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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13.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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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6, 2013 21:56에 작성됨.

*캐릭터들이 망가집니다. 주의해주시고, 면역 없음 보지 마세요.
*리카는 신데마스의 리카가 아닌 오리캐입니다. 혼동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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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죠 타카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근처 편의점으로 가 두 개의 연예잡지를 확인했다. 

“후후. 계획대로군요.”

-톱 아이돌 리카! 프로듀서와는 이미 선을 넘은 연인사이?
-사진 속 남자의 정체는 은발 여왕님의 부군? 

두 잡지의 앞면을 장식한 각각의 제목들을 확인하고서 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잡지사의 기사작성은 빠르다. 루머라 해도 사진까지 있으니 다른 잡지사에 사건을 뺏기기 전에 급히 작성을 한 것이겠지.
이 두 사건 모두 다른 계정의 메일들로 내가 투고를 한 것이다. 나의 남편을 찾아오기 위한 계획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곤란하군요. 이런 소문이 나다니.”

짐짓 곤란한 척 혼잣말을 내뱉고서 편의점을 나섰다. 그 타이밍을 맞추듯 곧 바로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의 벨소리가 울렸다.
바로 받지 않고 약간 뜸을 들인 후 핸드폰을 받았다.

“여보세요?”
-시죠씨 큰일이에요!

다급한 코토리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화기너머로 소란스러운 소리들이 들리는 것을 보니 프로듀서들은 이 스캔들로 난리가 난 것 같았다. 그래서 사무원인 코토리씨가 직접 나에게 전화를 한 것 일거다.

“무슨 일이 있나요?”

평소와 같은 어조로 묻자 안달 난 코토리씨의 발만 둥둥거리는 소리가 수화기너머로 충분히 느껴졌다.

-그게……. 일단 사무실로 와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사무실에서 뵙죠.”

느긋하게 답하고서 난 바로 사무실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타카네씨, 이것 좀 보세요!”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코토리씨는 나에게 한 잡지를 건넸다. 그것은 아침 일찍 편의점에 가서 봤던 잡지. 나와 그 사람의 스캔들기사가 실린 것이다.
거기에는 나와 그 사람이 다정한 모습으로 자주 가게에 가는 것이 목격 되었구나, 가게만이 아니라 다른 곳도 돌아다니는 모습이 목격 되었다는 루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외의 기사내용은 어떻게 보더라고 나와 그 사람을 연인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정말 기쁜 일이었다. 추측성 글이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만들어갈 줄은 몰랐다.

“이 이야기 사실인가요?”

먼저 사무실에 와있던 키쿠치양이 어딘가 불편한 기색으로 물어왔다.

“그럴 리가요. 그 사람이 연인을 두면서 다른 여자나 만나는, 그런 저속하고 가벼운 남자가 아니란 건 키쿠치양도 아시지 않습니까.”
“저도 충분히 프로듀서를 믿고 있어요. 단지 확인 차 질문한 것 뿐입니다. 쳇, 대체 누가 이런 헛소문을…….”

그건 저지만요.
어딘가 분해하는 키쿠치양을 보며 난 속으로 대답했다. 결코 알려줘서는 안 되지만. 

“그 기사의 내용은 사실이 아닙니다. 잡지사에서 멋대로 지어낸 루머일 뿐이라고요!”

리츠코씨는 사실 확인을 위해 연신 걸려오는 전화에 부정을 표하고 있었다. 리츠코씨만이 아니라 다른 프로듀서분들도 바빠 보였다. 내 잘못이기 때문에 속으로 사죄를 하며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사무실에는 사무원인 오토나시씨, 프로듀서분들. 그리고 일찍와서 내 기사가 실린 잡지를 보는 아이돌들이 몇 명 있었다.

“곤란하시겠네요, 타카네양. 연인이 있는 남자랑 소문이 나서 말이죠.”

아즈사씨가 느긋한 미소로 웃으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렇군요. 임자가 있는 남자와 소문이 나다니. 리카씨에게 나중에 사과를 해야할지도 모릅니다.”
“타카네씨 잘못이 아닌 걸요?”
“그렇다 해도 일단은 당사자니 사과를 해둬야겠죠.”

물론 사과는 나중이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사과할 내용은 정해져 있다.

