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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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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6, 2013 21:46에 작성됨.

*캐릭터의 이미자가 망가집니다. 면역이 없는 분들은 보지 마세요.
*이번 편은 속쓰림 없습니다.
*작가는 사실 얀을 안 좋아합니다.
*여기 나오는 리카는 신데마스의 리카가 아닌 작가 창작캐릭입니다. 오해하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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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 리카! 프로듀서와는 이미 선을 넘은 연인사이?
-사진 속 남자의 정체는 은발 여왕님의 부군? 

이 두 개의 제목이 시초였다. 그날 아침에 일어났던 뉴스는 오후가 되자 연예뉴스들 사이 화제의 중심이 되어 인터넷과 신문사들을 떠들썩하게 하였다. 특히 리카는 미국 활동으로, 타카네는 그 신비로운 분위기 때문에 인기절정의 톱 아이돌이면서 이런 연애 쪽 스캔들이 터진 적이 없어 그 파장은 더욱 컸다.
리카의 침대 옆에서 노트북으로 인터넷 뉴스를 확인하면서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를 상대하던 P는 지친 표정으로 겨우 핸드폰과 노트북을 닫았다. 그런 P를 옆에서 리카가 초췌한 얼굴로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어제 발작을 일으켜 걱정을 많이 했지만 한숨 자고 나더니 많이 나아진 모습이다. 하지만 일어나자마자 들린 소식에 리카는 웃지도 못하고 힘겨운 표정을 짓게 되었다.
자신과 P의 열애설. 그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네 당혹스러우면서 예상할 수 있던 일의 범위었다. 하지만 동시에 일어난 P와 타카네의 열애설은 전혀 의외였다. 이 둘의 접점은 몇 번 같은 라면가게에 간 것이 다였다.

“어째서 이런 기사가 난걸까.”

리카는 우울하게 중얼거렸지만 그 소리는 조용한 병실에서 P에게 확실히 닿았다. P는 웃으려 했지만 그 미소는 힘겨워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요즘 리카의 상태도 안 좋은데 안 좋은 일이 또 연달아 일어났다. 거기다 자신과 리카만이 아닌 타카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일이었다. 요즘 들어 심적으로 불안한 리카로서는 더욱더 이 열애설에 가슴 아파 할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여자랑 소문이 난 것인데 괜찮을 리가 없다. 하지만 곧 이것은 자신의 착각임을 깨닫게 되었다.

“……기자회견을 열어야겠지.”

 리카가 묻자 P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응에 리카는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얇은 살얼음 같은 웃음을 지었다. 

“할 수 없네. 솔직히 머리는 괜찮으니 퇴원하고 기자회견을 열자. 요양이야 집에서도 가능하고.”

아이돌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 프로듀서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다. 리카의 몸이 안 좋은 건 사실이지만 본인 말처럼 퇴원을 못할 정도는 아니다. 집에서 휴식하며 통원치료를 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아니면 단 하루만 병원에서 나와도 좋다.
그렇게 고개 숙여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P의 프로듀서로서의 머리가 이어지는 리카의 말에 굳어버렸다.

“그리고 그 많은 기자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정해야겠지. 나와 P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라고.”

