 수 없었기에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야요이는 그것을 정했습니다. 그 내용이 궁금한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하지만 저의 그런 기대를 야요이는 깔끔하게 배반했습니다.

「아녜요. 저는 소원을 빌지 않았어요」

「엣…? 하지만, 큐베가 말했는걸? 마법소녀는 소원을 이룸으로서 되는 존재라고」

「네, 소원 자체는 빌었어요. 하지만 그 소원도, '마법소녀가 되어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는 내용이었고…」

순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소원이…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 였다고, 말한 건가요…!?

「에에에에!? 그, 그런 소원으로 괜찮은 거야, 야요이!?」

「저기, 저는 그게… 큐베 씨가 말하신 것을 듣고 곧바로 그렇게 하자고 정했어요. 마녀는 사람들한테 해를 끼치는 나쁜 존재인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마녀를 물리치는 마법소녀가 될 수 있다면 딱히 소원 같은 건 필요없을까나, 해서!」

우와아…… 뭐라고 해야 할지, 발상의 차원 자체가 달랐다는 느낌이예요.
야요이답다면 야요이답지만… 그렇다고 해서, 목숨이 걸린 문제가 될지도 모르는 일을 그렇게 쉽게 결정해 버리다니요. 역시 조금 경솔했던 게 아닐까요…

「야요이… 정말로 괜찮은 거야? 오늘만 해도 야요이는 조금은 무서워 보였는걸. 난 야요이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고, 그건 정말로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야요이가 위험해지는 걸 바라지는 않으니까」

제 말을 들은 야요이는 그럼에도 괜찮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오늘만 해도 벌써 몇 번이고 보고 있는 것 같은 야요이의 활기찬 미소는, 하지만 지금은 조금 가냘프게 보였어요.

「… 저, 항상 생각했어요. 동생들을 지켜줄 수 있는 믿음직한 누나가 되자고. 그래서 아이돌 활동도 정말 열심히 하고, 집안일도, 동생들을 돌보는 것도… 항상 항상 힘냈어요. 하지만 큐베 씨에게서 마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혹시라도 동생들이 마녀에게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부터 들어서…. 아, 물론 동생들만의 이야기는 아니예요! 하루카 씨는 물론이고, 사무소의 다른 분들도 저에겐 정말 소중한 사람들 뿐이예요. 그런 사람들을 제가 제 힘으로 지킬 수 있게 된다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이미 소원을 이룬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야요이…」

저보다 어린 나이인데도, 야요이는… 약간 가슴 한 켠이 아려왔습니다. 야요이의 선택이 그렇다면 저로서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거겠죠. 소중한 사람들을 위험으로부터 스스로 지켜내고 싶다는 건, 사실은 정말로 야요이다운 생각이기도 했으니까요.

「사실, 아빠와 엄마가 하시는 일이 잘 되게 해 달라거나, 집안이 좀 더 나아지게 해 달라는 소원 같은 것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것들은 조금 치사하다고 생각했어요. 모두들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마법소녀가 된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나아져도 그다지 의미는 없을까나, 해서」

「그러니까… 저는 제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하루카 씨. 하지만 정말로 괜찮아요」

「… 응. 정말로 기특한 아이구나, 야요이는」

무심코 팔을 내밀어 야요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이렇게나 작고 어린 아이인데도, 그런 무서운 마녀들과의 싸움에 내몰지 않으면 안 된다니. 솔직한 심정으로는 반대하고 싶었지만, 야요이의 굳은 결심을 들은 이상은 말릴 수도 없겠죠. 그저 야요이가 잘 해나갈 수 있기를, 행운이 따르기를. 조용히 빌 수밖에 없었습니다.

「으응~… 그러면 잘까? 내일도 일이 있을 테니까」

「네! 안녕히 주무세요, 하루카 씨!」

이불을 덮고, 눈을 감은 채 생각했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야요이에 대해서. 역시 지금은 답이라고 할 만한 것은 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마녀의 결계에서 있었던 일 탓에 피로가 쌓인 건지 의식은 금새 잠겨들어가기 시작했어요. 몽롱한 와중에 오늘 보았던 야요이의 모습만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마녀와 싸우는 마법소녀.
저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은 걸까요?


Shaymy Shaymy. 주목의 마녀. 성격은 갈구. 모두가 자신의 모습을 보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한 시도 쉬지 않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녀의 결계 안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이다. 사역마를 얻은 대가로 얼굴을 잃은 그녀는, 누구에게도 관찰될 수는 있되 주목받을 수는 없다.


---


마녀는 제 오리지널입니다.
연재까지의 텀과 글의 퀄리티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산 증인이 되겠습니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