-죄송합니다. 당신의 연인은 이제 저의 진짜 연인이 되었습니다.
“아라? 기사에 뭔가 재밌는 내용이라도 있나요?”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나보다. 난 즉각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기사를 내는 작자들의 머릿속을 상상하니 잠시 미소가 나왔군요. 어떻게 이 사진 한 장만으로 이런 기사를 낼 수 있는 건지.”
“후후. 그러네요. 정말 기자들의 머릿속은 알 수가 없어요.”

아즈사씨가 납득하며 같이 웃어주었다. 

“웃우- 리카씨가 알고 있을까요? 아시면 많이 슬퍼하실 거예요.”

야요이씨는 잡지를 보고서 이 사실을 알 리카씨를 걱정하고 있었다. 난 그런 야요이씨가 귀여워 곁에 앉아 그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겁니다. 리카씨는 프로듀서씨를 믿고 있으니깐요. 리카씨는 이런 기사에 슬퍼하거나 그러시지 않으실 겁니다.”
“그런가요?”

그 순수한 눈망울에 난 웃었다. 

“뭐, 소문이 난 건 타카네씨만이 아니니깐.”

리츠코씨가 한차례 통화를 마친 후 한숨을 쉬며 그리 말하셨다. 난 모르는 척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신지요?”
“스캔들이 두 개가 동시에 났어요. 타카네씨와 P씨. 그리고 리카씨와 P씨. 그래도 대단하네요. 하나는 진짜를 잡아냈으니.”

리츠코씨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P씨랑 연락이 되었는데 곧 여기로 오신데요.”
“프로듀서씨가요?”

하루카씨가 반색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반응했지만 곧 지금 상황을 다시 파악하고 자리에 앉았다. 리츠코씨는 냉정하게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은 그 사람도 당사자니 의견을 들어봐야겠지요.”

프로듀서가 온 다는 말에 주위 동료들이 무언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옷차림에 신경 쓴다거나, 화장을 고친다거나. 
그에 반해 나는 집에 나올 때부터 예상하고 미리 준비했기에 당황할 것이 없었다.
잠시 후 나의 미래의 낭군은 어딘가 지친 표정으로 사무실에 도착했다.

“괜찮으신지요?”

내가 걱정스레 묻자 그는 힘 빠진 미소를 지어주었다.

“하하, 괜찮아. 프로듀서로서 스캔들은 질리도록 겪어봤으니깐.”

무명일 때는 차라리 스캔들이 터지면 인지도를 쌓을 기회라 반겼겠지만, 인기절정일 때는 반대로 이미지를 깎을 지도 몰라 노심초사하게 된다는 듯 하다. 특히 리카씨는 국내 최고란 수식이 붙는 톱 아이돌. 나 또한 리카씨보다는 아니지만 인기절정의 아이돌. 
그 사이에서 소문이 난 프로듀서이자 당사자인 그 사람의 스트레스는 장난이 아닌 것 같았다.
정말 죄송한 일이었다. 이 사죄는 나중에 그의 연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서 확실히 갚아 나갈 것이다. 평생을 말이다. 

“정말 죄송한 일인 것입니다.”
“하하, 타카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야.”

사실을 모를 그는 내 사과에 고개를 저었다. 그의 친절한 웃음에 난 그를 안아 위로해 주고 싶은 충동을 참아야만 했다. 
그 사람은 소파에 앉아 그 앞에 앉은 나를 향해 오히려 고개를 숙여주었다.

“정말 미안해.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겨서.”

난 그 사과를 즉각 부정했다.

“아닙니다. 귀하의 잘못이라 하기에는 이 잡지사의 행실이 좋지 못합니다. 예전부터 이런 악질적인 루머를 퍼트리던 곳이죠. 귀하가 저희의 프로듀서로 있을 때는 이 잡지사가 일부러 이런 루머를 찾으러 올 정도의 지명도가 당시의 저희에게는 없어 모르셨겠지만요.”
“그, 그렇구나.”

물론 그것을 알기에 일부러 그쪽에 소문을 퍼트린 것이지만요.
이 말은 하지 않고 속으로 삼켰다. 

“하지만 리카씨와 동시에 이런 스캔들이 터지다니……. 누군가 일부러 한 일이겠죠?”
“961프로의 사장일까?”

코토리씨의 말에 P씨가 대답하다 리츠코씨가 부정했다.