P는 더 이상 생각하는 걸 멈추고 고개를 들어 리카를 보았다. 리카는 자신을 보며 웃고 있었다. 최대한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는 그 미소는 연인으로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불안한 살얼음이다. 한 발자국만 짚어도 금방이라도 깨질 것처럼 여린 미소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선언한다. 이 남자는 자신의 연인이 아니라고. 제일 사랑하는 사람을 그저 업무상의 관계라고만 선언하는 것이다. 
리카는 몸뿐만 아니라 심적으로도 힘든 상태다. 아니, 이런 상태가 아니라도 연인으로서 리카가 직접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주 잔인한 일이다.
그럼 자신이 하면? 그 또한 옳지 않다. 자신의 연인의 입에서 직접 관계를 부정 당하는 것은 어쩌면 본인이 말하는 것보다도 더욱 큰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
아이돌이 본인의 프로듀서와 스캔들이 나고, 프로듀서가 담당 아이돌과 스캔들이 대대적으로 나는 건 큰 타격이다. 초반에 확실히 진압하지 못하면 엉뚱한 소문까지 퍼져 더욱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최대한 빨리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를 해 소문을 가라앉히고 타카네와의 관계도 부정해야한다. 그래야 하는데…….
프로듀서로서는 그래야하는 것이 옳지만 지금의 자신은 리카의 단순한 프로듀서가 아니다. 
P는 고민하하다가 이내 편한 미소를 지으며 리카의 손을 잡았다. 리카는 힘겨운 미소로 자신의 연인을 보았다. 
P는 리카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그대로 가벼운 키스를 하였다. 입술만 닿았다가 떨어졌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에 은퇴할 예정이었지.”

P의 말에 리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겨우 그 때까지만 참으면 돼. 그러니깐 이번 일 견딜 수 있어. 모두에게 말할 수 있어. 나와 P는 아무런 관계도 아닙니다. 그저 프로듀서의 관계…….”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결국 목이 메어 리카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입술을 깨물면서도 억지로 웃으려는 그 얼굴을 보고 P는 리카를 사냥하게 껴안았다. 그리고 그 귀에 속삭였다.

“그냥 지금 은퇴하면 안 될까?”

순간 그 질문에 P에게 안겨있던 리카는 울려던 것을 멈추었다.

“프로듀서로서 실격이지만, 동시에 이 이상 이런 리카를 방치하는 건 연인으로서 실격이란 생각이 들어. 뭐, 애초에 담당 아이돌에게 손을 된 것부터가 프로듀서로서 실격이지만.” 

리카는 말을 하지 않았다. 목이 메어 있어 소리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런 리카를 기다리지 않고 프로듀서는 계속 이어 말했다.

“그리고 나도 힘들어. 이런 자랑할 거리가 많은 연인을 꼭꼭 숨겨야만 하는 건 굉장히 괴로워.”

리카의 손이 살며시 프로듀서의 등을 감싸 안았다. 그러고서 둘은 아무런 말없이 한동안 그렇게 있었다.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귓가에는 서로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서로의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진정한 리카가 입을 떼었다.

“……나도 힘들었어.”

그 대답에 P는 빙그레 웃었다. 서로 몸을 떼어 서로를 마주보았다. 리카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려있었다. 아까의 불안한 미소가 아닌 밝은 미소였다.
그런 미소를 보며 P는 다시 권했다.

“그럼 모두의 앞에서 선언할까? 내 연인은 타카네씨가 아닌 바로 나의 아이돌 리카라고.”
“그렇게 되면 프로듀서로서 타격이 크잖아?”
“상관없어. 리카도 은퇴하는 마당에 나도 같이 은퇴하지 뭐.”

그 말에 리카는 쿡쿡 웃었다.

“그럼 은퇴한 다음에는 뭐하게?”

그 질문에 프로듀서는 가볍게 고민을 하다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를 못 알아볼 지방으로 가서 장사라도 하자. 어차피 돈도 모와 놓은 게 꽤 되니 적당히만 벌면 걱정 없이 살 수 있겠지.”
“너무 대충한 계획 아니야?”

리카가 장난스레 웃으며 지적하자 P는 뒷머리를 긁으며 웃었다.

“하하, 자세한 건 나중에 더 생각하지 뭐. 아, 그전에 중요한 게 더 있구나.”
“응? 그게 뭔데.”

리카가 궁금해 쳐다보자 P는 부끄러운 듯 볼을 긁적이다가 리카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결혼하자 리카.”
“에?”

리카는 예상하지 못한 듯 눈을 둥그랗게 크게 떴다. 그 반응에 P는 당황하며 급히 손을 휘저었다.