“그건 아닐 거예요. 지금은 저희 프로덕션도 커진데다, 저 말고 다른 프로듀서들은 유명한 데다 발이 넓은 사람들입니다. 지금의 저희를 도발해서 좋을 게 없다는 건 쿠로이 사장도 충분히 알고 있을 겁니다.”
“하아, 그럼 누구지.”

후후. 나중에 저란 걸 알면 이 사람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더더욱 자신을 위해 한 일이었단 걸 알면 기뻐해주실까?
난 미래의 일을 생각하며 웃음이 지어지려는 얼굴을 겨우 굳히고 있었다. 그 때 프로듀서의 옆에 서 있던 치하야씨가 어딘가 내키지 않아하는 표정으로 P씨에게 물었다.

“리카씨는 어떻게 하기로 하셨죠?”
“난 말렸지만 일단은 기자회견을 열어 나와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라고 하기로 했어.”
“그렇군요.”

키사라기씨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다시 생각해봐도 아쉽다. 내 미래의 낭군을 뺏어가지만 않았더라면 확실히 그녀는 좋은 친구사이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리카씨 괴로운 결정을 내리셨군요. 자신의 연인을 부정하라니, 저라면 아무리 아이돌 일을 위해서라고 해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 말대로야. 리카는 많이 괴로워하고 있어.”

하루카씨의 말에 내 미래의 남편도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괴로운 표정 지으실 필요 없어요 당신. 
그 괴로움도 곧 제가 끝내드릴 테니깐요. 그러니 그전까지는 죄송하지만 버텨주시길…….
P씨는 잠시 괴로워하다가 바로 리츠코씨에게 물었다.

“765프로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기로 했죠?”
“일단은 리카씨와 같은 대응을 할 생각이에요. 뭐, 정식으로 회견을 열어 부정을 해야죠.”

리츠코씨의 말에 난 준비해났던 계획을 실행했다.
이쯤에서 말을 꺼내도 좋을 것이다.

“둘이 같이 스캔들이 났는데 둘 다 아니라는 것은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P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그렇지만, 어쩔 수 없잖아?”
“어쩔 수가 없잖아로 끝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회견으로도 의혹은 안 풀리테고, 그럼 주제넘지만 귀하는 크게 곤란한 것이 아닌지요?” 
“사실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리카와의 관계를 밝힐 수도 없어. 리카가 바라지 않는 한은 말이야.”

그 말에 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럼 가짜 연인은 어떤지요?”
“가짜연인?”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분비한 계획. 그것은 이 일을 계기로 그의 가짜연인이 되는 것이다. 가짜라지만 이대로 언론에 의해 진짜 연인으로서 지낼 수 있다. 그거면 충분하다. 그 사이에 난 내 미래의 낭군을 진짜 나의 연인으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귀하와 저는 연인 사이가 맞고 리카씨가 틀렸다고 거짓을 말하는 겁니다. 즉, 귀하와 저는 가짜 연인을 연기하는 것이지요. 물론 리카씨에게는 허락을 받아야겠지만요.”

리카씨라면 허락해 주실 거다. P씨가 곤란한 걸 아니 그 마음 여린 착한 사람은 허락할 수 밖에 없다. 내 미래의 낭군을 뺏은 걸 빼면 그녀는 결국 좋은 사람이니깐.

“아니아니, 그래서는 타카네가 곤란하잖아.”

예상한 그의 거절에 난 미소를 짓고 즉각 그 말을 부정해주려 했다. 하지만 먼저 주위의 아이돌들이 반대를 하고 나섰다.

“맞아요 타카네씨! 그래서는 신비한 아이돌로서의 이미지에 타격이 있을 거예요!”
“하루카의 말이 맞아요. 거기다 그래서는 리카씨가 괴로워 할 겁니다.”
“자신도 하루카와 치하야의 말에 동감이야. 일단 둘 다 부정해도 소문은 좀 남겠지만 곧 흐지부지하게 사라질 거야. 그리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맞아요. P씨와 가짜 연인이라니, 그런 부러……아니, 힘든 일을 하실 필요는 없어요!”
“마코토…….”
“하, 하하.”
“확실히 소문은 끝나겠지. 하지만 타카네의 이미지에 타격이 갈지도 몰라.”