“아, 이건 프로포즈에 넣지 말아줘! 그냥 계획을 말하는 거니깐! 프로포즈는 나중에 정식으로 해줄게. 그러니깐, 먼저 결혼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이왕 밝히는 거 연인사이만이 아니라, 제대로 결혼할 사이라고 좀 더 강하게 어필하는 것도 좋겠지. 결코 가볍게 만나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서로를 사랑하고 생각하고 있다고. 그럼 스캔들을 역으로 이용할 수 있을 지도 몰라. 물론 결혼 발표를 하면 아이돌로서는 더는 힘들겠지만…….”

P는 거기까지 말하고서 조심스럽게 리카의 반응을 살폈다. 리카는 P의 말에 한 동안 멍하니 있더니 곧 커플링을 끼고 있는 손으로 마찬가지로 커플링을 끼고 있는 P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P와 시선을 맞추며 물었다.

“그 말 진심이야? 나와 결혼하겠다는…….”
“당연하지. 그러기 위한 연인사이잖아?”
“아, 그렇지. 우리 연인이지. 하하…….”

리카는 웃다가 눈물이 고인 눈으로 애절하게 P를 보았다.

“나 뿐이라고 생각했어. P와 계속 같이 있었지만 결혼까지 생각한건 나뿐이라고 생각했어. P는 날 연인으로까지만 생각하고, 결혼에 대해서는 아직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아닌가 했어. 당장은 일이 더 급하니깐 거기에만 신경쓰는 거라 생각했어.”

그 말에 P는 리카의 눈가를 한 손으로 쓱 닦아주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데 거기까지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P는 거기까지 말하고서 말을 고른 후 리카에게 다시 말했다.

“그럼 내일이라도 시간을 내서 언론사와 인터뷰를 할까? 너와 난 연인 사이라고.”

그렇게만 되면 자신은 어떻게 될까.  
아마 아이돌은 거기서 거의 은퇴를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벌써 은퇴하는 건 아쉽지만, 미련이 남지는 않을 것이다.
그 다음에는 P와 같이 서로 모와 둔 돈으로 둘만의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된다.
그전에 먼저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가고 같이 못했던 만큼 데이트도 실컷하고 여행도 다니겠지.
그러다가 아이도 갖고 평범하게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과거의 아이돌과 프로듀서 때의 일을 회상할 것이다.
그러다가 그 때의 일을 경험 삼아 아이돌프로덕션을 세워 자신들만의 아이돌을 키워낼지도 모른다. 물론 프로듀서는 P.
자신은 임신 중이거나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되어 쉬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남자아이일지, 여자아이일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아이를 아이돌로 키우고 싶다고 말하면서 직접 자신이 프로듀서하고 싶다고 욕심을 낼지 모른다. 그러면 이 사람은 웃으며 아마 불가능 하다 하겠지. “왜냐하면 하나만 낳을 리가 없잖아?”라며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결국 둘째, 혹은 셋째나 넷째까지 아들과 딸을 골고루 낳을 지도 모른다. 
생각만으로 행복한 일이다. 
그래, 이대로 은퇴하는 것도 좋을지도…….

-일단 P도 충격을 받을 테니 말하는 건 미루어 두겠어.
-일단 한동안 말하지 않고 지켜볼게요.

순간 행복한 상상을 하던 리카의 머릿속으로 이오리와 치하야의 말들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소리와 함께 행복했던 상상은 깨져버렸다.
안 돼, 지금 받아들이면 그 두 사람이 P에게 모두 말해버릴 거야! 그럼 P가 날 떠날 지도 몰라! 안 돼, 지금은 안 돼! 
리카는 불안감을 애써 드러내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마음은 고마워. 하지만 난 괜찮아. 견뎌낼 수 있어.”
“하지만 리카.”

뭔가 더 말하려는 P의 입술에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누르며 말린 리카는 씁쓸하게 입을 떼었다.

“나에게도 목표가 있어. 그 목표는 12월 말에 있을 은퇴식이야. 모든 건 거기서 끝나. 그러니, 이기적이지만 날 끝까지 도와줄 수 있어 P?"

리카가 웃으며, 그러나 불안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며 부탁하자 P는 결국 거절하지 못하고 항복했다.

“알겠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난 리카의 연인이자 프로듀서니깐 끝까지 같이 할게.”
“후후, 그 말 정말이지? 계속 내 곁에 있을 거지?”
“물론. 너에게 결혼하잔 말은 진심이었으니깐.”

리카는 그 말이 너무나 기쁘고 행복해 자신도 모르게 꼬옥 껴안았다.

“그거면 충분해. 정말 고마워.”



P는 765프로에 와있었다. 옛 프로덕션에 인사를 온 것이 아닌 업무의 일로 온 것이다.
소파에 앉은 P의 앞에는 마찬가지로 타카네가 평소와 같은 무표정으로 테이블에 놓인 잡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타카네에게 P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정말 미안해.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겨서.”
“아닙니다. 귀하의 잘못이라 하기에는 이 잡지사의 행실이 좋지 못합니다. 예전부터 이런 악질적인 루머를 퍼트리던 곳이죠. 귀하가 저희의 프로듀서로 있을 때는 이 잡지사가 일부러 이런 루머를 찾으러 올 정도의 지명도가 당시의 저희에게는 없어 모르셨겠지만요.”
“그, 그렇구나.”

타카네의 말에 P가 반응하자 옆에서 코토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리카씨와 동시에 이런 스캔들이 터지다니……. 누군가 일부러 한 일이겠죠?”
“961프로의 사장일까?”

P가 예전일을 생각해서 의견을 내자 옆에 있던 리츠코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 거예요. 지금은 저희 프로덕션도 커진데다, 저 말고 다른 프로듀서들은 유명한 데다 발이 넓은 사람들입니다. 지금의 저희를 도발해서 좋을 게 없다는 건 쿠로이 사장도 충분히 알고 있을 겁니다.”
“하아, 그럼 누구지.”

P가 한숨을 쉬자 옆에서 차가운 표정의 치하야가 물었다.

“리카씨는 어떻게 하기로 하셨죠?”
“난 말렸지만 일단은 기자회견을 열어 나와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라고 하기로 했어.”
“그렇군요.”

치하야가 고개를 끄덕이자 옆에서 그 말을 들은 하루카가 안타까워했다.

“리카씨 괴로운 결정을 내리셨군요. 자신의 연인을 부정하라니, 저라면 아무리 아이돌 일을 위해서라고 해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 말대로야. 리카는 많이 괴로워하고 있어.”

안타까워하는 하루카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웃어주고서 P는 앞에 앉은 타카네와 같이 앉아 있는 리츠코에게 물었다.

“765프로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기로 했죠?”
“일단은 리카씨와 같은 대응을 할 생각이에요. 뭐, 정식으로 회견을 열어 부정을 해야죠.”

리츠코의 대답에 P는 역시나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타카네가 입을 떼었다.

“둘이 같이 스캔들이 났는데 둘다 아니라는 것은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어쩔 수 없잖아?”
“어쩔 수가 없잖아로 끝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회견으로도 의혹은 안 풀리테고, 그럼 주제넘지만 귀하는 크게 곤란한 것이 아닌지요?” 

타카네의 지적에 프로듀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리카와의 관계를 밝힐 수도 없어. 리카가 바라지 않는 한은 말이야.”

그 때 타카네는 살짝 웃으며 눈을 빛냈다.

“그럼 가짜 연인은 어떤지요?”
“가짜연인?”

P는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를 못하자 타카네는 덧 붙여 말했다.