칫.
마지막에 리츠코씨가 말하자 난 속으로 혀를 찼다. 다른 아이돌들까지 이리 반대를 할 줄은 몰랐다. P씨를 잘 따르던 미키씨도 없어 이렇게까지 반대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너무 쉽게 생각했다. P씨와 리츠코씨만 설득하면 될 줄 알았는데.
하지만 괜찮다. 어느 정도의 반대는 충분히 예상한 후였다.

“저는 괜찮은 겁니다. 거기다 이것을 계기도 공개연애란 형식을 취하면 오히려 마아케티잉이란 것에 도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숨기기보다는 밝히는 쪽이 오히려 호감을 얻기도 하니깐 말이죠.” 
“그래도 일단 많은 사람들과 상의를 해봐야해. 다른 프로듀서는 물론이고 그의 연인인 리카씨에게도 말이야.”

내 말에 나름 납득한 듯한 리츠코씨지만 아직도 고민을 하시는 듯 했다. 좀 더 설득하면 될 듯 싶었지만 곧 바로 치하야씨가 한 마디를 거들었다. 

“리츠코씨의 의견이 맞다고 봅니다. 아마 리카씨라면 반대를 하지 않을까 싶지만요.”
“그보다 이미 연인을 부정해야하는 입장에, 다른 여자의 연인이라고 선언하는 것을 지켜보기까지 해야 한다면 리카씨가 너무 가여워요.”   

하루카씨가 그렇게까지 말하자 일단 여기서는 물러나야겠단 판단을 내렸다. 이 이상 계속 우기는 것도 이상하게 보일 수 있었다.

“그렇기는 하군요. 그럼 이 이야기는 일단 보류로 해두죠.”

내가 그리 말하자 내 미래의 낭군은 나를 보고 웃어주었다.

“그럼 일단은 부정하는 쪽으로 생각해야겠지. 고마워 타카네. 그렇게까지 생각해줘서.” 
“귀하가 지금은 다른 아이돌의 프로듀서지만, 그래도 전 남이라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거기다 저에게도 나쁜 일이 아니니깐요.”

그렇다. 그는 내 미래의 낭군. 결코 남 따위가 아니고, 그를 돌려받기 위한 이 정도 고생은 충분히 감당할 자신이 있었다.
그의 감사에 인사와 미소에 살짝 황홀함을 느낄 때 리츠코씨에게 그는 물었다. 

“그럼 일단 의견은 내일 회견을 열어 두 스캔들 모두 부정하는 쪽으로 생각하면 되는 거겠죠?”
“네. 장소와 날짜, 그리고 섭외는 저희 측에서 준비할게요.”

후후. 내일이군요. 그럼 좋습니다. 내일 기자회견장에서 폭탄발언을 하는 쪽이 좋겠죠. 당신의 연인은 제가 맞다고 말이죠. 당신을 위해서라 하면 주위에서는 충분히 이해해주겠죠. 또 그리 말하고 나면 당장은 부정할 수도 없기에 우린 언론을 공식적으로 연인이 되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내 계획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다음 날 회견장에서 사태를 보고 적당한 타이밍을 보고 그의 연인이란 발언을 하려 할 때, 유키호씨가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유키호양은…….



-하기와라 유키호-

프로듀서와 리카씨가 연인이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갑작스런 타카네씨와의 스캔들은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그 스캔들은 아침부터 우리 사무소를 소란스럽게 하였다. 덕분에 프로듀서씨를 만난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오게 된 이유는 기쁘지 않았다.
서로 상의를 할 때 내 귀에 타카네씨의 말이 강하게 들렸다.

“그럼 가짜 연인은 어떤지요?”

가짜연인?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 속에서는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가짜연인?
진짜가 아닌 가짜연인이면, 이미 연인이 있는 프로듀서씨의 연인이 될 수 있는 건가?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내 머릿속에는 그 ‘가짜연인’이라는 말이 맴돌고 있었다.
계속 그 말을 듣고 고민하다가 결국 그날 바로 리카씨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갔다.
병실 앞에 가서 노크를 하자 문이 살짝 열리며 프로듀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저, 하기와라…….”
“유키호구나. 어서와.”

내 목소리만 듣고 프로듀서는 즉각 문을 열어주셨다. 안으로 들어가자 프로듀서씨와 리카씨는 반갑게 날 맞아주셨다. 갑자기 온거라 빈손으로 온 것이 미안했다.