“귀하와 저는 연인 사이가 맞고 리카씨가 틀렸다고 거짓을 말하는 겁니다. 즉, 귀하와 저는 가짜 연인을 연기하는 것이지요. 물론 리카씨에게는 허락을 맡아야겠지만요.”
“아니아니, 그래서는 타카네가 곤란하잖아요.”

P가 손을 저으며 즉각 부정하자 옆에 있던 다른 아이들도 즉각 반대를 표했다.

“맞아요 타카네씨! 그래서는 신비한 아이돌로서의 이미지에 타격이 있을 거예요!”
“하루카의 말이 맞아요. 거기다 그래서는 리카씨가 괴로워 할 겁니다.”
“자신도 하루카와 치하야의 말에 동감이야. 일단 둘 다 부정해도 소문은 좀 남겠지만 곧 흐지부지하게 사라질 거야. 그리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맞아요. P씨와 가짜 연인이라니, 그런 부러……아니, 힘든 일을 하실 필요는 없어요!”
“마코토…….”
“하, 하하.”

마지막에 유키호가 마코토의 말실수에 쳐다보자 마코토는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 일련의 사태를 보고서 리츠코도 의견을 밝혔다.

“확실히 소문은 끝나겠지. 하지만 타카네의 이미지에 타격이 갈지도 몰라.”

주위의 반대가 예상이상으로 심했지만 타카네는 당황하지 않았다.

“저는 괜찮은 겁니다. 거기다 이것을 계기도 공개연애란 형식을 취하면 오히려 마케팅에도 도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숨기기보다는 밝히는 쪽이 오히려 호감을 얻기도 하니깐 말이죠.”

타카네의 말에 리츠코는 일리가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바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일단 많은 사람들과 상의를 해봐야해. 다른 프로듀서는 물론이고 그의 연인인 리카씨에게도 말이야.”

리카의 이름이 나오자 치하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츠코씨의 의견이 맞다고 봅니다. 아마 리카씨라면 반대를 하지 않을까 싶지만요.”
“그보다 이미 연인을 부정해야하는 입장에, 다른 여자의 연인이라고 선언하는 것을 지켜보기까지 해야 한다면 리카씨가 너무 가여워요.”

하루카가 동조하며 의견을 내자 타카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는 하군요. 그럼 이 이야기는 일단 보류로 해두죠.”
“그럼 일단은 부정하는 쪽으로 생각해야겠지. 고마워 타카네. 그렇게까지 생각해줘서.” 

P가 그리 감사를 표하자 타카네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웃었다.

“귀하가 지금은 다른 아이돌의 프로듀서지만, 그래도 전 남이라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거기다 저에게도 나쁜 일이 아니니깐요.”

타카네의 볼은 살짝 상기되어 있었지만 P는 거기까지 눈치 채지 못했다.

“그럼 일단 의견은 내일 회견을 열어 두 스캔들 모두 부정하는 쪽으로 생각하면 되는 거겠죠?”
“네. 장소와 날짜, 그리고 섭외는 저희 측에서 준비할게요.”

리츠코가 사무적으로 말하자 이내 어깨에 힘을 뺀 P는 허탈하게 웃었다.

“하하, 이거 참. 난생 처음으로 아이돌의 대변이 아닌 당사자가 되어 하게 되었군요.”
“후후. 그럼 P씨도 아이돌 데뷔라는 건가요? P씨라면 아주 좋은 인재인데, 저희 측에서 스카웃 하는 건 어때요 리츠코씨?”

코토리가 웃으며 P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장난식으로 말하자 리츠코도 같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데요. 그럼 우리 사무실의 아이돌과 혼성듀엣으로 짜는 것도 좋겠죠.”

P와 단둘이 혼성이란 말에 다른 아이돌들이 눈을 빛냈다. 제일 먼저 히비키가 웃으며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럼 자신이 좋지 않겠어? 댄스라던가, 체력이라던가 남자의 체력에도 따라갈 수 있고 말이야!”
“그럼 남자들과 무술을 해온 내 쪽이 더 적합다고 생각하는데? 거기다 남성성을 강조한 건 내쪽이고 말이야.”

마코토가 헤실 웃으며 평소에는 콤플렉스인 남자다움을 내세우자 옆에서 유키호가 작게 의견을 냈다.

“하, 하지만 남녀 혼성이니 여성다움이 더 좋지 않을까 싶은데…….”
“맞는 말이야. 거기다 P씨의 나이를 생각하면 격렬한 댄스보다는 노래가 좋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니 내가 파트너로서 어울린다고 봐.”
“아니, 프로듀서씨라면 연기가 어울린다고 생각해. 그러니 나랑! 거기다 프로듀서씨는 내가 평생 책임진다고 생각했고 말이야!”

다른 아이돌의 소란스러움을 쳐다보던 타카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모두 그렇게 원한다면, 그럼 저는 한 발 물러나 귀하의 부인으로 만족하겠습니다.”
“타카네씨는 물러난게 아니라 너무 앞서 나가셨는데요?”

자기 의견도 묻지 않는 아이돌 데뷔에 웃으며 프로듀서는 그렇게 태클을 걸었다.

“정말, 프로듀서씨만 계시면 이렇게 소란스러워지는 군요. 어쨌든,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고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치죠.”
“하하, 수고하셨습니다, 리츠코씨. 너희들도 수고했어.”
“그래서 프로듀서, 프로듀서는 누구를 파트너로 정하실 건가요? 그건 정해주세요!”

하루카가 포기하지 않고 묻자 P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카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돌들도 눈을 빛내며 자신을 쳐다봤던 것이다.




“재난이었어.”

P가 어깨를 늘어트리며 그리 말하자 이야기를 듣던 리카는 즐겁게 웃었다.

“즐거웠겠네. 그렇게 예쁜 여자들이 좋아해주고.”
“아니, 어디까지나 그 애들은 날 놀리는 걸 즐기는 거니깐.”
“진심으로 그리 생각해?”
“당연하지. 그 이상의 이유가 있겠어?”

P의 대답에 리카는 안심하면서도 상대들이 불쌍한 미묘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이 사람 정말 둔하구나.

“하아, 당신이 프로듀서였을 때 765의 아이들은 고생이 심했겠어.”
“하하, 사실이라지만 그래도 나도 많이 노력했다고.”
“그 이야기가 아니야, 바-보.”

리카의 말에 P는 이해를 못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 때 병실문을 누군가 노크했다.

“누구세요?”

P가 스캔들도 있어 혹시 기자인가 하고 견제하며 조심스럽게 묻자 작은 목소리가 살짝 연 문 너머로 들렸다.

“저, 하기와라…….”
“유키호구나. 어서와.”

P는 끝까지 듣지 않고 상대를 알아보고 문을 열었다. 청순하게 하얀 원피스를 입은 귀여운 단발의 유키호가 문 앞에 서있었다. 유키호는 꾸벅 고개를 숙이며 예의 바르게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저, 리카씨의 문병을 왔어요. 폐가 되었을까요?”

유키호가 우물쭈물 하며 묻자 P와 리카는 웃으며 그 말을 부정했다.

“아니에요. 오히려 와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하기와라씨.”
“맞아. 와줘서 고마워.”

둘이 반기자 안심해 웃던 유키호는 곧 당황하며 자신의 빈손을 보고 두 사람에게 사과했다.

“아, 죄송해요. 빈손이 좋을 거라 해서 정말로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해서……. 꽃이라도 사왔어야 하는데…….”
“오히려 빈손이 고마운걸요. 그러지 않아도 문병 선물이 지나치게 많았거든요.”

리카는 곤란한 미소로 한 쪽에 쌓인 문병선물들을 가리키며 그리 말했다. P는 문병을 와준 유키호에게 대접하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다가 인상을 찡그렸다.