“저, 리카씨의 문병을 왔어요. 폐가 되었을까요?”

이리 말하며 인사를 하자 리카씨와 P씨는 미소를 지으며 내 말을 부정해주셨다.

“아니에요. 오히려 와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하기와라씨.”
“맞아. 와줘서 고마워.”

그 편안한 웃음에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빈손인 것을 그제야 깨닫고 사과를 했다.

“아, 죄송해요. 빈손이 좋을 거라 해서 정말로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해서……. 꽃이라도 사왔어야 하는데…….”
“오히려 빈손이 고마운걸요. 그러지 않아도 문병 선물이 지나치게 많았거든요.”

아우, 원래는 사오려 했었는데 다른 프로듀서 사람들이 그냥 가는 게 좋다고 해서 그냥 온 것이다.
하지만 리카씨가 가리킨 곳을 보니 사오지 않은 쪽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긴 했다. 역시나 리카씨. 인기만큼 병문안 선물의 양도 엄청나셨다.

“이런, 권할게 아무것도 없네요. 모두 물이야.”

프러듀서는 냉장고문을 열더니 머리를 긁적이셨다. 

“전 괜찮아요! 빈손으로 왔고…….”
“문병은 마음이야. 유키호의 마음만으로 이미 큰 선물인걸. 리카 나 잠시 마실 것 좀 사러갈게.”
“응 갔다와. 하기와라씨 뭐 드시죠?”
“저, 전 녹차로…….”
“P들었지?”
“네- 잘 들었답니다. 그럼 잠시 리카 좀 부탁할게.”

다정하게 말하는 둘을 보며 부럽단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지금의 둘의 모습은 아이돌과 프로듀서가 아닌 서로 마음이 통하는 연인이었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P씨가 나간 후 기회다 생각하고 리카씨에게 내가 찾아온 용건을 꺼내려 했다.

“아, 저.”
“P도 참. 이런 미인을 그냥 서있게 하다니. 여기에 앉으세요, 하기와라씨.”
“아, 네!”

하지만 그전에 리카씨가 먼저 나에게 앉을 것을 권하셨고, 난 그 말대로 다소곳하게 면회자용 의자에 앉았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뭔가 말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지만 타이밍을 한 번 놓쳐 다시 말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가 겨우 용기를 내 입을 열었다.

“저기, 리카씨 프로듀서가 안 계셔서 말하는 건데요, 좀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요.”

내 말에 리카씨는 의아해 하면서도 친절하게 웃어주셨다.

“부탁이요? 무슨 부탁이죠? 부담 갖지 말고 말해 봐요.”

그 미소를 보고 난 용기를 얻어 입을 열었다.

“혹시, 스캔들 기사에 대해서는 아시나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나 기분나빠 하시지 않을까 했지만 리카씨는 그런 기색 없이 기분 좋게 웃으셨다.

“그 사람을 사이에 둔 타카네씨와 제 스캔들 말이죠?”
“네.”
“후후. 봤어요. 무슨 드라마 속 삼각관계 같아 재밌지 않아요? 아, 혹시 걱정해 주신 건가요?
“그, 그것도 맞지만…….”
“고마워요. 걱정해주셔서. 유키호씨는 친절하군요.”

리카씨가 그리 말하자 말을 꺼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아우, 그런 것도 맞지만…….”
“다른 할 말이 있으신가요? 아, 부탁이 있다고 하셨죠.”

리카씨가 날 편하게 해주려는 듯 후후 웃으며 부드럽게 손을 잡아주셨다. 그 손에서 프로듀서와의 커플링이 눈에 보였다.

“부담 갖지 말고 말해보세요. 무슨 부탁이 있는지.”

리카씨의 얼굴을 보았다. 그 친절한 미소에 말하기가 괴로워졌다. 난 심호흡을 하며 몇 번 입을 움직이고서야 겨우 전하고 싶은 용건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내일 프로듀서는 저희 회사의 타카네씨랑 같이 스캔들을 부정하실 거예요.”
“그건 들어서 알고 있어요. 부탁하실 일이 그거랑 연관이 있나요.”
“네. 아우, 그러니깐……. 오늘 대화하는 걸 옆에서 들었는데 그래서는 기자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소문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그렇겠죠. 기자들은 끈질긴데다, 동시에 한 남자가 두 사람을 향해 스캔들이 났는데 둘 다 아무런 사이가 아니란 건 납득 할 수 없으니깐.”
“네. 그러니깐, 저기 그걸로 드릴 말씀이 있어요.”
“그 일로라면……. 혹시 좋은 생각이라도 있으신가요?”

리카씨가 뭔가 기대하는 표정으로 날 보셨다. 난 한 손을 가슴으로 가져가 꼭 지고서 리카씨에게 부탁했다.

“그, 반지 좀 빌려주실 수 있겠어요?”

내 부탁에 리카씨는 놀란 표정을 지으셨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제가 프로듀서의 가짜연인이 되고 싶어요. 그러니깐, 프로듀서에게 가짜 연인이 있다면 기자들도 단념할테고…….”

리카씨는 보기에도 표정이 어두워지셨다. 그 얼굴을 보고 나는 말을 멈췄다. 내가 생각해도 무리한 부탁이었다. 리카씨는 말 없이 고개를 숙이다가 얼굴을 드셨다.

“하지만 그래서는 유키호씨가 곤란하지 않겠어요?”  
“그, 괜찮아요. 전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렇게 인기가 많은 것도 아니라서…….”
“남성공포증이 있다는 걸로 아는데.”

리카씨는 그 부분에서 날 걱정하는 듯 싶었다.

“괜찮아요. 프로듀서씨는 아버님을 제외하면 제가 유일하게 만날 수 있는 남성분이시거든요.”
“유키호씨…….”
“거기다 프로듀서씨에게는 큰 신세를 진 졌었거든요. 이렇게라도 그 은혜를 갚고 싶어요. 제가 도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어요? 물론 무리한 부탁인건 알고 있어요. 리카씨의 연인인데다, 반지까지……. 하지만 이렇게 안하면 프로듀서씨는 계속 곤란한 일을 겪으실 거예요.”

리카씨는 내 눈을 마주보다가 이내 고개를 숙이고서 잡고 있던 손을 놓으셨다. 그리고 자신의 반지를 매만지더니 이내 뭔가 다짐을 하고서 그 반지를 손가락에서 빼셨다. 은색으로 빛나는 반지를 내 손에 올려두고서 소중하게 내 손을 두 손으로 꼬옥 감싸 쥐셨다.

“그럼 염치없지만 부탁 할게요 하라가와씨. P를 부탁할게요.”

그 부탁에 난 기쁜 미소를 지었다.

“네. 저에게 맡겨 주세요. 반지는 잠시만 빌려주시면 되요.”

그 부탁을 받고서 다음 날 아침. 난 리카씨에게서 받은 반지를 소중하게 약지에 끼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두 사람이 시달리고 있을 회견장에 갔다.
뒷문을 통해 몰래 들어가자 프로듀서씨와 타카네씨가 날 보고 놀래 뭐라 하시는 것 같지만, 긴장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남자가 많았다.
하지만, 견뎌 내야 했다. 난 숨을 몇 번 몰아쉬고서 반지를 낀 손을 꼭 쥐었다. 그리고 기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 P씨는 두 분하고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

내 외침에 기자들은 납득하지 못한 표정이었고, 실제로 한 기자는 그에 관해 뭔가 말을 더했다. 기자의 말은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무슨 말일지는 예상이 되었다.
난 쥐었던 손을 풀고 반지를 낀 손을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외쳤다.

“왜냐하면 P씨의 연인은 저니깐요!”



-시죠 타카네-
……하기와라상!



-리카-

난 간호사에게 부탁해 받은 신문을 보았다.
-소문의 남자, 그의 연인은 전 프로덕션의 아이돌 하기와라 유키호!

“하하, 난 괜찮아. P를 위한 거니깐.”

그래, 괜찮아. 잠시만 빌려주는 거니깐. P를 믿고 있으니깐.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정말로 ……괘찮아.
난, 참을 수 있어. 그를 믿고 있어.
손가락의 비어버린 허전한 부분을 본 순간 더는 참지못하고 손으로 입을 막았다.
입을 막아도 울음소리는 세어 나오고 말았다.

“흐윽, 참을 수 있어…….”

눈물 몇 방울이 신문에 실린 P의 웃는 얼굴에 떨어져 적셔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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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몇 편 진행하면 이제 리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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