“이런, 권할게 아무것도 없네요. 모두 물이야.”
“전 괜찮아요! 빈손으로 왔고…….”
“문병은 마음이야. 유키호의 마음만으로 이미 큰 선물인걸. 리카 나 잠시 마실 것 좀 사러갈게.”
“응 갔다와. 하기와라씨 뭐 드시죠?”
“저, 전 녹차로…….”
“P들었지?”
“네- 잘 들었답니다. 그럼 잠시 리카 좀 부탁할게.”

P가 그리 말한 후 병실을 나서자 안에는 리카와 유키호 단 두 사람만 남았다.

“아, 저.”

유키호가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고 서 있자 리카는 P가 앉아있던 의자를 가리켰다.

“P도 참. 이런 미인을 그냥 서있게 하다니. 여기에 앉으세요, 하기와라씨.”
“아, 네!”

리카의 말에 유키호는 다소곳하게 의자에 앉았다. 잠시 두 사람 사이에는 침묵이 감도는 미소만이 존재했다. 둘 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던 것이다. 리카는 유키호에 대해 잘 모르고, 유키호는 원래 소극적이었다.
그러다가 꽉 닫힌 문을 힐끔 본 유키호가 조심스럽게 리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저기, 리카씨 프로듀서가 안 계셔서 말하는 건데요, 좀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요.”
“부탁이요? 무슨 부탁이죠? 부담 갖지 말고 말해봐요.”

리카가 친절하게 웃으며 말하자 유키호는 마음을 놓고 자신의 용건을 꺼냈다.




회견은 의외로 끈질겼다. 기자들이 십사리 P와 타카네의 말을 믿지 않았던 것이다. 리카는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 프로듀서로서 P가 병원에 있는 리카의 의견까지 대변한 것이다. 몸만이 아닌 심적으로도 좋지 않은 리카를 굳이 여기에 나오게 하기 싫었던 것이다. 그 생각은 정답이었다. 기자들은 사실이 아닌 특종을 잡고 싶어했다.

“같은 날에 두 여자와 스캔들이 났습니다. 그런데도 P프로듀서는 그냥 아는 사이라고만 하시는 건가요?”

끈질긴 기자의 질문에 다시 P가 상투적인 멘트를 날리려 했다. 그 때 회견장의 뒤쪽 문을 통해 유키호가 프로듀서의 뒤에 나타났다.

“유키호?”
“하기와라상?”

P와 타카네가 의아해 하며 쳐다보다가, P는 유키호의 손에 끼인 반지를 알아봤다. 그것은 리카가 끼고 있던 커플링이었다. 왜 그걸 유키호가?
P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다른 기자들의 시선도 모두 유키호에게 향했다. 많은 남성들이 자신을 쳐다보자 유키호는 남성공포증이 심해질 것 같았지만 끼고 있는 반지를 꽉 잡고서 겨우 소리를 내 말했다.

“그 P씨는 두 분하고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

유키호의 용기를 낸 말에 기자들은 잠시 할 말을 잃다가 황당한 웃음 지으며 한 기자가 말을 걸었다.

“하기와라상, 당신도 다른 사람들과 절친한 사이라는 건 알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받아들이기가 힘든데요.”

기자의 말에 유키호는 P를 보았다. P는 유키호의 입이 작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미.안.해.요.
그 사과가 뜻하는 것이 뭔지 이해하지 못할 때 유키호는 눈을 딱 감고 반지를 보이며 소리쳤다.

“왜냐하면 P씨의 연인은 저니깐요!”

유키호의 선언에 기자들은 물론이고 당사자인 P와 타카네까지 할 말을 잃고 놀래 눈만 크게 뜰 뿐이었다.
그 날 P와 유키호는 언론에 의해 공식적으로 연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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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호의 역습!
차려진 밥상을 빼앗긴 타카네!
결혼까지 생각하는 장면 보면 참. 훈훈하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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